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모두 변화의 기미에서 생겨나

모두 변화의 기미로 돌아가게 된다

- 장자(외편) ; 제18편 지락[7]-

 

列子行食於道從,

열자행식어도종, 열자가 길을 가다가 길가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見百歲髑髏,

견백세촉루, 마침 백년은 된 듯 한 해골을 보고서

攓蓬而指之曰:

건봉이지지왈: 쑥대를 뽑아 가지고 해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唯予與汝

「유여여여 “오직 나와 그대만이

知而未嘗死,

지이미상사, 일찍이 죽음도 없고,

未嘗生也.

미상생야. 일찍이 삶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若果養乎?

약과양호? 너는 죽어서 과연 슬퍼하고 있는가?

予果歡乎?」

여과환호?」 나는 살아 있어서 기뻐하고 있는가?

種有幾,

종유기, 여러 가지 물건은 각기 생겨난 기미가 있다.

得水則爲繼,

득수즉위계, 물을 만나면 물때가 되고,

得水土之際

득수토지제 물에 젖은 흙 사이에 있게 되면

則爲䵷蠙之衣,

즉위와빈지의, 맹꽁이와 진주의 옷이라는 푸른 이끼가 되며,

生於陵屯則爲陵舃,

생어릉둔칙위릉석, 그것이 언덕에 생기면 질경이가 된다.

陵舃得鬱棲則爲烏足.

릉석득울서칙위오족. 질경이가 썩은 흙을 만나면 오족이 된다.

烏足之根爲蠐螬,

오족지근위제조, 오족의 뿌리는 굼벵이가 되며,

其葉爲胡蝶.

기엽위호접. 그 잎새는 나비가 된다.

胡蝶胥也化而爲蟲,

호접서야화이위충, 나비는 변화하여 벌레가 되는데,

生於竈下,

생어조하, 아궁이 밑에 생겨날 때에는

其狀若脫,

기상약탈, 매미껍질 같은데

其名爲鴝掇.

기명위구철. 그 이름을 구철이라 한다.

鴝掇千日爲鳥,

구철천일위조, 이 구철이 천 날이 지나면 변화하여 새가 되는데,

其名爲乾餘骨.

기명위건여골. 그 이름을 건여골이라 한다.

乾餘骨之沫爲斯彌,

건여골지말위사미, 건여골이 밷는 침이 사미라는 벌레가 되고,

斯彌爲食醯.

사미위식혜. 사미는 식혜가 된다.

頤輅生乎食醯.

이로생호식혜. 이노라는 벌레는 식혜에서 생겨난다.

黃軦生乎九猷.

황황생호구유. 황황이라는 벌레는 구유에서 생겨나고,[ 구유는 무예에서 생겨나며,]

瞀芮生乎腐蠸.

무예생호부권. 무예는 부권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羊奚比乎不箰,

양해비호불순, 양해라는 풀은 죽순이 나지 않는

久竹生靑寧.

구죽생청녕. 오래된 대와 합치어서 청녕이란 벌레를 낳는데,

靑寧生程,

청녕생정, 청녕이 표범을 낳고,

程生馬,

정생마, 표범이 말을 낳고,

馬生人,

마생인, 말이 사람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人又反入於機.

인우반입어기. 그리고 사람은 또 변화의 오묘한 기미로 들어가 변화한다.

萬物皆出於機,

만물개출어기, 만물은 모두 변화의 기미에서 생겨나

皆入於機.

개입어기. 모두 변화의 기미로 돌아가게 된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지닐 수 없고,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 없다

- 장자(외편) ; 제18편 지락[6]-

 

顔淵東之齊,

안연동지제, 안연이 동쪽 제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孔子有憂色,

공자유우색, 공자가 걱정하는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子貢下席而問曰:

자공하석이문왈: 자공이 자리에 내려앉으며 물었다.

「小子敢問,

「소자감문, 소자가 감히 묻습니다.

回東之齊,

회동지제, “안연이 동쪽 제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夫子有憂色,

부자유우색, 선생님께서는 얼굴에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시니

何邪?」

하사?」 어찌된 일입니까?”

孔子曰:

공자왈: 공자가 말했다.

「善哉汝問!

「선재여문! “좋은 질문이다.

昔者管子有言,

석자관자유언, 옛날 관자가 한 말 중에서

丘甚善之,

구심선지, 내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

曰:‘褚小者不可以懷大,

왈:‘저소자불가이회대, 그는「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지닐 수 없고,

綆短者不可以汲深.’

경단자불가이급심.’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가 없다」고 했다.

