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李小姐大喜起謝曰:“日若曛黑 則持筆似難,

이소저대희기사왈 일약훈흑 즉지필사난

이소저가 크게 기뻐하며 일어나서 사례하여 말하기를,

“날이 만일 저물면 붓을 잡기가 어려울 듯하오니,

姐姐若以有煩道路爲嫌,

저저약이유번도로위혐

저저께서 만일 도로의 번거로움을 꺼리신다면

小妹所乘之轎 雖甚朴陋, 足容兩人之身也,

소매소승지교 수심박루 족용양인지신야

소매가 타는 교자轎子가 비록 질박하고 누추하지만

두 사람의 몸은 탈 수 있을 것인즉,

與我同乘而去, 乘夕而還 亦如何耶?”

여아동승이거 승석이환 역여하야

저와 함께 타고 가셨다가

저녁에 돌아오심이 또한 어떠하겠나이까?”

小姐答曰:“姐姐之敎甚合矣.”

소저답왈 저저지교심합의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저저의 말씀이 매우 합당하오이다.”

李小姐拜辭夫人, 退與春雲執手而別,

이소저배사부인 퇴여춘운집수이별

이소저는 부인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물러 나와 춘운과 손을 잡고 이별을 고한 후,

與鄭小姐 同乘一轎, 鄭府侍婢數人 從小姐之後矣.

여정소저 동승일교 정부시비수인 종소저지후의

정소저와 함께 교자를 타니,

정부의 시비 몇 사람이 소저의 뒤를 따랐다.

鄭小姐來見李小姐寢室,

정소저래견이소저침실

정소저가 이소저의 침실에 와 보니

所排什物不甚繁多而品皆精妙,

소배집물불심번다이품개정묘

놓여있는 집물什物들이 심히 번다繁多치는 아니하나,

품品이 모두 정묘精妙한 것들이었고,

所進飮食雖甚簡略 而無非珍味,

소진음식수심간략 이무비진미

나오는 음식도 비록 무척 간략하였지만

맛은 모두 훌륭하여서,

鄭小姐留眼見之 皆家疑也,

정소저류안견지 개가의야

정소저가 그것들을 유의하여 보니

온 집이 의심되는데,

李小姐久不出乞文之言而,

이소저구불출걸문지언이

이소저는 오래도록 글 지어달라는 말은 꺼내지 아니하고,

日色看看暮矣.

일색간간모의

일색日色이 점점 저물어 갔다.

鄭小姐問曰:

정소저문왈

“觀音畵像 奉置於何處耶? 小妹亟欲禮拜.”

관음화상 봉치어하처야 소매극욕예배

정소저가 묻기를,

“관음 화상觀音畵像은 어느 곳에 받들어 모셨느뇨?

소매는 급히 예배를 보고자 하나이다.”

李小姐曰:“當卽使姐姐奉玩矣.”

이소저왈 당즉사저저봉완의

이소저가 대답하기를,

“마땅히 곧 저저로 하여금 받들어 구경케 하리이다.”

語畢車馬之聲 喧聒於門外,

어필거마지성 훤괄어문외

말을 마치자 거마車馬의 소리가 문 밖에서 요란하며

旗幟之色 掩映於道上,

기치지색 엄영어도상

기치旗幟의 빛이 길 위에 막아 가리고 있었다.

鄭家侍婢驚惶 入告曰:

정가시비경황 입고왈

정씨 집안의 시비들이 놀라 당황하며 들어와 고하기를,

“一陣軍馬急圍此家, 娘子娘子 何以爲之?”

일진군마급위차가 낭자낭자 하이위지

“일진一陣의 군마가 이 집을 에워싸니

낭자여! 낭자여! 어찌하오리까?”

鄭小姐旣已知機, 自若而坐.

정소저기이지기 자약이좌

정소저는 이미 기미를 알아차리고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었다.

李小姐曰:“姐姐安心 小妹非別人也,

이소저왈 저저안심 소매비별인야

이소저가 이르기를,

“저저께서는 안심하소서.

소매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蘭陽公主簫和 卽小妹職號身名,

란양공주소화 즉소매직호신명

난양공주 소화簫和가

곧 소매의 직호 신명職號身名이오며,

邀致姐姐 乃太后娘娘之命也.”

요치저저 내태후낭낭지명야

저저를 이리로 맞이함은

바로 태후마마의 명이나이다.”

鄭小姐避席對曰:

정소저피석대왈

“閭巷微末小女 雖無知識, 亦知天人骨格,

여항미말소녀 수무지식 역지천인골격

정소저가 자리를 피하며 대답하기를,

“여항閭巷간의 미천한 소녀가 비록 지식은 없으나,

천인의 골격이

與常人自殊而, 貴主降臨 實千萬夢寐外事也.

여상인자수이 귀주강림 실천만몽매외사야

예사 사람과 다른 줄은 또한 아오며,

귀주가 강림하시기는 실로 천만 몽매夢寐밖의 일이나이다.

旣失竭蹶之禮, 又多逋慢之罪, 伏願貴主生死之.”

기실갈궐지례 우다포만지죄 복원귀주생사지

이미 갈궐竭蹶의 예를 잃었사옵고,

또 포만逋慢의 죄가 많으니,

귀주께 생사를 맡길 것을 엎드려 바라옵나이다.”

