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중/T. S.Eliot의 '황무지` 번역 답글

[답글 1]

처음에는 간단한 隨想형식의 글을 쓰려하였으나 생각은 이리저리 가지를 치고 당초 의도와 다르게 내용이 전개되기도 하여 긴밀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고, 또 글쓰기가  단속적으로 되다보니 구성면에서도 엉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좀 산만하더라도 일단 글을 시작하고 끌어 나가보자는 생각이 일었다.글을 아직 끝까지 다 쓰지 못해 연재형식으로 'tentative'한 글을 써나가며, 각 회의 글을 올린 후 생각이 바뀌면 먼저 회분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마지막 회분이 끝난 후 완결된 전체 글을 다시 게재하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까 합니다.  각 회분에서 친구들의 피드백이 있으면 내용을 수정보완 하는데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일어납니다. 참고로 이 응답글은 '황무지' 마지막 회(6월 30일)에 대한  저의 꼬리글(7월 2일)에서 제시한 주제(현대성의 난해함과 형식미에 나타난 自我)를 대체로 따라갈 것입니다. ----------------------------------------------------------- 序'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이 독백은 소리 내어(pronounced) 던져진 Shakespearean dramatic monologue일 수도 마음속에서 의식으로 흐르는 (overheard) Joyce's interior monologue일 수도 있다. 이 독백 속에는, 어느 경우이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감시하고 성찰하는 自我가 고개를 들고 있다. 소극적으로는 自嘲를, 적극적으로는 자신의 운명 또는 세상의 틀을 바꿀 지도 모르는 먼 시작일 수도 있을 것이다.1. 존재Being.인간human being은 하나의 존재이다.살아있는 존재(생명체)는 그가 설(담길) 자리(a place)가 필요하다.그 존재의 조건은 'being in a time-space'이다.A가 차지한 공간(time-space)은 B(타자)에게 배타적이다.(A만의 공간은 타자와 동시에 포개어질 수 없다.)따라서 B는 A와 '다른' 시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가설1):이 존재의 배타성은 삶의 조건으로 모든 생명체의 본능에 잠재 되어 있다.공동체에서는 이 배타성은 완화된다. 이 배타성의 완화, 또는 친화력의 보완으로(척력과 인력의 조절로) 생명체는 생존능력을 높이려고 한다. 이 배타성의 경합(경쟁)으로 개체 내에서도 'time' 요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즉 수명(life-span)도 이 배타성과 함수관계를 가진다. 한 개체의 기관(cell, organ)에서도 이 관계는 적용된다. 例; 한 그루의 나무에서 묵은 잎들이 새 잎에 '자리'를 내주는 현상. (가설2):생체는 '배타적' 시공간을 확보하려는 본능의 경합(경쟁)으로 새로운 시공간으로 이동하며, 따라서 새로운 환경조건에 노출되고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게 된다.(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비우호적 경쟁이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수십만 년 동안에 엄청난 공간을 이동하였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다시 북아메리카를 거쳐 남아메리카로. 그들은 아마도 식량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본능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근대인들은, 어느 정도 본능의 요구를 넘어서면서, 문명의 전개과정에서 내적성찰(introspection)을 강화하였다. 성찰의 대상은 바깥세계뿐만 아니라 그 세계와 개인의 관계,그리고 '나'자신의 어둠 같은 내면에까지 이르렀다.계몽주의시대를 거치며 문명의 전개에 참여자는, 시민사회의 저변이 확대됨으로써,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산업혁명은 혁신(innovation)의 충격파를 인간정신의 내면에까지 던졌다. 개명된 개인들은 자아의 정체성 혼란과 더불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경쟁적 환경 속에 각자의 존재양식을, 설 자리를 정해야할 부담을 自我에게 지웠다.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연결자로서 심리학의 발전은 19세기 이후의 인간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데 크게 유용한 도구가 되었고 나아가 현상의 촉매 기능까지 하게 되었다.여기서 존재Being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다음의 自我의 외부세계에 대한 반응에 본능의 흔적을 연결 지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답글 2]
2. 자아의 재발견:    - 자의식(self-consciousness)과 내면의 성찰Friedrich Nietzsche((1844-1900)는 그의 철학적 저작을 통하여 기존의 가치체계를 근본에서 흔들어놓고 사유의 중심으로서 개인을, 문명의 건강성을 강화해야한다고 역설하였다.개인은 모든 기존의 가치를 되묻고 창조적 역동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가치에는 神뿐만 아니라 계몽주의시대 이래의 이성에 기초한 합리주의도 포함 된다. 그의 철학의 영향력은 20세기에 들어서는 실로 다방면에 걸쳤으나 심리학과 예술일반에서 특히 지대하였다. Nietzsche의 개인중시 사상은 심리학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자기 성찰적 사고를 증폭시켰다. 무의식(unconsciousness)의 발견과 S. Freud(1856-1939)의 정신분석학은 인간 정신의 내면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더불어 自我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 지성인들 특히 문학 분야에서 많이 탐색되었다. 