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尙書曰:“今聞娘子之言, 兩人之緣天已定之.

상서왈 금문낭자지언 양인지연천이정지

상서가 말하기를,

“이제 낭자의 말을 들으니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이미 정한 것이고,

神亦知之 月老之約 肆可卜矣, 娘子之意亦如我否?”

신역지지 월로지약 사가복의 낭자지의역여아부

신이 또한 그것을 알고 있으니,

월하노인月下老人의 언약을 점칠 수 있음직한데,

낭자의 뜻 또한 나와 같으뇨?”

龍女曰:“妾之陋質 雖已許之,

룡녀왈 첩지루질 수이허지

용녀가 대답하기를,

“첩의 누추한 재질을

비록 이미 낭군께 허락키로 하였사오나,

徑侍郞君 不可者三.

경시랑군 불가자삼

지레 낭군을 모심이 가당치 않은 점이 셋이 있나이다.

一則不告父母也, 二則幻形變質以後,

일즉불고부모야 이즉환형변질이후

方可以侍貴人也,

방가이시귀인야

첫째는 부모께 고하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첩이 환형 변질幻形變質 한 후에야

바야흐로 귀인을 모실 수 있는 것이거늘,

今不可以鱗甲之腥 鬐鬣之陋,

금불가이린갑지성 기서지루

以累貴人之床席也,

이루귀인지상석야

이제 비늘 껍질에다 지느러미와

갈기를 지닌 냄새나고 누추한 몸으로써

귀인의 자리를 더럽히지 못할 것이오며,

三則南海龍子 每送邏卒於此,

삼즉남해룡자 매송라졸어차

셋째로 남해 용왕의 아들이

매양 나졸邏卒들을 이 근처로 보내어

暗暗偵探 不可激其怒而挑其禍, 以起一場風波也.

암암정탐 불가격기로이도기화 이기일장풍파야

암암리에 정탐하여 가당치 않게도,

그 노여움을 격동시키고 화를 도발하여

한바탕 풍파를 일으킬 것이니,

貴人湏早歸陣中, 整軍殲賊 得遂大勳,

귀인수조귀진중 정군섬적 득수대훈

귀인은 모름지기 속히 진중으로 돌아가시어

군사를 바로잡고 도적을 멸하사 큰 공을 이루어

奏凱還京 則妾當褰裳涉溱, 從貴人於甲第之中也.”

주개환경 즉첩당건상섭진 종귀인어갑제지중야

개가凱歌를 부르고 서울로 돌아오시면,

첩은 마땅히 치마를 걷고서 진수溱水를 건너

갑제甲第 가운데로 귀인을 따라 가오리다.”

尙書曰:“娘子之言雖美, 我思之娘之來此,

상서왈 낭자지언수미 아사지낭지래차

상서가 말하기를,

“낭자의 말은 비록 아름답지만

내 생각에는 낭자가 이곳에 온 목적은

不但守志 而亦父王, 欲使留待少游之來 而卽從之也.

부단수지 이역부왕 욕사류대소유지래 이즉종지야

단지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고,

또한 부왕께서 낭자로 하여금 여기에 머물러 소유가 오기를 기다려서

곧 그를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오.

今日之相會豈非父王之命乎? 且娘子神明之後 靈异之性也,

금일지상회기비부왕지명호 차낭자신명지후 령이지성야

오늘 서로 만난 것이 어찌 부왕의 명이 아니겠느뇨?

또한 낭자는 신명神明의 후손이요, 영이靈异한 성품이라

出入人神之間 無所往而不可, 則豈以鱗鬣爲嫌乎?

출입인신지간 무소왕이불가 즉기이린서위혐호

사람과 귀신 사이에 출입함에 간 데마다 옳지 않음이 없은즉,

어찌 비늘과 지느러미로 인해 그대를 꺼려하리오?

少游雖不才, 奉天子之明命,

소유수부재 봉천자지명명

소유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將百萬之雄兵, 飛廉爲之導先, 海若爲之殿後,

장백만지웅병 비염위지도선 해약위지전후

백만의 웅병을 거느리고

바람 신神으로 선도를 삼고

해신海神으로 후진後陣을 삼는다면,

其視南海小兒 如蚊虻螻蟻而已,

기시남해소아 여문맹루의이이

저 남해의 어린애는

모기나 하루살이 같이 보일 따름이니,

渠若不自量, 妄欲相逼 則不過汚我寶劍而已.

거약부자량 망욕상핍 즉불과오아보검이이

이제 만일 스스로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망령되이 서로 핍박코자 한다면

내 보검을 더럽히는데 불과할 뿐이오이다.

今夜何幸邂逅相逢 則良辰,

금야하행해후상봉 즉량신

오늘 밤 서로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데 이 좋은 밤 시간을

豈可虛度 佳期何忽孤負?”

기가허도 가기하홀고부

어찌 헛되이 보낼 수가 있으며,

아름다운 기약을 어찌 홀로 저버릴 수 있으리오?

遂携龍女而就枕,

수휴룡녀이취침

交會之歡 非夢則眞.

교회지환 비몽즉진

드디어 용녀를 품에 안고 잠자리에 드니

정을 주고받는 즐거움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日未明 一聲疾雷鍧鍧, 簸却水晶宮殿,

일미명 일성질뢰굉굉 파각수정궁전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우레 같은 소리와 쇠북소리가 들리며

수정궁전水晶宮殿이 키 까불리듯이 뒤흔들리기에

龍女忽警覺而起 宮女報急曰:

룡녀홀경각이기 궁녀보급왈

용녀가 문득 사리를 깨닫고 일어나는데,

궁녀가 급히 보고하기를,

“大禍出矣. 南海太子駈無數軍兵,

대화출의 남해태자구무수군병

“큰 화禍가 일어났나이다.

