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남추강(南秋江, 추강은 남효온(南孝溫)의 호)의 한식시(寒食詩)는 다음과 같다.

天陰籬外夕陽生

천음리외석양생 흐린 날 울 밖에 저녁 해 나고

寒食東風野水明

한식동풍야수명 한식날 봄바람에 들 물은 맑다

無限滿船商客語

무한만선상객어 배에 가득찬 장사아치 끝없이 지껄이는 말

柳花時節故鄕情

유화시절고향정 버들꽃 필 무렵이라 고향의 정일레라

'안자정을 꿈에 보다[夢子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邯鄲一夢暮山前

감단일몽모산전 부귀 영화 덧없는 꿈 저문 산 앞에서 꾸니

魂與魂逢是偶然

혼여혼봉시우연 넋과 넋 만남이란 정말 우연이라

細雨半庭春寂寞

세우반정춘적막 가는 비 뜰에 내리고 봄은 쓸쓸한데

杏花無數落紅錢

행화무수락홍전 살구꽃 수없이 지네 붉은 돈처럼

'상사일 성남에서[上巳日城南]'란 시는 다음과 같다.

城南城北杏花紅

성남성북행화홍 성남이고 성북이고 살구꽃 붉은데

日在花西花影東

일재화서화영동 해는 꽃 서녘에 있으니 꽃 그림잔 동에 있네

匹馬病翁驚節候

필마병옹경절후 외로이 말 탄 병든 늙으니 철 바뀜에 놀라니

斜風吹淚女牆中

사풍취루여장중 비낀 바람이 성가퀴에 눈물을 흩뿌려주네

이상 몇몇 시는 당인(唐人)에 못지 않다. 귀신론(鬼神論) 일편은 학문이 극히 높다.

훌륭한 재주를 지녔어도 펴보지 못했으니 아깝다.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의 자는 백공(伯恭)이고 의령인(宜寧人)인데 진사(進士)를

지냈으며,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안자정(安子挺)의 이름은 응세(應世)이고 호는 월창(月窓)이며 죽산인(竹山人)이다.

진사(進士)를 지냈다.

남추강(南秋江)의 성거산(聖居山)에 제한 절구는 다음과 같다.

東日出杲杲

동일출고고 동녘에 해 높이 돋으니

木落神靈雨

목락신영우 신령스런 비에 나뭇잎 지네

開牕萬慮淸

개창만려청 창 열자 온갖 시름 스러지니

病骨欲生羽

병골욕생우 병든 몸이 날개가 돋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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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중형이 무위자(無爲者)에게 준 시는 다음과 같다.

天王峯上走如飛

천왕봉상주여비 천왕봉 위로 나는 듯 달려가

手碎千年片石歸

수쇄천년편석귀 천 년 묵은 돌덩이 주먹으로 부수고 돌아왔네

可惜英雄空老去

가석영웅공노거 애닯다 영웅은 속절없이 늙어가고

碧山蘿月掩柴扉

벽산라월엄시비 산속에 밝은 달이 닫힌 사립문 비추네

豆滿江邊木葉衰

두만강변목엽쇠 두만강가 나뭇잎은 시들고

孤山處處見旌旗

고산처처견정기 여기저기 외론 산엔 깃발만 펄럭이네

山中褒却擎天手

산중포각경천수 산속에 하늘을 떠받칠 솜씨 버려졌으니

怊帳下人斮月支

초장하인착월지 슬프다 월지국 선우 머리 벨 이 그 누구런가

그에 대한 칭찬이 이와 같았다.

또 장편 시의 머리 두 구절은 다음과 같다.

無爲者人中龍

무위자인중용 무위자는 사람 중에 용이니

前身擘海金翅鳥

전신벽해금시조 전생엔 바다를 가르던 금시조(金翅鳥)[주D-033]였는데

霹靂夜下天王峯

벽력야하천왕봉 벼락이 한밤에 천왕봉에 떨어졌네

말이 매우 기발하였는데 전편을 못 외우겠다.

필경 무위자의 책속에 있을 것이다.

[주D-033]금시조(金翅鳥) : 불경(佛經)에 나오는 새. 수미산(須彌山) 북쪽 철수(鐵樹)에서 살면서

입으로 불을 토하여 용을 잡아먹는다고 함.

100.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의 호)이 이우정(二憂亭)에 제한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洲渚縱橫潮漸退

주저종횡조점퇴

물가에 가로 세로 밀물은 지고

樹林搖落雁來賓

수림요락안래빈 나무숲 우수수 기러기 손이 오네

조어(造語)가 기이 건장한데 전한(典翰) 엄흔(嚴昕)은 하찮게 보니 무슨 까닭

인지 모르겠다.

