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양봉래(楊蓬萊)의 풍악에서[在楓岳]란 시는 다음과 같다.

白玉京蓬萊島 백옥경봉래도

浩浩煙波古 호호연파고

熙熙風日好 희희풍일호

碧桃花下閒來往 벽도화하한래왕

笙鶴一聲天地老 생학일성천지로

백옥경 봉래도에

허허 넓은 연파는 태고적이고

맑고 따사로운 날씨도 좋구나

벽도화 그늘에 한가로이 오가니

학 탄 신선 피리소리에 세월은 간다

신선 같은 풍채와 도인 같은 느낌이 짙다.

자동(紫洞) 차식(車軾)이 흉내내기를 다음과 같이 했다.

朝玄圃暮蓬萊 조현포모봉래

山月鉢淵瀑 산월발연폭

香風桂樹臺 향풍계수대

俯臨東海揖麻姑 부림동해읍마고

六六壺天歸去來 육육호천귀거래

아침엔 현포에 저물녘엔 봉래산에

산달 걸린 박연폭포요

향풍어린 계수대라

동해를 굽어보며 마고에게 절하고

삼십륙동천에 돌아가노라

원숙하기는 하나. 격(格)이 미치지 못한다.

나의 중형도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鶴軒昂燕差池학헌앙연차지

三山歸去五雲中飛삼산귀거오운중비

乾坤三尺杖 건곤삼척장

身世一布衣 신세일포의

好掛長劍巖頭樹 호괘장검암두수

手弄淸溪茹紫芝 수농청계여자지

학은 훤칠하게 제비는 높게 낮게

삼신산에 돌아와 오색 구름에 나는구나

이 천지간 석자짜리 지팡이에

포의로 한 세상 보내누나

바윗머리 나무에 긴 칼 척 걸어 두고

맑은 시내에 손 담그고 영지풀잎 씹네

비록 좋기는 해도 마침내 양봉래의 신선 같은 운치에는 미치질 못한다.

이익지(李益之)에게 읊게 한다 해도 미치지 못할는지 모르겠다.

양봉래의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山上有山山出地 산상유산산출지

水邊流水水中天 수변유수수중천

蒼茫身在空虛裏 창망신재공허리

不是煙霞不是仙 불시연하불시선

산 위에 또 산 있으니 산이 땅에서 나오고

물가에 또 물 흐르니 물 속에 하늘 어리었네

아득해라 이 몸 공허 속에 있거니

연하도 아닌 것이 선경도 아니로세

불게(佛偈)와도 비슷하다.

또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金屋樓臺拂紫煙 금옥루대불자연

躍龍雲路下群仙 약용운로하군선

靑山亦厭人間世 청산역염인간세

飛入蒼溟萬里天 비입창명만리천

금옥루대에 보랏빛 안개 떨치고

용이 나는 구름길에 신선 내려오네

청산도 인간 세상에 역겨웠던지

푸른 바다에 어린 구만리 장천 속에 날아들었네

蟠桃子熟三千歲 반도자숙삼천세

半夜白鸞來一雙 반야백난래일쌍

中天仙郞降王母 중천선랑강왕모

玲瓏海氣連雲牕 영롱해기연운창

삼천 년 만에 익는다는 신선 복숭아

한밤중 하얀 난새 쌍으로 왔네

중천에 신선 서왕모 내려오니

아롱진 바다기운 구름창에 이었네

역시 그를 따라 배울 만하다.

차식(車軾)의 자는 경숙(敬叔), 호는 이재(頤齋), 연안인(延安人)이며 벼슬은 군수이다.

《기아(箕雅)》를 참고하건대 ‘金玉’은 ‘金屋’으로 되었고, ‘躍龍’은 어떤 본에는 ‘濯龍’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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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蜀葵花> 

촉규화 *접시꽃-자신의 신세

 

寂寞慌田側

적막황전측 적막한 거친 땅 곁에

繁花壓柔枝

번화압유지 번성한 꽃이 약한 가지 누르네.

香輕梅雨歇

향경매우헐 매화에 비 개니 향기도 가벼워라

影帶麥風欹

영대맥풍의 보리밭 스쳐온 바람 그림자 드리운다.

車馬誰見賞

거마수견상 수레나 말 탄 사람 뉘라서 보아주리?