실제로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는 인간정신의 심연을 드려다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마음)과 세상의 관계를 조명한 걸출한 인물이 많이 나왔다. 또한 세기 말의 불안정과 제일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고조된 개인의 자의식에 의한 인간이성에 대한 회의의 증폭과 더불어 계몽주의적 유산에 대한 반동이 여러 분야에서 모더니즘운동으로 나타났다.[일반에 많이 알려진 바와 달리 무의식(the unconscious, the unconscious mind)은 Sigmund Freud에 의해 발견된 것이 아니라 William James(1842-1910)가 'Principles of Psychology'라는 저서에서 'unconscious', 'subconscious'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James는 그의 저서에서 mind-world connection을 'in terms of a 'stream of consciousness''라고 기술함으로써 '의식의 흐름'이란 표현을 만들어 내었고, 문학에서는 May Sinclair(1863-1946)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Freud는 초기에는 정신을 'the unconscious, conscious, subconscious'로 나누었으나 후에 'id, ego, super-ego'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설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ego는 id와 super-ego의 중재자로서 두 욕망 사이의 균형을 이루며 외부세계에 반응하려고 한다.]Joseph Conrad(1857-1924), William B. Yeats(1865-1939), Marcel Proust(1871-1922), C. J. Jung(1875-1961), James Joyce(1882-1941), Ezra Pound(1885-1972)등이 T. S. Eliot(1888-1965)이 그의 詩作을 형성할 때 영향을 미쳤을 직전, 또는 동시대에 활동한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특히 James Joyce는 Eliot과 비슷한 활동시기에 소설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야심적인 대표작 'Ulysses(1918-22)와 Finnegans Wake(1923-39)를 발표하였다.그는 소설형식에서 내면의 독백(interior monologue)을 '의식의 흐름'기법을 이용하여 신화, 역사, 문학 등에서 가져온 방대한 상징들로써 造語, 同音異義재담(puns), 引喩(allusions)들로 구성된 독특하고 혁신적 산문언어를 구사하였다. Joyce는 '나는 '율리시즈'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enigmas and puzzles)를 숨겨놓았다. 앞으로 수 백 년 간 대학교수들이 이를 풀어내느라 바쁠 것' 이어 '이것이야말로 불멸에 이르는 길' 이라고 말하였다 한다. 그는 그에게 폐쇄와 억압의 상징인 더블린을 20세 되던 1902년에 떠나 유럽대륙에서 유랑생활을 하였다. 그러면서 호머의 오디세우스의 유랑에 병치되는 1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율리시즈'를 고향 더블린을 무대로 그 소설을 시리즈로 발표하였다. Eliot은 이 소설의 초기 시리즈(에피소드)를 읽고 그의 詩 '황무지'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의식의 흐름'기법을 사용하여 쓴 작품은 1910-1911년(발표는 1915) '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으로 인정된다.  Ezra Pound는 1917년 'The Cantos'의 1차 초안(fragmentary epic)을 쓰며 'The modern world needs such a rag-bag to stuff all its thoughts in.'라고주장하였다. 이 말은 세상은 더 이상 주역(영웅)만이 소리를 내는 역사(서사시)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는 또 'Make it new'라며 시인들에게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명하였다.Eliot은 자신의 '황무지'를 운문으로 쓴 중얼거림 'a rhythmical grumbling'이라고 하였다. '내면의 독백을 몰고 있는 고조된 자의식 -自我의 작동은 19세기말이후 진지한 문학작품들의 특성인 듯하다. 특히 '의식의 흐름' 기법은 유행처럼 많은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음이 알려져 있다.여기서 잠시 Joyce와 Pound 그리고 Eliot의 심리를 들여다보자.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Joyce는 작품의 혁신성과 불멸성에 강한 욕구를 내보이고 있다.바꿔 말하면 'different' from others, 'distinct' from others 로 'a place in the Temple of Fames'라는 '자리'에 대한 원초적 본능을 읽을 수 있다.Pound는 modernist운동을 이끌며 'new' 패러다임을,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이것은 기존의 가치와 패러다임을 부정하려는 심리의 발로이고,Eliot은 새로이 조명된 전통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Eliot의 경우 a little different from the different tendency(new wave)의 입장이다.그는 작가의 전통에 대한 관계를 강조하며 말한다:'We shall often find that not only the best, but the most individual parts of (a poet's) work may be those in which the dead poets, his ancestors, assert their immortality most vigorously.'

