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路夫人은 얼마나 이뻤는가?

-徐 廷 柱

 

 

그네가 봄날에 나그네길을 가고 있노라면, 천지의 수컷들을 모조리 뇌새(惱殺)하는 그 미(美)의 서기(瑞氣)는 하늘 한복판 깊숙이까지 뻗쳐,

거기서 노는 젊은 신선들은 물론,

솔 그늘에 바둑 두던 늙은 신선까지가 그 인력(引力)에 끌려 땅위로 불거져 나와

끌고 온 검은 소나 뭐니

다 어디다 놓아 두어 뻐리고 철쭉꽃이나 한 가지 꺾어 들고 덤비며 청을 다해 노래 노래 부르고 있었네.

또 그네가 만일

바닷가의 어느 정자에서

도시락이나 먹고 앉었을라치면, 쇠붙이를 빨아들이는 자석 같은 그 미의 인력은 천 길 바다 속까지 뚫고 가 뻗쳐, 징글 징글한 용왕이란 놈 까지가 큰 쇠기둥 끌려 나오듯 해면으로 이끌려 나와 이판사판 그네를 들쳐업고 물 속으로 깊이 깊이 깊이 잠겨버리기라도 해야만 했었네.

 

그리하여 그네를 잃은 모든 산야의 남정네들은 저마마 큰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나와서 바다에 잠긴 그 아름다움 기어코 다시 뺏어내려고 해안선이란 해안선은 모조리 난타(亂打)해 대며 갖은 폭력의 데모를 다 벌이고 있었네.

― 《삼국유사》제2권, ‘수로부인’ 조.

 

*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미당 서정주 시집(서정주, 소설문학사, 1982)의 135~137쪽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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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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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 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풍경]장금이 두유 선전에 나서다. 오랜만에 보는 꽈리. 로타리의 꽃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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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謙虛한 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문학 예술」(1956.11) / (시집 김현승 시초, 1957)

[나리꽃 &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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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絶對孤獨)>

-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니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詩는.

(시집 『절대고독』,1970)


[길 - 검단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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