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덕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을 성인이라 말하고,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을 현인이라 말합니다.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 위에 군림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의 아래에 처신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8]-

 

管仲有病,

관중유병, 관중이 병이 나자

桓公問之曰:

환공문지왈: 제나라 환공이 그를 문병하고 말했다.

「仲父之病病矣,

「중부지병병의, “중부의 병이 중하다고

可不諱云!

가불휘운! 꺼리어 말하지 않을 수 있겟는가?

至於大病,

지어대병, 병환이 더 중해지면,

則寡人惡乎屬國而可?」

칙과인오호속국이가?」 과인은 누구에게 나라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까?”

管仲曰:

관중왈: 관중이 말했다.

「公誰欲與?」

「공수욕여?」 “누구에게 맡기려 하고 계십니까?”

公曰:

공왈: 환공이 말했다.

「鮑叔牙.」

「포숙아.」 “포숙아에게 맡기려 합니다.

曰:

왈: 관중이 말했다.

「不可.

「불가. “안됩니다.

其爲人,

기위입, 그의 사람됨은

潔廉善士也,

결렴선사야, 결백하고 청렴하면서도 선하기만 한 선비입니다.

其於不己若者不比之,

기어불기약자불비지, 그는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습니다.

又一聞人之過,

우일문인지과, 또한 한번 남의 잘못을 알게 되면

終身不忘.

종신불망. 평생토록 잊지 않습니다.

使之治國,

사지치국,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시면

上且鉤乎君,

상차구호군, 위로는 임금님께 반기를 들 것이고,

下且逆乎民.

하차역호민. 아래로는 백성들의 뜻을 거스를 것입니다.

其得罪於君也,

기득죄어군야, 그는 임금님께 죄를 지을 날이

將弗久矣!」

장불구의!」 머지 않을 것입니다.”

公曰:

공왈: 환공이 말했다.

「然則孰可?」

「연칙숙가?」 “그렇다면 누가 좋겠습니까?”

對曰:

대왈: 관중이 말했다.

「勿已,

「물이, “부득이 나라 일을 맡기려 하신다면

則隰朋可.

즉습붕가. 습붕이 괜찮을 것입니다.

其爲人也,

기위인야, 그의 사람됨은

上忘而下不畔,

상망이하불반, 위로는 임금님의 존재는 잊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愧不若黃帝

괴불약황제 그는 황제와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있고,

而哀不己若者.

이애불기약자.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以德分人謂之聖,

이덕분인위지성, 자기의 덕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을 성인이라 말하고,

以財分人謂之賢.

이재분인위지현.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을 현인이라 말합니다.

以賢臨人,

이현림인,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 위에 군림하여

未有得人者也.

미유득인자야. 사람들의 마음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以賢下人,

이현하인, 현명한 사람으로서 남의 아래에 처신하여

未有得人者也.

미유득인자야.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其於國有不聞也,

기어국유불문야, 그는 나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들으려 하지 않고,

其於家有不見也.

기어가유불견야. 집안에서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勿已, 則隰朋可.」

물이, 칙습붕가.」 꼭 맡겨야 한다면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백토는 모두 깎여 떨어졌지만

코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영의 장인은 선 채로 얼굴빛조차 바꾸지 않았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7]-

 

莊子送葬,

장자송장, 장자가 어떤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고 오다가

過惠子之墓,

과혜자지묘, 혜자의 묘 앞을 지나게 되자

顧謂從者曰:

고위종자왈: 따르는 하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郢人堊漫

「영인악만 “초나라의 도읍인 영에 흙을 바르는 장인이 있었다.

其鼻端,

기비단, 그는 자기 코끝에 백토를

若蠅翼,

약승익, 파리의 날개 두께로 얇게 바르고

使匠石斲之.

사장석착지. 석공인 장석에게 이것을 깎아 내게 했다.

匠石運斤成風,

장석운근성풍, 장석은 도끼를 휘둘러 바람소리를 내며

聽而斲之,

청이착지, 그 소리를들으며 백토를 깎았다.

盡堊而

진악이 백토는 모두 깎여 떨어졌지만

鼻不傷,

비불상, 코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郢人立不失容.

영인립불실용. 영의 장인은 선 채로 얼굴빛조차 바꾸지 않았다.

宋元君聞之,

송원군문지, 송나라의 원군이 이 얘기를 듣고

召匠石曰:

소장석왈: 장석을 불러 말했다.

‘嘗試爲寡人爲之.’

‘상시위과인위지.’ 「시험 삼아 내게도 백토를 바르고 깍아내 보아라.」

匠石曰:

장석왈: 장석이 말했다.