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5 -마지막 총정리

The Wasteland by T. S. Eliot [荒蕪地 전문]


나는 ‘쿠마에’라는 곳에서 내 눈으로 직접 무녀[巫女, Sibyl]를 보았소, 그녀는 독안에
매달려 있었는데, 소년들이, “당신은 무얼 원하느냐?”라고 물으니 “나는 죽고 싶어.”라고
대답하더이다.

더욱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 에게


I.The Burial of the Dead, 死者의 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을;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
‘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
-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명성 자자한 천리안, ‘소소트리스’부인은
독감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 영특한 카드 한 벌로
유럽에서 제일 현명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의 카드가 나왔어요,
물에 빠져죽은 페니키아 뱃사람이에요,
(보세요!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잖아요.)

이 카드는 미녀 벨라도나, 암굴의 여인인데, 중요할 때면 등장하지요.
이것은 세 지팡이와 함께 있는 사나이, 이것은 수레바퀴,
그리고 이것은 외눈박이 장사꾼, 또 이것은
텅 빈 카드, 그가 무언가 등에 짊어지고 가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매달린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을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혹시 ‘에퀴톤’ 부인을 만나거든
천궁도[天宮圖]는 내가 직접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까요.

허황한 도시,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속에,
런던 다리 위 흘러가는 사람들, 많기도 해라,
죽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망친 줄 나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 짧은 한숨들 내쉬며
저마다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간다.
언덕길을 올라 ‘윌리엄’왕 거리로 내려서면
‘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홉 시의 마지막 아홉 점 죽어가는 소리.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그를 붙잡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한 배 탔던 자네!
지난 해 자네가 뜰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일세,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피겠나?
혹시 서리가 느닷없이 묘상[苗床, Bed]을 뒤흔들진 않았었나?
아, 그 인간의 친구라는 개를 멀리하게,
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들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II.A GAME OF CHESS, 장기 한 판

여인이 앉은 의자는 번쩍이는 옥좌 같이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은,
열매 열린 포도덩굴들, 그리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황금빛 큐피드들이 - 그 중 하나는 제 날개로 제 눈 가렸지 -
만든 기둥들 의지해 서있는 거울은
일곱 가지 촉대 불빛 두 배로 부풀려 테이블 밝히며
공단 보석함에 담긴 채 아낌없이 내뿜는
그녀 보석들의 광채와 마주친다.
상아 약병들 색유리 향수병들 마개 열리니,
물로, 가루로, 연고로 된
신비로운 향기들 잠행하며
감각은 괴롭게, 어지럽게, 취하노라,
창으로 들어온 산뜻한 바람에
향기는 일렁이며 촛불불길 잡아당겨
화려한 천정까지 연기 끌어올리며
격자천정 장식들 흔들어 깨운다.
구리를 먹고 자란 거대한 바다나무
색색 대리석 벽난로 속에 녹색 주황색으로 타오르면,
그 슬픈 빛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 상[像] 하나.
고풍 벽난로 선반 위에는, 창문으로 숲속 극장 보여주듯
무지막지한 왕에게 끔찍한 욕을 당하고 새가 된
‘필로멜라’ 이야기가 걸려있는데,
그 나이팅게일의 신성한 울음소리 온 사막에 가득하고
여전히 울고 있건만, 여전히 음란한 세상
더러운 귀엔 ‘쩍 쩍’이라고 들릴 뿐.
그리고 시든 세월의 그루터기들을 이야기하는
벽면의 또 다른 얼굴들은
밖으로 쓰러질듯 노려보며 방안을 에워싸 고요히 만든다.
계단을 질질 끄는 발자국소리.
불빛아래, 빗질된 여인의 머리칼은 퍼지며
불꽃처럼 끝이 서서
말할 듯 타오르다가, 성난 듯 고요해진다.

‘오늘밤은 내 기분이 좋지 않군요. 그래요, 좋지 않아요. 가지 마세요.
‘내게 이야기 해주세요. 왜 도대체 이야기를 안 하시나요. 하시라니까요.
‘당신은 무슨 생각하고 있나요? 무엇을 생각하나요? 무엇을?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나는 우리가 쥐구멍에 있다고 생각하오,
죽은 사람들이 뼈다귀들 잃는 곳 말이요.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문밖의 바람이오.

‘지금 저 소리는 뭐에요? 바람이 무얼 한단 말이에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무 것도 보지 않나요? 당신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나요?’
나는 기억하오,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소.

‘당신은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당신 머릿속엔 아무 것도 없단 말에요?
오로지
오 오 오 오 저 셰익스피어 식의 가락뿐 -
그토록 맵시 있고
그토록 재치 있는

‘나는 이제 무얼 할까요? 나는 무얼 할까요?’
‘나는 이대로 뛰쳐나가, 거리를 걸을 테요
‘머리칼은 이렇게 산발한 채. 우린 내일 무얼 할까요?
‘우리는 두고두고 무얼 할까요?’

