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의지하고서야

그 이후에 자연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16]-

 

故足之於地也踐,

고족지어지야천, 발이 땅을 밟는 면은 아주 좁다.

雖踐,

수천, 비록 밟는 지면은 좁지만

恃其所不蹍.

시기소불전. 발이 밟지 않는 지면이 넓은 것을 믿고서야

而後善博也

이후선박야 그 이후에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人之於知也少,

인지어지야소, 이처럼 사람이 아는 것도 적다.

雖少,

수소, 비록 아는 것이 적지만

恃其所不知

시기소부지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의지하고서야

而後知天之所謂也.

이후지천지소위야. 그 이후에 자연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知大一,

지대일, 만물의 근원이 하나라는 대일(大一)을 알고,

知大陰,

지대음, 만물의 근원이 지극히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다는 일음(一陰)을 알고,

知大目,

지대목, 만물을 분별없이 하나로 보는 대목(大目)을 알고,

知大均,

지대균, 자연의 조화가 균등히 작용한다는 대균(大均)을 알고,

知大方,

지대방, 자연이란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대방(大方)을 알고,

知大信,

지대신, 자연이란 진실하다는 대신(大信)을 알고,

知大定,

지대정, 자연이란 안정된 것이라는 대정(大定)을 알면

至矣.

지의.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大一通之,

대일통지, 대일은 도로 통하게 해주며,

大陰解之,

대음해지, 대음은 모든 분규를 해결하게 해주며,

大目視之,

대목시지, 대목은 자연을 달관하게 하며,

大均緣之,

대균연지, 대균은 그의 본성에 따라 스스로 터득하게 하며,

大方體之,

대방체지, 대방은 모든 법도를 터득하게 하고,

大信稽之,

대신계지, 대신은 모든 의혹을 없애주며,

大定持之.

대정지지. 대정은 자신을 안정되게 유지해 준다.

盡有天循有照,

진유천순유조, 사람의 지능이 다 한 곳에 자연의 변화가 있고,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원리가 있고,

冥雨樞,

명우추, 무(無)의 원리가 어둠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고,

始有彼.

시유피. 그런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이다.

則其解之也

즉기해지야 그것에 대해 이해한다고 해도

似不解之者,

사불해지자,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고,

其知之也

기지지야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似不知之也,

사부지지야,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不知而後知之.

부지이후지지.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경지에 이른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其問之也,

기문지야, 그것을 파고들어 연구해 보면

不可以有崖,

불가이유애, 한계가 있을 수도 없고,

而不可以无崖.

이불가이무애. 한계가 없을 수도 없는 것이며,

頡滑有實,

힐활유실, 뒤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그 속에 실리가 있는 것이다.

古今不代,

고금불대, 그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而不可以虧,

이불가이휴, 손상된 일도 없는 것이다.

則可不謂有大揚搉乎!

즉가불위유대양각호! 그러니 자연에 위대한 원칙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闔不亦問是已.

합불역문시이. 어째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가?

奚惑然爲!

해혹연위! 어째서 그렇게 미혹되어 있는가?

以不惑解惑,

이불혹해혹, 미혹되지 않은 마음으로 미혹을 풀어줌으로써

復於不惑,

부어불혹, 미혹되지 않은 경지로 되돌아가게 하면

是尙大不惑.

시상대불혹. 바로 본성의 위대한 불혹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올빼미의 눈은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밤에는 잘 보이고,

학의 다리에는 긴 마디가 있지만

이것을 없애주면 슬퍼할 것이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15]-

 

得之也生,

득지야생, 얻는 것이 생(生)이고,

失之也死.

실지야사. 잃는 것이 사(死)일 수도 있지만,

得之也死,

득지야사, 얻는 것이 사이고

失之也生.

실지야생. 잃는 것이 생일 수도 있다.

藥也,

약야, 약이란

其實菫也, 桔梗也,

기실근야, 길경야, 오두나 도라지나

鷄廱也, 豕零也,

계옹야, 시령야, 계옹이나 시령 같은 것으로 지어지고,

是時爲帝者也,

시시위제자야, 이것들이 때에 따라 번갈아 가며 주된 약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何可勝言!

하가승언! 그러니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句踐也以甲楯

구천야이갑순 월나라 임금 구천은 싸움에 패하여

三千棲於會稽.

삼천서어회계. 삼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회계산으로 도망했다.

唯種也能知亡之所以存,

유종야능지망지소이존, 그 때 월나라 대부 종만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음을 알았다.

唯種也不知其身之所以愁.

유종야부지기신지소이수. 그러나 종도 그 자신에게 불행이 닥칠 원인이 됨은 알지 못했다.

故曰, 鴟目有所適,

고왈, 치목유소적, 그러므로「올빼미의 눈은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밤에는 잘 보이고,

鶴脛有所節,

학경유소절, 학의 다리에는 긴 마디가 있지만

解之也悲.

