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司徒曰:“彭殤皆命 哀樂有數, 天實爲之 言之何益?

사도왈 팽상개명 애락유수 천실위지 언지하익

사도가 말하기를,

“오래 살고 짧게 사는 모든 명命,

애락哀樂이 운수에 달려 있은즉,

하늘이 실로 하는 것인데, 말로 더하여 무엇하리오?

今日卽一家慶會之日, 不必爲悲楚之言也.”

금일즉일가경회지일 불필위비초지언야

오늘은 온 집안이 모여서 경사를 치하하는 날이니,

비참하고 아픈 말은 말지어다.”

鄭十三數目丞相 丞相止其言辭,

정십삼수목승상 승상지기언사

정십삼이 승상께 여러 번 눈짓을 하니,

승상이 말을 끝맺고 사도와 하직하며

歸園中 春雲迎謁於階下.

귀원중 춘운영알어계하

화원 속으로 들어가는데

춘운이 섬돌 아래로 내려와 그를 맞아 뵈었다.

丞相見春雲, 如見小姐又切悲懷,

승상견춘운 여견소저우절비회

승상이 춘운을 보니

소저를 보는 것 같아서 슬픈 회포가 더욱 간절하고

餘淚又汪然數行下, 春雲跪而慰之曰:

여루우왕연수행하 춘운궤이위지왈

남은 눈물이 줄줄 또 자주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춘운이 꿇어 앉아 위로하기를,

“老爺老爺! 今日豈老爺悲傷之日乎?

노야노야 금일기노야비상지일호

“노야,老爺 노야!

오늘이 어찌 노야의 서러워하실 수 있는 날이오니까?

伏望寬心收淚 俯聽妾言.

복망관심수루 부청첩언

노야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눈물을 거두시어

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시기를 엎드려 바라나이다.

吾娘子本以天仙, 暫時謫下故,

오낭자본이천선 잠시적하고

우리 낭자는 본시 하늘의 신선으로서

잠시 인간 세계에 내려오셨으므로

上天之日 謂賤妾曰,

상천지일 위천첩왈

하늘에 오르시던 날 천첩에게 이르기를,

汝自絶楊尙書 而復從我矣. 今我已弃塵界,

여자절양상서 이부종아의 금아이기진계

‘너도 몸소 양상서와 인연을 끊고 다시 나를 따르라.

내가 이미 티끌 세상을 버렸거늘,

汝其更歸於楊尙書 向其左右.

여기갱귀어양상서 향기좌우

네가 다시 양상서께로 돌아가서 그를 좌우에서 모셔라.

尙書早晩還歸, 如念妾而悲懷,

상서조만환귀 여념첩이비회

상서께서 조만간 돌아와

만일 나를 생각하고 마음에 슬퍼하시거든

汝須以妾意傳之曰,

여수이첩의전지왈

너는 모름지기 내 뜻을 다음과 같이 전하도록 하여라.

禮幣已還 則便是行路人也,

례폐이환 즉변시행로인야

우리 집안에서 이미 상서의 예폐를 물렸으니,

곧 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며,

况有前日聽琴之嫌乎, 思念過度 悲哀逾制,

황유전일청금지혐호 사념과도 비애유제

하물며 전일에 거문고 소리를 들은 혐의가 있다 하여

상서께서 만일 지나치게 생각하고 예에 지나칠 정도로 슬퍼하시면

則是慢君命 而循私情,

즉시만군명 이순사정

이는 곧 군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운 정을 따르는 것이니,

貽累德於已亡之人, 可不愼哉?

이루덕어이망지인 가불신재

이는 이미 죽은 사람의 덕에까지 누를 끼치는 것인지라

어찌 민망치 아니하리오?

且或酹奠墳墓, 或弔哭靈幄,

차혹뢰전분묘 혹조곡령악

또한 내 무덤에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영악靈幄에서 조곡을 하시면,

則是待我以無行之女子, 豈無憾於地下乎?

즉시대아이무행지녀자 기무감어지하호

이는 곧 나를 행실이 나쁜 여자로 대접하심이니

지하에서나마 어찌 섭섭한 마음이 없으리오?

且曰皇上必待尙書之還, 復議公主之婚,

차왈황상필대상서지환 부의공주지혼

또 이르기를 황상이 반드시 상서의 돌아옴을 기다려

다시 공주와의 혼사를 의논하신다 하는데

吾聞關雎之威德, 合爲君子之配匹,

오문관저지위덕 합위군자지배필

공주 관저關雎의 위엄과 덕망이

군자의 배필되기에 합당하다 하니,

必順受君命, 毋陷罪戾 是我之望也.”

필순수군명 무함죄려 시아지망야

반드시 군명에 순순히 따라서

죄에 빠지지 아니하심이 나의 바람이라’ 고 하시더이다.”

丞相聞言 益切愴然曰:

승상문언 익절창연왈

승상이 이 말을 듣고는

더욱 서러워하며 말하기를,

“小姐遺命雖如此, 我何能無悲懷耶?

소저유명수여차 아하능무비회야

“소저가 임종하면서 남긴 명령이 비록 이와 같더라도,

내 어찌 마음속에 서린 슬픈 시름을 억제할 수 있으리오?

况小姐臨沒 眷念少游也如此,

황소저임몰 권념소유야여차

하물며 소저가 죽음에 임하여서까지

이토록 소유를 간곡히 생각하시니,

我雖十死 而報小姐恩德難矣.”

