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

433/ [한문,임명덕본]

 

丞相越王擊掌大噱 驚鴻轉馬還馳 下於帳外

승상월왕격장대갹 경홍전마환치 하어장외

 

승상과 월왕이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으니

경홍이 말을 돌려

반대로 달려 장막 밖에서 말에서 내려왔다.

 

穩步就坐 諸美人皆稱賀曰

온보취좌 제미인개칭하왈

 

평온한 걸음으로 자리에 나아가니

여러 미인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吾輩虛做十年工夫矣.”

“오배허주십년공부의.”

 

“우리들은 십년공부를 헛하였도다.

 

此時所獲翎毛 土委山積 兩家射女 所殪雉兎亦多矣.

차시소획령모 토위산적 양가사녀 소에치토역다의.

 

이때에 잡은 꿩의 깃털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 듯했다.

두 가문의 활쏘는 여인들이 잡은 꿩과 토끼 또한 많았다.

 

各獻於座前 丞相與越王等第其功 各賞百金

각헌어좌전 승상여월왕등제기공 각상백금

 

각자 자리 앞에 바치니 승상과 월왕 등은

그들의 공에 순위를 정하여

각기 백금을 상주고

 

更成坐次 俾停重樂 只使五六美人 各奏淸弦

갱성좌차 비정중락 지사오륙미인 각주청현

 

다시 자리의 차례를 정하여 무거운 음악은 정지시키고

다만 오륙 미인으로 하여금 각자 맑은 현악기를 연주케 하고

 

洗酌更斟矣.

세작갱짐의.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게 했다.

 

蟾月內念曰

섬월내념왈

 

섬월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吾兩人雖不讓於越宮美人 彼乃四人 吾則一雙

“오양인수불양어월궁미인 피내사인 오칙일쌍

 

“우리 두 사람이 비록 월궁 미인들에게 양보하진 않았지만

저들은 네 사람이고 우리는 한 쌍이다.

 

孤單甚矣 惜哉不拉春娘而來也

고단심의 석재불납춘낭이래야

 

외로움이 심하도다.

애석하다, 춘랑을 데려오지 못한 것이.

 

歌舞雖非春娘之所長 其艶色美談 豈不能壓倒雲仙輩乎?”

가무수비춘낭지소장 기염색미담 기불능압도운선배호?”

 

가무가 비록 춘랑의 장기는 아니나

그 아리따움과 아름다운 말씨는

어지 두운선 무리를 압도할 수 없겠는가?”

 

咄咄嗟惋矣 忽騁矚 兩美人自野外驅油壁車

돌돌차완의 홀빙촉 양미인자야외구유벽거

 

쯧쯧 한탄스럽도다.

문득 말을 달리며 바라보니

두 미인이 야외에서 유벽거를 몰았는데

 

轉行於落花芳草之上 稍稍前進矣.

전행어락화방초지상 초초전진의.

 

낙화 방초 위에서 길을 돌려

점점 앞으로 나아왔다.

 

俄到帳門之外 守門者問曰

아도장문지외 수문자문왈

 

잠시 후 장막문 앞에 이르니

문을 지키는 자가 물었다.

 

“自越宮而來乎? 從魏府而至乎?”

“자월궁이래호? 종위부이지호?”

 

“월궁에서 오는가?

위부에서 왔는가?”

 

御車者曰 “此車上兩娘卽楊丞相小室 適有些故 初未偕來矣.”

어거자왈 “차거상양낭즉양승상소실 적유사고 초미해래의.”

 

마부가 답했다.

이 수레에 탄 두 낭자는 곧 양승상의 소실인데

마침 일이 있어 처음에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軍卒人告於丞相 丞相曰

군졸인고어승상 승상왈

 

군졸이 승상에게 고하니 승상이 말했다.

 

“是必春雲欲觀光而來矣 行色何其太簡耶?”

“시필춘운욕관광이래의 행색하기태간야?”

 

“이는 필시 춘운이 관광온 것이니

행색이 어찌 그리 간편한가?”

 

卽招入 兩女子捲珠箔自車中而出 在前者沈裊烟

즉초입 양여자권주박자거중이출 재전자심뇨연

 

곧 불러들이니 두 여자가

주렴을 걷고 차에서 나왔는데

앞에는 심요연이고

 

在後者宛是夢中所見之洞庭龍女也

재후자완시몽중소견지동정용녀야

 

뒤에는 완연히 꿈속에서 만났던 동정용녀 백능파였다.

 

兩人俱進 丞相座下 叩頭拜謁

양인구진 승상좌하 고두배알

 

두 사람이 함께 승상 자리 아래에 나아가 머리 숙여 배알하니

 

丞相指越王而言曰 “此越王殿下也 汝輩以禮拜謁之.”

승상지월왕이언왈 “차월왕전하야 여배이예배알지.”

 

승상이 월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은 월왕전하이시니 너흐는 예를 갖춰 배알하라.”

 

兩人禮畢 丞相賜坐 使與鴻月同坐.

양인예필 승상사좌 사여홍월동좌.

 

두 여인이 예를 마친 후, 승상이 자리를 주어

경홍 섬월과 같은 자리에 앉게 했다.

 

丞相謂王曰 “彼兩人征伐西蕃時所得也

승상위왕왈 “피양인정벌서번시소득야

 

승상이 왕에게 말했다.

저 두 여인은 서번을 정벌할 때에 만났습니다.

 

近緣多事 未及率來 必聞少游與大王同樂

근연다사 미급솔래 필문소유여대왕동락

 

근래 다사하여 데려오지 못했었는데

반드시 소유와 대왕이 동락함을 듣고

 

欲觀盛擧而至矣.”

욕관성거이지의.”

 

성대한 놀이를 구경코자 이르렀나이다.”

 

王更見兩人 其色與鴻月雁行

왕갱견양인 기색여홍월안항

 

왕이 다시 두 사람을 보니

그 미색이 경홍 섬월과 형제 같았으며

 

而縹緲之態 超越之氣 似加一節矣 王大異之.

이표묘지태 초월지기 사가일절의 왕대이지.

 

그윽한 태도와 뛰어난 기색은

한 단계 위여서 왕이 크게 기이해했고

 

越宮美人 亦皆顔如灰色矣.

월궁미인 역개안여회색의.

 

월궁미인들 또한 모두 안색이 잿빛이었다.

 

王問曰 “兩娘何姓名也? 何地人也?”

