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4 I.The Burial of the Dead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Frisch weht der Wind                                          31          [   The wind blows fresh  ]         상큼한 바람   Der Heimat zu                            [   To the Homeland       ]         고향으로 부는데    Mein Irisch Kind                         [   My Irish Girl ]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Wo weilest du?                          [   Where are you lingering? ]     어디쯤 계시나요?         [# 바그너 (R. Wagner, 1813-1883)의  Opera, Tristan und Isolde  1막에 나오는 노래]'You gave me hyacinths first a year ago;‘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They called me the hyacinth girl.'‘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Yet when we came back, late, from the hyacinth garden,-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Your arms full, and your hair wet, I could not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Speak, and my eyes failed, I was neither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Living nor dead, and I knew nothing,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Looking into the heart of light, the silence.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Oed' und leer das Meer.                                                                     42   [= Desolate and empty the sea.]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  Tristan und Isolde  3막에 나오는 노래]황폐한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 무슨 뿌리들이 자랄 수 있을까?  시인이 한탄했듯이 '황무지' 라는 시는 전체를 훑어보아도 진정한 사랑은 물론 , 그럴듯한 연정 같은 감정이 표현된 장면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읽는 구절이 그와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한다.  오늘 구절은  'Tristan und Isolde' 에서 두 차례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바그너와 루트비히 2세에 대한 시인의 호감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1막에 항해중인 배의 갑판 위, 돛대 꼭대기에서 젊은 선원이 노래부른다. '바람은 우리의 고향 향해 선선하게 불어간다 (Frisch weh'tder Wind die Heimat zu  #31)' 갑판 위에 천막을 치고 앉아있는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가 보인다. 그녀는 고향인 아일랜드로부터 자신을 콘월의 황폐한 땅으로 몰고 가고 있는 운명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지금 그녀는 마르크 왕과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서 콘월로 향하는 것이다. 마르크 왕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군주로서, 그녀는 한번도 그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다 트리스탄 탓이라고 돌려버렸다. 트리스탄은 그녀에게 있어서 미지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이졸데의 약혼자인 모롤드 경을 전쟁에서 죽였고, 그 싸움에서 트리스탄 자신도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신비의 의술로 소문이 난 이졸데를 찾아 가명을 사용하여 아일랜드로 잠입한다. 그러나 그의 상처 부위에서 모롤드 칼의 파편을 발견한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오히려 동정에 이끌려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트리스탄이 이졸데를 자기 삼촌인 마르크 왕의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파견된 것이다. 말하자면 아일랜드와 콘월간의 오랜 불화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방편으로 희생양이 되는 셈이었다....  대충 이런 줄거리이다. 그런데  노래 중에 '아일랜드의 내 님'은  이졸데 공주가 아닌 비특정 여인일 수도 있다. 마지막  #42 행의 대사가 나오는 상황은 이러하다,  마르크 왕의 아내가 될  이졸데 공주와 사랑에 빠진 트리스탄은 왕의 질투를 몸으로 받아 중상을 입는다. 그는  자신의 성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졸데를 태운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양치기의 구슬픈 피리소리가 들려오며 하인이 그에게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라고 보고한 것이다.  그후 결국 이졸데 공주의 배가 도착하여  이졸데가 '트리스탄'을 울부짖으면서 달려오고, 트리스탄도 '이졸데'를 소리쳐 부르면서 그녀의 품으로 비틀비틀 다가간다. 그는 연인을 힘껏 포옹하고는 숨을 거둔다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끝난다. 위와 아래 이졸데 공주 사이의 히야신스 아가씨,  그 히야신스 아가씨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해 내기는 어렵지만,  바다와  특히  물기에 젖은 히야신스는 생명을 상징한다는 것,그리고 히야신스는 구근[球根]으로 겨울을 나며 처음 꽃 하나가 수많은 겹꽃들로 번성한다는 성질,  그리고 그 동안 붉은 바위라는 그늘을 구경했다는 것, 등으로 풍성해진 것이 아닐까. 그러나 갑자기 맞이한 생명의 풍요로움에 놀라 어쩔줄 모르는 시인은 빛의 핵심을, 생명의 핵심을 들여다보니,  고요하기만하고   바다처럼 텅 비었고 쓸쓸했다는 것,  바다는 생명뿐아니라  죽음도 상징하기에한 줌 먼지 만큼 많은 두려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한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문학 > 황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Burial of the Dead 06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5  (3)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3  (0) 2010.05.25
The Burial of the Dead 02  (0) 2010.05.25
The Burial of the Dead 01  (0) 2010.05.25

