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蘭陽曰: “妾當入去開諭姐姐矣.”

란양왈 첩당입거개유저저의

난양이 말하기를,

“첩이 마땅히 안으로 들어가

저저에게 알아듣도록 잘 타일러 보리이다.”

卽回身而入, 至日暮亦不肯出來,

즉회신이입 지일모역불긍출래

곧 몸을 돌려 들어가더니

날이 저물도록 또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燈燭已張於房闥矣,

등촉이장어방달의

이미 방 안에 등촉燈燭을 벌여 놓고서,

蘭陽使侍婢傳語曰:

란양사시비전어왈

난양은 시비를 시켜 말을 전하기를,

“游說百端姐姐終不回心, 妾當初與姐姐結約死生不相離,

유세백단저저종불회심 첩당초여저저결약사생불상리

“첩이 온갖 방법으로 두루 타일러도

저저는 끝내 마음을 돌이키지 아니하시는데,

첩은 당초 저저와 더불어

사생死生간 서로 떨어지지 아니하기로 약속을 맺고,

苦樂相同以矢言, 告之於天地神祗,

고락상동이시언 고지어천지신지

고락을 함께 하기로 언약을 맺어

천지 신명께 아뢰었기로,

姐姐若終老於深宮, 則妾亦終老於深宮,

저저약종로어심궁 즉첩역종로어심궁

저저가 만일 심궁深宮에서 홀로 늙으면

첩 또한 심궁에서 홀로 늙고,

姐姐若不近於相公, 則妾亦不近於相公,

저저약불근어상공 즉첩역불근어상공

저저가 만일 상공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첩도 또한 상공을 가까이 하지 않을 것이오니,

望相公就淑人之房穩度今夜.”

망상공취숙인지방온도금야

상공은 숙인의 방으로 가시어

오늘 밤을 안녕히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丞相怒膽撑膓, 堅忍不泄而虛帷冷屛,

승상로담탱장 견인불설이허유랭병

승상은 노기가 치밀어 오르나

굳게 참고 견뎌 내색을 아니하는데, 빈 휘장과 찬 병풍이

亦甚無聊斜倚寢床, 直視秦氏

역심무료사의침상 직시진씨

또한 매우 무료하므로 침상에 비스듬히 의지하여

진씨를 똑바로 바라보니,

秦氏卽秉燭導丞相歸寢房, 燒龍香於金爐,

진씨즉병촉도승상귀침방 소룡향어금로

진씨가 곧 촛불을 들고 승상을 인도하여 침방으로 돌아가

금화로에 용향龍香을 피우고

展錦衾於象床請丞相曰:

전금금어상상청승상왈

상아 평상象牙平床에 비단 금침을 펴고서

승상께 아뢰기를,

“妾雖不敏嘗聞君子之風, 禮云妾御不敢當夕,

첩수불민상문군자지풍 례운첩어불감당석

“첩이 비록 불민不敏하오나

일찍이 군자의 풍도風度를 들었사온데,

예법에 ‘첩이 시중드는데 감히 저녁을 대하지 못한다’ 하였으니,

今兩公主娘娘皆入內殿,

금양공주낭낭개입내전

이제 두 공주마마께서 내전에 드셨는데,

妾何敢陪相公而經此夜乎?

첩하감배상공이경차야호

첩이 어찌 감히 상공을 모시고

이 밤을 지낼 수 있사오리까?

惟相公安寢. 當退去矣.”

유상공안침 당퇴거의

오직 상공은 안녕히 취침하소서.

첩은 마땅히 물러가리이다.”

卽雍容步去, 丞相以挽執爲苦,

즉옹용보거 승상이만집위고

곧 얼굴을 감싸고 걸어가거늘,

승상이 만류하고 잡는 것을 괴로이 여겨

雖不留止而是夜景色, 頗冷淡矣,

수불류지이시야경색 파냉담의

비록 못 가게는 아니하였으나,

이 밤의 경색景色이 자못 냉담冷淡한지라

遂垂幌就枕反側不安 自語曰:

수수황취침반측불안 자어왈

드디어 휘장을 드리우고 침실로 가

몸을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이르기를,

“此輩結黨挾謀侮弄丈夫, 我豈肯哀乞於彼哉?

차배결당협모모롱장부 아기긍애걸어피재

“이 무리들이 떼를 지어 꾀를 내어 장부를 조롱하니,

내 어찌 저들에게 애걸하리오?

我昔在鄭家花園, 晝則與鄭十三, 大醉於酒樓

아석재정가화원 주즉여정십삼, 대취어주루

내 전일에 정사도 집 화원에 있을 때,

낮이면 정십삼과 더불어 주루에서 크게 취하고

夜則與春娘對燭飮酒, 無一日不閑 無一事不快矣,

야즉여춘낭대촉음주 무일일불한 무일사불쾌의

밤이면 춘낭과 함께 촛불을 대하여 술을 마시니

하루도 한가하지 아니한 때가 없었고

한 가지 일도 불쾌함이 없었는데

今爲三日駙馬, 已受制於人乎.”

금위삼일부마 이수제어인호

이제 부마된 지 삼일만에

벌서 사람의 절제節制를 받느니라.”

心甚煩惱手拓紗窓, 河影流天月色滿庭,

심심번뇌수척사창 하영류천월색만정

마음이 매우 번뇌하여 손을 들어 사창紗窓을 여니,

은하수가 하늘에 흐르고 달빛이 뜰에 가득하거늘,

乃曳履而出巡簷散步, 遠望英陽公主寢房,

내예이이출순첨산보 원망영양공주침방

이에 신을 끌고 나아가 이리저리 거닐다가,

멀리 영양공주의 침방 쪽을 바라본즉,

繡戶玲瓏銀缸熀明, 丞相暗語曰:

수호령롱은항엽명 승상암어왈

수호繡戶가 영롱玲瓏하고 은항銀缸이 휘황하기에

승상이 마음속으로 이르기를,

‘夜已深矣, 宮人何至今不寐乎?

