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 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한 번뿐일세.

좋은 때 부기런히 부지런히 힘 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ㅡㅡ 도연명의 잡시(雜詩)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EyYJmn9-Fzc 

 

 

오늘을 위한 기도
ㅡ김소엽

잃어버린 것들에
애닯아하지 아니하며
살아있는 것들에
연연해하지 아니하며
살아가는 일에
탐욕하지 아니하며
나의 나 됨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내 안에 살아있는
오늘이 되게 하소서.

가난해도
비굴하지 아니하며
부유해도
오만하지 아니하며
모두가 나를 떠나도
외로워하지 아니하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통해 하지 아니하며
소중한 것을 상실해도
절망하지 아니하며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누더기를 걸쳐도
디오게네스처럼 당당하며
가진 것 다 잃고도
욥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며
천하를 얻고도
다윗처럼 엎드려 회개하는
넓고 큰 폭의 인간으로
넉넉히 사랑 나누며
오늘 하루를 살게 하소서.

 

 

고문진보전집(古文眞寶前集) 064_五言古風短篇(卷二)
                        
                      (잡시)-陶淵明(도연명)


 雜詩(잡시)

ㅡ 도연명(陶淵明)



人生無根蔕

(인생무근체) :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는 것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 길 위의 먼지처럼 부질없이 나부낀다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 흩어져 바람 따라 떠도니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 이는 이미 무상한 몸이라

落地為兄弟

(락지위형제) : 세상에 태어나면 형제 된 것이니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 어찌 반드시 골육끼리만 친할까

得歡當作樂

(득환당작악) : 기쁜 일 생기면 마땅히 즐기리니

斗酒聚比鄰

(두주취비린) : 한 말의 술 있으면 이웃을 불러 모으게

盛年不重來

(성년불중래) :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니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 하루에 새벽 두 번 오기 어려워라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 때가 되면 마땅히 힘써 노력할지니

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출처: https://hwalove.tistory.com/entry/雜詩잡시-陶淵明도연명 [빈막(賓幕):티스토리]

 

 

陶淵明詩云(도연명시운)

盛年(성년)은 不重來(부중래)하고

一日(일일)은 難再晨(난재신)이니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하라

歲月(세월)은 不待人(부대인)이니라.

 


(도연명의 시(詩)에서 말하였다.

“젊은 나이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네.

젊었을 때 마땅히 부지런히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옮겨놓은 이 시 구절은 도연명의 ‘잡시(雜詩)’ 열두 수(首) 중 첫수의 마지막 부분이다.

첫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人生無根蔕

(인생무근체) 사람의 삶이란 뿌리도 꼭지도 없어서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마치 길가에 날리는 먼지와 같네.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이리저리 흩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니니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이 몸은 이미 영원불멸한 육신 아니네.

落地爲兄弟

(낙지위형제)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인데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어찌 골육을 나눈 사이만 형제일까.

得歡當作樂

(득환당작악) 기쁜 일 있으면 마땅히 즐거움 누리니

斗酒聚比隣

(두주취비린) 한 말 술로 이웃 불러 모아 어울려라.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젊은 나이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네.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젊었을 때 마땅히 부지런히 힘쓰라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https://www.iheadlin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107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세월은 사람 기다리지 않네” - 헤드라인뉴스(HeadlineNews)

[한정주=역사평론가] 陶淵明詩云(도연명시운) 盛年(성년)은 不重來(부중래)하고 一日(일일)은 難再晨(난재신)이니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하라 歲月(세월)은 不待人(부대인)이니라.(도연명의 시(

www.iheadlinenews.co.kr

 

 

[양평 용문사]









 

오늘을 위한 기도

ㅡ 이해인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 있음으로 살아 있는
또 한 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할까요?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 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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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선 > 도잠 > 雜詩十二首(잡시십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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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詩十二首(잡시십이수)

도연명(陶渊明)


其一

人生無根蒂

(인생무근체) 인생이란 뿌리도 꼭지도 없는 법이라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길 위의 먼지처럼 떠돈다.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흩어져 바람 따라 쫓겨다니느라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나는 이미 그때의 그 몸이 아니다.

落地爲兄弟

(낙지위형제) 떨어지는 땅이면 형제가 되니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하필이면 골육이라야만 친하겠는가?