아수십사 이보소저은덕난의

내 비록 열 번 죽더라도

소저의 은덕을 갚기 어렵겠도다.”

仍說貞州夢事 春雲下淚曰:

잉설정주몽사 춘운하루왈

이에 정주貞州에서 꾼 꿈에서의 소저 일을 이야기하니,

춘운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小姐必在玉皇香案前矣, 丞相千秋萬歲後,

소저필재옥황향안전의 승상천추만세후

“소저는 반드시 옥황상제의 향안香案 앞에 계실 것이니,

승상께서 천추 만세千秋萬歲후에

豈無會合之期哉? 愼勿過哀似傷貴軆.”

기무회합지기재 신물과애사상귀체

어찌 서로 마나실 기약이 없사오리까?

삼가 서러워하시다가 귀체를 상치나 마옵소서.”

丞相曰: “此外小姐又有何言乎?”

승상왈 차외소저우유하언호

승상이 묻기를,

“이 밖에 소저의 다른 말씀은 없었느뇨?”

春雲曰:“雖有自言,

춘운왈 수유자언

이에 춘운이 대답하기를,

“비록 다른 말씀이 있으나,

不可以春雲之口仰達矣.”

불가이춘운지구앙달의

아무래도 춘운의 입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丞相曰: “言無淺深 汝其悉陳.”

승상왈 언무천심 여기실진

승상이 말하기를,

“말에는 깊고 옅음이 없으니,

너는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다 아뢸지어다.”

春雲曰:

춘운왈

“小姐又謂妾曰, 我與春雲卽一身,

소저우위첩왈 아여춘운즉일신

춘운이 말하기를,

“소저가 또한 첩에게 이르시기를,

‘나와 춘운은 곧 한 몸이니,

尙書若不忘我, 視春雲如吾而,

상서약불망아 시춘운여오이

상서가 만일 나를 잊지 아니하시고

춘운 보기를 나같이 하여

終始勿弃 則我雖入地, 如親受尙書之恩也.”

종시물기 즉아수입지 여친수상서지은야

마침내 버리지 아니하시면

내 몸은, 비록 땅 속으로 들어가되

친히 상서의 은덕을 받는 것과 같으리라’ 하시더이다.”

丞相尤悲曰: “我何忍弃春娘乎?

승상우비왈 아하인기춘낭호

승상이 더욱 슬퍼하며 말하기를,

“내 어찌 차마 춘낭을 버릴 수 있겠느뇨?

况小姐有付托之命, 我雖以織女爲妻,

황소저유부탁지명 아수이직녀위처

하물며, 소저의 부탁하는 명이 있으니,

내가 비록 직녀織女로 아내를 삼고

以宓妃爲妾, 誓不負春娘也.”

이복비위첩 서불부춘낭야

복비宓妃로 첩을 삼을지라도

맹세코 춘낭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明日天子召見楊丞相 下敎曰:

명일천자소견양승상 하교왈

이튿날 천자가 양승상을 불러 보시고 이르기를,

“頃者爲御妹婚事,

경자위어매혼사

“지난번에 누이의 혼사로 인하여

太后特下嚴旨, 朕心亦不平矣,

태후특하엄지 짐심역불평의

태후께서 엄중한 교지를 내리시어

짐의 마음이 또한 평안하지 못했는데

今聞鄭女已死 而御妹婚事,

금문정녀이사 이어매혼사

이제 들으니, 정녀가 이미 죽으매,

待卿還朝盖久矣,

대경환조개구의

누이의 혼사는 오직 경이 조정에 돌아오기만 오래 기다리시니,

卿雖思念鄭女 死者已矣,

경수사념정녀 사자이의

경이 비록 정가의 딸을 깊이 생각하지만

죽은 자는 그만이고,

卿方少年 堂上有大夫人, 則甘毳之供 不可自當,

경방소년 당상유대부인 즉감취지공 불가자당

경은 아직도 소년이요,

당상堂上에는 대부인이 있은즉

음식을 장만하고 모시는 일을 스스로 담당하지 못할 것이고,

况且大丞相官府女君, 不可無矣,

황차대승상관부녀군 불가무의

하물며 대승상의 관부官府에 여주인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魏國公家廟亞獻, 亦不可闕矣.

위국공가묘아헌 역불가궐의

위국공魏國公의 가묘家廟에 두 번째 잔을 올리는 것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朕已作丞相府及公主宮, 以待成禮之日,

짐이작승상부급공주궁 이대성례지일

짐이 이미 승상부와 공주궁을 짓고

성례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御妹之婚 今亦不可許乎?”

어매지혼 금역불가허호

누이의 혼사를

지금이라도 또한 허락하지 아니하겠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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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仍指在傍兩仙女曰:

잉지재방양선녀왈

거듭 곁에 있는 두 선녀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此卽織女仙君, 彼乃戴香玉女,

차즉직녀선군 피내대향옥녀

“이는 곧 직녀선군織女仙君이고,

저는 곧 대향옥녀戴香玉女인데

與君子 有前世之緣, 願君子毋念妾身,

여군자 유전세지연 원군자무념첩신

군자와 더불어 전세前世의 연분이 있으니,

군자는 첩의 몸을 생각지 말기를 바라며

與此兩人先結好約, 則妾亦有所托矣.”