왕문왈 “양낭하성명야? 하지인야?”

 

왕이 물었다.

“두 낭자는 성명은 무엇이며 어느 지역 출신인가?”

 

一人對曰 “小妾裊烟 姓沈氏 西潦州人也.”

일인대왈 “소첩뇨연 성심씨 서료주인야.”

 

한 사람이 대꾸했다.

“소첩 요연은 성이 심씨이고 서요주사람입니다.”

 

一人又對曰 “小妾凌波 姓白氏 曾居瀟湘之間

일인우대왈 “소첩능파 성백씨 증거소상지간

 

또 한 사람이 대꾸했다.

“소첩 능파는 성이 백씨이고

일찍이 소수 상수 사이에 살았습니다.

 

不幸遭變 避地西邊 今從相公而來耳.”

불행조변 피지서변 금종상공이래이.”

 

불행히 변란을 만나 서변으로 피난가

이제 상공을 따라왔나이다.”

王曰 “兩娘子非地上人也 能解管絃否?”

왕왈 “양낭자비지상인야 능해관현부?”

왕이 말했다.

“두 낭자는 지상사람이 아니로다.

관현악을 연주할 줄 아는가?”

 

裊烟對曰 “小妾塞外賤妾也 未嘗聞絲竹之聲

뇨연대왈 “소첩새외천첩야 미상문사죽지성

 

요연이 응대했다.

“소첩은 변방의 천첩입니다.

일찍이 관현악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將以何技以娛大王乎?

장이하기이오대왕호?

 

무슨 장기로 대왕을 즐겁게 하리이까?”

 

但兒時多事 浪學劍舞

단아시다사 낭학검무

 

다만 어릴 적 다사하여대충 검무를 배웠으나

 

而此乃軍中之戱 恐非貴人所可見也.”

이차내군중지희 공비귀인소가견야.”

 

이는 군중의 놀이로 귀인이 보실 만한 것이 못 될까 합니다.”

 

王大喜 謂丞相曰

왕대희 위승상왈

 

왕이 크게 기뻐하여 승상에게 말했다.

 

“玄宗朝公孫大娘 劍舞名於天下 其後此曲遂絶

“현종조공손대낭 검무명어천하 기후차곡수절

 

“현종 때에 공손대랑의 검무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다가

그후 이곡이 드디어 단절되어

 

不傳於世 我每咏杜子美詩 而恨不及一快覩也

부전어세 아매영두자미시 이한불급일쾌도야

 

세상에 전하지 않아 내가 매양 부보 시를 읊을 때면

내가 한 번 보지 못함을 한했는데

 

此娘子能解劍舞 快莫甚焉.”

차낭자능해검무 쾌막심언.”

 

이 낭자가 검무를 할 줄 안다니

유쾌함이 매우 크도다.”

 

/434

與丞相各解贈所佩之劍 裊烟捲袖解帶 舞一曲於金鑾之上

여승상각해증소패지검 뇨연권수해대 무일곡어금란지상

 

월왕은 승상과 허리에 찬 검을 풀어 주니

요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띠를 풀고

수레 위에서 한 곡조를 추니

 

倏閃揮㸌 縱橫頓挫 紅粧白刃 炫幻一色

숙섬휘㸌 종횡돈좌 홍장백인 현환일색

 

홀연 섬광이 번뜩이고 종횡으로 뛰놀아

붉은 화장과 흰 칼날이 한 빛으로 번쩍이니

 

若三月飛雪亂灑於桃花叢上.

약삼월비설란쇄어도화총상.

 

삼월에 날리는 눈이

복사꽃 떨기에 어지럽게 뿌려지는 것 같았다.

 

俄而 舞袖轉急 劍鋒愈疾 霜雪之色 忽滿帳中

아이 무수전급 검봉유질 상설지색 홀만장중

 

이윽고 춤추는 소매가 더욱 급하고 칼끝이 더욱 빨라져

서릿발과 눈빛이 장막 안에 가득하더니

 

裊烟一身不復見矣!

뇨연일신불부견의!

 

요연의 한 몸이 다시 보이지 않았다.

 

忽有一丈靑虹 橫亘天衢

홀유일장청홍 횡긍천구

 

홀연 한 가닥 푸른 무지개가 하늘에 뻗치며

 

颯颯寒飇 自動於樽俎之間 座中皆骨冷 而髮竦矣.

삽삽한표 자동어준조지간 좌중개골냉 이발송의.

 

삽상한 차 회오리바람이 절로 술병과 도마 사이를 스치니

좌중이 모두 뼛속까지 한기를 느껴 모골이 송연하더라.

 

裊烟欲盡其所學之術 恐驚動越王 乃罷舞擲劍 再拜而退.

뇨연욕진기소학지술 공경동월왕 내파무척검 재배이퇴.

 

요연이 배운 술법을 다하고자 했으나

월왕을 놀라게 할까 저어하여

검무를 파하고 칼을 던지고 재배하고 물러났다.

 

王久乃定神 謂裊烟曰

왕구내정신 위뇨연왈

 

월왕이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요연에게 물었다.

 

“世人劍舞 何能臻此神妙之境?

“세인검무 하능진차신묘지경?

 

“세인의 검무가

어찌 이 신묘한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오?

 

我聞仙人多能劍術 娘子得非其人乎?”

아문선인다능검술 낭자득비기인호?”

 

내가 선인들은 검술에 능숙하다 들었는데

낭자는 능히 그 사람이 아닌가?”

 

裊烟曰 “西方風俗 以兵器作戱 故妾童稚之年

뇨연왈 “서방풍속 이병기작희 고첩동치지년

 

요연이 답했다.

“서방 풍속에 병기를 희롱하므로 첩이 어린 나이에

 

雖或學習 豈有仙人之奇術乎?”

수혹학습 기유선인지기술호?”

 

혹 배워 익혔을지라도

어찌 선인의 기이한 기술이 있으리오?”

 

王曰 “我還宮中 當擇美人中便捷善舞者而送之

왕왈 “아환궁중 당택미인중편첩선무자이송지

 

왕이 말했다.

“내가 궁중에 돌아가 마땅히 미인 중

민첩하고 춤에 능한 자를 뽑아 보낼 테니

 

望娘子勿憚敎掖之勞.”

망낭자물탄교액지로.”

 

낭자는 직접 가르치는 수고를 기탄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裊烟拜而受命 王又問於凌波曰

뇨연배이수명 왕우문어능파왈

 

요연은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왕은 또 능파에게 물었다.

