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但恨天意人事自相乖戾, 薄命之人 更無所望 而身雖未許,

단한천의인사자상괴려 박명지인 갱무소망 이신수미허

다만, 하늘의 뜻과 사람의 일이 본시 서로 어긋남을 한탄하옵고

박명한 사람에게는 다시는 소망이 없사오며,

몸은 비록 허락하지 아니하였으나

心旣有屬 則至今二三其德, 非義之所敢出也,

심기유속 즉지금이삼기덕 비의지소감출야

마음은 이미 붙였사온즉,

지금에 이르러 두세 가지의 그 덕은

의義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니,

姑欲依存於怙恃膝下, 以送未盡之日月矣.

고욕의존어호시슬하 이송미진지일월의

아직은 부모의 슬하에 의존함으로써

미진한 세월을 보내고자 하나이다.

因此命途之崎嶇, 幸得一身之淸閑故,

인차명도지기구 행득일신지청한고

이 몹시 기구한 신세로 말미암아

다행히 일신에 청한淸閑함을 얻었으므로,

乃敢薦誠於佛前, 以告弟子之心誠.

내감천성어불전 이고제자지심성

이에 감히 정성을 바쳐 부처님 앞에

제자의 심사를 아뢰옵니다

伏願僉佛聖之靈, 燭祈懇之忱 垂悲慈之念,

복원첨불성지령 촉기간지침 수비자지념

엎드려 바라옵건대, 여러 불성佛聖의 영靈들께서는

이렇듯 지성스러운 정성을 통촉하시와

자비지념慈悲之念을 드리우셔서

使弟子老父母俱享遐筭 壽與天齊,

사제자로부모구향하산 수여천제

제자의 노부모로 하여금 장수를 누리시어

수壽를 하늘과 함께 하시도록 해 주시옵고,

令弟子身無疾病災殃, 以盡衣彩 弄雀之歡,

령제자신무질병재앙 이진의채 롱작지환

제자에게는 몸에 질병과 재앙이 없게 하여

곧 부모 앞에서 채색 옷을 입고

새 새끼를 희롱하는 즐거움을 다하게 해 주시면

則父母身後誓歸空門, 斷俗緣服戒行,

즉부모신후서귀공문 단속연복계행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맹세코 공문空門으로 돌아가

세속의 인연을 끊고 계행戒行에 복종하여

齋心誦經 潔躬禮佛, 以報諸佛之厚恩矣.

재심송경 결궁례불 이보제불지후은의

마음을 재계하고 경문을 외우며

몸을 정결히 하여 예불을 드려서

부처님들의 후은厚恩에 보답하겠나이다.

侍婢賈春雲本與瓊貝大有因果, 名雖奴主 實則朋友,

시비가춘운본여경패대유인과 명수노주 실즉붕우

시비 가춘운은 본디 경패와 더불어 크게 인연이 있사와

명색은 비록 노주奴主 사이이지만

내실은 붕우朋友의 사이로

曾以主人之命爲楊家之妾矣,

증이주인지명위양가지첩의

일찍이 주인의 명으로 양가의 첩이 되었으나,

事與心違 佳緣莫保, 永辭楊家 復歸主人,

사여심위 가연막보 영사양가 복귀주인

일이 마음과 달라 아름다운 인연을 보존치 못하고

길이 양가와 하직하여 다시 주인에게 돌아와,

死生苦樂誓不異同.

사생고락서불이동

사생고락을 같이 할 것을 맹세하였나이다.

伏乞諸佛 俯憐吾兩人之心事,

복걸제불 부련오양인지심사

바라옵건대 여러 부처님께서는

우리 두 사람의 심사를 굽이 살피시고, 가련히 여기시어

世世生生俾免爲女子之身,

세세생생비면위녀자지신

세세생생世世生生으로

다시 여자의 몸이 되기를 면하여

消前生之罪過 贈後世之福祿,

소전생지죄과 증후세지복록

전생의 죄과를 소멸하고

후세의 복록을 주시어,

使之還生於善地, 長享逍遙快活之樂.”

사지환생어선지 장향소요쾌활지락

좋은 땅에 환생還生하여

쾌활한 낙을 길이 누리게 해 주옵소서.”

公主見畢慘然曰:

공주견필참연왈

공주가 그 글을 다 보고 참연한 마음으로 이르기를,

“一人之婚事 誤兩人之身世, 恐有大害於陰德矣.”

일인지혼사 오양인지신세 공유대해어음덕의

“한 사람의 혼사로 인하여

두 사람이 신세를 그르치게 하니,

아마도 음덕陰德에 크게 해로우리다.”

太后聽之黙然.

태후청지묵연

태후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此時鄭小姐侍其父母, 婉容婾色 無一毫慨恨之色,

차시정소저시기부모 완용유색 무일호개한지색

이 무렵 정소저는 그의 부모를 모시는데

정숙한 자태와 즐거운 기색으로

털끝만큼도 원망해 하거나 슬퍼하는 빛을 보이지 않으니,

而崔夫人每見小姐 輒有悲傷之念,

이최부인매견소저 첩유비상지념

최부인은 매번 소저를 볼 적마다

문득문득 비상悲傷한 생각이 들었고,

春雲侍小姐 以翰墨雜技, 强爲排遣之地 而潛消暗削,

춘운시소저 이한묵잡기 강위배견지지 이잠소암삭

춘운은 소저를 모시는데

한묵翰墨과 잡기로서

억지로 소유에 대한 생각을 물리쳐 떨쳐 버리려 하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줄어들고 슬그머니 약해져서

日漸憔悴 將成膏盲之疾,

일점초췌 장성고맹지질

날마다 몸이 점점 초췌해져

고치지 못할 병이 생기게 되었거늘,

小姐上念父母 下憐春雲,

소저상념부모 하련춘운

소저가 위로는 부모를 생각하고

아래로는 춘운을 불쌍히 여김으로

心緖搖搖 不能自安, 而人不能知矣.