열 시엔 더운 물 쓰고.
비가 오면 네 시엔 지붕 덮인 차를 타고.
그리고 우리는 장기 한 판 둔 다음,
초조한 눈 치켜뜨며, 문 두드리는 소리 기다릴 거요.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까, 네 몸도 좀 꾸며라.
이 해 박으라고 준 돈은 무엇에 썼느냐고 물어볼 거야,
그는 분명히 주었어, 나도 봤는걸.
릴, 죄다 빼버리고 참한 걸로 해 박아요,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어, 나는 당신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나도 참을 수 없어, 나도 말했지, 불쌍한 앨버트를 생각해봐,
4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살았으니, 이제 재미도 좀 보고 싶겠지,
그런데 네가 그걸 해주지 않으면 남이 할 거야, 내가 말했어.
아, 그렇구나, 그녀가 말했지. 뭐 그런 거지, 내가 말했어.
그렇다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겠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게 싫다고 해도 너는 참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했지,
네가 못한다면 남들이 골라잡을 거야.
앨버트가 정말 떠난다면, 그건 대화가 부족해서가 아닐 거야.
너는 그렇게 늙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해야 해, 내가 말했어.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한 살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지,
그것을 지우려고 먹은 알약들 때문이야, 그녀가 말했어.
(그녀는 벌써 다섯이나 낳았고, 막내 조지 때는 거의 죽을 뻔했지.)
약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도무지 전 같질 않아.
너는 정말 바보로구나, 내가 말했어.
만약 앨버트가 가만 두지 않는다면 어떡할래,
아기도 안 낳을 거면 뭐 하러 결혼은 한 거야? 라고 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앨버트가 집에 온 일요일, 그들은 뜨거운 돼지고기요리를 장만해놓고,
나를 만찬에 초대했지, 더울 때 맛보라고 했지 -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잘 자요, 빌, 잘 자요, 루, 잘 자요, 메이, 잘 자라, 애들아,
잘 자요, 안녕히.
안녕히 주무세요, 부인네들,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들,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III.The Fire Sermon, 불의 설교


강을 덮었던 천막 걷히고, 간당거리던 마지막 잎새들
축축한 강둑으로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 없이
황토벌판을 건넌다. 강물의 정령들도 떠났다.
고이 흘러다오, 정든 ‘템즈'여, 내 노래 끝날 때까지.
강물은 빈 병도, 샌드위치 포장지도,
비단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꽁초도,
그 어떤 여름밤의 증거물도 품지 않았다. 강물의 정령들은 떠났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 도회지 중역들의 빈둥대는 자제들도
떠나버렸다, 주소조차 남기지 않고.
‘레만’ 물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끝날 때까지,
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크지도 길지도 않으리니.
그러나 내 등에 부딪치는 한 줄기 찬바람 속에 나는 듣노라,
뼈다귀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입이 찢어져라 낄낄대는 웃음을.

쥐 한 마리 강둑 풀밭사이로
진흙투성이 배때기 문지르며 슬쩍 지나가는
어느 겨울날 저녁 나는 가스탱크 뒤로
탁한 운하에 낚시 드리우며
나의 형왕[兄王]이 난파당한 것을 묵상했고
그에 앞선 부왕[父王]의 죽음을 슬퍼했다.
하얀 알몸들은 낮은 습지에 뒹굴고
백골들은 비좁고 메마른 다락방에 버려져
해마다 쥐들 발길에만 뒤채이며 덜그럭거린다.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엔진소리, 경적소리, 그들은
‘스위니’를 샘터의 '포터'부인에게 데려다 주리라.
'포터'부인과 그 딸을 비추는
오, 휘영청 밝은 달이여
소다수로 발을 씻는 그들에게
오, 둥근 천정아래 아이들 합창소리여!

짹 짹 짹
쩍 쩍 쩍 쩍 쩍 쩍
그리도 무지막지 욕보았구나.
테레우

허황된 도시
한 겨울 한낮의 누런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의 상인 ‘유게니데스’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주머니엔
런던 입항 운임 및 보험료 매주(賣主)부담인
건포도와 일람불(一覽拂)증서들 잔뜩 지닌 채,
‘캐논’ 가 호텔에서 점심을 들자고
주말에는 ‘메트로폴’에서 놀자고
상스런 불어로 내게 청하더군.

보랏빛 시간, 인간의 두 눈과 등짝이 책상머리 떠나
위를 향하고, 인간의 엔진도 털털거리며
대기하는 택시처럼 기다리는 시간,
나, 쭈그러진 여인의 젖가슴 달린 늙은이, 비록 눈멀었으나
남녀 사이를 고동치는 ‘티레시아스’는 볼 수 있노라,
이 보랏빛 시간을, 귀가를 재촉하는 이 한때를,
뱃사람을 바다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타이피스트도 돌아와 아침 설거지하며,
난로에 불붙이고 통조림 음식들 늘어놓게 하는 이 저녁을.
창 밖에는 위태로이 널린
콤비네이션 팬티들 마지막 햇살 받고 ,
밤이면 침대 되는 소파 위에는
양말과 슬리퍼, 속옷과 코르세트들 쌓여있다.
쭈그러진 젖가슴 달린 늙은이, 나 ‘티레시아스’는
그 광경을 보고 그다음 일 예언하며 -
나 또한 예약된 손님 기다렸노라.
그가, 여드름투성이 젊은이가 도착했다,
눈매 당돌한 그는 소형주택업자의 서기이며,
‘브래드퍼드’ 전쟁졸부의 실크해트처럼
자신만만한 하류계층이었다.
딱 알맞은 시간이로군, 그는 헤아린다,
식사도 끝났고 여자는 나른하니
그녀를 껴안으려 애를 쓴다면
바라지 않았더라도 뿌리치지 않으리라.
얼굴 붉히며 작정하고 단숨에 덤벼든다,
더듬는 손길은 아무 방어도 만나지 않는다.
사나이의 허영은 반응을 원치 않으며,
여자의 무관심을 도리어 반기고 있다.
(그리고 나 - ‘티레시아스’는 침대건 소파건
이런 데서 행해지는 일들은 모두 겪어봤노라,
‘테베’의 성벽아래 앉아있기도 했고,
가장 천한 천민들 주검사이를 걷기도 했노라.)
사내는 마지막 생색내는 키스를 하고,
불 없는 계단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녀는 돌아서서 거울을 잠시 들여다보며
떠나버린 애인 따위는 지워버리고
되다만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 이제 그건 끝났어, 끝나서 시원하구나.’
아름다운 여자가 어리석음에 빠져
홀로 자기 방을 거닐 땐,
그녀 손은 자동적으로 머리칼 매만지며,
축음기에 레코드를 거는 것이리니.

