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회 /449. [쪽수는 임명덕본 원문]

大師曰 “善哉! 善哉!

대사왈 “선재! 선재!

대사 가로되,

“선재, 선재(善哉)라.

汝等八人也 至誠如此 寧不感動.”

여등팔인야 지성여차 녕불감동.”

너희 팔인이 지성이 이 같으니 어찌 감동치 않으랴.”

遂引上法座 講說經文

수인상법좌 강설경문

드디어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白毫光射世界 天花下如亂雨

백호광사세계 천화하여난우

백호(白毫) 빛이 세계에 비치고

하늘 꽃이 어지러운 비같이 내리더라.

說法將畢 乃誦四句之偈

설법장필 내송사구지게

설법함을 장차 마치려 하여

네 구 게송을 송(誦)하였다.

性眞及八尼姑 皆頓悟本性 大得寂滅之道.

성진급팔니고 개돈오본성 대득적멸지도.

성진과 팔 비구는 모두 본성을 돈오하여

크게 적멸지도를 얻었다.

大師見性眞戒行純熟 乃會衆弟子 乃言曰

대사견성진계행순숙 내회중제子 내언왈

대사는 성진의 계행(戒行)이 높고 순숙(純熟)함을 보고

이에 대중제자들을 모으고 말했다.

“我本爲傳道 遠入中國 今旣得傳法之人 我今行矣.”

“아본위전도 원입중국 금기득전법지인 아금행의.”

“내 본디 전도(傳道)함을 위하여 멀리서 중국에 들어왔더니,

이제 정법을 전할 사람을 이미 얻었으니 나는 이제 떠나가노라.”

以袈裟及一鉢淨甁錫杖金剛經一卷

이가사급일발정병석장금강경일권

가사와 바리와 정병(淨甁)과 석장과 금강경 한 권을

給性眞 遂向西天而去.

급성진 수향서천이거.

성진에게 주고 드디어 서천(西天)으로 떠나갔다.

此後性眞率蓮花道場大衆 大宣敎化

차후성진솔연화도장대중 대선교화

이후에 성진이 연화 도량 대중을 거느려

크게 교화(敎化)를 베푸니,

仙與龍神 人與鬼物 尊重性眞如六觀大師

선여용신 인여귀물 존중성진여육관대사

신선과 용신과 사람과 귀신이

한 가지로 존숭(尊崇)함을 육관대사와 같이하고

八尼姑皆師事性眞 深得菩薩大道 畢竟皆歸於極樂世界.

팔니고개사사성진 심득보살대도 필경개귀어극락세계.

여덟 비구니가 모두 성진을 스승으로 섬겨

깊이 보살 대도를 얻어

필경에는 모두 극락세계에 귀의하더라.

嗚呼異哉!

오호이재!

아, 신이롭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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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회 /447. [쪽수는 임명덕본 원문]

丞相大喜曰

승상대희왈

“吾九人之心 旣相合矣 尙何事之可慮乎?

“오구인지심 기상합의 상하사지가려호?

승상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구인의 마음은 이미 서로 부합하니

오히려 무슨 일을 걱정하겠는가?

我當以明日作行矣.”

아당이명일작행의.”

내 마땅히 내일 떠나가리라.”하더라.

諸娘子曰 “妾等當各奉一盃 以餞丞相矣.”

제낭자왈 “첩등당각봉일배 이전승상의.”

여러 낭자가 말했다.

“첩들은 마다히 각각 한 잔씩을 받들어 승상을 전송하리이다.”

方命待兒 洗盞更酌矣

방명대아 세잔갱작의

방금 시녀를 명하여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루게 하니

投筑之聲 忽出於欄外石逕.

투축지성 홀출어난외석경.

축을 던지는 소리가 홀연(忽然) 난간 밖 돌길에서 나거늘

諸人皆曰 “何許人敢來於是處乎?”

제인개왈 “하허인감래어시처호?”

여러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

“ 어떤 사람이 이곳에 올라오는고?” 라고 했다.

已而 有一衲胡僧至前

이이 유일납호승지전

이미 한 승복을 입은 호승(胡僧)이 앞에 이르렀는데

厖眉尺長 碧眼波明 形貌動靜甚異矣.

방미척장 벽안파명 형모동정심이의.

긴 눈썹이 한 자 길이는 되고 파란 눈이 물결처럼 맑고

외모와 몸동작이 심히 괴이했다.

儼上高臺 與丞相對坐曰

엄상고대 여승상대좌왈

엄연(儼然)히 높은 대에 올라 승상과 마주 앉았다.

“山野之人 謁於大丞相矣.”

“산야지인 알어대승상의.”

“산야(山野) 사람이 대승상께 뵈옵니다.”

丞相已知非俗僧 忙起答禮曰

승상이지비속승 망기답례왈

승상이 이미 세속의 승려가 아닌 줄을 알고

황망(慌忙)히 일어나 답례했다.

“師傅來從何處乎?”

“사부래종하처호?”

“사부(師父)께서는 어디서 오십니까?”

胡僧笑曰 “丞相不解平生故人乎?

호승소왈 “승상불해평생고인호?

호승이 소왈(笑曰)

“평생 평생고인(故人)을 몰라보십니까?

曾聞貴人善忘 果是矣!”

증문귀인선망 과시의!”

일찍이 귀인(貴人)은 잘 잊는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과연 옳도다.”

丞相熟視之 似是舊面 而猶不分明矣

승상숙시지 사시구면 이유불분명의

승상이 자세히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했으나 오히려 분명치는 않았다.

忽大悟 顧諸夫人而言曰

홀대오 고제부인이언왈

홀연 크게 깨달아 여러 부인을 돌아보며 왈,

“少游曾伐吐藩時 夢參於洞庭龍宮之宴 歸路暫上於南岳

“소유증벌토번시 몽참어동정용궁지연 귀로잠상어남악

“소유가 일찍이 토번을 정벌할 때

꿈에 동정 용궁의 잔치에 가 참석하고

돌아올 길에 잠시 남악에 올랐습니다.