야이심의 궁인하지금불매호

‘밤이 이미 깊었는데

궁인宮人이 어찌 지금껏 자지 않을꼬?

英陽怒我而入送我於此, 或者已歸於寢室乎?’

영양로아이입송아어차 혹자이귀어침실호

영양이 내게 노하여 나를 이리로 보내더니,

혹시 벌서 침실로 돌아갔는가?’

恐出跫音擧趾輕步, 潛進窓外 則兩公主談笑之響,

공출공음거지경보 잠진창외 즉양공주담소지향

발소리가 날까 두려워 발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걸어

가만히 창밖으로 나아가니 두 공주가 담소하는 소리와

博陸之聲出於外矣.

박륙지성출어외의

박륙博陸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므로,

暗從櫳隙而窺之, 則秦淑人坐兩公主之前,

암종롱극이규지 즉진숙인좌양공주지전

가만히 창틈으로 엿본즉,

진숙인이 두 공주 앞에 앉아

與一女子對博局,

여일녀자대박국

한 여자와 더불어 주사위 판을 대하고

祝紅呼白 其女子轉身挑燭, 正是賈春雲也.

축홍호백 기녀자전신도촉 정시가춘운야

홍紅을 빌며 백白을 부르더니,

그 여자가 몸을 돌려 촛불을 돋우는데

이는 틀림없이 가춘운賈春雲이었다.

元來春雲欲觀光於公主大禮, 入來宮中已累日 而藏身掩跡,

원래춘운욕관광어공주대례 입래궁중이루일 이장신엄적

원래 춘운은 공주들의 대례大禮를 보기 위해

궁중에 들어온 지 이미 여러 날 되었지만,

몸을 감추고 발자취를 숨기어

不見丞相故, 丞相不知其來矣.

불견승상고 승상부지기래의

승상을 보지 아니하였으므로,

승상은 춘운이 온 것을 알지 못하였다.

丞相驚訝曰:

승상경아왈

‘春雲何至於此耶? 必公主欲見而招來也.’

춘운하지어차야 필공주욕견이초래야

승상이 놀라 의아하게 여기며 이르기를,

‘춘운이 어찌 이곳에 이르렀을꼬?

필연 공주가 보고자 하여 불렀음이로다.’

秦氏忽改局設馬而言曰:

진시홀개국설마이언왈

진씨가 홀연 주사위 판을 고쳐 마馬를 차리며 말하기를,

“旣無睹物殊覺無味, 當與春娘爭賭矣.”

기무도물수각무미 당여춘낭쟁도의

“내놓은 물건이 없으므로 별반 흥미가 없으니,

내 마땅히 춘낭과 더불어 내기를 하겠노라.”

春雲曰: “春雲本貧女也,

춘운왈 춘운본빈녀야

춘운이 말하기를,

“춘운은 본디 가난한 여자라,

勝則一器酒肴亦幸矣,

승즉일기주효역행의

이기면 곧 한 그릇의 주효酒肴도

또한 다행으로 알거니와,

淑人長在貴主之側, 視彩錦如麤織,

숙인장재귀주지측 시채금여추직

숙인께서는 귀주마마의 곁에 오래 계셨기에

추직麤織과 같은 채색 비단을 보고

以珍羞爲藜藿, 欲使春雲以何物爲賭乎?”

이진수위려곽 욕사춘운이하물위도호

진귀한 것들에 싫증이 나셨을 것인데,

춘운에게 무슨 물건을 내기하라 하나이까?”

彩鳳曰: “吾不勝 則吾一身所佩之香,

채봉왈 오불승 즉오일신소패지향

채봉이 대답하기를,

“내가 이기지 못하면 곧 내 몸에 찬 노리개와

粧首之飾, 從春雲所求而與之,

장수지식 종춘운소구이여지

머리에 꽂은 비녀를

춘운이 구하는 대로 줄 것이요,

娘子不勝 從我請也, 是事於娘子固無所費也.”

낭자불승 종아청야 시사어낭자고무소비야

낭자가 이기지 못하면

내가 청하는 말을 들을지니,

이 일은 실로 낭자에게는 허비될 것이 없소이다.”

春雲曰:

춘운왈

“所欲請者何事, 所欲聞者何語?”

소욕청자하사 소욕문자하어

춘운이 묻기를,

“청하고자 하시는 바는 무슨 일이며,

듣고자 하시는 바는 무슨 말이뇨?”

彩鳳曰: “我頃聞兩位貴主私語,

채봉왈 아경문양위귀주사어

채봉이 대답하기를,

“내 지난번에 두 귀주께서 사사로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春娘爲仙爲鬼, 以欺丞相云 而我未得其詳,

춘낭위선위귀 이기승상운 이아미득기상

낭자가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어 그로써 승상을 속이었다 하는데,

내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으니,

娘子負則以此事, 替爲古談而說與我也.”

낭자부즉이차사 체위고담이설여아야

낭자가 지거든 이 일을

고담古談삼아 내게 들려주도록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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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운몽의 창작동기는 유복자로 태어난 작가가 과부로 지내며

유배생활을 하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다 우울증에 빠진 모친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환생을 통하여 현존재의 부귀 공명 등 차별성을 극복하고 생명의 영원성을

지향했다는 것이 <구운몽)의 주제다.

