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통한 사람이기에 공경한다

- 장자(잡편) ; 제31편 어부[8]-

 

子路旁車而問曰:

자로방거이문왈: 자로가 수레에 다가서면서 물었다.

「由得爲役久矣,

「유득위역구의, “제가 선생님을 모신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未嘗見夫子遇人如此其威也.

미상견부자우인여차기위야. 선생님께서 사람을 만나 오늘처럼 상대방을 존경하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萬乘之主,

만승지주, 만승의 천자나,

千乘之君,

천승지군, 천승의 제후들도

見夫子未嘗不分庭伉禮,

견부자미상불분정항례, 선생님을 만날 때는 언제나 뜰에 자리를 함께 마련하고 대등한 예로 대했습니다.

夫子猶有倨傲之容.

부자유유거오지용. 선생님은 그래도 오만한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今漁父杖拏逆立,

금어부장나역립, 지금 어부는 삿대를 짚은 채 마주 서 있는데도

而夫子曲要磬折,

이부자곡요경절,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몸을 꺾으며

言拜而應,

언배이응, 두 번 절하고서야 대답을 하셨습니다.

得无太甚乎?

득무태심호?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門人皆怪夫子矣,

문인개괴부자의, 저희들은 선생님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漁人何以得此乎?」

어인하이득차호?」 어부에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伏軾而歎曰:

공자복식이탄왈: 공자는 수레 앞턱 나무에 엎드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甚矣由之難化也!

「심의유지난화야! “자로를 깨우쳐 주기는 참 어렵구나.

湛於禮義有間矣,

담어례의유간의, 예의에 몰두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而樸鄙之心

이박비지심 비루한 마음이

至今未去.

지금미거. 아직도 다 없어지지 않고 있구나.

進, 吾語汝!

진, 오어여! 앞으로 오라. 내가 네게 말하겠다.

夫遇長不敬, 失禮也.

부우장불경, 실례야. 어른을 만나서 공경하지 않는 것은 실례다.

見賢不尊, 不仁也.

견현불존, 불인야. 현명한 이를 보고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어짊이 아니다.

彼非至人,

피비지인, 그가 지극히 어진 이가 아니라면

不能下人,

불능하인, 남을 굴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下人不精,

하인불정, 남을 굴복시킨다 해도 정성 되지 않았다면

不得其眞,

부득기진, 그의 진실함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故長傷身.

고장상신. 진실함이 통하지 않음으로써 언제나 자신을 손상케 되는 것이다.

惜哉! 不仁之於人也,

석재! 불인지어인야, 애석하다. 남에게 있어 어질지 못함이여.

禍莫大焉,

화막대언, 화가 막대하도다.

而由獨擅之.

이유독천지. 자로는 홀로 멋대로 행동하는구나.

且道者, 萬物之所由也,

차도자, 만물지소유야, 또한 도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庶物失之者死,

서물실지자사, 모든 물건이 이것을 잃으면 죽고,

得之者生,

득지자생, 이것을 얻으면 산다.

爲事逆之則敗,

위사역지칙패, 일을 함에 있어서는 이것을 거스르면 실패를 하고,

順之則成.

순지칙성. 이것에 순응하면 성공을 한다.

故道之所在,

고도지소재, 그러므로 도의 존재에 대하여는

聖人尊之.

성인존지. 성인들도 존중하는 것이다.

今漁父之於道,

금어부지어도, 저 어부도 도에 있어서는

可謂有矣,

가위유의, 터득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吾敢不敬乎!」

오감불경호!」 그런데 내가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울려 갈 만한 사람과 어울려 도에 이르도록 간다

- 장자(잡편) ; 제31편 어부[7]-

 

孔子又再拜而起曰:

공자우재배이기왈: 공자가 다시 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今者丘得遇也,

「금자구득우야, “지금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若天幸然.

약천행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先生不羞

선생불수 선생님께서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시고

而比之服役,

이비지복역, 제자처럼 대하시며

而身敎之.

이신교지.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敢問舍所在,

감문사소재, 선생님은 댁이 어디십니까.

