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피리>

-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ᄅ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 - ᄅ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 - ᄅ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ᄅ 닐니리

[주]두운, 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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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길>

― 소록도로 가는 길―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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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릉조(小陵調)>

─ 七十年 秋日에─

천 상 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설치물1 -들꽃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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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화 >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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