公主未及對 侍女告曰:

공주미급대 시녀고왈

공주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녀가 고하는데,

“自三殿遣薛尙宮王尙宮和尙宮, 問安於貴主矣.”

자삼전견설상궁왕상궁화상궁 문안어귀주의

“삼전궁三殿宮에서 설상궁薛尙宮과 왕상궁王尙宮 그리고 화상궁和尙宮을 보내어

귀주께 문안케 하나이다.”

公主謂鄭小姐曰:“姐姐少留於此.”

공주위정소저왈 저저소류어차

공주가 정소저에게 말하기를,

“저저는 여기에 잠깐 머물러 계시오소.”

乃出坐於堂上, 三人以次而入,

내출좌어당상 삼인이차이입

이에 나가서 당상에 앉으니,

세 상궁이 차례로 들어와

禮謁畢 伏奏曰:

예알필 복주왈

예로써 뵙기를 마치고 엎드려 고하기를,

“玉主離大內 已累日矣,

옥주리대내 이루일의

“옥주玉主께서 궁전을 떠나신 지

이미 여러 날 되었는데,

太后娘娘思想正切,

태후낭낭사상정절

태후마마 생각이 매우 간절하신즉,

萬歲爺爺 皇后娘娘 使婢子等問候,

만세야야황후낭낭사비자등문후

황제폐하와 황후마마 또한 비자 등으로 하여금 문후問候드리옵고,

且今日 卽玉主還宮之期也,

차금일 즉옥주환궁지기야

또 오늘은 곧 옥주께서 환궁하시는 날이므로

車馬儀仗 已盡來待而, 皇上命趙大監護行矣.”

거마의장 이진래대이 황상명조대감호행의

거마와 의장儀仗이 이미 다 와서 대령하옵고,

황상께서 조태감趙太監에게 명하사 호행護行하게 하시나이다.”

三尙宮又告曰:

삼상궁우고왈

“太后娘娘有詔曰, 玉主與鄭女子 同輦而來矣.”

태후낭낭유조왈 옥주여정녀자 동련이래의

세 상궁이 고하기를,

“태후마마의 조칙詔勅이 있는데, 이르기를,

‘옥주는 정낭자와 함께 연輦을 타고 오라’고 하시더이다.”

公主留三人於外 入謂鄭小姐曰:

공주류삼인어외 입위정소저왈

공주가 세 상궁을 밖에 머무르게 하고,

들어와서 정소저에게 이르기를,

“多少說話當從容穩展而, 太后娘娘欲見姐姐,

다소설화당종용온전이 태후낭낭욕견저저

“자세한 이야기는 응당 조용한 때에 은밀히 하려니와,

태후마마께서 저저를 보고자 하사

方臨軒而待之 姐姐毋庸苦辭,

방임헌이대지 저저무용고사

바야흐로 난간에 임하시고 기다리시니,

저저는 아무쪼록 간절히 사양하지 말고

與小妹同入趁 今日朝見.”

여소매동입진 금일조견

소매와 함께 들어가서 조견朝見하소서.”

鄭小姐知不可免 對曰:

정소저지불가면 대왈

정소저가 면할 수 없음을 알면서 대답하기를,

“妾已知玉主之眷妾而, 閭家女兒 未嘗現謁於至尊,

첩이지옥주지권첩이 여가여아 미상현알어지존

“첩은 이미 옥주가 첩을 사랑하심을 아오나

여염집의 여아가 일찍이 지존至尊을 찾아 뵈온 적이 없으니,

惟恐禮貌之有愆, 以是惶㥘矣.”

유공례모지유건 이시황겁의

오직 예모禮貌에 허물이나 있을까 두려워

이 때문에 황겁惶㥘하나이다.”

公主曰:“太后娘娘 欲見娘子之心,

공주왈 태후낭낭 욕견낭자지심

공주가 말하기를,

“태후마마가 낭자를 보고자 하시는 마음이

何異於小妹之愛姐姐乎? 姐姐勿疑也.”

하리어소매지애저저호 저저물의야

어찌 소매가 저저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시리오?

저저는 의심을 마소서.”

鄭小姐曰:“惟貴主先行,

정소저왈 유귀주선행

정소저가 말하기를,

“오직 귀주가 먼저 행차하시면

妾當歸家 以此意言於老母, 躡後而進矣.”

첩당귀가 이차의언어로모 섭후이진의

첩은 마땅히 집에 돌아가 이 사연을 노모께 말씀드리고

뒤따라가려 하나이다.”

公主曰:“太后娘娘 已有詔命,

공주왈 태후낭낭 이유조명

공주가 말하기를,

“태후마마께서 이미 조명詔命이 계셨고

使小妹與姐姐同車而, 辭意極其懇至 姐姐勿固讓也.”

사소매여저저동거이 사의극기간지 저저물고양야

저저와 함께 연을 타고 오게 하셨으니,

그 사의辭意가 지극히 간절하시니

저저는 굳이 사양마소서.”

小姐曰:

소저왈

“賤妾臣也微也, 何敢與貴主同輦乎?”

