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그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백합꽃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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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序詩)>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백합 &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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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163>

-김초혜


그대와 보낸

세월은

짧기만 한데

그대 기다리는

하루는

길기만 하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얼굴로

돌아와

내게

절을 하고 섰는

그대


인사도 없이

떠나려든

내 손을 잡아주오

그대 손을 놓고

편안히 떠나려오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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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13>

-김초혜


서로 잊으며

켜지 않는 불


잡혀지지 않는 것

붙잡지 않으면서

어쩌려고

얼굴엔

얼룩울짓나


하나의 눈짓을

다른 눈짓으로

베어 내려는

눈부신 어지럼증


허깨비의 울음 말고

조그만 웃음이 되어

그대

마음에 뜨는

달이고 싶다

<사랑굿 33>

-김초혜


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흐르다 만나지는

아무 데서나

빛을 키워 되얻는

너의 모습


생각이 어지러우면

너를 놓아 버리고

생각이 자면

네게 가까이 가

몇개의 바다를

가슴에 포갠다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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