見老和尙跏趺於法座 與衆弟子等講佛經矣

견노화상가부어법좌 여중제자등강불경의

늙은 화상(和尙)을 만났는데 법좌(法座)에 가부좌하고 앉아서

여러 제자들과 불경을 강론(講論)했습니다.

師傅無乃夢中所見之和尙乎?”

사부무내몽중소견지화상호?”

사부는 곧 꿈속에 만났던 화상이 아닙니까?”

胡僧拍掌大笑曰 “是矣 是矣 然只記夢中之一見

호승박장대소왈 “시의 시의 연지기몽중지일견

호승이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옳다, 옳다. 그러나 몽중(夢中)에 잠깐 만나 본 일은 기억하면서

而不記十年之同處 誰謂楊丞相聰明乎?”

이불기십년지동처 수위양승상총명호?”

십 년을 동처(同處)하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뉘라서 양 승상을 총명타 말하는고?”

丞相憫然曰 “少游十六歲以前 不離父母之眼前

승상민연왈 “소유십육세이전 불리부모지안전

승상이 민망했다.

“소유가 십륙 세 이전에는 부모의 안전을 떠나지 않았고,

十六歲登第 連有職名 不出京城

십육세등제 연유직명 불출경성

십육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경성 밖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南使燕鎭 西擊吐藩之外 足跡無所及處

남사연진 서격토번지외 족적무소급처

남으로 연국(燕國)에 진을 개척하고

서쪽으로 토번을 정벌한 외에는

족적이 미친 곳이 없는데,

何時與師傅 十年相從乎?”

하시여사부 십년상종호?”

언제 사부와 십 년을 상종(相從)하였으리오?

胡僧笑曰 “丞相尙未醒昏夢矣.”

호승소왈 “승상상미성혼몽의.”

호승이 웃었다.

“상공이 오히려 춘몽(春夢)을 깨지 못하였도다.”

少游曰 “師傅可能使少游大覺乎?”

소유왈 “사부가능사소유대각호?”

소유가 말했다.

“사부는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할 수 있습니까?”

胡僧曰 “此不難矣.”

호승왈 “차불난의.”

호승이 답했다.

“이는 어렵지 않습니다.”

高擧手中錫仗 大叩欄干至再

고거수중석장 대고난간지재

손에 든 석장을 높이 들어

난간을 크게 두드리기를 두 번 하니,

遽有白雲亂起於四面山谷之間

거유백운난기어사면산곡지간

홀연 사방 산곡에서 흰구름이 어지럽게 일어나

陣陣飛來 環擁臺上 昏昏暗暗

진진비래 환옹대상 혼혼암암

모인 자리에 날아와 대상을 에워싸 어두컴컴해져

尋丈不辨丞相若在醉夢中矣.

심장불변승상약재취몽중의.

지척(咫尺)을 분별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했다.

良久 乃大聲疾呼曰

양구 내대성질호왈

그는 한참만에 큰소리를 내질렀다.

“師傅不以正道 指敎少游 乃以幻術相戱耶!”

“사부불이정도 지교소유 내이환술상희야!”

“사부는 정도(正道)로 소유를 인도(引導)치 아니하고

환술(幻術)로 서로 희롱하나이까?”

言未盡 雲氣盡捲

언미진 운기진권

말을 다하지 못하여서 구름이 다 걷히니

胡僧及 兩夫人六娘子 皆無蹤迹矣.

호승급 양부인육낭자 개무종적의.

호승과 두 부인과 육 낭자는 모두 종적이 없었다.

大驚大惑 定睛詳視

대경대혹 정정상시

크게 놀라고 정신이 없어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자세히 보니

則層樓複臺 疎簾密箔 都不可見

즉층루복대 소렴밀박 도불가견

층층한 누각과 겹친 대와

성긴 발들과 빽빽하던 발들은

도시 뵈지 않고

而自顧其身 獨在小庵中蒲團上

이자고기신 독재소암중포단상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니

홀로 한 작은 암자 중의 포단 위에 앉았는데,

火消香爐 月在西峰

화소향로 월재서봉

향로(香爐)에 불은 꺼지고, 달은 서족 산봉우리에 비치었다

自撫其頭 則頭髮新剃 餘根鬆鬆

자무기두 칙두발신체 여근송송

스스로 제 머리를 만져보니

두발을 갓 깎아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고

一百八顆念珠 已垂項前

일백팔과염주 이수항전

일백여덟 낱 염주(念珠)가 이미 목 앞에 걸렸고,

眞是小和尙形摸 非復大丞相威儀

진시소화상형모 비부대승상위의

참으로 소화상의 몸이고 다시 대승상의 위의는 없었다.

神情愡愡 胸膈憧憧矣.

신정총총 흉격동동의.

정신을 잃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旣久忽覺 其身是蓮花道場性眞小和尙也

기구홀각 기신시연화도장성진소화상야

오랜 후에 비로소 깨달으니,

제 몸이 연화 도량의 성진(性眞) 소화상이었고

回念初被師傅戒責 隨力士往豊都

회념초피사부계책 수역사왕풍도

돌이켜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책망을 당하여

역사를 따라 풍도로 가고,

幻生人世 爲楊家之子

환생인세 위양가지자

인간세상에 환생하여 양가의 아들이 되어

/448.

早捷壯元 爲翰林之官 出將三軍 入摠百揆

조첩장원 위한림지관 출장삼군 입총백규

일찍이 장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고,

나아가 삼군에 대장이 되고

내직에 들어와서는 온갖 법도를 총괄하다가

上疏乞退 謝事就閑

상소걸퇴 사사취한

상소하여 은퇴를 빌고 업무를 떠나 한가로움에 나아가

與兩公主六娘子 對歌舞 聽琴瑟

여양공주육낭자 대가무 청금슬

두 공주 육 낭자와

가무를 구경하고 비파소리를 듣고

盃酒團欒 宸昏行樂 皆一場春夢中事.

배주단란 신혼행락 개일장춘몽중사.

잔술로 단란하고 밤낮으로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었다.

乃曰: 此必師傅知吾一念之差 俾著人間之夢

내왈: 차필사부지오일념지차 비저인간지몽

이에 생각하기를,

이것은 필연 사부가 나의 한결같은 생각이 잘못임을 알고,

인간세상의 꿈을 꾸게 하여

要令性眞 知富貴繁華 男女情慾 皆妄幻也.”