천첩신야미야 하감여귀주동련호

정소저가 말하기를,

“천첩은 신臣이고 미천한 자인데,

어찌 감히 귀주와 함께 같은 연을 탈 수 있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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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李小姐去後 夫人謂小姐及春雲曰:

이소저거후 부인위소저급춘운왈

이소저가 돌아간 후 부인이 소저와 춘운에게 말하기를,

“鄭崔兩門宗族, 甚多幾至百千人矣,

정최양문종족 심다기지백천인의

“정,鄭 최崔 양 집안의 종족이 아주 많아 거의 천명에 이르는데,

吾自少時見美色多矣, 皆不及李小姐遠矣,

오자소시견미색다의 개불급이소저원의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보았으나,

다 이소저와 멀어 따르지 못하니,

誠與女兒相上下矣, 兩美相從 結爲兄弟卽好也.”

성여녀아상상하의 양미상종 결위형제즉호야

이소저는 실로 우리 딸아이와 비등한즉,

두 미인이 서로 좇아서 의형제를 맺으면 실로 좋으리로다.”

小姐以春雲所傳秦氏事告曰:

소저이춘운소전진씨사고왈

소저가 춘운이 전하는 진녀의 일을 고하면서 말하기를,

“春雲終不能無疑而, 小女所見與春雲異,

춘운종불능무의이 소녀소견여춘운리

“춘운은 아무래도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소녀의 소견은 춘운의 생각과는 다른데,

李小姐姿色之外, 氣像之飄逸 威儀之端重,

이소저자색지외 기상지표일 위의지단중

이소저는 자색姿色외에도

기상의 표일飄逸함과 위의威儀의 단중端重함이

與閭閻士夫家女子絶異, 秦氏雖有才氣,

여여염사부가녀자절리 진씨수유재기

여염집이나 사대부집 여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즉,

진씨가 비록 재기才氣가 있다 하나

何敢比之於此乎?

하감비지어차호

어찌 감히 이에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以妾所聞言之, 蘭陽公主貌如其心 才如其德,

이첩소문언지 란양공주모여기심 재여기덕

소녀가 말하는 것을 들은 바로는,

난양공주는 용모가 그 마음씨와 같고,

재주가 그 덕과 같다고 하오니,

或恐李小姐氣像與蘭陽不遠.”

혹공이소저기상여란양불원

혹시 이소저의 기상과 난양공주의 기상이

비슷한 것이 아닌지 두렵나이다.”

夫人曰:“公主吾亦不見 未可懸度而,

부인왈 공주오역불견 미가현도이

부인이 말하기를,

“공주를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으니

함부로 헤아릴 수는 없지만,

雖居尊位得盛名, 安知其必與李娘同符乎?”

수거존위득성명 안지기필여이낭동부호

비록 공주가 높은 자리에 있기에 빛나는 이름을 얻었으나,

어찌 그가 반드시 이소저와 서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오?”

小姐曰: “李小姐蹤跡實有可疑者,

소저왈 이소저종적실유가의자

소저가 말하기를,

“이소저의 종적蹤跡은 실로 의심이 드오니,

後日當使春雲往審之矣.”

후일당사춘운왕심지의

후일에 마땅히 춘운을 시켜 가서 그 동정을 살펴보게 하겠나이다.”

明日鄭小姐與春雲方議是事,

명일정소저여춘운방의시사

이튿날 정소저가 춘운과 함께 바야흐로 이 일을 의론할 때,

李小姐婢子 到鄭府傳語曰:

이소저비자 도정부전어왈

이소저의 계집종이 정부鄭府에 이르러 말을 전하기를,

“吾小姐適得浙東順歸之船, 將以明日發行故,

오소저적득절동순귀지선 장이명일발행고

“우리 아가씨께서 마침 절동浙東으로 되돌아가는 배편을 얻어서

내일 떠나려 하시는 때문에,

今日當到府中, 告別於夫人及小姐矣.”

금일당도부중 고별어부인급소저의

오늘 응당 부중에 오셔서

부인과 소저께 작별인사를 아뢰려고 하시나이다.”

小姐方掃軒而待之, 小頃李小姐至,

소저방소헌이대지 소경이소저지

소저가 바야흐로 난간을 청소하고 그를 기다리는데

얼마 안 있어 이소저가 당도하여

入見夫人及鄭小姐,

입견부인급정소저

들어와 부인과 정소저를 만나니,

兩小姐別意怱怱 離緖依依,

양소저별의총총 리서의의

두 소저가 이별하는 뜻이 총총怱怱하고

작별하는 정서가 애절한 것이

如仁兄之別愛弟, 蕩子之送美人也.

여인형지별애제 탕자지송미인야

어진 형이 사랑하는 아우를 이별함과 같고,

방탕한 남자가 미녀를 보내는 것과 같았다.

李小姐起而再拜 乃敬告曰:

이소저기이재배 내경고왈

이소저가 일어나 재배하고

이에 공경스럽게 고하기를,

“小侄別母離兄 已周一期,

소질별모리형 이주일기

“소질小侄이 모친 슬하를 떠나고 오라버님을 이별한 지

벌써 한 돌이 되니,

歸意如矢不可復沮而,

귀의여시불가복저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화살 같아서

아무래도 더 머무르지 못합니다만,

但以夫人之恩 姐姐之情分, 心如素絲 欲解復結矣.