여차양인선결호약 즉첩역유소탁의

이 두 사람과 더불어 먼저 좋은 인연을 맺으면

첩 또한 의탁할 바가 있으리이다.”

尙書望見兩仙女,

상서망견양선녀

상서가 두 선녀를 바라보니

坐末席者 面目雖慣 而不能記也.

좌말석자 면목수관 이불능기야

말석에 앉은 이는 낯이 비록 익었지만

누군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少焉鼓角齊鳴, 蝴蝶忽散乃一夢也.

소언고각제명 호접홀산내일몽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각鼓角이 일제히 울리더니

호접蝴蝶이 홀연히 사라진즉 곧 꿈이었다.

仍想夢中說話 皆非吉兆,

잉상몽중설화 개비길조

꿈속의 대화를 생각해 보니

모두 좋은 징조가 아니므로

乃拚心自歎曰:

내변심자탄왈

이에 가슴을 치며 스스로 탄식하기를,

“鄭娘子必死矣. 不然也 我夢何其不吉也?”

정낭자필사의 불연야 아몽하기불길야

“정낭자는 필연 죽었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꿈이 어찌 그리 불길하리오?”

又自解曰:“有思者有夢,

우자해왈 유사자유몽

또 스스로 해석하여 이르기를,

“생각을 하면 꿈으로 나타나고

或因相思之切 而有此夢也,

혹인상사지절 이유차몽야

혹시 간절히 그리워하면

이런 꿈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桂蟾月之薦 杜鍊師之媒,

계섬월지천 두련사지매

계섬월桂蟾月의 천거와 두련사杜鍊師의 중매,

未必非月老之指 而雙劒未合,

미필비월로지지 이쌍검미합

월로月老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기약을 이루지 못하고

九原遽隔 則所謂天者不可必也,

구원거격 즉소위천자불가필야

황천으로 갑자기 막혔으니,

이른바 하늘에 반드시란 것이 없으며,

理者不可諶也. 反凶爲吉 或者我夢之謂乎?”

리자불가심야 반흉위길 혹자아몽지위호

이치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니,

흉한 것이 도리어 길한 것이 된다 하는 것이

혹시 내 꿈을 두고 이른 말이 아닐까?”

久之前軍至京師, 天子親臨渭橋而迎之,

구지전군지경사 천자친림위교이영지

오래 걸려 전군前軍이 서울에 이르니,

천자가 위교渭橋에 몸소 납시어 그들을 맞이하는데,

楊元帥着鳳係紫金盔, 穿黃金瑣子甲,

양원수착봉계자금회 천황금쇄자갑

양원수는 봉계자금鳳係紫金 투구를 쓰고,

황금쇄자갑黃金瑣子甲 옷을 입고,

乘千里大宛馬, 以御賜白旄黃鉞龍鳳旗幟,

승천리대완마 이어사백모황월룡봉기치

천리대완마千里大宛馬를 타고,

황제가 내리신 백모황월白旄黃鉞과 용봉龍鳳 그린 기치를

擁前衛後 排左列右,

옹전위후 배좌렬우

앞뒤로 호위하고 좌우로 배열하여

鎖贊普於檻車 著在陣前, 西域三十六道君長,

쇄찬보어함거 저재진전 서역삼십육도군장

찬보贊普를 죄인 수레에 가두어서

진 앞에 세우고,

서역의 삼십 육도의 군장君長들이

各執琛賚之物 隨其後, 軍威之盛 近古所無,

각집침뢰지물 수기후 군위지성 근고소무

각기 진공하는 보배로운 물건을 가지고 그 뒤를 따르니,

그 군위의 굉장함이 근고近古에 없는 일이었다.

觀光之人 彌亘百里,

관광지인 미긍백리

구경하는 사람들이 백 리 길에 가득하였으니,

是日長安城中 虛無人矣.

시일장안성중 허무인의

이날 장안의 성 안은 텅텅 비어서 아무도 없었다.

元帥下馬 叩頭拜謁,

원수하마 고두배알

원수가 말에서 내려 와 머리를 조아리며 배알하니,

上親扶而起 慰其遠役之勞, 獎其大功之遂,

상친부이기 위기원역지로 장기대공지수

임금님이 친히 부축하여 일으키시고

원역遠役의 노고를 위로하시고,

큰 공을 이룬 것을 칭찬하시며

卽下詔於朝廷, 依郭汾陽故事 裂土封王,

즉하조어조정 의곽분양고사 렬토봉왕

곧 조정朝廷에 조서를 내리시어,

곽분양郭汾陽의 옛 일에 의거하여

땅을 베어 주고 왕으로 봉하여

以侈賞典, 尙書露誠力辭 終不受命.

이치상전 상서로성력사 종불수명

상전賞典을 후히 하셨는데,

상서는 정성을 드러내어

힘써 사양하며 끝내 명을 받지 아니하였다.

上重違其懇意 下恩旨, 以楊少游爲大丞相,

상중위기간의 하은지 이양소유위대승상

이에 임금님은 그 간절한 뜻을 거듭 거슬려 은지恩旨를 내려

양소유로 대승상을 삼고,

封魏國公 食邑三萬戶, 其餘賞賜 不可勝記.

봉위국공 식읍삼만호 기여상사 불가승기

위국공魏國公을 봉하여

식읍食邑 삼 만호 등을 상으로 주셨는데

나머지 상은 다 기록할 수 없었다.