요령성진 지부귀번화 남녀정욕 개망환야.”

요컨대 성진으로 하여금

인간세상의 부귀영화와 남녀 정욕이

다 허망하고 환상인 줄 알게 함이로다.

急向石泉 淨洗其面 着納整弁

급향석천 정세기면 착납정변

급히 석천으로 향하여 얼굴을 개끗이 씻고

승복을 입고 고깔을 바로 쓰고

自詣方丈 衆闍梨已齊會矣.

자예방장 중도리이제회의.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大師高聲問曰 “性眞 人間滋味果如何耶?”

대사고성문왈 “성진 인간자미과여하야?”

대사가 큰소리로 물었다.

“성진아, 인간 세상 자미가 과연 어떠하더뇨?”

性眞叩頭流涕曰

성진고두유체왈

성진이 고두하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性眞已大覺矣 弟子無狀

성진이대각의 제자무장

“성진이 이미 크게 깨달았나이다.

제자가 불초(不肖)하고

操心不正 自作之蘖 誰怨誰咎

조심부정 자작지얼 수원수구

마음가짐이 부정하여 스스로 지은 죄이니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허물하리오?

宜處缺陷之世界 永受輪回之咎殃

의처결함지세계 영수윤회지구앙

마땅히 결함있는 세상에 거처하며

영구히 윤회(輪廻)의 재양을 받아야 하나

而師傅喚起一夜之夢 能悟性眞之心

이사부환기일야지몽 능오성진지심

사부게서 하룻밤 꿈으로 환기하여

성진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하시니,

師傅大恩 雖閱千萬塵 而不可報也.”

사부대은 수열천만진 이불가보야.”

사부님의 크신 은혜는

천만 겁(劫)이 지날지라도 보답할 수 없습니다.”

大師曰 “汝乘興而去 興盡而來

대사왈 “여승흥이거 흥진이래

대사가 말했다.

“네가 승흥(乘興)하여 갔다가 흥진(興盡)하여 돌아왔으니

我有何干與之事乎?”

아유하간여지사호?”

내 무슨 간여한 일이 있으리요?

汝又曰 “弟子夢人間輪回之事

여우왈 “제자몽인간윤회지사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한 일을 꿈꾸었다 하니,

此汝以夢與人世 分而二之也

차여이몽여인세 분이이지야

이는 네가 꿈과 인세를 나누어 둘로 함이니,

汝夢猶未盡覺也

여몽유미진각야

너의 꿈은 오히려 다 깨어나지는 못하였도다.

莊周夢爲蝴蝶 蝴蝶又變爲莊周

장주몽위호접 호접우변위장주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나비 또한 변화하여 장주가 되었다.’

莊周曰 “莊周之夢 爲蝴蝶耶?

장주왈 “장주지몽 위호접야?

장주가 말하기를,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蝴蝶之夢 爲莊周耶?”

호접지몽 위장주야?”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終不能辨之 孰知何事之爲夢? 何事之爲眞耶?

종불능변지 숙지하사지위몽? 하사지위진야?

끝내 분변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꿈인지, 어떤 일이 참인지 누가 알겠는가?

今汝以性眞爲汝身 以夢爲汝身之夢

금여이성진위여신 이몽위여신지몽

이제 너는 성진을 네 몸인 줄 알고

꿈을 네 몸의 꿈으로 여긴다면

則汝亦以身與夢 謂非一物也

칙여역이신여몽 위비일물야

너 또한 네 몸과 꿈을 일물(一物)이 아님을 말함이다.

性眞少游孰是夢也? 孰非夢也?

성진소유숙시몽야? 숙비몽야?

성진과 소유는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닌가?”

性眞曰 “弟子蒙暗 不能辨夢非眞也 眞非夢也

성진왈 “제자몽암 불능변몽비진야 진비몽야

성진이 가로되,

“제자, 몽매하여 꿈은 참이 아니고

참은 꿈이 아님을 분변치 못하오니,

望師傅說法 使弟子覺之.”

망사부설법 사제자각지.”

바라옵건대 사부께서는 설법하사

제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소서.”

大師曰 “我當說金剛經大法 以悟汝心

대사왈 “아당설금강경대법 이오여심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金剛經)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而當有新來弟子 汝姑待之.”

이당유신래제자 여고대지.”

마땅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너는 잠시 기다려라.”

性眞未退 守門道人告曰

성진미퇴 수문도인고왈

성진이 물러나지 아니하였는데,

문 지키는 도인이 들어와 알렸다.

“昨日所來衛夫人座下仙女八人 又到請謁於大師矣.”

“작일소래위부인좌하선녀팔인 우도청알어대사의.”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서 대사께 뵙기를 청합니다.”

大師命召之 八仙女詣大師之前 合掌叩頭曰

대사명소지 팔선녀예대사지전 합장고두왈

대사가 들어오라 명하니,

팔 선녀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말했다.

“弟子等雖侍衛夫人左右

“제자등수시위부인좌우

“제자들이 비록 위부인 좌우에서 모셨을지라도

而實無所學 未制妄念

이실무소학 미제망념

실로 배운 것이 없어 망념을 제어하지 못하고

情慾乍動 重譴隨至

정욕사동 중견수지

정욕이 잠시 발동하면 무거운 견책이 뒤따라 이르러

塵土一夢 無人喚醒

진토일몽 무인환성

인간 세상의 한 꿈임을 환기시켜 깨워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妾夢師傅慈悲 親往挈來

첩몽사부자비 친왕설래

첩의 꿈에 사부님께서 자비하심으로 친히 오셔서 이끌어 주시니

而昨衛夫人宮中 摧謝前日之罪

이작위부인궁중 최사전일지죄

어제는 위부인 궁중에서 전일의 죄를 물리치고

旋辭夫人 永歸佛門

선사부인 영귀불문

위부인을 떠나 영구히 불문에 귀의했으니

伏乞師傅快赦舊愆 特垂明敎.”

복걸사부쾌사구건 특수명교.”