夫若是者,

부약시자, 이 말은

以爲命有所成

이위명유소성 운명에는 이미 정해진 것이 있고,

而形有所適也,

이형유소적야, 형체에는 적절히 맞는 것들이 있어서,

夫不可損益.

부불가손익. 그것들은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吾恐回與齊侯

오공회여제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안연은 제나라 임금에게 가서

言堯舜黃帝之道,

언요순황제지도, 요순과 황제의 도를 얘기하며,

而重以燧人神農之言.

이중이수인신농지언. 수인과 신농의 말을 강조할 것이지만,

彼將內求於己而不得,

피장내구어기이불득, 제나라 임금은 마음속으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아도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不得則惑,

불득즉혹, 이해를 못하면 안연에게 의혹을 품을 것이고,

人惑則死.

인혹즉사. 의혹을 품으면 안연을 죽이고 말 것이다.

「且女獨不聞邪?

「차여독불문사? 너는 이런 얘기를 듣지 못하였느냐?

昔者海鳥止於魯郊,

석자해조지어로교, 옛날에 어떤 새가 노나라 교외에 와서 내려앉았다.

魯侯御而觴之于廟,

로후어이상지우묘,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맞이하여 종묘로 불러들여 잔치를 베풀고,

奏九韶以爲樂,

주구소이위락,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具太牢以爲膳.

구태뢰이위선.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로 안주를 삼았다.

鳥乃眩視憂悲,

조내현시우비, 새는 눈을 멍하니 뜨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不敢食一臠,

불감식일련, 한 조각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不敢飮一杯,

불감음일배,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고서

三日而死.

삼일이사.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此以己養養鳥也,

차이기양양조야, 이것은 사람인 자기를 양육하는 방법으로 새를 양육했기 때문이다.

非以鳥養養鳥也.

비이조양양조야. 그는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그 새를 기르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夫以鳥養養鳥者,

부이조양양조자,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宜栖之深林,

의서지심림, 마땅히 그가 살던 곳에 살게 하고,

遊之壇陸,

유지단륙, 호숫가에 노닐게 하며,

浮之江湖,

부지강호, 강이나 호수에서 헤엄치게 하고,

食之鰌鰷,

식지추조, 미꾸라지나 송사리를 잡아먹게 하고,

隨行列而止,

수행렬이지, 같은 새들과 줄지어 날아가 내려앉고

委蛇而處.

위사이처. 멋대로 유유히 지내게 해야만 되는 것이다.

彼唯人言之惡聞,

피유인언지오문, 새는 사람의 말조차 듣기 싫어하건만

奚以夫譊譊爲乎!

해이부뇨뇨위호! 어떻게 시끄러운 음악을 견디겠느냐?

咸池九韶之樂,

함지구소지락, 함지나 구소의 음악을

張之洞庭之野,

장지동정지야, 동정의 들판에서 연주한다면,

鳥聞之而飛,

조문지이비, 새들은 그 소리를 듣고 날아가 버리고,

獸聞之而走,

수문지이주, 짐승들은 그 소리를 듣고 달아나 버리고,

魚聞之而下入,

어문지이하입, 물고기들은 그 소리를 듣고 깊숙이 물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人卒聞之,

인졸문지, 사람들만이 그것을 들으면

相與還而觀之.

상여환이관지. 흥이 나서 서로 모여들어 둘러싸고 구경을 한다.

魚處水而生,

어처수이생,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지만

人處水而死,

인처수이사,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면 죽어 버린다.

彼必相與異,

피필상여이, 이 둘은 서로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其好惡故異也.

기호오고이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故先聖不一其能,

고선성불일기능, 옛날 성인들은 그들의 능력을 같게 생각하지 않고,

不同其事.

불동기사. 그들이 할 일을 같게 맡기지 않았다.

名止於實,

명지어실, 이름은 사실을 근거로 하고,

義設於適,

의설어적, 법도는 모두 본성에 어울리도록 설정했다.

是之謂條達而福持.」

시지위조달이복지.」 그래서 그것을 조리가 통달하고 행복이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다

- 장자(외편) ; 제18편 지락[5]-

 

莊子之楚,

장자지초, 장자가 초나라로 가다가

見空躅髏,

견공촉루, 앙상한 해골을 보았는데,

髐然有形,

효연유형, 바싹 말라 겨우 형체만이 남아 있었다.

撽以馬捶因而問之,

교이마추인이문지, 장자가 말채찍으로 해골을 두드리며 해골에게 물었다.

