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ㅡ 정지용(1902-195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1] 황소[2]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https://ko.wikipedia.org/wiki/%EC%A0%95%EC%A7%80%EC%9A%A9
정지용(鄭芝溶, 1902년 6월 20일 (음력 5월 15일)[1] ~ 1950년 9월 25일)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다. 아명은 지룡(池龍)이다.
작품
- 〈향수〉(鄕愁)
- 〈유리창〉
- 〈바다9〉
- 〈비〉
- 〈장수산〉(長壽山)
- 소설 〈삼인〉(三人)
- <춘설>
- <고향>
https://kydong77.tistory.com/20752
별 1
ㅡ 정지용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잇은듯 가깝기도 하고,
잠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 듯, 솟아나 듯,
불리울 듯, 맞어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이는 회한에 피여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별 2
ㅡ정지용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海圖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휙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쓰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大雄星座가
기웃이 도는데!
청려淸麗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재기 노래 없이도
잠이 들다.
《유리창》은 1930년〈조선지광〉에 수록
유리창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잦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섯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운 화재가 오른다.
<정지용 시집>
https://www.youtube.com/watch?v=r-JvRJq_OGk
백록담(白鹿潭)
ㅡ 한라산 소묘(素描)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海拔六千呎(해발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山(산)길 百里(백리)를 돌아 西歸浦(서귀포)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 ─ 움매 ─ 울었다. 말을 보고도 登山客(등산객)을 보고도 마고 매여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毛色(모색)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風蘭(풍란)이 풍기는 香氣(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濟州(제주) 회파람새 회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 ─ 솨 ─ 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避(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石茸(석이)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高山植物(고산식물)을 색이며 醉(취)하며 자며 한다. 白鹿潭(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山脈(산맥)우에서 짓는 行列(행렬)이 구름보다 莊嚴(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白鹿潭(백록담)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不具(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一抹(일말)에도 白鹿潭(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白鹿潭(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祈禱(기도)조차 잊었더니라.
*구성 - 총 9련(聯)
<해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lby56&logNo=221500241799
https://www.youtube.com/watch?v=0WljZ5Jc1q4
https://www.youtube.com/watch?v=XQP1iem1tF0
https://namu.wiki/w/%EB%AA%A8%EB%8D%94%EB%8B%88%EC%A6%98(%EB%AC%B8%ED%95%99)
주요 작가[편집]
- 최재서 : 모더니즘을 도입하였다.
- 김기림 : 이론화에 성공하였다. 최초의 모더니스트라 불린다.[1]
- 김광균 : 작품화에 성공하였다. 회화성에 기초한 이미지즘 시창작.
- 이상 : 작품화에 성공하였다. 다다이즘적인 성향이 보인다.
- 장만영
- 장서언
- 정지용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9346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https://www.youtube.com/watch?v=PXo6WvqX8OQ
https://www.youtube.com/watch?v=OG6QWoNQcKU
https://www.youtube.com/watch?v=vxvJ6rFlehU
https://www.youtube.com/watch?v=GYZbRNVOhHI
산너머 저쪽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嶺)우에서 *영(嶺:재,고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너머 저쪽 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어 쩌 르 렁!
산너머 저쪽 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 봄 들며 아니 뵈네.
위 사진의 '매끝'은 '뫼끝'의 잘못. '뫼'는 山의 고유어.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1]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2].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MnPLhzZmovk
백록담(白鹿潭)
ㅡ한라산 소묘(素描)
― 정지용
1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팔월)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巖古蘭(암고란), 丸藥(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白樺(백화) 옆에서 白樺(백화)가 髑髏(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白樺(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鬼神(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海拔六千呎(해발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山(산)길 百里(백리)를 돌아 西歸浦(서귀포)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 ─ 움매 ─ 울었다. 말을 보고도 登山客(등산객)을 보고도 마고 매여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毛色(모색)이 다른 어미한틔 맡길것을 나는 울었다.
7
風蘭(풍란)이 풍기는 香氣(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濟州(제주) 회파람새 회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굴으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 ─ 솨 ─ 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避(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石茸(석이)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高山植物(고산식물)을 색이며 醉(취)하며 자며 한다. 白鹿潭(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山脈(산맥)우에서 짓는 行列(행렬)이 구름보다 莊嚴(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白鹿潭(백록담)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不具(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온 실구름 一抹(일말)에도 白鹿潭(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白鹿潭(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祈禱(기도)조차 잊었더니라.
*구성 - 총 9련(聯)
<해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lby56&logNo=221500241799
https://www.youtube.com/watch?v=uzHoA0r9CUM
https://www.youtube.com/watch?v=GYZbRNVOhHI
https://kydong77.tistory.com/20752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9123#0DKU
https://www.ktsketch.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6
鴨川
鴨川(압천,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는 저물어...저물어... .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바시여라.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는 저물어...저물어... .
윤동주, 서시
서시
ㅡ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XyDvS1ZYfs
https://www.youtube.com/watch?v=uyl1e3WW9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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