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물의 변화는 진실한 나의 존재와는 상관이 없다

- 장자(외편) ; 제21편 전자방[10]-

 

楚王與凡君坐,

초왕여범군좌, 초나라 임금이 범나라 임금과 마주앉아 있었다.

少焉,

소언, 잠시 후

楚王左右曰凡亡者三.

초왕좌우왈범망자삼. 초나라 임금과 신하가 범나라가 망했다고 세 번이나 말을 했다.

凡君曰:

범군왈: 그러나 범나라 임금은 말했다.

「凡之亡也,

「범지망야, “범나라의 멸망이

不足以喪吾存.

부족이상오존. 나의 존재를 없앨 수는 없는 것입니다.”

夫‘凡之亡不足以喪吾存’,

부‘범지망부족이상오존’, 범나라의 멸망이 나의 존재를 없앨 수 없는 것이라면,

則楚之存不足以存存.

즉초지존불족이존존. 초나라의 존재도 나의 존재를 존재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由是觀之,

유시관지, 이렇게 본다면

則凡未始亡

즉범미시망 범나라는 처음부터 망한 일이 없고,

而楚未始存也.」

이초미시존야.」 초나라는 처음부터 존재한 일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닥쳐오게 되어 있는 것은 물리칠 수 없고,

떠나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얻고 잃게 되는 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심하는 빛이 없을 뿐입니다.

- 장자(외편) ; 제21편 전자방[9]-

 

肩吾問於孫叔敖曰:

견오문어손숙오왈: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다.

「子三爲令尹

「자삼위령윤 “선생님께서는 세 번이나 초나라 영윤이 되었었지만

而不榮華,

이불영화, 그것을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고,

三去之而无憂色.

삼거지이무우색. 그 자리를 떠날 때에도 근심하는 빛이 없었습니다.

吾始也疑子,

오시야의자, 저는 처음에는 선생님을 이상하다 의심했었지만

今視者之鼻間栩栩然,

금시자지비간허허연, 지금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기쁘고 즐거운 듯합니다.

子之用心獨奈何?」

자지용심독내하?」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마음을 지니고 계십니까?”

孫叔敖曰:

손숙오왈: 손숙오가 말했다.

「吾何以過人哉!

「오하이과인재! “내가 남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吾以其來不可却也,

오이기래불가각야, 나는 닥쳐오게 되어 있는 것은 물리칠 수 없고,

其去不可止也,

기거불가지야, 떠나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吾以爲得失之非我也,

오이위득실지비아야, 얻고 잃게 되는 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而无憂色而已矣.

이무우색이이의. 근심하는 빛이 없을 뿐입니다.

我何以過人哉!

아하이과인재!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且不知其在彼乎,

차부지기재피호, 또한 내가 존경을 받는 것이 영윤이라는 벼슬 때문인지

其在我乎?

기재아호? 나 자신 때문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其在彼邪?

기재피사? 벼슬 때문이라면

亡乎我.

망호아. 나 자신 때문이 아닐 것이고,

在我邪?

재아사? 나 자신 때문이라면

亡乎彼.

망호피 벼슬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方將躊躇,

방장주저, 나는 바야흐로 유유자적하면서

方將四顧,

방장사고, 사방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는데,

何暇至乎人貴人賤哉!」

하가지호인귀인천재!」 어찌 사람들이 귀하고 천하게 여기는 것에 마음을 쓸 틈이 있겠습니까?”

仲尼聞之曰:

중니문지왈: 공자가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古之眞人,

「고지진인, “옛날의 진인은

知者不得說,

지자불득설,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해도 설득시킬 수 없었고,

美人不得濫,

미인불득람, 미인이라 해도 유혹할 수가 없었으며,

盜人不得劫,

도인불득겁, 도적들도 겁탈할 수가 없었다.

伏戱黃帝不得友.

복희황제불득우. 복희나 황제도 그와 벗할 수가 없었다.

死生亦大矣,

사생역대의, 죽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而无變乎己,

이무변호기,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

況爵祿乎!

황작록호! 하물며 벼슬과 녹이 문제가 되겠느냐?