曰:「夫子貪生失理,

왈:「부자탐생실리, “그대는 삶을 탐하여 이치를 잃었기 때문에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亡國之事,

장자유망국지사,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망치는 일을 하여

斧鉞之誅,

부월지주, 처형을 당해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不善之行,

장자유불선지행, 아니면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함으로써

愧遺父母妻子之醜,

괴유부모처자지추, 부모처자에게까지 치욕을 남겨주게 될까 두려워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凍餒之患,

장자유동뇌지환, 그렇지 않으면 헐벗고 굶주려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之春秋故及此乎?」

장자지춘추고급차호?」 아니면 나이가 많아서 이렇게 되었는가?”

於是語卒,

어시어졸, 말을 마치고는

援髑髏,

원촉루, 해골을 끌어다

枕而臥.

침이와. 베고 누워 잤다.

夜半, 髑髏見夢曰:

야반, 촉루견몽왈: 밤중에 해골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子之談者似辯士.

「자지담자사변사. “조금 전에 당신이 한 얘기는 변사와 같은 말이었다.

視子所言,

시자소언, 당신이 말한 것은

皆生人之累也,

개생인지루야, 모두가 살아 있는 사람의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死則无此矣.

사칙무차의. 죽어 버리면 그런 것이 없다.

子欲聞死之說乎?」

자욕문사지설호?」 당신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가?”

莊子曰:「然.」

장자왈:「연.」 장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髑髏曰:

촉루왈: 해골이 말했다.

「死, 无君於上,

「사, 무군어상, “죽음의 세계에 있어서는 위로는 임금이 없고,

无臣於下.

무신어하. 아래로는 신하가 없다.

亦无四時之事,

역무사시지사, 또한 사철의 일도 없다.

從然以天地爲春秋,

종연이천지위춘추, 대범히 하늘과 땅을 봄과 가을로 삼고 있다.

雖南面王樂,

수남면왕락, 비록 임금 노릇이 즐겁다지만

不能過也.」

불능과야.」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莊子不信, 曰:

장자불신, 왈: 장자가 그것을 믿지 않고 말했다.

「吾使司命復生子形,

「오사사명복생자형, “내가 사람의 목숨을 주관하는 신에게 부탁하여 당신의 육체를 만들게 하고

爲子骨肉肌膚,

위자골육기부, 당신의 뼈와 살과 살갗을 갖추게 해서

反子父母妻子閭里知識,

반자부모처자려리지식, 당신의 부모처자와 마을 사람과 아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주도록 한다면

子欲之乎?」

자욕지호?」 당신은 그렇게 하겠습니까?”

髑髏深矉蹙頞曰:

촉루심빈축알왈: 해골은 심하게 화를 내며 말했다.

「吾安能棄南面王樂

「오안능기남면왕락 “내 어찌 남면한 왕의 즐거움을 버리고서

而復爲人間之勞乎!」

이복위인간지로호!」 다시 산 사람의 고생스러움으로 돌아가겠는가?”

 

생사는주야와 같다

- 장자(외편) ; 제18편 지락[4]-

 

支離叔與滑介叔觀於冥伯之丘,

지리숙여활개숙관어명백지구, 지리숙과 활개숙이 명백의 언덕과

崑崙之虛,

곤륜지허, 곤륜산 봉우리 같은

黃帝之所休.

황제지소휴. 황제가 전에 노닐다 쉬던 곳을 구경갔다.

俄而柳生其左肘,

아이류생기좌주, 그런데 갑자기 활개숙의 왼쪽 팔꿈치에 혹이 생겨

其意蹶蹶然惡之.

기의궐궐연오지. 그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언짢게 생각하는 듯 했다.

 

支離叔曰:

지리숙왈:

지리숙이 말했다.

「子惡之乎?」 

「자오지호?」 “자네는 그것이 언짢은가?”

 

滑介叔曰:

활개숙왈: 활개숙이 대답했다.

「亡, 予何惡! 「망, 여하오! “아닐세, 내가 어찌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生者, 假借也.

생자, 가차야. 무엇이 생겨나려면 다른 것에 의지해야만 하네.

假之而生生者,

가지이생생자, 무엇이건 힘을 빌려야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

塵垢也.

진구야. 그러니 생겨난다는 것은 먼지나 때가 묻는 것과 같고.

死生爲晝夜.

사생위주야.생사는 주야와 같네.

 

且吾與子觀化

차오여자관화 나와 자네는 그런 변화를 보고 있었는데,

而化及我,

이화급아, 마침 그 변화가 나에게 미친 것이네.

我又何惡焉!」

아우하오언!」 내 어찌 무엇을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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