「토끼전」은 인도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설화(佛典說話)를 근원설화로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파되어 설화화와 소설화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근원설화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는 대략 4단계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인도의 본생담(本生譚, Jataka)으로 자타카 57 「원왕본생(猿王本生)」, 자타카 208「악본생(鰐本生)」, 자타카 342「원본생(猿本生)」의 세 가지가 있는데, 모두 『남전장경(南傳藏經)』 속에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인도의 설화문학서인 『판차탄트라(Panchatantra)』와 『가타사리트사가라(Gathasaritsagara)』, 불교 문헌인 『마하바스투(Mahavastu)』에도 나타나고 있다. 『판차탄트라』는 서기전 200∼300년 경에 성립된 것이고, 『가타사리트사가라』와 『마하바스투』는 대략 그 이후에 성립된 문헌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 단계는 이들 인도의 설화가 불경에 흡수되어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 들어와, 한자로 번역되어 한역경전으로 나타난 단계이다. 「토끼전」의 근원설화를 수록하고 있는 불경은 3종으로 『육도집경(六度集經)』, 『생경(生經)』의 제1권 『불설별미후경(佛說鼈獼猴經)』, 그리고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이다.
이들이 중국에서 번역된 것은 대략 3세기에서 5세기에 이르는 기간으로, 이것이 다시 중국의 불교 문헌에 재편입되었다. 수록 문헌은 『경률이상(經律異相)』·『법원주림(法苑珠林)』 등이다.
셋째 단계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문헌설화로 정착되거나 구비설화로 구전되는 단계인데, 『삼국사기』 김유신열전(金庾信列傳)에 나타나는 구토설화(龜兎說話)가 문헌설화의 예이고, 구전설화는 불전설화의 민간유출로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단계는 오랫동안 구전되던 설화가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 판소리화하여 그 대본으로 정립되거나, 또는 설화에서 곧바로 소설화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단계이다. 그 기간은 대체로 17, 18세기경으로 추측될 뿐 정확한 연대나 경위를 확증하기는 어렵다.
「토끼전」은 판소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에 그 성립의 시기나 계기에 대한 추론은 판소리 자체의 역사, 특히 「수궁가」의 형성과 전개에서 찾아야 한다.
이처럼 4단계를 거쳐 성립되는 동안 이야기의 내용도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나 원형으로서의 설화의 골격은 변함이 없다.
첫째 단계에서는 대체로 단순히 교훈적인 인도의 우화적 설화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불경에 삽입되면서 종교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 단계에서 등장하는 동물은 원숭이와 악어로 되어 있고, 수중의 악어 아내가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단계인 한역경전에서 동물은 자라와 원숭이, 또는 용과 원숭이로 변한다. 그러나 악어는 악인 제바달다(提婆達多)로서, 악어가 원숭이 간을 탐내는 것처럼 악인인 제바달다가 석가를 해치려 한다는 의미로 되어 있다.
셋째 단계에서 구토설화는 다분히 한국화되어 풍자소설로 이루어진다.
「토끼전」에는 작자군(作者群)의 서민의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고, 이것이 주제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풍자성은 작자군인 서민계층이 당시 피지배층의 지배층에 대한 저항의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형성시기로 추정되는 17, 18세기는 지배관료계층의 부패와 무능으로 서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커가던 때였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지적 능력의 결여와 사회적 신분의 제약으로 표출할 방도가 없었고, 다만 민란(民亂)이라는 폭력적 수단과 민속극·판소리·민요 등 서민예술을 통한 간접적 배설의 길만이 있었다. 우화적 이야기로서의 「토끼전」은 그러한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나타나는 세계는 용왕을 정점으로 한 자라 및 수궁대신들의 용궁세계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짐승들의 육지세계로 나뉜다. 전자는 정치 지배 관료층의 세계를, 후자는 서민 피지배 농민층의 세계를 각각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주색에 빠져 병이 들고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과 어전에서 싸움만 하고 있는 수궁대신들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사회의 인물들을 투영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토끼는 서민의 입장을 취한다. 수궁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수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 작품의 귀결은 토끼가 작자군을 대변하는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이 작품의 주제가 서민의식에 바탕을 둔 발랄한 사회풍자에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한편, 곳곳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서민적 해학도 주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본에 따라 자라의 충성을 주제적 측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충성이 이 작품의 본래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는 아니다. 외래의 짤막한 동물우화를 장편의 의인체 풍자소설로 발전시킨 데서 조선 후기 서민들의 예술적 창작력이 높이 평가된다.
아울러 단순한 동물소설이 아니라 당시의 비판적 서민의식을 우화적 수법을 통하여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소설사상(古小說史上)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작품은 소설·판소리·전래동화 등으로 전해지고, 지금도 마당극이나 창무극(唱舞劇)으로 계속 공연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고전이다.
도사 엿짜오되, "용왕의 성덕(盛德)으로 어찌 성공지신이 없사오리까 ?"말을 마친 후 ,인홀불견 간 곳이 없지 용왕이 그제야 도승인줄 짐작허고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사례후에,수국 조정 만조백관을 일시에 모이라 허니 이 세상 같고보면 일품 제상님네들이 들어오시련마는 수국이라 물고기 등물들이 각각 벼슬이름을 맡어 가지고 들어오는디, 가관이었다.
20
<자진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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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은 거북 승지는 도미 판서 민어 주서 오징어 한림박대 대사성 도루묵 방첨사(蚌僉使:내시부의 종삼품 벼슬) 조개 해운군 방개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홍어 조부장 조기 부별 낙지 장대 승대(성대) 청다리 가오리 좌우나졸 근근 모조리 상어 솔치 눈치 준치 멸치 삼치 가재 개구리까지 명을 듣고 어전에 입시허여 대왕에게 절을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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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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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용왕이 가만히 보시더니, "내가 용왕이 아니라 오뉴월 생선전 도물주(都物主)가 되었구나. 허나 경들 중에 어느 신하가 세상에 나가 토끼를 구하여다 짐의 병을 구할소냐? " 좌우 면면 상고(面面相顧) 묵묵 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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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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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다시 탄식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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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나라는 충신이 있어서 할고사군(割股事君) 개자추(介子推)와 광초 망신(狂楚亡身:초나라를 속이고 목슴을 잃음) 기신(紀信)이는 죽을 인군을 살렸건마는 우리 나라도 충신이 있으련마는 어느 누구가 날 살리리오." 정언 잉어가 여짜오되 "승상 거북이 어떠허뇨." "승상 거북은 지략이 넓사옵고 복판이 모두다 대몬고로 세상을 나가오면 인간들이 잡어다가 복판 띠여 대모장도(玳瑁粧刀) 미리개(밀이개) 살착(살쩍) 탕건 모독이 쥘 쌈지 끈까지 대모가 아니면 헐줄을 모르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
정언이 여짜오되, "미어기난 장수구대 허여 호풍신 허거니와 아가리가 너무 커서 식량이 너른고로 세상을 올라가면 오기감을 얻으랴고 조고마한 산천수 이리저리 다니다 사립(蓑笠:도롱이와 삿갓)쓴 어옹들이 사풍세우 물속에다 입꼬가 꿰어 물에 풍덩 탐식으로 덜컥 생켜(삼켜) 담불여대(높이 쌓은 양식 무더기 두고 대를 잇지 못하고) 죽게되면 인간의 이질 복질 설사 배앓이 허는디 약으로 먹사오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33
<아니리>
34
해운군 방게란 놈이 열발을 쩍 벌리고 살살살살 기어들어와 공손히 여짜오되,
35
<중중모리>
36
"신의 고향 세상이요 신의 고향 세상이라 청림벽계 산천수 가만히 장신하야 천봉만학(千峰萬壑)을 바라보니 산중퇴 월중퇴 안면이 있사오니 소신의 엄지발로 토끼놈의 가는 허리를 바드득 찝어다가 대왕전 바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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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38
공론이 분분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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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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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전 뒤로 한 신하가 들어온다 은목단족(隱目短足)이요 장경오훼(長頸烏喙:목이길며 주둥이가 까마귀의 부리처럼 뽀족함)로다 홍배등에다 방패(方牌)를 지고 앙금앙금 기여들어와 국궁 재배(鞠躬再拜)를 허는구나.