남해 태자가 무수한 군병들을 몰고 와서

來陣山下 請與楊元帥決雌雄矣.”

래진산하 청여양원수결자웅의

산 아래에 진을 치고

양원수와 자웅을 결決하기를 청하였나이다.”

尙書大怒曰:

상서대로왈

“狂童何敢乃爾?”

광동하감내이

상서가 크게 노하여 이르기를,

“미친 아이가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느뇨?”

拂袂而起跳出水邊,

불몌이기도출수변

南海兵已圍白龍潭.

남해병이위백룡담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물가로 걸어서 나아가니,

남해의 병사들이 이미 백룡담을 에워싸고 있었다.

喊聲大震陣雲四起,

함성대진진운사기

所謂太子者躍馬出陣而大叱曰:

소위태자자약마출진이대질왈

함성이 크게 진동하고 진운陣雲이 사면에서 일어나는데,

태자라는 자가 말을 달려 진陣을 나와 크게 꾸짖기를,

“爾爲何人而掠人之妻乎?

이위하인이략인지처호

誓不與共立天地間也.”

서불여공립천지간야

“너는 어떻게 생긴 인물이기에 남의 아내를 빼앗아 가는고?

맹세코 천지간에 너와 함께 서지 아니하리라.”

尙書立馬大笑曰:“洞庭龍女 與少游有三生宿緣,

상서립마대소왈 동정룡녀 여소유유삼생숙연

상서가 말을 세우고 크게 비웃기를,

“동정 용녀와 소유는 삼생三生의 숙연宿緣이 있음은

卽天宮之所簿, 眞人之所知也,

즉천궁지소부 진인지소지야

천궁의 명부에 기록된 바요,

진인眞人께서도 아시는 것인즉,

我不過順天命也 奉天敎也.

아불과순천명야 봉천교야

나는 천명에 따르고

하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에 불과하도다.

幺麽鱗虫 何無禮若是耶?”

요마린충 하무례약시야

변변치 못한 물고기 새끼가

무례함이 어찌 이 같을꼬?”

太子大怒 命千萬種水族,

태자대로 명천만종수족

태자가 대로하여

천만가지의 물고기들에게 상서를 잡도록 명을 내리니,

鯉提督 鼈參軍 鼔氣賈勇, 騰跳而出

리제독 별참군 고기가용 등도이출

잉어 제독과 자라 참군參軍이 기운을 돋우고

용맹을 내어 뛰어 나왔다.

尙書一麾而斬之, 擧白玉鞭一揮之,

상서일휘이참지 거백옥편일휘지

그러자 상서가 군사들을 한 번 지휘하여 다 목을 베고,

백옥 채찍을 들어 한 번 휘두르니

百萬勇卒 齊發蹴踏, 不移時敗鱗殘甲 已滿地矣.

백만용졸 제발축답 불이시패린잔갑 이만지의

백만의 용감한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그들을 차고 짓밟은즉,

삽시간에 부스러진 비늘과 깨어진 껍질이 땅에 가득 찼다.

太子身被數矢不能變化, 終爲唐軍所擭縛致麾下,

태자신피수시불능변화 종위당군소획박치휘하

태자는 몸에 여러 개의 화살을 맞아 역전의 기회를 놓치고

마침내 당군唐軍에게 잡혀 휘하麾下에 묶여 오기에 이르렀으니,

尙書大悅 擊金收軍 門卒報曰:

상서대열 격금수군 문졸보왈

상서가 크게 기뻐하고 징을 쳐서 군사를 거두고 있는데

문을 지키는 병사가 아뢰기를,

“白龍潭娘子親詣軍前進賀元帥,

백룡담낭자친예군전진하원수

仍飽軍卒矣.”

잉포군졸의

“백룡담의 낭자께서 몸소 진 앞에 나아와

원수께 치하를 드리고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자 하시나이다.”

尙書使人邀入, 龍女進賀尙書之全勝,

상서사인요입 룡녀진하상서지전승

以千石酒萬頭牛 大饗三軍,

이천석주만두우 대향삼군

상서가 사람을 시켜 맞아들이자,

용녀가 나와서 원수의 전승함을 치하하고

술 천 석과 소 만 필로써 삼군에 큰 잔치를 베푼즉,

士卒鼔腹 而歌翹足而舞, 輕銳之氣百倍矣.

사졸고복 이가교족이무 경예지기백배의

사졸들이 배불리 먹고 즐거워하여

노래를 부르고 발을 흔들며 춤을 추니

날래고 예리銳利한 사기는 전보다 백배나 더하였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57  (0) 2010.12.29
구운몽 58  (0) 2010.12.29
구운몽 55  (0) 2010.12.21
구운몽 54  (0) 2010.12.21
구운몽 53  (0) 2010.12.17


55

侍女一人至前請曰:

시녀일인지전청왈

“洞庭龍王之女 請謁於楊元帥矣.”

동정룡왕지녀 청알어양원수의

시녀 하나가 앞으로 나와 청하기를,

“동정 용왕의 딸이 양원수 뵈옵기를 청하나이다.”