 

“娘子有何才乎?”

“낭자유하재호?”

 

“낭자는 무슨 재주가 있느뇨?”

 

凌波曰 “妾家舊在湘水之上 湘水卽皇英所遊之處也.

능파왈 “첩가구재상수지상 상수즉황영소유지처야.

 

능파가 답했다.

“첩의 집은 옛날 상수 가에 있었는데

상수는 곧 아황 여영이 놀던 곳입니다.

 

有時乎天高夜靜 月明風淸

유시호천고야정 월명풍청

 

때로는 가을날 고요한 밤에 달 밝고 바람이 맑으면

 

則寶瑟之聲 尙在於雲宵間

즉보슬지성 상재어운소간

 

비파소리가 여태 구름 사이에 있었으므로

 

故妾自兒時 做其聲音 自彈自樂而已

고첩자아시 주기성음 자탄자락이이

 

첩은 어릴 때부터 그 소리를 본떠

혼자서 뜯고 즐길 뿐이었는데

 

而恐不合於貴人之耳也.”

이공불합어귀인지이야.”

 

귀인의 귀에 맞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王曰 “雖因古人詩句 知相妃之能彈琵琶

왕왈 “수인고인시구 지상비지능탄비파

 

왕이 말했다.

“고인의 시구를 인연하여

아왕 여영이 비파를 타는 데 능한 줄은 알지만

 

而未聞其曲流傳於世人也

이미문기곡유전어세인야

 

그 곡조가 세상 사람들에게 유전한 줄은 알지 못했도다.

 

娘子若能傳得此曲 啁啾俗樂 何足聆乎?”

낭자약능전득차곡 조추속악 하족영호?”

 

낭자가 능히 이 곡조를 전할 수 있다면

알량한 속악을 어찌 들으리오?”

 

凌波自袖中出二十五弦 輒彈一曲 哀怨淸切

능파자수중출이십오현 첩탄일곡 애원청절

 

능파가 소매 속에서 이십오현금을 꺼집어 내어

문득 한 곡조 타니 애절하고 맑아서

 

水落三峽 雁號長天 四座忽凄然下淚

수락삼협 안호장천 사좌홀처연하루

 

물이 삼협에 떨어지고

기러기가 먼 하늘에서 우는 듯하여

주위의 모든 이들이 문득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而已千林自振 秋聲乍動 枝上病葉 紛紛亂墜.

이이천림자진 추성사동 지상병엽 분분난추.

 

이미 온갖 수풀이 절로 흔들리며

가을 소리가 잠시 나더니

나뭇가지의 누렇게 변한 잎들이

어지럽게 날려 떨어졌다.

 

越王大異之曰 “吾不信人間曲律 能回天地造化之權

월왕대이지왈 “오불신인간곡률 능회천지조화지권

 

월왕은크게 이상히 여겼다.

“인간의 음률이 능히 천지조화의 권능을 바꾼다는 말을

내가 믿지 아니하였는데

 

娘若人間之人 則何能使發育之春爲秋

낭약인간지인 칙하능사발육지춘위추

 

낭자가 인간세상의 사람이라면

어찌 발육하는 봄을 가을이 되게 할 수 있으며

 

使敷榮之葉自零也 俗人亦可學此曲乎?”

사부영지엽자영야 속인역가학차곡호?”

 

뻗어나는 잎을 절로 떨어지게 할 수 있는가?

속인들도 또한 이 곡조를 배울 수 있는가?”

 

凌波曰 “妾惟傳古曲之糟粕而已

능파왈 “첩유전고곡지조박이이

 

능파가 답했다.

“첩은 옛 곡조의 남은 걸 전했을 뿐이온데

 

有何神妙之術 而不可學乎?”

유하신묘지술 이불가학호?”

 

무슨 신묘한 기술이 있어 배울 수 없겠습니까?”

 

萬玉燕告於王曰

만옥연고어왕왈

 

만옥연이 월왕께 아뢰었다.

 

 

“妾雖不才 以平日所習之樂 試奏白蓮曲矣.”

“첩수부재 이평일소습지락 시주백련곡의.”

 

첩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평소 익힌 음악으로

시험삼아 백련곡을 아뢰겠나이다.

 

斜抱秦箏 進於席前 以纖葱拂絃 能奏二十五絃之聲

사포진쟁 진어석전 이섬총불현 능주이십오현지성

 

진나라의 비파를 비스듬히 안고 자리 앞에 나아가

줄을 고르는데 능히 스물다섯 가지 소리를 내며

 

運指之法 淸高流動 殊可聽也.

운지지법 청고유동 수가청야.

 

손 놀리는 법이 맑고 고아하게 움직여

특별히 들을 만했다.

 

丞相乃鴻月兩人極稱之 越王甚悅.

승상내홍월양인극칭之 월왕심열.

 

양승상과 경홍, 섬월 두 사람도 극히 칭찬하였으며

월왕도 심히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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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하는 한문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 없어 임명덕 편 구운몽을 두 쪽을 기준으로 1회씩 처리하고 번역하였다.

숫자 표시는 위 책의 쪽수이다.

87회

/431:10行.[임명덕본]

丞相謂越王曰 “少游曾以布衣遊於兩京間 聞玉燕娘子之盛名

승상위월왕왈 “소유증이포의유어양경간 문옥연낭자지성명

승상이 월왕에게 말했다.

“소유가 지난 날 선비의 몸으로 장안과 낙양 사이를 떠돌며 놀 적에

옥연낭자의 훌륭한 이름이

如天上人 今見其面 實過其名矣.”

여천상인 금견기면 실과기명의.”

천상 사람 같다고 들었는데

이제 비로소 그 낯을 보니 그 이름보다 아름답습니다.”

越王亦聞知鴻月兩人姓名 乃曰

월왕역문지홍월양인성명 내왈

월왕도 또한 경홍과 섬월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此兩人天下之所共推者 而今者皆入於丞相之府

“차양인천하지소공추자 이금자개입어승상지부

“이 두 미인을 천하가 추앙하더니

이제 모두 승상부로 들어갔으니

可謂得其主矣. 未知丞相得此兩人於何時乎?”

가위득기주의. 미지승상득차양인어하시호?”

주인을 잘 만났도다.

승상이 언제 두 미인을 얻었는지 모르겠소이다.”