41
<아니리>
42
왕에게 상소를 올리거늘 왕이 받아보시고 칭찬허시되, "니 충심은 지극허나 니가 세상을 나가면 인간의 진미가 된다는디 너를 보내고 내 어찌 안심할소냐?" 별주부 여짜오되 "소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강상에 높이 떠서 망보기를 잘하오니 무슨 봉폐(逢弊) 있사오리까마는 수국의 소생이라 토끼 얼골을 모르오니 화상이나한 장 그려주옵소서" "글랑은 그리하라 . 여봐라! 화공을 불러 들여라"
43
<중중모리>
44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들여 토끼화상을 그린다. 동정유리 청홍연 (洞庭琉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비단처럼 고운 가을 물결을 담은)거북 연적(硯滴) 오징어로 먹갈어 양두화필(兩頭畵筆)을 덤벅풀어 단청채색을 두루묻히어서 이리 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勝地) 강산 경개보던 눈그리고 봉래방장(蓬萊方丈) 운무중에 내(냄새) 잘 맡던 코그리고 난초지초 왼갖 향초 꽃따먹든 입그리고 두견앵무 지지울제 소리듣던 귀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펄펄 뛰든 발 그리고 대한엄동 설한풍 방풍허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신 꽁뎅이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수인디 눅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느러진 양류속 들랑달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긴나 토끼 화중퇴(畵中兎) 얼풋 그리어 아미산월으 반륜퇴(峨眉山月半輪兎) 이어서 더할 소냐 아나 였다 별주부야 니가 가지고 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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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46
별주부가 화상을 받아들고 어데다 넣어야 물이 한점 안묻을까? 하고 곰곰히생각허다 한 꾀를 얼른 내여 목을 길게 빼고 목덜미에다 화상을 턱 붙여 놓고 목을 움추리며 자아 이만허면 수로만리를 다녀와도 물한점 눋을 길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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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께 하직허고 저희 집으로 돌아오니 별주부 모친이 주부 세상 간다는 말을 듣고 못가게 만류를 허시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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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49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니가 세상을 간다허니 무엇허러 가랴느냐 삼대독자 니 아니냐 장탄식병이 든들 뉘 알뜰히 구환허며 네 몸이 죽어져서 오연으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리며 휘여처 날려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가지마라 주부야 가지를 말라면 가지마라 세상이라 헌느디는 수중인갑(鱗甲)이 얼른 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구경을가시더니 십리사장 모래속에 속절없이 죽었단다. 못가느니라 못가느니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가면 니가 세상을 가지마는 살려두고는 못가느니라 주부야 위방 불입(危邦不入)이니 가지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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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51
별주부 여짜오되 "나라에 환후(患候)가 계옵서 약을 구하려가는데 무슨 풍폐 있사오리까?" 별주부 모친이 하는 말이 "내 자식 충심이 그러한 줄은 내 이미 알았지마는 니가 세상을 간다 하기로 니 지기를 보기위하여 잠깐 만류를 하였고나 니 충심이 그러할진데 수도만리를 무사히 다녀오도록 하여라." 별주부 모친께 하직하고 침실로 돌아와 부인의 손길잡고 당상의 백발모친 기체 평안 하시기는 부인에게 매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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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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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 마누라가 울며불며 아장거리고 나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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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55
"여보나리 여보나리! 세상간단 말이 웬말이요 위수파광(渭水波光) 깊은 물에 양주 마주떠 맛좋은 흥미 보든 일을 이제는 다버리고 만리청산 가신다니 인제가면 언제와요" "가기는 가되 못잊고 가는 것이 있네" "무엇을 그다지 못잊어요 당상 학발(鶴髮:흰 머리) 늙은 모친 조석공대를 못잊어요 군신유의 장한 충성 조정사직(朝廷社稷)을 못잊어요 규중(閨中)의 젊은 아내 절행지사 못잊어요"
56
<아니리>
57
"그 말은 방불( :비슷함)허나 뒤 진털밭 남생이가 흠일세" 총총히 작별후에 수정문 밖 썩 나서서 세상 경계를 살피고 나온느디 경치가 장히 좋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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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중모리>
59
고고천변 일륜홍(皐皐天邊日輪紅) 부상(扶桑:해 돋는곳)으 높이 떠 양곡(洋谷)으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예)장촌(豫章村) 개 짖고 회안봉(回雁峰) 구름이 떴구나 노화(蘆花)난다 눈되고 부평(浮萍)은 물에 둥싱 어룡은 잠자고 잘새는 훨훨 날아든다 동정여천에 파시추(波始秋), 금색 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조리 저리요리 앙금둥실 떠 사면을 바라보니 지광(地廣:땅 넓이)은 칠백리 파광은 천일색인디 천외무산십이봉은 구름 밖으로 가 멀고 해외소상(海外蕭湘)은 일천리 눈앞으 경이라 오초(吳楚)난 어이허여 동남으로 버려있고 건곤은 어이하야 일야에 둥실떠 남훈전(南薰殿) 달 밝은디 오현금도 끊어지고 낙포(洛浦)로 둥둥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武關)속으 초희왕으 원혼이요 모래속에가 잠신하야 천봉만학(千峰萬壑)을 바라보니 만경대 구름속 학선이 울어있고 칠보산 비로봉(秘盧峰)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稽山罷霧鬱嵯) 아산은 칭칭칭 높고 경수무풍 아자파(鏡水無風也自波:바람이 불지 않아도 물결이 저절로 인다.) 물은 풍풍깊고 만산은 우루루 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낙(落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등 칡넝쿨 머루다래 어름 넝출 능수버들 벗낭기 오미자 치자 감 대추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白鷗奔飛:갈매기 이리 날고) 갈매기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상 두루미 수많은 떼꿩이 소천자 기관허던 만수문전으 봉황새 양양창파(洋洋滄波) 점점 사랑허다고 원앙새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놓던 오작이 목파리 해오리 너새 중경새 아옥따옥 요리조리 날아들제 또한 경개를 바라보니 치어다 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라에 구부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이기여 우줄우줄 춤을 출제 시내유수난 청산으로 돌고 이골물이 쭈루루루룰 저골물이 콸콸 열에 열두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천방져 지방져 월특져 구부져 방울이 벅큼져 건너 평풍석에다 마주 꽝꽝 마주 때려 대하수중으로 내려 가느라고 벅큼이 북쩍 물농월이 뒤트러저 어루루루 꿜꿜 뒤둥구러져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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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61
