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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전기소설 <이와전> <앵앵전> <곽소옥전> <춘향전> 과의 상호비교
김민경, 김창완, 손조영, 이영진
Ⅰ. 당대 전기 소설의 배경
1. 당대 전기 소설의 뜻과 유래
당대에 들어서서 중국 소설은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된다. 당대 소설을 ‘전기(傳奇)’라고 부른 것은 만당 시기 배형(裵鉶)의 『전기(傳奇)』라는 책에서 유래되었고, ‘전기’는‘기이한 일을 전하여 기술한다(傳述寄異之事)’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당대 전기소설은 육조 지괴소설의 기초 위에서 발전한 것으로서 소설의 성숙을 상징한다.
2. 당대 전기 소설의 발생 배경
㉠ 사회, 경제적 원인
농업․수공업․상업과 국제무역 등 당대 봉건경제의 신속한 발전에 따라 도시경제가 형성되면서 장안․낙양․양주․성도 등지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형성되었다. 여기에 모여든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갖가지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전기소설의 발전에 많은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 과거제도의 영향
당대 지식인에게 있어서 과거는 출세가도로 나아가는 관문이었지만 과거가 공정하게 시행된 것은 아니었으며 합격 여부가 시험 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당대 과거시험에는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 시험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시험을 보기 전에 시험관에게 자신의 문장을 미리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었다. 처음 보내는 것을 ‘행권(行券)’이라 하였고, 이후에 재차 보내는 것을 ‘온권(溫券)’이라 하였다. 응시자들은 온권을 통해 자기가 갈고 닦은 실력을 십분 발휘해야 했으며 또 세도가의 시험관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지어야 했다. 이 ‘행권’, ‘온권’에 적합한 것이 전기였고, 과거 급제를 바라는 이들이 앞 다투어 전기 창작에 임하면서 전기는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 고문운동과 당시의 발전 영향
형식미와 음율미만을 추구하는 변려문을 배척하고 자연스러운 산문을 쓰자고 주장하는 고문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전기가 발전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것은 백화문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던 당시로는 고문이 전기소설을 쓰기에 가장 적당했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고문이라는 새로운 문체는 전기에 매우 적당한 문체였다. 또한 당시에서 보여준 현실주의와 낭만주의 정신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표현방법 역시 전기 창작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당시는 전기에서 인물의 성격묘사나 심리묘사에 많이 사용되었다.
㉣ 도교,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 사상의 영향
당시 성행하던 불교는 인도인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를 불교설화와 각종의 민간전설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전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불교 특유의 내세관과 윤회설은 소설에 필요한 구성방식과 다양한 소재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이런 성격 때문에 불교는 이미 남북조시대의 지괴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쳤으며 당대에는 상당히 많은 불교설화들이 전기로 번안되어 소설적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Ⅱ. 전기 소설의 발전 단계
전기소설의 발전단계는 초당․성당 시기, 중당 시기, 만당 시기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초당 ․ 성당 시기 (과도기)
이 시기는 그 문장이나 내용으로 볼 때 육조의 지괴에서 당대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 보존된 작품의 수량이 극히 적어 왕도(王度)의 <고경기(古鏡記)>, 작자 불명의 <보강총백원전(補江總白猿傳)>, 장작(張鷟)의 <유선굴(游仙窟)> 등 세 편이 남아있다.
2. 중당 시기 (번영기)
이 시기는 전기 소설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다. 유명 작가와 작품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작품의 수준도 높아서 전기의 명작은 대체로 이 시기에 나왔다.
평화롭던 당 제국을 변란으로 휩쓴 <안사지난>은 당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지배해 온 대족(大族)들을 하루 아침에 멸망시켜 상인과 서민층을 경제적, 정치적 면에서 크게 부상시킨다. 그리고 이전의 문벌귀족과는 다른 자기의 노력과 실력을 통하여 새로 상층으로 올라온 신흥 관료군을 탄생시킨다. 백거이, 한유를 비롯하여 대부분이 전기 작가들이 서민계층으로부터 상류로 새로이 발돋움했던 부류들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육조의 귀족시대처럼 초현실적인 기괴한 얘기들에만 관심을 갖지 않고 ‘기이한 일’을 전하면서도 현실 사회문제도 아울러 작품 속에 다루게 되었던 것이다.