丞相對曰

승상대왈

“桂氏少游赴擧之日 適過洛陽 渠自從之

“계씨소유부거지일 적과낙양 거자종지

승상이 대답했다.

“계씨는 소유가 과거보러 올 적에

낙양에 다다르니 제 스스로 따라왔고,

狄女曾入於燕王之宮 少游奉使燕國也

적녀증입어연왕지궁 소유봉사연국야

적씨는 일찍이 연왕궁에 들어갔다가

소유가 연나라에 사신갔을 때에

狄女抽身隨我 追及於復路之日矣.”

적녀추신수아 추급어복로지일의.”

적씨는 몸을 빼어나와 나를 따라서

돌아오는 날에 추급했소이다.

越王撫掌笑曰 “狄娘子之俠氣 非楊家紫衣者所比也

월왕무장소왈 “적낭자지협기 비양가자의자소비야

월왕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적랑의 호방한 기상은

양가의 비단옷 입은 자들에 견줄 바 아니로다.

然狄娘子從相公之日 相公職是翰林

연적낭자종상공지일 상공직시한림

그러나 적낭자가 상공을 따르던 날에

상공의 직함이 한림이고

且受玉節 則麟鳳之瑞 人皆易見.

차수옥절 칙린봉지서 인개이견.

또한 옥절을 받았으니

귀한 벼슬임은 누구나 쉽게 안다.

桂娘子昔當相公之窮困 能知今日之富貴

계낭자석당상공지궁곤 능지금일지부귀

계낭자는 옛날 상공이 궁곤한 시절이었지만

능히 오늘의 부귀를 알았으니

所謂識宰相於塵埃者也 尤亦奇也

소위식재상어진애자야 우역기야

이른바 진애에서 재상을 알아본 것이니

더욱이 기이합니다.

未知丞相何以得逢於客路乎?”

미지승상하이득봉어객로호?”

어떻게 승상이

먼길 도중에서 만날 수 있었는지 모르겠소이다.

丞相笑曰 “少游追念其時之事 誠可哈也.

승상소왈 “소유추념기시지사 성가합야.

승상이 웃었다.

“소유가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흡족합니다.

下土窮儒 一驢一童 間關遠路 爲飢火所迫

하토궁유 일려일동 간관원로 위기화소박

지방의 궁한 선비가 나귀 한 마리에 시동 하나로

틈틈이 먼길에 잠을 자가며

시장기에 절박해하면서도,

過飮村店之濁醪.

과음촌점지탁료.

주막의 탁주는 과음했었지요.

432./

行過天津橋上 適見洛陽才子數十人

행과천진교상 적견낙양재자수십인

천진교를 지날 때에

마침 낙양재자 수십인을 만났는데

大張娼樂於路上 飮酒賦詩

대장창악어로상 음주부시

노상에서 창악을 크게 펼치며

음주하고 시를 짓더이다.

少游以弊衣破巾 詣其座上 蟾月亦在其中矣.

소유이폐의파건 예기좌상 섬월역재기중의.

소유는 낡고 허름한 차림으로 그 자리에 나아갔는데

섬월 또한 그 자리에 있더이다.

雖諸生僕隸 未有如少游之疲弊者

수제생복예 미유여소유지피폐자

제생과 시종일지라도

소유처럼 피폐한 차림을 한 자는 없었지만

而醉興方濃 不知慚愧 拾掇荒蕪之語 構成一詩

이취흥방농 부지참괴 습철황무지어 구성일시

취흥이 무르익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황무한 말을 주어모아

시 한 편을 지었습니다.

不記其詩意何如 句格何如

불기기시의하여 구격하여

시의가 어떠한지

구격이 어떠한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而桂娘拈出其詩於衆篇之中 歌而咏之

이계낭념출기시어중편지중 가이영지

계랑이 여러 편 중에서 뽑아내어 가영했습니다.

盖座中初旣相約曰

개좌중초기상약왈

대개 좌중에서 이미 상약하기를,

“諸人所作 若入於桂娘之歌者 則當讓與蟾娘於其人.”

“제인소작 약입어계낭지가자 칙당양여섬낭어기인.”

“여러 사람의 작품 중 계랑의 노래에 들면

마땅히 섬랑을 양보하자.“고 했었다.

故不敢與少游相爭 且亦然也.

고불감여소유상쟁 차역연야.

그러므로 양소유와 상쟁함 또한 그러했다.

越王大笑曰 “丞相爲兩場壯元 吾以爲天地間快樂之事

월왕대소왈 “승상위양장장원 오이위천지간쾌락지사

월왕이 크게 웃었다.

“승상이 양장에서 자원한 걸

나는 천지간 유쾌한 일로 여겼더니

是事之快 高出於壯元上也 其詩必妙也 可得聞歟?”

시사지쾌 고출어장원상야 기시필묘야 가득문여?”

이 일의 유쾌함은 장원 사을 한 것보다 뛰어납니다.

그 시는 반드시 미묘할 것이니 들을 수 있겠습니까?

丞相曰 “醉中率爾之作 何能記乎?”

승상왈 “취중솔이지작 하능기호?”

승상이 말했다.

“취중에 대충 지은 작품을 어찌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王謂蟾月曰 “丞相雖已忘之 娘或記誦否?”

왕위섬월왈 “승상수이망지 낭혹기송부?”

월왕이 섬월에게 말했다.

“승상은 이미 잊었을지라도

낭자는 혹 기억하여 읊을 수 있겠는가?”

蟾月曰 “賤妾尙能記之 未知以紙筆寫呈乎? 以歌曲奏之乎?”

섬월왈 “천첩상능기지 미지이지필사정호? 이가곡주지호?”

섬월이 여쭈었다.

“천첩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종이에 써 드리리까?

노래로 아뢰오리까?”

王尤喜曰 “若兼聞娘子之玉聲 則尤快矣!”

왕우희왈 “약겸문낭자지옥성 칙우쾌의!”

월왕은 더욱 기뻤다.

“겸하여 낭자의 옥성을 듣는다면 더욱 유쾌하겠지요.”

蟾月就前 以退雲之聲 歌而奏之 滿座皆爲之動容.

섬월취전 이퇴운지성 가이주지 만좌개위지동용.

섬월이 앞으로 나아가 구름이 사라지는 목소리로

노래하여 아뢰니 자리에 찬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王大加稱服曰 “丞相之詩才 蟾月之絶色淸歌 足爲三絶也.