그때여 별주부넌 음침경(陰沈鏡:으슥한 곳에서 살펴보니)에 기어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왼갖 날짐생들이 모여들어 상좌다툼을 허는디 가관이었다. 봉황새 척 나 앉으며
62
<단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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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내말을 들어봐라 순임금 남훈천에 오현금 가지시고 소소구성(簫韶九成) 노래헐제 공산 높은 봉 아침볕에 내가가서 울음을 우니 팔백년 문물이 울울허여 주문무 나겨시고 만고 대성 공부자도 내 앞에서 탄생허니 천길이나높이 날아 기불탁속(飢不啄粟) 허여있고 용문산 석산오동 기염기염 기여올라 소상오죽(蕭湘烏竹) 좋은 열매 내 양식을 삼었으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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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65
까마귀 꾸지져왈, "너는 대가리 크고 털 텁수룩한 놈이 어데로 상좌(上座) 한단 말이냐 " 봉황새 꾸지져왈 "너는 전신에 흰점 없고 두 눈이 검은 창 뿐인 놈이 어디로 상좌한단 말이냐"까마귀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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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중모리>
67
"내 근본 들어라 이 내 근본을 들어봐라 이 주둥이 길기난 월왕 구천이 방불허고 이 몸이 껌기난 산음땅 지내다가 왕희지 세연지(洗硯池) 풍덩 빠져 먹물 들어 이 몸이 검어 있고, 은하수 삼긴후에 그물에 다리를 놓아 견우직녀 건너주고 오난길에 적벽강 선유(船遊)헐제 남비(南飛) 둥둥 떠 삼국 흥망을 의논헐제 천하에 반포은(反哺恩: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함)을 내 홀로 알었으니 천하에 비금주수(飛禽走獸) 효자는 나뿐인가 아 아이고 설움이야 허허 으 아이고 설움이야 에에 이이이 설움이야"
68
<자진모리>
69
부엉이 허허 웃고 "니안만 그런디도 니 심정 불칙(不則)하야 열두가지 울음을 울어 과부집 낭기 앉어 울음을 울어 동요헐제 까옥까옥 도락도락 괴이한 음성으로 수절과부유인헐제 네 소리 꽉꽉 나면 세상 인강이 미워라 돌을 들어 날리며 너나자 배 떨어지지 세상에 미운놈은 너밖으 또 있느냐 빈터에나 찾어가지 이 좌석은 불길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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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71
"내 모양이 아모리 그렇게 생겼다 할지라도 만좌중에 내 망신을 이다지도 시킨단 말이오" 이 때 별주부 또 한편을 바라보니 왼갖 길짐생들이 모여앉어 상좌다툼을 하는디 가관이었다.
"자 우리가 연년이 회취하고 노는 노름에 상좌없이는 못 놀겠네 그러니 금년부터서는 상좌를 정하고 놀음이 어떠한고?" 그 말이 옳다허고 "저기 앉은 장도감은 언제났소?" 노루란 놈이 좋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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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중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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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 내 나이를 들어보소 내 나를 셀작시면 기경상천(騎鯨上天) 이태백이 날과 둘이 동접(同接)허여 광산십년(匡山十年) 글을 읽다 태백은 인재로서 옥경(玉京)으로 상천허고 나는 미물 김생이라 이리 천케 되었으나 태백과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달파총 너구리가 나 앉으며 "장도감도 내 아래요 달파총은 언제 났소?" "나의 수작(酬酌) 들어보소 동작대 지은 집에 좌편 청룡각이요 우편은 금봉루라 이교의 뜻을 두고 조자건(曺子建)이 글을 지어 동작때 부운(浮雲)허든 조맹덕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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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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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란 놈이 깡짱 뒤어 나앉더니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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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81
"자네들 내 나를 들어보소 자네들 내 나를 들어봐 한 광무 시절의 간의 대부를 마다허고 부운으로 차일삼고 동강의 칠리탄 낚시줄을 감가놓고 고기낚기 힘써허든 엄자릉으 시주허고 날과 둘이 동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82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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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돝이란 놈이 꺼시락 눈썹을 껌쩍 껌쩍하고 나 앉더니마는
84
<중모리>
85
"나의 연세를 들어보소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국에 사신갔다 충의 충절 십구년에 수발이 진백(鬚髮 盡白)하야 고국산천 험한 길로 허유허유 돌아오든소중랑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86
<아니리>
87
이리 한참 노닐적에 별주부는 한곳을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을듯허야 화상을 피어들고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는지라 "저기 앉은게 토생원이오?" 하고 부른다는 것이 수로만리를 아래턱으로 밀고나와 아래턱이 뻣뻣하야 퇴짜를 호자로 붙여 한번 불러보는디
