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제목을 보면 은둔한 이가 산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자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실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생사를 고민하는 굴원의 갈등과 번뇌가 구체화되어 있다. 대뜸 태복을 찾는 데서 기구(起句)하여 태복과의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번뇌를 털어 놓는 것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결구(結句)를 태복의 말로 마무리한다. 기서결이 분량면에서도 긴박감 있는 구성을 취하였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쓰나미 속에서도 고 최진실의 자살은 우리사회의 톱뉴스를 차지했다. 우울증에 악플이 그녀의 행위를 부추킨 걸로 그녀의 죽음을 설명한다. 그제는금품수수 혐의로 이달 초 사직한 김영철 사무차장이 자살한 가운데 국무총리실이 10일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충격도 컸다고 뉴스는 전한다.

잇달은 죽음을, 궤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이름을 딴 ‘베르테르효과’ 라고 한다. 개인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가 없는가는 별개로 치고, 자살이 치욕을 보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의 승리를 믿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생명은 석가모니(釋迦牟尼B.C.561-B.C.480) 부처님의 말씀처럼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한 것이며, 예수님도 “너희가 천하를 얻는다 하더라도 네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고 갈파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지만 생명에 관한 한, 기원전 500년경, 또는 서력기원을 만든 2,008년 전의 성인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게 된다.

단오절의 유래에서 우리는 굴원(屈原B.C.343-B.C.299)이 강물에 투신자살힌 것을 이야기 하는데, 여기 소개하는 <복거>에는 불신과 치욕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세속적 삶과 순수지향의 고매한 삶과의 갈등이 극대화되어 있다.

공자(孔子B.C.551-B.C.479) 말씀처럼 오늘 닥칠 일도 모르면서 앞날, 사후의 세계 등 미래를 점친다는 것은 통계에 의한 허구일 뿐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초래한 전세계를 휩쓰는 작금의 세계 시장경제의 위기처럼 상황의 변화 등, 통계대로 되지 못하는 변수는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저명한 태복 첨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자[尺]에도 짧은 것이 있고

치[촌寸]에도 긴 것이 있으며

사물에도 부족한 것이 있고

지혜에도 밝지 못한 것이 있고,

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정신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거늘,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나니,

거북과 점풀인들 진실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기본적인 명제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키에르케고르 방식의 선택의 문제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수렴된다.

 

 

복거卜居 :어떻게 살 것인가?

-굴원(屈原B.C.343-B.C.299)

 

屈原旣放三年, 不得復見,

竭知盡忠,1] 而蔽鄣於讒,2]

心煩慮亂,3] 不知所從,4]

往見太卜 5] 鄭詹尹.6]

굴원이 이미 쫓겨난 지 삼년이 지났는데 다시 만나 뵈지 못하니,

지혜를 다 쓰고 충성을 다하고자 하나 참소로 가리고 막혀 있어서

마음이 괴롭고 생각이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지라,

태복 정첨윤을 가서 만나 보았다.

1)지혜를 다하고 충성을 다하다. 2)蔽鄣於讒; 참소 에 가리고 막히다.

3)마음이 괴롭고 생각이 어지럽다. 4)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5)太卜; 복점을 관리하는 관리. 6)鄭詹尹; 人名.

 

曰.. 余有所疑, 願因先生決之.7]

詹尹乃端策 拂龜,8]

말하기를,

‘나는 의심되는 바가 있으니 원컨대 선생께서 그것을 풀어주시오.’라 하니

첨윤은 이내 점풀을 바르게 잡고 거북의 구갑을 털었다.

7)원컨대 그것을 풀어주오.    8)端策; 점풀을 바르게 잡다.

 

曰.. 君將何以敎之?

말하기를, ‘당신은 어떻게 일러줄거나?’

 

屈原曰.. 吾寧悃悃款款,9] 朴以忠乎? 10]

將送往勞來, 斯無窮乎? 11]

굴원이 말하기를,

‘나는 차라리 정성을 다하여

소박하면서 성실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가는 건 보내고 오는 건 수고로이 받아

적당히 처신하며 무사하게 살 것인가?

9)悃悃款款(곤곤관관); 매우 정성을 기울이는 모양.

10)朴; 질박하다. 11)無窮(무궁); 고생하지 않는다.

 

寧誅鋤草茅,12] 以力耕乎?

將游大人, 以成名乎?

차라리 띠풀을 호미질하며 힘써 밭이나 갈 것인가?

아니면 큰 사람과 어울리며 이름을 낼 것인가?

12)誅鋤草茅(주서초모); 띠풀을 호미질하여 없애다.

 

寧正言不諱, 以危身乎?

將從俗富貴, 以婾生乎? 13]

寧超然高擧, 以保眞乎?

차라리 바른 말하여 거리끼지 않으면서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장차 세속의 부귀를 따르며

즐겁게 살 것인가?

아니면 세속을 따라 처신하며

참을 지킬 것인가?

13)婾生(유생):즐겁게 살다.

 

將哫訾栗斯,14]

儒兒,15] 以事婦人乎?

아니면 아첨하고 우물거리며 무서워 떨고

선웃음 치며 아부나 하여 부인을 섬길 것인가?

14)아첨하면서 우물거리며, 무서워 떨다.

15)악이; 억지로 선웃음치는 것. 儒兒; 아첨해서 웃음.

 

寧廉潔正直, 以自淸乎?

將突梯滑稽,16] 如脂如韋,17]

以潔楹乎?

차라리 청렴결백하고 정직하여 스스로 맑게 살 것인가?

아니면 모나지 않고 둥글게 돌아가며 기름같이 가죽같이

부드럽게 살며 문설주나 닦을 것인가?