得歡當作樂

(득환당작락) 기쁜 일이 생기면 즐기면 되고

斗酒聚比鄰

(두주취차린) 말술 준비해서 이웃을 모아야지.

盛年不重來

(성년불중래) 한창 나이는 거듭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하루는 두 번 새벽 오지 않으니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제 때에 미치도록 힘써야 할 것이며

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其二

白日淪西河

(백일윤서하) 하얀 태양 서쪽 강 끝으로 떨어지니

素月出東嶺

(소월출동령) 밝은 달은 동산 위에 떠오른다.

遙遙萬里輝

(요요만리휘) 아득한 빛줄기 만리까지 비추고


蕩蕩空中景

(탕탕공중경) 드넓은 창공에 경치를 펼친다.

風來入房戶

(풍래입방호) 바람이 일어 방문으로 불어드니

夜中枕席冷

(야중침석냉) 한밤중의 베개와 잠자리가 서늘하다.

氣變悟時易

(기섭오시역) 공기가 변하니 철이 바뀌었음을 알겠고

不眠知夕永

(불면지석영) 잠들지 못하니 밤이 길어졌음을 알겠다.

欲言無予和

(욕언무여화) 말하고 싶어도 나에게 대꾸해줄 사람 없어

揮杯勸孤影

(휘배권고영) 잔을 배우고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한다.

日月擲人去

(일월척인거) 세월은 사람을 버리고 가버리니

有志不獲騁

(유지불획빙) 뜻을 가지고도 펼칠 수가 없다.

念此懷悲淒

(염차회비처) 이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서글퍼져

終曉不能靜

(종효불능정) 새벽이 다하도록 평정을 얻지 못한다.


其三

榮華難久居

(영화난구거) 영화는 오래 누리기 어렵고

盛衰不可量

(성쇠불가량) 영고성쇠는 측량할 수 없는 법이다.

昔爲三春蕖

(석위삼춘거) 옛날에는 춘삼월의 연꽃이더니

今作秋蓮房

(금작추연방) 지금은 가을의 연방이 되었다.

嚴霜結野草

(엄상결야초) 된서리가 들풀에 맺히니

枯悴未遽央

(고췌미거앙) 마르고 시든 채 다 죽지는 않았다.

日月還復周

(일월환복주) 해와 달은 돌고 돌지만

我去不再陽

(아거부재양) 나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 날 수가 없다.

眷眷往昔時

(권권왕석시)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憶此斷人腸

(억차단인장) 이 일을 생각하니 사람의 애간장이 탄다.


其四

丈夫志四海

(장부지사해) 대장부는 뜻을 사해에 두어야 하지만

我願不知老

(아원부지노) 나의 바람은 늙음을 모르는 것이다.

親戚共一處

(친척공일처) 친척들이 한 곳에 같이 살고

子孫還相保

(자손환상보) 자손들이 또한 서로 보살펴 준다.

觴弦肆朝日

(상현사조일) 술잔과 거문고는 아침부터 너부러져 있고

樽中酒不燥

(준중주부조) 항아리 속의 술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緩帶盡歡娛

(완대진환오) 허리띠 늦추고 즐거움을 다하다가

起晚眠常早

(기만면상조) 느지막이 일어나고 잠은 항상 일찍 잔다.

孰若當世時

(수약당세시) 요즈음 선비들 누가

冰炭滿懷抱

(빙탄판회포) 갈등을 마음속에 가득 품고 있겠는가?

百年歸丘壟

(백년귀구농) 죽으면 무덤으로 돌아가는데

用此空名道

(용차공명도) 이렇게 빈 이름에 이끌리는구나!

其五

憶我少壯時

(억아소장시) 나의 젊은 시절 생각해 보니

無樂自欣豫

(무락자흔예) 즐거운 일이 없어도 절로 기뻤다.

猛志逸四海(맹지일사해)
웅대한 뜻은 온 세상으로 치달려

騫翮思遠翥

(건핵사원저) 날개를 펼치고 멀리 날으려고 생각했다.

荏苒歲月頹

(임염세월퇴)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此心稍已去

(차심초이거) 이 마음도 조금씩 사라져 버렸다.

值歡無復娛

(치환무복오) 기쁜 일 만나도 더 이상 즐거운 일 없고

每每多憂慮

(매매다우려) 언제나 근심 걱정만 많다.