범나려 온다 범이 나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김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이 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낫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 헛치고 주홍입 쩍 벌리고 자래 앞에거 우뚝서 홍행홍행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깨지난 듯 자라가 깜짝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때
92
<아니리>
93
호랭이가 내려와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고 누어말라버린 쇠똥같은것밖에 없지 "아니 이게 날 불렀나?" 이리 보아도 둥글 저리보아도 둥글 우둥글 납잡이냐? 허고 불러노니 아무 대답이 없으니 아마 이게 하느님 똥인가보다 하느님 똥을 먹으면 만병통치 약이라 허더라 그 억센 발톱으로 자라복판을 꼬가 집고 먹기로 작정을 허니 자라 겨우 입부리만 내어 "자! 우리 통성명 합시다. " 호랭이 깜짝 놀라 "이크! 이것이 날더러 통성명을 허자구?" "오 나는 이 산중 지키는 호생원이다 너는 명색이 무엇인고?" "예 저는 수국 전옥주부공신(典獄主簿功臣)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하오" 호랭이가 자라란 말을 듣고 한번 놀아보는디,
94
<중중모리>
95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내 평생 원허기를 왕배탕이 월일러니 다행이 만났으니 맛좋은 진미를 비여 먹어보자." 자라가 기가맥혀 "아이고! 나 자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나 두꺼비요!" "니가 두꺼비면 더욱 좋다 너를 산채로 불에 살라 술에 타 먹었으면 만병회춘명약이라 두말 말고 먹자. 으르르르르르르르 어흥!" 자라가 기가 맥혀 "아이고! 이 급살마질 것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살라서 먹었는지 먹기로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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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97
별주부가 한 꾀를 얼른내고 목을 길게 빼어 호랭이 앞으로 바짝바짝 달려들며 "자 ! 목나가오 목나가!" "호랭이 깜짝 놀라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와! 이렇듯 나오다가는 하루 일천오백발도 더 나오겠소 어찌 그리 조그마한 분이 목이 들랑달랑 뒤움치기를 잘 하시오" "오 이놈 내 목내력을 말할테니 들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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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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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국 퇴락하야 천여칸 기와집을 내 솜씨로 올리려다 목으로 철컥 떨어져 이 병신이 되었으니 명의더러 물은즉 호랑이 쓸개가 좋다허기로 도량귀신 잡어타고 호랑이 사냥을 나왔으니 네가 일찍 호랑이냐 쓸개 한 봉 못주겠나 도량귀신 게 있느냐 비수 검드는 칼로 이 호랑이 배 갈라라 !" 앞으로 바짝 기여들어 도리랑 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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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101
호랭이 다리(거시기)를 꽉 물고 뺑뺑 돌아노니 어찌 호랭이가 아팠던지 거기서 의주압록강까지를 도망을 했겄다. 거기서 저혼자 장담하는 말이 "아따! 그놈 참 용맹 무서운 놈이로다 나나 된게(되니까) 여기까지살아왔지다른 놈 같으면 영락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 때여 별주부는 호랭이를 쫓은 후에 곰곰히 생각허니 호랭이라 허는 것은 산중의 영물이라 내 눈에 와서 보일진대 목욕재계 정히하고 산신제를 한번 지내는디,
102
<진양>
103
계변양류(溪邊楊柳) 늘어진 반송가지를 앞이로 자끗 꺾어내여 진토를 쓸어 버리고 암상으로 제판삼고 낙엽으로 먼지를 깔고 산과 목실을 주워다가 방위 가려서 갈라놓고 은어 한 마리 잡어내어 어동 육서로 받쳐놓고 석하으 배례허여 지성으로 독축을 헌다.
한 곳을 바라보니 묘한 짐승이 앉었네, 두 귀를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늘신 꽁댕이 모똑 좌편 청산이오 우편은 녹순듸 녹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속 들랑달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기난토끼 산중퇴 월중퇴. 자라가 보고서 괴이 여겨 화상을 보고 토끼를 보니 분명한 토끼라 보고서 반기여겨
111
"저기 섰는게 퇴생원 아니오 ? " 토끼가 듣고서 좋아라고 깡짱 뛰어 나오면서 "거 뉘가 날 찾나? 날 찾을 리가 없겄마는 거 누구가 날 찾어. 기산영수소부허유(箕山潁水巢父許由) 피서 가자고 날 찾나. 수양산 백이숙제 채미(采薇) 허자고 날 찾나 백화심처 일승귀(百花深處一僧歸) 춘풍석교(春風石橋) 화림중 성진화상(性眞和尙)이 날 찾나 완월장취(玩月長醉) 강남태백 기경상천(起耕上天) 험한길 함께 가자고 날 찾나 도화유수 무릉 거주속객(擧酒屬客)이 날 찾나 청산기주 백로탄 여동빈(呂洞賓)이 날 찾나 처산중 운심(處山中雲深)헌디 부지처(不知處) 오신 손님 날 찾을 이 만무로구나 거 누구가 날 찾나 건너산 색시 토끼가 연분을 맺자고 날 찾나 " 요리로 깡충 저리로 깡충 짜웃둥(갸웃둥) 거리고 내려온다.
112
<아니리>
113
이리 한찬 매려오다가 별주부하고 후닥탁 들어 받았겄다.
114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맛빡이야! 어어 초면에 남의 이맛빡은 왜 이렇게 받으시오 자!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럽시다!" "게서는 뉘라 하시오" "예 나는 수국 전옥주부공신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 하오 게 손은 뉘라 하오?" "예 나는 세상에서 이음양 순사시(理陰陽順四時)하던 예부상서(禮部尙書) 월퇴(月兎) 일러니 도약주 대취하야 장생약 그릇찧고 적하중산(謫下中山)하야 머무른지 오랠러니 세상에서 부르기를 명생이 퇴선생이라 부르오" 별주부 듣고 함소 왈 "퇴선생 높은 이름 들은지 오랠러니 오늘날 상봉기는 하상견지(何相見之) 많이허여 만만무고 불측(晩晩無故不測)이로소이다. 아닌게 아니라 잘났소 잘났어 진세에서 몰라 그렇지 우리 수국을 들어가면 훈련대장은 꼭 하실 것이요. 미인미색을 밤낮으로 데리고 동락을 할 것이니 그 아니좋소? 그러나 퇴선생은 이 세상에서 무슨 재미로 살으시오" " 뭐, 나 지내는 재미는 무상이지요마는 세상 흥미를 한번 이를테니 들어 보시오"
115
<중모리>
116
임자없는 녹수청산 일모황혼(日暮黃昏) 저문날에 월출동령(月出東嶺)의 잠얼깨어 청림벽계(靑林碧溪) 집을 삼고 값이 없는 산과 목실 양식을 삼어서감식헐제 신여부운(身如浮雲) 일이 없어 명산 찾어 완경헐제 여산동남 오로봉(廬山東南五老峰)과 진국명산 만장봉과 봉래방장 영주 삼산이며 태산 숭산 형산 화산 만학천봉(萬壑千峰) 구월섬곡 삼각계룡 금강산 아미산 수양산을 아니 본곳없이 모두 놀고 영주 삼산이며 완완히 기어올라 흑운을 박차고 백운을 무릅쓰고 여산낙조경과 위국(廬山落照經過 魏國)의 일출경을 완완히 세밀허니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의 공부자의 대관(戴冠)인들이어서 더 하드란 말이냐 밤이며는 완월구경 낮이되면 유산헐제 이따금심심허면 적송자 안기생(安期生)을 종아리 때리고 강산풍경 흥미간에 지상신선이 나뿐인가
117
<아니리>
118
"아닌게 아니라 잘 지내시오 당신은 발맵시도 오입쟁이로 생겼거니와 풍채가참 잘 생겼소. 그러나 미간에 화망살(禍亡煞)이 비쳐 이 세상에 있고보면 죽을지경을 꼭 여덟 번 당하겠소." "어 그분 초면에 방정맞은 소리를 허는군 그래. 내 모양이 어째서 그렇게 생겼단 말이요." "내가 이를테니 한번 들어보시오."