왕대가칭복왈 “승상지시재 섬월지절색청가 족위삼절야.

왕은 크게 칭찬했다.

“승상의 시재, 섬월의 절색과 사랑 노래는

족히 삼절이 될 만하도다.

第三詩所謂 花枝羞殺玉人粧 未吐纖歌口已香者

제삼시소위 화지수살옥인장 미토섬가구이향자

세 번째 시에서 ,

“꽃가지가 미인의 화장을 부끄러워하고

가녀린 노래소리 나오기도 전에 입안은 이미 향기롭도다.”

라고 한 것은

能盡出蟾娘 當使太白退步也.

능진출섬낭 당사태백퇴보야.

섬랑의 미모를 다 그려내어

마땅히 이태백도 물러나게 하겠습니다.

近世之棘句飾章 抽黃媲白者 安敢窺其藩籬乎?”

근세지극구식장 추황비백자 안감규기번리호?”

근세의 장식이 심한 문장들은

황비백(黃媲白)에서 뽑은 것들이니

어찌 감히 그 울타리인들 엿볼 수 있겠습니까?

遂滿酌金鐘 以賞蟾月.

수만작금종 이상섬월.

드디어 금잔에 술을 가득 부어

섬월에게 상으로 내렸다.

鴻月兩人與越宮四美人 迭歌交舞獻壽

홍월양인여월궁사미인 질가교무헌수

경홍과 섬월 두 사람과 월궁의 네 미인이

번갈아가며 춤추고 노래하여 헌수하니

賓主 眞天生敵手 小無參差

빈주 진천생적수 소무참차

손님과 주인이 진짜로 천생의 호적수로

조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았다.

而況玉燕本與鴻月齊名 其餘三人雖不及於玉燕 亦不遠矣.

이황옥연본여홍월제명 기여삼인수불급어옥연 역불원의.

하물며 옥연은 본디 경홍, 섬월과 이름을 가지런히 하였고

나머지 세 사람도 옥연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王頗自慰喜而已 醉甚止巡 與賓客出立於帳外 見武士擊刺奔突之狀

왕파자위희이이 취심지순 여빈객출립어장외 견무사격자분돌지장

월왕이 기쁨을 자위할 분이었다.

취하여 잔 돌리기를 멈추고 빈객과 장막 밖에 나와

무사들이 치고 찌르고 내닫는 모습을 보았다.

王曰 “美女騎射 亦甚可觀 故吾宮中精熟弓馬者 有數十人矣.

왕왈 “미녀기사 역심가관 고오궁중정숙궁마자 유수십인의.

월왕이 말했다.

“미녀들의 말타고 활쏘기 또한 볼 만하오.

내 궁중에 활과 말에 정통하고 익숙한 자가 수십 명이 있소.

丞相府中美人 亦必有自北方來者 下命調發 使之射雉逐兎

승상부중미인 역필유자북방래자 하명조발 사지사치축토

승상부중의 미인들 또한 북방에서 온 자들이 있으리니

하명하여 불러내어 그들에게 꿩을 쏘고 토끼를 쫓게 하여

以助一場歡笑 如何?”

이조일장환소 여하?”

한바탕 환소를 돕게 함이 어떠하오?”

丞相大喜 命揀能習弓矢者數十人 與越宮善射者賭勝.

승상대희 명간능습궁시자수십인 여월궁선사자도승.

승상이 대희하여 활쏘기애 느숙한 자 수십인으로 하여금

월궁의 활 잘 쏘는 자들과 승부를 걸었다.

驚鴻起告曰 “雖不習操弧 亦慣見他人之馳射

경홍기고왈 “수불습조호 역관견타인지치사

경홍이 일어나 아뢰었다.

“비록 활쏘기를 익히지는 못했으나

타인이 달리며 활쏘기 하는 것은 익히 보아온 터이니

今日欲暫試之矣.”

금일욕잠시지의.”

오늘 잠시 시험코자 하나이다.”

丞相喜之 卽解給所佩畵弓 驚鴻執弓而立 謂諸美人曰

승상희지 즉해급소패화궁 경홍집궁이립 위제미인왈

승상이 기뻐하여 차고 있던 활을 끌러주니

경홍이 활을 잡고 일어나

여러 미인들에게 말했다.

“雖不能中 願諸娘勿笑矣.”

“수불능중 원제낭물소의.”

“명중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낭자들은 비웃지 말기를 바라오.”

乃飛上於駿馬 馳突於帳前 適有赤雉 自草間騰上

내비상어준마 치돌어장전 적유적치 자초간등상

준마에 나는 듯이 올라타고 장막 앞으로 내달으니

마침 붉은 꿩이 풀섶에서 날아올랐다.

驚鴻乍轉纖腰 執弓鳴弦

자초간등상 경홍사전섬요 집궁명현

경홍은 잠시 가는 허리를 틀어

활을 잡고 시위를 당기니

五色彩羽 焂落於馬前

오색채우 숙락어마전

오색 깃털이 홀연히 말 앞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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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侍者始追及, 以所獲蒼鹿白鵝, 盛銀盤而進之,

시자시추급 이소획창록백아 성은반이진지

시중드는 이들이 비로소 뒤쫓아 따라와

푸른 사슴과 흰 고니를 은반銀盤에 담아 바치니,

兩人下馬披草而坐, 拔所佩寶刀割肉灸啗互勸深盃,

양인하마피초이좌 발소패보도할육구담호권심배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려와 풀을 헤치고 앉아서

허리에 찬 보도寶刀를 뽑아 고기를 베어서 구워 먹으며 서로 술을 권할 때,

遙見紅袍兩官飛鞋而來, 一隊從人隨其後,

요견홍포양관비혜이래 일대종인수기후

홍포紅袍를 입은 두 관원이 급히 달려오는 것이 멀리 보이는데

그 뒤에 한 무리의 종인從人들이 따르니

盖自城中而出也.

개자성중이출야

이들은 성중으로부터 나오는 자들 같았다.

一人疾走而告曰: “兩殿宣醞矣.”

일인질주이고왈 양전선온의

한 사람이 빨리 달려와 고하기를,

“양전궁兩殿宮에 술을 내렸나이다.”