氣力漸衰損

(기력점쇠손) 기력은 점점 약해지고 줄어들어

轉覺日不如

(전각일불여) 갈수록 하루가 달라짐을 느낀다.

壑舟無須臾

(학주무수유) 굴깨의 배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引我不得住

(인아부득주) 나를 끌고 가니 머무를 수가 없다.

前塗當幾許

(전도당기허) 앞으로 남은 길은 얼마나 될까?

未知止泊處

(미지지박처) 멈추어 정박할 곳을 알지 못하겠다.

古人惜寸陰

(고인석촌음) 옛사람들은 한 치의 시간도 아꼈는데

念此使人懼

(염차사인구) 이를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뿐이다.


其六

昔聞長者言

(석문장자언) 옛날 들은 어른들의 말씀을

掩耳每不喜

(엄이매불희) 항상 좋지 않은 마음으로 귀를 막았다.

奈何五十年

(나하오십년) 그런데 어찌하여 내 나이 50살에

忽已親此事

(홀이친차사) 갑자기 그 일을 겪게 하는가?

求我盛年歡

(구아성년환) 나의 한창 때 즐거움을 구하려 해도

一毫無復意

(일호무복의) 조금도 다시는 그런 뜻이 없구나.

去去轉欲速

(거거전욕속) 세월은 갈수록 더욱 빨라지려 하니

此生豈再值

(차생기재치) 이 삶을 어찌 다시 만나겠는가?

傾家持作樂

(경가지작락) 가산을 기울려 때대로 즐기며

竟此歲月駛

(경차세월사) 이 빠른 세월을 마치리라!

有子不留金

(유자불유금) 자식이 있어도 돈을 남겨주지 않는데

何用身後置

(하용신후치) 어찌 죽은 뒤를 위해 남기겠는가!


其七

日月不肯遲

(일월불긍지) 해와 달은 천천히 가려하지 않고

四時相催迫

(사시상최박) 네 계절은 서로 재촉하며 다그친다.

寒風拂枯條

(한풍불고조) 찬바람이 마른 가지에 스치니

落葉掩長陌

(낙엽엄장맥) 낙엽이 긴 밭두룩을 덮는구나.

弱質與運頹

(양질여운퇴) 약한 체질이 세월과 함게 늙어버려

玄發早已白

(현발조이백) 까많던 귀밑 머리가 일찍감치 하얘졌다.

素標插人頭

(소표삽인두) 백발이 사람의 머리에 꽂히니

前途漸就窄

(전도점취착) 남은 여생은 점점 짧아진다.

家爲逆旅舍

(가위역여사) 집은 잠시 머물던 여관이고

我如當去客

(아여당거객) 나는 장차 떠나려는 나그네 같다.

去去欲何之

(거거욕하지) 가고 또 가서 장차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南山有舊宅

(남산유구택) 남산에는 옛날 내가 살던 집이 있다네.


其八

代耕本非望

(대경본비망) 벼슬살이는 내가 바라는 게 아니고

所業在田桑

(소업재전상) 내가 업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농사와 누에치기다.

躬親未曾替

(궁친미증체) 직접하면 그만 둔 적은 없는데

寒餒常糟糠

(한아상조강) 춥고 굶주려 늘 지게미와 겨를 먹는다.

豈期過滿腹(기기과만복)
어찌 배불리 먹는 것까지 바라겠는가마는

但願飽粳糧

(단원포갱량) 그저 쌀겨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으면

禦冬足大布

(어동족대포) 겨울을 나는 데는 거친 베라도 족하고

粗絺以應陽

(조치이응양) 여름의 태양을 맞이하는 대는 굵은 갈포면 되지.

正爾不能得

(정이불능득) 바로 이런 것들도 얻지 못하니,

哀哉亦可傷

(애재역가상) 슬프다! 또한 가슴 아픈 일이다.

人皆盡獲宜

(인개진흭의) 남들은 모두 다 잘 해내는데

拙生失其方

(졸생실기방) 삶에 서툴러 그 방법을 잃었기 때문이다.

理也可奈何

(이야가나하)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니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且爲陶一觴

(차위도일상) 우선 한 잔 술이나 즐겨야 되겠다.