17세기 김만중 소설 구운몽 현대인 우울증 치료 효과
-영남대 이강옥 교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367&yy=2011

특히 주인공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나기까지 나타난 죽음의 과정과 환생의 과정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건전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며, 자살 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우울증 환자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보는 지은이는

‘성진이 양소유로 되는 과정을 죽음과 환생으로 설명해보십시오’,

‘당신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수 있습니까?’,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당신은 죽음 뒤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울러 지은이는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진행되어온 ‘구운몽’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운몽’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주인공 양소유의 일생은

‘옳고 그름’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정당함,

‘높고 낮음’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절대적 높음,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대적 분별을 최소화한 남성성과 여성성,

‘너와 나’의 분별을 넘어선 형제애 혹은 동성애 등 위대한 평등세계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해석하면서, ‘구운몽’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을 예찬하는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75

丞相暗想曰:

승상암상왈

승상이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했다.

"世上果有非兄弟非親戚 而酷相類者也.

세상과유비형제비친척 이혹상류자야

“세상에는 과연 형제도 친척도 아니면서

서로 아주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吾約鄭氏之婚也, 意欲同生而同死矣,

오약정씨지혼야 의욕동생이동사의

내 정씨와 혼인을 약속할 적에,

함께 살고 함께 죽기로 마음먹었는데,

今我已結伉儷之樂 而鄭氏孤魂, 托於下處耶?

금아이결항려지락 이정씨고혼 탁어하처야

이제 나는 짝을 짓는 즐거움을 맺었으나

정씨의 외로운 넋은 어느 곳에 의탁하였을꼬?

我欲遠嫌旣未一酹於其墳, 又孤一哭於其殯,

아욕원혐기미일뢰어기분 우고일곡어기빈

내 허물을 멀리 떨치고자 하여 무덤 앞에 한잔 술과

또 그 빈소에서 외로운 곡哭 한 번 아니하였으니,

吾負鄭娘多矣.”

오부정낭다의

내 정낭자를 저버림이 심하였구나!”

存於中者發於外, 雙淚汪汪欲滴,

존어중자발어외 쌍루왕왕욕적

마음속에 있던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려 볼을 적시려 하므로,

鄭氏以水鏡之心, 豈不知其懷抱間事乎,

정씨이수경지심 기부지기회포간사호

정씨의 거울 같은 마음으로

승상의 가슴 속에 품은 뜻을 어찌 알지 못하리오?

乃整衽而問曰: “妾聞之主辱臣死 主憂臣辱,

내정임이문왈 첩문지주욕신사 주우신욕

이에 옷깃을 바로잡고 묻기를,

“첩은 임금이 욕을 당하면 신하는 죽고,

임금이 근심하면 신하는 욕을 당하며,

女子之事君子如臣之事君,

녀자지사군자여신지사군

여자가 군자君子를 섬김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다고 들었는데,

今相公臨觴, 忽惻惻不樂 敢問其故?”

금상공임상 홀측측불락 감문기고

이제 상공이 잔을 잡으시고

홀연 슬퍼하여 즐겁지 않은 듯하시니,

감히 그 연고를 묻고자 하나이다.”

丞相謝曰:“小生心事當不諱於貴主矣.

승상사왈 소생심사당불휘어귀주의

승상이 사례하며 말하기를,

“소생小生이 마음 속 일을

귀주貴主께 숨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지요.

少游曾往鄭家見其女子矣,

소유증왕정가견기녀자의

소유가 지난 날 정가鄭家에 가서 그 여자를 보았는데,

貴主聲音容貌恰似鄭氏女故, 觸目興思 悲形於色,

귀주성음용모흡사정씨녀고 촉목흥사 비형어색

귀주의 음성과 용모가 정가의 여자와 흡사하므로

눈에 어른거리고 마음에 일어나기에 얼굴에 슬픈 표정을 지어

遂令貴主有疑 貴主勿怪也.”

수령귀주유의 귀주물괴야

마침내 귀주께 의혹을 사게 하였으나,

귀주는 괴이쩍게 여기지 마옵소서.”

英陽聽訖顔頰微赤, 忽起入內殿久不出,

영양청흘안협미적 홀기입내전구불출

영양이 이 말을 다 듣고 나자 얼굴의 두 볼에 약간 붉은 빛을 띠며

홀연히 일어나서 내전으로 들어가 오래 나오지 아니하므로,

使侍女請之 侍女亦不出 蘭陽曰:

사시녀청지 시녀역불출 란양왈

승상이 시녀를 시켜 청하였으나

시녀 또한 나오지 아니하였다. 난양이 말하기를,

“姐姐太后娘娘所寵愛也, 性品頗驕傲,

저저태후낭낭소총애야 성품파교오

姐姐以此 有未妥之心.”

저저이차 유미타지심

“저저는 태후마마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

성품이 자못 교만하고 오만하여

不如妾之殘劣也, 相公比鄭女於姐姐,

불여첩지잔열야 상공비정녀어저저

첩의 잔열殘劣함과는 같지 않사온데

아마도 상공께서 저저에게 정녀를 견주시니

이로 인해 저저가 좋지 않으신 마음을 가졌는가 보옵나이다.”

丞相卽使秦氏謝罪曰:

승상즉사진씨사죄왈

승상이 곧 진씨로 하여금 사죄하여 이르기를,

“少游被酒因醉妄發, 貴主若出來,

소유피주인취망발 귀주약출래,

“소유가 술마신 후 취하여 망발妄發하였으니,

귀주가 만일 나오시면

則少游當如晋文公請自囚矣.”

즉소유당여진문공청자수의

소유는 마땅히 진문공晋文公과 같이

갇히기를 스스로 청하리이다.”