심서요요 불능자안 이인불능지의

심서心緖가 산란해져 스스로 편안치 못하였지만

남들은 알 수가 없었다.

小姐欲慰母親之意 使婢僕等, 求技樂之人 玩好之物,

소저욕위모친지의 사비복등 구기락지인 완호지물

소저는 모친의 쓸쓸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비복 등을 시켜

악기에 재주를 지닌 사람과 신기하고도 보기 좋은 물건들을 구하게 하여,

時時奉進 以娛其耳目矣.

시시봉진 이오기이목의

때때로 노모에게 받들어 올림으로써

이목을 즐겁게 해드렸다.

一日女童一人, 來賣繡簇二軸, 春雲取而見之,

일일녀동일인 래매수족이축 춘운취이견지

하루는 한 계집아이가 찾아와

수놓은 족자 두 축軸을 팔려고 하기에,

춘운이 가져다가 펴 보니

一則花間孔雀 一則竹林鷓鴣.

일즉화간공작 일즉죽림자고

한 폭은 꽃 사이에 공작새고,

다른 하나는 대숲에 자고새였다.

手品絶妙 工如七襄, 春雲敬歎留其人,

수품절묘 공여칠양 춘운경탄류기인

그 수놓은 품品이 극히 절묘하여서

춘운이 경탄하여 그 계집아이를 머무르게 하고,

以其簇子進於夫人及小姐曰:

이기족자진어부인급소저왈

그 족자를 부인과 소저께 바치며 여쭙기를,

“小姐每贊春雲之刺繡矣, 試觀此簇 其才品何如耶?

소저매찬춘운지자수의 시관차족 기재품하여야

“소저께서 매양 춘운이 수놓은 것을 칭찬하시었는데,

시험삼아 이 족자를 보소서.

그 재품才品이 어떠하나이까?

不出於仙女機上, 必成於鬼神手中也.”

불출어선녀기상 필성어귀신수중야

이는 선녀의 틀 위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필연 귀신의 손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옵니다.”

小姐展看於夫人座前 驚謂曰:

소저전간어부인좌전 경위왈

소저가 부인의 자리 앞에서 족자를 펴 보다가

깜짝 놀라며 이르기를,

“今之人必無此巧, 而染線尙新非舊物也.

금지인필무차교 이염선상신비구물야

“금세의 사람에게는 필연 이런 공교한 솜씨가 없겠거늘,

선線에 물들인 것이 오히려 새로워서 구물舊物이 아니로다.

怪哉! 何人有此才也.”

괴재 하인유차재야

괴이하도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꼬!”

使春雲問其出處於女童,

사춘운문기출처어녀동

춘운으로 하여금 그 여동에게 그 출처를 묻게 하니,

女童答曰:

여동답왈

여동이 대답하기를,

“此繡卽吾家小姐所自爲也. 小姐方在寓中急有用處,

차수즉오가소저소자위야 소저방재우중급유용처

“이 수는 우리 집의 소저께서 스스로 놓으신 것이외다.

소저께서 바야흐로 객지에 계신데 급히 쓸 곳이 있어서

不擇金銀錢幣 而欲捧之矣.”

불택금은전폐 이욕봉지의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팔려고 하나이다.”

春雲問曰:“汝小姐誰家娘子,

춘운문왈 여소저수가낭자

춘운이 묻기를,

“너의 소저는 뉘 집의 낭자이시며,

且因何事獨留客中耶?”

차인하사독류객중야

또 무슨 일 때문에 홀로 객지에 머물러 계시느냐?”

答曰: “小姐李通判妹氏也, 通判陪夫人往浙東任所,

답왈 소저이통판매씨야 통판배부인왕절동임소

여동이 대답하기를,

“우리 소저는 이통판李通判의 매씨妹氏이신데,

통판께서 대부인을 모시고 절동浙東의 임소任所로 가시었으나,

而小姐病不從, 姑留於內舅張別駕宅矣,

이소저병부종 고류어내구장별가댁의

소저께서는 병환이 있어서 따라가지 못하고

그 외삼촌 장별가張別駕 댁에 머물러 계셨는데

別駕宅中近有些故, 借寓於此路迤左臙脂店謝三娘家,

별가댁중근유사고 차우어차로이좌연지점사삼낭가

근일에 사소한 연고가 있어서

이 길을 건너 연지臙脂를 파는 점포인

사삼낭謝三娘의 집을 빌려 우거寓居하시며,

而待浙東車馬之來矣.”

이대절동거마지래의

절동 고을에서 거마車馬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나이다.”

春雲以其言入告小姐, 以釵釧首飾等物,

춘운이기언입고소저 이채천수식등물

춘운이 들어가서 그 말대로 소저에게 고하니,

소저가 비녀와 팔찌 그리고 머리에 꾸미는 장식물 등의 물건으로

優其價而買之, 高掛中堂 盡日愛玩 嗟羨不已.

우기가이매지 고괘중당 진일애완 차선불이

그 값을 넉넉히 주고 족자를 사서는

대청에 높이 걸고 날이 지도록 사랑스레 바라보며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此後女童因緣

차후녀동인연

이후에 그 여동이 족자를 매매함을 인연으로 하여

出入於鄭府, 與府中婢僕相交矣.