16)突梯; 각이 없고 원만함. 滑稽; 둥글게 돌아가는 모양.

17)如脂如韋; 기름 같고 가죽같이 부드럽다.

 

寧昻昻若千里之駒乎? 18]

將氾氾若水中之鳧乎? 19]

차라리 우뚝 서서 천리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물 속의 들오리처럼 물에 둥둥 떠다닐까?

18)昻昻; 말이 높이 올라가는 모양. 千里駒; 천리마, 준마.

19)氾氾; 물에 둥둥 뜨는 모양.

 

與波上下, 偸以全吾軀乎? 20]

寧與騏驥亢軛乎? 21]

물결 따라 넘실대며 구차하게 내 한 몸을 지킬까?

차라리 준마와 수레 가로목을 나란히 하여 달릴까?

20)偸(투): 구차하게

21)騏驥(기기); 준마. 亢軛(항액); 수레의 가로목을 높이다.(나란히 달리다.)

 

將隨駑馬之迹乎?

寧與黃鵠比翼乎? 22]

將與雞鶩爭食乎? 23]

아니면 노둔한 말의 자취를 따를까?

차라리 고니와 날개를 나란히 할까?

아니면 닭이나 따오기와 더불어 먹을 것을 다툴까?

22)比翼:날개를 나란히 하다.

23)鷄鶩: 닭과 따오기

 

此孰吉孰凶? 何去何從?

世溷濁而不淸, 蟬翼爲重, 千鈞爲輕.24]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가?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따를까?

세상이 혼탁하여 맑지 않으니

매미 날개는 무겁게 여기고

엄청나게 무거운 물건은 가볍게 여기도다.

24)千鈞; 서른 근이 일균. 매우 무거운 것을 지칭.

 

黃鐘毁棄,25] 瓦釜雷鳴,

讒人高張, 賢士無名.

吁嗟黙黙兮,26] 誰知吾之廉貞? 27]

황종을 버리고 기와나 숫 조각을 울리고

아첨꾼은 높이 떨치고 어진 선비는 이름도 없도다.

아아! 말 아니하겠노라. 누가 나의 청렴과 정절을 알아 주리요?’

25)黃鐘; 12율의 하나. 모든 음의 기본.

26)旴嗟: 탄식의 소리

27)廉貞: 청렴하고 곧은 것

 

詹尹乃釋策而謝, 曰..

夫尺有所短, 寸有所長,

物有所不足, 智有所不明,

數有所不逮,28] 神有所不通,

첨윤이 점풀을 내려놓고 말하였다.

‘자[尺]에도 짧은 것이 있고

치[寸]에도 긴 것이 있으며

사물에도 부족한 것이 있고

지혜에도 밝지 못한 것이 있고,

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정신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거늘,

28)數(수); 운명. 逮(체): 미치다. 따라가다.

 

用君之心, 行君之意,

龜策誠不能知事.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나니,

거북과 점풀인들 진실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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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변 九辯 卷八

霜露慘悽而交下兮, 心尙幸⑴其弗濟⑵,

霰雪⑶雰糅⑷其增加兮, 乃知遭命之⑸將至,

서릿발이 쓸쓸히 엇갈려 내리는데,

마음으로 화가 없기를 바라노라.

싸라기눈이 부슬부슬 어지러이 더 내리는데,

불길한 운수가 곧 닥칠 줄 아노라.

(1) 幸 : 바라다, 희망하다.

(2) 濟 : 성(成). 마음에 아직도화가 없기를 바란다

(3) 霰雪(산설) : 싸라기눈

(4) 雰糅(분유) : 눈이 부슬부슬 어지러이 내림

(5) 나쁜 운명을 당함이 곧 올 줄 알다.

願徼幸⑹而有待⑺兮, 泊莽莽⑻與埜草同死.

願自往而徑游⑼兮, 路壅絶⑽而不通,

다행히도 좋은 일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아득히 먼 데에 있어 들풀과 같이 죽으리라.

곧 가서 뵙고 싶어도,

길이 막혀 끊어져 있지만,

(6) 徼幸(요행) : 운좋다, 다행이다

(7) 有待 : 좋은 일을 만나다

(8) 泊莽莽(박망망) : 아득히 먼 데 머물다

(9) 徑游 : 곧장 가서 만나다

(10) 壅絶(옹절) : 막혀 끊어지다

欲循道而平驅兮,⑾ 又未知其所從,

然⑿中路而迷惑兮⒀, 自壓桉⒁而學誦,

바른길을 따라서 서서히 달려 가리니,

또 어디에서 떠난 줄을 모르고서,

곧 도중에 길을 잃었으니,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시를 읊는다.

(11) 올바른 길을 따라서 서서히 달리다.

(12) 然 : 이에, 곧

(13) 迷惑 : 길을 잃다, 머뭇거리다

(14) 壓按(압안) : 자신의 감정, 생각을 억누르다

性愚陋以淺兮,⒂ 信未達乎從容.

성품이 어리석으며 좁고 옅으니,

진실로 나의 의젓한 마음을 알릴 길이 없다.

(15) 褊淺(편천) : 좁고 옅다

竊美申包胥之氣盛兮,⑴ 恐時世之不固,⑵

何時俗之工巧兮, 滅規榘而改鑿,⑶

신포서의 대단한 의기를 찬미하나니,

세상이 더렵혀져 예 같지 않을까 두렵도다.

어찌도 세상이 바르지 않은지

법도를 없애고 멋대로 바꾸도다.

(1) 신포서 : 초나라의 대부

(2) 고 : 같다, 세상이 더럽혀져 예 같지 않을까 두렵다

(3) 규구 : 올바른 법도. 개착 : 마음대로 고치다

獨耿介而不隨兮,⑸ 願慕先聖之遺敎.