尙書驚欲避之, 兩侍女挾持 使不下床,

상서경욕피지 양시녀협지 사불하상

상서가 깜짝 놀라며 피하고자 하나

시녀가 붙들고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龍女向前四拜 琳琅戞響, 芬馥射人

룡녀향전사배 림랑알향 분복사인

그 용녀가 앞을 향하여 네 번 절하는데

임랑琳琅 소리는 맑고, 꽃다운 향기가 사람을 사로잡았다.

尙書請上殿, 龍女辭遜不敢,

상서청상전 룡녀사손불감

設小席而坐尙書曰:

설소석이좌상서왈

상서도 또한 그녀가 전상에 오르기를 청하자,

용녀가 여러 번 사양하다가

작은 자리를 펴고 앉기에 상서가 말하기를,

“楊少遊塵世賤品, 娘子水府靈神,

양소유진세천품 낭자수부령신

禮貌何太恭也?”

례모하태공야

“양소유는 진세塵世의 천한 몸이요,

낭자는 수부의 영신靈神이시거늘

예모禮貌가 어찌 그토록 크게 공손하시나이까?”

龍女答曰:

룡녀답왈

“妾卽洞庭龍王末女凌波也.

첩즉동정룡왕말녀릉파야

용녀가 대답하기를,

“첩은 동정 용왕의 막내딸 능파凌波이오이다.

妾之始生也父王朝於上界, 逢張眞人卜妾之命,

첩지시생야부왕조어상계 봉장진인복첩지명

眞人揲蓍曰,

진인설시왈

첩이 갓 낳았을 적 부왕께서 상계上界에서 조회하실 때

장진인張眞人을 만나 첩의 명命을 점쳤는데.

진인이 점대를 뽑더니 말하기를,

此娘子前身卽仙女也, 因謫罪降 爲王之女而畢竟,

차낭자전신즉선녀야 인적죄강 위왕지녀이필경

‘이 낭자는 전신이 곧 선녀로서

죄로 인해 귀양을 와서 왕의 딸이 되었으나, 필경에는

復得人形, 爲人間貴人之姬妾,

부득인형 위인간귀인지희첩

다시 사람의 모습을 얻어

인간 세상에서 귀인의 총애 받는 첩이 되어

享富貴榮華之樂, 悉耳目心志之娛,

향부귀영화지락 실이목심지지오

終歸佛家 永爲大禪矣.

종귀불가 영위대선의

부귀와 영화의 낙을 누리고

이목심지耳目心志 모두가 즐거울 것이며

마침내는 불가로 돌아가서

영원히 큰 중이 되리이다.’ 하였으니,

吾龍神爲水族之宗, 而幻人之形 爲大榮,

오룡신위수족지종 이환인지형 위대영

우리 용신龍神은 수족水族의 조종으로서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至於仙佛 尤所敬戴也.

지어선불 우소경대야

신선과 부처님께 이르는 것은

더욱 공경하는 바이오이다.

妾之伯兄, 初爲涇水龍宮之婦,

첩지백형 초위경수룡궁지부

夫妻反目兩家失和,

부처반목양가실화

첩의 맏형은 처음에 경수涇水 용군龍君의 아내가 되었는데,

부처가 반목하여 두 집의 화합이 깨어지고,

再適於柳眞君 九族尊之, 一家敬之,

재적어류진군 구족존지 일가경지

유진군柳眞君에게 개가하매

온 친척들이 그를 높이고 온 집안사람들이 공경하나,

而妾則將得正果 一身榮貴, 必在於伯兄之上也.

이첩즉장득정과 일신영귀 필재어백형지상야

첩은 장차 정과正果를 얻어 일신의 영귀榮貴함이

필연 맏형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 되나이다.

父王自聞眞人之言, 愛妾之情一倍隆篤,

부왕자문진인지언 애첩지정일배융독

부왕께서 진인의 말씀을 들으신 후로

첩을 사랑하는 정이 한층 더 돈독하시고

宮中大小侍妾, 如待天上眞仙,

궁중대소시첩 여대천상진선

궁중의 크고 작은 시첩侍妾들이

하늘 위의 참신선과 같이 대접하더니

及稍長 南海龍王之子五賢,

급초장 남해룡왕지자오현

점점 자라매 남해 용왕의 아들 오현五賢이

聞妾略有姿色求婚於父王.

문첩략유자색구혼어부왕

첩이 약간의 자색姿色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구혼 하였나이다.

吾洞庭卽南海之管下故, 父王不敢峻斥 親往南海,

오동정즉남해지관하고 부왕불감준척 친왕남해

우리 동정은 곧 남해 용왕의 관할 아래 있었으므로

부왕께서 감히 거절치 못하시고,

친히 남해에 가셔서

諭以張眞人之言, 强拒不從

유이장진인지언 강거부종

장진인張眞人의 말로 설득하시며

강경히 거절하고 따르지 아니하오신즉,

則南海之王, 爲其驕悍之子

즉남해지왕 위기교한지자

남해 용왕이 교만하고 사나운 아들을 위하여

反以父王, 爲惑於誕說, 肆然喝責 求婚益急.

반이부왕 위혹어탄설 사연갈책 구혼익급

도리어 부왕께 탄설誕說에 미혹되었다 하며

방자스레 성을 내면서 꾸짖어

구혼이 더욱 급박하게 되었나이다.