출입어정부 여부중비복상교의

정부鄭府에 출입하게 되고,

부중의 비복들과 사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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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太后曰:“此卽汝之重事國之大禮, 我欲與汝相議爾.

태후왈 차즉여지중사국지대례 아욕여여상의이

태후가 말하기를,

“이 일은 곧 너에게는 중한 일이요, 나라의 큰 예절이니,

너와 더불어 상의코자 하노라.

尙書楊少游風彩文章, 非獨卓於朝紳之列,

상서양소유풍채문장 비독탁어조신지열

상서 양소유는 풍채風彩와 문학이

조신朝紳 중 다만 홀로 뛰어날 뿐 아니라,

曾以洞簫一曲 卜汝秦樓之緣, 決不可棄楊家 而求他人矣,

증이동소일곡 복여진루지연 결불가기양가 이구타인의

지난날 퉁소 한 곡조로써

너와 천생 연분인 줄 알았은즉,

결코 양가를 버리고 타인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少游本與鄭家 情分不泛, 彼此亦不可背矣.

소유본여정가 정분불범 피차역불가배의

소유가 본디 정사도 집과 더불어 정분情分이 범연치 아니하여

서로 저버릴 수 없는 형편이다.

是事極其難處, 少游還軍之後 先行汝之婚禮,

시사극기난처 소유환군지후 선행여지혼례

이로써 이 일은 극히 난처하게 되었는데,

소유가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 온 후에

너의 혼례를 먼저 치르고 다음에

使少游次娶鄭女爲妾, 則少游可無辭矣,

사소유차취정녀위첩 즉소유가무사의

소유로 하여금 정녀에게 다시 장가들게 하여 첩을 삼게 하면

소유도 사양치 못할 듯한데,

第未知汝意 以是趑趄耳.

제미지여의 이시자저이

다만 너의 의향을 알지 못하기에

이렇듯 망설이고 있느니라.”

公主對曰:

공주대왈

공주가 여쭙기를,

“小女一生不識妬忌爲甚事也, 鄭女何可忌乎?

소녀일생불식투기위심사야 정녀하가기호

“소녀가 일생에 투기妬忌가 무엇인 줄을 알지 못하오니,

정녀를 어찌 꺼리겠습니까?

但楊尙書初旣納聘, 後以爲妾非禮也.

단양상서초기납빙 후이위첩비례야

다만 양상서께서 처음에 이미 약혼의 예물을 받았는데

후에 첩으로 삼는 것은 예가 아니옵니다.

鄭司徒累代宰相 國朝大族,

정사도루대재상 국조대족

정사도는 여러 대에 걸친 재상이요,

명문 거족이니,

以其女子爲人姬妾 不亦寃乎? 此亦不可也.

이기녀자위인희첩 불역원호 차역불가야

그의 여아로서 남의 첩을 삼게 함이

또한 원통하지 않으리오?

이 또한 합당치 않사옵니다.”

太后曰: “然則汝意欲何以處之乎?”

태후왈 연즉여의욕하이처지호

태후가 말씀하기를,

“그러면 네 뜻에는 어떻게 조처하고자 하느뇨?”

公主曰: “國法諸侯三夫人也,

공주왈 국법제후삼부인야

공주 대답하기를,

“국법에 제후는 부인이 셋이온데,

楊尙書成功還朝, 則大可爲王 小不失爲侯,

양상서성공환조 즉대가위왕 소불실위후

양상서가 성공하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제후]이 될 것이요,

적어도 제후諸侯는 반드시 될 것이오니,

聘兩夫人實非僣也.

빙양부인실비참야

두 부인을 두는 것이 실로 참람僭濫하지 않을 것이며,

當此之時 亦許娶鄭女 則何如?”

당차지시 역허취정녀 즉하여

이때를 당하여

또한 정녀에게

정실正室로 장가들도록 허락하시면 어떠하오리까?”

太后曰:

태후왈

태후가 말씀하기를,

“是則不可 女子勢均軆敵, 則同爲夫人 固無所妨,

시즉불가 녀자세균체적 즉동위부인 고무소방

“이는 옳지 않도다.

딸의 입장이 다른 여자와 비슷하면

함께 부인이 되어도

굳이 꺼리는 바가 없겠지만,

女兒先帝之愛女 今上之寵妹,

녀아선제지애녀 금상지총매

내 딸은 선제先帝께서 사랑하셨던 딸이요,

금상께서 총애하시는 누이이니,

身固重矣位亦尊矣,

신고중의위역존의

몸이 실로 귀중하고

지위 또한 존귀하거늘,

豈可與閭閻小女子, 齊肩而事人乎?”

기가여려염소녀자 제견이사인호

어찌 여염집의 지위가 낮은 여자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사람을 섬길 수 있겠느뇨?”

公主曰: “小女亦知身地之尊重,

공주왈 소녀역지신지지존중

공주가 대답하기를,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높고 중한 줄은 잘 아나이다.

而古之聖帝明王, 尊賢敬士 忘身愛德,

이고지성제명왕 존현경사 망신애덕

옛적에 성제 명왕聖帝明王도

어진 이를 높이고 선비를 공경하여

몸의 존중함을 잊고, 그 덕을 사랑하여

以萬乘 而友匹夫者.

이만승 이우필부자

만승萬乘의 천자이지만

신분이 낮은 사람을 벗 삼으셨나이다.

小女聞鄭氏女子容貌節行, 雖古今烈女不及也.