진현우(陈玄佑)의 <이혼기(离魂记)>, 심기제(沈既济)의 <침중기(枕中记)>, 장방(蒋防)의 <곽소옥전(霍小玉传)>, 원진(元稹)의 <앵앵전(莺莺传)>, 백행간(白行简)의 <이와전(李娃传)>,이공좌(李公佐)의 <남가태수전(南柯太守传)>, 진홍(陳鴻)의 <장한가전(長恨歌傳)>, 두광정(杜光庭)의 <규염객전(虯髥客傳)>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이 때의 작가들은 상당한 문명과 문재를 떨치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전기의 성행도 고문운동이나 사의 발전을 종합하여 중당의 문학개혁운동이라는 관점에서 그 전개를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3. 만당 시기 (쇠퇴기)
만당 시기는 작품의 수는 많았지만 유협과 신선방술이 유행함에 따라 현실생활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내용이나 예술적인 면에서 이전 시기에 미치지 못한다.
여러 가지 기이한 얘기들을 모아놓은 전기의 전집이 많이 나오는데 우승유(牛僧孺)의 <현괴록(玄怪录)>, 이복언(李復言)의 <속현괴록(续玄怪录)>, 설용약(薛用弱)의 <집이기(集异记)>, 배형(裴铏)의 <전기(传奇)>등이다.
이 중에는 간혹 빼어난 작품들이 있기는 하나 의식적인 창작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중당의 작품들보다 후퇴하여 다시 지괴적인 성격에 가까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Ⅲ. 전기의 분류와 대표 작품
당대 전기는 내용에 따라 신괴류 ․ 애정류 ․ 풍자류 ․ 호협류 등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신괴류
당 전기에서 신괴류에 속하는 작품은 육조 지괴소설의 흔적을 띠고 있다. 대체로 소재의 기이함과 비현실적인 줄거리를 통해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이야기의 내용으로 볼 때 전통적인 신선설화, 불교설화, 요괴담 등이 많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왕도(王度)의 <고경기(古镜记)>와 무명씨의 <보강총백원전(补江总白猿传)>, 이조위(李朝威)의 <유의전(柳毅传)> 등이 있다.
2. 애정류
남녀의 애정을 주제로 한 이 작품들은 당 전기 가운데에서 문학적인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애정류의 전기는 도시경제의 발달과 신흥계층의 성장을 반영하는 자유로운 애정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애정류는 새로운 애정관을 선녀나 귀신, 요괴와 인간 사이의 상궤를 벗어난 기이한 애정 행각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을 통해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에 속하는 작품들은 대체로 현실적인 인간사를 주로 하고 제재를 일상생활에서 취하여 개성이 뚜렷하고 용감하게 싸우는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반봉건, 반예교의 주제를 그려내고 있다. 대표작으로 백행간(白行簡)의 <이와전>, 장방(蒋防)의 <곽소옥전>, 원진(元稹)의 <앵앵전(鶯鶯傳)>, 장작(張鷟)의 <유선굴>등이 있다.
3. 풍자류
풍자류는 몽환류(夢幻類)라고도 하며 이 작품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풍자류의 전기는 소재로만 볼 때는 경우에 따라서는 신괴류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괴류와 다른 점은 소설의 문학적 성취가 소재의 기이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반성적 사고와 현실에 대한 풍자에 있다는 점이다.
대표작으로는 이공좌(李公佐)의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과 심기제(沈旣濟)의 <침중기(枕中記)>등이 있다.
4. 호협류
만당 시기는 각지에서 난이 일어나 사회가 어지럽고 검객이나 협사들이 각지에서 할거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영웅협객의 무용담을 서술하는 작품이 호협류에 해당하는데 중당 이후 만당으로 오면서 사회가 더욱 혼란해질수록 그러한 전기소설들이 많이 나왔다.
대표작으로는 두광정(杜光庭)의 <규염객전(虯髥客傳)>, 원교(袁郊)의 <감택요(甘澤謠)>에 실린 <홍선전(紅線傳)>, 배형의 <섭은낭전(聶隱娘傳)> 및 <곤륜노(崑崙奴)>, 설조(薛調)의 <무쌍전>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두광정의 <규염객전>이 가장 유명하다.
Ⅳ. 당대 전기소설의 의의와 영향
① 작가의 의식적 창작
전기소설은 작가가 의식적으로 창작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고도의 사상성이 깃들어 있다. 작가의 인생관, 정치적인 입장, 사회적인 견해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어 있는 것이다.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의 운명선을 따라 봉건 문벌제도, 봉건 예의를 반대하고 애정과 혼인의 자유를 내세워 작품의 주제 사상적 의의를 높여 주었다. 이렇게 하여 전기 소설은 중국 소설 발전 사상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며 사실주의 창작의 길을 탐색해 주었다.