‘이 음악은 내 곁을 미끄러지며 강물 따라’
‘스트랜드’ 거리 따라 ‘빅토리아’ 여왕 대로로 기어갔노라.
오, 도시, 도시여, 나는 이따금 듣노라,
하류 ‘템즈’ 강변 거리 싸구려 술집 지나노라면
기분 좋게 흐느끼는 만돌린 소리와
빈둥거리며 낮술 먹는 어부들 떨거덕거리며
떠들어대는 소리를: 그러나 거기
순교자 마그누스 성당 벽, 이오니아식의
흰빛 금빛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노라.

강물은 기름과 ‘타르’로
땀 흘리고
거룻배들은 썰물과 더불어
떠서 흐르며
붉고 넓은 돛폭들은
육중한 원목 돛대 돌며
바람맞이 한다.
거룻배들은
통나무들 물결에 씻으며
‘개들의 섬’을 지나
‘그리니치’에 다다른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엘리자베스와 레스터
노를 젓는데
뱃머리는
붉은빛과 황금빛
금박 입힌 조개
활기찬 물결들은
양쪽 기슭 찰랑이고
남서풍은
하얀 탑들을
종소리를
불러 내린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전차들과 먼지 덮인 나무들.
하이버리는 나를 낳았어요. 리치몬드와 큐는
나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나는
비좁은 카누 바닥에 등 붙이고 누워 두 무릎 세웠어요.’

‘나의 두 발은 무어게이트에 있었고 내 가슴은
내 발아래 짓밟혔지요. 그 일을 치룬 다음
남자아이는 울었어요. 그 애는 ‘새 출발’을 약속했고
나는 잠자코 있었지요. 내가 무얼 탓하겠어요?’

‘마르게이트’모래밭.
나는 이어갈 뿐이에요
허무와 허무를.
더러운 손들 찢어진 손톱들을.
기대할 것 하나 없는
불쌍한 내 동포를.’
라 라


카르타고에 나는 왔노라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탄다



IV.Death by Water, 수사[水死] 수장[水葬]


죽은 지 보름지난 ‘페니키아’ 상인 ‘플레바스’는
갈매기 울음도, 깊은 바다 물결도
남고 밑지는 것까지도 잊어버렸다.

바다 속 물결은
속삭이며 그의 뼈 발라냈다. 그가 물맴이로 들어와
그 속을 오르내릴 때마다
그는 청춘과 노년의 고비 고비를 다시 겪었다.

그대가 기독교도이든 유대인이든
오 그대가 바람과 맞서는 키잡이라면
'플레바스'도 한때 그대처럼 멋지고 웅대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


V.What the Thunder Said, 우레[雨雷]가 말한 것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돌아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 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으니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으니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서 쏟아지는 노래 소리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다만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 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도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 온다.

갠지스 강은 바닥보이고, 축 처진 나뭇잎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먹장구름은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로 모여들었다.
밀림은 말없이 웅크리며 도사렸다.
그러자 우뢰가 말했다

다타: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친구여, 내 가슴 뒤흔드는 피를
늙은이 분별로도 결코 움츠려들지 않고
찰라에 내맡기는 그 무서운 대담성을
바로 이것, 오직 이것으로, 우린 살아왔지만
우리 죽음 알리는 기사에서 행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착한 거미가 그물 덮어주는 碑銘에도 기록되지 않으며
우리의 빈 방에서 깡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에 남길 것도 아니다

다야드밤:
열쇠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단 한번 문에 꼽혀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하고, 저마다 제 감방에서
그 열쇠를 생각하며 감옥을 확인하노라
오직 밤이 와야만 허공에 뜬 소문들은 잠시 동안
몰락한 '코리오레이너스'를 회상시킨다

담야타:
돛과 노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배는 즐거이 따라왔노라
잔잔한 바다에 그대 초대 되었다면
그대 마음 또한 다스리는 손길에 순종하여
고동치며 즐거이 따랐으리라

나는 기슭에 앉아
그 메마른 들판 뒤로 하고 낚시를 드리웠다
하다못해 내 땅들만이라도 바로 잡아야겠지?
런던 다리 무너져요, 무너져요, 무너져요
그리고 그는 정화되는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나는 언제쯤에야 제비처럼 될까 - 오 제비여 제비여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왕자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히어로니모’는 또다시 발광했다.

