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전 읽기에 주저하는 것은 작자의 해박한 고사 인용에 막히고 질리기 때문이다.고전번역원의 곰꼼한 주석을 만나 연암소설인 방경각외전의 초기9전, 열하일기에 수록된 2편, 안의현감 시절에 쓴 1편까지 다시 읽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 블로그에서 다시 정리하는 기회를 가진 것도 내게는 큰 영광이다.연암 선생의 명복을 빌며, 뒤에서 논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글을 몇 편 더 인용하는 걸로 연암 선생께 진 빚의 일부라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암은 서문에서 바람직한 열녀상을 제시하였다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죽은 남편을 따라죽는 것도 가상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며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라 하겟는가? 필자가 조사하여 정리했던 바로는, 울산읍지에 소개된 끔직한 사건도 있었다. 뱃사공의 딸이 일찍 과부되었는데, 그녀의 아비가 동네 사내를 끌여들여 함께 살아주기를 기도하였다. 잠에서 깨어난 여인은 사내에게 물 좀 먹고 오겠다며 부엌으로 나갔다. 여인이 돌아오지 않아 사내가 부엌에 나가 보니 여인은 식칼로 젖가슴과 입술을 도려내고 죽어 있었다. 조선 초기에 시작된 열녀운동의 극단적 참상의 일단이다.
[주D-001]제(齊) 나라 …… 하였으니 : 제 나라의 현자 왕촉(王蠋)이 제 나라를 침략한 연(燕) 나라가 자신을 장수로 기용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숙한 여자는 지아비를 둘로 바꾸지 않는다.〔忠臣不事二君 貞女不更二夫〕”는 말을 남기고 자결했다. 《史記 卷82 田單列傳》
[주D-003]《경국대전(經國大典)》에 …… 하였으니 : 정직(正職)은 문무반(文武班)의 정식 벼슬을 가리킨다. 《경국대전》 이전(吏典) 경관직(京官職) 조에 “실행(失行)한 부녀와 재가(再嫁)한 부녀의 소생은 동반직(東班職)과 서반직(西班職)에 서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 규정은 정조(正祖) 9년(1785) 《경국대전》과 《속대전(續大典)》 등을 통합하여 편찬한 《대전통편(大典通編)》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주D-004]오랫동안 …… 교화 : 원문은 ‘久道之化’인데, ‘久道’는 ‘久導’와 같다. 《백척오동각집(百尺梧桐閣集)》, 《연암제각기(燕巖諸閣記)》 등에는 바로 위의 ‘우리 왕조〔國朝〕’ 앞에 공백을 둠과 동시에 이 구절에서도 ‘久道之 化’라 하여 중간에 공백을 두어 경의를 표했다.
則女無貴賤 族無微顯 여자는 귀하든 천하든 간에, 또 그 일족이 미천하거나 현달했거나 간에
莫不守寡 遂以成俗.
과부로 수절하지 않음이 없어 드디어 이로써 풍속을 이루었으니,
故之所稱烈女 今之所在寡婦也.
옛날에 칭송했던 열녀는 오늘날 도처에 있는 과부들인 것이다.至若田舍少婦 委衖靑孀 非有父母不諒之乏 非有子孫勿敍之恥 심지어 촌구석의 어린 아낙이나 여염의 젊은 과부와 같은 경우는 친정 부모가 과부의 속을 헤아리지 못하고 개가하라며 핍박하는 일도 있지 않고 자손이 정직에 서용되지 못하는 수치를 당하는 것도 아니건만,
[주D-011]이면제(李勉齊) : 원문은 ‘李侯勉齊’라고 되어 있는데, 후(侯)는 고대 중국의 제후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사또에 붙이는 경칭이다. 원문에는 이면제의 ‘齊’ 자가 ‘齋’ 자로 되어 있으나, 여러 이본들에 따라 바로잡았다. 《문과방목(文科榜目)》에 의하면 이면제는 1743년생으로, 1783년 진사 급제하였다.
居昌愼敦恒 立言士也
거창(居昌)의 신돈항(愼敦恒)은 후세에 훌륭한 글을 남기고자 하는 선비였는데,
爲朴氏 撰次其節義.
박녀를 위하여 그 절의의 전말을 엮었다. 始終其心 豈不曰 생각하면 박녀의 마음이 어찌 이렇지 않았으랴!
“弱齡嫠婦之久留於世
나이 젊은 과부가 오래 세상에 남아 있으면
長爲親戚之所嗟憐
길이 친척들이 불쌍히 여기는 신세가 되고,
未免隣里之所妄忖
동리 사람들이 함부로 추측하는 대상이 됨을 면치 못하니
不如速無此身也.”
속히 이 몸이 없어지는 것만 못하다고.
噫, 成服而忍死者 爲有窀穸也. /*窀(둔):광중. 穸(석):광중. 아! 슬프구나. 성복(成服)을 하고도 죽음을 참은 것은 장사 지내는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요,
외숙 지계공(芝溪公)의 말씀을 듣건대, “역학대도전은 당시에 선비로서의 명성을 빌려 권세와 이권을 몰래 사들여 기세등등한 자가 있어서 부군(府君)이 이 글을 지어 기롱한 것인데, 대개 노소(老蘇)의 변간론(辨姦論)과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나중에 그 사람이 패가망신 당하자, 부군이 마침내 이 글을 불살라 버렸으니, 대개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으로 자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편 우상전에 결락이 있고 하편들이 유실된 것은 권질(卷帙)상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함께 없어진 것이다.” 하였다. 아들 종간(宗侃)이 삼가 쓰다.