處濁世而顯榮兮, 非余心之所樂,

홀로 밝고 바르게 살며 따르지 않으며

성현의 남기시 가르침을 사모하노라.

흐린 세상에서 이름을 드러냄은

내 마음의 기쁨이 아니니,

(5)耿介(경개) : 광명정대

與其無義而有名兮⑹, 寧窮處而守高⑺,

食不婾而爲飽兮, 衣不苟而爲溫⑻,

외롭지 않게 살아서 이름을 날리는니

차라리 어렵더라도 고결을 지키겠으며,

먹는 데 구차히 배부르지 않으며

입는 데 구차히 따뜻함을 바라지 않노라.

(6) 외롭지 않은데 명성을 날리기보다는...

(7) 차라리 어려운 데 처하여 고매함을 지키다

(8) 따뜻함을 구하다

竊慕詩人之遺風兮⑼, 願託志乎素餐⑽,

蹇充倔⑾而無端⑿兮, 泊莽莽而無垠.

無衣裘以御冬兮, 恐溘死⒀不得見乎陽春.

시인의 유풍을 사모하여,

복록에 뜻을 두지 않으니,

아! 옷이 남루하고 단정치 않으니

떠돌아 다니노라.

털옷이 없어 겨울을 막을 수 없으니

홀연히 죽어서 봄을 못 볼까 하노라.

(9) 시경의 시를 지칭 삼가 덕을 닦으며, 시경의 伐檀 같은 시를 즐긴다

(10) 소찬 : 하릴없이 먹는 밥

(11) 충굴 : 옷이 남루함

(12) 무단 : 단정하지 않음

(13) 합사 : 갑자기 죽다

靚杪秋之遙夜兮,⑴ 心繚悷而有哀,(2)

春秋逴逴而日高兮,⑷ 然惆悵而自悲.

늦가을의 긴 밤을 보노라니

마음이 수심에 어려 슬퍼지누나.

봄가을이 바뀌어 해는 높은데

이 마음 괴로워 슬프기만 하도다.

(1) 杪秋(초추) : 末秋, 늦가을 遙夜 : 긴 밤.

(2)繚悷(요려) : 근심 어린 마음에 싸여 있다

(4) 逴逴 : 멀다. ‘나이가 점점 들어 아득히 기울다’

四時遞來而卒歲兮⑸, 陰陽不可與儷偕.

白日晼晼⑹其將入兮, 明月銷鑠而減毁,

사계절이 바뀌어 한 해가 저무니

음과 양의 한서를 함께 누릴 수 없도다.

밝은 해가 뉘엿 지려 하고

밝은 달이 이지러 사그러지니,

(5) 遞來(체래) : 바꾸어서 오다

(6) 睕睕(완완) : 해가 서산에 지는 모양

歲忽忽而遒盡兮, 老冉冉而愈弛⑺.

心搖悅而日幸兮.⑻ 然怊悵而無冀.⑼

세월은 문득 저무는데 나이가 들어

늙으니 정신이 흐릿하도다.

마음이 산란하면서도 날마다 뵙기를 바라나니,

믿을 수 없으니 바라지 않네.

(7) 逾弛(유이) : 점점 흐릿해지다. ‘나이 들어 점점 늙어지니 정신이 흐릿하다’

(8) 搖悅(요열) : 마음이 산란하고 놀라다

(9) 怊悵(초창) : 믿지 못하여 슬퍼함

中憯惻⑽之悽愴兮, 長太息而增欷⑾.

年洋洋⑿以日往兮, 老료廓⒀而無處,

事亹亹⒁而覬進兮, 蹇淹留而躊躇.

마음이 아프고 슬프니

긴 탄식만 더하는 구나.

세월이 물같이 빨리 가니

늙고 쓸쓸하여 마음 둘 곳 없으며,

일이 잘되어 뵙기를 바라지만,

아! 머물러 있으려 해도 머뭇거리는구나.

(10) 憯惻(참측) : 마음이 상하고 아프다

(11) 增欷(증희) : 거듭 탄식하다

(12) 洋洋 : 물 흐르는 모양

(13) 요廓 : 텅 비다, 허전하다

(14) 亹亹(미미) : 일이 잘 진척되다

何氾濫之浮雲兮,32] 猋壅蔽此明月,33]

忠昭昭而願見兮,35] 然霠皚而莫達. 36]

어찌 뭉게뭉게 떠가던 구름이

갑자기 이 밝은 달을 덮었는가.

충심으로 밝게 뵙고 싶지만

구름이 끼고 날이 어두워 전할 수가 없도다.

32)氾濫: 물이 흘러 넘친다. 여기서는 뜬구름이 뭉게뭉게 떠가는 모양을 말한다.

33)(표): 빠르다. 순식간에. 壅蔽(옹폐): 덮어 버리다.

35)昭昭: 빛나다. 밝다.

36)皚: 구름 끼어 날이 어둡다.

願皓日之顯行兮,37] 雲蒙蒙而蔽之.38]

竊不自聊而願忠兮,39] 或黕點而汙之,40]

밝은 해가 떠가는데

구름이 어둑어둑 덮여 있도다.

스스로 돌아보아 충성하지 않았으나

때로는 더러운 먼지로 더러워졌음이로다.

37)顯行: 밝게 떠가다. 운행하다.

38)蒙蒙: 햇빛이 밝지 않음. 어둑어둑.

39)自聊: 스스로를 생각하다. 자신을 돌보다.