‘臣則嘗能斲之.

‘신즉상능착지. 「전에는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雖然, 臣之質死久矣.’

수연, 신지질사구의.’ 지금은 그 기술의 근원이 되는 사람이 죽은 지 오래됩니다.」

自夫子之死也,

자부자지사야, 나는 혜자가 죽은 뒤로

吾无以爲質矣,

오무이위질의, 나의 이론의 전개할 바탕이 없어졌다.

吾无與言之矣.」

오무여언지의.」 나도 이제 혜자가 죽었으니 더불어 얘기할 사람이 없어졌구나.”


자가당착에 빠지면 위험을 초래한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6]-

 

莊子曰:

장자왈: 장자가 말했다.

「射者非前期而中,

「사자비전기이중, “활을 쏘는 사람이 미리 표적을 정하지도 않고 맞추었다면

謂之善射,

위지선사, 이를 활의 명수라고 한다면,

天下皆羿也,

천하개예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 같은 명궁이 될 수 있을 것인데

可乎?」

가호?」 그래도 되겠습니까?”

惠子曰:

혜자왈: 혜자가 대답했다.

「可.」

「가.」 “괜찮습니다.”

莊子曰:

장자왈: 장자가 말했다.

「天下非有公是也,

「천하비유공시야, 천하에는 공인된 옳음이 없는데

而各是其所是,

이각시기소시, 제각기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옳다고 한다면

天下皆堯也,

천하개요야, 천하사람들은 모두 요가 될 것이니

可乎?」

가호?」 이것이 옳은가?“

惠子曰:

혜자왈: 혜자가 대답했다.

「可.」

「가.」“옳습니다.”

莊子曰:

장자왈:

「然則儒墨楊秉四,

「연즉유묵양병사, “그렇다면 유가·묵가와 양주학파·공손룡학파의 넷이 있고,

與夫子爲五,

여부자위오, 선생까지 합하면 다섯이 되는데

果孰是邪?

과숙시사?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입니까?

或者若魯遽者邪?

혹자약로거자사? 혹시 노거와 같은 입장입니까?

其弟子曰:

기제자왈: 한 번은 그의 제자가 노거에게 말하기를,

‘我得夫子之道矣,

‘아득부자지도의, 「저는 선생님의 도를 터득했습니다.

吾能冬爨鼎

오능동찬정 저는 겨울에도 나무 없이 솥의 물을 끓일 수 있고,

而夏造氷矣.’

이하조빙의.’ 여름에도 어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魯遽曰:

로거왈: 노거가 말하기를

‘是直以陽召陽,

‘시직이양소양, 「그것은 다만 양의 기운으로 양의 기운인 불을 불러오고,

以陰召陰,

이음소음, 음의 기운으로 음의 기운인 어름을 불러온 것뿐이지

非吾所謂道也.

비오소위도야.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다.

吾示子乎吾道.’

오시자호오도.’ 내가 너에게 나의 도를 보여주겠다」라고 말하고는

於是爲之調瑟,

어시위지조슬, 그를 위해 슬을 뜯었답니다.

廢一於堂,

폐일어당, 슬 하나는 대청에다 놓고,

廢一於室,

폐일어실, 다른 하나는 방에다 놓았습니다.

故宮宮動,

고궁궁동, 그리고 한 편 현의 궁음 줄을 뜯으면 다른 슬의 궁음 줄도 움직이고,

故角角動, .

고각각동, 슬의 각음 줄을 뜯으면 다른 슬의 각음 줄도 움직이는데,

音律同矣

음률동의. 음률이 완전히 같았답니다.

夫或改調一弦,

부혹개조일현, 시험 삼아 한 줄의 음조를 바꾸어

於五音无當也,

어오음무당야, 다섯 가지 음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게 하고서

鼓之,

고지, 그 줄을 뜯으니,

二十五弦皆動,

이십오현개동, 다른 슬 스물다섯 현이 모두 움직였습니다.

未始異於聲,

미시이어성, 처음부터 그 음은 소리로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는데,

而音之君已.

이음지군이. 모든 음을 지배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車若是者邪?」

차약시자사?」 선생님의 입장도 이와 같은 것입니까?”

惠子曰:

혜자왈: 혜자가 말했다.

「今夫儒墨楊秉,

「금부유묵양병, “지금 유가와 묵가와 양주학파와 공손룡학파들은

且方與我以辯,

차방여아이변, 나와 토론을 전개하며 말로써

相拂以辭,

상불이사, 서로 배척하고 소리를 높여

相鎭以聲,

상진이성, 상대방을 위압하려 하고 있지만,

而未始吾非也,

이미시오비야, 처음부터 자기가 그르다는 이는 없는데

則奚若矣?」

즉칙해약의?」 어찌 그와 같겠습니까?”