請因受業

청인수업 선생님을 따라가 학업을 닦아

而卒學大道.」

이졸학대도.」 위대한 도를 완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客曰:

객왈: 어부가 말했다.

「吾聞之,

「오문지, “내가 듣기에

可與往者與之,

가여왕자여지, 함께 갈 만한 사람과는 어울려

至於妙道.

지어묘도. 오묘한 도에 이르도록 가도 되지만,

不可與往者,

불가여왕자, 함께 갈 수 없는 자는

不知其道,

부지기도, 그런 도를 알지 못하고 있으므로

愼勿與之,

신물여지, 함께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身乃无咎.

신내무구. 그래야 몸에 아무런 재난이 없게 될 것입니다.

子勉之!

자면지! 더 노력하십시오.

吾去子矣,

오거자의, 나는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吾去子矣!」

오거자의!」 이만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乃刺船而去,

내자선이거, 그리고는 삿대질하여 배를 물에 띄우고

延緣葦間.

연연위간. 갈대밭 사이로 사라졌다.

顔淵還車,

안연환거, 안회가 수레를 돌리고

子路授綏,

자로수수, 자로는 손잡이 줄을 공자에게 주었으나,

孔子不顧,

공자불고, 공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待水波定,

대수파정, 떠난 배가 남긴 물결이 잠잠해지고

不聞拏音而後敢乘.

불문나음이후감승. 삿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야 수레에 올랐다.


진실함이란 정성이 지극한 것이다

- 장자(잡편) ; 제31편 어부[6]-

 

孔子愀然曰:

공자초연왈: 공자가 슬픈 듯이 말했다.

「請問何謂眞?」

「청문하위진?」 “어떤 것을 진실함이라 하는 것입니까?”

客曰:

객왈: 어부가 말했다.

「眞者, 精誠之至也.

「진자, 정성지지야. “진실한 것이란 정성이 지극한 것입니다.

不精不誠,

부정불성, 정성 되지 못하면

不能動人.

불능동인. 남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故强哭者

고강곡자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사람은

雖悲不哀,

수비불애, 비록 슬픈 척 해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强怒者

강노자 억지로 화난 척하는 사람은

雖嚴不威,

수엄불위, 비록 엄하게 굴어도 위압을 주지 못합니다.

强親者

강친자 억지로 친한 척하는 사람은

雖笑不和.

수소불화. 비록 웃는다 해도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眞悲无聲而哀,

진비무성이애, 진실로 슬픈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眞怒未發而威,

진노미발이위, 진실로 노한 사람은 성내지 않아도 위압이 느껴집니다.

眞親未笑而和.

진친미소이화. 진실로 친한 사람은 웃지 않아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眞在內者,

진재내자, 진실함이 속마음에 있는 사람은

神動於外,

신동어외, 정신이 밖으로 발동됩니다.

是所以貴眞也.

시소이귀진야. 이것이 진실함이 귀중한 까닭입니다.

其用於人理也,

기용어인리야, 그것을 인간 생활의 원리에 적용시키면

事親則慈孝,

사친즉자효,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는 자애롭고 효성스럽게 되며,

事君則忠貞,

사군즉충정,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충성스럽고 곧게 되며,

飮酒則歡樂,

음주즉환락, 술을 마심에 있어서는 기쁘고 즐겁게 되며,

處喪則悲哀.

처상즉비애. 상을 당하면 슬프고 애통하게 됩니다.

忠貞以功爲主,

충정이공위주, 충성스럽고 곧은 것은 공로가 위주가 되며,

飮酒以樂爲主,

음주이락위주, 술을 마시는 것은 즐거움이 위주가 되며,

處喪以哀爲主,

처상이애위주, 상을 치르는 것은 슬픔이 위주가 되며,

事親以適爲主,

사친이적위주, 부모님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 마음에 드는 것이 위주가 됩니다.

功成之美,

공성지미, 일의 공로를 훌륭하게 이룩하는 데 있어서는

无一其迹矣.

무일기적의. 그 방법이 일정해서는 안됩니다.

事親以適,

사친이적, 부모님을 섬기어 마음에 들도록 해드리는 데에 있어서는

不論所以矣.

불론소이의. 방법을 따질 일이 아닙니다.