119
<자진모리>
120
"일개한퇴 그대 신세 삼촌구추(三春九秋)를 다 지내고 대한엄동 설한풍에 만학에 눈쌓이고 천봉에 바람이 칠제 앵무원앙이 끊어졌네 화초목실 없어질제어둑한 바위밑에 고픈배 틀어잡고 발바닥만 할짝할짝 더진 듯이 앉은 거동 초회왕(楚懷王)의 원혼이요 일월고초 북해상소중랑(北海上蘇中郞) 원혼이요 거의 주려 죽을토끼 새우등 구부리고 삼동고생을 겨우 지내 벽도홍행 춘일월(碧桃紅杏春二月)에 주린 구복(口腹)을 채우랴고 심산중곡을 찾고 찾어이리저리 지낼적에 골골히 묻힌건 목달개 음찰기요 봉봉이 섯난 건 매 받는 응주(鷹主)로다,목달개 거치게 되면 결항치사(結項致死)가 대량대량 제수고기가 될 것이요 청천에 떴난건 토끼 대구리 덮치려고 우그리고 드난 것은 기슭으로 휘여들어 모릿꾼 사냥개 험산골로 기어올라 퍼긋퍼긋 뛰어갈제 토끼놀래 호드득 호드득 추월자 매놓아라 해동청 보라매 귀뚜리매 빼지새 공작이마루 도리당사 적굴새 방울떨쳐 쭉지끼고 수루루루루루루루루 그대귓전 양발로 당그랗게 집어다가 꼬부랑한 주둥이로 양미간 골치대목을 꽉꽉꽉!" "허 그분! 방정맞은 소리말래도" 점점 더허는디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산중등으로 돌지 중등으로 돌며는 송하에 숨은 포수 오난 토끼 노(쏠)리고 불대라는 도포수 풀감토 푸삼(사냥꾼이 짐승을 속이려고 풀을 꽂은 적삼)을 입고 상사배물에 왜물조총(倭物鳥銃) 화약답사실을 얼른 넣어 반달같은 방아쇠 고초같은 불을 얹어 한눈 찌그리고 반만 일어서서 닫는 토끼 찡그려보고 꾸르르르르르 탕!" "허그분 방정맞은 소리말래도" 점점 더 하는디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훤헌들로 내리제 들로 내리면 초동목수(樵童牧揷) 아이들이 몽둥이 들어메고 없는개 호구리고 워리두둑 쫓는 양은 선술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허니 백등칠일 곤궁(白登七日困窮) 한태조간장층암절벽 석간틈으로 기운없이 올라갈제 쩌른 꼬리를 샅에껴 요리깡충 조리깡충 깡충접동 뛰놀제 목궁기 쓴내나고 밑궁기 조총놓니 그 아니 팔난인가팔난세상 나는 싫네 조생모사(朝生暮死) 자네신세 한가허다고 뉘 이르며 무슨정으로 유산 무슨정으로 완월 , 아까 안기생 적송자 종아리 때렸다는 그런 거짓부렁이를 뉘 앞에서 내 놓습나"
121
<아니리>
122
토끼가 가만히 듣더니 "그 말 참 꼭 옳소 영락없이 그렇소 그러나 대체 별주부 관상 잘 보시오 내 세상은 그렇다 허거니와 수궁 흥미는 어떠하오?" "우리 수궁 흥미야 좋지요 수궁풍경 반겨듣고 가자허면 마다 할 수 없고 가자헌들 갈수 없으니 애당초에 듣지도 마시오." "내가 만일 듣고 가자허면 쇠아들놈이오 어서 한번 들어봅시다." "그럼 내가 이를테니 들어보오"
123
<진양>
124
우리 수궁 별천지라 천양지간에 해위최대(海爲最大)허고 만물지중에 신위최령(神爲最靈)이라 무변대해에다 천여칸 집을 짓고 유리(琉璃)기둥 호박주초 주란화각(朱欄畵閣)이 반공으 솟았난디 우리용왕 즉위허사만족귀시(滿族貴示)허고 백성으게 안덕이라 앵무병(鸚鵡甁) 천일주와 천빈옥반(千賓玉盤) 담은 안주 불로초 불사약을 취토록 먹은후에 취흥이 도도헐제 적벽강 소자첨과 채석강 태백 흥미 예 와서 알았으면 이 세상에 왜 있으리 채약허던 진시황과 구선허든 한무제도 이런 재미를 알았든들 이 세상에 있을손가 잘난 세상을 다 버리고 퇴서방도 수궁을 가면 훨씬 벗은 저 풍골에좋은 벼슬을 헐 것이요 미인미색을 밤낮으로 다리고 만세동락(萬歲同樂)을 헐 것이요.
125
<아니리>
126
어떻게 별주부가 말을 잘 해놓았던지 토끼가 싹 둘렸겄다.할 일없이 수국으로 따라가는디
127
<단중모리>
128
자라는 앞에서 앙금앙금 토끼는 뒤에서 깡충깡충 원로수변(遠路水邊)을 내려갈제 건너산 바위틈에 여우란 놈이 나 앉으며 "여봐라 토끼야 !" "와야 "
129
"너 어디가느냐?" "나 수궁간다" "너 수궁은 무엇허러 가느냐" "나 별주부 따라서 벼슬하러 간다" "허허 자식 실없는놈 ! 불쌍타 저 퇴공아 녹녹한 네놈마음 말려 무엇허랴마는고인이 이르기를 퇴사 호비(兎死狐悲)라 허였으니 너와 나와 이 산중에 암혈에 깃들이고 임천에 같이 놀아 풍월로 벗을 삼고 비 오고 안개낀날 발자취 서로 찾어 동성삼어 동기상통 일시 이별을 마잤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냐 옛말을 못들었나 칼 잘쓰는 위인 형가(刑軻) 역수한파(易水寒波) 슬픈소리 장사일거 제모왔고 천추원한 초희왕도 진무관에 한번가서 다시 오지를 못허였구나. 가지마라 가지마라 수궁이라 허는데는 한번 가면 다시 못오느니라 위방불입 난방불거(危邦不入 亂方不去) 허니 수궁길을 가지마라"
130
<아니리>
131
"여보시오 별주부 우리 여우사촌 아니었더라면 큰일날뻔했소. 내가 저 물속에 들어가서 용왕이 된다해도 정말 못가겠소" 별주부 기가막혀 "올테면오고 말테면 마시오마는 저 놈 심술이나 들어보시오 먹을데가 있으면 지가 앞을 서서가고 죽을데가 있으면 퇴서방을 앞세워 갈터이니 내일 아침 더군다나 김포수 날랜총알 꾸르르르 탕!" "허! 그 탕 소리는 빼래두. 그 분 참 그렇다고 내 안갈 리가 있겄소마는 여기서 수국이 얼마나되오 ?" 별주부가 다시 구변을 내 놓는데
132
<중모리>
133
수궁천리 머다마소 맹자도 불원천리 양혜왕을 가 보았고 위수어부 강태공도 문왕따라 입주를 허고 한개도창 촉도난(漢漑渡倉蜀道難)은 황면장군 한신이도 소하(蕭何)따라 한중가서 대장단에 올랐으니 퇴서방도 나를 따라서 우리 수궁을 들어가면 좋은 벼슬을 헐 것이니 염려말고 따러갑세." "그러며는 갑세!" 강상을 바라보니 도요 도용 떴난배는 한가헌 초강어부 풍월실러 가는 밴지 십리장강 벽파상으 왕래를 허든 거룻밴지 오호상연월 속에 범상공 노던밴지 동강 칠리탄어 엄자릉으 낚시밴지 양양창파(洋洋滄波) 노니난디 쌍쌍백구가 줄이어 떴네 소소 추풍 양안귀(蕭蕭秋風兩雁歸)는 슬피 우는 저기럭아 니 어디로 행하느냐 소상으로 행하느냐 동정으로 가랴느냐 가지말고 게 잠깐 머물러 나의 한말 듣고가라 백운청산 놀든 토끼가 수궁천리 내가 들어가드라고 우리 벗님 앵무(鸚鵡)전으 그말 쪼끔 브디 전허여라. 잔말을 허고 내려갈제 그 날사말고 풍일이 사나와 물결이 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출렁쐬(쏴)에 뒤뚱거려 흘러가네
134
<아니리>
135