엎드려 비옵건대

사부께서는 묵은 허물을 사하시고

특히 밝은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大師曰 “女仙之意雖美 佛法深遠 不可猝學

대사왈 “여선지의수미 불법심원 불가졸학

대사가 말했다.

“여선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은 깊고 머니,

갑작스레 배울 수는 없다.

非大德量大發願 則道不能成矣. 仙女自量而處之.”

비대덕량대발원 칙도불능성의. 선녀자량이처지.”

큰 역량과 큰 발원(發願)이 아니면 능히 이룰 수 없나니,

선녀들은 스스로 헤아려 처하라.”

八仙女卽退 滌滿面之臙粉

팔선녀즉퇴 척만면지연분

팔 선녀가 물러나

낯 위에 가득한 연지분(臙脂粉)을 씻어 버리고

脫遍身之綺縠 取金剪刀

탈편신지기곡 취금전도

온 몸에 걸친 비단옷을 벗고 스스로 금전도(金剪刀)를 취하여

自剃綠雲之髮 復入告曰

자체녹운지발 부입고왈

흑운(黑雲) 같은 머리를 깎고 다시 들어와 사뢰었다.

“弟子等旣已變形 誓不慢師傅之敎訓矣.”

“제자등기이변형 서불만사부지교훈의.”

“제자들이 이미 외모를 고쳣사오니

맹세코 사부님의 교훈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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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회 /445. [쪽수는 임명덕본 원문]

丞相尤感聖恩 叩頭祗謝 率家卽移接於翠微宮

승상우감성은 고두지사 솔가즉이접어취미궁

승상은 더욱 성은에 감격하여 머리를 조아려 감사하고

가솔을 거느리고 곧 취미궁으로 옮겼다.

此宮在終南山中 樓臺之壯麗 景致之奇絶

차궁재종남산중 누대지장려 경치지기절

이 궁은 종남산 중에 있어 누대가 장려하고

경치가 기이하게 빼어나니

卽蓬萊仙境 王維學士 詩曰

즉봉래선경 왕유학사 시왈

곧 봉래선경이었다.

왕유의 시에,

仙居未必能勝此

선거미필능승차 신선의 거처도 반드시 이보다 낫지 못하리니

何事吹嘯向碧空

하사취소향벽공 무슨 일로 피리를 불어 벽공을 향하는고?

以此一句 可占其絶勝矣!

이차일구 가점기절승의!

라고 한 이 한 구로 그 절승을 점칠 수 있다.

丞相空其正殿 奉安詔旨及御製詩文

승상공기정전 봉안조지급어제시문

승상은 그 정전을 비워

조서 어지 및 어제 시문을 봉안하고

其餘樓閣臺榭 兩公子諸娘子分居

기여누각대사 양공자제낭자분거

그 나머지 누각과 대와 정자는

두 공자와 여러 낭자들이 나누어 거처하고

丞相日與兩夫人六娘子 臨水弄月

승상일여양부인육낭자 임수농월

승상은 날마다 두 부인과 여섯 낭자와

냇가에서 달을 희롱하고

入谷尋梅 過雲壁 則賦詩而寫之

입곡심매 과운벽 칙부시이사지

계곡에 들어 매화를 찾고

구름이 지나가는 석벽을 지나치면 시를 지어 썼다.

坐松陰 則橫琴而彈之

좌송음 칙횡금이탄지

소나무 그늘에 앉으면 거문고를 비겨 안고 타니

晩年淸閑之福 令人起羨

만년청한지복 령인기선

만년의 맑고 한가로운 복이 사람들을 부럽게 했고

丞相就閑謝客 亦已累年矣.

승상취한사객 역이누년의.

승상은 한가함에 나아가

손님을 보낸 지가 이미 여러 해였다.

仲秋旣望 卽丞相晬日

중추기망 즉승상수일

중추[팔월] 열엿새날은 곧 승상의 생일이었다.

諸子女設宴獻壽 至十餘日

제자녀설연헌수 지십여일

여러 자녀들이 잔치를 베풀고

헌수한 지가 십여일에 이르렀다.

繁華景色 不可言也 宴罷 諸子女 各歸其家.

번화경색 불가언야 연파 제자녀 각귀기가.

번화한 광경은 다 말할 수 없었다.

잔치가 파하고 여러 자녀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俄而 菊秋佳節迫矣

아이 국추가절박의

어언 국화가 피는 가절이 임박했다.

菊花綻萼 茱萸垂實

국화탄악 수유수실

국화는 붉은 봉오리가 벌어지고

수유는 열매를 떨구었다.

正當登高之時也.

정당등고지시야.

정히 등고절을 맞이했다.

翠微宮西畔有高臺

취미궁서반유고대

취미궁 서쪽 언덕에 높은 대가 있는데

登臨則八百里秦川 如掌樣見也 丞相最愛其臺

등임칙팔백리진천 여장양견야 승상최애기대

그 위에 오르면 팔백리 진천이 손바닥 같이 보여

승상은 그 대를 가장 좋아했다.

是日 與兩夫人六娘子 登其上

시일 여양부인육낭자 등기상

이날 두 부인 및 여섯 낭자와 그 대에 올라

頭揷一枝黃菊 以賞秋景

두삽일지황국 이상추경

머리에 황국 한 가지를 꽂고 가을 경치를 구경했다.

乃斥珍羞屛管絃 使春雲挈果榼

내척진수병관현 사춘운설과합

진수성찬을 물리고 관현악을 울리며

춘운에게 과일 그릇을 가져오게 하고

使蟾月携玉壺滿酌泛菊 與妻妾以次暢飮

사섬월휴옥호만작범국 여처첩이차창음

섬월에게 술병을 가져다 잔에 가득 부어 국화를 띄우게 하고

처첩들과 차레로 읊조리며 술을 마시는데

而已返照倒射於昆明 雲影低垂於廣野

이이반조도사어곤명 운영저수어광야

이미 저녁 햇살은 곤명에 거꾸로 비치고

구름 그림자는 광야에 낮게 드리우니

秋色燦爛如展活畵

추색찬란여전활화

가을빛이 찬란하여 마치 생생한 그림 폭을 펼친 듯했다.