단이부인지은 저저지정분 심여소사 욕해부결의

다만 부인의 은덕과 저저의 정분情分으로 인하여

본디 실과 같은 마음을 풀어서 다시 맺고자 하나이다.

小侄玆有一言 欲懇於姐姐而, 恐姐姐不許 先告於夫人.”

소질자유일언 욕간어저저이 공저저불허 선고어부인

소질이 이에 한 말씀이 있사와 저저께 간청코자 하온데,

들어 주지 않으실까 두려워 먼저 부인께 아뢰나이다.”

仍趑趄不發 夫人曰: “娘子所欲請者何事?”

잉자저불발 부인왈 낭자소욕청자하사

거듭 주저하며 선뜻 말을 하지 않자, 부인이 묻기를,

“낭자娘子께서 간청코자 하시는 것이 무슨 일이뇨?”

李小姐曰: “小侄爲先親 方繡南海大師畵像,

이소저왈 소질위선친 방수남해대사화상

이소저가 이르기를,

“소질이 선친을 위하여

바야흐로 남해 대사大師의 화상을 수놓아

才已訖工 而家兄方在任所,

재이흘공 이가형방재임소

가까스로 이미 마치었는데,

오라버니가 바야흐로 임소에 계시고,

小侄身是女子, 尙未求文人之贊,

소질신시녀자 상미구문인지찬

소질은 여자인 까닭에

아직껏 문인의 찬讚을 구하지 못하여

將使前工歸虛 甚可惜也.

장사전공귀허 심가석야

장차 이전에 수놓은 것을 허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심히 애석하나이다.

欲得姐姐數句語數行筆而, 繡幅頗廣卷舒有妨,

욕득저저수구어수행필이 수폭파광권서유방

그래서 저저의 두어 구의 글과 두어 행의 글씨를 받으려 하나,

수폭繡幅이 자못 넓어서 펴고 접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且恐褻慢不敢取來,

차공설만불감취래

또 더럽혀질까 두려워 감히 가져오지 못하고,

不得已暫邀姐姐 乞得筆製, 一以完小女爲親之孝,

부득이잠요저저 걸득필제 일이완소녀위친지효

부득이 잠깐 저저를 맞아 보고 필제筆製를 얻어,

그로써 소녀의 어버이를 위한 효성을 완전케 하고,

一以爲遠路相別之情而,

일이위원로상별지정이

또 그것으로써 원로遠路에 서로 이별하는 정을 위로코자 하는데,

未知姐姐之意不敢直請,

미지저저지의불감직청

저저의 의향을 알지 못하기에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敢以私懇仰瀆於夫人矣.”

감이사간앙독어부인의

감히 사사로이 간청을 하여

부인께 이렇듯 무례한 짓을 범하나이다.”

夫人顧小姐曰:“汝雖於至親之家,

부인고소저왈 여수어지친지가

부인이 소저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너는 비록 가까운 친척의 집이라도

本不來往 而顧念此娘子所請,

본불래왕 이고념차낭자소청

본래 왕래치 아니하였는데,

이 낭자가 청하는 바는

蓋出於爲親之至誠, 况娘子僑居 距此密邇,

개출어위친지지성 황낭자교거 거차밀이

대체로 어버이를 위하는 지성至誠에서 나온 것임을 되돌아보아 생각하면

하물며 낭자가 묶고 있는 집의 거리가 이곳과 무척 가까우니

一雲去來似非難事.”

일운거래사비난사

잠시 다녀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구나.”

小姐初則似有持難之色,

소저초즉사유지난지색

소저가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듯했지만

飜然內悟曰:

번연내오왈

마음을 돌려 속으로 깨닫기를,

“李小姐行色甚忙 春雲不可送矣,

이소저행색심망 춘운불가송의

“이소저의 행색이 무척 바쁘니

춘운을 보낼 수는 없겠고,

吾乘此機會往探其迹 則不亦妙乎?”

오승차기회왕탐기적 즉불역묘호

이 기회를 타 가서 그 종적을 탐지한다면

또한 묘책이 아니겠는가?”

乃告於夫人曰: “李小姐所請若係等閑之事,

내고어부인왈 이소저소청약계등한지사

이에 부인께 고하기를,

“이소저께서 청하는 바가 만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則實難奉副而, 孝親之誠人皆有之,

즉실난봉부이 효친지성인개유지

받들어 하기가 어렵겠으나,

어버이께 효도하고자 하는 정성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小姐之言何可不從乎? 但欲得日昏而去矣.”

소저지언하가부종호 단욕득일혼이거의

소저의 말에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다만 날이 어둡길 기다려서 가 보려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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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因進茶果穩討閑談 李小姐曰:

인진다과온토한담 이소저왈

이어서 차와 과일을 내어 놓고 환담을 주고받다가,

이소저가 말하기를,

“似聞府中有賈孺人者, 可得見乎?”

사문부중유가유인자 가득견호

“소문에 듣자니 부중府中에 가유인賈孺人이란 사람이 있다 하온데,

볼 수가 있을는지요?”

鄭小姐曰: “渠亦欲一拜於姐姐矣.”

정소저왈 거역욕일배어저저의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그녀 또한 저저를 한번 뵙고 싶어 했나이다.”