소녀문정씨녀자용모절행 수고금렬녀불급야

소녀는 정씨 댁 딸의 용모와 절행節行이

비록 고금의 열녀라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나이다.

誠如是言與彼幷肩, 亦小女之幸也 非小女之辱也.

성여시언여피병견 역소녀지행야 비소녀지욕야

진실로 이 말과 같다면 그녀와 함께 어깨를 견줌이

또한 소녀에게는 다행한 일이요,

소녀에게는 욕이 되지 않을 것이나이다.

但傳聞易爽 虛實難副, 小女欲因某條 親見鄭氏

단전문이상 허실난부 소녀욕인모조 친견정씨

그러하오나 전하는 말과 틀리기 쉽사오니,

그 허실을 믿기 어렵사오매,

소녀가 아무쪼록 친히 정녀를 보아,

其容貌才德 果出於小女之右, 則小女屈身仰事.

기용모재덕 과출어소녀지우 즉소녀굴신앙사

그 용모와 재덕才德이 과연 소녀보다 나으면

소녀는 몸을 굽혀 우러러 섬기겠나이다.

若所見不如所聞, 則爲妾爲僕 惟娘娘矣.”

약소견불여소문 즉위첩위복 유낭낭의

만일 소견이 소문만 못하면

첩을 삼게 하거나 종을 삼게 하거나

오직 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太后嗟歎曰:“妬才忌色女子常情,

태후차탄왈 투재기색녀자상정

태후가 탄식하기를,

“재주를 시기하고 아리따움을 질투함은

여자의 상정常情이거늘,

吾女兒愛人之才若己之有, 敬人之德 如渴求飮,

오녀아애인지재약기지유 경인지덕 여갈구음

내 딸아이는 남의 재주 사랑하기를 제 몸에 있는 것같이 하고,

남의 덕 공경하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 찾듯이 하니,

其爲母者 豈無嘉悅之心哉?

기위모자 기무가열지심재

그 어미된 자로서

어찌 기특하고 기쁜 마음이 없으리오?

吾欲一見鄭女 明日當下詔於鄭家矣.”

오욕일견정녀 명일당하조어정가의

나도 정녀를 한 번 보고 싶으니

내일 마땅히 정씨 집안에 조서를 보내리로다.”

公主曰:

공주왈

공주가 여쭙기를,

“雖有娘娘之命 鄭女必稱病不來.

수유낭낭지명 정녀필칭병불래

“비록 마마의 명이 계시어도

정녀는 필연 칭병稱病하고 오지 않을 것이며,

然則宰相家女兒 不可脅致,

연즉재상가녀아 불가협치

그렇다고 재상가의 여자 아이를

함부로 협박하여 부르시지는 못할 터이니,

若分付於道觀尼院,

약분부어도관니원

도관道觀과 이원尼院에 분부를 내리시와,

預知鄭女焚香之日, 則一者逢着 恐不難矣.”

예지정녀분향지일 즉일자봉착 공불난의

미리 정녀가 분향하는 날을 알면

한 번 만나 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듯하나이다.”

太后是之 卽使小黃門問於近處寺觀 正弊院,

태후시지 즉사소황문문어근처사관 정폐원

태후께서도 이를 옳게 여겨서

어린 환관을 시켜 근처의 사관寺觀 정폐원正弊院에 물으니

尼姑曰:“鄭司徒家本行佛事於吾寺,

니고왈 정사도가본행불사어오사

여승이 아뢰기를,

“정사도 댁에서 본시 불사佛事를 우리 절에서 올리되,

而其小姐元不往來於寺觀,

이기소저원불왕래어사관

그 소저는 본디 사관寺觀에 왕래하지 아니하옵고

三日前小姐侍婢楊尙書小室, 賈孺人奉小姐之命,

삼일전소저시비양상서소실 가유인봉소저지명

삼일 전에 소저의 시비이며 양상서의 소실인

가춘운賈春雲이 소저의 명을 받아

以發願之文納於佛前而去,

이발원지문납어불전이거

그의 발원發願하는 글을 불전에 바치고 갔사오니,

願黃門賫去此文, 復命太后娘娘 如何?”

원황문재거차문 복명태후낭낭 여하

환관께서는 이 글을 가지고 가서

태후 마마께 복명하심이 어떠하시나이까?”

黃門還來以此奏進太后曰:

황문환래이차주진태후왈

환관이 돌아와 이대로 아뢰면서

소저의 발원서發願書를 올리니, 태후 이르시기를,

“苟如是則見鄭女之面難矣.”

구여시즉견정녀지면난의

“진실로 이와 같다면 정녀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우리라.”

與公主同覽其祝文曰:

여공주동람기축문왈

공주와 더불어 그 발원서를 함께 보았는데,

그 발원서에 쓰이기를,

“弟子鄭氏瓊貝謹使婢子春雲, 齋沐頓首 敬告于諸佛前.

제자정씨경패근사비자춘운재목돈수 경고우제불전

“제자 정씨 경패瓊貝는 삼가 비자 춘운婢子春雲을 시켜

목욕 재계沐浴齋戒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의 앞에서 삼가 고하나이다.

弟子瓊貝罪惡甚重 業障未除,

제자경패죄악심중 업장미제

제자 경패의 죄악이 심히 중하고

업장業障이 없어지지 않아서

生爲女子之身,且無兄弟之樂,

생위녀자지신 차무형제지락

세상에 나매 여자의 몸이 되옵고

또 형제의 즐거움이 없사오며,

頃旣受幣於楊家, 將欲終身於楊門矣,

경기수폐어양가 장욕종신어양문의

근자에 이미 양가의 폐백을 받아

장차 몸을 양문楊門에서 마치고자 하였는데,

楊郞被揀於錦臠 君命至嚴, 弟子已與楊家絶矣.