다타.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4

 

V. What the Thunder Said 우[雨雷]가 말한 것 05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도는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서 쏟아지는 노래 소리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오로지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도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온다.

갠지스 강은 바닥 보이고, 축 처진 나뭇잎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먹장구름은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로 모여들었다.
밀림은 말없이 웅크리며 도사렸다.
그러자 우뢰가 말했다

다타: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친구여, 내 가슴 뒤흔드는 피를
늙은이 분별로도 결코 움츠려들지 않고
찰라에 내맡기는 그 무서운 대담성을
바로 이것, 오직 이것으로, 우린 살아왔지만
우리 죽음 알리는 기사에서 행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착한 거미가 그물 덮어주는 碑銘에도 기록되지 않으며
우리의 빈 방에서 깡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에 남길 것도 아니다

다야드밤: 열쇠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단 한번 문에 꼽혀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저마다 제 감방에서
그 열쇠를 생각하며 감옥을 확인하노라
오직 밤이 와야만 허공에 뜬 소문들은 잠시 동안
몰락한 '코리오레이너스'를 회상시킨다

담야타: 돛과 노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배는 즐거이 따라왔노라
잔잔한 바다에 그대 초대 되었다면
그대 마음 또한 다스리는 손길에 순종하여
고동치며 즐거이 따랐으리라

I sat upon the shore 423
나는 기슭에 앉아

Fishing, with the arid plain behind me 424
그 메마른 들판 뒤로 하고 낚시를 드리웠다

Shall I at least set my lands in order?
하다못해 내 땅들만이라도 바로 잡아야겠지?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런던 다리 무너져요, 무너져요, 무너져요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427
그리고 그는 정화되는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Quando fiam uti chelidon - O swallow swallow 428
나는 언제쯤에야 제비처럼 될까 - 오 제비여 제비여

Le Prince d'Aquitaine à la tour abolie 429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왕자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430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Why then Ile fit you. Hieronymo's mad againe. 431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히어로니모’는 또다시 발광했다.

Datta. Dayadhvam. Damyata. 다타. 다야드밤. 담야타.
Shantih shantih shantih 샨티 샨티 샨티 433



[# 424, Fishing ; 작품 주인공은 또다시 어부왕의 행세를 한다.
[# 425, Shall I at least ... ;
구약성서 이사야, Isaiah 38.1을 보면, 'Thus saith the Lord, Set thine house in order;
for thou shalt die, and not live.' '이것은 야훼의 말씀이오. '너의 왕실에 마지막 유시를
내려 기강을 바로잡아라. 너는 곧 죽게 될 것이며 다시 회복되지 못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황무지를 등 뒤로 하고 앉아 낚시를 하는 - 즉, 구원을, 재생을, 영원을 구하는 - 나는
얼마나 오래 동안 자신의 일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 426,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 영국 토속의 자장가.
Eliot은 여기서 서구문명붕괴의 상징으로 이 노래를 인용하고 있다.
그 옛날 로마시대부터 외침을 받아 부서질 때부터 이 노래가 생겨났다고
하며 수많은 version들이 있다고 함.
보통 불리는 가사는 다음과 같다.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wood and clay,
Wood and clay, wood and clay,
Build it up with wood and clay,
My fair Lady.

Wood and clay will wash away,
Wash away, wash away,
Wood and clay will wash away,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bricks and mortar,
Bricks and mortar, bricks and mortar,
Build it up with bricks and mortar,
My fair Lady.

Bricks and mortar will not stay,
Will not stay, will not stay,
Bricks and mortar will not stay,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iron and steel,
Iron and steel, iron and steel,
Build it up with iron and steel,
My fair Lady.

Iron and steel will bend and bow,
Bend and bow, bend and bow,
Iron and steel will bend and bow,
My fair Lady.
이하 생략

[# 427,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 = Then hid him in the fire that purifies them. ]
Dante의 신곡, 연옥편 Purgatorio, XXVI, 148행에서 인용.

''Ara vos prec per aquella valor
'que vos guida al som de l'escalina,
'sovegna vos a temps de ma dolor.'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Italian)

Therefore do I implore you, by that power
그래서, 당신을 계단 꼭대기까지 인도하는
Which guides you to the summit of the stairs,
힘을 믿고 내가 부탁드립니다,
Be mindful to assuage my suffering!
마음으로부터 내 괴로움 달래주소서!
Then hid him in the fire that purifies them.
그리고는 그들 죄를 씻는 정화의 불 속으로 사라졌다.