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3

I.The Burial of the Dead

사자[死者]의 매장[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건드리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Out of this stony rubbish? Son of man,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20

You cannot say, or guess, for you know only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A heap of broken images, where the sun beats,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And the dead tree gives no shelter, the cricket no relief, 23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And the dry stone no sound of water. Only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There is shadow under this red rock , 26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red rock),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Or your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

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 30
한 움큼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 봄에서 겨울, 여름과 가을 겨울 지나
또다시 봄으로 돌아왔다, 돌무더기, 즉 황무지에서도 뿌리와 가지가
자라나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도 맨 처음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할 때처럼, 또다시 무겁고 엄숙하며 비장감이 서려있다.

그런데 황무지에서 피어나고 자라나는 것들이란 모두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일
뿐이라고 한탄하지만, ‘붉은 바위’라는 어떤 구원의 손길을 제시하고 있다.]

[# 20 인간의 아들, Son of Man;
성경구절 Ezekiel 2장; He said to me, 'Son of man, stand up on your feet
and I will speak to you.' ‘인간의 아들이여, 일어서라, 내가 네게 할 말 있노라.’]

[#22 - 24;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 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도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

이 대목은 성경구절 Ecclesiastes 12장 5절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when men are afraid of heights and of dangers in the streets; when the
almond tree blossoms and the grasshopper drags himself along and
desire no longer is stirred. Then man goes to his eternal home and
mourners go about the streets.


그래서 언덕으로 오르는 일이 두려워지고 길에 나서는 일조차 겁이 나리라.
머리는 파뿌리가 되고 양기가 떨어져 보약도 소용없이 되리라.
그러다가 영원한 집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애곡하리라.

Eliot은 이 구절에서 나이를 먹어 황폐해지는 것을 경고하는 사제의 목소리를
넣은 것이라고 한다. ]

[# ‘황무지’가 발표된 것은 1922년이고, Eliot이 영국교회에 귀의한 것은 1926년이니,
여기 ‘인간의 아들’이하의 구절에 대해 기독교적인 요소와 그와 또 다른 ‘성서가 아닌’
자료를 뒤섞어 인용했을 것이라는 해설이 있는데, 그 자료가 ‘Haggard Rider’의 작품,
‘King Solomon's Mines’ 즉, ‘솔로몬 대왕의 보물’ 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우리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바로 그 동화 같은 책이다.

그 책에서 Zulu[줄루]족의 Umbopa[움보파]는 서구에서 온 동료들에게 삶에
대한 Zulu[줄루]족의 지혜를 설파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말하는 방식이
‘황무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인데 직접 살펴보자.

“삶이란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 Out if this stony rubbish?'
오 그대들이여, 지혜롭고, 이 세상과 멀리서 소리 없이 빛으로 다가오는 별들과
별들 넘어선 세계의 비밀들을 알고계신 백인들이여, 내게 말해보시오,
우리 삶의 비밀을 - 그것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그대들은 대답할 수 없소, 그대들은 알 수도 없소.'You cannot say, or guess'
나의 대답을 들으시오. 우리는 어둠에서 나와서 어둠으로 가는 것이오. 한밤중
폭풍우에 쫓긴 새처럼 우리는 Nowhere[아무 데도 없는 곳, 미지의 곳]에서 날아와,
불빛 속에 우리의 날개가 잠깐 보이더니, 자, 보시오, 우리는 또다시 Nowhere로
가는 것이오. 삶은 허무요. 삶은 전부요. 죽음을 물리치는 것은 우리의 손이오.
우리의 삶은 밤이면 빛났다가 아침이면 까맣게 변하는 반딧불이 같은 것,
한 겨울 황소들이 내쉬는 하얀 입김 같은 것,
해가 지면 사라지는 작은 풀 그림자 같은 것이오.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

Or your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영문은 '황무지'에 나오는 구절이니 대조하기 바란다.]

[# 그리고 'red rock'은 이 시 전체의 주제가 되는 매우 중요한 시어이다.
Isaiah 32 : 1 - 3 장을 보면,


See, a king will reign in righteousness and rulers will rule with justice.
보라, 왕은 정의로써 통치하고 관리들은 공평으로써 다스리리라.


Each man will be like a shelter from the wind and a refuge from the storm,
like streams of water in the desert and the shadow of a great rock
in a thirsty land.