[주D-001]지계공(芝溪公) :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李在誠)이다. 호를 지계(芝溪)라 하였다. [주D-002]노소(老蘇) : 소식(蘇軾)의 아버지인 소순(蘇洵)을 가리킨다. 소순은 변간론(辨姦論)을 지어 왕안석(王安石)을 혹독하게 비판하였다. [주D-003]종간(宗侃) : 연암의 아들 박종채(朴宗采)의 초명(初名)이다. 그의 형 박종의(朴宗儀)는 백부 박희원(朴喜源)의 양자가 되었다.
이상 아홉 편의 전은 다 아버님이 약관 시절에 지은 것으로서, 집에 장본(藏本)이 없어 매번 남들에게서 얻어 왔다. 예전에 아버님께서 이들 작품을 없애 버리라고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내가 젊었을 적에 작가에 뜻을 두어 작문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지은 것인데, 지금까지도 더러 이 작품들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하셨다. 불초한 우리 형제가 비록 아버님의 명을 받들고는 싶지만, 사람들이 전파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난번에 이러한 일로 외숙 지계공께 상의를 드렸더니, 공이 말씀하시기를,
“선공(先公)이 지은 논설 중에는 전아(典雅)하고 장중(莊重)한 것이 많다. 반면에 이 작품들은 사실 저술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으니 있건 없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더구나 젊었을 때의 작품이니만큼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예로부터 문장가들에게는 이와 같이 유희 삼아 지어 보는 작품이 없지 않았으니, 반드시 폐기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양반전 한 편은 속된 말이 많아서 조그마한 흠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실로 왕포(王褒)의 동약(僮約)을 모방하여서 지은 것이니만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였으므로, 불초한 우리 형제가 감히 함부로 취사(取舍)를 할 수 없어, 별집(別集)의 말미에 붙여 둔다. 아들 종간이 삼가 쓰다.
[주D-004]
왕포(王褒)의 동약(僮約) : 노비 계약을 다룬 글로서 그 내용은, 왕포가 양혜(楊惠)라는 과부의 집에 들렀다가 오만하게 술심부름을 거부하는 양혜의 노비 편료(便了)를 샀는데, 그 노비문서에서 노비가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어겼을 때의 처벌 조항까지도 세세하게 밝혀 놓음으로써 편료를 길들인다는 이야기이다. 왕포는 전한(前漢) 시대의 인물로 사부(辭賦)에 능했다. 《古文苑 卷17 僮約》
[주D-004]섬돌은 …… 돌이었으며 : 원문은 ‘除嵌文石’인데, 무늬 있는 돌로 된 궁궐의 섬돌을 ‘문석계(文石階)’ 또는 ‘문석지계(文石之階)’라고 한다. [주D-005]화제주(火齊珠) : 보석의 일종으로 청색, 홍색, 황색 등 빛깔이 다양하다. 매괴주(玫瑰珠)라고도 하며 일설에는 유리(琉璃)라고도 한다.
[주D-006]말갈아(靺鞨芽) : 보석의 일종으로 붉은빛을 띤다. 홍마노(紅瑪瑙)라고도 하며 주로 말갈 지역에서 생산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7]슬슬(瑟瑟) : 보석의 일종으로 푸른빛을 띤다. 녹주(綠珠)라고도 한다.
食皆金銀鍍 侈靡瑰麗
식기는 모두 금은(金銀)으로 도금하여 사치스럽고 화려하였다.
千里往往 說爲奇巧
천 리를 가는 동안 그들은 곳곳에 기묘한 볼거리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庖丁驛夫 據牀而坐
하찮은 포정(庖丁)이나 역부(驛夫)에게까지도 의자에 걸터앉아 垂足於枇子桶 使花衫蠻童洗之. 발을 비자(枇子)나무로 만든 통에 드리우게 하고 꽃무늬 적삼 입은 왜놈 아이종으로 하여금 씻어 주게 하였다.
其陽浮慕尊如此.
이처럼 그들이 겉으로 순종하는 척하며 존모(尊慕)의 뜻을 보였으나,
而象驛持虎豹․貂鼠․人蔘․諸禁物
우리 역관들이 호랑이 가죽, 표범 가죽, 담비 가죽, 인삼 등 금지된 물건들을 가져다
潛貨璣珠․寶刀
보석과 보도(寶刀)와 몰래 바꾸는 바람에
駔儈機利 殉財賄如鶩
그곳의 거간꾼들이 이익을 노려 재물에 목숨을 걸기를 마치 말이 치달리듯 하니,
倭外謬爲恭敬 不復衣冠慕之.