40)點: 더러운 것. 찌꺼기. 더러운 먼지

堯舜之抗行兮,41] 瞭冥冥而薄天.42]

何險巇之嫉妬兮,43] 被以不慈之僞名.44]

요순임금의 고결한 언행은

그 언행이 원대하여 하늘에 닿았는데,

나는 어찌하여 음험한 질투를 받아

어질지 못하다는 거짓 죄명을 뒤집어썼는가?

41)抗行: 고행. 고결한 언행.

42)瞭冥冥: 언행이 고결함. 원대함. 언행이 고결하여 하늘에 이르다.

43)險: 질투하는 마음이 음험하다.

44)僞名: 어질지 못하다는 거짓 죄명을 덮어쓰다.

彼日月之照明兮, 尙黯黮而有瑕,45]

何況一國之事兮, 亦多端而膠加.46]

저 해와 달이 밝게 비치는데

또한 구름이 검게 끼어서 티가 있거늘,

하물며 한나라의 일에 있어서는

많은 실마리가 얽혀 있도다.

45)黯黮: 구름이 검게 낀 모양. 또한 구름이 검게 끼어서 티가 있도다.

46)膠加: 뒤섞이다. 얽히다. 많은 실마리가 얽혀 있다.

被荷裯之晏晏兮,47] 然潢洋而不可帶.48]

旣驕美而伐武兮,49] 負左右之耿介.

부드러운 연꽃 홑옷을 입었으나

몸에 맞지 않아서 허리를 맬 수 없도다.

뽐내며 무영을 자랑하여

좌우 사람의 충성을 저버리고서

47)荷裯: 연꽃으로 만든 홑옷. 晏晏: 부드러운 모양.

48)潢洋: 흐트러져 몸에 맞지 않음. 不可帶: 허리를 맬 수 없다. 부드러운 연꽃 홑옷을 걸쳤으나 몸에 맞지 않아 허리를 맬 수 없다는 뜻.

49)伐武: 武勇을 뽐냄.

憎慍惀之修美兮,50] 好夫人之慷慨.51]

衆踥蹀而日進兮,52] 美超遠而逾邁,53]

깊고 온화하며 아름다운 마음을 싫어하고

남의 실속없는 허풍을 좋아하도다.

소인들은 당당히 걸어나가서 날마다 출세하는데

현인은 멀리 버림받아 멀어만 가네.

50)慍惀: 마음이 깊고 온화함.

51)慷慨: 여기서는 실속없이 큰소리치는 것.

52)蹀: 걸어서 나가는 것. 소인들은 당당히 걸어서 날마다 출세하는데...

53)美: 현사. 현인은 멀리 버림받아 멀어만 가네. 逾邁: 멀리 떠나가다.

農夫輟耕而容與兮,54] 恐田野之蕪穢,55]

事緜緜而多私兮,56] 竊悼後之危敗,

농부는 밭갈이를 그만두고 느긋해 하니

밭이 황폐할까 두려워하고,

일은 끊임없는데 사리가 많으니,

이후에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두렵도다.

54)輟耕: 농사짓는 일을 그만두다.

55)蕪穢: 논밭이 거칠고 잡초가 많음.

56)緜緜: 끊이지 않고 이어짐.

世雷同而炫曜兮,57] 何毁譽之昧昧,58]

今修飾而窺鏡兮,59] 後尙可以竄藏.60]

세상이 부화뇌동하여 밝게 드러나고

어찌하여 명예를 어둡게 헐뜯는 건가?

이제 나는 잘 다듬어 거울을 엿보고서

이후에 도망가 숨어 지내리라.

57)炫曜: 밝게 비침.

58)昧昧: 어두운 모양.

59)窺鏡: 거울을 들여다보다.

60)竄藏: 도망가서 숨다.

願寄言夫流星兮, 羌儵忽而難當, 61]

卒壅蔽此浮雲兮, 下暗漠而無光.

유성에 말을 붙이고 싶지만,

아! 홀연히 만나기 어렵구나.

마침내 이 뜬구름이 덮여 있으니

어두워져서 빛을 잃었도다.

61)아! 급히 날아가니 만나기 어렵도다. 원컨대 유성에 말을 붙이고 싶지만...

堯舜皆有所擧任兮 故高枕而自適

諒無怨於天下兮 心焉取此怵惕

요임금과 순임금은 모두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마음가는 대로 유유히 살아갈 수 있었네

나는 진실로 세상 사람들과 원한을 맺은 일이 없건만

왜 이다지도 가슴이 뛰고 답답한가

승騏驥之瀏瀏兮 馭安用夫强策

諒城郭之不足恃兮 雖重介之何益

민첩한 천리마를 타고

몰아갈 때 어찌 힘껏 채찍질을 할 필요가 있으리요

진실로 성채가 적을 막아낼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면

비록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가린들 무슨 이득이 있으리요

邅翼翼而無終兮 忳惛惛而愁約

生天地之若過兮 功不成而無効

나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여서 일을 맺고 끊지 못하고

근심하느라 마음이 어지러워서 무척 고통스럽네

인생살이는 (화)살처럼 빨라서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네

願沈滯而不見兮 尙欲布名乎天下

然潢洋而不遇兮 直怐무而自苦

초야에 묻혀 살면서 드러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고 싶은 욕망도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었네

그러나 살 날이 구만리 같건만 나를 알아주는 임을 만나지 못하고

다만 주위에는 어리석은 이들만 있으니 속마음이 괴로울 뿐이네

莽洋洋而無極兮 忽翶翔之焉薄

國有驥而不知승兮 焉皇皇而更索

끝없이 넓디넓은 이 하늘가

그 어디에 문득 떠나가 이 몸 깃들 곳 있으리요

나라에 (이미) 준마가 있거늘 (그것을) 탈 줄을 모르고

어찌하여 두리번거리며 다시 (다른 것을) 찾는단 말인가

寧戚謳於車下兮 桓公聞而知之

無伯樂之善相兮 今誰使乎譽之

영척이 수레 가에서 노래를 부르자

제나라 환공은 대뜸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보았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 그 누가 나의 재주를 기리겠는가?