越王往候幕中, 兩大監酌於賜黃封美酒以勸兩人,

월왕왕후막중 양대감작어사황봉미주이권양인

월왕이 막중幕中으로 가서 기다리니

두 내관이 어사하신 황봉미주黃封美酒를 부어 두 사람에게 권하고,

仍授龍鳳彩箋一封,

잉수룡봉채전일봉

이어 용봉의 무늬가 든 시전지詩箋紙 한 봉을 주거늘,

兩人盥手跪伏坼見, 以大獵郊原爲題而賦進矣.

양인관수궤복탁견 이대렵교원위제이부진의

두 사람이 손을 씻고 꿇어 엎드려서 펴 보니,

‘교원郊原에서 크게 사냥놀이함을 글제로 하여 글을 지어 바치라’는 내용이었다.

兩人頓首四拜, 各賦四韻一首付黃門而進之,

양인돈수사배 각부사운일수부황문이진지

두 사람은 머리를 조아려 네 번 절하고

각기 사운四韻으로 글 한 수를 지어 내관에게 주어 바치게 하니,

丞相詩曰:

승상시왈

승상 시에 읊기를,

晨驅壯士出郊坰

신구장사출교경 새벽에 장사들을 몰고 들로 나아가니

劍若秋蓮矢若星

검약추련시약성 칼은 가을 연꽃 같고 화살은 별 같았다

帳裡羣娥天下白

장리군아천하백 장막 속 여인들은 천하 미인이고

馬前雙翮海東靑

마전쌍핵해동청 말 앞에 쌍 깃촉은 해동청인데

恩分玉醞爭含感

은분옥온쟁함감 어사하신 술 나누어 마시니 다투어 감동함을 머금었고

醉拔金刀自割腥

취발금도자할성 취하여 금칼을 뽑아 스스로 비린 것을 베었다

仍憶去年西塞外

잉억거년서새외 뒤이어 지난해의 서쪽 요새 밖을 생각하면서

大荒風雪獵王庭

대황풍설렵왕정 대황산 풍설을 맞으며 왕정에서 사냥하였다

越王詩曰:

월왕시왈

월왕 시에 읊기를,

蹀蹀飛龍閃電過

접접비룡섬전과 나는 듯 내닫는 용마가 번쩍하는 번개같이 지나치니

御鞍鳴鼓立平坡

어안명고립평파 안장을 어거하고 북을 울리며 평탄한 언덕에 섰다

流星勢疾殲蒼鹿

류성세질섬창록 흐르는 별은 기세가 빨라 푸른 사슴을 죽이고

明月形開落白鵝

명월형개락백아 밝은 달은 훤히 비춰 흰 고니를 떨구었다

殺氣能敎豪興發

살기능교호흥발 살기는 호기로운 흥취가 나도록 가르칠 수 있고

聖恩留帶醉顔酡

성은류대취안타 성은은 머물러 취한 얼굴을 더욱 붉게 하였다

汝陽神射君休說

여양신사군휴설 여양왕의 신통히 쏘는 것을 그대는 말하지 마라

爭似今朝得雋多

쟁사금조득준다 다투어 오늘 아침에 살찐 고기 얻은 것이 많았다

黃門拜辭而歸.

황문배사이귀

내관이 하직인사를 드리고 돌아갔다.

於是兩家賓客以次列坐, 庖人進饌釘鋀生香,

어시양가빈객이차열좌 포인진찬정두생향

이에 두 집안의 빈객賓客들이 차례대로 늘어앉고

주방 사람들이 주찬酒饌을 올리는데

향기가 그대로 진동하고

駝駱之峯猩猩之脣出於翠釜,

타락지봉성성지순출어취부

낙타駱駝의 등과 성성猩猩의 입술은 취부翠釜에서 나오고,

南越荔枝永嘉甘柑相溢於玉盤, 王母瑤池之宴人無見者

.

남월여지영가감감상일어옥반 왕모요지지연인무견자

남월南越의 여지荔枝와 영가永嘉의 노란 귤은 옥반玉盤에 가득 넘치니

서왕모西王母의 요지연瑤池宴에서 조차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漢武栢梁之會事已古矣, 不必强拔而比之,

한무백량지회사이고의불필강발이비지

한무제 때의 백량회栢梁會 일은 이미 오래 되었으니,

억지로 그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人間之珍品異羞, 蔑有加於此者.

인간지진품리수 멸유가어차자

인간이 볼 수 있는 진귀한 물품과 음식들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女樂數千三匝四圍, 羅綺成帷環佩如雷,

여악수천삼잡사위 라기성유환패여뢰

여악女樂 수천 명이 세 겹 네 겹으로 둘러싸서

비단으로 장막을 이루었고 패물소리는 우레와도 같고,

一束纖腰爭妬垂楊之枝, 百隊嬌容欲奪烟花之色,

일속섬요쟁투수양지지 백대교용욕탈연화지색

한 줌밖에 안 되는 가는 허리는 마치 수양버들 가지처럼 부드럽고,

많은 무리의 교태嬌態어린 얼굴들은 연화烟花의 빛을 훔치려고 하고,

豪絲哀竹沸曲江之水, 冽唱繁音動終南之山.

호사애죽비곡강지수 렬창번음동종남지산

호방하고 애달픈 관현소리는 곡강曲江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며

열창冽唱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는 종남산終南山을 움직일 듯하였다.

酒半越王謂丞相曰:주반월왕위승상왈

술이 반취한 월왕이 승상에게 말하기를,

“小生過蒙丞相厚眷, 而區區微誠無以自效,

소생과몽승상후권 이구구미성무이자효

“소생이 승상의 지극한 보살핌을 입었기로

구구한 적은 정성이나마 표할 길이 없어

携來小妾數人欲賭丞相一歡, 請召至於前或歌或舞,

휴래소첩수인욕도승상일환 청소지어전혹가혹무

데리고 온 소첩 수인으로 하여금 한번 승상의 즐거움을 돕고자 하니,

앞에 불러서 노래하고 춤추게 하기를 청하며

獻壽丞相何如?”

헌수승상하여

승상께 잔을 올리도록 하면 어떠하리오?”

丞相謝曰:“少游何敢與大王寵姬相對乎?

승상사왈 소유하감여대왕총희상대호

승상이 사례하기를,

“소유가 어찌 감히 대왕의 총첩寵妾과 더불어 상대할 수 있으리오?