丞相手把玉簫 自吹數曲 其聲鳴鳴咽咽 如怨如思

승상수파옥소 자취수곡 기성명명열열 여원여사

승상이 손으로 옥퉁소를 잡고 스스로 여러 곡을 부니

그 소리가 매우 처량하여 원망하는 듯, 그리워하는 듯,

如泣如訴 若荊卿渡易水 與高漸離擊筑相和

여읍여소 약형경도역수 여고점리격축상화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

형가(荊軻) 경이 역수를 건널 적에

고점리가 축을 연주하여 서로 화답함과 같았고

覇王在帳中 與虞美人唱歌怨別

패왕재장중 여우미인창가원별

초패왕이 장막 중에서

우미인과 창가하며 이별을 원망하는 듯했다.

諸美人悲思盈襟 慘怛不樂.

제미인비사영금 참달불락.

모든 미인이 처연(凄然)하여 슬픈 빛이 많더라.

兩夫人問曰 “丞相早成功名 久亨富貴

양부인문왈 “승상조성공명 구형부귀

두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일찍이 공명을 이미 이루고 오랫동안 부귀를 누려

一世所羨 近古所罕 當此佳辰 風景正美

일세소선 근고소한 당차가신 풍경정미

온 세상이 부러워 하는 바요

근고(近古)에 드믄 바이라.

좋은 시절을 당하여 풍경은 정히 아름답고

菊英泛觴 玉人滿座 是亦人生樂事

국영범상 옥인만좌 시역인생낙사

국화 꽃잎을 술잔에 띄우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리에 가득하니,

이 또한 인생(人生)의 즐거운 일이어늘,

而簫聲甚哀 使人堪涕

이소성심애 사인감체

퉁소소리 심히 슬퍼

사람들에게 눈물을 감당케 하니

今日之簫聲 非昔日之吹簫也.”

금일지소성 비석일지취소야.”

오늘 퉁소 소리는 옛날에 불던 퉁소가 아니로다.

/446.

丞相乃投玉簫與八人 徒倚欄干 擧手指明月而言曰

승상내투옥소여팔인 도의난간 거수지명월이언왈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여덟 여인과 난간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명월을 가리키며 가로되,

“北望則平郊四曠 頹嶺獨立 夕照殘影

“북망칙평교사광 퇴령독립 석조잔영

“북(北)으로 바라보니 평평한 교외는 사방이 밝은데

무너진 언덕이 홀로 서서 저녁빛이 잔영을 비치어

明滅於荒草之間者 卽秦始皇阿房宮也.

명멸어황초지간자 즉진시황아방궁야.

황량한한 풀밭에 명멸하는 것은

곧 진시황의 아방궁(阿房宮)이요,

西望則悲風悄林 暮雲幕山者 漢武帝茂陵也.

서망칙비풍초림 모운막산자 한무제무릉야.

서쪽을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를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茂陵)이요,

東望則粉牆繚繞於靑山 朱薨隱暎於碧空

동망칙분장료요어청산 주훙은영어벽공

동쪽을 바라보니 분칠(粉漆)한 성(城)이 청산(靑山)을 둘렀고

붉은 박공(牔栱)이 푸른 하늘에 은은히 비치는데,

只有明月 自來自去 玉欄干頭 更無人倚者

지유명월 자래자거 옥란간두 갱무인의자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卽玄宗皇帝與太眞 同遊之華淸宮也.

즉현종황제여태진 동유지화청궁야.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太眞妃)와

함께 노시던 화청궁(華淸宮)이라.

噫! 此三君 皆千古英雄

희! 차삼군 개천고영웅

아, 이 세 임금은 모두 천고의 영웅(英雄)이라.

以四海爲戶庭 以億兆爲臣妾

이사해위호정 이억조위신첩

사해(四海)로 집을 삼고 억조(億兆)창생으로 신첩(臣妾)을 삼아

雄豪意氣 軒輊宇宙

웅호의기 헌지우주

웅호한 의기가 우주를 누지르고

直欲挽三光 而閱千歲矣 而今安在哉?

직욕만삼광 이열천세의 이금안재재?

곧장 세 빛을 끌어당겨

천년을 보고자 하더니 그들은 이제 다 어디 있는가?”

少游以河東一布衣 恩承聖主 位致將相

소유이하동일포의 은승성주 위치장상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聖天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將相)에 이르고,

且與諸娘子相遇 厚意深情 至老益密

차여제낭자상우 후의심정 지노익밀

여러 낭자를 서로 만나 후의와 깊은 정이

늘그막에 이르러 더욱 깊어지니,

非前生未了之緣 必不及於是也

비전생미료지연 필불급어시야

만일 전생에 못다한 인연(因緣)이 아니라면

반드시 여기에 미치지는 못했으리라.

男女以緣而會 緣盡而歸 乃天理之常也.

남녀이연이회 연진이귀 내천리지상야.

남녀는 인연으로 만나 인연이 다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리(天理)에 떳떳한 일이라.

吾輩一歸之後 高臺自頹 曲池且堙

오배일귀지후 고대자퇴 곡지차인

우리들이 한 번 돌아간 후에

높은 대가 저절로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워지고,

今日歌殿舞榭 使作衰草寒烟

금일가전무사 사작쇠초한연

오늘 가무(歌舞)하던 전각과 정자는

거친 초목과 차가운 안개에 묻히게 되면

必有草竪牧童 悲歌暗歎 往來而相謂曰

필유초수목동 비가암탄 왕래이상위왈

반드시 초부(樵夫)와 목동(牧童)이 슬피 노래하고 몰래 탄식하여

오르내리며 가로되,

“此乃楊丞相與諸娘子所遊之處

“차내양승상여제낭자소유지처

“이것이 양 승상이 여러 낭자와 놀던 곳이다.

大丞相富貴風流 諸娘子玉容花態 已寂寞矣.”

대승상부귀풍류 제낭자옥용화태 이적막의.”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화태(玉容花態)는

이미 적막하도다.”라고 할 것이다.

人生到此 則豈不如一瞬之頃乎?

인생도차 즉기불여일순지경호?

인생이 여기에 이르면

어찌 일순간이 아니리오?