양랑피간어금련 군명지엄 제자이여양가절의

양랑께서 부마의 간택에 뽑혀

군명이 지엄하시니

제자는 이미 양씨 집안과 인연을 끊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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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我奉行天命征伐四夷, 百鬼千神莫不從命,

아봉행천명정벌사이 백귀천신막불종명

“내가 천자의 명을 받아서 사방의 오랑캐를 정벌征伐함에

백귀천신百鬼千神도 감히 내 명을 거역하는 자가 없었는데,

汝小兒不知天命敢抗大軍, 是自促鱗鯢之誅也.

여소아부지천명감항대군 시자촉린예지주야

네 조그만 아이가 천자의 명을 알지 못하고 감히 대군을 항거하니,

이는 스스로 죽기를 재촉함이로다.

我有一介寶劍 卽魏徵丞相, 斬涇河龍王之利器也.

아유일개보검 즉위징승상 참경하룡왕지리기야

내게 한 개의 보검이 있는데, 이는 위징魏徵 승상丞相이

경하涇河의 용왕을 벤 매우 잘 드는 칼이로다.

當斬汝頭 以壯軍威而,

당참여두 이장군위이

내 마땅히 네 머리를 베어서

장한 우리 군사들의 위엄을 떨칠 것이로되,

汝父鎭定南海慱施雨澤, 有功於萬民 是以赦之,

여부진정남해단시우택 유공어만민시이사지

네 아비가 남해를 진정하고 비의 은택을 베풀어

만민에게 공이 있으므로 네 죄를 용서하니,

自今勉悛舊惡, 幸勿得罪於娘子也.”

자금면전구악 행물득죄어낭자야

지금부터 힘써 네 전의 나쁜 행실을 고쳐

행여 다시는 낭자께 죄를 짓지 말지어다.”

仍命曳出 太子屛息 戢身鼠竄而走.

잉명예출 태자병식 집신서찬이주

이에 상서가 끌어 내 보내도록 명하니

태자는 겁이 나서 숨을 죽이고

몸을 추슬러 쥐 숨듯이 달아나 버렸다.

忽有祥光瑞氣自東南而至矣, 紫霞葱鬱 彤雲明滅,

홀유상광서기자동남이지의 자하총울 동운명멸

홀연 서광과 서기가 동남으로부터 이르는데

붉은 놀이 자욱이 끼고 동운彤雲이 명멸하며,

旌旗節鉞自太空, 繽粉而下 紫衣使者 越而進曰:

정기절월자태공 빈분이하 자의사자 월이진왈

정기旌旗와 절월節鉞이 공중으로부터

어지러이 내려오더니,

붉은 옷 입은 사자가 종종걸음으로 와서 이르기를,

“洞庭龍王知楊元帥破南海之兵, 救公主之急,

동정룡왕지양원수파남해지병 구공주지급

“동정 용왕이 양원수께서 남해 태자의 군사들을 격파하여

공주의 위급함을 구하신 것을 아시고,

極欲躬謝於壁門之前 而職業有守, 不敢擅離故,

극욕궁사어벽문지전 이직업유수 불감천리고

벽문 앞에서 몸소 사례하고자 하였으나

소임이 영토룰 지키는 일이라

감히 자리를 마음대로 떠나실 수 없으므로,

方設大宴於凝碧殿, 奉邀元帥 元帥暫屈焉.

방설대연어응벽전 봉요원수 원수잠굴언

바야흐로 응벽전凝碧殿에 큰 잔치를 베풀어

원수를 받들고 맞아들이도록,

원수께서 잠깐 행차하시기를 원하시나이다.

大王亦令小臣陪貴主同歸矣.”

대왕역령소신배귀주동귀의

대왕께서 소신에게

귀주貴主와 함께 돌아오도록 영을 내리시었나이다.”

尙書曰: “敵軍雖退壁壘尙存, 且洞庭在萬里之外,

상서왈 적군수퇴벽루상존 차동정재만리지외

상서가 말하기를,

“적군이 비록 물러갔으나 벽루壁壘가 아직 남아 있고,

또 동정은 만 리 밖에 있으니

往返之間 日月累矣, 將兵之人 何敢遠出?”

왕반지간 일월루의 장병지인 하감원출

오고가는 사이에 날짜가 많이 걸릴 것인즉,

장병들을 거느리는 사람으로서

어찌 감히 멀리까지 나갈 수가 있으리오?”

使者曰: “已具一車駕以八龍,

사자왈 이구일거가이팔룡

사자가 말하기를,

“이미 수레 하나를 준비하여

여덟 마리 용으로 매어 놓았으니,

半日之內當去來矣.”

반일지내당거래의

반나절 안에 마땅히 갔다 올 수 있으리이다.”

楊尙書與龍女登車, 靈風吹輪轉上層空,

양상서여룡녀등거 령풍취륜전상층공

양상서가 용녀와 더불어 수레를 타니

기이한 바람이 사납게 불어

바퀴를 굴려 공중으로 올라가매

未知去天餘幾尺也, 距地隔幾里也,

미지거천여기척야 거지격기리야

하늘로 가는데 몇 척尺이나 남았는지

거리가 땅으로부터 몇 리나 떨어졌는지 알지 못하되,

而但見白雲如盖, 平覆世界而已.