楊丞相隨法駕入闕, 祇肅天恩,

양승상수법가입궐 기숙천은

양승상이 황제가 타신 수레를 따라 궐내로 들어가

천은天恩을 공경하니,

上卽命設太平宴, 以示禮遇之恩,

상즉명설태평연 이시례우지은

임금님이 곧 명하시어 태평연太平宴을 베풀어

예의로써 대접하는 은전을 보이시고,

詔畫其像貌於麒麟閣. 丞相自闕下 來鄭司徒家,

조화기상모어기린각 승상자궐하 래정사도가

양승상 얼굴을 기린각麒麟閣에 그리라 조칙을 내리시었다.

승상이 스스로 대궐에서 물러나와 정사도 집에 이르니,

鄭家門族 皆會外堂,

정가문족 개회외당

정가 친척들이 모두들 외당外堂에 모여서

迎拜丞相 各自獻賀, 先問司徒及夫人安否,

영배승상 각자헌하 선문사도급부인안부

승상을 맞아 절하며 각자 치하하기에,

승상이 먼저 사도와 부인의 안부를 물었다.

鄭十三答曰:“叔父叔母身雖撑保而,

정십삼답왈 숙부숙모신수탱보이

정십삼이 대답하기를,

“숙부와 숙모 비록 목숨은 지탱하고 계시나

自遭妹氏之喪 哀傷過節,

자조매씨지상 애상과절

누이의 상喪을 당하시고는 너무 애통해하여

疾病頻作 氣力比前歲頓減, 未能出迎於外堂,

질병빈작 기력비전세돈감 미능출영어외당

병이 자주 나시니,

기력氣力이 이전의 세월에 비해 무척 떨어지셔서

외당에 나와 승상을 맞이할 수가 없게 되었으므로,

望丞相與小弟同入內堂 如何?”

망승상여소제동입내당 여하

승상은 소제와 함께 내당으로 들어 가셨으면 하는데 어떠하오?”

丞相猝聞是說 如癡如狂,

승상졸문시설 여치여광

승상이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술에 취한 것도 같고 미친 것도 같아서,

不能遽問 過食頃 乃問曰:

불능거문 과식경 내문왈

바로 묻지를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이에 묻기를,

“岳丈遭何人之喪耶?”

악장조하인지상야

“악장岳丈께서 누구의 상을 당하셨느뇨?”

鄭十三曰:“叔父本無男子, 只有一女

정십삼왈 숙부본무남자 지유일녀

정십삼鄭十三이 대답하기를,

“숙부께서는 본시 아들이 없이 겨우 딸 하나만 두었는데,

而天道無知, 於斯暮境傷懷 庸有極乎?

이천도무지 어사모경상회 용유극호

천도天道가 무심하시어

늘그막에 슬픈 회포가

얼마나 지극하겠소이까?

丞相入見 愼勿出悲慽之言.”

승상입견 신물출비척지언

승상은 들어가 보실 때

삼가 일체 슬픈 말을 내지 마옵소서.”

丞相大驚大慽 言才入耳, 流淚已濕袍矣,

승상대경대척 언재입이 유루이습포의

승상이 크게 놀라고 무척 슬퍼하여

말이 가까스로 귀에 들어오는데,

흐르는 눈물이 벌써 금포錦袍를 촉촉이 적시니

鄭生慰之曰:

정생위지왈

정생이 위로하여 이르기를,

“丞相婚媾之約 雖同於金石, 私門不幸 大事已誤,

승상혼구지약 수동어금석 사문불행 대사이오

“승상의 혼약이 비록 금석金石 같으나

집안의 운수가 불행하여 대사가 이미 그르쳤으니,

望丞相思惟義理 勉自排遣.”

망승상사유의리 면자배견

승상은 오직 의리義理를 생각하여

힘써 스스로 물리쳐 보내시길 바라오.”

丞相拭淚而謝之, 與鄭生入謁於司徒夫婦,

승상식루이사지 여정생입알어사도부부

승상이 눈물을 닦으며 사례謝禮하고

정생과 함께 들어가서 사도 부부를 뵈오니,

惟欣賀而已, 不及小姐之夭慽.

유흔하이이 불급소저지요척

오직 기뻐하며 치하할 뿐

소저가 요척夭慽한 이야기에는 말이 미치지 아니하였다.

丞相曰:“小婿幸賴國家之威靈,

승상왈 소서행뢰국가지위령

승상이 이르기를,

“소서小婿가 다행히 나라의 위령威靈에 힘입어

猥受封建之濫賞, 方欲納官

외수봉건지람상 방욕납관

외람되이 공을 봉封하는 남상濫賞을 받으매,

바야흐로 벼슬을 돌려주고

陳懇 而回天聰, 得成疇昔之約矣,

진간 이회천총 득성주석지약의

소저에 대한 지성스러운 마음을 아뢰어,

임금님의 의향을 돌리시게 함으로써

전일의 언약을 이루고자 하였는데,

朝露先晞 春色已謝, 烏得無存沒之感乎?”

조로선희 춘색이사 오득무존몰지감호

아침 이슬이 이미 먼저 마르고

봄빛이 이미 저물었으니,

어찌 존몰存沒에 대한 감회가 없사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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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崔氏伏地曰:“臣妾何敢自專?