妾自知 若在父母膝下 則辱必及身,

첩자지 약재부모슬하 즉욕필급신

첩이 스스로 헤아려 보니,

‘만일 부모 슬하에 있으면 필연 몸에 욕이 미칠 것이다.’해서

遠離父母 抽身遁逃,

원리부모 추신둔도

멀리 부모를 떠나 몸을 빼치고 도망하여

披荊棘開 窟宅自蟄胡地,

피형극개 굴택자칩호지

가시덤불을 헤치고

누추한 집을 지어서 홀로 오랑캐 땅에서 칩거蟄居하며

苟送歲月 而南海之逼 益甚矣,

구송세월 이남해지핍 익심의

구차로이 세월을 보내왔으나,

남해의 핍박이 더욱 심하거늘

父母但曰女子不願歛身遠走,

부모단왈녀자불원감신원주

부모께서 다만 이르시기를,

‘딸이 사람 좇기를 원하지 아니하여 멀리 도망하였으니

終欲不棄 問之於渠,

종욕불기 문지어거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거든

딸에게 가서 물으라.’하시자,

惟彼狂童欺妾孤弱,

유피광동기첩고약

오직 저 미친 아이가 첩이 외롭고 약함을 업신여겨

自率軍兵欲逼賤妾.

자솔군병욕핍천첩

스스로 군병을 거느리고 와서

천첩을 핍박하고자 하였나이다.

妾之至寃苦節 減極天地, 瀦澤之水居然變化,

첩지지원고절 감극천지 저택지수거연변화

첩의 지극한 원통함과 괴로운 절개에 천지가 감동했는지

큰 못의 물이 슬그머니 변화하여

冷如寒氷 昏如地獄, 他國之兵 不能輕入故,

냉여한빙 혼여지옥 타국지병 불능경입고

쌀쌀하기가 차가운 얼음과 같고 어둡기가 지옥 같아서

타국 군사들이 쉽게 들어올 수가 없었나이다.

妾賴此全完尙保危命矣. 今日之幸邀貴人,

첩뢰차전완상보위명의 금일지행요귀인

첩이 이에 힘입어 온전하고,

지금까지 위태한 목숨을 보전하였나이다.

오늘 다행히 귀인을 맞아

臨此陋處者 不惟欲訴衷情.

임차루처자 불유욕소충정

누추한 곳에 왕림하시게 함은,

다만 첩의 충정衷情을 알리고자 할 뿐이 아닌 것이옵나이다.

目今王師暴露旣久, 水路莫通 井泉不出,

목금왕사폭로기구 수로막통 정천불출

바로 지금 천자天子의 군사들이 곤경에 처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수로水路에서는 물이 통하지 않으며,

우물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아

掘土鑿地亦云勞止,

굴토착지역운로지

흙을 파고 땅을 뚫는 일도 또한 수고롭거늘,

雖遍一山而穿萬丈,

수편일산이천만장

水不可得 而力不可支矣.

수불가득 이력불가지의

비록 산 하나를 온통 만장萬丈이나 판다고 해도

물을 얻지 못하여 군력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나이다.

此水本名淸水潭, 水性甚美 自妾來居 其味苦惡,

차수본명청수담 수성심미 자첩래거 기미고악

이 물의 원래 이름은 청수담淸水潭으로,

수성水性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첩이 와서 거처하고부터는 물맛이 무척 고약하여

飮之者生病故, 改稱曰白龍潭也.

음지자생병고 개칭왈백룡담야

그 물을 마시는 자는 병이 생기는 고로

이름을 고쳐서 백룡담白龍潭이라 하였나이다.

今貴人來此 賤妾得所何羨乎?

금귀인래차 천첩득소하선호

이제 귀인이 이곳에 오셔서

천첩이 의지할 곳을 얻었사오니,

어찌 든든하지 않겠나이까?

銀甁之上井 陰谷之生春乎?

은병지상정 음곡지생춘호

은병銀甁이 우물에서 나오고,

음산한 골짜기에 봄이 온 것이 아니나이까?

妾旣托命於貴人 許身於貴人,

첩기탁명어귀인 허신어귀인

천첩이 이미 귀인께 명命을 의탁하고

몸을 허락하였사오니

則貴人之憂 卽妾之憂也, 豈敢不效愚智 而助軍功乎?

즉귀인지우 즉첩지우야 기감불효우지 이조군공호

귀인의 근심이 곧 천첩의 근심인즉,

어찌 감히 미련한 소견을 다하여 군공軍功을 돕지 아니하리까?

自此之後, 水味之甘 當如舊日,

자차지후 수미지감 당여구일

이후로는 물맛의 달기가

응당 옛날과 같을 것이니

士卒皆牛飮 自無害矣, 病水之卒 亦當自瘳矣”

사졸개우음 자무해의 병수지졸 역당자추의

군사들과 모든 소들이 마셔도 아무런 해가 없으며,

물로 인해 병에 걸린 군사들도

또한 마땅히 절로 쾌차快差하리이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58  (0) 2010.12.29
구운몽 56  (0) 2010.12.21
구운몽 54  (0) 2010.12.21
구운몽 53  (0) 2010.12.17
구운몽 52  (0) 2010.12.17


54

尙書曰:

상서왈

상서가 말하기를,

“然娘子去後 贊普更遣他刺客,

연낭자거후 찬보갱견타자객

將何以備之?”

장하이비지

“그러나 낭자가 간 후에

찬보贊普가 다시 자객을 보내면

장차 어찌 준비해야 되겠느뇨?”

裊烟曰:

요연왈

요연이 대답하기를,

“刺客雖多 皆非裊烟之敵手.

자객수다 개비요연지적수

“자객이 비록 많으나

모두가 요연裊烟의 적수가 아니옵니다.

若知妾歸順於相公 則他人安敢來乎?”

약지첩귀순어상공 즉타인안감래호

만일 첩이 상공께 귀순한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어찌 감히 오겠나이까?”