그 이후로는 왜인들이 겉으로만 공경하는 척할 뿐 더 이상 문명인으로 존모하지 않았다. 虞裳以漢語通官隨行 獨以文章 大鳴日本中. 그런데
[주D-009]《해람편(海覽篇)》 : 이언진의 《송목관신여고(松穆館燼餘稿)》와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도 수록되어 있다. 《송목관신여고》는 1860년에 저자의 시문(詩文) 잔편들을 수집하여 간행한 본으로서 같은 해에 중국과 조선 두 곳에서 함께 출간되었다. 중국본은 이상적(李尙迪)이 간행한 목판본(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이고, 조선본은 후손 이진명(李鎭命) 등이 간행한 활자본(한국문집총간 252집)이다. 그리고 《청장관전서》는 1809년경에 이덕무의 아들 이광규(李光葵)가 재편한 것을 1900년대 초에 등사한 본(한국문집총간 258집)으로서 이들 《송목관신여고》 2종을 포함한 4종의 판본 사이에는 글자나 구절상의 차이가 다소 있다.
[주D-010]대지 …… 나라가 : 마테오리치〔利瑪竇〕가 제작한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가리킨다.
碁置而星列 바둑알 놓이듯 별이 깔리듯于越之魋結 머리 틀어 상투 쫒은 우월(于越)의 나라 竺乾之祝髮 머리를 박박 깎은 인도의 나라 齊魯之縫腋 소매 너른 옷 입은 제로(齊魯)의 나라 胡貊之氈毼 모포를 뒤집어쓴 호맥(胡貊)의 나라
[주D-011]소매 …… 나라 : 제로(齊魯)는 제 나라와 노 나라로,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문화국가이다. 공자는 노 나라에서 성장하여 소매 너른 옷을 입었다고 한다. 《禮記 儒行》 봉액(縫腋)은 봉액(逢掖)이라고도 하며, 옷 소매가 넓은 유자(儒者)의 복장을 가리킨다. [주D-012]모포를 …… 나라 : 호맥(胡貊)은 중국 북방에 사는 흉노(匈奴) 등의 민족을 가리킨다. 원문의 ‘氈’가 《송목관신여고》에는 ‘氀’로 되어 있다.
或文明魚雅 혹은 문명하여 위의를 갖추기도 하고 或兜離侏佅 혹은 미개하여 음악이 요란스럽기만 하네群分而類聚 무리로 나뉘고 끼리끼리 모여서遍土皆是物 온 땅에 펼쳐진 게 모두 인간인데日本之爲邦 일본이란 나라를 볼작시면波壑所蕩潏 깊은 파도 넘실대는 섬나라其藪則搏木 숲 속엔
[주D-014]나무 …… 소철이라네 : 원문의 ‘木’과 ‘奇’가 《송목관신여고》 및 《청장관전서》에는 ‘卉’와 ‘怪’로 되어 있다. [주D-015]방전산(芳甸山) : 미상(未詳)이다. 뒤에 나오는 ‘꼭대기엔 태곳적 눈이 영롱하네’란 구절로 미루어, 후지산〔富士山〕이 아닌가 한다.
[주D-016]구진성(句陳星) : 자미원(紫微垣)에 속하는 별로, 모두 6개의 소성(小星)으로 이루어져 있다.
南北春秋異 남북으론 가을과 봄이 다르고 東西晝夜別 동서로는 낮과 밤이 갈라지도다 中央類覆敦 중앙은 그릇 엎어 놓은 것과 같아서嵌空龍漢雪 꼭대기엔 태곳적 눈이 영롱하네蔽牛之鉅材 그늘로 소 떼를 뒤덮는 큰 나무와 抵鵲之美質 까치 잡는 데나 쓰이는 흔한 옥돌과
[주D-017]그늘로 …… 나무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장석(匠石)이 제(齊) 나라에 가서 신목(神木)을 보았는데 그 크기가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로 가릴 정도나 된다.” 하였다. [주D-018]까치 …… 옥돌 : 환관(桓寬)의 《염철론(鹽鐵論)》에, “곤륜산(崑崙山) 근처에서는 박옥(璞玉)으로 까치를 잡는다.” 하였다. 즉 귀하게 여기는 물건이 아주 흔하게 있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與丹砂金錫 단사나 금이나 주석들이 皆往往山出 모두 다 산에서 흔히 나온다네 大阪大都會 오사카는 큰 도회지라瓌寶海藏竭 진기한 보물들은 용궁의 보물을 다 털어낸 듯奇香爇龍涎 기이한 향은
[주D-019]진기한 …… 듯 : 《송목관신여고》 및 《청장관전서》에는 이 구절 다음에 “빛나는 것은 수시은(朱提銀)이요 둥근 것은 말갈아(靺鞨芽)요 붉은 것 푸른 것은 화제주(火齊珠)와 슬슬(瑟瑟)이라네.〔光者是朱提 圓者是靺鞨 赤者與綠者 火齊映瑟瑟〕”라는 구절이 더 들어 있다.
[주D-020]용연향(龍涎香) : 고래의 분비물로 만든 명향(名香)의 이름이다. [주D-021]아골석(雅鶻石) : 슬슬(瑟瑟)과 비슷한 청록색 보석이다. 《송목관신여고》에는 ‘雅’가 ‘鴉’로 되어 있다.
牙象口中脫 입에서 뽑은 코끼리 어금니角犀頭上截 머리에서 잘라낸 무소뿔 波斯胡目眩 페르시아의 상인들도 눈이 부셔하고浙江市色奪 절강의 저자들도 빛이 바랬네
[주D-022]절강의 …… 바랬네 : 《송목관신여고》에는 이 구절 다음에 “수레를 밀며 떼 지어 몰려가니 수많은 거간꾼들 늘어섰는데〔却車而攈至 駔儈千戶埒〕”라는 구절이 더 들어 있다.