모든 사람은 비바람과 폭풍우 피하는 은신처처럼 되리라,
사막에 흐르는 냇물처럼, 목마른 땅에 큰 그늘 만드는 바위처럼 되리라.


Then the eyes of those who see will no longer be closed, and the ears of
those who hear will listen.
그리하여 보는 자의 눈이 감기지 않을 것이며, 듣는 자의 귀는 기울일 것이니라.

즉 'red rock'
붉은 바위는 다가올 ‘메시아’라는 의미가 있다.
평론가들 중 어떤 사람은 이것을 성배[聖杯, Holy Grail]라고 보기도 한다.

* 성배(聖杯) 전설: 늙고 병든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 왕은 재앙을
물리칠 지혜롭고 힘센 젊은이를 찾고 있다. 성배 전설은 성배(聖杯)를 얻은 자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이다. 마침내 성배를 가지고 한 젊은이가 나타나
재앙(전염병 혹은 외부의 침입)을 물리치고는, 공주와 결혼하여 새 나라를 만든다.
엘리엇은 현대 사회의 재앙을 '황무지'에 비유한 다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황무지는 영국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아서왕 이야기, 성배, 원탁의 기사,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그들 고유의 신화, 설화적 바탕을 갖고있다. ]


[# 위의 바위와 그늘과 유사한 Eliot 시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 from ‘The Death of Saint Narcissus’, by T. S. Eliot
‘성 나르찌스의 죽음’에서

Come under the shadow of this gray rock--
잿빛 바위 그늘로 들어와요,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gray rock,
잿빛 바위 그늘 속으로 들어와요,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그러면 나는 보여드릴 테요,
Your shadow sprawling over the sand at daybreak, or
동튼 새벽 모래밭에 너부러진 당신 그림자와 다르고
Your shadow leaping behind the fire against the red rock:
불 뒤에서 뛰놀다가 붉은 바위에 비친 당신 그림자와 다른 것을,
I will show you his bloody cloth and limbs
나는 보여드릴 테요, 그분의 핏빛 옷들과 팔다리들을
And the gray shadow on his lips.
그분 입가에 떠오르는 잿빛 그늘을.

[# 30 handful of dust.
이 시의 서문의 해설 무녀 이야기에도 등장했던 두려운 말]

이필한 의사[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문학 > 황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Burial of the Dead 06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5  (3)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4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2  (0) 2010.05.25
The Burial of the Dead 01  (0) 2010.05.25

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2

I.The Burial of the Dead

사자[死者]의 매장[埋葬]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건드리노라.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 이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대목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봄날을 잔인하다고, 차가운 겨울은 따뜻했다고,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도 파격적이지만, 위 구절에서 ‘-ing’ 로 반복되는 각운[脚韻, Rhyme]이
매우 아름답게 들리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 그런데 위 구절은 사실은 봄날은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는 대자연의
생명력을 예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시인이 보는 방향은 대자연 쪽이 아니라
전쟁 후 인간의 황량한 문명을 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쓰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봄과 겨울 이야기 다음엔 여름이다.]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we stopped in the colonnade,
And went on in sunlight, into the Hofgarten,
And drank coffee, and talked for an hour.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Bin gar keine Russin, stamm' aus Litauen, echt deutsch. 12
[#12; I am not Russian at all; I come from Lithuania, I am a real German.]
And when we were children, staying at the arch-duke's,
My cousin's, he took me out on a sled,
And I was frightened. He said, Marie,
Marie, hold on tight. And down we went.
In the mountains, there you feel free.
I read, much of the night, and go south in the winter. 18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 이 구절을 이해하려면 독일 남부 바이에른의 왕인 '루트비히 2세'에 대해 알아야한다.

'mad' King Ludwig II of Bavaria: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매우 예민하였으며, 성장하면서부터는 시와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에 심취하였다.
또한 일찍이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훗날 자신이 직접 성을 설계하게 된
계기가 된다.

루트비히는 아직 왕세자였던 1861년에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고 바그너의 열성적인
팬이 되었다.



바그너가 그의 대표작 '탄호이저'의 흥행에 실패하여 지독한 곤궁 속에 빠져 있을 때,
루트비히는 바그너가 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재산으로 바그너의 부채를 모두
탕감해 주고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브라반트의 왕녀 엘자와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슬픈 전설에 푹 빠져
있었던 루트비히는 부왕의 성인 호엔슈반가우성에 있는 많은 벽화들을 보면서 상상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쳤으며, 후에 노이슈반슈타인성에 자신만의 꿈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그는 로엔그린에 등장하는 백조를 좋아하여 성 안의 문고리는 모두 백조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벽화와 커튼의 장식에도 역시 수많은 백조가 그려져 있다.