罔流涕以聊慮兮惟著意而得之

紛純純之願忠兮妬被離而鄣之

멍하니 한참을 눈물 떨구다가

곰곰이 생각하여 마음을 추슬렀네

오직 임에 대한 충성스러운 마음을 보이려고 하지만

나의 재주를 시기하는 자들이 여기저기에서 그 길을 막네

[亂曰]

願賜不肖之軀而別離兮

放游志乎雲中

승精氣之摶摶兮鶩諸神之湛湛

[亂曰]

못난 이 몸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랬지만

결국 임과 이별하게 되어

(명산대천을) 마음대로 노닐어도 [마음은 임 계신 그곳에 있네.]

해와 달의 정기를 타고

천지신명의 자취를 좇네

驂白霓之習習兮歷羣靈之豐豐

左朱雀之茇茇兮右蒼龍之躣躣


하얀 용을 곁말로 삼아서 타고

뭇 영령들을 두루 만나 보네

왼쪽에는 퍼덕이는 붉은 봉황을 거느리고

오른쪽에는 꿈틀대는 푸른 용을 거느렸네

屬雷師之闐闐兮通飛廉之衙衙

前輊輬之鏘鏘兮後輜승之從從

천둥의 신과 이야기하고

바람의 신과 이야기하네

작은 수레를 앞세우고

큰 수레가 뒤를 따르네

載雲旗之委蛇兮 扈屯騎之容容

計專專之不可化兮 願遂推而爲臧

구름을 깃발로 삼고

수많은 수레와 기마의 호위를 받네

내가 마음 쓰는 것은 오로지 하나 변함이 없으니

마음먹은 대로 좋은 일을 하길 바라네

賴皇天之厚德兮 還及君之無恙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기원하나니

부디 우리임에게 우환이 없기를 바라네



구변 九辯 卷八

[은자주]왕일은 <구변>이 굴원의 제자 송옥의 작품이라고 했으나 명대 이후에는 그 풍격에 있어 <이소><구장> 등과 유사한 점을 들어 굴원 설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어쨌거나 은자는 이 시에 동원된 가을의 정서와 어휘에 주목한다. 신파극이나 일제 식민지시대 유행가 가사에서부터 트로트 노래 가사나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언급한 가을의 모든 것들이 총망라된 느낌을 받는다. 나 자신부터 이 시를 통해 가을 정서에 폭과 깊이가 더해지기를 빌어본다.

九辯의 九는 숫자의 陽을, 辯은 變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九는 11장으로 된 초사를 九歌라 하듯이 곡조의 명칭에서 온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그 내용은 방축된 굴원이 가을날을 보내며 자신의 추락을 무의식의 심층에 깔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수(憂愁)를 한껏 노래한 작품으로 보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분량 때문에 2회에 나누어 싣는다.

悲哉 秋之爲氣也,

蕭瑟兮(1) 草木搖落易變衰,

憭慄兮 若在遠行,

登山臨水兮 送將歸.

슬프다, 가을의 절기여!

쓸쓸한 가을바람에 초목이 떨어져 시들어가니,

두렵고 떨리는 마음, 먼 길 떠난 나그네처럼 마음 아파오는데,

산을 올라 강물에 임하여 벗을 전송하는 듯하다.

(1)蕭瑟(소슬): 가을 바람이 쓸쓸히 부는 모양.

沆寥兮 天高而氣淸,

寂寥兮 收潦而水淸,

憯悽增欷兮 薄寒之中人.

텅 빈 하늘은 드높고 대기는 청명하고

고요히 흐르는 가을 물은 맑기도 하다.

마음이 아파서 탄식하는데 차가운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든다.

愴怳懭悢兮 去故而就新.

坎廩兮 貧士失職 而志不平.

廓落兮 羇旅而無友生.

惆悵兮 而私自憐. (2)

슬프고 실의에 차니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따르리.

불우하고 가난한 선비는 직분을 잃고 평상심을 잃으니

원망에 가득차도다. 쓸쓸한 나그네 신세에 벗조차 없도다.

서글픈 마음을 스스로 달래보네.

(2)惆悵추창: 실망하여 탄식하는 모양.

燕翩翩其辭歸兮, 蟬寂漠而無聲.

鴈廱廱而南遊兮,(3) 鵾雞啁哳而悲鳴.(4)

제비는 훨훨 날아 떠난다 인사하고

매미는 적막하여 아무 소리 없구나.

기러기는 화락하게 울며 남쪽에서 노니는데

고니새 끼역끼역 슬피 운다.

(3)廱廱(옹옹): 화락한 모양.

(4)鵾鷄(곤계): 애완용 닭.고니새. 啁哳(조찰): 새가 연달아 우는 모양.

獨申旦而不寐兮, 哀蟋蟀之宵征 (6)

時亹亹而過中兮,(7) 蹇淹留而無成.

날이 밝아오지만 홀로 뜬눈으로 꼬박 새우니

귀뚜라미만 밤길에 슬피 운다.

세월은 쉼 없이 흘러 절반을 넘었건만,

아, 머물려 해도 쓸데없구나.

(6)蟋蟀(실솔): 귀뚜라미과에 속하는 곤충. 첫가을부터 밤에 움.

(7)亹亹(미미): 흐르는, 달리는, 진행하는, 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悲憂窮戚兮獨處廓, 有美一人兮心不繹.