秦氏久而出來無所傳之言,

진씨구이출래무소전지언

진씨가 오래 머물다 나왔으나 전하는 말이 없었다.

丞相曰:“貴主有何語?”

승상왈 귀주유하어

승상이 묻기를,

“귀주가 무엇이라 하시더뇨?”

秦氏曰:“貴主怒氣方峻言頗過中,

진씨왈 귀주로기방준언파과중

진씨가 대답하기를,

“귀주께서 노기怒氣가 크시와 말씀이 꽤 과하시므로

賤妾不敢傳矣.”

천첩불감전의

천첩이 감히 전하지 못하나이다.”

丞相曰:“貴主過中之言,

승상왈 귀주과중지언

승상이 이르기를,

“귀주의 과도한 말씀이

非淑人愆也, 須細傳之.”

비숙인건야 수세전지

숙인淑人의 허물이 아니니

모름지기 자세히 전하여 이르라!”

秦氏曰:

진씨왈

“英陽公主有敎曰, 妾雖殘劣卽太后娘娘之寵女,

영양공주유교왈 첩수잔열즉태후낭낭지총녀

진씨가 대답했다.

“영양공주가 가르쳐 이르시길

‘첩이 비록 비열하나

태후마마의 총애하는 딸이요,

鄭女雖奇 不過爲閭閻間賤微女子,

정녀수기 불과위여염간천미녀자

정녀 비록 기이하나

여염의 천미賤微한 여자에 불과하니라.’

禮曰式路馬 此非馬之敬也, 敬君父之所乘也,

례왈식로마 차비마지경야 경군부지소승야

예법에 이르되 ‘길말[천자의 승마]에 허리를 굽힌다’ 하였으니,

이는 말을 공경함이 아니라, 임금이 타신 바를 공경함이오

君父之馬尙且敬之, 况君父所嬌之女乎?

군부지마상차경지 황군부소교지녀호

임금이 탄 말도 오히려 공경하거늘,

하물며 임금이 사랑하시는 누이에 있어서랴?

相公若敬君父而尊朝廷也, 固不可以妾比之於鄭女.

상공약경군부이존조정야 고불가이첩비지어정녀

상공이 만일 임금을 공경하고 조정을 존귀하게 여기실진대,

굳이 첩을 정녀와 비교함은 옳지 않나이다.

况且鄭氏曾不顧念, 自矜其色 與相公接言語論琴曲,

황차정씨증불고념 자긍기색 여상공접언어론금곡

하물며 정녀가 일찍이 꺼리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고

스스로 그 자색을 자랑하여

상공과 더불어 말을 건네고 거문고 곡조를 논하였은즉,

則不可謂持身有禮也, 其濫可知矣.

즉불가위지신유례야 기람가지의

아무래도 몸가짐이 예법에 옳지 않으며

그 지나침을 알 수 있나이다.

自傷婚事之蹉跎, 身致幽鬱之疾病,

자상혼사지차타 신치유울지질병

또 스스로 혼사의 시기를 잃고 이루지 못함에 마음 상하여

몸에 유울병幽鬱病을 일으켜

終至夭折於靑春, 亦不可謂多福之人也,

종지요절어청춘 역불가위다복지인야

끝내 청춘을 일찍 재촉하였으니,

또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며,

其命最奇矣, 相公何曾比余於是乎?

기명최기의 상공하증비여어시호

그 명이 매우 박하거늘

상공이 어찌 나를 여기에 견주시나뇨?

昔魯之秋胡, 以黃金戱採桑之女,

석노지추호 이황금희채상지녀

옛날에 노魯나라 추호秋胡가

황금으로써 뽕 따는 계집을 희롱하여,

其妻卽赴水而死, 妾何可以羞顔對相公乎?

기처즉부수이사 첩하가이수안대상공호

그 아내가 곧 물에 빠져 죽었거늘

첩이 어찌 부끄러운 얼굴로써 다시 상공을 대하리오?

不願爲無行人之妻也, 且相公念其顔面於已死之後,

불원위무행인지처야 차상공념기안면어이사지후

진실로 행실이 없는 사람의 처가 되길 바라지 않으며,

또한 상공이 이미 죽은 후에도 얼굴을 기억하고,

卞其聲音於久別之餘,

변기성음어구별지여

그 목소리를 이별한 지 오래인데도 분별하여 내니,

此必挑琴於卓女之堂, 偸香於賈氏之室,

차필도금어탁녀지당 투향어가씨지실

이는 필연 탁녀[卓文君]가 당堂에서 거문고로 가리고

가씨賈氏 집에서 향을 도둑질함과 같으리니,

其行之汚近於秋胡,

기행지오근어추호

그 행실의 더러움이 추호와 비슷한즉,

妾雖不能效古人之投水, 自此誓不出閨門之外,

첩수불능효고인지투수 자차서불출규문지외

첩이 비록 옛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을 본받을 수는 없어도,

이로부터 맹세코 규문閨門 밖에 나가지 아니하고

終身而死矣.

종신이사의

끝내 늙어 죽으려하니,

蘭陽性質柔順不與我同,

란양성질유순불여아동

난양은 성질이 유순하여

나와 같지 아니하므로

惟願相公與蘭陽偕老.”

유원상공여란양해로

‘상공은 난양과 더불어

해로偕老하심을 다만 바라나이다’ 하시더이다.”

丞相大怒於心昊下,

승상대로어심호하

승상이 크게 노하여 마음속에 이르기를,

“安有以女子而怙勢如英陽者乎?