飮酒以樂,

음주이락, 술을 마심으로써 즐기는 데 있어서는

不選其具矣.

불선기구의. 술잔을 이것저것 고를 것이 없습니다.

處喪以哀,

처상이애, 상을 당하여 슬퍼함에 있어서는

无問其禮矣.

무문기례의. 예의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禮者, 世俗之所爲也.

예자, 세속지소위야. 예의라는 것은 세속적인 행동의 기준입니다.

眞者,

진자, 진실함이란 것은

所以受於天也,

소이수어천야, 하늘로부터 타고난 바로 그것입니다.

自然不可易也.

자연불가역야. 그런 자연은 변경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故聖人法天貴眞,

고성인법천귀진,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도로 삼고 진실함을 귀중히 여기며

不拘於俗.

불구어속. 세속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愚者反此.

우자반차.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不能法天

불능법천 하늘을 법도로 삼지 못하고

而恤於人,

이휼어인, 사람의 일에 얽매여 고생을 합니다.

不知貴眞,

부지귀진, 진실함을 귀중히 할 줄 모르고

祿祿而受變於俗,

록록이수변어속, 세상일에 따라 세속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故不足.

고부족. 언제나 만족하지 못합니다.

惜哉,

석재, 안타깝습니다.

子之蚤湛於人僞

자지조담어인위 선생이 일찍이 인위적인 학문에 빠져

而晩聞大道也.」

이만문대도야.」 위대한 도에 대해 늦게 듣게 되었습니다. ”


자기 몸을 닦고,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명예 같은 외물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환란도 없다

- 장자(잡편) ; 제31편 어부[5]-

 

孔子愀然而歎,

공자초연이탄, 공자는 슬픈 듯이 탄식하며

再拜而起曰:

재배이기왈:두 번 절하고 일어나 말했다.

「丘再逐於魯,

「구재축어로,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削迹於衛,

삭적어위, 위나라에서는 추방당하고,

伐樹於宋,

벌수어송,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겨 저를 죽이려 했고,

圍於陳蔡.

위어진채.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었습니다.

丘不知所失,

구부지소실, 제가 잘못한 것을 알지 못하겠는데도

而離此四謗者何也?」

이리차사방자하야?」 이런 네 가지 고통을 겪었던 것은 어째서입니까?”

客悽然變容曰:

객처연변용왈: 어부는 슬픈 듯이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甚矣子之難悟也!

「심의자지난오야! “선생은 정말 깨우칠 줄을 모르시는군요.

人有畏影惡迹

인유외영오적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而去之走者,

이거지주자, 그것들로부터 달아나려 했는데,

擧足愈數而迹愈多,

거족유수이적유다, 발을 빨리 움직일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走愈疾而影不離身,

주유질이영불리신,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自以爲尙遲,

자이위상지,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느리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疾走不休,

질주불휴,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絶力而死.

절력이사. 결국에는 지쳐 죽고 말았다 합니다.

不知處陰以休影, ,

불지처음이휴영,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處靜以息迹

처정이식적,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愚亦甚矣!

우역심의! 어리석음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子審仁義之間,

자심인의지간, 그런데 선생은 어짊과 의로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있고,

察同異之際,

찰동이지제, 사리가 같고 다른 한계를 잘 살피고 있고,

觀動靜之變,

관동정지변, 움직이고 고요히 있는 변화를 잘 관찰하고 있고,

適受與之度,

적수여지도, 받고 주는 정도를 적절히 할 줄 알고,

理好惡之情,

리호오지정,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고,

和喜怒之節,

화희노지절, 기쁨과 노여움의 절도를 조화시킬 줄 알지만

而幾於不免矣.

이기어불면의. 아무리 애를 써도 화를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謹修而身,

근수이신, 자기 몸을 삼가 닦고

愼守其眞,

신수기진, 그 진실함을 신중히 지켜

還以物與人,

환이물여인, 명예 같은 외물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則无所累矣.

즉무소루의. 아무런 환란도 없을 것입니다.

今不修之身

금불수지신 지금 몸을 닦지 않고서

而求之人,

이구지인, 남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으니

不亦外乎!」

불역외호!」 이것은 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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