妄恃姻婭之誼, 敢有僭越之計矣,

망시인아지의 감유참월지계의

무릇 처남과 매부지간의 정의만을 믿고

감히 참월僭越한 생각이 있사온즉,

少游侍妾數人, 亦有爲觀盛會而來者,

소유시첩수인 역유위관성회이래자

소유의 소첩 수인이 또한 구경코자 따라왔으니

少游亦欲呼來, 使與大王侍妾,

소유역욕호래 사여대왕시첩

소유 또한 그들을 불러들여

대왕의 시첩侍妾들과 더불어

各奏長技以助餘興.”

각주장기이조여흥

각기 잘하는 기예技藝를 겨루어 남은 흥을 돕고자 하나이다.”

王曰: “丞相之敎亦好矣.”

왕왈 승상지교역호의

왕이 말하기를,

“승상의 말씀이 또한 좋도다!”

承命而至 叩頭於帳前

승명이지 고두어장전

이에 섬월과 경홍과 월왕궁의 네 미녀가 분부를 받고 이르러

장막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니,

丞相曰: “昔者寧王畜一美人名曰芙蓉.

승상왈 석자령왕휵일미인명왈부용

승상이 말하기를,

“옛적에 영왕寧王이 한 미인을 두었는데 이름은 부용芙蓉이라.

太白懇於寧王, 只聞其聲不得見其面,

태백간어령왕 지문기성부득견기면

태백太白이 영왕께 간청하여

다만 그 목소리만 듣고 그 얼굴은 보지 못하였는데,

今少游能見四仙之面, 所得比太白十陪矣.

금소유능견사선지면 소득비태백십배의

이제 소유는 마음껏 네 선녀들의 얼굴을 보니

그 얻는 바가 태백보다 열 배나 더하도다!

彼四美人姓名云何?”

피사미인성명운하

저 네 미인의 성명은 무엇이뇨?”

四人起而對曰: “妾等卽金陵杜雲仙,

사인기이대왈 첩등즉금릉두운선

네 미인이 일어나 대답하기를,

“첩들은 곧 금릉金陵의 두운선杜雲仙과

陳留少蔡兒, 武昌萬玉燕, 長安胡英英也.”

진류소채아 무창만옥연 장안호영영야

진류陳留의 소채아少蔡兒와 무창武昌의 만옥연萬玉燕과

장안長安의 호영영胡英英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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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鴻月大驚曰: “兩部敎坊猶未下令,

홍월대경왈 양부교방유미하령

경홍과 홍월이 크게 놀라며 말하기를,

“동서 양부의 교방敎坊에 아직도 영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勢已急矣可奈何哉?”

세이급의가나하재

사세事勢기 이미 급하니 어찌할 수 있을꼬?”

卽召頭妓而言曰: “明日丞相與越王, 約會於樂遊原,

즉소두기이언왈 명일승상여월왕 약회어락유원

곧 우두머리 기생을 불러 말하기를,

“내일 상공이 월왕과 더불어

낙유원樂遊原에 모이기로 언약하셨으니,

兩部諸妓須持樂器飾新粧, 明曉陪丞相行矣.”

양부제기수지악기식신장 명효배승상행의

양부의 모든 기생들은 각자 악기를 가지고

새 단장을 하여 내일 새벽에 승상을 모시고 갈지어다.”

八百妓女一時聞令, 皆理容畵眉執器習樂,

팔백기녀일시문령 개리용화미집기습악

팔백 명의 기생이 일시에 명을 받고

얼굴 치장을 하며 눈썹을 그리고 악기를 잡아 음악을 연습하면서

爲明日計矣.

위명일계의

내일 일을 준비하였다.

翌曉天明丞相早起, 着戎服佩弧矢,

익효천명승상조기 착융복패호시

이튿날 새벽에 날이 밝자 승상은 일찍 일어나

융복戎服을 입고 활과 살을 차고서

乘雪色千里崇山馬, 發獵士三千人擁向城南.

승설색천리숭산마 발렵사삼천인옹향성남

눈빛같이 흰 천리 숭산마崇山馬를 타고

사냥꾼 3천명을 불러 호위케 하며 성문 밖 남쪽으로 향하였다.

蟾月驚鴻彫金鏤玉 綴花裁葉,

섬월경홍조금루옥 철화재엽

섬월과 경홍의 의복치장은 금과 옥을 아로새기고

꽃을 수놓아 입새를 그렸으며,

各率部妓結束隨行,

각솔부기결속수행

각기 부하 기생들을 거느리고 결속結束하고 수행하는데,

幷乘五花之馬, 跨金鞍躡銀鐙,

병승오화지마 과금안섭은등

오화마五花馬 금안장에 걸터앉아

은으로 만든 등자鐙子를 디디고 나란히 올라타고

橫拖珊瑚之鞭, 輕攬瑣珠之轡, 昵隨丞相之後.

횡타산호지편 경람쇄주지비 닐수승상지후

산호珊瑚 채찍을 비껴들어 구슬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승상의 뒤를 가까이 따랐다.

八百紅粧 皆乘駿驄, 擁鴻月左右而去,

팔백홍장 개승준총 옹홍월좌우이거

팔백 명의 기생들도 단장을 예쁘게 하고

모두 준총駿驄을 잡아타고서

적경홍과 계섬월을 빙 둘러 좌우로 호위하며 나아가다가,

中路逢越王, 越王軍容女樂, 足與丞相之行幷駕矣.

중로봉월왕 월왕군용녀악 족여승상지행병가의

도중에 월왕을 만났는데

군의 장비와 여악女樂은 족히 승상의 행차와 더불어 맞먹을 정도였다.

越王與丞相幷鑣而行 問於丞相曰:

월왕여승상병표이행 문어승상왈

월왕과 승상은 서로 말머리를 가지런히 하여 나아가는데,

월왕이 승상에게 묻기를,

“丞相所騎之馬何國之種也?”

승상소기지마하국지종야

“승상이 타신 말은 어느 나라의 종자이니까?”

丞相曰: “出於大宛國也.

승상왈 출어대완국야

승상이 대답하기를,

“대완국大宛國에서 났나이다.

大王之馬亦似宛種也.”

대왕지마역사완종야

대왕께서 타신 말도 또한 완종宛種인 듯하니이다.”

越王曰: “然. 此馬之名千里浮雲驄,

월왕왈 연 차마지명천리부운총

월왕이 말하기를,

“그렇소이다. 이 말 이름은 천리 부운총千里浮雲驄인데,

去年秋陪天子獵於上林, 天廐萬馬皆追風逸足,

거년추배천자렵어상림 천구만마개추풍일족

작년 가을에 천자를 모시고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나라 마구간에 있는 만여 필의 말이 모두 바람을 박차며 빨리 달렸지만,

而無追及於此者, 卽今張駙馬之桃花驄,

이무추급어차자 즉금장부마지도화총

이 말을 따라가지 못하였고,

지금 장부마張駙馬의 도화총桃花驄

李將軍之烏騅馬皆稱龍種, 而比此馬皆駑駘也.”