안유이녀자이호세여영양자호

“천하에 어찌 여자로서

세勢를 믿는데 영양 같은 자가 있으리오?

果知爲駙馬之苦也.”

과지위부마지고야

과연 부마의 괴로움을 알겠노라.”

謂蘭陽曰:

위란양왈

“我與鄭女相遇自有曲折矣, 今英陽反以淫行,

아여정녀상우자유곡절의 금영양반이음행

난양공주에게 말하기를,

“내 정녀와 더불어 서로 만남에 곡절이 있거늘,

이제 영양공주가 도리어 음행淫行으로 내게 씌우고자 하는데,

加之於我無損, 而但辱及於旣骨之人, 是可歎也.”

가지어아무손 이단욕급어기골지인 시가탄야

내게 가해지는 것은관계치 않지만,

다만 욕이 이미 죽은 사람에게 미치니 이 실로 한탄할 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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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自古公主婚禮, 行於闕門之外官府矣,

자고공주혼례 행어궐문지외관부의

예로부터 공주의 혼례는

궐문 밖 관부官府에서 거행하였지만,

是日太后特令行禮於大內.

시일태후특령행례어대내

이 날에는 태후가

특별히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혼례를 치르도록 명하셨다.

至吉日丞相以麟袍玉帶, 與兩公主成禮,

지길일승상이린포옥대 여양공주성례

길일에 이르러 승상은 인포 옥대麟袍玉帶로 차려입고

두 공주와 예식을 올리니,

威儀之盛禮貌之偉不煩道也,

위의지성례모지위불번도야

위의威儀의 성盛함과 예모禮貌의 장함은 말할 것도 없고

禮畢入座秦淑人, 亦以禮納拜於丞相,

례필입좌진숙인 역이례납배어승상

예식이 끝나 자리를 잡은 다음에 진숙인秦淑人도

또한 예로써 승상을 뵙고

仍侍公主丞相賜之座.

잉시공주승상사지좌

이에 공주 곁에 섰더니 승상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三位上仙齊會一席, 光搖五雲影眩千門,

삼위상선제회일석 광요오운영현천문

세 사람의 상계上界 선녀가 일제히 한자리에 모여

빛이 오운五雲에 꿈틀거리듯 그림자가 천문千門에 현란하여

丞相雙眸亂纈, 九魄超忽, 只疑身在於黑甛鄕也.

승상쌍모란힐 구백초홀 지의신재어흑첨향야

승상의 두 눈동자가 어질어질하고

아홉 혼백이 흔들리어

다만 몸이 꿈속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닌 가 의심되었다.

是夜與英陽公主聯衾, 早起問寢於太后 太后賜宴,

시야여영양공주련금 조기문침어태후 태후사연

이 밤에 승상이 영양공주와 더불어 이불을 같이 하고,

이튿날에 일찍이 일어나 태후께 침실로 문안드리니,

태후께서 잔치를 베풀어 주시는데,

皇上及皇后亦入侍太后, 終夕罄歡.

황상급황후역입시태후 종석경환

황상과 황후께서 또한 들어와 태후를 모시고

종일토록 즐겁게 지내셨다.

是夕又與蘭陽公主幷枕, 第三日往于秦淑人之房,

시석우여란양공주병침 제삼일왕우진숙인지방

이 날 저녁에는 난양공주와 동침同寢하고,

세 번째 날에는 진숙인秦淑人 방으로 갔는데

淑人視丞相輒潛然垂涕, 丞相驚問曰:

숙인시승상첩잠연수체 승상경문왈

숙인이 승상을 보고 문득 눈물을 줄줄 흘리기에 ,

승상이 놀라서 묻기를,

“今日笑則可泣則不可! 淑人之淚抑有思乎?”

금일소즉가읍즉불가 숙인지루억유사호

“오늘 웃는 것은 옳거니와 우는 것은 옳지 못하도다!

숙인의 눈물에는 어떤 사연이 있느뇨?”

秦氏對曰:

진씨대왈

“不記小妾, 可知丞相之已忘妾也.”

불기소첩 가지승상지이망첩야

진씨가 대답하기를,

“소첩을 기억 못하시는데

승상께서 이미 소첩을 잊어버린 것으로 알겠나이다.”

丞相小頃乃悟, 就執玉手而謂曰:

승상소경내오 취집옥수이위왈

승상이 잠시 후 곧 깨닫고

진씨의 가냘픈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君得非華陰秦氏乎?”

군득비화음진씨호

“그대는 화주華州의 진낭자秦娘子가 아니시오?”

彩鳳無語轉咽, 聲不出口 丞相曰:

채봉무어전열 성불출구 승상왈

채봉彩鳳이 말을 못하고 목이 메어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아니하니,

승상이 이르기를,

“吾以爲娘子已作泉下之人矣, 果在宮中也.

오이위낭자이작천하지인의 과재궁중야

“나는 낭자가 이미 지하의 사람이 된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궁중에 있었구려.

華州相失娘家慘禍, 余欲無言娘豈欲听?

화주상실낭가참화 여욕무언낭기욕은

그때 화주에서 서로 헤어짐은 낭자의 집이 참화를 겪었기 때문에

내 할 말이 없거니와, 그대는 어찌 듣기를 바라오?

自客店逃亂之後, 何嘗一日不思吾娘子?

자객점도란지후 하상일일불사오낭자

객사에서 피난한 후로

어찌 하루라도 내가 낭자를 생각지 아니하였겠소?

而只知其死不知其生. 今日之得遂舊約,

이지지기사부지기생 금일지득수구약

다만 죽은 줄로만 알았지 살았음은 알지 못하였소이다.

오늘 옛 언약을 이루게 됨은

實是吾慮之所未及, 亦豈娘子之所期乎?”