去鄕離家兮徠遠客, 超逍遙兮今焉薄?

슬프고 답답하기 그지없어 홀로 떨어져 거처하는데,

아름다운 한 사람이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향을 버리고 집을 떠나서 먼 길 떠난 나그네 신세,

멀리서 헤매이다 이제 어디에 머물까?

專思君兮不可化, 君不知兮可奈何!

蓄怨兮積思, 心煩憺兮忘食事,

오직 임 그리는 마음 변함 없건만

임이 몰라주시니 어찌해야 하나?

쌓인 원망과 그리움 때문에

마음이 번잡하여 식사도 잊었다.

願一見兮 道余意, 君之心兮 與余異.

車旣駕兮 朅而歸, 不得見兮 心傷悲.

한 번 뵈옵고 나의 뜻을 말하려 해도

임의 마음은 나와 다르구나.

수레를 타고 하마 돌아가시니

뵙지 못해 내 마음만 찢어진다.

倚結軨兮長太息, 涕潺湲兮下霑軾.

忼慨絶兮不得, 中瞀亂兮迷惑.(8)

私自憐兮何極? 心怦怦兮諒直.

수레난간에 기대어 길게 한숨 쉬니

줄줄 흐르는 눈물 떨어져 수레 가로막이를 적시네.

끓어오르는 안타까움으로 죽으려 해도 할 수 없으니

마음 속 어둡고 어지러워라.

내 아픈 마음 언제나 다할까?

내 마음은 성실함과 충직함뿐이어라.

(8)亂(무란): 어지러움.

皇天平分 四時兮, 竊獨悲此廩秋.1]

白露旣下百草兮,2] 奄離披此梧楸.3]

하늘은 고르게 사계절을 나누신데

나는 유독 이 찬 가을이 서글프다.

흰 서리 백초에 서렸으니,

어느덧 이들 오동과 가래나무가 흩어지리라.

1)늠(廩):차다. 늠추(廩秋):차가운 가을.

2)하(下):내리다.(서리)

3)엄(奄):갑자기. 이피: 흩어뜨리다. 오추: 오동과 가래나무.

去白日之昭昭兮,4] 襲長夜之悠悠.5]

離芳薆之方壯兮,6] 余萎約而悲愁,7]

밝은 해는 지고

기나긴 밤이 오니

풀향기는 흩어지고

시들어져 쓸쓸해져 가네.

4)소소: 밝다. 밝은 해.

5)습: 밀려오다. 유유: 길고 긴. 그지 없다.

6)방애: 향기 부성하다. 때마침 젊은 때. ‘향기 짙은 젊은 날을 잃다.’

7)위약: 시들어 쪼그러 들다.

秋旣先戒白露兮,8] 冬又申之以嚴 霜,9]

收恢台之孟夏兮,10] 然欿傺而沈藏.11]

가을은 벌써 흰 서리로 알리고

겨울도 찬 서리로 겹쳐오니

초여름이 가시고

곧 안타까이 모두 깊이 숨는도다.

8)先戒선계: 먼저 알리다.

9)申신: 겹치다. 엄상: 찬 서리.

10)恢台회태: 넓고 큰 모양. 거대한 것.

11)然연: 이에. 곧. 欿감체: 걱정하여 물끄러미 있다.

葉箊邑而無色兮,13] 枝煩拏而交橫,14]

顔淫溢而將罷兮,15] 柯彷彿而萎黃.16]

잎이 말라서 고운 빛 자취 없고

가지는 어지러이 얽혀

빛은 갈수록 바래고

가지 끝에는 똑같이 시들어 누렇게 되었구나.

13)어읍: 초목이 마르고 시듦.

14)번여: 어지럽다. 번거롭다.

15)淫溢 음일: 점점 갈수록. 피: 바래다., 덜다.

16)柯가: 나뭇가지. 방불: 그처럼. 따라서. 위황: 말라서 누렇게 되다.

箾櫹槮之可哀兮,17] 形銷鑠而瘀傷.18]

惟其紛糅而將落兮,19] 恨其失時而無當,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뻗어 있어 더욱 서글픈데

이 내 몸도 여의어서 병에 들었도다.

근심 어린 생각 어지러운데

좋은 때 놓치고 어쩔 수 없으니 원망스럽네.

17)소: 줄기만 남는. 소삼: 잎이 지고 가지만 길게 있는 것. ‘줄기만 남아 가지가 길게 뻥어 있어 슬퍼진다.’

18)소삭: 마르다. 어상: 병으로 몸이 마르고 약해지다.

19)유: 생각. 근심. 분유: 매우 번잡하다. 어지럽다. 무성하다.

擥騑轡而下節兮,20] 聊逍遙以相佯,21]

歲忽忽而遵盡兮,22] 恐余壽之弗將,23]

곁마의 고삐잡고느긋하게 걸어보지만

오직 소요하며 배회한다.

세월은 어언 다 가고

내 인생 얼마 남지 않은 듯,

20)擥남: 쥐다. 잡다. 騑轡비비: 곁마의 고삐. 하절: 채찍을 당기다.

21)相佯상양: 머뭇거리다. 배회하다.

22)遵盡준진: 다 지나가다.(세월)

23)將장: 길다.

悼余生之不時兮,24] 逢此世之俇攘,25]

澹容與而獨倚兮,26] 蟋蟀鳴此西堂.

내 인생 헛되이 보낸 일 슬퍼지누나.

이 슬프고 두려운 세상을 만나서

조용히 홀로 살아가려니

쓸쓸히 귀뚜라미 이 서당에서 우는구나.

25)俇攘광양: 허둥거리며 어쩔 줄 모름. 슬프고 두려운 모양.