招春雲來謁, 李小姐起身迎之

초춘운래알 이소저기신영지

春雲驚歎曰:

춘운경탄왈

춘운을 불러와 뵙게 하니,

이소저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으매

춘운이 놀라서 탄복하기를,

“前日兩人之言 果信矣! 天旣生我小姐 又出李小姐,

전일양인지언 과신의 천기생아소저 우출이소저

“전일의 두 사람 말이 과연 옳았구나!

하늘이 이미 우리 소저를 내시고 다시 이소저를 내시니,

不自意飛燕玉環 並世而出也.”

부자의비연옥환 병세이출야

뜻하지 않게도 비연飛燕과 옥환玉環이

나란히 세상에 나왔도다.”

李小姐亦自度曰: “飽聞賈女之名矣,

이소저역자도왈 포문가녀지명의

이소저도 또한 스스로 헤아리기를,

“가녀의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其人過其名也, 楊尙書之眷愛 不亦宜乎?

기인과기명야 양상서지권애 불역의호

그 사람됨이 소문보다 월등하니,

양상서의 보살펴 사랑함이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當如秦中書幷驅, 若使春娘見秦氏,

당여진중서병구 약사춘낭견진씨

마땅히 진중서秦中書와 더불어 어깨를 견줄만하니,

만일 춘낭으로 하여금 진씨를 보게 하면,

則豈不效尹夫人之泣乎?

즉기불효윤부인지읍호

어찌 윤부인尹夫人의 울음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奴主兩人有如此之色, 有如此之才,

노주양인유여차지색 유여차지재

주인과 종 두 사람이 이와 같은 자색을 지니고

또 이와 같은 재주가 있으니,

楊尙書豈肯相捨乎?”

양상서기긍상사호

어찌 기꺼이 양상서가 서로 버릴 수가 있겠는가?”

李小姐與春雲吐心談話,

이소저여춘운토심담화

이소저가 춘운과 함께 가슴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款曲之情與鄭小姐一也.

관곡지정여정소저일야

매우 정답고 친절함이

정소저와 다름이 없었다.

李小姐告辭曰:

이소저고사왈

“日已三竿矣, 不得穩陪淸談可恨,

일이삼간의 부득온배청담가한

이소저가 작별인사를 하기를,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

청담淸談을 편안히 더 나눌 수 없음이 안타깝사오나,

小妹㝢舍只隔一路, 當偸閑更進 以請餘敎矣.”

소매우사지격일로 당유한갱진 이청여교의

소매가 들어 있는 집이 다만 한길을 사이에 두었을 뿐이오니,

마땅히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와 남은 가르침을 청하겠나이다.”

鄭小姐曰: “猥荷榮臨仍受盛誨,

정소저왈 외하영림잉수성회

정소저가 대답하기를,

“외람되이 영광스런 방문을 받아 많은 가르치심을 받았으니

小妹當進謝堂下而,

소매당진사당하이

마땅히 소매가 당 아래까지 나아가서 사례해야 될 것이오나,

小妹處身異於他人, 不敢出戶庭一步之地.

소매처신리어타인 불감출호정일보지지

소매의 처신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까닭에

감히 집안의 마당에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나이다.

惟姐姐寬其罪而恕其情焉.”

유저저관기죄이서기정언

오직 저저께서는 그 죄를 관대하게 해 주시고

그 정을 용서해주소서.”

兩人臨別 惟黯然而已.

양인림별 유암연이이

두 사람이 작별을 하는데

오직 슬프고 침울할 따름이었다.

鄭小姐謂春雲曰:“寶劒雖埋於獄中而光射斗牛,

정소저위춘운왈 보검수매어옥중이광사두우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보배로운 칼이 비록 옥 속에 매장되어 있으나

그 빛이 두우斗牛에 쏘이고,

老蜃雖潛於海底 而氣成樓臺,

로신수잠어해저 이기성루대

늙은 조개가 비록 바다 속에 잠겼으되

기운이 누대樓臺를 이루거늘,

李小姐同在一城而,

이소저동재일성이

이소저가 한 성중에 있으면서도

吾輩未嘗有聞誠可怪也.”

오배미상유문성가괴야

우리들이 아직껏 듣지 못하였으니,

정말로 괴이하도다.”

春雲曰:“賤妾之心第有一事可疑, 楊尙書每言,

춘운왈 천첩지심제유일사가의 양상서매언

춘운이 여쭙기를,

“천첩의 마음에 다만 한 가지 의심할 만한 일이 있나이다.

양상서가 매양 말씀하시기를,

華州秦御使女子見面於樓上, 得詩於店中 與結秦晋之約而,

화주진어사녀자견면어루상 득시어점중 여결진진지약이

‘화주華州 진어사 딸의 얼굴을 누각위에서 보고

주막 속에서 글을 얻어 아름다운 언약을 맺었는데,

因秦家之遭禍終致乖張矣.

인진가지조화종치괴장의

진어사의 집이 화를 입어서

끝내 일이 어그러졌다’하시고

仍稱秦女絶世之色, 輒愀然發歎而,

잉칭진녀절세지색 첩초연발탄이

거듭 진녀가 절세의 미인임을 칭찬하시며,

문득 추연愀然히 한숨을 쉬시거늘

妾亦見楊柳詞 則誠才女也.

첩역견양류사 즉성재녀야

첩이 또한 양류사楊柳詞를 본즉

진실로 재주가 있는 여자이더이다.