寰海地中海 온 섬이 지중해를 이루어中涵萬象活 오만 가지 산 것들이 구물거려라鱟背帆幔張 돛을 펼친 후어(鱟魚)의 등이며鰌尾旌旗綴 깃발을 달아맨 해추(海鰌)의 꼬리며堆壘蠣粘房 다닥다닥 무더기 진 굴껍데기며
[주D-023]돛을 …… 등이며 : 후어(鱟魚)는 참게를 말한다. 등 위에는 7, 8촌(寸) 되는 껍질이 있는데 바람이 없으면 이 껍질을 눕히고 바람이 불면 이 껍질을 돛처럼 펴서 바람을 타고 다닌다고 한다. 《酉陽雜俎》 [주D-024]깃발을 …… 꼬리며 : 해추(海鰌)는 꼬리지느러미가 솟아 있는 긴흰수염고래를 말한다. 유순(劉恂)의 《영표록이(嶺表錄異)》에 의하면 그 지느러미가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것 같다고 하였다. [주D-025]다닥다닥 무더기 진 : 원문의 ‘壘’가 《송목관신여고》에는 ‘磊’로, 《청장관전서》에는 ‘疊’으로 되어 있다.
屭贔龜次窟 무거운 것을 등에 진 거북 굴일레忽變珊瑚海 산호 바다로 문득 변하니煜耀陰火烈 번쩍번쩍
忽變紺碧海 검푸른 바다로 문득 변하니霞雲衆色設 노을 비치어 갖가지 빛깔이로세忽變水銀海 수은 바다로 문득 변하니星宿萬顆撒 수만 개가 뿌려진 큰 별 작은 별忽變大染局 커다란 염색가게로 문득 변하니綾羅爛千匹 천 필의 능라 비단 찬란도 하고忽變大鎔鑄 커다란 용광로로 문득 변하니五金光迸發 오금의 빛이 터져 퍼지네龍子劈天飛 용이
[주D-027]오금(五金) : 황색의 금, 백색의 은, 적색의 구리, 청색의 납, 흑색의 철을 가리킨다. [주D-028]하늘을 가르며 : 원문의 ‘劈天’이 《송목관신여고》에는 ‘擘天’으로 되어 있다.
千霆萬電戞 천 벼락 만 번개가 치고髮鱓馬甲柱 발선과 마갑주는
[주D-029]천 벼락 …… 치고 : 이 구절이 《송목관신여고》 중국본에는 ‘千電萬霆戞’, 조선본에는 ‘雷霆極閃戞’로 되어 있고, 《송목관신여고》에는 이 구절 다음에 “동쪽 구름 사이론 용의 비늘과 발톱이 번뜩이고 서쪽 구름 사이론 지체가 드러났네.〔東雲閃鱗爪 西雲露肢節〕”라는 구절이 더 들어 있다. [주D-030]발선(髮鱓)과 마갑주(馬甲柱) : 발선은 드렁허리의 일종이다. 마갑주는 살조개, 또는 꼬막이라고 하며, 그 육주(肉柱)가 맛있다.
秘怪恣怳惚 신비하고 기괴해 마구 얼을 빼네其民祼而冠 백성들은 알몸에다 관을 썼는데外螫中則蝎 독하게 쏘아 대니 속이 전갈 같구나 遇事則麋沸 일 만나면
[주D-033]글자는 …… 면하고 : 원문의 ‘鳥鳦’은 ‘鳦鳥’ 즉 제비를 뜻한다. 한자의 초서체(草書體)에서 만들어진 일본의 히라카나〔平假名〕가 제비 모양과 같다고 풍자한 것이다. 《송목관신여고》에는 ‘鳥鳦’이 ‘鳥跡’으로 되어 있는데, ‘鳥跡’은 조전(鳥篆), 즉 새의 형태와 같은 장식을 가하여 전체(篆體) 비슷하게 된 예술적인 자체(字體)를 가리키는 것으로 춘추전국 시대에 유행하였다. 따라서 ‘鳥跡’으로 하면 일본의 글자 모양과는 무관하게 된다. [주D-034]말은 : 원문의 ‘詩’가 《송목관신여고》에는 ‘語’로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D-035]때까치 울음소리 : 다른 나라의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鴃舌’이라고 한다.
[주D-036]남녀간은 사슴처럼 문란하고 :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저 금수(禽獸)만은 예가 없다. 그러므로 부자가 암컷을 공유한다.〔父子聚麀〕”고 하였다. [주D-037]또래 : 원문의 ‘友朋’이 《송목관신여고》 조선본에는 ‘朋流’로 되어 있다. [주D-038]새 지저귀듯 : 원문의 ‘鳥嚶’이 《송목관신여고》에는 ‘啁啾’로 되어 있다.
[주D-039]통역들도 …… 못한다네 : 이 구절이 《송목관신여고》 및 《청장관전서》에는 ‘鞮象譯未悉’로 되어 있다.