手探腰間 出一顆珠曰:

수탐요간 출일과주왈

손으로 허리춤을 더듬어서

구슬 한 개를 내놓으며 말하기를,

“此珠名妙兒玩, 則贊普髻上所繫者也.

차주명묘아완 즉찬보계상소계자야

“이 구슬의 이름은 묘아완妙兒玩으로

곧 찬보의 상투 위에 맨 것입니다.

相公命使者送此珠, 使贊普之妾無復歸之意也.”

상공명사자송차주 사찬보지첩무복귀지의야

상공께서 명을 내리시어, 사자使者에게 이 구슬을 보내어

찬보에게 첩이 다시 돌아갈 뜻이 없음을 알려 주소서.”

尙書又問: “此外更無可敎者乎?”

상서우문 차외갱무가교자호

상서가 또 묻기를,

“이 밖에 다른 가르침은 없소.”

裊烟曰: “前路必過盤蛇谷,

요연왈 전로필과반사곡

요연이 대답하기를,

“앞길에 긴 뱀처럼 생긴 골짜기를 반드시 지날 것이옵고,

無可飮之水 相公湏愼之, 鑿井飮三軍 則好矣.”

무가음지수 상공수신지 착정음삼군 즉호의

그 골짜기에는 먹을 물이 없으니

상공께서는 반드시 신중을 기하시어

우물을 파서 삼군을 먹이시면 곧 좋을 것이나이다.”

尙書又欲問計,

상서우욕문계

裊烟一躍騰空 不可復見矣.

요연일약등공 불가부견의

상서가 또 계책을 물으려하자

요연이 한 번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니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尙書會將士 語裊烟之事 皆曰,

상서회장사 어요연지사 개왈

상서가 장수와 사병들을 모아 놓고 요연의 일을 얘기하자,

모두 이르기를,

元帥洪福如天, 神武慴敵 想有神人來助矣.

원수홍복여천 신무습적 상유신인래조의

‘원수의 홍복洪福이 하늘과 같아서

신무神武로 적을 떨게 하니,

어느 신인神人이 와서 도운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였다.

尙書卽發使 遣妙兒玩於蕃吐,

상서즉발사 견묘아완어번토

상서가 즉시 사자使者를 출발시켜

토번으로 묘아완妙兒玩 구슬을 보내고,

遂行到大山之下,

수행도대산지하

마침내 행군하여 큰 산 밑에 이르니,

峽路甚窄 纔容一馬

협로심착 재용일마

산골길이 매우 좁아

겨우 말 한 필이 지나갈 형편이기에,

攀壁緣澗魚貫, 而進過數百里,

반벽연간어관 이진과수백리

벽을 붙잡고 시냇가를 따라 고기를 잡으며

나아가는데, 수백 리를 지나서야

始得稍廣之處, 設寨立營 歇馬休軍.

시득초광지처 설채립영 헐마휴군

비로소 약간 넓은 곳이 있어

그 곳에 영채營寨를 만들어 세우고

말의 갈증을 풀며 군사를 쉬게 하였다.

軍士勞頓渴甚求水不得,

군사로돈갈심구수부득

見山下有大澤, 爭飮其水

견산하유대택 쟁음기수

군사들이 노곤하고 갈증이 심하여

물을 구하려 하나 구할 수가 없었는데,

산밑에 큰 연못이 있음을 보고

다투어 나아가 마시니

飮畢遍身皆靑, 語言不通

음필편신개청 어언불통

戰掉欲死 奄奄就盡.

전도욕사 엄엄취진

마시고 나면 몸에 온통 푸른빛이 퍼지고

말이 불통하며 떨면서 죽어가거나

몸이 쇠약해져서 탈진脫盡 상태가 되었다.

尙書自往見, 其水色沈碧 深不可測,

상서자왕견 기수색침벽 심불가측

상서가 몸소 가서 보니

그 물빛이 무겁고 푸르러

깊이를 측량할 수가 없었으며,

寒氣凜慄 似挾秋霜 始悟曰,

한기늠률 사협추상 시오왈

찬 기운이 몸을 떨게 하여

마치 가을 서리가 낀 것 같거늘

비로소 깨닫고 이르기를,

是必裊烟所謂盤蛇谷也. 督餘軍掘井,

시필요연소위반사곡야 독여군굴정

衆軍鑿數百餘井,

중군착수백여정

‘여기가 바로 요연이 말한 반사곡이구나.’

남은 군사들을 독려하여 우물을 파고,

여러 군사들은 수백여 개의 우물을 팠으나,

高可十丈而無一湧水之處, 尙書大以爲憫,

고가십장이무일용수지처 상서대이위민

깊이가 백 자나 되어도 한 곳도 물이 솟아나지 아니하니

상서가 무척 민망하게 생각하여

方欲撤營 移陣於他處矣.

방욕철영 이진어타처의

바야흐로 군영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진陣을 옮기려 하였다.

鼙鼓之聲忽自山後而來, 雷聲殷地岩谷皆應,

비고지성홀자산후이래 뇌성은지암곡개응

꽹과리와 북 소리가 홀연 산 앞뒤로부터 들려오는데,

그 뇌성雷聲이 땅을 진동하고, 암곡岩谷이 다 응접하여

賊兵據基險阻以絶歸路, 官軍進退俱碍飢渴且甚.

적병거기험조이절귀로 관군진퇴구애기갈차심

적병들이 지세가 험난하고 막힌 곳에 웅거한 채 돌아갈 길을 끊으니

관군들의 진퇴가 어려워지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또한 심하였다.