# Eliot은, 연옥에 나오는 정화의 불은 욕정의 불과는 전혀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재생과 질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되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

[# 428, Quando fiam uti chelidon (Latin)
= 'When shall I be like the swallow'(English).
‘비너스의 전야제, Pervigilium Veneris’ 라는 중세 작자미상의 시에서 인용함.
봄과 Venus를 노래하는 이 시 마지막 2 연에서는 Tereus - Procne - Philomela의
신화를 회상하며 슬픔에 잠겨있다. 여기서 Philomela는 Nightingale이 아니라, Swallow로
바뀐 것이다.
'Tereus의 여인이 백양나무그늘에서 노래하네요, 그녀 입에선 떨리는
사랑의 가락이 쏟아져 나올 뿐, 그 야만스러운 남편을 한탄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네요... 그녀는 노래하고 우리는 침묵해요. 나의 봄은
언제나 올까요? 나는 언제나 제비처럼 침묵을 멈추게 될까요? 나는
침묵 속에 Muse여신을 잃어버렸고, Apollo께서도 나를 거들떠보시지 않아요.'
Tennyson의 시, The Princess에서도
'O Swallow, Swallow, flying, flying south.'라는 구절이 있다.

[#429, Le Prince d'Aquitaine a la tour abolie (French)
= 'Prince Aquitaine at the ruined tower',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황태자.

Gerard de Nerval의 Sonnet, El Desdichado [The Disinherited, 폐적자, 廢嫡者]
에서 인용함.

The Disinherited

'Je suis le Ténébreux, - le Veuf, - l'Inconsolé,
Le Prince d'Aquitaine à la Tour abolie:
Ma seule Etoile est morte, - et mon luth constellé
Porte le Soleil noir de la Mélancolie.'
I am of darkness—widower, —unconsoled
나는 어둠의, 홀아비의, 위로받지 못한 자식
Prince of Acquitaine & the stricken tower:
번개 맞은 폐탑에 갇힌 황태자
My one star is dead,—& my lute of the firmament
나의 태생별은 죽었고 창공 울리는
Bears despair's black sun.
나의 칠현금은 검은 태양의 절망 짊어졌노라.
- 이하 생략 -



[#431, Why then Ile fit you. Hieronymo's mad again.
Thomas Kyd의 희곡(1594), “Spanish Tragedy”는 Elizabeth시대의
초기 비극작품으로 'Hieronymo's Mad Again,'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Hieronymo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Shakespeare의 Hamlet과 마찬가지로 궁궐 내의 어떤 모략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살해되어 점점 미쳐가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때 마침 궁중 연회의 환영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Why then Ile fit you.’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연회 도중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자를 죽일 계략을
세워 성공한다.

[#430,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폐탑에 갇힌 황태자가 단편과 쪼가리들로 폐허를 버텨왔다고 말한다.
또한 Hieronymo는 아들의 죽음으로 황폐화된 자신의 처지를 오직
복수를 위해 거짓 미친 척하고 재주를 부려가며 버텨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Eliot 자신의 소회일 수 있다. 즉 단편들이란 지금까지 수많이 인용해온 다른
작가들의 구절들, 그들을 모자이크로 꾸며서 황무지라는 자신의 시를
만들어냈다 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433, Shantih shantih shantih ;
Shantih는 산스크리트,Sanskrit 어로써, 이처럼 반복해서
쓰며, 우파니샤드,Upanishad의 맺음말이다.
Eliot은 그 뜻을 'The Peace which passeth understanding' 라고 번역했다.
우리말로 ‘이해를 초월하는 평화’쯤 될까? 난해하기만 하다.

제 5부는 우파니샤드,Upanishad로 끝을 맺었는데,
힌두교 경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우파니샤드는 축복을 내려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축복을 얻지는 못했더라도
그러한 해결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 사이트에서]

 

 

 

[주] 대역은 끝났다. 역시를 다시 정리하갰다고 하니 그때 다시 올리겠다.

 

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3

 

V. What the Thunder Said 우[雨雷]가 말한 것 04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도는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서 쏟아지는 노래 소리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오로지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도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온다.

Ganga was sunken, and the limp leaves
Waited for rain, while the black clouds
Gathered far distant, over Himavant.
The jungle crouched, humped in silence.

갠지스 강은 바닥 보이고, 축 처진 나뭇잎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먹장구름은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로 모여들었다.

밀림은 말없이 웅크리며 도사렸다.


[# Ganga ; 인도의 갠지스,Ganges강, 성스럽다고 여겨짐.
Himavant ; 히말라야 산맥, 갠지스 강의 물길이 시작됨.