天下有三道 曰儒道 曰仙道 曰佛道

천하유삼도 왈유도 왈선도 왈불도

천하에 세 가지 도가 있으니

유도(儒道)와 선도(仙道)와 불도(佛道)라.

三道之中 惟佛最高 儒道成全

삼도지중 유불최고 유도성전

삼도 중에 불도가 가장 높고 유도는 온전함을 이룬다.

明倫紀 貴事業 留名於身後而已;

명윤기 귀사업 류명어신후이이;

유도는 윤기를 밝히고 사업을 귀히 여기고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길 뿐이요,

仙道近誕 自古求之者甚多 而終末能得之

선도근탄 자고구지자심다 이종말능득지

선도는 허타함에 가까우니

예부터 이를 구하는 자들은 심히 많으나

끝내 이를 얻을 수는 없다.

秦皇, 漢武, 及玄宗皇帝 可鑑也.

진황, 한무, 급현종황제 가감야.

진 시황, 한 무제, 현종황제가 귀감일 수 있다.

吾自致仕來此之後 每夜着睡

오자치사래차지후 매야착수

내 치사(致仕)한 후로부터 매일 밤에 잠이 들면

則夢中必參禪於蒲團之上

칙몽중필참선어포단지상

꿈속에 반드시 포단(蒲團) 위에서 참선하니

此必與佛家有緣也.

차필여불가유연야.

이 필연 불가와 인연이 있음이다.

我將效張子房 從赤松子

아장효장자방 종적송자

내 장차 장자방(張子房)의 적송자(赤松子) 좇음을 효칙(效則)하여

棄家求道 越南海 尋觀音

기가구도 월남해 심관음

집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觀音)을 찾고,

上義臺 禮文殊

상의대 례문수

의상대에 올라 문수(文殊)보살께 예를 드려

得不生不滅之道 欲超塵世之苦海

득불생불멸지도 욕초진세지고해

불생불멸(不生不滅)할 도를 얻어

진세(塵世)의 고해(苦海)에서 초탈하려 하되

但與君輩 半生相從 而未幾將作遠別

단여군배 반생상종 이미기장작원별

여러 낭자와 반평생을 서로 좇다가

얼마 후에 영원히 이별하려 하니

故悲愴之心 必自發於簫聲之中也.”

고비창지심 필자발어소성지중야.”

슬픈 마음이 자연 퉁소 소리 중에 나타남이로다.

諸娘子前身 皆南岳仙女 且塵緣將盡於此時也.

제낭자전신 개남악선녀 차진연장진어차시야.

여러 낭자는 전생이 모두 남악선녀들이었는데

또한 세속 인연이 이 때에 다하려 했다.

及聞相公之言 自有感動之心 齊言曰

급문상공지언 자유감동지심 제언왈

상공의 말을 듣고 절로 감동하는 마음이 있어 일제히 말했다.

“相公繁華之中 乃有是心 豈非天之所啓乎?

“상공번화지중 내유시심 기비천지소계호?

“상공은 부귀 번화 중에 이렇듯 청정(淸淨)한 마음을 내시니

어찌 하늘이 계시한 바가 아니리오?

妾等娣妹八人 當共處深閨

첩등제매팔인 당공처심규

첩 등 자매 팔 인이

마땅히 심규(深閨) 중에서 함께 거처하며

朝夕禮佛 以待相公之還

조석예불 이대상공지환

아침 저녁으로 예불하여 상공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니,

而相公今行 必値明師而遇良朋 得聞大道矣.

이상공금행 필치명사이우양붕 득문대도의.

상공이 이제 가시면

반드시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리니

伏望得道之後 必先敎妾等.”

복망득도지후 필선교첩등.”

엎드려 비옵나니 득도(得道)한 후에

부디 첩 등을 먼저 제도(濟度)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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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회/443. [한문 임명덕본]

人所同艶 而不知履盛之戒

인소동염 이부지리성지계

사람들이 함께 흠모하여

성하면 쇠한다는 경계를 알지 못하고

衆所共爭 而未免滅頂之禍

중소공쟁 이미면멸정지화

대중들이 함께 쟁탈하여

정상에 이르면 기우는 화를 면하지 못하며

此廣受所以快勇退之計也.

차광수소이쾌용퇴지계야.

이에 널리 흔쾌히 용퇴하는 계책을 접수했지만

田竇所以遭傾覆之災也

전두소이조경복지재야

전두는 기울고 전복하는 재난을 만났던 것입니다.

將相公侯雖可榮 而孰如知足乞骸之榮也?

장상공후수가영 이숙여지족걸해지영야?

장상 공후가 비록 영광스러울지라도

뉘라서 족히 해골을 비는 영광을 알겠으며

功名富貴雖可榮 而孰如全身 保家之樂哉?

공명부귀수가영 이숙여전신 보가지낙재?

공명 부귀가 비록 영광스러울지라도

뉘라서 몸을 온전히 하고

집안을 보전하는 즐거움을 알겠습니까?

臣才湔能薄 而躐取高位

신재전능박 이렵취고위

신은 재주가 적고 능력이 부족하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功淺望蔑 而久玷要路

공천망멸 이구점요로

공로가 적고 명망이 낮으나

오래도록 요로에 머물러

貴已極於人臣 榮亦及於父母

귀이극어인신 영역급어부모

부귀는 이미 인신에서 극에 달했고

공명 도한 부모님게 미쳤습니다.

臣之始願 亦不敢萬一於此 人豈以是而期臣哉?

신지시원 역불감만일어차 인기이시이기신재?

신의 처음 소원은

이보다 만분의 일도 되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어찌 이것을 신에게 기대하겠습니까?

況猥以疎逖 聊結婌掖

황외이소적 료결숙액

하물며 외람되이 소적으로 부마가 되어

視過異於群臣 恩賚出於格外

시과이어군신 은뢰출어격외

돌보심이 여러 신하들과는 매우 다르고

은혜로 상을 내리심이 격외로 벗어나고

以藜莧之腸肚 而飫禁臠之味

이려현지장두 이어금련지미

채소를 채우던 위장이

궁궐의 다진 고기 맛으로 배부르고

以蓬蒿之蹤跡 而處沁水之園

이봉호지종적 이처심수지원

쑥대밭에 놀던 종적이

물을 댄 정원에서 노닐며

上以貽聖朝之辱 下而乖賤臣之分

상이이성조지욕 하이괴천신지분

위로는 성조에 욕됨을 끼치고

아래로는 미천한 신분에 어긋나니

臣豈敢自安於食息乎?