草木之瓌奇 진귀한 풀과 나무들은羅含焚其帙 나함조차 자기 책을 불사를 지경百泉之源滙 수없이 뻗어 있는 물길들은酈生瓮底蠛 역생조차
[주D-040]나함(羅含) : 동진(東晉) 때의 인물로서 상수(湘水) 지역의 산수를 다룬 《상중산수기(湘中山水記)》를 저술하였다. [주D-041]역생(酈生) : 북위(北魏) 때의 인물인 역도원(酈道元 : 466 ~ 527)을 가리킨다. 그는 중국지리학의 명저인 《수경주(水經注)》를 저술하였다. [주D-042]항아리 속 진디등에 : ‘우물 안 개구리’와 비슷한 말로 식견이 좁다는 뜻이다.
[주D-043]사급(思及) :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艾儒略 : Julio Aleni, 1582 ~ 1649〕의 자(字)이다. 그는 명 나라 때에 중국에 들어와 《직방외기(職方外紀)》를 저술하였다. 그 내용은 권두에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수록한 뒤 아시아 등 오대주에 대해 기록하고 사해총설(四海總說)을 덧붙여 각국의 풍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D-044]꽃무늬와 글자 : 원문의 ‘識’이 《송목관신여고》에는 ‘銘’으로 되어 있다. [주D-045]정백(貞白) : 양(梁) 나라 때의 인물인 도홍경(陶弘景 : 452 ~ 536)의 시호이다. 그는 역대 제왕들과 각국 인물들의 도검(刀劍)에 대하여 기술한 《고금도검록(古今刀劍錄)》을 저술하였다.
[주D-046]서태(西泰) 이마두(利瑪竇) : 서태는 마테오리치(Matteo Ricci)의 자(字)이다. ‘西泰’가 《송목관신여고》에는 서양을 뜻하는 ‘泰西’로 되어 있다.
[주D-047]치밀하고 …… 놓았네 : 원문의 ‘刃’이 《송목관신여고》에는 ‘刀’로 되어 있다.
鄙夫陳此詩 무식한 제가 이 시를 지어 바치노니辭俚意甚實 말은 촌스러도 뜻은 퍽 진실하이善隣有大謨 이웃 나라와 잘 지내는 큰 법 있으니羈縻和勿失 잘 구슬려서 화평을 잃지 마소
[주D-048]말은 촌스러도 : 원문의 ‘辭俚意’가 《송목관신여고》에는 ‘語俚義’로 되어 있다. [주D-049]잘 …… 마소 : 기미(羈縻)란 말에 굴레를 씌우거나 소에 고삐를 매어 통제한다는 뜻으로, 억센 상대를 회유(懷柔)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주변의 이민족(異民族)들에 대해 ‘잘 구슬리면서 외교 관계를 끊지 않는〔羈縻勿絶〕’ 정책을 취하였다.
如虞裳者 豈非所謂華國之譽耶? 위의 시로 볼 때 우상 같은 자는 이른바 ‘문장으로 나라를 빛낸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한 자가 아니겠는가.
神宗萬曆壬辰 倭秀吉潛師襲我
신종(神宗) 만력(萬曆) 임진년에 왜적 평수길(平秀吉)이 군사를 몰래 출동시켜 우리나라를 엄습하여,
[주D-054]공봉백(供奉白) : 당(唐) 나라 시인 이백(李白)을 가리킨다. 공봉한림(供奉翰林)에 제수되었으므로 공봉백이라 한 것이다. [주D-055]업후필(鄴侯泌) : 당 나라 문장가 이필(李泌 : 722 ~ 789)을 가리킨다. 신선술을 좋아하였다. 업후(鄴侯)에 봉하여졌으므로 업후필이라 한 것이다.
合鐵拐爲滄起 철괴와 합쳐 창기가 되니古詩人古仙人 옛 시인과 옛 선인古山人皆姓李 옛 산인이 모두 다
[주D-056]철괴(鐵拐) : 중국 전설상의 팔선(八仙) 중의 하나인 이철괴(李鐵拐)를 가리킨다. [주D-057]공봉백(供奉白)과 …… 이씨(李氏)라네 : 이 시는 《송목관신여고》 조선본에 ‘동호거실(衕衚居室)’이라는 제목의 장편 육언시 중의 한 수로 수록되어 있고, 원문의 ‘古詩人古仙人 古山人皆姓李’가 《송목관신여고》에는 ‘古詩人古山人 古仙人皆姓李’로 되어 있다.
李其姓也 滄起又其號也. 했는데, 이(李)는 그 성이요, 창기(滄起)는 그의 또 다른 호이다. 夫士伸於知己 屈於不知己. 대체로 선비란 자신을 알아주는 이 앞에서는 재능을 펴고 자신을 몰라주는 이 앞에서는 재능을 펴지 못하는 법이다.
鵁鶄․鸂鵣 禽之微者也.
교청(鵁鶄 푸른 백로)과 계칙(鸂鶒 자원앙(紫鴛鴦))은 새 중에서도 보잘것없는 새이지만,
然猶自愛其羽毛 暎水而立 翔而後集.
그럼에도 제 깃털에 도취되어 물에 비추어 보고 서 있다가 다시 하늘을 맴돌다 내려앉거늘,
人之有文章 豈羽毛之美而已哉?
사람이 지닌 문장을 어찌 고작 새 깃털의 아름다움에 비하겠는가.