# 모든 어두움과 두려움이 사라져버린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번개가 침으로서
비가 올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면 모든 것들이 말라버린
황무지에도 새 생명들이 돋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

 


Then spoke the thunder
그러자 우뢰가 말했다

 


[# 이하 세 차례 'DA' 로 시작되는 말은 우뢰가 한 말
[# Datta, dayadhvam, damyata 는 Sanskrit, 산스크리트 어로 그 뜻은 각각
'Datta' = 'Give', 'Davadhvam' = 'Sympathise'. 'Damyata'= 'Control'. ]

 


DA


Datta: what have we given? 401
다타: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My friend, blood shaking my heart
친구여, 내 가슴 뒤흔드는 피를

The awful daring of a moment's surrender
늙은이 분별로도 결코 움츠려들지 않고

Which an age of prudence can never retract
찰라에 내맡기는 그 무서운 대담성을

By this, and this only, we have existed
바로 이것, 오직 이것으로, 우린 살아왔지만

Which is not to be found in our obituaries
우리 죽음 알리는 기사에서 행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Or in memories draped by the beneficent spider 407
착한 거미 그물 덮어주는 碑銘에도 기록되지 않으며

Or under seals broken by the lean solicitor
우리의 빈 방에서 깡마른 변호사가

In our empty rooms
개봉하는 유언장에 남길 것도 아니다

 


[# 407; Or in memories draped by the beneficent spider ;
Webster의 작품 'The White Devil'에서 인용,
'...they'll remarry
Ere the worm pierce your winding-sheet, ere the spider
Make a thin curtain for your epitaphs'.
저들은 재혼할 것이네,
벌레가 자네 수의에 구멍 뚫기 전에,
거미가 자네 묘비에 그물 덮기 전에. ]

 



DA


Dayadhvam: I have heard the key 410
다야드밤: 열쇠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Turn in the door once and turn once only
단 한번 문에 꼽혀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를

We think of the key, each in his prison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저마다 제 감방에서

thinking of the key, each confirms a prison 413
그 열쇠를 생각하며 감옥을 확인하노라

Only at nightfall, aethereal rumours
오직 밤이 와야만 허공에 뜬 소문들은 잠시 동안

Revive for a moment a broken Coriolanus 415
몰락한 '코리오레이너스'를 회상시킨다

 


[# Dayadhvam = 'Sympathise'.
# 410 ; Dante의 신곡, 지옥편, Inferno, XXXIII, 46행의 구절을 변용한 것.
그 내용은 지옥편 중에 가장 참혹한 이야기 - 피사의 대주교에 의해 아이들과 함께
굶어죽은 Count Ugolino, '우골리노'백작의 이야기이다.

Italian: 'ed io sentii chiavar l'uscio di sotto all'orribile torre.'
English: 'And I heard the door be locked under the terrible tower.'

And I heard locking up the under door 그때 그 끔찍한 탑 아래 문을
Of the horrible tower; whereat without a word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I gazed into the faces of my sons.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았다. ]

[# 415 ; Coriolanus; Shakespeare의 작품, 'Coriolanus'의 주인공인 로마의 장군.
자존심을 상처받은 그는 조국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적군을 이끌어 그의 조국을
침략하도록 하였으며 결국 파멸하였다.

# Eliot은 Coriolanus를 자아의 감옥에 갇힌 인물의 전형으로 보고, 흥미를 느껴
'Coriolan'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으며 거기서 그를 삶아지는 계란으로 묘사하였다. ]

 


DA


Damyata: The boat responded
담야타: 돛과 노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Gaily, to the hand expert with sail and oar
배는 즐거이 따라왔노라

The sea was calm, your heart would have responded
잔잔한 바다에 그대 초대 되었다면

Gaily, when invited, beating obedient
그대 마음 또한 다스리는 손길에 순종하여

To controlling hands
고동치며 즐거이 따랐으리라

 


[# Damyata = 'Control'.

# 마지막 부분에서 천둥은 우리에게 세 가지 명령을 내린다.
이 세 마디의 우레 소리는 고대 인도의 우화와 관련되는데
'Upanishad'에 나와 있는 고대 인도의 우뢰에 관한 우화에 의하면,
신[神]인 Parajapti가 제자들에게 입신의 길을 질문받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소리로 세 번 뇌성을 울렸는데 각각의 제자들은 그것들을
산스크리트어 중 DA로 시작되는 다른 세 마디의 말로 해석하였다는 것이다.

첫째, Datta-주라! 이것은 참 생명을 얻기 위해 신에게 자신을 내 줄 수 있는 용기이다.

두 번째, Dayadhvam-동정하라! 이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아의 감방에 갇혀 타인에 대한 동정의 손을
뻗친 일이 없다. 로마의 장군 Coriolanus(417행)도 유아독존의 자만심 때문에 자신의
외부적 존재를 부인해 결국 파멸하고 말았다.

셋째, Damyata-자제하라! 이것은 진정으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운명을 신이 맡겨진 대로
삶에 순응하는 길만이 죽음을 초월하고 황무지에 생명을 가져오는 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 주라!', '동정하라!', '자제하라! ' 이 말들은 이기적 욕망들을 내버리고, 동정과 교감을
통해 측은지심을 느껴 자비를 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붓다의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이 시인을 비롯해서 어느 누가 우뢰의 말에 무어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뢰의 명령을 지키기만 하면 그 자신 해탈에 이를 수 있으며, 황무지는 재생될 수
있으니 구원에 이르는 길에 한층 가까이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