또한 바그너의 오페라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성 내부를 바그너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을 그린 벽화로 장식하였다.
거실에는 오페라 '파르지팔'과 '로엔그린'의 장면들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거실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오페라 '탄호이저'에 나오는 동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나머지 방들도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니벨룽의 반지'를 비롯한 바그너의 주요 오페라들을
모티프로 한 회화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노이슈반슈타인성은 훗날 월트 디즈니가 이 성을
모델로 하여 디즈니의 로고인 '월트 디즈니 성'을 만들었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트비히 2세는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성 외에도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요소들이
예술적으로 통합되었다고 평가되는 린더호프성과 태양왕 루이 14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완전히 프랑스풍으로 지은 헤렌킴제성을 구상했지만, 그의 생전에 완성된 것은
노이슈반슈타인성 하나뿐이다.

*
루드비히 2세는 비록 강제로 폐위되어 1866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비운의 왕이었지만,
자신의 예술에 대한 헌신과 열정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겼다.
그가 무리하게 감행하여 이룩한 성들은 오늘날 남부 독일의 가장 중요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오늘도 이 성을 보기 위해, 그리고 루트비히 2세와 바그너의 열정을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경건하고 호기심 어린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

[# 이 시 '황무지'에서는 Wagner의 opera 'Tristan und Isolde, 트리스탄과 이솔데'많은 부분을
인용하였다.]

[#8 Starnbergersee ; ‘슈타른버거’호수 는 바이에른 의 수도, Munich 남쪽에 있는 호수로서
루드비히 2세가 빠져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호수이다.
Eliot 은 루드비히 2세가 이 호수 물에 빠져죽은 사실을 이 '황무지' 시 안에서 여러 번
인용한다. ]


[# Eliot은 루드비히 2세의 둘째 조카인 여백작 Marie Larisch 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하며 그래서 루드비히 2세에게 호감을 품은 시인은
Marie 이름을 사용하며 과거 회상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한다.]

[#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계절은 옛날 어린 시절의 성장과 모험과정으로 가볍게
처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필한 의사/서울사대부고19회

'문학 > 황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Burial of the Dead 06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5  (3)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4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3  (0) 2010.05.25
The Burial of the Dead 01  (0) 2010.05.25

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1

[주]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인용한 중학동기사이트의 것을 다시 퍼왔다,

번거로움을 피해 주석을 피하려 했으나 시구의 깊이를 통찰하도록 그냥 두었다.

주석을 통하여 T.S.ELIOT 의 고전과 문학의 저변문화에 대한 애정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5부로 나누어져 있고 그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I. The Burial of the Dead, 死者의 埋葬