昔慶卿 夜論劒 聶怒而目之.
옛날에 경경(慶卿)이 밤에 검술을 논하자 합섭(蓋聶)이 성을 내며 눈총을 주어 나가게 하였으며,
及高漸離擊筑 刑軻和而歌
고점리(高漸離)가 축(筑)을 연주하자 형가(荊軻)가 화답하여 노래하더니
已而相泣 旁若無人者
이윽고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붙들고 운 일이 있었다.
[주D-058]옛날에 …… 있었다 : 형가(荊軻)는 전국 시대 말기 위(衛) 나라 사람으로 위 나라에서는 경경(慶卿)으로 불렸다. 진(秦) 나라가 위 나라를 멸망시키자 연(燕) 나라로 망명한 다음 연 나라 태자 단(丹)과 모의하여 진왕(秦王) 정(政)을 죽이려다 실패한 인물이다. 형가가 어느날 유차(楡次) 고을을 지나다가 합섭(蓋聶)과 검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합섭이 성을 내며 눈총을 주자 형가가 그만 기분이 상해 나가 버렸다. 또 형가가 연 나라에 가서 고점리와 시장에서 술을 마셨는데 술에 취한 고점리가 축(筑)을 연주하자 형가가 이에 화답하여 노래를 부르고 이어 주위도 아랑곳 않고 서로 붙들고 울었다. 형가에게 있어서 합섭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에 해당하고 고점리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 해당한다. 《史記 卷86 刺客列傳》
夫樂亦極矣. 復從而泣之 何也?
무릇 그 즐거움이야 극에 달했겠지만, 더 나아가 울기까지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中心激 而哀之無從也.
마음이 복받쳐서 엉겁결에 슬퍼진 것이다.
雖問諸其人者 亦將不自知其何心矣.
비록 그 당사자에게 물어본다 해도 역시 그때 제 마음이 무슨 마음이었는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人之以文章相高下 豈區區劒客之一技哉?
사람이 문장으로써 서로 높이고 낮추고 하는 것이 어찌 구구한 검사(劒士)의 한 기예 정도에 비할 뿐이겠는가?
虞裳其不遇者耶?
우상은 아마도 때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사람일까? [그의 말에 어쩌면 그렇게도 슬픔이 많단 말인가? 그의 시에,]
鷄戴勝高似幘 닭의 머리 위 벼슬은 높기가 관과 같고
牛垂胡大如袋 소의 축 처진 멱미레는 크기가 전대 같네家常物百不奇 집에 있는 보통 물건이란 하나도 기이할 것 없지만大驚怪槖駝背 크게 놀랍고 괴이한 건 낙타의 등이로세
[주D-059]닭의 …… 등이로세 : 이 시 또한 《송목관신여고》에 ‘호동거실(衚衕居室)’의 한 수로 수록되어 있다.
[주D-066]곤어(鯤魚) : 북쪽 대해(大海)에 산다는 큰 물고기이다. 《莊子 逍遙遊》 [주D-067]솜씨는 …… 빛났고 : 원문은 ‘手沐日月’이다. 우(禹) 임금이 남악(南岳)에 올라 금간옥자(金簡玉字)의 비서(秘書)를 얻었는데 거기에 ‘목일욕월(沐日浴月)’ 운운한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목일욕월’은 햇빛과 달빛으로 목욕한 듯이 윤택하다는 뜻이다. 《庾仲雍 荊州記》 [주D-068]재물을 …… 다름없다 :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재물을 허술하게 보관하는 것은 훔쳐 가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름없고,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음심(淫心)을 갖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慢藏誨盜, 冶容誨淫〕” 하였다. [주D-069]물고기란 …… 된다 : 《노자》 및 《장자(莊子)》 거협(胠篋)에, “물고기란 못을 떠날 수 없는 법이니 나라의 이기(利器)를 남에게 보여 주면 안 된다.〔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하였다.
過勝本海作詩曰,
승본해(勝本海)를 지나면서 다음의 시를 지었다.
[주D-070]승본해(勝本海) : 승본(勝本)은 현 장기현(長崎縣) 북쪽 일기도(壹岐島)에 소속된 지명으로 그 일대의 바다를 승본해라 한다.
蠻奴赤足貌
魀 맨발의 왜놈 사내 몰골조차 수상한데鴨色袍背繪星月 압색의 윗도리 등엔 별과 달이 그려져 있네花衫蠻女走出門 꽃무늬 적삼 입은 계집들 달음질해 문 나서니
[주D-071]압색(鴨色)의 윗도리 : 오리 머리 빛깔인 녹색을 가리키는 것으로 압두록(鴨頭綠)이라고도 한다. ‘袍’는 ‘우에노기누’라고 하는 윗도리를 말한다. [주D-072]꽃무늬 적삼 : 원문의 ‘花衫’이 《송목관신여고》 및 《청장관전서》에는 ‘花裙’으로 되어 있다.