최씨복지왈 신첩하감자전

최부인이 땅에 엎드려 사뢰기를,

“신첩이 어찌 감히 스스로 무엇이라 하오리까?

惟娘娘命矣.”

유낭낭명의

오직 마마의 명대로 하리이다.”

太后笑曰:“楊尙書爲英陽 三抗朝命,

태후소왈 양상서위영양 삼항조명

태후가 웃으며 이르시기를,

“양상서가 영양英陽을 위하여

조명朝命에 세 번이나 항거하였으니,

予亦欲一瞞之矣,

여역욕일만지의

나 또한 한 번 속여 보고자 하는데,

諺曰 凶言反吉 待尙書來,

언왈 흉언반길 대상서래

상언常言에 ‘흉언凶言이 도리어 길吉하다.’ 하였으니,

상서가 오길 기다려서 속여 말하기를,

瞞言鄭小姐因病不幸.

만언정소저인병불행

‘정소저가 병을 얻어 불행하다,’ 할지어다.

曾見尙書䟽中有曰, 與鄭女相見 合巹之日,

증견상서소중유왈 여정녀상견 합근지일

일찍이 상서가 올린 상소문을 보았더니

정녀와 상견相見하였다고 하는데,

합근合巹하는 날,

欲見尙書能解前面否也.”

욕견상서능해전면부야

상서가 옛 얼굴을 알아 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자 하노라.”

崔氏承命辭歸, 小姐拜送於殿門之外,

최씨승명사귀 소저배송어전문지외

최부인이 분부를 맡고서 하직하고 돌아갈 때

소저가 전문殿門 밖에까지 나와 절하고 보낸 다음

召春雲 密授瞞了尙書之謀,

소춘운 밀수만료상서지모

춘운을 불러 상서를 속일 계교를 조용히 일러 주었다.

春雲曰:“妾爲仙爲鬼 欺尙書者多矣,

춘운왈 첩위선위귀 기상서자다의

춘운이 말하기를,

“첩이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어

상서를 기만한 일이 많은데,

至再至三不亦大褻乎?

지재지삼불역대설호

다시 재삼再三한다는 것은

또한 너무 무례한 짓이 아니리이까?”

小姐曰:소저왈

“非我也太后有詔也.”

비아야태후유조야

소저가 말하기를,

“이는 우리가 하는 짓이 아니라,

태후마마가 명하신 일 아니뇨?”

春雲含笑而去.

춘운함소이거

춘운은 웃음을 머금고 물러갔다.

此時楊尙書以白龍潭水 飮將士,

차시양상서이백룡담수 음장사

이 무렵, 양상서가 백룡담의 물로 장수와 사졸들에게 먹이니,

士氣無前 皆願一戰,

사기무전 개원일전

사기가 전에 없이 드높아져서

모두들 한번 싸우기를 원하거늘,

尙書指授方略一鼓直進, 贊普才受裊烟所送之珠,

상서지수방략일고직진 찬보재수요연소송지주

상서가 모든 장수들을 불러 방략方略을 가르쳐 주고,

북 소리를 울리며 진군하니,

찬보贊普가 가까스로 요연裊烟이 보낸 구슬을 받았으므로,

知唐兵已過盤蛇谷,

지당병이과반사곡

당병唐兵이 이미 반사곡盤蛇谷을 지난 줄로 알고,

大惧方議詣壘而降, 吐蕃諸將生縛贊普,

대구방의예루이항 토번제장생박찬보

크게 겁을 내어 바야흐로 나아가 항복하기를 의논할 때,

토번의 여러 장수들이 찬보를 사로잡아 결박하여

至唐營而降.

지당영이항

당영唐營에 데리고 와 투항하였다.

楊元帥更整軍容 入其都城, 禁止侵掠 撫安百姓,

양원수갱정군용 입기도성 금지침략 무안백성

양원수가 다시 군용軍容을 가지런히 하고 도성으로 들어가

노략질을 금하고 백성들을 보살펴 편안케 하며,

登崑崙山立石 頌大唐威德,

등곤륜산립석 송대당위덕

곤륜산崑崙山에 올라가 돌비를 세워

대당大唐의 위엄과 덕망을 기록하고,

遂振旅奏凱將向京師,

수진려주개장향경사

'

마침내 군사들을 돌려 개가凱歌를 부르며 서울로 향하게 되었는데,

至眞州正當仲秋也.

지진주정당중추야

진주眞州 땅에 이르렀을 때에는 어느덧 한가을이 되었다.

山川蕭瑟 天地搖落, 寒花釀感 斷鴈流哀,

산천소슬 천지요락 한화양감 단안류애

산천이 소슬蕭瑟하고

천지가 낙엽에 뒤덮여

싸늘한 꽃잎이 애달픔을 빚어내니

날아가는 기러기가 슬픔을 자아내어,

令人有羈旅之悲矣.

령인유기려지비의

사람으로 하여금 떠도는 나그네의 비창함을 느끼게 하였다.

元帥夜入客舘 懷抱甚惡,

원수야입객관 회포심악

양원수가 밤에 객사客舍에 드니,

회포는 매우 침울하고

기나긴 밤은 만만漫漫하여

遙夜漫漫不能假寐, 心下自想曰:

요야만만불능가매 심하자상왈

눈을 부쳐도 잠을 이룰 수 없기에

마음에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一別桑楡 三閱春秋. 堂中鶴髮 想非舊日而,

일별상유 삼열춘추 당중학발 상비구일이

‘뽕나무와 느릅나무가 있는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삼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어머님의 흰 머리는 옛날과 같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扶護疾恙可托何人, 定省晨昏 可期何時.