其九

遙遙從羈役

(요요종기역) 멀러멀리 얽매인 일에 다르다 보니

一心處兩端

(일심처양단) 한 마음이 두 갈래로 나뉜다.

掩淚汛東逝

(엄루신동서) 논물 가린 채 배를 타고 동으로 가며

順流追時遷

(순류추시천) 물결 따라 변해가는 시간을 쫓는다.

日沒星與昴

(일몰성여앙) 해가 삼성과 묘성의 자리인 서쪽으로 지면서

勢翳西山顛

(세예서산전) 그 모습 서산마루로 사라진다.

蕭條隔天涯

(소조격천애) 적막하게 하늘 끝에 막혀있어

惆悵念常餐

(추창염상찬) 쓸쓸히 혼자 먹던 밥을 생각한다.

慷慨思南歸

(강개사남귀) 강개하여 남쪽으로 돌아갈 생각하나,

路遐無由緣

(노하무유연) 길이 멀어 따를 방법이 없다.

關梁難虧替

(관량난휴체) 관문과 다리 통과하는 일 피할 수 없으니

絕音寄斯篇

(절음기사편) 끊긴 소식을 이 시편으로 부친다.



其十

閑居執蕩志

(한거집탕지) 한가하게 살면서도 호탕한 뜻을 지녔으니

時駛不可稽

(시사불가계) 빠른 세월 때문에 머무를 수 없었다.

驅役無停息

(구역무정식) 일에 쫓겨 멈춰 쉴 수 없으나

軒裳逝東崖

(헌상서동애) 수레타고 관복입고 동쪽 끝까지 갔다.

沈陰擬薰麝

(심음의훈사) 음산한 날씨 때문에 사향불 피우려는데

寒氣激我懷

(한기격아회) 차가운 기운이 내 가슴을 내려친다.

歲月有常禦

(세월유상어) 세월은 항상 몰고 가는 게 있어

我來淹已彌

(아래엄이미) 내가 온 지 어느덧 꽤 세월이 지났구나!

慷慨憶綢繆

(강개억주무) 강개한 마음에 집사람 생각나니

此情久已離

(차정구이리) 이 정도 오랫동안 떠나 있었구나!

荏苒經十載

(임염경십재) 그러저럭 10년을 지내면서

暫爲人所羈

(잠위인소기) 남시 남에게 얽매어 있었구나!

庭宇翳餘木

(정우예여목) 집안이 많은 나무로 뒤덮였을 텐데

倏忽日月虧

(숙홀일월휴) 잠깐 사이에 세월은 사라져 버렸다.



其十一

我行未雲遠

(아행미운원) 내가 떠난 날이 오래되지 않았는데

回顧慘風涼

(회고참풍량) 돌아보니 매서운 바람이 싸늘하다.

春燕應節起

(춘연응절기) 봄제비는 절기를 따라 움직이며

高飛拂塵梁

(고비불진양) 높아 날아 먼지 앉은 대들보를 스친다.

邊雁悲無所

(변안비무소) 변망의 기러기는 머물 곳이 없음을 슬퍼하며

代謝歸北鄉

(대사귀북향) 밀려나 북쪽 땅 고향으로 돌아간다.

離昆鳴清池

(이곤명청지) 무리를 벗어난 황새는 맑은 못에서 우는데

涉暑經秋霜

(섭서경추상) 더위를 지내고 가을 서리를 겪겠지

愁人難爲辭

(수인난위사) 시름 어린 사람은 말로 나나태기 어려운데

遙遙春夜長

(요요춘야장) 아득한 봄밤은 길기만 하구나!




其十二

嫋嫋松標崖

(요요송표애) 절벽에 표연히 서있는 곱고 예쁜 소나무

婉孌柔童子

(완연유동자) 연약한 모습이 어린 동자같다.

年始三五間

(년시삼오간) 햇수로는 삼년에서 오년 사이인데

喬柯何可倚

(교가하가의) 높은 가지에 어떻게 기댈 수 있겠는가?