II. A Game of Chess 장기 한 판

III. The Fire Sermon 불의 說敎

IV. Death By Water 水葬

V. What the Thunder Said 우레가 말한 것

The Wasteland

위  서문, 혹은 헌정사는 라틴어, 그리스 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Eliot이 이 시 안에서  사용할 언어들을 섞어 썼으며, Petronius (Gaius Petronius ?∼66)의 작품 사티리콘 (Satyricon)에서인용한 글귀로서 영문으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I have seen with my own eyes the Sibyl hanging in a jar at Cumae, and when the boys asked her 'What do you want?' She answered,'I want to die.'나는 ‘쿠마에’라는 곳에서 내 눈으로 무녀[巫女, Sibyl]를 보았소, 그녀는 독안에 매달려있었는데, 소년들이, “당신은 무얼 원하느냐?”라고 물으니 “나는 죽고 싶어.”라고 대답하더이다.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   The better craftsman.더욱 우수한 예술가, Ezra Pound 에게  [#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무녀 Sivil은 앞날을 점치는 힘을 지닌 여자다. 특히 로마의 식민 도시였던 이탈리아의 쿠마의 무녀는 유명했다. 그녀는 아폴로 신에게서 손안에 든 먼지만큼 (황무지 30행 참조) 많은 햇수의 장수를 허용 받았으나 그만큼 젊음도 달라는 청을 잊고 안했기 때문에 늙어 메말라들어 조롱 속에 들어가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죽음보다도 못한 죽은 상태의 황무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페트로니우스(Gaius Petronius Arbiter.20∼66) 고대 로마의 문인(文人). 본명 Titus Petronius Niger. 특이한 소설 <사티리콘(Satyricon)>의 작가로서 알려졌다. 그는 귀족 가문에 속해 있었고, 로마의 기준으로 볼 때 대단한 공적을 세운 인물이었다고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타키투스의 서술은 그가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의 비난을 받은 쾌락추구자들, 즉 '밤을 낮으로 삼아' 노는 데에만 열중한 계층에 속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들은 애써 노력하여 명성을 얻었지만, 페트로니우스는 빈둥거리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어쩌다 공직에 임명되면 그 직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하고 정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시아의 비티니아 속주 총독을 역임했고 말년인 62, 63년에는 로마의 고위 공직인 집정관이나 수석 행정관을 지냈다. 집정관 임기를 마친 뒤 페트로니우스는 '아르비테르 엘레간티아이'(우아함을 관리하는 장관)가 되어 네로 황제의 측근이 되었다. 모든 취향 문제에 대한 그의 말은 곧 법률이었다.    그의 이름에 붙은 '아르비테르'라는 수식어는 바로 이 직함에서 온 것이다. 페트로니우스가 네로와 관계를 맺은 것은 황제가 실제로 저지른 범죄보다도 여론에 더 심한 충격을 준 무모한 방탕생활을 시작한 말년이었다. 페트로니우스가 후원자인 황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그가 <사티리콘>에서 부유한 속물 트리말키오를 다룬 방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리말키오는 복합적인 인물이지만 그와 네로 사이에 존재하는 세부적인 유사점은 당시 이 작품이 갖고 있던 성격을 고려하면 결코 우연일 수 없고, 페트로니우스가 황제를 비웃고 있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페트로니우스의 장편소설 <사티리콘(Satyricon)>은 16세기 이후 유행한 풍자적 피카레스크의 선구적 존재이다. 학교를 뛰쳐나온 엔코로피우스와 아스키르투스라는 악동, 그리고 그의 몸종 기톤의 모험담이다. 현존하는 단편의 주요 부분은 시리아 태생의 해방노예로서 벼락부자가 되었으나 저속한 취미를 지닌 트리마루키오 연회에서의 에피소드 <트리마루키오의 향연>이다. 작품 전체는 네로 황제 치하의 이탈리아 생활의 드라마틱한 묘사로써 하층계급의 생생한 회화가 재현되어 속어 및 일상어가 자유롭게 구사되고 있다. 외설적인 문장도 있으나 전체의 정신은 기지가 넘치는 소탈한 풍자 정신으로 일관되고 있다.    타키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페트로니우스는 네로와의 우정 때문에 결국 네로의 근위대 사령관인 티겔리누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고 한다. 66년에 티겔리누스는 페트로니우스가 65년의 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고 고발했다. 페트로니우스는 결백했지만,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쿠마이에서 체포되었다. 사형선고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운명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했다. 그는 동맥을 자른 다음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상처에 붕대를 감은 채, 친구들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경쾌한 음악과 시를 듣고 노예들에게 상이나 벌을 주고 잔치를 벌이면서 남은 시간을 보낸 뒤, 마지막으로 '비록 강요된 죽음이지만, 죽음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잠이 든 상태로 운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때의 모습은 H. 솅키에비치가 지은 《쿠오 바디스》에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   The better craftsman.더욱 우수한 예술가, Ezra Pound 에게 '보다 나은 예술가 (il maglor fabbro)'는 단테가 신곡 <연옥편> 26장에서  12세기 이탈리아 시인  Arnaut Daniel을 찬양한 문구이다. 엘리어트 자신의 말을 빌리면 혼란한 상태에 있던 <황무지>의 초고를 에즈라 파운드가 절반의 길이로 고쳐주었다고 한다.     115   «O frate», disse, «questi ch'io ti cerno  116   col dito», e additò un spirto innanzi,  117   «fu miglior fabbro del parlar materno.  'O brother,' said he, 'he whom I point out,'        “오 형제여, 저기 계신 분은,” 그가   And here he pointed at a spirit in front,      손가락으로 한 영혼을 가리키며 말했다,  'Was of the mother tongue a better smith.    “모국어를 나보다 훌륭하게 단련시켰던  분이시오.  I.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Memory and desire, stirring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건드리노라. Winter kept us warm, covering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이필한 의사[서울사대부고19회 사이트에서]

'문학 > 황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Burial of the Dead 06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5  (3)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4  (0) 2010.05.29
The Burial of the Dead 03  (0) 2010.05.25
The Burial of the Dead 02  (0) 2010.05.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