신기감자안어식식호?

신이 어찌 먹고 쉬는 데

스스로 평안하겠습니까?

早欲歛迹避榮 杜門辭恩

조욕감적피영 두문사은

일찍이 자취를 거두고 영화를 피하며

문을 닫고 은혜를 사양하여

以僣越濫冒之罪 自謝於天地神明

이참월람모지죄 자사어천지신명

참월하고 몰염치한 죄를

천지신명께 스스로 사죄코자 하였으나

而聖恩隆重 未效涓涘之報

이성은융중 미효연사지보

성은이 융성하고 무거워

작은 보답도 갚지 못하옵고

且臣筋力尙堪驅策之勞

차신근력상감구책지로

또한 신의 근력이

아직 말을 타고 채찍질하는 노고는 감당할 만하므로

故臣不得不淟涊蹲居 遲回不居 擬效一分報酬之誠

고신부득불전년준거 지회불거 의효일분보수지성

부득불 앉은 자리를 더럽히며

도로 주저앉아 만부의 일이라도 은혜를 갚는 정성을 보이고

而卽退守丘園 以畢餘生矣.

이즉퇴수구원 이필여생의.

곧 물러나 고향 선영(先塋)을 지키며

여생을 마치고자 하였습니다.

今殊遇未答 而年齡焂高 微悃莫展

금수우미답 이연령숙고 미곤막전

이제 각별한 은덕을 갚지 못하고

나이가 벌써 높아 작은 정성도 펴지 못하고

而齒髮先衰 形如病木 不秋而自枯

이치발선쇠 형여병목 불추이자고

치아와 모발이 먼저 쇠하여

모습이 병든 나무 같이

가을이 아닌데도 스스로 시들고

心如眢井 不汲而自渴

심여원정 불급이자갈

마음은 마른 우물 같이

물을 긷지 않는데도 저절로 말라

雖欲復效犬馬之力 少報丘山之德

수욕부효견마지력 소보구산지덕

비록 다시 견마의 미력을 본받아

조금이라도 태산 같은 은덕을 갚고자 하오나

其勢末由矣.

기세말유의.

기세(氣勢)는 말미암을 데가 없사옵니다.

今天下賴陛下神聖 四夷率服 兵革不用

금천하뢰폐하신성 사이솔복 병혁불용

이제 천하는 전하의 성덕에 힘입어

사방의 오랑캐들이 복종하여 병기를 쓸 데가 없고

萬民又安 桴鼓不警

만민우안 부고불경

만백성이 또한 평안하여

북채와 북도 놀라지 않습니다.

天休滋室 年穀頻登

천휴자실 년곡빈등

하늘의 평안은 집마다 불어나고

해마다 곡식은 빈번히 결실하니

庶幾致三代大同熙皡之治矣.

서기치삼대대동희호지치의.

거의 삼대의 대동과 화락한 다스림에 이르렀습니다.

雖令臣久留輦轂之下 冒居廟堂之上

수령신구류련곡지하 모거묘당지상

비록 신으로 하여금 조정에 머물러

종묘에 거처하게 할지라도

不過奉朝請 而費廩粟

불과봉조청 이비름속

조정의 청을 받들어

창고 곡식만 허비하는 데 불과하고

坐聽康衢擊壤之歌而已.

좌청강구격양지가이이.

앉아서 격양가를 들으실 뿐이요

尙何有經理猷爲之事乎?

상하유경리유위지사호?

아직도 어찌 나라를 경영하고 다스리는 꾀를 내는 일이 있겠습니까?

噫! 君臣猶父子也

희! 군신유부자야

아, 군신과계는 부자와 같고

父母之心 雖不肖不才之子

부모지심 수불초부재지자

부모의 마음은 비록 못난 재주없는 자식일지라도

在於膝下則喜之 出於門外則思之

재어슬하칙희지 출어문외칙사지

슬하에 있으면 기쁘고 문 밖에 외출하면 염려되오니

臣伏想陛下 必以臣爲簪履舊物經幄

신복상폐하 필이신위잠리구물경악

신이 엎디어 생각건대 페하께서는

신을 비녀와 신발, 옛 물건, 낡은 휘장처럼 여기시어

老臣不忍其一朝退去 而鳴呼人子之思父母

노신불인기일조퇴거 이명호인자지사부모

노신을 차마 하루 아침에 내치지 못하시나

아, 자식의 도리로 부모를 생각함이

何異於父母之愛其子也?

하이어부모지애기자야?

어찌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리오?

臣荷陛下眷注之寵旣至矣

신하폐하권주지총기지의

신이 폐하게서 돌봐주시는 은혜가 이미 지극하고

沐陛下生成之澤亦深矣

목폐하생성지택역심의

폐하게서 내리신 은택을 입음이 이미 깊사오니

一毫一毛 莫非造化陶鑄之功

일호일모 막비조화도주지공

조금도 조화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공로가 없지 않다면

則臣亦豈欲遠辭天陛 退伏丘壑

칙신역기욕원사천폐 퇴복구학

신 또한 어찌 폐하를 멀리 떠나 물러나 산 속에 엎디어

便訣堯舜之聖哉.

편결요순지성재.

문득 요순 같은 성상을 영결할 수 있사오리까?

第已盈之器 不可使濫

제이영지기 불가사람

다만 이미 가득찬 그릇은 넘치게 할 수 없으며

已泛之駕 不可復乘

이범지가 불가부승

이미 젖어버린 멍에는 다시 탈 수 없사오니

伏乞陛下 諒臣不堪任事 察臣不願居尊

복걸폐하 량신불감임사 찰신불원거존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게서는

신이 맡은 일을 감당하지 못함을 헤아리시고

신이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을 원치 않음을 살피시어

特許卷歸松楸 以保殘齡

특허권귀송추 이보잔령

특히 고향에 돌아가 남은 생을 보존케 하심을 허락하시고

俾免亢龍之悔 臣謹當歌詠聖德

비면항룡지회 신근당가영성덕

성상과 맞서는 후회를 면하여

신이 삼가 마땅히 성덕을 노래하고

感激洪私 以圖結草之報矣.

