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단상
ㅡ 김 창범
내 친구는 일흔이 되면 집을 짓겠단다.
은하수처럼 잔잔하게
물 위에 뜬 하얀 집을 짓겠단다.
평생을 일했으니 그만한 위로와 휴식이 필요하단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기슭에서 고향처럼 오래 살고 싶은 집,
남은 인생이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위엄도 있고 단조로움도 있고 부러움도 덧입혀
까마득히 높게 올려다 보이는 풍경風響을 달고 싶단다.
집이란 밥 먹고 적당히 일하면서 즐기는 공간이라지만
시간을 쌓아가며 영원 속으로 늙어가는 곳이 아니던가?
누구도 기둥과 지붕과 벽과 창을 넘지 못하고
어느 날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영혼의 겉옷이 아니던가?
그래서 남은 자식에게 유언을 하듯 집을 짓고 싶단다.
겉옷 한 자락이나마 지상에 걸쳐두고 싶단다.
/2014. 봄, 계간 《불교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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