이단견백운여개 평복세계이이

다만 흰 구름만 일산日傘같이

평평하게 세계를 덮었을 뿐이었다.

漸漸低下至于洞庭, 龍王遠出迎之,

점점저하지우동정 룡왕원출영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동정에 이르니

용왕이 멀리까지 나와서 그들을 맞이하며

執賓主之禮 展翁婿之情,

집빈주지례 전옹서지정

빈주賓主의 예의를 차리고

장인과 사위의 정을 나타내면서

揖上層殿 設宴饗之,執酌而謝曰:

읍상층전 설연향지 집작이사왈

허리 굽혀 절하고 상층의 전각에 오른 다음,

잔치를 베풀고 대접을 하는데

술잔을 잡은 채 사례하기를,

“寡人德薄而勢孤, 不能使一女安其所矣,

과인덕박이세고 불능사일녀안기소의

“과인의 덕이 박하고 세력이 고단하여

능히 한낱 딸자식에게 조차 그 곳을 편하게 해 주지 못했는데,

今元帥奮身威而擒驕重,

금원수분신위이금교중

이제 원수께서 신위身威를 떨쳐

교만한 아이를 사로잡고

垂厚誼 而救小女, 欲報之德 天高地厚.”

수후의 이구소녀 욕보지덕 천고지후

후의를 베풀며 어린 딸을 구하여 주었으니,

그 덕을 갚으려 한즉,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두텁소이다.”

尙書曰:

상서왈

상서가 대답하기를,

“莫非大王威令所及 何謝之有?”

막비대왕위령소급 하사지유

“이는 다 대왕의 위령威令이 미친 바인데,

어찌 그토록 사례하심이 과하시나이까?”

至酒闌龍王命奏衆樂,

지주란룡왕명주중악

술이 취하자, 용왕이

분부를 내려 여러 가지 풍악을 들려주었는데,

樂律融融聞有條絶,而與俗果異矣.

악률융융문유조절 이여속과리의

그 음률이 융융融融하고 절조가 있어서

세속의 풍악과는 정말로 달랐다.

壯士千人列立於殿左右,

장사천인렬립어전좌우

장사 천명이 전각의 좌우에 벌리고 서서

手持劒戟 揮擊大鼓而進,

수지검극 휘격대고이진

각기 자기 손에 칼과 창을 잡고 흔들며

큰 북을 울리면서 나오는데,

美女六佾着芙蓉之衣,

미녀육일착부용지의

미인 여섯 쌍이 부용의芙蓉衣를 입고

振明月之珮 飄拂藕衫, 雙雙對舞 眞壯觀也.

진명월지패 표불우삼 쌍쌍대무 진장관야

명월패明月珮를 차고

표연히 한삼汗衫 소매를 떨치며,

마주 보고 춤을 추니 참으로 장관이었다.

尙書問曰: “此舞未知何曲也.”

상서문왈 차무미지하곡야

상서가 용왕에게 묻기를,

“이 춤에 쓰인 곡조가 무슨 곡조인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龍王答曰: “水府舊無此曲,

룡왕답왈 수부구무차곡

용왕이 대답하기를,

“옛날에는 수부에 이 곡조가 없었으나,

寡人長女嫁 爲徑河王太子之妻,

과인장녀가 위경하왕태자지처

과인의 맏딸이 시집가서

경하왕徑河王 태자의 처가 되었는데,

因柳生傳書, 知其遭牧羊之困, 寡人弟錢塘君,

인류생전서 지기조목양지곤 과인제전당군

유생柳生이 전하는 글로 말미암아

내 딸이 목양牧羊의 곤困함을 만난 줄 알고,

과인의 아우 전당군錢塘君이

與徑河王大戰 大破其軍, 率女子而來,

여경하왕대전 대파기군 솔녀자이래

경하왕과 크게 싸워

그 군사를 크게 무찌르고

딸아이를 데려오니,

宮中之人爲作此舞號曰,

궁중지인위작차무호왈

궁중 사람들이 이 풍악을 짓고

춤을 붙여 이름하여 부르기를,

錢塘破陣樂 或稱貴主行宮樂,

전당파진악 혹칭귀주행궁악

‘전당 파진악錢塘破陣樂’

혹은 ‘귀주 행궁악貴主行宮樂’이라 하며,

有時奏之於宮中之宴矣.

유시주지어궁중지연의

궁중 잔치에서 때때로 연주한 것이외다.

今元帥破南海太子, 使我父女相會,

금원수파남해태자 사아부녀상회

이제 원수께서 남해 태자를 격파하고

우리 부녀를 서로 만나게 해주었으니

與錢塘故事頗相似矣, 故改其名曰 元帥破軍樂也.”

여전당고사파상사의 고개기명왈 원수파군악야

전당군의 옛 일과 자못 서로 비슷하외다.

그러므로 그 이름을 고쳐

‘원수파진악元帥破軍樂’이라 하겠소.”

尙書又問曰:

상서우문왈

“柳先生今何在耶, 未可相見耶?”

류선생금하재야 미가상견야

상서가 또 묻기를,

“유 선생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서로 만날 수 있사오리까?”

王曰: “柳郞今爲瀛州仙官,

왕왈 류랑금위영주선관

용왕이 대답하기를,

“유랑은 지금 영주瀛州의 선관仙官이 되어

方在職府 何可來耶?”

방재직부 하가래야

바야흐로 일을 맡고 있으니,

어찌 데려올 수 있으리오?”