② 허구문학의 예술성
전기소설은 허구적인 문학의 예술적인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중국문학사상 소설의 지위를 확보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후세 소설 발전의 기틀이 되기도 한다. 소설 뿐만 아니라 원 잡극과 명 전기 같은 희곡의 문학적인 창작의 토대가 되었다. 송대의 화본, 원대의 잡극, 명대와 청대의 전기 소설은 당대 전기 소설의 줄거리를 이용하고 당대의 사회적 실천에 근거하여 우수한 인물 형상들을 창조하였다.
③ 고문의 자유로운 구사
문장에 있어서는 옛날부터 중국에서 쓰여 온 산문체인 고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섬세하고 정확하고 풍부하고 세련되고 아름답고 유창한 문장을 발전시켰다. 따라서 고문운동에도 실은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전기소설에서 보여준 산문과 시의 결합, 곧 서사와 서정의 결합은 그 독특한 풍격을 이룩하여 변문과 함께 후세 강창문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④ 시의 변화 발전을 주도
전기소설은 중당 이후의 시의 변화 발전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이 때부터 시를 산문 쓰듯 써서 많은 시인들이 “이문위시(以文爲詩)”했다는 평을 받게 되며, 한유 · 백거이 · 원진 같은 작가들의 시에는 실제로 일정한 고사(故事)를 노래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여러 방면에 걸친 중당 문학상의 변화와 발전은 모두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이며 이것들은 모두 만당 · 오대를 거쳐 북송대에 큰 열매를 맺게 된다.
Ⅴ. <이와전> <앵앵전> <곽소옥전> 작품 감상
1. <이와전(李娃傳>
㉠ 작자 백행간(白行簡)
백거이의 아우이다. 그의 행적은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 모두 <백거이전(白居易傳)>에 붙어서 기록되고 있다. 자는 지퇴(知退)이며, 정원(貞元) 말년에 전시(殿試)에 급제하고 사문원외랑(司門員外郞) 주객랑중(主客郞中)이 되었다. 보력(寶曆) 2년에 병사하였으며 그때 나이 50여 세였다.
㉡ 내용
상주자사 형양공(滎陽公)의 아들인 공자는 과거를 보러 장안에 왔다가 장안의 명기인 이와에게 빠져 1년여를 함께 보내면서 가지고 온 재물을 모두 탕진하여 돈 한 푼이 없게 되자 이와와 가모에게 쫓겨난다. 이 사실을 알고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 된 공자는 길에 버려지고 장의사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그들의 도움으로 몸이 완쾌된 후 장의사 집에서 허드레 일을 하며 지내는데, 상여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해 눈물을 흘리며 그 노래를 따라하곤 하였는데, 이에 재주가 있어 장안에서 거의 상여소리를 따라 올 자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당시 장안에 동쪽과 서쪽으로 큰 장의사집이 있었는데, 두 집의 경쟁이 치열하여 하루는 두 집 주인이 만나 애환시합을 하기로 한다. 그 시합을 구경하러 몰려 온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공자가 나와 상여소리를 하는 때에, 형양공이 장안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왔다가 그곳을 지나면서 그 무리 속에서 공자의 상여소리를 듣는데, 공자의 유모의 남편이 공자를 알아보고 형양공에게 말하자 처음에는 부인하였으나 공자임을 알자 그를 데려와 심하게 매질하고, 부자의 연을 끊은 후 그를 길가에 버린다. 다행이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공자는 거지로 유랑걸식을 하며 지내던 중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날 배고픔과 추위에 견디지 못해 울부짖으며 구걸하는데, 마침 그 소리를 들은 이와는 그것이 필시 공자의 목소리임을 짐작하고 거지를 불러들였다. 추위와 배고픔과 병으로 만심창이가 된 공자를 보고 크게 후회한 이와는 가모의 허락을 받아 공자와 함께 살면서 그를 극진히 보살펴 몸을 완쾌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패물을 팔아 공자가 과거를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하여주어 결국 공자는 과거에 합격한다. 임지에 오르기 전날 밤, 이와는 공자에게 자신은 남은 세월을 가모를 모시고 살 것이니, 공자는 명문가의 규수와 혼인 할 것을 권한다. 처음엔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공자는 결국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이와는 공자를 검문이란 곳에서 전송한 후 이별을 고한다. 그때 그곳을 우연히 지나던 형양공과 공자가 만나게 되고,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듣게 된 형양공은 이와의 공을 크게 여거 그녀를 찾아 공자와 혼인을 시킨다.