頭梳未竟髽其髮 머리 빗다 못 마친 양 그 머리 동여 맸네小兒號嗄乳母乳 어린아이 칭얼대며 어미 젖을 빨아 대니母手拍背鳴嗚咽 어미가 등을 때리자
[주D-075]대패(大貝) : 바닷조개 중 가장 크다는 거거(車渠)와 흡사한 조개의 일종이다. 껍질은 장식품으로 쓴다. [주D-076]말을 하고 : 원문의 ‘言’이 《송목관신여고》 및 《청장관전서》에는 ‘語’로 되어 있다. [주D-077]왜놈의 …… 풍부하여 : 이 부분이 《송목관신여고》에는 ‘蠻府亦解園林趣’로 되어 있다. [주D-078]맨발의 …… 찼네 : 이 시는 ‘일기도(壹岐島)’라는 제목으로 《송목관신여고》에 수록되어 있다.
病痔舟中 臥念梅南老師言 乃作詩曰, 배 안에서 치질 병이 생겨 매남노사(梅南老師)의 말을 누워 생각하며 다음의 시를 지었다. 宣尼之道麻尼敎 공자의 유교와
[주D-080]일찍이 : 원문의 ‘嘗’이 《청장관전서》에는 ‘常’으로 되어 있다. [주D-081]오인도(五印度) 가 보았으나 : 인도를 오천축(五天竺)이라고도 한다. 고대 인도가 동, 서, 남, 북, 중의 5부로 구획되어 있었으므로 생긴 이름이다. 이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16세기에 인도에 진출한 사실을 가리킨다.
[주D-082]장사꾼 : 원문의 ‘俾販徒’가 《송목관신여고》에는 ‘稗販徒’, 《청장관전서》에는 ‘裨販徒’로 되어 있다. [주D-083]괴이한 말 : 원문은 ‘吾說’인데, 《송목관신여고》 조선본에는 ‘怪’로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D-084]산발을 …… 하니 : 원문의 ‘墜’와 ‘犴’이 《송목관신여고》와 《청장관전서》에는 ‘墮’와 ‘獄’으로 되어 있다. [주D-085]생시에 …… 죄 : 원문의 ‘日欺’가 《송목관신여고》에는 ‘前誣’, 《청장관전서》에는 ‘日誣’로 되어 있다. [주D-086]진단(震旦)의 동쪽 : 일본을 가리킨다. 진단은 고대 인도에서 중국을 일컫던 말이다. [주D-087]절들이 : 원문의 ‘衍’이 《송목관신여고》와 《청장관전서》에는 ‘刹’로 되어 있다.
睢盱島衆怵禍福 섬 백성 흘겨보며 화복으로 겁을 주니炷香施米無時缺
향화(香火)라 공양미가 끊일 날이 없고말고
[주D-088]향화(香火)라 …… 없고말고 : 원문의 ‘無時’가 《송목관신여고》 조선본에는 ‘長無’로 되어 있다. 《송목관신여고》에는 이 구절 다음에 “부처를 받들면서 부처가 싫어하는 것 되레 좋아하여 물고기 구워 먹고 회 쳐 먹고 마구마구 죽여 대니〔好佛反好佛所惡 燒剔魚鼈恣屠殺〕”라는 구절이 더 들어 있다.
譬如人子戕人子 비하자면 제 자식이 남의 자식 죽여 놓고入養父母必不說 들어와 봉양하면 어느 부모 좋아하리六經中天揚文明 육경이 중천에서 밝은 빛을 비추는데此邦之人眼如漆 이 나라 사람들은 눈에 옻칠한 듯하네暘谷昧谷無二理 양곡이나 매곡이 이치가 둘이겠나順之則聖背檮杌 순종하면 성인 되고 배반하면 악인 되네吾師詔吾詔介衆 우리 스승 나더러 뭇사람께 고하라기以詩爲金口木舌 목탁 대신 이 시 지어 네거리에 울리노라
[주D-089]육경이 …… 비추는데 : 원문의 ‘揚文’이 《송목관신여고》 중국본에는 ‘揭文’, 조선본에는 ‘揭大’로 되어 있다. [주D-090]양곡(暘谷)이나 매곡(昧谷) : 양곡은 해 뜨는 곳, 매곡은 해 지는 곳을 가리킨다. [주D-091]우리 ……고하라기 : 원문의 전후에 있는 ‘詔’가 모두 《송목관신여고》 조선본에는 ‘訓’으로 되어 있다. [주D-092]공자의 …… 울리노라 : 마지막 구 ‘以詩爲金口木舌’의 ‘爲’가 《송목관신여고》에는 ‘替’로 되어 있다. 이 시는 ‘일양의 배 안에서 혜환노사의 말씀을 생각하며〔壹陽舟中念惠寰老師言〕’라는 제목으로 《송목관신여고》에 수록되어 있는데, 혜환(惠寰)은 이언진의 스승 이용휴(李用休 : 1708 ~ 1782)의 호이다.
詩皆可傳也. 우상의 이러한 시들은 모두 후세에 전할 만하다.
及旣還過所次 皆已梓印云.
나중에 머물렀던 곳을 다시 들렀더니 그새 이 시들이 모두 책으로 인출(印出)되었다고 한다. 余與虞裳生不相識 나는 우상과는 생전에 상면이 없었다.
