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
-김창범
누가 재가 되었다고 했는가
부러져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되었다고 했는가
모래틈에서 터진 민들레 꽃잎 속에서
명주실같이 감기는 물소리가 되어
아 누구에게나
숨 넘어갈 듯이 달려오는 것
꽃들이 흐드러지게 웃어 댄다고 모르겠느냐
바람들이 수선을 떨며 쏘다닌다고
누가 잊어버리겠느냐
생각해서야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함쳐야 들리는 것은 더욱 아니다
모두 모두 떠나고 만 봄날
길고 긴 낮잠 속에서도
자꾸만 흔들리며 밀리며 일어나는
저 수많은 소리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8206
www.youtube.com/watch?v=qZMqj04U76w
김창범 제1시집, 봄의 소리, 창작과 비평사, 1981.
1972년 가을 『창작과비평』에 「산」,「불행」,「달」,「소리」 등 8편의 신인작품을 발표하여 70년대의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는 김창범 시인의 처녀시집.
김창범 제2시집, 소금창고에서, 인간과문학사, 2017.
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4600
김창범 제3시집, 노르웨이 연어, 보림출판사, 2020,12.4.
노르웨이 연어
북해 저 아득한 바다를 쏘다니다가
거친 파도를 뚫고 달려와 마침내
어판장 도마 위에 네 큰 몸을 눕혔구나.
싱싱한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날카로운 주둥이가 이젠 굳게 닫혔지만,
아직도 매끈한 청비늘을 번쩍이며
네 부릅뜬 눈은 돌아갈 바다를 찾는구나.
노르웨이 연어라는 네 명찰에는
오십오만 원짜리 가격표도 선명한 데,
네 평생의 노동과 사랑과 눈물을
심해 바닷물에 씻어서 잘 거두어 놓았다만,
이리저리 해체당한 네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 갔는가?
고향 가는 길을 찾고 찾아 회귀하는
네 수다한 수고와 희생을
어찌 몇 접시 세상 값으로 매기겠는가?
적나라하게 휘두르는 운명의 칼에
몇 덩이 살코기로 남겨진 연분홍빛 연어를 보라.
우리도 때가 되면 눕혀지리라.
세상이 달아주는 명찰을 붙이고 저 도마에 누워
푸르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리라.
(2019 겨울호, 계간 인간과문학)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창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안동과 부산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나와 현대경제 기자로 시작하여 한동안 광고전문가로 살았다. 아리랑TV 임원으로 공직을 마치고 목회자로서 선교 활동에 참여했다. 미래한국, 북한구원운동, 손과마음, 더디아스포라선교회 등 북한선교 활동에 참여했으며, 유라시아 지역의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을 해 왔다. 창작과비평 1972년 겨울호에 ‘산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고 1981년에 첫 시집 ‘봄의 소리’(창비시선 31)를 출간하고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시’라는 엔솔로지(1985, 기민사)에 참여했고 30여년이 지나 두 번째 시집 ‘소금창고에서’(인간과문학사, 2017)를 출간하였다. 기타 저서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도서출판 언약, 2007), “북한의 고통 10가지”(손과마음, 2010), “예수의 품성을 가진 크리스천”(역서, 국제제자훈련원, 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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