그 날사말고 풍일이 사나와 물결이 워르르르르르르 출렁출렁허니 토끼 기가막혀
136
"아이고 ! 저 물을 보아라 내가 저 물속에 들어가서 용왕이 된다해도 정말 못가겠다"
137
이 놈이 따뜻한 양지쪽엘 찾아가서 그 얼골을 좋은 반찬토막 되작거리듯 되작되작하고 귀를 털고 앉았으니 별주부 기가막혀 "야! 이놈아 벼슬허러 가자는데 용당개 뒷줄 땡기듯 자시는꼴 이거 아니꼽살 스러워서 못보겄다.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아라 이믈이 얼마나 깊다고 그러느냐" 물에가서 동당 동당 떠노니 토끼 하는 말이 "여보시오 별주부 내 그렇다 아니갈리 있겠소? 좋은 수가 있소.버드나무 가지잡고 뒤발 잠가보아 목물지면 가되 더 깊으면 갈 수 있소?" "글랑은 그리하오. 이 놈이 좋은 꾀 낸체하고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뒤발을막 잠글랴 할적에 별주부는 물에서 나는 김생이라 편전(片箭)살과같이 우루루루루룰 달려들어 토끼 뒷발목을 꼭 잡고
138
<창조>
139
물속으로 울렁울렁울렁울렁 들어가니 토끼 기가막혀 "아이구 이놈아! 좀 놓아라 숨막혀 못사겄다.!" "야 이놈아 아가리 벌리지마라 짠물 들어가면 벙어리되고 행여 뱃속에 간 녹을라, 내 등에 가만히 업혀 소상팔경 구경이나 허고 가자꾸나"
140
<진양>
141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로구나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寮亮)헌 나는 소리 어적(漁笛)이언마는 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 고수( 乃聲中萬古愁)난날로두고 이름이라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태부난 간 곳이 없고 멱라수를 바라보니 굴삼려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허도든가 황학루를 당도허니 일모향관 하처시(日暮鄕關何處示)요 연파강상으 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난 최호(崔灝)으 유적인가 봉황대를 다다르니 삼산은 반락 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난 이태백이 놀든디요 삼양강(尋陽江)을 들어가니 백낙천 일거후에 비파성도 끊어졌다. 적벽강을 그저가랴 소동파 놀던 곳은 의구하야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一世之雄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에다 배를매고 한산사 쇠북소리는 객선으 뎅뎅 떨어진다. 진희수를 바라보니 격강으상녀(隔江商女)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롱한수 월롱사(煙籠寒水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드라 소상강 들어가니 악양루 높은 집에 호상으 높이 떴다 동으로 바라보니 삼백척 부상(三百尺扶桑)까지 일륜홍이 어려있고 바다가 뒷끓으며 어룡이 출몰허고 한곳을 당도허니 금계소리가 쨍그랭쨍 들리거날 눈을 들어 살펴보니 흰옥현판(白玉懸板)에 황금대자로 남해수궁 수정문이라 둥두렸이 새겼난디 토끼가 보고서 좋아라고 헌다.
142
<아니리>
143
"아닌게아니라 대체 좋소 좋아 어서 들어가서 나 훈련대장 좀 꼭 허게하여 주시오."
144
"아따 글랑 염려마시오. 그런데 여기 가만히 앉어계시다가 혹시 토끼 잡아들여라 허거든 놀래지 마시오" "어찌 그렇단 말이요" "세상같고 보면 훈련대장 입시하라 하는 그 말이요" "그 법 참 말질(末質)법이요 내가 훈련대장하게 되면 그 법은 딱 뜯어 고칠라요"
"나 탄게 이게 무엇이냐" "오 그게 수궁남여(水宮藍輿)라 하는 것이다" "아이고 이 급살을 맞을 여러 남녀 두 번만 타거드면 옹두리 뼈도 안남겄네" 토끼를 결박하야 영덕전 너른뜰 동댕이쳐 "예 ~ 토끼 잡아들였소"
151
<아니리>
152
토끼 잡혀 들어가 사면을 살펴보니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신(川澤之臣)이 좌우로 옹위(擁衛)를 하였거날 눈만 깜작깜작하고 있을적에 용왕이 분불르 허시되
153
"네 토끼 듣거라 내 우연 득병허여 명의다려 물은즉 네 간이 으뜸이라하기로우리 수궁에 어진 신하를 내보내여 너를 잡아 왔으니 죽노라 한을마라"토끼가 생각허니 저놈한테 속절없이 끌려와서 꼭 죽게 되었고나 한 꾀를 얼른 내어 배를 의심없이 척 내밀며 "자아 내~배 따보시오" 용왕이 생각하시기를 저놈이 배를 안 따일랴고 무수히 잔말이 심할 터인데 저리 의심없이 배를 척 내미는 것이 필유곡절(必有曲折)이로구나 "니가 무슨 말이 있거든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아니요 내가 말을 해도 고지 아니 들으실터이니 두 말말고 내 배 따보시오" "아니 이녀석아 이왕의 죽을바에야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154
<중모리>
155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태산이 붕퇴(崩頹)허여 오성이 음음헌디 실갈성(時日曷喪) 노래소리 탐학(貪虐)한 상주임군 성현의 뱃속에 칠궁기가 있다기로 비간(脾肝)으 배를 갈러 무고이 죽였으나 일곱궁기 없었으니 소퇴도 배를 갈러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은불쌍한 퇴명만 끊사오니 뉘를 보고 달라허며 어찌 다시 구허리까 당장으 배를 따서 보옵소서" 용왕이 듣고 진노허여 "이놈! 니말이 모두다 당치 않은 말이로구나 의서에 이르기를 비수병즉구불능식(脾受病則口不能食)허고 담수병죽설불능언(膽受病則舌不能言)허고 신수병즉이불능청(腎受病則耳不能聽)허고 간수병즉목불능시(肝受病則目不能視)라 간이 없고야 눈을 들어 만물을 보느냐 ?" "소퇴가 아뢰리다 소퇴의 간인즉 월륜정기(月輪精氣)로 생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이내다 세상의 병객들이 소퇴 곧 얼른허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어 파초잎에다 꼭꼭 싸서 칡노로 칭칭 동여 의주 석산계수나무 느러진 상상가지 끝끝트리 달아매고 도화유수옥계변(桃花流水玉溪邊)의 탁족(濯足:발 씻음)허러 내려왔다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궁흥미가 좋타기로완경차로 왔나이다" 용왕이 듣고 진노허여 "이놈! 