[주D-093]오농(吳儂)의 간드러진 말투 : 오농은 오(吳) 나라 사람, 즉 화려하고 세련됨을 추구한 강남(江南)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삼국 시대 때 오 나라 땅이었던 이 지역 사람들의 말투가 간드러진 느낌을 주었으므로 ‘오농연어(吳儂軟語)’니 ‘오농교어(吳儂嬌語)’니 하였다. 원문의 ‘오농세타(吳儂細唾)’도 같은 뜻의 말이다. [주D-094]창부(傖夫) : 창부는 시골뜨기라는 뜻으로, 강남 사람들이 중원(中原) 사람들을 비하하여 부른 말이다. 오 나라 출신인 육기(陸機)가 동생 육운(陸運)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문학적 경쟁 상대로서 중원 출신인 좌사(左思)를 ‘창부’라 비웃은 적이 있다. 《晉書 卷92 文苑傳 左思》 여기서 이언진은 자신과 연암의 관계를 육기와 좌사의 관계에 비긴 것이다.
久之歎曰“吾其久於世哉.”
한참 있다가 마침내 한탄하며 말하기를,“내가 어찌 세상에 오래갈 수 있겠는가?” 하고
因泣數行下 余亦聞而悲之.
두어 줄의 눈물을 쏟았다기에, 나 역시 듣고서 슬퍼했다.
旣而虞裳死 年二十七.
얼마 후 우상이 죽으니 그의 나이 스물일곱 살이었다.
其家人夢見 仙子醉騎蒼鯨
그의 집안사람이 꿈속에서, 신선이 술에 취하여 푸른 고래를 타고 가고
黑雲下垂 虞裳披髮而隨之.
그 아래로 검은 구름이 드리웠는데 우상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良久虞裳死.
얼마 후에 우상이 죽으니,
或曰“虞裳仙去.”
사람들 가운데는 “우상이 신선이 되어 떠나갔다.”고들 말하기도 하였다.
嗟乎 余嘗內獨愛其才.
아! 나는 일찍이 속으로 그 재주를 남달리 아꼈다.
然獨挫之 以爲虞裳年少
그럼에도 유독 그의 기를 억누른 것은, 우상이 아직 나이 젊으니
俛就道 可著書數歲也.
머리를 숙이고 도(道)로 나아간다면, 글을 저술하여 세상에 남길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D-005]미원동(美垣洞) : 미동(美洞)을 가리키는 듯하다. 미동은 현재 을지로 1가 소공동 북쪽에 해당한다. [주D-006]서 초관(徐哨官) : 초관(哨官)은 군대의 편제인 초(哨)의 우두머리로 종 9 품의 벼슬이다. [주D-007]모교(毛橋) : 청계천에 놓인 다리의 하나로, 모전교(毛廛橋)라고도 한다. 현재의 무교동과 서린동의 사거리 지점에 있었다. [주D-008]사복천(司僕川) : 한양 중부 수진방(壽進坊 현재 수송동 일대)에 있던 사복시(司僕寺) 앞의 계천(溪川)이다. [주D-009]지 승(池丞) : 승(丞)은 서(署) · 시(寺) · 감(監) 등 중앙의 각 관청에 있었던, 종 5 품에서 종 9 품에 걸친 벼슬이다.
[주D-011]창동(倉洞) : 남대문 안 선혜청(宣惠廳)의 창고 부근에 있었던 동네로, 현재 남대문 시장이 있는 남창동 일대이다. [주D-012]동관(董關) …… 소릉(小陵) : 동관은 미상(未詳)이다. 배오개는 현재 종로 4가 인의동에 있었던 고개이고, 구리개는 현재 을지로 입구, 롯데백화점 맞은편에 있었던 고개이다. 자수교는 현재 옥인동과 효자동 · 궁정동이 만나는 곳에 있던 다리로, 조선 시대에 후궁들의 거처로 쓰인 자수궁(慈壽宮)이 있었던 곳이어서 자수궁교라고도 하였다. 사동은 사직단(社稷壇 : 현재 사직공원) 부근의 동네이다. 장동은 장의동(壯義洞)이라고도 하는데, 현재의 효자동 · 궁정동 · 청운동 일대이다. 대릉과 소릉은 각각 대정동(大貞洞)과 소정동(小貞洞)을 가리킨다. 원래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神德王后)의 무덤인 정릉(貞陵)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 중구 정동 일대이다.
[주D-019]신 …… 뿐이었다 : 신선이 득도하여 승천(昇天)한 증거로 흔히 신발만 남기고 행방이 묘연해진 사실을 든다. [주D-020]나는 : 원문은 ‘余’인데, 이본에는 ‘除’로 되어 있다. 이본에 따라 번역하자면 ‘除’는 섬돌의 뜻으로 앞 구에 연결되어 “신 두 짝만 섬돌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로 해석된다.
遂題名巖壁下 歎息而去.
마침내 암벽 아래에다 이름을 써 놓고 탄식하며 떠나왔다.
常有雲氣 風瑟然.
그런데 거기에는 노상 구름 기운이 감돌고 바람이 쓸쓸하게 불었다.或曰 “仙者山人也.” 어떤 책에는 “신선〔仙〕이란 산사람〔山人〕을 의미한다.”라고 하며
[주D-021]어떤 …… 의미한다 : 《석명(釋名)》이나 《자휘(字彙)》 등의 사전류에서 ‘仙’ 자를 풀이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又曰 “入山爲仙也.”
또 어떤 책에는 “ ‘산에 들어가 있는 사람〔入山〕’을 신선〔屳〕이라고 한다.”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