실시오려지소미급 역기낭자지소기호

실로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바이며,

또한 낭자도 어찌 기약하였겠소?”

卽自囊裏出示秦氏之詞, 秦氏亦探懷中,

즉자낭리출시진씨지사 진씨역탐회중

승상이 곧 바로 주머니 속에서 진씨의 글을 내어 보이니,

진씨 또한 품속을 뒤져

奉呈丞相之詩,

봉정승상지시

승상의 시를 찾아 받들어 올리는데,

兩人楊柳詞依俙若相和之日也. 各把彩牋摧膓叩心而已.

양인양류사의희약상화지일야 각파채전최장고심이이

두 사람의 양류사楊柳詞가 서로 의연히 화답하던 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각자가 채전彩牋을 쥐고 솟구쳐 오르는 마음을 억제할 따름이었다.

秦氏曰: “丞相惟知以楊柳詞, 共結舊日之約

진씨왈 승상유지이양류사공결구일지약

진씨가 말하기를,

“승상은 오직 양류사로

함께 옛 언약을 맺은 줄만 아시지,

而不知以紈扇詩, 得成今日之緣也.”

이부지이환선시 득성금일지연야

깁부채에 쓴 시로 인하여

오늘의 연분이 이루어진 것은 알지 못하시나이다.”

遂開小篋出畵扇示丞相, 仍備陳其事曰:

수개소협출화선시승상 잉비진기사왈

드디어 조그만 상자를 열어 그림 부채를 꺼내 승상에게 보이고,

거듭 그 일을 자세히 설명한 뒤 말하기를,

“此皆太后娘娘及萬歲爺爺, 公主娘娘之洪恩盛德也.”

차개태후낭낭급만세야야 공주낭낭지홍은성덕야

“이는 모두 태후마마와 황제폐하

그리고 공주마마의 홍은 성덕洪恩盛德 덕택이옵니다.”

丞相曰: “其時避兵於藍田山, 還問店人則

승상왈 기시피병어람전산 환문점인즉

승상이 말하기를,

“그때 남전산藍田山으로 피난 갔다가

돌아와서 객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或云 娘子沒入於掖庭, 或云爲孥於遠邑,

혹운 낭자몰입어액정 혹운위노어원읍

사람들은 혹은 낭자가 대궐 안으로 잡혀 들어갔다 말하기도 하고,

혹은 먼 고을의 관비로 되어 갔다 말하기도 하며,

或云亦不免凶禍, 雖未知的報更無可望,

혹운역불면흉화 수미지적보갱무가망

혹은 또한 흉화凶禍를 면치 못하였다고 말하기도 하여

비록 적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여 다시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不得已求婚於他家,

부득이구혼어타가

부득이 다른 집에 혼처를 구하게 되었으나,

而每過華山渭水之間, 身如失侶之鴈,

이매과화산위수지간 신여실려지안

화산華山과 위수渭水 사이를 지날 적마다

몸은 짝 잃은 기러기 같았고

心若中鉤之魚, 皇恩所及雖與會合, 第有不安於心者,

심약중구지어 황은소급수여회합 제유불안어심자

마음은 낚시에 꿰인 고기 같았는데,

황은皇恩이 미치어 비록 서로 함께 모였으되,

다만 마음에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으니,

店中初約豈以小星相期,

점중초약기이소성상기

바로 객점에서 정한 처음의 언약이

어찌 소실로 기약되었으리오?

而終使娘子屈於此位 慚愧何言?”

이종사낭자굴어차위 참괴하언

마침내 낭자로 하여금 이 위位에 굽히게 하였으니,

부끄러움을 어찌 이루 말로 다할 수 있으리오?”

秦氏曰: “妾之薄命妾亦自知故,

진씨왈 첩지박명첩역자지고

진씨가 말하기를,

“첩의 명이 기박함은 또한 스스로 알고,

曾送乳媼於客店也, 郞若取室 則自願爲小室矣,

증송유온어객점야 랑약취실 즉자원위소실의

일찍이 유모를 객점으로 보내어 고할 때,

낭군이 만약 결혼을 하셨다면

스스로 소실小室이 되기를 원하였는데,

今居貴主之副位榮也幸也.

금거귀주지부위영야행야

이제 귀주의 다음가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첩의 영광이며 행운이오이다.

妾若怨恨則天必厭之.”

첩약원한즉천필염지

첩이 만일 원한의 마음을 갖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미워하시리이다.”

是夜舊誼新情 比前兩宵, 尤親密矣.

시야구의신정 비전양소 우친밀의

이 밤에는 구의舊誼와 신정新情이

전일의 두 밤에 비하여 더욱 친밀하였다.

明日丞相與蘭陽公主, 會英陽公主房中閑坐傳盃,

명일승상여란양공주 회영양공주방중한좌전배

이튿날에는 승상이 난양공주와 더불어

영양공주 방 안에 모여 한가로이 앉아서 잔을 돌리고 있었는데,

英陽低聲招侍女請秦氏,

영양저성초시녀청진씨

영양공주가 소리를 낮추어 시녀를 불러서 진씨를 청하거늘,

丞相聞其聲音, 中心自動 悽黯之色 忽上於面.

승상문기성음 중심자동 처암지색 홀상어면

승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마음속이 스스로 움직여

구슬프고 슬픈 빛을 홀연히 낯에 띄었다.

盖曾入鄭府對小姐彈琴, 聞其評曲之聲音,

개증입정부대소저탄금 문기평곡지성음

이는 일찍이 정사도 집에 들어가 소저를 대하고 거문고를 탈적에,

그 곡조를 평하던 목소리를 듣고

此容貌尤慣矣,

차용모우관의

그 용모가 더욱 눈에 익었는데,

此日聞英陽之聲, 如自鄭小姐口中出也.