네말이 모두다 당치않은 말이로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신지 내장은다를바가 없는디 네가 어찌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 토끼가 당돌히 여짜오되 "대왕은 지기일이요 미지기이(知其一未知其二)로소이다 복희씨는 어이하야 사신인수(蛇身人首)가 되었으며 신롱씨 어쩐일로 인신우두(人身牛頭)가 되 으며 대왕은 어찌하야 꼬리가 저리지드란 허옵고 소퇴는 무슨일로 꼬리가요리 묘똑허옵고 대왕의 옥체에는 비늘이 번쩍번쩍 소퇴의 몸에난 털이 요리 송살송살 까마귀로 일러도 오전 까마귀 쓸게있고 오후 까마귀 쓸게 없으니 인생만물 비금주수가 한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허오리까" 용왕이 듣고 돌리느라고 "그리허면 네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허는 표가 있느냐?" "예! 있지요 ." "어디보자!" "자아 보시오." 빨그런 궁기가 셋이 늘어 있거날 "저 궁기 모두다 어쩐 내력이냐?" "예 내력을 아뢰리다 한 궁기는 대변보고 또 한 궁기로는 소변보고 남은 궁기로는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허나이다. " "그러허면 네 간을 어데로 넣고 어데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놓오니 만물시생(萬物始生)이 동방 삼팔목(東方三八木) 남방 이칠화(南方二七火) 서방 사구금(西方四九金) 북방 일륙수(北方一六水) 중앙 오십토(中央五十土) 천지음양 오색광채 아침안개 저녁이슬화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 오니 만병회춘 명약이라 으뜸약이 되나니다. 미련트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날 보고 이런 이약(이야기)을 허였으면 간을 팥낱만큼 떼여다가 대왕병도 즉차(卽差)허고 너도 충성이 나타나서 양주 양합이좋을 것을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쓸데가 없네"
아리 한참 노닐적에 대장 범치란 놈이 토끼 뒤를 졸졸따라 댕기닥 촐랑촐랑 소리를 듣더니 "아따 야들아! 토끼 뱃속에 간 들었다!" 고함을 질러노니 토끼가 깜짝놀라 주저않으며 "아니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 내 뱃속에 간 들었다 하느냐 못먹는 술을 빈뱃속에다가 서너잔 부었더니 아마 똥덩이가 촐랑촐랑허는 소리인지 모르겄다" 장담은 허였으나 내가 이렇게 오래지체 허다가는 배를 꼭따일 모양이라 용왕께 하직을 허는디 "대왕의 병세 만만위중하오니 소신이 세상을 빨리나가 간을 속히 가지고 오겠나이다" 용왕이 이 말을 듣더니 "여봐라 별주부는 토공을 모시고 세상을 나가 간을 주거들랑은 속히 가지고오도록 허여라!"허고 영을 내려노니 별주부 기가 막혀
166
<중중모리>
167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토끼란놈 본시 간사하와 뱃속에 달린 간 아니내고보면은 초목금수라도 비소헐테요 맹획종칠금(七縱七擒)허던 제갈량의 재조(재주) 아니여든 한번 놓아보낸 토끼를 어찌 다시구허리까 당장으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 소신의 구족을 멸하여 주옵고 소신을 능지처참허드래도 여한이 없사오니 당장 배를 따 보옵소서" 토끼가 기가맥혀 "여봐라 이놈 별주부야,야 이놈 몹쓸 놈아 왕명이 지중커늘 니가 어찌 기만허랴 옛말을 니가 못들었느냐 하걸 학정(夏傑虐政)으로 용방(龍龐)을 살해코 미구에 망국되었으니, 너도 이놈 내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 불쌍헌 나의 목숨이 너의 나라 사가(史家) 되어 너의 용왕 백년 살 때 하루도 못살테요 너의 나라 만조백관 한날 한시에모두다 몰살 시키리라 아니 엿다 배 갈러라 아나 엿다 배 갈러라 아아나 엿다배 갈러라 똥밖그는 든 것 없다 내 배를 갈러 니 보아라!"
168
<아니리>
169
"왜 이리 잔말이 심헌고 어서 빨리 나가도록 해라 !" 별주부 하릴없이 토끼를 업고 세상을 나오며 "야 이놈 토끼야 내가 가기는 가되 너 이놈 속은 있을 것이다"
별주부 기가막혀 "여보 토공! 여보 토공 간좀 빨리 가지고 오시오"가든 토끼 돌아다보며 욕을 한번 퍼 붓는디
176
<중모리>
177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내고드린단 말이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이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같고 내 미련키 너그 용왕같거드면 영락없이 즉을걸 내 밑궁기 서이 아니였드라면 내 목숨이 살어나리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178
<아니리>
179
별주부 기가맥혀 "아이고 퇴공 간 좀 팥낱만큼만 띠여주고 가란말이요 " 가든 토끼 힐끗 돌아서며 "너 이놈 별주부야 너를 담박에 내민 바위에다 옹기짐을 부시듯 콱 부셔 죽일 일이로되 수로만리를 나를 업고 다닌 정성으로 너를 살려줄 것이니 이 다음에는 다시 그런 보초떼기 없는 짓을 하지말어라 그리고 네 정성이 지극허니 너의 용왕에 먹일 약이나 하나 일러주마. 수궁에 들어가면 암자라이뿐놈 많이 쌓였드구나 하루 일천오백마리씩만 잡아서 석달 열흘간 먹이고 복쟁이 쓸갤르 천석을 만들어서 양일간에 다 먹으면 죽던지 살던지 양단간에 끝이 날 것이다.자 나는 간다 어서 들어가거라"
180
<창조>
181
별주부는 하릴없이 수궁으로 들어가고
182
<아니리>
183
토끼란 놈은 살아났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방정을 떨다가 탁 그물에 걸렸겄다.