若然者,

약연자, 그런 사람의

其神經乎大山而无介,

기신경호대산이무개, 정신은 큰산을 지나야 해도 방해가 되지 않고

入乎淵泉而不濡,

입호연천이불유, 깊은 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處卑細而不憊,

처비세이불비, 낮고 천한 지위에 놓여도 고달프지 않다.

充滿天地,

충만천지, 언제나 하늘과 땅에 충만하여

旣以與人,

기이여인, 남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데도

己愈有.」

기유유.」 자기는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지인이란

위로는 푸른 하늘을 들여다보고

아래로는 황천바닥까지 들어가며,

팔방으로 멋대로 날아다니되

정신이나 기백이 변치 않는 것이다.

- 장자(외편) ; 제21편 전자방[8]-

 

列禦寇爲伯昏无人射,

열어구위백혼무인사, 열자가 백혼무인을 위해 활쏘기를 했다.

引之盈貫,

인지영관, 활시위를 완전히 잡아당기고는

措杯水其肘上, 發之,

조배수기주상, 발지, 그의 팔꿈치 위에 물이 담긴 그릇을 올려놓고 쏘는데,

適矢復沓,

적시복답, 활을 쏘아 화살이 나가자마자 화살이 다시 깍지에 끼어져 있었고,

方矢復寓.

방시복우. 둘째 화살이 나가자마자 다시 세 번째 화살이 시위에 매겨져 있었다.

當是時,

당시시, 그의 모습은

猶象人也.

유상인야. 마치 나무인형과 같았다.

伯昏无人曰:

백혼무인왈: 백혼무인이 말했다.

「是射之射,

「시사지사, “이것은 기술적인 활쏘기이지

非不射之射也.

비불사지사야. 기술을 쓰지 않는 활쏘기는 아니다.

嘗與汝登高山,

상여여등고산, 높은 산에 올라가

履危石,

리위석, 치솟은 바위를 밟고

臨百仞之淵,

림백인지연, 백길 깊이의 심연을 앞에 두고서도

若能射乎?」

약능사호?」 네가 잘 쏠 수 있는지 보기로 하자.”

於是无人遂登高山,

어시무인수등고산, 백혼무인은 높은 산에 올라가

履危石,

이위석, 높이 치솟은 바위를 밟고

臨百仞之淵,

림백인지연, 백 길의 심연을 앞에 두고,

背逡巡,

배준순, 등을 대고 더듬거리며 나아가는데

足二分垂在外,

족이분수재외, 발의 삼분의 이는 허공에 놓여 있었다.

揖禦寇而進之.

읍어구이진지. 열자에게 손짓하여 그곳에 나오게 하니,

禦寇伏地,

어구복지, 열자는 땅에 엎드린 채

汗流至踵.

한류지종. 발뒤꿈치까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伯昏无人曰:

백혼무인왈: 백혼무인이 말했다.

「夫至人者,

「부지인자, “지인이란

上闚靑天,

상규청천, 위로는 푸른 하늘을 들여다보고

下潛黃泉,

하잠황천, 아래로는 황천바닥까지 들어가며,

揮斥八極,

휘척팔극, 팔방으로 멋대로 날아다니되

神氣不變.

신기불변. 정신이나 기백이 변치 않는 것이다.

今汝怵然有恂目之志,

금여출연유순목지지, 지금 너는 두려움에 눈까지 가물거리는 모양이니,

爾於中也殆矣夫!」

이어중야태의부!」 지금 활을 쏜다면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조정의 신하들은 당파의 우두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애버렸고,

관청의 우두머리들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고,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감히 사방의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 장자(외편) ; 제21편 전자방[7]-

 

文王觀於臧,

문왕관어장, 주나라 문왕이 장 땅에 구경을 갔다가

見一丈人釣,

견일장인조, 한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而其釣莫釣.

이기조막조. 그는 낚싯대를 들고는 있지만 고기를 낚지는 않고 있었다.

非持其釣有釣者也,

비지기조유조자야, 그는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낚으려는 것이 아니라

常釣也.