차일문영양지성 여자정소저구중출야

이날 영양공주의 음성이

또한 정소저의 입속에서 나온 것과 같아

旣聞其聲, 又見其面則聲亦鄭小姐也,

기문기성 우견기면즉성역정소저야

이미 그 소리를 들은 듯 하고,

또 그 얼굴을 보니 음성도 정소저요,

貌亦鄭小姐也.

모역정소저야

모습도 또한 정소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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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丞相叩頭奏曰:

승상고두주왈

승상이 머리를 조아려 아뢰기를,

"臣前後拒逆之罪實合斧鉞之誅,

신전후거역지죄실합부월지주

“신이 여러 차례 거역한 죄는

실로 부월斧鉞로 주살誅殺을 당하여도 합당하거늘,

而聖敎荐下玉音春溫, 臣誠感殞不知死所.

이성교천하옥음춘온 신성감운부지사소

성교聖敎를 거듭 내리시어 말씀이 온후하시니,

신은 진실로 감운感殞하여 죽고자 하여도 죽을 데를 알지 못하나이다.

前日之累抗嚴敎, 有所拘於人倫而不獲已也,

전일지루항엄교 유소구어인륜이불획이야

오직 전일에 여러 번 엄교嚴敎를 거역함은

인륜에 구애됨이 있어서 부득이 마지못한 일이더니,

今則鄭女已亡矣, 臣詎敢有他意乎?

금즉정녀이망의 신거감유타의호

이제는 정녀가 이미 죽었으니

신에게 어찌 감히 다른 뜻이 있겠나이까?

但門戶寒微才術空疎, 恐不合於駙馬之尊位也.”

단문호한미재술공소 공불합어부마지존위야

다만, 문호가 한미寒微하옵고 재주와 술책이 허虛하고 옅사오니

부마의 존위尊位에는 합당치 못하여 두렵나이다.”

上大悅卽下詔於欽天舘, 使擇吉日,

상대열즉하조어흠천관 사택길일

황상이 매우 기뻐하시며 곧 조서를 흠천감欽天監에 내리시어

길일을 택하여 들이라 하셨는데,

太史以秋九月望日奏之, 只隔數十日矣.

태사이추구월망일주지 지격수십일의

태사太史가 추구월 보름께라고 아뢰니,

다만 수십 일의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上下敎於丞相曰:

상하교어승상왈

“前日則婚事在於可否間故, 不言於卿矣.

전일즉혼사재어가부간고 불언어경의

황상이 승상에게 하교하기를,

“전일에는 곧 혼사가 정해지지 않았던 관계로

경에게 미처 말하지 못 하였도다.

朕有妹兩人皆賢淑, 非凡骨也,

짐유매양인개현숙 비범골야

실은 짐에게 누이가 두 사람 있는데

다 현숙함이 비범하니,

雖欲更求如卿者, 何處可得乎?

수욕갱구여경자 하처가득호

비록 다시 경 같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나

어느 곳에서 찾을 수가 있으리오?

以是朕恭承太后之詔, 欲以兩妹下嫁於卿矣.”

이시짐공승태후지조 욕이양매하가어경의

이러므로 짐이 태후의 조칙을 공손히 받들어

두 누이를 경에게 하가下嫁케 하고자 하노라.”

丞相忽憶眞州客舘之夢, 大異於心伏地奏曰:

승상물억진주객관지몽 대리어심복지주왈

승상이 문득 진주眞州 객관에서의 꿈을 생각하고,

마음에 매우 괴이하게 여겨 땅에 엎드려서 아뢰기를,

“臣自被椒掖之揀, 欲避無路欲走無地,

신자피초액지간 욕피무로욕주무지

“신이 부마 간택揀擇을 입사온 후로는

없는 길로 피하고자 하고 없는 땅에 달려가고자 하였으나,

未得置身之所,

미득치신지소

몸 둘 곳을 얻지 못하였사온데,

第切致寇之惧, 今陛下欲使兩公主, 共事一人之身,

제절치구지구 금폐하욕사양공주 공사일인지신

가장 두려운 것은

이제 폐하의 두 공주로 하여금 한 사람 몸을 함께 섬기도록 하시니,

此則自有人國家以來, 所未聞者也,

차즉자유인국가이래 소미문자야

이는 사람이 사는 나라 있은 이래로

듣지 못한 바이온즉

臣何敢承當乎?”

신하감승당호

신이 감히 어찌 당할 수 있사오리까?”

上曰: “卿之勳業足爲國朝第一,

상왈 경지훈업족위국조제일

황상이 타이르기를,

“경의 공적은 충분히 국조國朝의 으뜸이 되거늘,

彛鐘不足銘其功也, 茅土不足償其勞也,

이종부족명기공야 모토부족상기로야

이종彛鐘에 그 공功을 다 새길 수 없고,

모토茅土에서 그 노고에 상을 주려 해도 부족하므로

此朕所以以兩妹事之, 且御妹兩人友愛之情,

차짐소이이양매사지 차어매양인우애지정

짐의 두 누이로 섬기게 함이요,

또 두 누이의 우애가

皆出於天, 立則相隈 坐則相依,

개출어천 립즉상외 좌즉상의

다 천성에서 나왔으므로

서면 서로 친숙해지고, 앉으면 서로 의지하여

每願至老死不相離, 此太后娘娘之意也,

매원지로사불상리 차태후낭낭지의야

매양 늙어 죽어도 서로 떨어지지 않기를 원함은

태후마마의 의향이시니

卿不可辭也.