酒過九巡 尙書告辭曰:

주과구순 상서고사왈

술이 아홉 순배가 지나자

상서가 하직을 고하여 말하기를,

“軍中多事 不可久留 是可恨也,

군중다사 불가구류 시가한야

“군중軍中에 일이 많아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우나,

惟願使娘子毋失後期也.”

유원사낭자무실후기야

오직 낭자로 하여금

뒷날의 기약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라겠소.”

龍王曰: “當如約矣.”

룡왕왈 당여약의

용왕이 대답하기를,

“마땅히 언약대로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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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出送於殿門之外, 有山突兀秀出五峯,

출송어전문지외 유산돌올수산오봉

용왕이 전문 밖에까지 나와 전송하는데,

산악이 우뚝 솟아 있고, 다섯 봉우리가 유독 빼어나

高入於雲煙, 尙書便有游覽之興,

고입어운연 상서변유유람지흥

구름과 안개 사이로 높이 들어있어,

상서는 문득 유람하고 싶은 흥취가 일어났다.

問於龍王曰: “此山何名?

문어룡왕왈 차산하명

용왕에게 묻기를,

“이 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나이까?

少游歷遍天下 而惟未見此山及華山也.”

소유력편천하 이유미견차산급화산야

소유가 천하를 두루 돌아다녔으되,

오직 이 산과 화산華山만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龍王曰: “元帥未聞此山之名乎?

룡왕왈 원수미문차산지명호

용왕이 대답하기를,

“원수는 이 산의 이름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卽南岳衡山 奇且異也.”

즉남악형산 기차리야

이는 곧 남악 형산南岳衡山으로

신기하고도 이상한 산이오이다.”

尙書曰: “何以則今日可登此山乎?”

상서왈 하이즉금일가등차산호

상서가 말하기를,

“어찌하면 오늘 이 산에 오를 수 있나이까?”

龍王曰:“日勢猶未晩矣,

룡왕왈 일세유미만의

용왕이 대답하기를,

“해의 형편이 아직 늦지 아니하였으니,

雖暫玩而歸 亦未暮矣.”

수잠완이귀 역미모의

비록 잠깐 구경하고 돌아가도

또한 날이 저물지 않을 것이외다.”

尙書卽上車 已在衡山之下矣. 携竹杖訪石逕,

상서즉상거 이재형산지하의 휴죽장방석경

상서가 곧 수레에 오르자

벌써 형산衡山의 아래에 다다른지라,

대지팡이를 짚고 돌길을 찾아가매

經一丘度一壑, 山益高境轉幽,

경일구도일학 산익고경전유

한 언덕을 지나고 한 구렁을 건너서니

산이 더욱 높아지고 지경이 점점 그윽하며

景物森羅不可應接, 所謂千岩競秀,

경물삼라불가응접 소위천암경수

경물景物이 빽빽이 널려 있어 이루 다 구경할 수가 없었으니,

이른바 ‘일천 개의 바위가 다투어 솟아 있고,

萬壑爭流者 眞善形容也.

만학쟁류자 진선형용야

일만의 깊은 골짜기가 다투어 흘러가는 것이

바로 진선眞善의 모습’ 그대로였다.

尙書柱筇聘矚 幽思自集 乃歎息曰:

상서주공빙촉 유사자집 내탄식왈

상서가 지팡이를 짚고 둘러보니

그윽한 생각이 저절로 모이거늘 탄식하기를,

“積苦兵間 獘情勞神, 此身塵緣 何太重耶?

적고병간 폐정로신 차신진연 하태중야

“괴로운 군대 일이 쌓인 사이에

정情이 피폐하고 정신이 고달프게 되었으니,

이 몸의 속세 인연이 어찌 그리 중할꼬?

安得功成身退, 超然物外之人也.”

안득공성신퇴 초연물외지인야

어찌하면 공이 이뤄지고 몸은 물러나

초연한 물외物外의 사람이 될고.”

俄聞石磬之聲出於林端, 尙書曰蘭若必不遠,

아문석경지성출어림단 상서왈란야필불원

문득 석경石磬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오기에

상서가 ‘절간이 필연 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及涉絶巘上高頂 有一寺.

급섭절헌상고정 유일사

이어서 걸어 심히 가파른 언덕의 높은 꼭대기에 올라 가 보니

한 절이 있었다.

殿閣深邃 法侶坌集, 老僧趺坐蒲團 方誦經說法,

전각심수 법려분집 로승부좌포단 방송경설법

전각이 깊숙하고 그윽하며 여러 중들이 모여 있고,

노승이 포단蒲團에 부좌趺坐한 채

바야흐로 경문을 외우며 설법하는데,

眉長而綠 骨淸而癯, 可知年紀之高矣.

미장이록 골청이구 가지년기지고의

눈썹이 길고 푸르며

골격이 맑고 파리하여

그 연기年紀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見尙書至 率闍利下堂 迎之曰:

견상서지 솔도리하당 영지왈

상서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노승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당에서 내려가 맞이하며 말하기를,

“山野之人聾聵, 不知大元帥之來,

산야지인롱외 부지대원수지래

“산야의 사람이 귀가 밝지 못하여

대원수 오시는 줄 모르고

未能迎候於山門請相公恕之.

미능영후어산문청상공서지

산문까지 나가서 영접하지 못한 것을

상공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今番非元帥永來之日, 須上殿 禮佛而去.”

금번비원수영래지일 수상전 례불이거

그러나 이번이 영구히 오는 날이 아니오니,

모름지기 전각에 올라 예불을 올리고 돌아가소서.”

