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뭍의 초목의 꽃에는 사랑할 만한 것이 대단히 많다. 진(晉)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은 홀로 국화(菊花)를 사랑하였고, 이세민의 당나라 이래로(自李唐來) 세상 사람들이 모란(牧丹)을 매우 사랑했으나, 나만은 연꽃(蓮花)이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 잔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며, 속은 통해 있고 밖은 쪽 곧아, 넝쿨지지 아니하고 가지도 없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만만하게 다룰 수 없음을 사랑한다. 나는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隱逸)한 것이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富貴)한 것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君子)라고 말하겠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연명 이후엔 들은 적이 없고, 연꽃을 사랑함은 나와 같은 이가 몇 사람인가! 모란을 사랑함은 많을 것이 당연하리라.
歲歲靑陽月 해마다 정월달이 돌아오면 鑾輿幸華城 난여가 화성으로 거둥하시지 船從秋後集 가을이 지난 뒤에 배를 모아서 橋向雪前成 눈 내리기 이전에 다리 만드니 鳥翼紅欄夾 새 나래 붉은 난간 두 줄로 서고 魚鱗白板橫 고기비늘 흰 널판자 가로로 깔려 艙磯石不轉 선창가의 저 바위 구르지 않아 千載識宸情 천년토록 임금의 마음을 알리
미라보 다리
---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기리라,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옴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흘러 간다. 이 물결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