부호질양가탁하인 정성신혼 가기하시

병구완은 누구에게 부탁하며

아침에 문안을 드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아드릴 때를

언제나 기약할 수 있게 될까?

鳴劒之志雖展於今日, 列鼎之養不及於親闈,

명검지지수전어금일 렬정지양불급어친위

난리를 평정코자 하는 뜻은 오늘에 비록 펼쳤으나,

노모를 봉양할 마음을 펴는 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子職虛矣 人道廢矣.

자직허의 인도폐의

사람의 자식된 직분을 떨쳐 버리고

사람의 도리를 저버렸구나.

此古人所以悲風樹之不停,

차고인소이비풍수지부정

이는 옛 사람들이 바람이 나무에 머물지 않음을 슬퍼하여,

望太行 而感興者也.

망태행 이감흥자야

그것이 가는 것을 바라보고

감흥에 젖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况數年奔走 內事無主, 鄭家親禮 難保無他,

황수년분주 내사무주 정가친례 난보무타

하물며 수년간 국사國事에 분주하여 아내를 두지 못하고,

정가와의 혼인을 보장하기 어려운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所謂不如意者十常八九者此也.

소위불여의자십상팔구자차야

이른바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이

십상 팔구十常八九 것이 이런 게로군.

今我復五天里之地, 平百萬衆之賊,

금아복오천리지지 평백만중지적

이제 내가 오천 리 땅을 회복하고

백만 적병을 평정하였으니,

其功亦不爲小矣,

기공역불위소의

그 공 또한 적지 않을 것인즉,

天子必用封建之典, 以酬駈馳之勞,

천자필용봉건지전 이수구치지로

천자께서는 필연코 이에 큰 벼슬을 상전賞典으로 내리시어

싸움터를 달렸던 이 몸의 수고를 갚으실 터인데,

我若還其職號 陳其誠, 懇請許鄭家之婚,

아약환기직호 진기성 간청허정가지혼

내가 만일 그 벼슬을 도로 바치고 이 사정을 아뢰어

정씨와의 혼인을 허락하시도록 간청한다면

則或有允兪之望矣.

즉혹유윤유지망의

혹시 윤허允許해 주실 가망이 있지 않겠는가.’

念及於此 心事小寬, 乃就枕而睡,

념급어차 심사소관 내취침이수

생각이 이에 미치자 마음이 적이 풀려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一夢遽遽飛 上天門九重, 七寶宮闕 丹碧煌煌,

일몽거거비 상천문구중 칠보궁궐 단벽황황

꿈 속에서 몸이 갑자기 날아

하늘 문 깊숙이 올라가니

칠보 궁궐七寶宮闕의 단청이 찬란하고

五彩雲霞 光影翳翳,

오채운하 광영예예

오색 구름과 놀이 영롱하며

빛 그림자가 어둑어둑해지는데,

侍女兩人來 謂尙書曰:

시녀양인래 위상서왈

시녀 두 사람이 와서 상서에게 말하기를,

“鄭小姐奉請尙書矣.”

정소저봉청상서의

“정소저가 삼가 상서를 청하나이다.”

尙書從侍女而入, 廣庭弘敞仙花爛熳,

상서종시녀이입 광정홍창선화란만

상서가 시녀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뜰이 드러나고 신선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으며,

仙女三人幷坐於白玉樓上,

선녀삼인병좌어백옥루상

선녀 세 사람이 백옥루白玉樓 위에 함께 앉아있는데,

其服色如后妃而, 雙眉秀淸 兩眸流彩,

기복색여후비이 쌍미수청 양모류채

그 복색이 후비后妃같으며

양 눈썹이 청수淸秀하고 양 눈동자가 눈부시어서

望望如碧玉明珠 倚疊交映也.

망망여벽옥명주 의첩교영야

이를 바라보면 마치 벽옥碧玉의 명주明珠같이

서로 기대어 비치고 있었다.

方倚曲欄 手弄瓊蘂, 見尙書至 離座而迎,

방의곡란 수롱경예 견상서지 리좌이영

바야흐로 난간에 의지하여

손으로 구슬 꽃가지를 희롱하다가

상서가 다다른 것을 보고

자리를 떠나서 맞으며

分席而坐

분석이좌

자리를 나누어 앉고,

上席仙女先問曰:

상석선녀선문왈

윗자리에 있는 선녀가 먼저 묻기를,

“尙書別後 無恙否?”

상서별후 무양부

“상서, 이별한 후 무탈하시나이까?”

尙書定請詳見, 認是昔日論曲之鄭小姐也.

상서정청상견 인시석일론곡지정소저야

상서가 자세히 보니

이는 지난날 거문고 곡조를 의논하던 정소저임을 알겠기에

驚愕欣倒 欲語未語

경악흔도욕어미어

놀랍기도 하고 해괴하기도 하며

기꺼운 나머지 말을 하고자 하였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니,

仙女曰:“今則我已別人間 來遊天上,

선녀왈 금즉아이별인간 래유천상

선녀가 이르기를,

“이제는 내 이미 인간 세상을 이별하고

천상에 와서 노닐며

緬懷疇曩 如隔兩塵,

면회주낭 여격양진

지난 일을 회상하는데

두 티끌 사이를 격隔한 듯하오며,

君子雖見妾之父母, 難聞妾之音耗矣.”

