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릉조(小陵調)>

─ 七十年 秋日에─

천 상 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설치물1 -들꽃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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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화 >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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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

-이해인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추어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날마다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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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고백>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도라지 & 매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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