㉢ 특징
인물 성격이 생생하고 극적 갈등이 첨예하며 세부 묘사가 서로 맞물리고 짜임새 가 정연하여 당대 때 전기 소설 가운데서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의 성격이나 사상 따위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이와전의 탁월한 예술적 성과이고 형양공(滎陽公)의 인물묘사를 통하여서는 문벌제도의 허위성을 폭로하였다. 또한 두 남녀주인공은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는데, 이것은 당시 문벌혼인제도에 대한 완벽한 도전이기도 하다.
2. <앵앵전(鶯鶯傳)>
㉠ 작자 원진(元稹)
원진(元稹)은 젊어서부터 백거이와 시를 주고 받았는데 당시에 시를 말하는 사람들은 원‧백(元‧白)이라고 일컬어 원화체(元和體)라고 불렀다. <앵앵전>의 내용은 곧 최앵앵과 장생의 비극적인 사랑을 서술한 것으로서 일명 ‘회진기(會眞記)’라고도 한다.
㉡ 내용
정원(貞元)년간에 외모와 성품이 빼어난 장생이란 선비가 있었는데 23살이 되도록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포주(蒲州)에 놀러 갔다가 포주의 동쪽에 위치한 보구사(普救寺)라는 절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친척이 되는 최씨부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 그 지역에 병란이 발생하여 최씨부인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장생은 그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최씨부인 가족을 보호하게 된다. 최씨부이은 이런 장생의 도움에 감사하고자 연회를 마련하여 장생을 초대한 뒤 자신의 딸 최앵앵과 아들 환랑을 불러 인사를 시킨다. 앵앵을 처음 본 장생은 그녀의 미모에 반해 말을 걸어보았으나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고 연회가 끝난다. 그 뒤 장생은 앵앵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을 찾던 중 앵앵의 계집종인 홍낭 도움으로 연정시(戀情詩) 두 수를 지어 보내고 앵앵 또한 화답시 ‘명월삼오야(明月三五夜)’를 지어 보낸다. 그것은 바로 보름날 밤에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장생은 보름날 설레는 가슴을 안고 살구나무를 사다리 삼아 담을 넘어 앵앵에게 갔으나 앵앵은 편지와는 달리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어찌 마음이 부끄럽지 않겠냐며, 예로써 자신을 지켜 어긋난 행동을 하지 말라고 꾸짖고는 돌아가 버린다. 그러나 며칠 후 앵앵이 스스로 장생을 찾아와 하룻밤을 보내며 돌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장생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떠남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더욱이 과거에 실패한 장생은 입신출세를 위해 대가문의 규수와 혼인을 하고, 앵앵도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한다. 그 후 장생이 앵앵이 살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되어 앵앵의 집에 들러 남편에게 이종오라버니가 보러왔다고 전하나 앵앵은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장생이 원망의 기색을 하자 ‘싫다고 버리더니 이제 무슨 할 말이 있으리, 그 전엔 그대가 좋아서 사랑했소만, 부디 옛날의 그 마음으로 지금의 부인이나 사랑하구려’란 시를 지어 보낸다. 그 후 둘 사이가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 특징
이 글의 주인공인 장생이 바로 작가 자신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당대가 아무리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사회였을지라도 봉건사회의 최대 전성기는 당시의 시대적인 한계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주인공인 앵앵의 이미지를 매우 참신하며 진보적인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귀족가문 규수의 체통과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위해 장생을 꾸짖고 냉담하게 대하나, 결국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상대를 직접 찾아가는 행위는 정말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더구나 앵앵이 기녀나 술집 여인이 아닌 학덕과 자색을 겸비한 양가의 자녀였다는 점에서 그녀의 모습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반면에 장생이 자기를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반항하려 하지 않고 운명에 맡기는 장면에서는 앵앵이 봉건제도하의 교양을 갖춘 신분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앵앵은 봉건제도에 반항하는 한편, 그 제도를 잘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생이 여성을 희롱하고도 추호의 가책도 느낄 줄 모르는 행동은 봉건사대부 계층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앵앵전은 전기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가운데 하나이며,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3. <곽소옥전(霍小玉傳)>
㉠ 작자 장방(蔣防)
장방은 시인 이신(李紳)의 추천을 받아 한림학사 중서사인(中書舍人)이 되었으나 후에 당파싸움으로 정주·연주자사(汀州·連州刺史)로 좌천되었다. 이 소설은 실존했던 당나라 때의 시인 이익(李益)과 기생 곽소옥 사이에 얽힌 비극을 묘사한 것이다.