尙書方在營中, 思退敵之計 而終無善策,

상서방재영중 사퇴적지계 이종무선책

상서는 바야흐로 영중營中에 있으면서

적을 물리칠 계교를 생각하였으나

마침내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

悶惱之久 神氣頗困, 倚卓而少眠.

민뇌지구 신기파곤 의탁이소면

오랫동안 고민 하다가 신기神氣가 자못 곤困하여,

탁자에 기댄 채 잠깐 잠이 들었다.

忽有異香遍滿營中, 女童兩人進立於尙書之前,

홀유이향편만영중 녀동양인진립어상서지전

홀연 기이한 향내가 영중에 가득 차며

계집아이 둘이 상서 앞으로 나아와 서는데,

容狀奇異非仙則鬼.

용상기이비선즉귀

그 용상容狀이 신선이 아니면 귀신인 듯하였다.

告於尙書曰:“吾娘子欲告一言於貴人,

고어상서왈 오낭자욕고일언어귀인

상서에게 아뢰기를,

“저희 낭자 귀인께 한 말씀을 아뢰고자 하오니,

願貴人無惜一枉於陋穢之地.”

원귀인무석일왕어루예지지

바라옵건대 귀인은

누추한 곳에 한 번 왕림하시기를 아끼지 마옵소서.”

尙書問曰:“娘子是何人在何處?”

상서문왈 낭자시하인재하처

상서가 묻기를,

“낭자들은 실로 어떤 사람이며, 어느 곳에 있는고?”

答曰:“吾娘子卽洞庭龍君小女也,

답왈 오낭자즉동정룡군소녀야

近日暫離宮中來寓於此矣.”

근일잠리궁중래우어차의

계집아이가 대답하기를,

“저희 낭자들은 곧 동정 용왕洞庭龍王의 작은 딸이온데,

요즘 잠시 궁중을 떠나 이곳에 와 거처하나이다.”

尙書曰:“龍神所在卽水府也,

상서왈 룡신소재즉수부야

상서가 말하기를,

“용왕이 사는 곳은 수부水府요,

我人世人也, 將以何術致身乎?”

아인세인야 장이하술치신호

나는 인간 세계의 사람이니,

장차 무슨 술법으로 내 몸을 가게 하겠는고?”

女童曰:“神馬已繫於門外,

녀동왈 신마이계어문외

계집아이가 대답하기를,

“신마神馬를 이미 문 밖에 매어 놓았사오니,

貴人騎之則自當至矣. 水府不遠何難之有乎?”

귀인기지즉자당지의 수부불원하난지유호

귀인이 그것을 타시면 자연 이르게 되옵니다.

수부水府가 멀지 않으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尙書隨女童出轅門,

상서수녀동출원문

상서가 계집아이들을 따라 진문陣門을 나아갔는데

從者數十人, 衣服殊制 儀形不常.

종자수십인 의복수제 의형불상

종자 수십 인의 의복이 이상하게 지어졌으며,

의형儀形이 예사롭지 않았다.

扶尙書上馬馬行如流,

부상서상마마행여류

飛塵不起於蹄下矣.

비진불기어제하의

그들이 상서를 거들어서 말에 올리니

말 걸음이 물 흐르듯 빨라도

날리는 먼지가 말굽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俄頃至水中, 宮闕宏麗 如王者之居,

아경지수중 궁궐굉려 여왕자지거

守門之卒 皆魚頭蝦鬚矣.

수문지졸 개어두하수의

이윽고 수부에 다다르니

궁궐이 대단히 장려壯麗하여 임금이 계신 곳 같았고,

문 지키는 군사들은 모두 물고기 머리에 새우 수염 차림이었다.

女童數人 自內開門出導, 尙書升堂上,

녀동수인 자내개문출도 상서승당상

계집아이 여러 명이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와서

상서를 인도하여 당상堂上에 오르게 하더니

殿中有白玉交倚 南向而設, 侍女請尙書坐其上.

전중유백옥교의 남향이설 시녀청상서좌기상

전각 가운데 백옥으로 꾸민 의자가 남향으로 놓였는데,

시녀가 상서에게 그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다.

鋪錦繡步障於階砌之下, 卽入於內殿,

포금수보장어계체지하 즉입어내전

섬돌 계단 아래에 비단 자리를 깔아 놓고서

곧 내전으로 들어가더니,

未幾侍女十餘人, 引一箇女子,

미기시녀십여인 인일개녀자

얼마 되지 않아 시녀 십여 인이

낭자 한 사람을 인도하여

從左邊月廊抵殿前, 姿態之媚 服飾之華,

종좌변월랑저전전 자태지미 복식지화

俱不可形言.

구불가형언

왼편 월랑月廊을 따라 전각 앞에 다다랐는데,

자태의 아름다움과 의복의 화려함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56  (0) 2010.12.21
구운몽 55  (0) 2010.12.21
구운몽 53  (0) 2010.12.17
구운몽 52  (0) 2010.12.17
구운몽 51  (0) 2010.12.17


53

自起燃燭 當前而坐,

자기연촉 당전이좌

其人椎結雲髮 高揷金簪,

기인추결운발 고삽금잠

스스로 일어나 촛불을 켜고 상서 앞에 나와 앉는데,

그 여자는 구름 같은 머리털을 쓰러 묶고서

머리에는 금비녀를 높이 꽂았으며,

身着挾袖戰袍而袍上,

신착협수전포이포상

몸에는 소매가 좁은 전포戰袍를 두르고

畵石竹花 足着鳳尾靴 腰懸龍泉劒,

화석죽화 족착봉미화 요현룡천검

그 위에 석죽화를 수놓았으며,

발에는 봉미화鳳尾靴를 신고,

허리에는 용천검龍泉劒을 비스듬히 찼으되,

天然艶色 若浥露之海棠花,

천연염색 약읍로지해당화

천연한 절색이

이슬에 젖은 해당화 같았다.

