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 >

-이해인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추어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날마다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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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고백>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도라지 & 매발톱]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이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 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 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 오던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 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田園)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인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양귀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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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길가의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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