엄흔(嚴昕)의 자는 계소(啓昭)이고 호는 십성(十省)이다. 영월인(寧越人)으로

벼슬은 전한(典翰)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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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무위자(無爲者) 천연(天然) 스님은 집안이 본래 좋았으나 잘못 중이 되었는데

씩씩하여 기개가 있었다. 언젠가 지리산(智異山) 성모(聖母) 음사(淫祠)가 대중

에게 혹하게 한 것을 분하게 여겨, 이를 쳐부수었다. 남명 선생(南冥先生)이

'용사천연전(勇士天然傳)'을 지었으며 양송천(梁松川)이 그 책머리에 다음과

같이 제하였다

張拳一碎峯頭石

장권일쇄봉두석 주먹 한번 휘둘러 산꼭대기 돌 깨부수니

魍魎無憑白晝啼

망량무빙백주제 갈 곳 없는 잡귀가 대낮에 울더라

양봉래(楊蓬萊)ㆍ박사암(朴思庵)과 나의 중형이 모두 천연의 친구가 되었다.

천연이 약간 시를 알아 우리 중형에게 준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枉罹魚腹嗟龍困

왕이어복차용곤 잘못 고기 배에 걸린 용 곤핍함을 슬퍼하고

誤落鷄巢欲鳳衰

오락계소욕봉쇠 닭우리에 그릇 떨어진 봉황새 쇠해만 가네

임진란에 정 화상(靜和尙)을 따라 여러 번 전공을 세웠다고 한다.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자는 건중(楗仲), 창녕인(昌寧人)이며 벼슬은 전첨

(典籤)이고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송천(松川) 양응정(梁應鼎)의 자는 공섭

(公燮). 남원인(南原人)이며 벼슬은 부윤(府尹)이다. 정 화상(靜和尙)은 휴정

(休靜)이니 호는 청허(淸虛)이다. 임진란 때 승병 대장으로 팔도도총섭(八道

都摠攝)이 되었다. 시를 잘하였다. 송천의 '어양교를 지나다[過漁陽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樹色煙光畫太平

수색연광화태평 나무빛이며 풍경은 태평세월 그렸는데

河橋猶帶舊時名

하교유대구시명 강다리는 아직도 옛이름을 띠었구나

伊涼若是簫韶曲

이량약시소소곡 이주곡(伊州曲) 양주곡(涼州曲)이 소소곡(簫韶曲)[주D-032] 같았더라면

豈使胡雛犯兩京

기사호추범양경 어찌 오랑캐놈들이 양경(兩京)을 침범하였으리

청허의 '한성도중(漢城道中)'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海樹落秋霜

해수낙추상 바닷가 나무엔 가을 서리 내리고

楚關鴻去早

초관홍거조 초관(楚關)엔 이른 기러기 떠나네

鍾山獨鳥邊

종산독조변 종산(鍾山) 외론 새 나는 하늘가에

客子舟中老

객자주중노 나그넨 배 안에 늙어만 가네

[주D-032]이주곡(伊州曲)……소소곡(簫韶曲) : 의주곡과 양주곡(涼州曲)은 당(唐) 나라 때에 주로 기생들이 부르던

풍류 곡조이고, 소소곡은 정중한 순 임금의 음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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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신기재(申企齋)의 동산시(洞山詩)는 다음과 같다.

蓬島茫茫落日愁

봉도망망낙일수 봉래도는 아득아득 지는 해 시름겹고

白鷗飛盡海棠洲

백구비진해당주 흰 갈매기 해당숲에 다 날아갔네

如今蹈踏鳴沙路

여금도답명사로 오늘에야 비로소 명삿길 밟게 되니

二十年前舊夢游

이십년전구몽유 이십년전 옛꿈에 놀던 데라오

나는 그곳에 가 본 뒤에야 이 시의 절묘함을 알게 되었다.

97.

내가 언젠가 꿈에 한 곳에 이르니 거친 연기, 들풀이 눈길 닿는 데까지 끝없는데,

불탄 나무의 껍질 벗겨진 데에 다음과 같이 썼다.

冤氣茫茫

원기망망 원통한 기운 끝없어

山河一色

산하일색 산하가 한 빛이로다

萬國無人

만국무인 세상엔 사람 하나 없고

中天月黑

중천월흑 중천에 달도 침침하네

잠에서 깨어 몹시 언짢게 여겼었는데 임진란에 서울이나 시골을 막론하고

피를 흘리고 집들이 불탐에 이르러서 이 시가 바야흐로 징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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