184
<창조>
185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차라리 내가 수궁에서 죽었드라면 정초 한식 단오추석이나 받어먹을 것을 이제는 뉘놈의 뱃속에다 장사를 헐거나"
186
<아니리>
187
이리한참 설리 울며 축 쳐져있을적에 쉬파리떼가 윙 날라드니 토끼 어찌 좋았던지
188
"아이고 쉬낭청 사촌님네들 어데갔다 인제 오시오" 쉬파리떼들이 깜짝놀래 "이놈 죽은줄 알고 쉬 쉴라고 왔더니 너 살었구나 네 이놈 그물에 걸렸으니 속절없이 죽게 생겼구나" "죽고 살기는 내 재주에 매였아오나 내 몸에다 쉬나 좀 실어주시오" "니가 꾀를 부릴 양으로 쉬를 실어달라하지만 사람의 손을 당할소냐?" "사람의 손이 어떻단 말씀이요?" "내가 이를테니 들어봐라"
189
<자진모리>
190
"사람의 내력을 들어라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손이라 허는 것은엎어노면 하늘이요 됫세노면 땅인디 요리조리 금이기는 일월 다니는 길이요엄지장가락이 두마디기는 천지인 삼재요 지가락이 장가락만 못허기는 정월 이월 삼월 장가락이 그중에 길기는 사월 오월 유월이요 무명지가락이 장가락만못허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중에 짜룹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디 자오 묘유가 여가 있고 건감간진 손이곤태(乾坎艮震巽離坤兌) 삼천팔쾌(先天八卦)가 여가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연(坎中連) 간상연(艮上連)여가있고 육도기문(六道記文)에 대장경(大藏經) 천지가 모두 일장중이니 니아무리 꾀를 낸들 사람의 손하나 못당허리라 두말말고 너 죽어라"
191
<아니리>
192
"그저 죽고살기는 내 재주에 매였으니 내 몸에다 쉬나 좀 실어주시오" 쉬파리떼가 달라들어 쉬를 빈틈없이 담뿍 실어놓고 날아간뒤에 토끼란 놈은 죽은 듯이 엎져 있을적에 그때 마침 초동목수(樵童牧揷) 아이들이 지게갈퀴 짊어지고 뫼나리를 부르며 올라오는디
193
<중모리>
194
아이가리너 어이가리너 어이가리너 너와넘차 사람이 세상에 삼겨날제 별로 후박이 없건마는 우리네 팔자는 무슨 여러팔자로서 심심산곡을 다니는가 여보아라 동지들아 너는 저골을 비고(베고) 나는 이 골을 비어 부러진 잡목떨어진 낙엽을 긁고 비고 몽똥거려 위부모처자를 극진공대를 허여보세 어이가리너 너와넘차
195
<아니리>
196
이리한참 올라오다가 보니 토끼가 걸려있겄다.
197
"아따 야들아 토끼 걸렸다 거 불피워라 구어먹고 가자" 한놈이 썩 들어가 토끼 뒷다리를 쑥 빼여보드니 "야 이놈 걸린지 오래다 쉬를 담뿍 실었구나" "그러면 냄새를 맡아 보아라" 이 놈이 냄새를 맡되 머리쯤 맡았으면 잘 구어먹고 갈 것인데 하필이면 밑구멍에다 맡은 것이 꾀많은 토끼가 수궁에서 참고 나왔던 도토리방구를 스르르르~ 뀌여놓니 꼭 구렁이 썩는 냄새가 나겄다.
198
"아따 이것 썩었다!" 한놈있다
199
"썩었으면 내 버려라" 획 집어 내던진 것이 저 건너가서 오똑서서 "어이게 시러배 아들놈들 너희들보다 더한 수궁에 가서 용왕도 속이고 나왔는디 너 같은 놈들한테 죽을소냐?" 토끼란 놈이 살아났다고 신명내어 다시 한번 놀아보는디
"아이고 아이고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수궁천리 먼먼길에 겨우겨우 얻어내온 것을 무주공산에다 던져두고 임자없이 죽게되니 이 아니 섧소이까?"
211
<아니리>
212
"야 이놈아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오라 이번에 제가 수궁엘 들어갔었지요" "그래서?" "수궁엘 들어갔더니 용왕께서 의사줌치(意思줌치: 갖은 꾀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하나 주십디다" "그래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오라 이상스럽디다 쫙 펴놓고 보면 궁기가 서너개 뚫렸는디 그래서 한 궁기를 탁 퉁기면서 썩은 도야지 창자 나오니라 허면 그저꾸역꾸역 나오고 도 한궁기를 툭 퉁기면서 도야지 새끼나 개창자나 나오니라 허면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또 한궁기를 톡 퉁기면서 삥아리새끼들 나오니라 허면 삥아리새끼가 하루에 일천오백마리씩이나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무엇이든지 내 소원대로 나오는 그런 좋은 보물을 임자 찾어 못주고 저기저 무주공산에다가 두고 죽게되니 그 아니 원통허요?" "야 이놈 토끼야! 그러면 니 목숨을 살려줄테니 그것좀 날 줄래?" "아이고 장군님 목숨만 살려주시면 드리고 말고요" "그러면 그것이 어데 있느냐?" "저기 있습니다" "가자!"
213
독수리란 놈이 토끼 대굴박을 좋은 소주병 들 듯 딱 들고서 훨훨 날아가더니 "여기냐?" "예!"
214
바위옆에다 턱 내려놓고 "나 시장해 못살겄다 어서 빨리 의사줌치좀 내오너라" "장군님 내가 저 안에 들어가서 내올틴께 내 뒤발을 잡고 계시다가 놓아달라는대로 조금씩 놓아 주십시오" 토끼는 꾀가 많은 놈이라 앞발을 바위틈에다 쏙 집어 넣고 버리더니 "장군님 조금만 뇌 주시오,아 닿을만합니다.조금만 더 쪼끔쪼끔쪼끔...." 허다가 갑자기 뒷발을 탁 차고 바위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느닷없이 시조반장을 내겄다.
215
<시창>
216
세월이 여유허여
217
<아니리>
218
"야 이놈 토끼야 ! 아 내가 시장해 죽겠는디 무엇이 그리 한가헌채허고 들어가서 시조를 부르고 앉았느냐? 어서 이리 가져오너라" 토끼가 호령을 하는디 "너 이놈 독술아 내 발길 나가면 니 해골 터질테니 어서 날아가거라!" "너 이놈 다시 안나올래?" "내가 노래에 출입헐 수도 없고 집에서 손자나 봐주고 지낼란다. 어서 잔말말고 날아가거라 이것이 바로 내가 살어났으니 의사줌치라 하는 것이다."
219
<엇중모리>
220
독수리 그제야 돌린줄을 알고 훨훨 날아가고 별주부 정성으로 대왕병도 즉차허고 토끼는 그 산중에서 완연히 늙더라 그 뒤야 뉘가 알리 호가창창 불악이라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