養色含精氣

(양색함정기) 외양을 가꾸고 정기를 머금으면

粲然有心理

(찬연유심리) 찬란하게 속의 결을 갖추리라!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97%B0%EB%AA%85

 

도연명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도연명을 상상한 그림 도연명(중국어 간체자: 陶渊明, 정체자: 陶淵明, 병음: Táo Yuānmíng 타오위안밍[*],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ko.wikipedia.org

도연명(중국어 간체자陶渊明정체자陶淵明병음Táo Yuānmíng 타오위안밍[*]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다. 호는 연명(淵明)이고, 자는 원량(元亮) 혹은 연명(淵明)이고, 본명은 도잠(중국어陶潛병음Táo Qián 타오첸[*])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장시성 주장시 루산시 사람이며, 육조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들 중 한 명이다. 동진 초기의 군벌의 대인물 도간(陶侃)의 증손이라 하는데, 부조(父祖)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일찍 사망했다.

문학 세계

그의 시는 현재 4언시(四言詩) 9수, 5언시 120수 정도가 남아 있다. 내용은 전원에서의 은사의 생활을 읊은 것, 자적(自適)의 심경을 토로한 것, 지방관리와의 증답시(贈答詩), 영사(詠史), 의고(擬古) 등이 주가 된다. 한아(閑雅)한 취향 속에도 때로는 격한 감정이 나타나 있으며, 

소동파는 “그의 시는 소박하나 그 실(實)은 아름답고(綺), 파리하지만(苟) 실은 풍부(裕) 하다”라고 평하고 있다. 연명 시의 특색은 은자로서의 시인을 주장한 점이다. 종영(鐘嶸, ?~518)은 〈시품(詩品)〉에서, “고금을 통해 은일 시인의 종(宗)이다”라고 그를 칭찬했다. 즉 그는 은자의 처세를 훌륭한 감각으로 노래한 최초의 시인이었다. 은사의 눈으로 본 자연, 은사의 태도로 접한 세상을 시로 읊어서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시풍이 당시로서는 특이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시단의 주류에는 없고, 〈시품〉에도 중품(中品)에 있는 데 불과하다.

같은 시기의 사령운(謝靈運), 안연지(顔延之=남조 송의 시인, 384~456) 등의 수려한 시풍이 육조시의 본류로 대접받은 것에 비한다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 영향도 〈문선(文選)〉을 편찬한 (梁)의 소명태자 등의 존숭을 받고는 있으나, 호사의 영역을 넘지 못하여 6조기에는 볼 수 없다.

 (唐)대에 들어서, 왕유맹호연위응물(韋應物, 737- ?), 유종원 등의 자연파 시인의 추앙을 받게 됨으로써 크게 위치를 높였고, 송나라 소동파의 상찬에 이르러서는, 6조 제일뿐 아니라 고금 독보의 시인이란 명성을 확립시켰다. 은일·전원시인으로서의 평가 이외에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의의 선비, 권력자에 저항하는 경골(硬骨)한 인간으로서의 평가도 예로부터 뿌리깊은 것이었다. 또한 리얼리즘의 입장에서의 평가도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재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연명의 작품은 시 이외에 부(〈閑情賦〉등), 산문(〈自祭文〉〈아들 儼 등에게 주는 疏〉등), 잡전(雜傳)(〈五柳先生傳〉〈五孝傳〉〈四八目〉등)이 있다.

 

 

 

오늘을 위한 기도

 

ㅡ 이해인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있음으로 살아있는
또 한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할까요?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저의 작은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 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 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 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저의 잠을 덮게 하소서

 

 

 

https://www.youtube.com/watch?v=ScZtQIupJ7Q 

 

 

 

 

 

[실유카꽃/들꽃수목원]

















현신


-이근배


문득 여름꽃으로 돌아온


너를 만나 보는 비애.


몇천 날을 두고 멎지 않는


한 올 인연은 피어올라서


눈물 덩어리로 타고 있다.



네 목숨의 뜨거운 바람,


네가 사는 그 눈비의 땅에서


연일 바람소리 높더니만,


이렇게 고운 슬픔을 빚어


그 눈빛, 머리칼, 살내음을 달고


내 앞에 와 꽃이 되었구나.


말할 수 없구나, 나는


뉘우침뿐인 이 막막한 날들을, 너를 찾아 떠나던


내 길은 끝없는 허공이었음을.


비록 한 망울 꽃이라도


몇천 날의 어둠의 끝에 맺힌


가녀린 회생.


내게 돌아와서도 너는


다만 사는 세상은 외로움인 양


홀로 적막을 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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