非從軍之木蘭, 必偸盒之紅線也.

비종군지목란 필투합지홍선야

종군하던 목란木蘭이 아니라면

필시 금합金盒을 도둑질하던 홍선紅線과 같았다.

繼而言曰:

계이언왈

그녀가 계속해서 말하기를,

“妾本楊州人也. 世爲大唐之民 幼失父母,

첩본양주인야 세위대당지민 유실부모

“첩은 본디 양주楊州 사람이옵니다.

여러 대에 걸쳐 당나라 백성이온데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從一女子爲其弟子,

종일녀자위기제자

其女子劒術神妙 敎弟子三人,

기녀자검술신묘 교제자삼인

한 여자를 따라서 그녀의 제자가 되었더니,

그 여자의 검술이 신묘하여

제자 세 사람을 가르쳤는데,

卽秦海月 金綵虹 沈裊烟, 裊烟卽妾也.

즉진해월 김채홍 심요연 요연즉첩야

진해월,秦海月 김채홍,金綵虹 심요연沈裊烟이며,

요연이 곧 첩이옵니다.

學劒術三年能傳變化之術, 乘長風逐飛電,

학검술삼년능전변화지술 승장풍축비전

검술을 배운지 삼 년에

능히 변화하는 법을 전수받아

바람을 타고 번개를 따라

瞬息之頃行千餘里矣.

순식지경행천여리의

순식간에 천여 리를 달리며,

三人劍術別無高下而, 師或欲報仇欲殺惡人,

삼인검술별무고하이 사혹욕보구욕살악인

세 사람이 검술에 별로 고하高下가없사온데,

스승이 원수를 갚으라 하거나

혹은 악한 사람을 없애라 하면,

則必遣綵虹海月 而獨不使妾

즉필견채홍해월 이독불사첩

반드시 채홍과 해월의 두 제자만 보내고

첩만 홀로 보내지 않기로,

妾問, 吾三人共事師傅, 同受明敎而弟子,

첩문 오삼인공사사부 동수명교이제자

첩이 스승께 묻자오되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사부님을 모시고

가르치심을 받았으나, 제자 가운데

則獨未報師傅之恩, 敢問妾才拙,

즉독미보사부지은 감문첩재졸

不足任師傅使令乎?

부족임사부사령호

첩만 홀로 스승의 은혜를 갚지 못하였사온즉,

감히 묻기는 첩의 재주가 용렬庸劣하여

사부님의 명을 받아 행하기에 부족하나이까?’ 하자,

師曰: “爾非我流也. 他日當得正道 終有成就,

사왈 이비아류야 타일당득정도 종유성취

스승께서 이르시기를,

‘너는 우리 무리와는 다르니라.

후일에 마땅히 바른 도를 얻어

마침내 뜻을 펴게 되겠거늘,

今若共此兩人殺害人命,

금약공차양인살해인명

이제 만일 너도 저 두 사람과 같이 인명을 살해하면

則豈不有損於汝之心行乎? 是以不遣也.

즉기불유손어여지심행호 시이불견야

어찌 너의 마음과 행동에 손해가 없겠느냐?

이러므로 너를 보내지 않는 것이로다.’ 하시기에

妾又問曰, 若然則妾學得劍術 將何用乎?

첩우문왈 약연즉첩학득검술 장하용호

첩이 또 묻기를, ‘만일 그러하오면

첩이 배워서 깨친 검술은 장차 어디에 쓰게 되리이까?

師曰汝之前世之緣, 在於大唐國

사왈여지전세지연 재어대당국

스승이 또한 타이르시기를,

‘네 전생前生의 연분이 대당국大唐國에 있고,

而其人大貴人也,

이기인대귀인야

汝在外國 邂逅無便,

여재외국 해후무편

또한 그는 큰 귀인貴人인데

너는 외국에 있는지라 만날 도리가 없으니

吾所以敎汝劍術者, 欲使汝因此小技得逢貴人,

오소이교여검술자 욕사여인차소기득봉귀인

내 너에게 검술을 가르침은

너로 하여금 이 조그만 재주로 인해

귀인을 만나게 하려 함이니,

汝他日當入百萬軍中, 得成好緣於戎馬之間矣.

여타일당입백만군중 득성호연어융마지간의

네 후일에 마땅히 백만군중軍中에 들어가

전쟁터에서 좋은 인연을 이루리라.’ 하시고,

今春師又謂妾曰, 大唐天子使大將軍征伐吐蕃,

금춘사우위첩왈 대당천자사대장군정벌토번

금년 봄에 첩에게 이르시기를,

‘대당국의 천자께서 대장군으로 하여금

토번을 정벌케 하시매,

贊普榜募刺客 欲害唐將,

찬보방모자객 욕해당장

찬보贊普가 자객을 모집하는 방을 붙이고

당나라 장군을 해치려 할 터이니,

汝湏趁此 下山往于吐蕃國,

여수진차 하산왕우토번국

與諸劍客 較長短之術,

여제검객 교장단지술

너는 마땅히 이때 주저하지 말고

산에서 내려가 토번국에 가서

모든 자객들과 더불어 장단의 검술을 겨루어

一以救唐將之禍, 一以結前身之緣.