26)獨倚독의: 홀로 서다. 외로이 살다.

心怵惕而震盪兮,27] 何所憂之多方. 28]

卬明月而太息兮,29] 步列星而極明.30]

이 마음 놀라고 두려워서 울렁거리니

이 많은 근심을 어찌하면 좋을 건가!

밝은 달 쳐다보며 긴 한숨 쉬노라니

뭇별만 헤며 지새는구나.

27)惕출척: 놀라고 두려운 것. 진탕: 떨리고 울렁거림.

28)多方다방: 여러 가지. 여러 개. 많은 의미.

29)卬앙: 바라보다.

3)步列星보렬성: 헤아리다. ‘많은 별을 헤아리며 밤을 새다.‘ 극명: 날이 새다

四.

竊悲夫蕙華之曾敷兮,⑴ 紛旖旎乎都房⑸,

何曾華之無實兮,⑹ 從風雨而飛颺⑺.

혜초꽃이 겹겹이 피어

큰 화방에 가루 되어 무성한데 남몰래 어이 슬퍼하는지.

어찌 겹겹이 핀 꽃이 열매 없이

비바람을 따라 흩날리는가.

⑴ 蕙華 : 蕙草, 좋은 향내가 나는 난초에 속하는 풀.曾敷 : 겹겹이 피다.

⑶ 旖旎 : 盛한 모양,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양, 깃발이 펄럭이는 모양.

乎 : 於 와 뜻이 같음. 都房 : 큰 花房.

⑹ 曾華 : 겹겹이 핀 꽃.

⑺ 飛颺 : 飛揚과 상통함. 날아가다, 흩날리다.

以爲君獨服此蕙兮, 羌無以異於衆芳.

閔奇思之不通兮,⑻ 將去君而高翔,

임을위함으로써 홀로 그 혜초를 입고 있으나,

아!임은 다른 꽃과 구별해 보지 않으시네.

충성 어린 마음이 통하지 않음을 슬퍼하니

장차 군주를 떠나 높이 날으리라.

⑻ 奇思 : 기이한 생각. 여기서는 충성 어린 마음을 나타냄.

心閔憐之慘悽兮,⑼ 願一見而有明,

重無怨而生離兮,⑽ 中結軫而增傷,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임을한 번 뵙고 뜻을 아뢰기를 원하나

원한도 없이 멀쩡히 버림받은 것을 깊이 생각하네.

마음이 맺혀 아픔을 더하니

⑼ 慘悽 : 마음이 슬프고 쓰리다.

⑽ 重 : 깊이 생각하다, 심히 생각하다, 중히 여기다.

豈不鬱陶⑾而思君兮, 君之門以九重,

猛犬狺狺⑿而迎吠兮, 關梁⒀閉而不通,

어찌 마음이 울적하여 군주를 생각지 않으리요?

임계신 집의 문이 아홉 겹이니

사나운 개가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 짖어대며 맞이하고,

관문과 교량이 막혀 통하지 않으며

⑾ 鬱陶 : 마음이 답답함, 의기가 꺾여 위축된 모양.

⑿ 狺狺 : 개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어뜯는 소리.

⒀ 關梁 : 관문(關門) 과 교량(橋梁)

皇天淫溢而秋霖兮,⒁ 后土⒄何時而得漧.

塊獨守此無澤兮,⒅ 仰浮雲而永歎.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려 가을에 장마지니

이 나라의 땅은 언제나 마를것인지.

홀로 이 물이 없는 못을 지키며

뜬 구름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네.

⒁ 皇天 : 하늘의 敬稱. 淫溢 : 비가 많이 내린다는 뜻. 秋霖 : 가을 장마.

⒄ 后土 : 토지를 맡은 신, 국토.

⒅ 塊獨 : 홀로, 孤立, 孤獨. 無澤 : 물이 없는 못, 왕의 은총을 받지 못함을 비유.

五.

何時俗之工巧兮, 背繩墨⑴而改錯,

卻騏驥⑵而不乘兮, 策駑駘⑶而取路.

어찌 세속이 (바르지 않고) 교묘한가?

법도를 어기고 잘못되어

駿馬를 팽개치고 타지 않으며,

느린 말을 채찍질하여 갈길을 취하네.

⑴ 繩墨 : 먹줄, 法, 法度, 準則.

⑵ 騏驥 :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駿馬.

⑶ 駑駘 : 느린 말, 굼뜬 말.

當世豈無騏驥兮, 誠莫之能善⑷御.

見執轡者非其人兮, 故國跳⑸而遠去.

당세에 어찌 駿馬가 없으리요,

진실로 능히 말을 잘 부릴 수 없음이로다.

고삐를 잡고 있는 자를 보면 그 사람이 아니거늘,

말이 서서 몸부림치며 뛰어 멀리 가네.

⑷ 善 : 잘하다.

⑸ 國跳 : 말이 서서 몸부림치며 뛰다.

鳧鴈皆唼夫粱藻⑹兮, 鳳愈飄翔而高擧.

圜鑿而方枘兮, 吾固知其鉏鋙⑺而難入.

오리와 기러기 모두 기장과 물풀을 쪼아 먹으며

봉황이 가벼이 날아 높이 올라가네.

둥근 구멍과 네모진 자루가

내 진실로 서로 어긋나 들어가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네.

⑹ 梁藻 : 기장(수수)과 물풀.

⑺ 鉏鋙(서어) : 서로 어긋남.

衆鳥皆有所登棲兮, 鳳獨遑遑而無所集.⑻

願銜枚而無言兮,⑼ 嘗被君之渥洽⑽.

뭇 새가 올라 깃들 곳이 있지만

봉황만은 갈 곳 없이 헤매이며 모일 곳이 없도다.