㉡ 내용
이익(李益)라는 자가 나이 스물에 진사에 급제하고 이듬해 있을 천관의 시험을 보러 장안에 왔다가 곽소옥(霍小玉)을 만난다. 소옥의 미모에 반한 이익은 소옥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함께 산 지 2년 되던 해 4월, 이익은 정현(鄭縣)의 주부(注簿)자리를 얻어 소옥과 혼인을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후 이익이 어머니를 만나보니 자신은 이미 노씨와 약혼이 되어있음을 알았다. 엄격한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어 소옥과 약속을 저버리고 일부러 헤어졌다. 소옥은 오랫동안 이익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 결국 병저 눕게 되었다. 이익이 있는 곳을 수소문 하느라 가진 재산을 모두 날리고 나서야 그를 찾았지만 이익은 그녀를 보러 오지 않았다. 어느 봄 날 이익이 숭경사(崇敬寺)에 모란꽃 구경을 왔다가 누런 적삼을 입은 사람을 만나 그에게 이끌려 소옥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병석에 누워있던 소옥은 이익의 배반을 책망하고는 오랫동안 슬퍼하며 ‘죽어서 원귀(怨鬼)가 되어 낭군님의 정실과 후실이 편히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하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이익은 그를 위해 상복을 입고 장례를 치른 후, 노씨와 혼인하였으나 그 뒤 소옥의 마지막 유언처럼 아내를 의심하는 병이 생겨 아내를 때리고 구박하다가 결국 아내 노씨와 헤어졌고 세 번이나 혼인하였으나 모두 노씨부인과 마찬가지였다.
㉢ 특징
작품 속에는 기녀와 사대부를 등장시켜 봉건사회 속에 여인들이 당하는 굴욕과 비극적 운명을 모사하였고, 동시에 봉건 문벌제도의 죄악을 폭로하고 있다.
Ⅵ. 작품 상호 비교
1. 공통점
㉠ 작품 속 남자 주인공
사대부 집안의 자식으로 문재가 뛰어나고 성품이 온화하며 모범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또 출세를 위해 고시 준비를 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이것은 당시의 과거제도에 대한 정치적 배경을 잘 반영한 것으로 그들이 왜 과거를 치르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을 배신하면서 까지 멀리 떠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 반봉건, 반 예교와 문벌제도에 대한 비판
곽소옥과 이와는 자신이 기생출신이라 정실부인이 되기에는 자신의 신분이 너무 천하다고 생각한다. 계급모순으로 인해 곽소옥이 버림을 받는 모습은 문벌제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와는 오히려 귀족의 정실부인이 되고‘견국부인’에 봉해지는 당시에는 충격적인 결말로 봉건사회의 문제점을 제시 하고 있다. 귀족집안의 딸인 앵앵은 자신의 신분에 맞는 봉건예교의 단정한 자태를 보여 주는듯하지만 밤중에 자신이 주동적으로 장생에게 사랑을 표시하면서 봉건예교에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 차이점
㉠ <곽소옥전>과 <앵앵전>은 비극적으로 결말 vs <이와전>의 해피엔딩
<곽소옥전>의 이익과 소옥은 서로의 신분의 차이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옥은 결국 병에 걸려 죽는다. <앵앵전>의 장생이 과거를 보러 떠나고 또 시험에 떨어지면서 앵앵을 멀리하고 후에 각각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면서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이와전>의 정생과 이와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혼인을 하게 되면서 둘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 <곽소옥전>과 <앵앵전>의 두 여주인공의 버림 받은 후의 행동
곽소옥은 자신을 버린 이익을 그리워하다 병에 걸려 원한을 품고 죽은 뒤 원귀가 되어 복수를 한다. 반면 앵앵은 문란하게 맺어지기 시작한 사랑이라 버림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임으로 아무런 원한을 품지 않겠다고 하며 현실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각각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한 후 장생이 앵앵을 찾아오지만 그와 만나지 않겠다는 시를 한 수 지어 그를 돌려보낸다.