경불가사야

경은 결코 사양하지 말지어다.

且宮人秦氏世家士族也, 有姿色能文章,

차궁인진씨세가사족야 유자색능문장

또한 궁녀 진씨는 본디 좋은 집안의 자손이요,

얼굴이 곱고 글을 잘하여

御妹視如手足待以腹心,

어매시여수족대이복심

누이가 수족과 같이 보아 진정으로 대하며

欲以爲媵於下嫁之日故, 先使卿知之矣.”

욕이위잉어하가지일고 선사경지지의

하가下嫁하는 날에 잉첩媵妾으로 삼고자 하는 고로,

먼저 경에게 알게 하노라.”

丞相又起謝.

승상우기사

승상은 또 일어나 사은謝恩 할 뿐이었다.

時鄭小姐爲公主, 在於宮中日月多矣.

시정소저위공주 재어궁중일월다의

이때 정소저는 공주가 되어

궁중에 있은 지 오래 되었으며

事太后以孝以至誠,

사태후이효이지성

태후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고

與蘭陽及秦氏情若同氣, 敬愛深至 太后益愛之,

여란양급진씨정약동기 경애심지 태후익애지

또 난양공주, 진씨와 더불어 정의情誼가 동기 같으며

경애敬愛함이 깊어서 태후의 사랑이 더해 가는데,

婚期旣迫 從容告於太后曰:

혼기기박 종용고어태후왈

혼사 때가 거의 임박하여 조용히 태후께 고하기를,

“當初以蘭陽定次之日, 冒居上座實涉僭越,

당초이란양정차지일 모거상좌실섭참월

“당초 난양과 더불어 차례를 정하던 날

상좌上座에 있기가 실로 참람僭濫하였사오나

而一向固辭 似外於娘娘之恩眷故,

이일향고사 사외어낭낭지은권고

꾸준히 사양하기를 고집하면

마마의 돌보고 사랑하는 온정을 외면하는 것처럼 비추일 것 같아

黽勉從之而 卒非我意也.

민면종지이 졸비아의야

억지로 힘써 따랐을 뿐이고

끝내저의 뜻은 아니었나이다.

今歸楊家, 蘭陽若辭第一位 則此大不可,

금귀양가 란양약사제일위 즉차대불가

이제 양가에게로 돌아가

난양이 만일 제일의 자리를 사양한다면,

이는 크게 옳지 않사오니,

惟望娘娘及聖上, 叅其情禮 正其位次,

유망낭낭급성상 참기정례 정기위차

마마와 성상께서는 그 정리情理와 예의를 참작하시고

그 위차位次를 바르게 하시어

使私分獲安 家法不紊.

사사분획안 가법불문

사사로운 정을 편안케 하시고

가법家法이 문란치 않도록 하시기를 오직 바라나이다.”

蘭陽曰: “姐姐德性才學, 皆小女之師也,

란양왈 저저덕성재학 개소녀지사야

난양이 이르기를,

“저저의 덕성과 재주, 학식이 다 소녀의 스승이 되오니,

姐姐雖在鄭門, 小女當如趙襄之讓位,

저저수재정문 소녀당여조양지양위

저저가 비록 정씨 문중에 있을지라도

소녀가 마땅히 조양趙襄이 위位를 사양함과 같이 할 터이거늘,

旣爲兄弟之後, 豈有尊卑之分乎?

기위형제지후 기유존비지분호

이미 형제 되어 온 후에

어찌 존비尊卑의 분별이 있을 수 있겠나이까?

小女雖爲第二夫人, 自不失帝女之尊貴,

소녀수위제이부인 자부실제녀지존귀

소녀가 비록 제2부인이 될지라도

스스로 임금의 딸로서 존귀함을 잃지 아니할 것이요,

而若忝居上元之位, 則娘娘養育姐姐之意 果安在哉?

이약첨거상원지위 즉낭낭양육저저지의 과안재재

만일 제일위에 있게 되오면,

곧 마마의 저저를 기르시는 본의가

과연 어디에 있나이까?

姐姐必欲讓於小女, 則小女不願爲楊家婦也.”

저저필욕양어소녀 즉소녀불원위양가부야

저저가 기필코 위를 소녀에게 양보코자 하시면

소녀는 양가楊家의 아내가 됨을 원치 아니하나이다.

太后問於上上曰: “御妹之讓出於中懇,

태후문어상상왈 어매지양출어중간

태후가 황상께 물으니 황상이 이르기를,

“누이의 사양함은 진정에서 나온 것으로,

未聞自古帝王家貴主有此事也,

미문자고제왕가귀주유차사야

자고로 제왕가帝王家의 귀주貴主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듣지 못하였는데,

願娘娘嘉其謙德, 成其美意也.”

원낭낭가기겸덕 성기미의야

마마께서는 그 겸양하는 덕을 아름답게 여기시어

이 일에 그 아름다운 뜻을 이루시도록 바라나이다.”

太后曰: “帝言是也.”

태후왈 제언시야

태후가 이르시기를,

“황상의 말씀이 옳도다.”

乃下敎 以英陽公主封魏國公左夫人,

내하교 이영양공주봉위국공좌부인

이에 하교를 내리시어

영양공주로써 위국공의 좌부인左夫人을 삼으시고,

以蘭陽公主封右夫人,

이란양공주봉우부인

난양공주로서 우부인右夫人을 봉封하시며,

以秦氏本大夫之女, 封爲淑人.

이진씨본대부지녀 봉위숙인

진씨는 본디 사부가士夫家의 여자이므로 숙인淑人으로 봉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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