감격홍사 이도결초지보의.

개인적 은택에 감격하고 결초보은을 도모케 하여 주소서.

上覽其疏 乃以手書 賜批曰:

상람기소 내이수서 사비왈:

성상께서 그 상소를 보시고 손수 써서 비답을 내렸다.

卿勳業 溢於鍾鼎 德澤被於生靈

경훈업 일어종정 덕택피어생령

경의 공훈과 업적은 조정에 넘치고

덕택은 백성들에게 입혔으며

學術足以贊治 威望足以鎭國

학술족이찬치 위망족이진국

학술은 국치(國治)를 돕고

위엄과 덕망은 나라를 진압했으니

卿卽國家之柱石 寡躬之股肱也

경즉국가지주석 과궁지고굉야

경은 곧 국가의 주석이요

짐의 팔다리로다.

昔太公召公齒幾百歲 而尙輔周室 能致至理

석태공소공치기백세 이상보주실 능치지리

옛날 강태공과 소공은 나이 거의 백세로되

오히려 주왕실을 도와 지극한 다스림에 이를 수 있었는데

今卿旣非禮經所謂 致仕之年

금경기비례경소위 치사지년

이제 경은 이미 예경에 이른 바 “사임할 나이‘는 아니니

則卿雖謝事徑退 朕不可許矣!

칙경수사사경퇴 짐불가허의!

경이 비록 일을 떠나 빨리 물러나고자 할지라도

짐은 허락할 수 없도다.

況張璧彊 本有仙骨 李鄴侯老猶不衰

황장벽강 본유선골 이업후노유불쇠

하물며 장벽강은 본디 선골을 지녔고

이업후는 늙어서도 오히려 쇠잔하지 않았고

松栢傲霜雪而猶勁 蒲柳値秋風而先零

송백오상설이유경 포류치추풍이선영

송백은 눈과 서리에도 꼿꼿하여 오히려 강경하고

버들과 버들은 가을을 만나면 먼저 차가워진다.

此其性質之堅脆不同也.

차기성질지견취부동야.

이는 그 성질의 견고함과 태약함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聊自有松栢之操 何憂蒲柳之衰乎?

료자유송백지조 하우포류지쇠호?

에오라지 송백의 지조를 갖고서

어찌 부들과 버들의 쇠잔함을 걱정하는가?

朕觀卿風采猶新 不減於玉堂草詔之日 精力尙旺

짐관경풍채유신 불감어옥당초조지일 정력상왕

짐은 경의 풍채가 새로워져

옥당에서 조서를 초하던 날과 손색이 없음을 보고

정력이 오히려 왕성해져

不讓於渭橋討賊之時 卿雖稱老 朕固不信

불양어위교토적지시 경수칭노 짐고불신

위교에서 적을 토벌하던 시절에 못지 않음을 보니

경이 비록 늙은 걸 들먹이나 짐은 진실로 믿지 않노라.

須回箕山之高節 以贊唐虞之郅治 是朕之望也.

수회기산지고절 이찬당우지질치 시짐지망야.

모름지기 기산의 높은 절개를 돌이켜

당우시절의 선정을 도움이 이것이 짐의 바램이다.

丞相前世佛門高弟 且受藍田山道人秘訣

승상전세불문고제 차수남전산도인비결

승상은 전세의 불문고제로

또한 남전사도인의 비결을 받아

多有修鍊之功 故春秋雖高 容顔不衰

다유수련지공 고춘추수고 용안불쇠

수련의 공이 많았으므로

나이가 많았지만 얼굴이 노쇠하지 않아

時人皆以仙人疑之 是以詔書中及之

시인개이선인의지 시이조서중급지

당시 사람들이 신선이 아니가 의심했다.

이러므로 조서 중에 이를 언급했던 것이다.

此後丞相又上疏 求退甚懇 上引見曰:

차후승상우상소 구퇴심간 상인견왈:

이후 승상이 또 상소하여 은퇴를 요구함이 매우 간절하니

성상이 불러 보시고 말했다.

“卿辭一至於此 朕豈不能勉副 以成卿五湖高節乎!

“경사일지어차 짐기불능면부 이성경오호고절호!

경의 사양함이 한결같아 이에 이르렀으니

짐이 어찌 힘써 모른 척할 수 없으니

경은 오호의 고절이 되라.

但卿若就所封之國 非徒國家大事 無可與相議者

단경약취소봉지국 비도국가대사 무가여상의자

다만 경이 봉한 나라에 나아가면

국가의 대사뿐만 아니라 더불어 상의할 자가 없다.

況今皇太后 騩馭上賓 長秋已空

황금황태후 귀어상빈 장추이공

하물며 지금은 황태후 혼백이 상빈으로 계시니

긴 가을이 이미 공허한데

朕何忍與英陽及蘭陽相離也?

짐하인여영양급난양상리야?

짐이 어찌 차마 영양 난양공주와 떨어져 있겠는가?

城南四十里有離宮 卽翠微宮也 昔玄宗避暑之處也

성남사십리유이궁 즉취미궁야 석현종피서지처야

성 남쪽 사십리에 이궁이 있으니 곧 취미궁이라

예날 형조이 피서하던 곳이다.

此宮窈而深 僻而曠 可合暮年優遊

차궁요이심 벽이광 가합모년우유

이 궁은 조용하고 깊고 외진데다 광활하여

노년에 놀기에 적합하므로

故特賜卿 使之居處矣.”

고특사경 사지거처의.”

특별히 경에게 하사하노니

그곳에 거처케 하라.

卽下詔加封丞相衛國公爵太師

즉하조가봉승상위국공작태사

곧 조서를 내려 승상위국공에 봉하시고

태사 작위를 더하시고

又加賞封五千戶 姑收丞相印綬.

우가상봉오천호 고수승상인수.

상급으로 오천호를 더하시어

아직은 승상의 인수를 수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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