此女子無乃藏其姓名 締結小姐,

차녀자무내장기성명 체결소저

혹 그 여자가 성명을 감추고

소저와 체결하여

欲成前日之緣乎?”

욕성전일지연호

전일의 인연을 이루고자 함이 아닐까요?”

小姐曰:“秦氏之美 吾亦因它路聞之, 似與此女子相近而,

소저왈 진씨지미 오역인타로문지 사여차녀자상근이

소저가 이르기를,

“진씨의 미색을 나도 또한 다른 편에 들었는데,

이 여자와 서로 비슷하긴 하나

彼遭家禍沒入掖庭, 何能得至於此乎?”

피조가화몰입액정 하능득지어차호

‘집안이 재앙을 만나 대궐 안에 갇혀 있다’고 하니,

어찌 이곳에 이를 수가 있겠는고?”

入見夫人 稱李小姐 不容口.

입견부인 칭이소저 불용구

부인께 들어가 뵈옵고

이소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夫人曰: “吾亦欲一請而見之矣.”

부인왈 오역욕일청이견지의

부인이 말하기를,

“나도 또한 한 번 청하여 보고 싶구나.”

數日後使侍婢 請小姐一枉, 李小姐欣然承命,

수일후사시비 청소저일왕 이소저흔연승명

수일 후에 시비를 시켜서 이소저가 한 번 왕림하기를 청하니,

이소저가 흔연히 명을 받들고

又至鄭府 夫人出迎於堂中,

우지정부 부인출영어당중

또 정부에 이르거늘,

부인이 대청까지 나아가서 맞이하였다.

李小姐以子侄禮 見於夫人,

이소저이자질례 견어부인

이소저가 자질子侄의 예로써 부인을 뵙거늘,

夫人大愛款接曰:

부인대애관접왈

부인이 무척 사랑스레 따뜻이 대하며 이르기를,

“頃日小姐爲訪小女過垂厚眷, 老身良用感謝而,

경일소저위방소녀과수후권 로신량용감사이

"지난날 소저가 내 어린 딸을 찾아 두터운 정을 드리우니

이 늙은 몸이 무척 감사해 하였으나,

其時病未能相接 至今慚歎.”

기시병미능상접 지금참탄

그때 마침 병이 들어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도 부끄럽고 한탄하는 바이오이다.”

李小姐伏以對曰:

이소저복이대왈

이소저가 엎드려 대답하기를,

“小侄景慕姐姐如天仙, 惟恐賤棄矣,

소질경모저저여천선 유공천기의

“소질이 저저를 하늘의 선녀처럼 사모하였으되,

오직 천하다 하여 버릴까 두려워하였는데,

尊姑一逢小侄, 便以兄弟之誼待之,

존고일봉소질 변이형제지의대지

존저尊姐가 소질을 한번 만나고

바로 형제의 의로써 소질을 대접하고

夫人特賜顔色, 以子侄之例畜之,

부인특사안색 이자질지예휵지

부인께서는 특별히 안색을 부드러이 하셔서

자질子侄처럼 대해주시니

小侄於此實未知措躬之處也.

소질어차실미지조궁지처야

소질은 실로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小侄欲終身出入於門下,

소질욕종신출입어문하

소질은 이 몸이 다하도록 문하門下에 출입하여

事夫人如事慈母矣.”

사부인여사자모의

부인 모시길 자모慈母처럼 섬기려 하나이다.”

夫人稱不敢者再三矣.

부인칭불감자재삼의

부인이 그것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재삼 일컬었다.

鄭小姐與李小姐, 侍坐夫人至半日,

정소저여이소저 시좌부인지반일

정소저와 이소저는 함께

반나절에 이르도록 부인을 모시고 앉았다가,

仍請李小姐歸其寢房,

잉청이소저귀기침방

이소저에게 청하여 침방으로 돌아가서

與春雲鼎足而坐, 嬌聲嫩語 昵昵相酬,

여춘운정족이좌 교성눈어 닐닐상수

춘운과 함께 솥발[鼎足]같이 앉은 채,

교태로운 음성과 가느다란 소리로 정답게 주고받으니,

氣已合矣 情亦密矣, 評騰文章 講論婦德,

기이합의 정역밀의 평등문장 강론부덕

기운이 이미 합하고 정이 이미 은밀해지는데,

문장을 평하여 등급을 정하고 부덕婦德을 강론하느라

殊不覺日影已在窓西矣.

수불각일영이재창서의

해 그림자가 이미 창 서쪽으로 비낀 것도

거의 깨닫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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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鄭小姐謂春雲曰: “李家女子手才如此 必非常人也.

정소저위춘운왈 이가녀자수재여차 필비상인야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이가李家 여자의 수놓는 재주가 이와 같으니

필연 상인常人이 아닐 것이니라.

吾欲使侍婢隨往女童, 求見李小姐容貌矣.”

오욕사시비수왕녀동 구견이소저용모의

내가 시비로 하여금 그 여동을 따라가서

이소저의 용모를 보고 싶구나.”

仍送伶利婢子, 閭家狹窄本無內外.

잉송령리비자 여가협착본무내외

영리한 계집종을 보내 살피도록 했는데,

여염집이 하도 좁아서 본디 안과 밖의 구별이 없었다.