해지야비. 이것을 없애면 슬퍼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故曰, 風之過河也有損焉,

고왈, 풍지과하야유손언, 또한「바람이 불어가면서 강물을 말리고,

日之過河也有損焉.

일지과하야유손언. 햇볕이 비치면서 강물을 말리고 있다.

請只風與日相與守河,

청지풍여일상여수하, 바람과 햇볕이 언제나 강물을 지키고 있지만

而河以爲未始其攖也,

이하이위미시기영야, 강물은 처음부터 그들과 충돌하지 않는다.

恃源而往者也.

시원이왕자야. 그것은 강물은 근원이 있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故水之守土也審,

고수지수토야심, 본래 물이 흙을 적심에는 빈틈이 없고,

影之守人也審,

영지수인야심, 그림자가 사람을 따르는 것에도 빈틈이 없고,

物之守物也審.

물지수물야심. 물건과 물건의 관계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다.

故目之於明也殆,

고목지어명야태, 그러나 눈의 시력은 위태롭고,

耳之於聰也殆.

이지어총야태. 귀의 청력도 위태롭고,

心之於殉也殆.

심지어순야태. 마음의 작용도 위태롭기만 한 것이다.

凡能其於府也殆,

범능기어부야태, 모든 능력은 그것을 지니고 있다 해도 위태로운 것이다.

殆之成也不給改.

태지성야불급개. 본성으로부터 떠나 위태로움에 이르면 고칠 겨를도 없는 것이다.

禍之長也玆萃,

화지장야자췌, 그러나 그 재화는 자라서 더욱 불어나기만 하는 것이다.

其反也緣功,

기반야연공, 그런 것을 본성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면 많은 공이 들며

其果也待久.

기과야대구. 그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다.

而人以爲己寶,

이인이위기보,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자신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으니

不亦悲乎!

불역비호! 또한 슬프지 않은가?

故有亡國戮民无已,

고유망국륙민무이, 그러므로 나라를 망치고, 백성들을 살육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不知問是也.

부지문시야. 그 원인을 추구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세 가지 종류의 사람들 - 난주, 유수, 권루.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14]-

 

有暖姝者,

유난주자, 세상에는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濡需者,

유유수자,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과

有卷婁者.

유권루자.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所謂暖姝者,

소위난주자, 난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學一先生之言,

학일선생지언, 한 선생의 이론을 배워

則暖暖姝姝而私自說也,

즉난난주주이사자설야, 그것을 그대로 자기의 학설로 삼아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自以爲足矣,

자이위족의, 그들은 스스로 만족하고는

而未知未始有物也,

이미지미시유물야, 처음의 물건이 있지 않았던 상태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是以謂暖姝者也.

시이위난주자야. 그래서 이들을 주관이 없이 유연하다는 뜻에서 난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濡需者,

유수자, 유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豕蝨是也,

시슬시야, 돼지의 몸에 붙어사는 이와 같은 사람들이다.

擇疏鬣者

택소렵자 길게 털이 자라난 곳을 골라서

以爲廣宮大囿,

이위광궁대유, 스스로 넓은 궁전의 광대한 정원이라 생각한다.

奎蹏曲隈,

규제곡외, 발굽 모서리나 사타구니 사이

乳間股脚,

유간고각, 또는 젖통 사이나 넓적다리 사이를

此以爲安室利處,

차이위안실리처, 스스로 안락한 방이나 편안한 장소처럼 생각한다.

不知屠者之一旦

부지도자지일단 그러나 도살꾼이 하루 아침에

鼓臂布草操煙火,

고비포초조연화,돼지를 잡은 뒤 마른풀을 깔아 불을 붙이면 [그 위에 돼지를 올려놓으면]

而己與豕俱焦也.

이기여시구초야. 자신도 돼지의 털과 함께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此以域進,

차이역진,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살고

此以域退,

차이역퇴, 이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 안에서 죽는다.

此其所謂濡需者也.

차기소위유수자야. 그래서 그들을 일시적인 안락을 꾀한다는 뜻의 유수라 부르는 것이다.

卷婁者, 舜也.

권루자, 순야. 권루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순임금과 같은 사람들이다.

羊肉不慕蟻,

양육불모의, 양고기는 개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蟻慕羊肉,

의모양육, 개미들은 양고기를 좋아해서 모여드는데,

羊肉羶也.

양육전야. 양고기에서는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舜有羶行,

순유전행, 순은 인의라는 노린내나는 행동을 하여

百姓悅之,

백성열지, 백성들이 그를 좋아했다.

故三徙成都,

고삼사성도, 그러므로 순은 사는 곳을 세 번이나 옮겼으나 그 때마다 도시를 형성했다.

至鄧之虛

지등지허, 등이라는 고장으로 옮겼을 때는

而十有萬家.