군자수견첩지부모 난문첩지음모의

군자께서 비록 첩의 부모를 만나보시더라도

첩의 소식을 듣지 못하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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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乃起而拜伏而泣, 雙袖已龍鐘矣,

내기이배복이읍 쌍수이룡종의

이에 부인이 일어나 절하고 엎드려 우니

양 소매가 벌써 촉촉이 젖는지라

太后爲之嗟嘆 又曰:

태후위지차탄 우왈

태후가 측은히 여기시어

또 말씀하시기를,

“英陽已爲吾女, 夫人更不可挈去矣.”

영양이위오녀 부인갱불가설거의

“영양은 이미 내 딸이 되었으니,

부인께서는 다시 데려가시지는 못할 것이리라.”

崔氏俯伏奏曰:

최씨부복주왈

최씨가 엎드린 채 아뢰기를,

“臣妾何敢率歸於家中乎? 但母女不得團聚,

신첩하감솔귀어가중호 단모녀부득단취

“신첩이 어찌 감히 집으로 데리고 가겠나이까?

다만 모녀가 단란하게 모여서,

稱誦如天之德 是可欠也.”

칭송여천지덕 시가흠야

하늘같은 은덕을 칭송치 못하오니,

이것이 한이 될 뿐이나이다.”

太后笑曰:“不越乎行禮之前也,

태후소왈 불월호행례지전야

태후가 웃으시며 이르시기를,

“예를 거행하기 전을 넘기지 않을 터이니,

惟夫人勿憂也.

유부인물우야

오직 부인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오소서.

成婚之後 蘭陽亦托於夫人矣,

성혼지후 란양역탁어부인의

성혼成婚한 후에는 난양 또한 부인에게 부탁할 터인즉,

夫人視蘭陽 亦如寡人之視英陽也.”

부인시란양 역여과인지시영양야

부인께서도 난양 보시기를 과인이 영양英陽을 보듯이 해 주오.”

仍召蘭陽與夫人相見,

잉소란양여부인상견

이어서 난양공주를 불러 부인과 서로 보게 하시니,

夫人重謝前日之褻慢

부인중사전일지설만

부인이 전일의 무례한 허물을 거듭 사죄하였다.

太后曰:

태후왈

“聞夫人左右 有才女賈春雲, 可得見乎?”

문부인좌우 유재녀가춘운 가득견호

태후가 말씀하시기를,

“부인 곁에 재녀才女 가춘운賈春雲이 있다고 들었는데,

볼 수 있겠나이까?”

夫人卽召春雲, 入朝於殿下부인즉소춘운 입조어전하

부인이 곧 춘운을 불러서

전각 아래로 입조入朝하니,

太后曰,美人也 更進之前曰:

태후왈 미인야 갱진지전왈

태후가 ‘미인美人이로다.’ 하시고

다시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 다음에 말씀하시기를,

“聞蘭陽之言, 汝曾夢江淹之錦,

문란양지언 여증몽강엄지금

“난양의 말을 들으니,

네가 시 짓기를 잘한다(강엄江淹의 비단을 꿈꾸었다)고 하니

可能爲寡人賦乎?”

가능위과인부호

과인을 위하여 부賦를 지을 수 있겠느냐?”

春雲奏曰:“臣妾何敢唐突於天威之前乎?

춘운주왈 신첩하감당돌어천위지전호

춘운이 아뢰기를,

“신첩이 어찌 감히 천위天威 앞에서 당돌히 글을 짓사오리까.

然試欲聞題矣.”

연시욕문제의

그러나 시험삼아 글제나 듣고자 하나이다.”

太后以三人詩下之曰:

태후이삼인시하지왈

태후가 세 사람의 희작시喜鵲詩를 보이며 명하시기를,

“汝能爲此語乎?”

여능위차어호

“너도 이 제목으로 지을 수 있겠느냐?”

春雲求筆硯一揮而製進, 其詩曰:

춘운구필연일휘이제진 기시왈

춘운이 붓과 벼루를 구하여 단번에 지어 올리니,

그 시에 읊기를,

報喜微誠祗自知

보희미성지자지 기꺼움을 알리는 작은 정성 다만 스스로 알지니

虞庭幸逐鳳凰儀

우정행축봉황의 궁정의 행운이 봉황의를 좇을세라

秦樓春色花千樹

진루춘색화천수 진루의 봄빛은 천 그루의 꽃에 담아있는데

三繞寧無借一枝

삼요령무차일지 세 겹으로 싸여 있으니 어찌 한 가지를 빌릴 수 있을까

太后覽之 轉示兩公主曰:

태후람지 전시양공주왈

태후가 글을 보시고, 두 공주에게 돌려 보이며 이르시기를,

“吾聞賈女雖才而, 豈料其品之至斯也.”

오문가녀수재이 기료기품지지사야

“비록 가녀賈女에게 재주가 있다고 들었으나,

어찌 그의 고품高品이 여기까지 이를 줄을 헤아렸겠느냐?”