상조야. 낚시질로 자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文王欲擧而授之政,

문왕욕거이수지정, 문왕은 그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기려 하였으나

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

이공대신부형지불안야. 대신들과 부형들이 불안을 느낄까 두려웠다.

欲終而釋之,

욕종이석지, 그대로 버려두자니

而不忍百姓之无天也.

이불인백성지무천야. 백성들이 훌륭한 정치가를 잃게 되는 것을 차마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於是旦而屬之大夫曰:

어시단이속지대부왈: 다음날 아침 대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昔者寡人夢見良人,

「석자과인몽견량인, “어젯밤에 나는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黑色而[冉+頁],

흑색이[冉+頁], 검은 얼굴빛에 구레나룻이 났고,

乘駁馬而偏朱蹄,

승박마이편주제,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있었습니다.

號曰:

호왈: 그가 말하기를

‘寓而政於臧丈人,

‘우이정어장장인, 「장 땅의 노인에게 정치를 맡기면

庶幾乎民有瘳乎!」

서기호민유추호!」 백성들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諸大夫蹴然曰:

제대부축연왈: 여러 대부들은 얼굴빛이 바뀌면 말했다.

「先君王也.」

「선군왕야.」 “돌아가신 임금님이신 것 같습니다.”

문왕왈: 문왕이 말했다.

「연칙복지。」 “그렇다면 점을 쳐보도록 하시오.”

諸大夫曰:

제대부왈: 여러 대부들이 말했다.

「先君之命,

「선군지명, “돌아가신 임금님께서

王其无它,

왕기무타, 임금님께 직접 명하신 것인데

又何卜焉!」

우하복언!」 어찌 의심하여 점을 치겠습니까?”

遂迎臧丈人而授之政.

수영장장인이수지정. 마침내 장 땅의 노인을 맞이하여 그에게 정치를 맡겼다.

典法无出,

전법무출, 그는 법령을 바꾸지도 않았고

偏令无出.

편령무출.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三年, 文王觀於國,

삼년, 문왕관어국, 삼 년 만에 문왕이 나라를 시찰하니

則列士壞植散群,

즉열사괴식산군, 조정의 신하들은 당파의 우두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애버렸고,

長官者不成德,

장관자불성덕, 관청의 우두머리들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고,

螤斛不敢入於四竟.

유곡불감입어사경.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감히 사방의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列士壞植散群,

열사괴식산군, 조정의 신하들이 당파의 우두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앤 것은

則尙同也.

즉상동야. 대중과 함께 화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長官者不成德,

장관자불성덕, 관청의 우두머리들이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則同務也.

즉동무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이었다.

螤斛不敢入於四竟,

유곡불감입어사경,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는 것은

則諸侯无二心也.

즉제후무이심야. 제후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文王於是焉以爲大師,

문왕어시언이위대사, 문왕이 그를 태사로 모시고

北面而問曰.

북면이문왈. 제자의 예로써 북쪽을 향해 앉아서 물었다.

「政可以及天下乎?」

「정가이급천하호?」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치게 할 수 있겠습니까?”

臧丈人昧然而不應,

장장인매연이불응, 장 땅의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泛然而辭,

범연이사, 사직을 하고는

朝令而夜遁,

조령이야둔, 아침까지 명령을 내리다가는 밤에 사라져

終身无聞.

종신무문. 평생토록 소식을 알 수 없었다.

顔淵問於仲尼曰:

안연문어중니왈: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文王其猶未邪?

「문왕기유미사? “문왕은 아직 도를 터득하지 못한 것입니까?

又何以夢爲乎?」

우하이몽위호?」 어째서 꿈을 빌렸습니까?”

仲尼曰:

중니왈: 공자가 말했다.

「黙, 汝无言!

「묵, 여무언! “침묵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夫文王盡之也,

부문왕진지야, 문왕께서는 능력껏 다한 것인데,

而又何論刺焉!

이우하론자언! 어찌 그것을 논하고 비판하느냐?

彼直以循斯須也.」

피직이순사수야.」 그분은 다만 임시로 대세를 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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