㉢ <이와전> 과 <앵앵전>에 나타난 여성상
이와는 기생인 반면 앵앵은 사대부 집안의 자녀로 단정한 자태를 갖춘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와는 앵앵보다 더욱 도전적인 여인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남성을 출세시켜 운명을 개척하는 주도 면밀한 인물이다. 앵앵은 과감한 사랑은 시도하지만 결국 버림받고 비관하는 여인으로 봉건교양을 받은 귀족신분의 국한성을 드러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개성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상으로 묘사되지만 결말이 다른 것은 신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Ⅶ. 춘향전과 비교
1. 춘향전
<춘향전>은 열여섯 살 관기 춘향과 동갑내기 양반자제 이 도령이 만나 사랑을 불태우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을 이루려는 춘향이 현실과 대립하여 갈등을 빚는 과정은 춘향의 '말'과 무명 인물들의 막간극 및 삽입 문예양식들을 통해서 구조화되어 있다. 실제 작품은 판소리 광대의 창본인 <춘향가>와 소설책으로 정착된 <춘향전>(사본, 간본)의 두 형태로 전한다. 현재까지 90여종 이상의 이본들이 확인되었다. 이 작품 군 전부를 편의상 <춘향전>이라고 부른다. <춘향전>은 신재효의 사설 개작 이후 주제 및 표현이 양반층 취향에 맞게 변모했다고 하지만, 주제사상은 그리 차이가 없다. <춘향전>의 갈등구조는 춘향이 주체이고 춘향, 이 도령, 변학도가 삼각형을 이룬다는 점이 특이하다.
2. 공통점
㉠ 남녀간의 애정을 묘사
<춘향전>과 <이와전 >, <앵앵전>, <곽소옥전> 세 작품 모두 애정소설로서, 봉건제도의 굴레를 벗어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연애를 하고자 하는 청춘남녀의 갈망을 다루고 있다.
㉡ 작품속에 나타나는 여인상
도덕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나 끝내 뿌리깊히 박힌 봉건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숙명적인 여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이와전>과 <춘향전>의 전개 구조
<이와전>과 <춘향전>은 남녀 간의 사랑과 정절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며 기생 이와가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유교식의 정절과 내조가 주제와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차이점
㉠ 신분 갈등의 극복 여부
<이와전>의 경우 기녀 신분인 주인공은 신분갈등을 극복하여 애정을 성취하는 한편 <곽소옥전> 에서는 신분갈등을 극복하지 못하여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춘향전>은 기생이면서 기생이기를 거부한 춘향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 애정실현을 통하여 인간 주체성을 실현에 목적을 두었다.
㉡ 주변인물의 성향
<이와전>에서 장안 기녀 이와는 애정과 행복을 쟁취하는 여성으로, 자신을 '요전수(搖錢樹)'로 여기면서 애정을 가로막는 방해자인 기생어미(포주)에게 저항한다. 이처럼 <이와전> 에서의 주변인물인 이와의 기생어미는 이와와 정생을 갈라놓아 갈등을 유발시키는 반면, <춘향전>에서의 월매는 둘의 사랑을 방해 하지 않고 공조하며 춘향과 이 도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 내용의 결말
<곽소옥전>의 두 주인공과 <춘향전>의 두 주인공이 어린 나이에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남자가 출세 길로 나아가게 됨은 동일하며 여자가 남자를 그리워하고 정조를 지킨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곽소옥전>의 이익은 곽소옥을 배반하여 마침내 곽소옥은 죽음에 이르고 이익도 불행한 삶을 살아가나, <춘향전>에서는 이몽룡이 곤경에 처한 춘향이를 구해내어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사건의 전개방식
<춘향전>은 <이와전>, <앵앵전>, <곽소옥전>보다는 훨씬 인물과 사건이 풍부한데 조역인 향단과 방자와 월매, 악역인 변학도도 나오며 춘향이 옥에 갇혀서 수청을 강요당하고 이 도령이 암행어사출도를 하는 식으로 갈등과 반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의 갈래가 뻗어 인물과 사건을 보충하고 좀 더 복잡하게 발전한다. 반면, <이와전>, <앵앵전>, <곽소옥전>은 주인공의 복선과 갈등, 반전이 비교적 단순하게 전개되며 그들의 소망을 충족시키는 데에만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참고문헌
중국문학사. (김학주) / 신아사 1990
중국소설사의 이해. (중국소설 연구회편) / 서울학고방 1998
한국문학과 관련있는 중국전기소설선. (김종군) / 박이정 2005
중국고전문학의 전통 (김학주외 3인)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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