蘭陽曰: “此時以鵲自比其身,

란양왈 차시이작자비기신

난양이 여쭈기를,

“이 글은 까치로써 스스로 그 몸을 견주고,

以鳳凰比姐姐 得體矣.

이봉황비저저 득체의

봉황으로써 저저를 비유하여

문체文體를 얻었나이다.

下句疑小女不許相容, 欲借一枝之棲而,

하구의소녀불허상용 욕차일지지서이

끝 귀에 소녀가 서로 용납함을 허락지 아니할까 의심하여

한 가지에 깃들기를 빌리고자 하며,

集古人之詩 採詩人之意, 鎔成一絶,

집고인지시 채시인지의 용성일절

옛 사람의 글을 모아 시인詩人의 뜻을 캐고

다듬어서 한 구절로 이루었사오니,

思妙意精 眞善窃狐白裘手也.

사묘의정 진선절호백구수야

의사意思가 정묘精妙하고

참으로 능히 호백구를 훔친 솜씨입니다.

[인용의 수법이 대단하나이다.]

古語云飛鳥依人, 人自憐之 賈女之謂也.”

고어운비조의인 인자련지 가녀지위야

옛말에 나온 ‘나는 새가 사람을 의지하니

사람이 스스로 불쌍히 여긴다.’ 는 구절은

가녀賈女 자신을 일컬음이나이다.”

仍令春雲退 與秦氏接顔 公主曰:

잉령춘운퇴 여진씨접안 공주왈

이에 춘운에게 명하여 물러가

진씨와 얼굴을 서로 접接하게 하면서

공주가 소개하기를,

“此女中書 卽華陰秦家女子,

차녀중서 즉화음진가녀자

“이 여중서는 바로 화음현의 진가 여자인데,

與春娘同居 偕老之人也.”

여춘낭동거 해로지인야

춘운과 더불어 동거同居하면서

해로偕老할 사람이로다.”

春雲答曰:“此無乃作楊柳詞之秦娘子乎?”

춘운답왈 차무내작양류사지진낭자호

춘운이 대답하기를,

“아니 그렇다면 양류사楊柳詞를 지은 진낭자입니까?”

秦氏驚問曰:

진씨경문왈

진씨 이 말에 깜짝 놀라서 되묻기를,

“娘子仍何人而聞楊柳詞乎?”

낭자잉하인이문양류사호

“낭자는 어떤 사람을 통하여 양류사를 들었습니까?”

春雲曰:“楊尙書每思娘子,

춘운왈 양상서매사낭자

춘운이 대답하기를,

“양상서는 매양 낭자를 생각하시고

輒誦此詩 妾亦獲聞之矣.”

첩송차시 첩역획문지의

문득 이 시를 외시기로 첩 또한 얻어 들었습니다.”

秦氏感愴曰:“楊尙書不忘妾矣.”

진씨감창왈 양상서불망첩의

진씨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며 이르기를,

“양상서께서 첩을 잊지 아니하셨습니다.”

春娘曰:“娘子何爲此言也?

춘낭왈 낭자하위차언야

춘낭이 말하기를,

“낭자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尙書以楊柳詞藏之於身, 見之而流涕,

상서이양류사장지어신 견지이류체

상서께서 양류사를 몸에 감추시고,

그것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咏之則發嘆, 娘子獨不知尙書之情 何耶?”

영지즉발탄 낭자독부지상서지정 하야

읊으면 탄식을 하셨습니다.

낭자 혼자만 상서의 정을 알지 못하심은 어찌된 겁니까?”

秦氏曰:“尙書若有舊情 ,

진씨왈 상서약유구정

진씨가 대답하기를,

“상서에게 만일 옛 정이 남아 있으면

則妾雖不見尙書而死 無所恨矣.”

즉첩수불견상서이사 무소한의

첩이 다시 상서를 못 뵙고 죽는다 해도

한할 바가 없겠습니다.”

仍言紈扇詩首末 春娘曰:

잉언환선시수말 춘낭왈

이에 환선시紈扇詩에 얽힌 전말을 얘기하니,

춘낭이 이르기를,

“妾身上釧又指環 皆其日所得也.”

첩신상천우지환 개기일소득야

“첩의 몸에 있는 비녀와 팔찌, 지환指環은

모두 그날 얻은 것입니다.”

宮人忽來報曰:

궁인홀래보왈

궁인이 갑자기 와서 알리기를,

“鄭司徒夫人將還歸矣.”

정사도부인장환귀의

“정사도 부인이 돌아가시려 하나이다.”

兩公主復入侍坐,

양공주부입시좌

두 공주가 들어가 모시고 앉으니

太后謂崔夫人曰:

태후위최부인왈

태후께서 최부인에게 이르시기를,

“楊少游未幾當還,

양소유미기당환

“양소유가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돌아올 터인데,

前日禮幣 自當復入於夫人之門而,

전일례폐 자당부입어부인지문이

전일前日의 예폐가

마땅히 저절로 부인집 문에 다시 들어가야겠으나,

復受旣退之幣頗涉苟且, 況英陽是吾女,

부수기퇴지폐파섭구차 황영양시오녀

이미 물린 예폐를 도로 받음은 어렵고,

하물며 영양은 이제 나의 딸이 되어

兩女婚禮欲幷行於一日, 夫人許否?”

양녀혼례욕병행어일일 부인허부

두 딸아이의 혼례를 한 날에 함께 거행코자 하는데,

부인은 허락하겠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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