재갈을 물고 말을 하지 않음을 원하니

예전에는 군주의 두터운 은덕을 입었었네.

⑻ 遑遑 : 마음이 몹시 급하여 허둥지둥하는 모양, 갈 곳 없이 헤매는 모양.

⑼ 銜枚(함매) : 옛날에 진군할 때에 군졸이나 말이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입에다 나무를 물리던 일에서 인용됨.

⑽ 渥洽(악흡) : 두터운 은덕(隱德).

太公⑾九十乃顯榮⑿兮, 誠未遇其匹合⒀,

謂騏驥兮安歸? 謂鳳皇兮安棲?

太公은 九十 세에야 이름을 드러냈으니

진실로 그 알맞은 짝을 만나지 못했음이라.

준마(駿馬}에게 어디로 돌아가라고 말하리요?

봉황에게 어디에 머물라고 말하리요?

⑾ 太公 : 周初의 賢臣인 呂尙. 90세에 文王을 만남.

⑿ 顯榮 : 입신하여 번영함, 이름을 날리다.

⒀ 匹合 : 알맞은 짝, 동지.

變古易俗兮世衰, 今之相者⒁兮擧肥,

騏驥伏匿而不見兮, 鳳皇高飛而不下,

옛 좋은 풍속이 바뀌어 세상이 쇠하니

오늘날의 말을 가려내는 자는 살찐 말만을 내세우네.

駿馬는 숨기어 보이지 않고

봉황은 높이 날아 내려오지 않으니,

⒁ 相者 : 會同같은 것의 禮式을 행할 때 주인을 돕는 사람. 또는 관상쟁이, 相人.

鳥獸猶知懷德兮, 何云賢士之不處,

驥不驟進⒂而求服兮, 鳳亦不貪餧⒃而妄食.

새와 짐승이 또한 바른 덕을 지닐 줄 안다면

어찌 어진 선비가 있지 않고,

준마가 급히 나아가 타기를 구하지 않으며,

봉황이 먹을 것을 찾아 무턱대고 먹는다고 말하겠는가?

⒂ 驟進(취진) : 급히 나아가다.

⒃ 貪餧(탐위) : 먹을 것을 찾다.

君棄遠而不察兮, 雖願忠其焉得.

欲寂漠而絶端兮, 竊不敢忘初之厚德,

군주가 멀리 버리고 돌아보지 않으시니

비록 충성하기를 원하나 어찌할 수 있으리요.

조용히 모든 생각을 끊고자 하나

처음의 도타운 덕을 감히 잊을 수 없어서

獨悲愁其傷人兮, 馮鬱鬱⒄其何極?

홀로 상처받은 사람(군주)을 슬퍼하며 가슴 아파하니

분하고 답답한 마음 그 어느 때 그치겠는가.

⒄ 鬱鬱(울울) : 기분이 언짢은 모양, 우울한 모양.





어부 漁父

[은자주]고문진보에 <어부사>로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다.

屈原旣放, 游於江潭, 1]

行吟凙畔,2] 顔色憔悴,

形容枯搞.3]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상수의 못에서 배회하며

연못가를 거닐며 시를 읊고 있었는데 안색이 초췌하고

모습이 몹시 야위어 있었다.

1)江潭강담: 상강(湘江)의 못.

2)畔택반: 연못가.

3) 枯고고: 몸이 야위다.

漁父見而問之. 曰..

「子非三閭大夫與? 4] 何故至於斯.」

어부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닌가?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왔는가?”

4)삼려대부: 초 왕실의 삼성(三姓)인 소(昭), 굴(屈), 경(景) 삼가(三家)의 벼슬.

屈原曰..

「擧世皆濁我獨淸,5]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6]

굴원이 말하였다.

“모든 세상이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있으니

이런 이유로 추방되었습니다.”

5)擧世거세: 온 세상.

6)見放견방: 추방당하다. 쫓겨나다.

漁夫曰..

「聖人不凝滯於物,7] 而能與世推移. 8]

世人皆獨, 何不淈其泥 9] 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鋪其糟而歠其釃?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

어부가 말하였다.

“성인은 물(속세의 것)에 얽매이지 않아서

능히 세상과 더불어 따라서 옮아간다.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면

당신도 왜 그 흙탕물을 튀겨서 물결을 일으켜 보고,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거든

당신도 술지게미를 배불리 먹고

밀술을 들이마시지 아니하는가?

어찌 깊이 생각하고 고고하게 처신하면서

스스로 쫓겨나게 되었는가?”

7)凝滯於物(응체어물): 속세의 일에 얽매어 막히다.

8)與世推移(여세추이): 세속과 더불어 따라서 옮아간다.

9)淈其泥(굴기니): 진흙물을 흐리게 하다.

屈原曰..「吾問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10] 受物之汶汶者乎? 11]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12] 而蒙世俗之塵埃乎?」13]

굴원이 말하였다.

“저는 들었습니다.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머리관을 털어야 하며,

새로 목욕하는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이 깨끗한 몸을 가지고

더러운 세상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강 물고기의 뱃속에서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깨끗한 결백으로

세속의 먼지를뒤집어 쓸 수 있겠습니까?”

10)察察찰찰: 맑고 깨끗한 것.

11)汶汶문문: 더럽고 욕된 것

12)皓皓호.호: 희고 깨끗한 모양.

13)蒙몽 : 뒤집어 쓰다.

漁夫莞爾而笑,14] 鼓枻而去. 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어부가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노로 뱃전을 두드리며 떠나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창랑수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만하고

창랑수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만하네.”

마침내 떠나서 다시 말이 없었다.

14)莞爾완이: 빙그레 웃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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