이십유만가. 십여 만 가호나 모여들었다.

堯聞舜之賢,

요문순지현, 요임금은 순이 현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擧之童土之地,

거지동토지지, 그를 등용하여 불모의 땅을 맡기면서

曰冀得其來之澤.

왈기득기래지택. 그 땅에 가서 은혜와 혜택을 베풀라고 했다.

舜擧乎童土之地,

순거호동토지지, 순은 불모의 땅을 맡은 다음,

年齒長矣,

년치장의, 나이가 늙었고

聰明衰矣,

총명쇠의, 귀와 눈이 어두워졌으나

而不得休歸,

이부득휴귀, 돌아가 쉬지를 못했다.

所謂卷婁者也.

소위권루자야. 그래서 이들을 꼽추와 같이 등이 굽도록 일한다는 뜻에서 권루라 부르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

시이신인오중지, 그러나 신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싫어한다.

衆至則不比,

중지칙불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이들과 친근하게 지내지 않는다.

不比則不利也.

불비칙불리야. 친근하게 지내지 않으면 이익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故无所甚親,

고무소심친, 그러므로 아주 친한 사람도 없고,

无所甚疏,

무소심소, 아주 먼 사람도 없다.

拘德煬和

구덕양화 덕을 지니고 조화된 마음을 기르면서

以順天下,

이순천하, 천하에 순응하는 것이다.

此謂眞人.

차위진인. 이런 사람들을 진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於魚棄知,

어어기지, 개미로서는 양고기를 쫓는 지혜를 버리고,

於魚得計,

어어득계, 물고기로서는 넓은 강물에서처럼 서로의 관계를 잊으며,

於羊棄意.

어양기의. 양고기로서는 개미를 모여들게 하려는 의식을 버린다.

以目視目,

이목시목,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보고,

以耳聽耳,

이이청이,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들으며,

以心復心.

이심복심. 마음은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若然者,

약연자, 이런 사람의 마음은

其平也繩,

기평야승, 먹줄을 친 듯이 평평하며,

其變也循.

기변야순. 변화는 자연을 따르기만 한다.

古之眞人,

고지진인,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以天待人,

이천대인, 자연스러움으로 인간을 대할 뿐,

不以人入天.

불이인입천. 인위적인 것으로 자연의 변화에 참견하지 않는다.

古之眞人.

고지진인. 이것이 옛날의 진인이다.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사랑하는 것은 인의로부터 나옵니다.

인의라는 명목을 버리고 정말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이는 적고,

인의라는 명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인의의 행동이란

성실성을 없앨 뿐입니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13]-

 

齧缺遇許由,

설결우허유, 설결이 우연히 허유를 만나서 말했다.

曰:「子將奚之?」

왈:「자장해지?」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曰:

왈: 허유가 말했다.

「將逃堯.」

「장도요.」 “요임금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합니다.”

曰:

왈: 설결이 말했다.

「奚謂邪?」

「해위사?」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曰:

왈: 허유가 말했다.

「夫堯畜畜然仁,

「부요축축연인, “요임금은 부지런히 인에 힘을 쓰고 있으니,

吾恐其爲天下笑.

오공기위천하소. 나는 그가 하는 일이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

後世其人與人相食與!

후세기인여인상식여! 후세에는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夫民, 不難聚也.

부민, 불난취야. 백성들을 모여들게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愛之則親,

애지칙친, 그들을 사랑 해주면 친해지고,

利之則至,

리지칙지, 그들을 이롭게 해주면 모여들고,

譽之則勸,

예지칙권, 그들을 칭찬 해주면 일에 힘씁니다.

致其所惡則散.

치기소악칙산.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흩어집니다.

愛利出乎仁義,

애리출호인의,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사랑하는 것은 인의로부터 나옵니다.

損仁義者寡,

손인의자과, 인의라는 명목을 버리고 정말로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이는 적고,

利仁義者衆.

리인의자중. 인의라는 명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夫仁義之行,

부인의지행, 인의의 행동이란

唯且无誠,

유차무성, 성실성을 없앨 뿐입니다.

且假夫禽貪者器.

차가부금탐자기. 그리고 탐욕스러운 자들이 이용하는 도구가 됩니다.

是以一人之斷制利天下,

시이일인지단제리천하, 한사람의 전제가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譬之猶一覕也.

비지유일별야. 마치 물건의 한 면만을 언뜻 본 것과 같습니다.

夫堯知賢人之利天下也,

부요지현인지리천하야, 요임금은 현명한 사람이 천하에 이롭다는 것만을 알았지,

而不知其賊天下也,

이부지기적천하야, 그들이 천하에 해가 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夫唯外乎賢者知之矣!」

부유외호현자지지의!」 오직 현명함을 초월한 사람만이 그런 사실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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