莊子曰:

장자왈: 장자가 말했다.

「齊人蹢子於宋者,

「제인척자어송자, “제나라 사람이 자기 자식은 죄를 지었다고 송나라로 귀양을 보내고서,

其命閽也不以完,

기명혼야불이완, 그의 집 문지기는 죄를 져서 다리를 잘린 자를 임명했습니다.

其求銒鍾也以束縛,

기구견종야이속박, 그는 또 목이 긴 종을 구하여 목을 묶어두어 소리가 나지 않게 했습니다.

其求唐子也而未始出域,

기구당자야이미시출역, 그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려 하면서도 문밖에는 나가보지도 않았습니다.

有遺類矣!

유유류의! 이는 모든 일을 잘못 판단한 것입니다.

夫楚人寄

부초인기 초나라 사람 중에 남의 집에 묵으면서

而蹢閽者.

이척혼자. 문지기와 싸운 사람이 있었는데,

夜半於無人之時

야반어무인지시 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

而與舟人鬪,

이여주인투, 배 안에서 뱃사람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未始離於岑

미시리어잠 배가 물가에 닿기 전이라면

而足以造於怨也.」

이족이조어원야.」 분명히 원한을 사서 위험에 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끌리는 자들이며,

사물의 변화에 얽매이는 자들이다.

자기의 육체와 본성을 달리게 하고,

밖의 만물에 대해 몰두하며,

평생토록 본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자들이다! 슬퍼도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5]-

 

知士无思慮之變則不樂,

지사무사려지변즉불락, 지식을 가진 선비는 지모가 쓰이는 변란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辯士无談說之序則不樂,

변사무담설지서즉불락, 변설에 뛰어난 선비는 의견을 얘기할 기회가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察士无凌誶之事則不樂,

찰사무릉수지사즉불락, 일을 잘 살피는 선비는 논쟁할 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皆囿於物者也.」

개유어물자야.」 이들은 모두 밖의 사물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다.

招世之士與朝,

초세지사여조, 세상에서 뛰어난 선비는 조정에서 출세하고,

中民之士榮官,

중민지사영관, 백성을 잘 다스리는 선비는 벼슬로 영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고,

筋力之士矜難,

근력지사긍난, 힘이 센 선비는 어려운 일을 당하여 실력을 발휘하고,

勇敢之士奮患,

용감지사분환, 용감한 선비는 환란을 당하여 기개를 떨치고,

兵革之士樂戰,

병혁지사락전, 무술이 뛰어난 선비는 전쟁을 즐기며,

枯槁之士宿名,

고고지사숙명, 애써 노력하는 선비는 명분을 추구하고,

法律之士廣治,

법률지사광치, 법률에 밝은 선비는 다스림을 널리 펴고,

禮敎之士敬容,

예교지사경용, 예의와 음악에 밝은 선비는 용모를 공경하고,

仁義之士貴際.

인의지사귀제. 인의를 숭상하는 선비는 인간관계를 귀중히 여긴다.

農夫无草萊之事則不比,

농부무초래지사칙불비, 농부는 농사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고,

商賈无市井之事則不比.

상고무시정지사칙불비. 상인들은 장사일이 없으면 즐거울 수 없다.

庶人有旦暮之業則勸,

서인유단모지업칙권, 서민들은 아침저녁으로 할 일이 있으면 부지런하고,

百工有器械之巧則壯.

백공유기계지교칙장. 공인들은 좋은 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빠르게 일한다.

錢財不積則貪者憂,

전재불적칙탐자우,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이 많은 자들은 근심을 하고,

權勢不尤則夸者悲.

권세불우칙과자비. 권세가 커지지 않으면 뽐내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슬퍼하며,

勢物之徒樂變,

세물지도락변, 형세를 잘 쫒는 무리들은 변란을 즐긴다.

遭時有所用,

조시유소용, 이들은 때를 만나야 쓰일 곳이 있게 되며,

不能无爲也.

불능무위야.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此皆順比於歲,

차개순비어세, 이들은 모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끌리는 자들이며,

不易於物者也.

불역어물자야. 사물의 변화에 얽매이는 자들이다.

馳其形性,

치기형성, 자기의 육체와 본성을 달리게 하고,

潛之萬物,

잠지만물, 밖의 만물에 대해 몰두하며,

終身不反, 悲夫!

종신불반, 비부! 평생토록 본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자들이다! 슬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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