尙書卽詣佛前焚香展拜, 方下殿 忽跌足驚覺,

상서즉예불전분향전배 방하전 홀질족경각

상서가 바로 불전에 나아가 분향 전배展拜한 후,

바야흐로 전각을 내려서는데

홀연 실족하여 깜짝 놀라 깨달으니,

身在營中 倚卓而坐, 東方微明矣.

신재영중 의탁이좌 동방미명의

몸은 영중營中에서 탁자를 의지하여 앉아 있었고,

동방東方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尙書異之 問於諸將曰:

상서리지 문어제장왈

상서가 이상히 여겨

여러 장수에게 묻기를,

“公等亦有夢乎?”

공등역유몽호

“공들도 또한 꿈을 꾸었느뇨?”

齊答曰: “小的等皆夢陪元帥, 與神兵鬼卒大戰而破之,

제답왈 소적등개몽배원수 여신병귀졸대전이파지

여러 장수들이 일제히 대답하기를,

“소장 등도 모두 꿈에 원수를 따라서

신병귀졸神兵鬼卒과 크게 싸워 그들을 격파하고,

擒其大將而歸, 此實擒胡之吉兆也.”

금귀대장이귀 차실금호지길조야

그 대장을 사로잡아 돌아왔으니,

이는 실로 오랑캐를 사로잡을 길조吉兆로소이다.”

尙書備說夢中之事, 與諸將往見白龍潭,

상서비설몽중지사 여제장왕견백룡담

상서가 꿈속의 일을 낱낱이 설명하고

여러 장수들과 함께 백룡담에 가보니,

碎鱗鋪地 流血成川.

쇄린포지 류혈성천

부스러지고 깨진 비늘 껍질들이 땅에 널려있고

흐르는 피가 내를 이루었다.

尙書持盃 酌水先嘗, 因飮病卒 卽快癒矣.

상서지배 작수선상 인음병졸 즉쾌유의

상서가 잔을 들고 물을 떠서 먼저 맛보고

이에 병든 군사들에게 먹이니,

그들의 병이 바로 나았다.

駈衆軍及戰馬, 臨水快吸 歡動天地,

구중군급전마 임수쾌흡 환동천지

모든 군사들과 전마를 몰고

물에 다가가서 흡족히 마시게 하니

기꺼워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는데.

賊聞之大惧 欲與櫬而降矣.

적문지대구 욕여친이항의

적들이 이 소리를 듣고 무척 두려워하여

곧 무리를 지어 항복하려고 하였다.

尙書出師之後 捷書相續,

상서출사지후 첩서상속

상서가 출사한 이후로

승전을 알리는 글이 이어 올라옴으로

上嘉之 一日朝太后, 稱楊少游之功曰:

상가지 일일조태후 칭양소유지공왈

천자께서 그를 가상히 여기사

하루는 태후께 조회하고

양소유의 공을 칭찬하시기를,

“少游郭汾陽後一人.

소유곽분양후일인

“소유는 곽분양郭汾陽 이후의 유일한 사람이로소이다.

待其還來卽拜丞相. 以酬不世之勳而,

대기환래즉배승상 이수불세지훈이

그가 조정에 돌아오길 기다려서 곧 승상丞相을 시켜

세상에 드믄 공을 갚을까 하옵니다.

但御妹婚事 尙未窂定, 彼若回心 從命則大善,

단어매혼사 상미로정 피약회심 종명즉대선

그러나 다만 누이의 혼사를

아직껏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사오니,

그가 마음을 돌리고 명에 따르면 무척 다행이거니와,

若又堅執 則功臣不可罪矣.

약우견집 즉공신불가죄의

만일 또 굳이 고집한다 해도

공신을 죄를 줄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其志不可奪矣,기지불가탈의

處治之道 實難得當是可憫也.”

처치지도 실난득당시가민야

그 뜻을 빼앗을 수가 없기 때문에

처치할 도리가

실로 마땅함을 얻기 어려운 것이 민망할 뿐이옵니다.”

太后曰:“我聞鄭家女子誠美,

태후왈 아문정가녀자성미

태후가 이르기를,

“내가 듣기에 정사도의 딸아이가 실로 아름답고

且與少游曾已相見, 少游豈肯棄之?

차여소유증이상견 소유기긍기지

또한 소유와 더불어 일찍이 서로 본 적이 있다 하니,

소유가 어찌 정녀鄭女를 버릴 수가 있으리오.

吾意則乘少游出外之日, 下詔於鄭家 與他人結婚,

오의즉승소유출외지일 하조어정가 여타인결혼

내 생각으로는 소유가 변방에 나아간 틈을 타서

정씨 집안에 조서詔書를 내리고

정녀로 하여금 타인과 결혼케 하면

則少游之望絶矣, 君命何可不從乎?”

즉소유지망절의 군명하가부종호

소유도 소망이 끊어질 터이니,

군명君命을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上久不仰答 黙然而出,

상구불앙답 묵연이출

임금은 오래도록 대답치 아니하시더니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蘭陽公主在太后之側, 乃告於太后曰:

란양공주재태후지측 내고어태후왈

이때 난양공주가 태후 곁에 있다가

태후께 여쭙기를,

“娘娘之敎 大違於事軆. 鄭女之婚與不婚,

낭낭지교 대위어사체 정녀지혼여불혼

“마마의 하교는 일의 형편에 크게 어긋나나이다.

정녀가 혼인을 하고 아니하고는

自是其家之事, 豈朝廷所可指揮者乎?”

자시기가지사 기조정소가지휘자호

본래 그 집의 일이요,

어찌 조정에서 지휘할 바이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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