일이구당장지화 일이결전신지연

한편으로는 당나라 장수의 화를 면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전생의 좋은 연을 맺으라.’ 하시기로,

妾奉師命之蕃國, 自摘城門所掛之榜,

첩봉사명지번국 자적성문소괘지방

첩이 스승의 명을 받들고 토번국에 가서

몸소 성문에 붙인 방을 떼니

贊普召妾而入, 使與先到衆刺客較才,

찬보소첩이입 사여선도중자객교재

찬보가 첩을 불러서 들어간즉,

먼저 온 여러 자객과 재주를 겨루게 하기에

妾片時能割十餘人椎髻,

첩편시능할십여인추계

첩이 이때 십여 사람의 상투를 베어 버리자,

贊普大喜遣妾而言曰,

찬보대희견첩이언왈

찬보가 무척 기꺼워하며 첩을 보내면서 말하기를,

待汝獻唐將之首 封汝爲貴妃.

대여헌당장지수 봉여위귀비

‘네가 당나라 장수의 머리를 베어 오길 기다려서

내 너를 귀비로 삼겠노라.’ 하였는데,

今逢尙書 師傅之言驗矣.

금봉상서 사부지언험의

이제 상서尙書를 만나 뵈오니

과연 사부님의 말씀과 같나이다.

願自此永奉履綦 忝侍左右,

원자차영봉리기 첨시좌우

相公其果肯諾乎?”

상공기과긍락호

이로부터 영원히 상공의 신발이나마 받들며

좌우에서 모시기를 바랍니다만

상공께서는 과연 승낙하실는지요?”

尙書大喜曰:“娘子旣救濱死之命,

상서대희왈 낭자기구빈사지명

상서가 무척 기뻐하며 말하기를,

“낭자가 이미 죽게 된 내 목숨을 구하고

且欲以身而事之, 此恩何可盡報?

차욕이신이사지 차은하가진보

또 몸으로 섬기고자 하니,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오?

白首偕老是我志矣.”

백수해로시아지의

백년해로하는 것이 바로 내 뜻이로다.”

因與同寢,

인여동침

인하여 함께동침하였는데,

以槍劒之色 代花燭之光,

이창검지색 대화촉지광

以刁斗之響 替琴瑟之聲,

이조두지향 체금슬지성

창검의 빛으로 화촉을 대신하고,

동라銅鑼 소리로 거문고와 비파 소리를 대신하니,

伏波營中月影正流, 玉門關外春色已回,

복파영중월영정류 옥문관외춘색이회

복파 장군伏波將軍의 군영 가운데 달빛이 뚜렷하고

옥문관 밖에 춘색이 이미 가득하여,

戎幕中一片豪興, 未必不愈於羅帷彩屛之中矣.

융막중일편호흥 미필불유어라유채병지중의

병영 속의 한 조각 호방한 흥취가

비단 천막 속의 아름다운 병풍 안 보다

반드시 낫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是後尙書晨昏沈溺, 不見將士至三日矣. 裊烟曰:

시후상서신혼침익 불견장사지삼일의 요연왈

이후로 상서는 새벽과 황혼녘에 심요연에게 빠져들어

장수와 사졸들을 보지 않음이 연 사흘이 되니,

심요연이 말하기를,

“軍中非婦女可居之處, 兵氣恐不揚矣.”

군중비부녀가거지처 병기공불양의

“군중은 부녀자가 거처할 곳이 아닐뿐더러,

군병의 사기가 오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乃欲辭歸 尙書曰: “仙娘非世上紅粉兒所可比也,

내욕사귀상서왈 선낭비세상홍분아소가비야

이어서 하직 인사를 올리고 돌아가려 하거늘

상서가 이르기를,

“선낭仙娘은 세상의 보통 여자들과 견줄 바가 아니니,

方祈畫奇計運妙策, 敎我而破賊矣,

방기화기계운묘책 교아이파적의

娘何棄歸耶?”

낭하기귀야

바야흐로 나에게 기묘한 계책을 알리고

묘책을 사용하도록 내게 가르쳐 주어 적을 깨드리도록 해야지,

선낭께서는 어찌 나를 버리고 돌아가려고 하오?”

裊烟曰:

요연왈

요연이 말하기를,

“以相公之神武, 蕩殘賊之巢窟在唾手間耳,

이상공지신무 탕잔적지소굴재타수간이

“상공의 신무神武로

쇠잔한 적의 소굴을 소탕하기는 순식간이온데,

何足以煩相公之慮哉? 妾之此來 雖仍師命,

하족이번상공지려재 첩지차래 수잉사명

어찌 상공께서 근심하실 필요가 있겠나이까?

첩이 여기에 온 것은 비록 스승의 명 때문이오나,

未及永辭矣, 歸見師傅姑居山中,

미급영사의 귀견사부고거산중

아직 길이 하직을 하지 않았으니

돌아가서 사부님을 뵙고 산 속에 얼마동안 머물러 있다가

徐待相公回軍, 當歸拜於京城矣.”

서대상공회군 당귀배어경성의

상공께서 군사를 돌이키시는 것을 서서히 기다려서

마땅히 서울에 돌아가 뵈옵겠나이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55  (0) 2010.12.21
구운몽 54  (0) 2010.12.21
구운몽 52  (0) 2010.12.17
구운몽 51  (0) 2010.12.17
구운몽 50  (0) 2010.12.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