李小姐知鄭府婢子 饋酒食而送之,

이소저지정부비자 궤주식이송지

이소저는 정부鄭府의 계집종임을 알아차리고

술과 음식을 먹여 보냈다.

婢子還告曰:

비자환고왈

“李小姐豔麗娉婷, 與我小姐二而一者矣.”

이소저염려빙정 여아소저이이일자의

그 계집종이 돌아와서 고하기를,

“이소저의 고운 태도와 아리따운 용모가

우리 소저와 한 가지더이다.”

春雲不信曰:“以其手線而見之,

춘운불신왈 이기수선이견지

춘운이 믿을 수가 없어서 말하기를,

“그 수놓은 솜씨를 보건대,

則李小姐決非魯鈍之質, 而汝何爲過實之言也?

즉이소저결비노둔지질 이여하위과실지언야

이소저는 결코 노둔魯鈍한 재질은 아니려니와

네 어찌 지나친 말을 하느뇨?

此世界上謂有如我小姐者, 吾實疑之.”

차세계상위유여아소저자 오실의지

이 세상에 우리 소저와 같은 이가 있다 함은

내 실로 믿지 아니하노라.”

婢子曰: “賈孺人疑吾言乎,

비자왈 가유인의오언호

계집종이 대답하기를,

“가유인賈孺人이 제 말에 의심이 들면

更遣他人而見之, 則可知吾言之不妄也.”

갱견타인이견지 즉가지오언지불망야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보시면

제 말이 망령되지 않음을 알 리이다.”

春雲又私送一人矣 還曰:

춘운우사송일인의 환왈

춘운이 또 사사로이 한 사람을 보내었더니

그가 돌아와 말하기를,

“怪哉怪哉! 此小姐卽玉京仙娥.

괴재괴재 차소저즉옥경선아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그 소저는 곧 옥경玉京의 선녀이오이다.

昨日之言果實矣, 賈孺人又以吾言爲可疑,

작일지언과실의 가유인우이오언위가의

어제 들은 말이 과연 옳은즉

가유인께서 또 제 말에 의심나거든

此後一者親見如何?”

차후일자친견여하

다음에 한 번 친히 가보시는 것이 어떠하나이까?”

春雲曰:“前後之言皆虛誕矣.

춘운왈 전후지언개허탄의

춘운이 말하기를,

“전후 말이 다 허망虛妄하구나.

何無兩目也?”

하무양목야

어찌 두 눈이 없느냐?”

相與大笑而罷.

상여대소이파

서로 크게 웃고 헤어졌다.

過數日臙脂店謝三娘,

과수일연지점사삼낭

수일이 지나자 연지점에 사는 사삼낭謝三娘이

來鄭府入謁於夫人曰:

래정부입알어부인왈

정부鄭府에 와서 부인을 배알하고 아뢰기를,

“近者李通判宅娘子, 賃居小人之家,

근자이통판댁낭자 임거소인지가

“근자에 이통판 댁의 낭자가

소인의 집을 빌려 우거寓居하시는데,

其娘子有貌有才, 實老嫗初見.

기낭자유모유재 실로구초견

그 낭자가 용모와 재주를 함께 갖추어서

실로 늙은 이 몸이 처음 보는 바이옵니다.

窃仰小姐芳名每欲一見, 請敎 而有不敢者,

절앙소저방명매욕일견 청교 이유불감자

그가 정소저의 아름다운 이름을 남몰래 사모하여

매양 한 번 뵈옵고 가르치심을 청하려 하되,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以小人獲私於夫人, 使之仰稟矣.”

이소인획사어부인 사지앙품의

소인이 사사로이 부인을 뵈옵는 줄을 알고서

부인께 품稟하여 보라고 하였나이다.”

夫人招小姐以此意言之 小姐曰:

부인초소저이차의언지 소저왈

부인이 소저를 불러 이 뜻을 말하니

소저가 대답하기를,

“小女之身與他人有異, 不欲擧此面目, 與人相對

소녀지신여타인유리 불욕거차면목 여인상대

“소녀의 몸이 다른 사람과 다른 바 있어서

얼굴을 들고 남과 서로 대면하고자 아니하오나,

而但聞李小姐爲人, 一如其錦繡之妙,

이단문이소저위인 일여기금수지묘

다만 이소저의 사람됨이

수놓은 솜씨와 같다고 들었사오니,

小女亦欲一洗昏眵矣.”

소녀역욕일세혼치의

소녀 또한 한 번 만나 보고자 하나이다.”

謝三娘喜而歸, 翌日李小姐送其婢子,

사삼낭희이귀 익일이소저송기비자

사삼낭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돌아가더니

이튿날 이소저가 그의 계집종을 보내어

先通踵門之意,

선통종문지의

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먼저 알린 후,

日晩李小姐乘垂帳小玉轎, 率叉鬟數人至鄭府,

일만이소저승수장소옥교 솔차환수인지정부

날이 저물자 이소저가 장帳을 드리운 소옥교를 타고

계집종 수명을 거느린 채 정부에 이르니

鄭小姐邀見於寢房,

정소저요견어침방

정소저가 침방으로 맞아들이고 볼 때,

賓主分東西而坐, 織女爲月宮之賓,

빈주분동서이좌 직녀위월궁지빈

손님과 주인이 동과 서로 자리를 나누어 앉은즉

직녀織女가 월궁月宮의 손님이 되고

上元與瑤池之宴矣, 光彩相射滿堂照躍, 彼此皆大驚.