리장군지오추마개칭룡종 이비차마개노태야

이장군李將軍의 오추마烏騅馬를 모두 용마龍馬라 부르지만,

이 말에 비하면 모두 느리고 둔하였나이다.”

丞相曰: “去年討蕃國時

승상왈 거년토번국시

승상이 말하기를,

“지난 해 번국蕃國을 칠 때

深險之水, 嶄截之壁 人不能着足,

심험지수 참절지벽 인불능착족

깊고 험한 물과 높고 가파른 벼랑에

사람은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는데,

而此馬如踏平地未嘗一蹶,

이차마여답평지미상일궐

이 말은 그곳을 평지 밟듯 하여 한 번도 실족함이 없었으니,

少游之成功實賴此馬之力,

소유지성공실뢰차마지력

소유의 공을 이룬 것이 실로 이 말의 힘을 입은 것인즉,

杜子美所謂與人一心成大功者非耶?

두자미소위흥인일심성대공자비야

두보의 이른바

‘사람과 더불어 일심이 되어 큰 공을 이룬다.’함이 아니리까?

少游班師之後, 爵品驟崇職務亦閑,

소유반사지후 작품취숭직무역한

소유가 군사를 돌이킨 후에

작품爵品이 높아지고 직무가 또한 한가해져서

穩崇平轎緩行坦途, 人與馬俱欲生病矣,

온숭평교완행탄도 인여마구욕생병의

편히 평교자平轎子를 타고 평탄한 길을 서서히 다니게 되니

사람과 말이 모두 병이 나려 한즉,

請與大王揮鞭一馳, 較健馬之快步,

청여대왕휘편일치 교건마지쾌보

대왕과 더불어 채찍을 휘둘러 한 번 다투어 달려서

건마健馬의 빠른 걸음을 견주며,

試舊將之餘勇.”

시구장지여용

옛 장수의 나머지 용맹을 시험해 보기를 청하나이다.”

越王大喜曰: “亦吾意也.”

월왕대희왈 역오의야

월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그것 또한 나의 생각이로다!”

遂分付於侍子, 使兩家賓客及女樂,

수분부어시자 사양가빈객급녀악

드디어 시중드는 자에게 분부를 내려

양가의 손님들과 여악女樂들을

歸待於幕次, 正欲擧鞭策馬矣,

귀대어막차 정욕거편책마의

막차幕次에 돌아가 기다리게 하고,

채찍을 들어 말을 치려 할 즈음,

適有大鹿爲獵車所逐,

적유대록위렵거소축

마침 큰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쫓겨

掠過越王之前, 王使馬前壯士射之,

략과월왕지전 왕사마전장사사지

월왕 앞을 지나치기에

왕이 말 앞의 장사를 시켜 쏘게 하였는데,

於是衆矢齊發皆不能中, 大王怒躍馬而出,

어시중시제발개불능중 대왕로약마이출

여러 장사들이 일시에 활을 당기었으나 모두 맞히지 못하였므로

왕이 무척 노하여 말을 채쳐 나아가며

以一矢射其左脅而殪之, 衆軍皆呼千歲.

이일시사기좌협이에지 중군개호천세

화살 하나로 그 옆구리를 맞히어 거꾸러뜨리니

모든 군사가 일제히 천세千歲를 외쳤다.

丞相稱之曰: “大王神弓無異汝陽王也.”

승상칭지왈 대왕신궁무리여양왕야

승상이 칭찬하기를,

“대왕의 신궁神弓은 여양왕汝陽王과 다름이 없나이다.”

王曰: “小技何足稱哉?

왕왈 소기하족칭재

왕이 말하기를,

“적은 재주를 어찌 그토록 칭찬하리오?

我欲見丞相射法亦可試否?”

아욕견승상사법역가시부

내 승상의 활 쏘는 법을 보고 싶은데 또한 시험 해 줄 수 있겠소?”

言未訖 天鴉一雙適自雲間飛來, 諸軍皆曰:

언미흘 천아일쌍적자운간비래 제군개왈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니 한 쌍이 마침 구름 사이로부터 날아왔는데,

모든 군사들이 말하기를,

“此禽最難射也, 宜用海東靑也.”

차금최난사야 의용해동청야

“저 새는 가장 맞히기 어려운지라,

마땅히 해동청海東靑[금으로 만든 빠른 화살]을 쓸지어다.”

丞相笑曰: “汝姑勿放.”

승상소왈 여고물방

승상이 웃으며 말하기를,

“아직 서두르지 말지어다!”

卽抽箭飜身, 仰射中鴉左目 而墜於馬前,

즉추전번신 앙사중아좌목이추어마전

곧 허리 사이에서 금비전金鞞箭[금으로 꾸민 빠른 화살]을 뽑아내어

몸을 위로 하고 높은 곳을 향해 쏘아 고니의 왼쪽 눈을 맞혀서

말 앞에 떨어지게 하니,

越王大贊曰: “丞相妙手 今之養由基也.”

월왕대찬왈 승상묘수 금지양유기야

월왕이 크게 칭찬하기를,

“승상의 묘한 수는 이제 양유기養由基라!”

兩人遂揮鞭一哨, 兩馬齊出 星流電邁 神行鬼閃,

양인수휘편일초 양마제출 성류전매 신행귀섬

양인이 드디어 채찍을 한번 휘두르니

두 말이 일제히 나와서

별같이 흐르며 번개같이 힘써 나아가고 귀신같이 번득이어

瞬息之間已涉大野 而登高丘矣.

순식지간이섭대야 이등고구의

순식간에 너른 벌판을 가로 질러 높은 언덕에 올랐다.

按轡幷立 周覽山川 領略風景,

안비병립 주람산천 령략풍경

두 사람은 고삐를 당겨 나란히 서서

산천의 경개를 둘러보고 풍경을 대략 살펴보더니

仍論射法劍術 娓娓不止. [亹亹不止:임명덕본.]

잉론사법검술 미미부지

이내 활 쏘는 법과 검술을 논의하는데

그 대화가 길어져 그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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