蜂蝶從相窺

봉접종상규 벌이나 나비만이 한갓 서로 엿보네.

自慚生地賤

자참생지천 천한 땅[신라]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棄遺

감한인기유 남에게서 버림받고도 그 한을 견디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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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죽은 뒤, 오세억(吳世億)이란 자가 갑자기 죽더니 반나절 만에

깨어나서는, 스스로 하는 말이, 어떤 관부(官府)에 이르니 ‘자미지궁(紫微之宮)’이란 방이 붙었는데

누각이 우뚝하여 난새와 학이 훨훨 나는 가운데 어떤 학사(學士) 한 분이 하얀 비단 옷을 입었는데,

흘긋 보니 바로 하서였다. 오씨는 평소에 그 얼굴을 알고 있는데, 하서가 손으로 붉은 명부를

뒤적이더니,

“자네는 이번에 잘못 왔네. 나가야겠네그려.”

하더니, 다음과 같이 시를 지어 주었다고 했다.

世億其名字大年 세억기명자대년

排門來謁紫微仙 배문래알자미선

七旬七後重相見 칠순칠후중상견

歸去人間莫浪傳 귀거인간막랑전

세억은 그 이름 자는 대년

문 밀치고 와서 자미선 뵈었구려

일흔에 또 일곱 된 뒤에 다시 만나리니

인간 세상 돌아가선 함부로 말하지 마오

깨어나자 소재 상공(蘇齋相公)께 말씀드렸다. 그 뒤에 오씨가 일흔일곱 살에 죽었다.

인후(麟厚)의 자는 후지(厚之), 울주인(蔚州人)이며 벼슬은 교리(校理)이고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하서(河西)가 충암(冲庵) 시권에 제한 시는 다음과 같다.

來從何處來 래종하처래

去向何處去 거향하처거

去來無定蹤 거래무정종

悠悠百年許 유유백년허

오기를 어디로부터 왔으며

가기를 또한 어디를 향해 가는고

가기도 오기도 정한 자취 없이

유유한 세월 백년 남짓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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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양봉래(楊蓬萊) 선생의 아량과 풍도는 세상의 숭상받는 바가 되거니와,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사마(司馬)ㆍ문과(文科)를 모두 같이 합격하였으므로, 그 사귐이 가장 친밀한데 문장이 높고

빼어나 구름을 앞지를 듯한 기상이 있고, 행서(行書)ㆍ초서(草書)를 잘 쓰는데 그 쓰는 법이

마치 용이나 뱀처럼 분방하며, 본성이 벼슬살이를 우습게 알고 산수에 정을 붙여,

짚신과 밀로 결은 나막신차림으로 어느 때고 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바위 골짜기에 사는 이들이 사강락(謝康樂 강락은 육조(六曹) 진(晉)의 사영운(謝靈運)의 봉호)

에 비겼다. 언젠가 강릉 부사(江陵府使)가 되었을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이 거사비(去思碑)를

세운 일도 있었다. 언젠가 금강산에서 시를 읊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蓬萊島白玉樓平봉래도백옥루평

我昔聞之今則游 아석문지금칙유

雲母屛圍琥珀枕 운모병위호박침

水晶簾捲珊瑚鉤 수정염권산호구

碧桃開落一千年 벽도개락일천년

王母淹留八萬秋 왕모엄유팔만추

瑤臺上表獨立 요대상표독립

白雲黃鶴去悠悠 백운황학거유유

봉래섬의 백옥루를

소문으로만 들었더니 이제야 구경하네

운모병 들러 치고 호박구슬 베개삼고

산호 발걸이로 수정발 거두었네

벽도화 피고 지니 일천 년인데

서왕모 머물기는 팔만 년이라네

요대 맨 위에 호올로 서니

흰 구름 누른 학은 한가롭게 가는구나

읽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훨훨 노을처럼 공중에 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봉래의 금수정(錦水亭)시는 다음과 같다.

錦水銀沙一樣 금수은사일양

峽雲江雨白鷗明 협운강우백구명

尋眞誤入蓬萊路 심진오입봉래로

莫遣漁舟出洞行 막견어주출동행

비단물 은모래는 마냥 고운데

골구름 강비 속에 갈매기 산뜻

진인 찾아 그릇 봉랫길에 들었거니

고기잡이 배를 동구 밖으로 내몰진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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