상원여요지지연의 광채상사만당조약 피차개대경

상원上元이 요지瑤池에 잔치를 베푸는 듯하여

광채가 서로 쏘아 온 방 안이 밝게 비치니

피차 모두 깜짝 놀랬다.

鄭小姐曰: “頃緣婢輩 聞玉趾臨於近地,

정소저왈 경연비배 문옥지임어근지

정소저가 말하기를,

“지난번에 시비侍婢들로 인연하여

이 근처의 땅에 귀한 발걸음을 하신 것은 들었으나,

而命崎之人 廢絶人事, 問候之禮 尙此闕如矣.

이명기지인 폐절인사 문후지례 상차궐여의

명命이 기구한 사람이 인사를 폐절廢絶하여

문후의 예가 아직껏 이토록 빠졌나이다.

今姐姐惠然辱臨 旣感且傷,

금저저혜연욕림 기감차상

이제 저저姐姐가 고맙게도 왕림하시니

감격스럽고 죄송하며,

敬謝之意 何以口舌盡也?”

경사지의 하이구설진야

공경스럽고 감사해 하는 뜻을

어지 구설로 다할 수가 있겠나이까?”

李小姐答曰:“小妹僻陋之人也, 嚴親早背 慈母偏愛,

이소저답왈 소매벽루지인야 엄친조배 자모편애

이소저가 대답하기를,

“소매小妹는 편벽하고도 고루한 사람으로,

엄친을 일찍 여의고 자모慈母가 외곬으로 저만을 사랑하시어

平生無所學之事, 無可取之才也,

평생무소학지사 무가취지재야

평생에 배운 일이 없고

취할 만한 재주도 없어,

常自嗟惋曰, 男子跡遍四海 交結良朋,

상자차완왈 남자적편사해 교결량붕

항상 스스로 한탄하기를,

‘남자는 사해에 두루 발자취를 두고 어진 벗을 사귀어,

有切磋之益有規警之道,

유절차지익유규경지도

서로 격려하는 유익함도 있고,

서로 경계하는 도道도 있거니와,

而女子惟家內婢僕之外, 無可相接之人,

이녀자유가내비복지외 무가상접지인

여자는 오직 집안 비복들 외에는

서로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救過於何處 質疑於何人乎? 自恨爲閨闈中兒女子矣.

구과어하처 질의어하인호 자한위규위중아녀자의

어느 곳에서 허물을 지적받으며,

어떤 사람에게서 의심나는 것을 물어 바로 잡으리오?’하면서

규중의 아녀자가 된 것을 혼자서 한恨하였나이다.

恭聞姐姐以班昭之文章, 兼孟光之德,

공문저저이반소지문장 겸맹광지덕

공손히 듣자온즉 저저는 반소班昭의 문장과

맹광孟光의 덕행을 겸하여

行身不出於中門, 名已徹於九重,

행신불출어중문 명이철어구중

몸은 중문 밖에 나가지 아니하시고

이름은 이미 구중 궁궐에 까지 들리시니,

妾以是自忘資品之陋劣, 願接盛德之光輝矣,

첩이시자망자품지루열 원접성덕지광휘의

첩은 이로 인해 자품資品이 비루하고도 졸렬함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성덕盛德의 광휘 접하기를 원하였는데,

今蒙姐姐不棄, 足償小妾之至願矣.”

금몽저저불기 족상소첩지지원의

이제 소저 버리지 않으심을 입사와

족히 첩의 원을 이루었나이다.”

鄭小姐曰: “姐姐所敎之願,

정소저왈 저저소교지원

정소저가 말하기를,

“저저姐姐가 가르치시려는 말씀은

卽小妹方寸間所素蓄積者也.

즉소매방촌간소소축적자야

곧 소매小妹의 마음 사이에 본디 품고 있던 것이나이다.

閨中之身蹤跡有碍 耳目多蔽, 本不知滄海之水巫山之雲,

규중지신종적유애 이목다폐 본부지창해지수무산지운

규중에 매인 몸이기에 종적蹤跡에 걸림이 있고,

이목에 가려짐이 많으므로

본디 창해滄海의 물과 무산巫山의 구름을 알지 못하여

志氣之隘見識之偏, 固其宜也何足怪也?

지기지애견식지편 고기의야하족괴야

지기志氣가 막히고 견식이 편벽된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요 어찌 족히 이를 괴이하다 하오리까?

此槩荊山之玉 埋光而恥衒, 老蚌之珠 葆彩而自珍.

차개형산지옥 매광이치현 로방지주 보채이자진

이는 바로 형산荊山의 옥이 광채를 묻고 자랑하기를 부끄러워하며,

늙은 조개 속의 구슬이 고운 빛을 감추어 스스로 보배가 되는 것과 같나이다.

然如小妹者自視欿然 何敢當盛獎也?”

연여소매자자시감연 하감당성장야

그러나 소매小妹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보아도 뜻에 차지가 않으니,

어찌 감히 과분하신 칭찬을 받을 수 있사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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