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4

八仙女答拜曰 :

팔선녀답배왈

팔 선녀 대답하기를,

“妾等卽衛夫人娘娘侍女也, 承命於夫人問候於大師,

첩등즉위부인낭낭시녀야승명어부인문후어대사

"저희들은 곧 위부인衛夫人 낭낭의 시녀들인데,

부인의 명을 받아 대사께 문안하고

歸路適少留於此矣.

귀로적소류어차의

돌아가는 길에 마침 이곳에서 잠깐 쉬고 있습니다.

妾等聞之禮云於, ‘行路男子由左而行, 婦女由右而行,

첩등문지예운어 행로남자유좌이행 부녀유우이행

저희들이 듣기로는 예禮에 이르기를,

‘행로行路에서는 남자는 왼쪽으로 걸어가고

부녀자는 오른쪽으로 걸어가라.’고 하였으니,

此橋本來偏窄妾等且已先坐, 今道人從橋而去於禮不可,

차교본래편착첩등치이선좌 금도인종교이거어례불가

이 다리는 본래 심히 비좁고 저희들이 또한 이미 먼저 앉아 있으니,

이제 도인道人께서는 다리를 좇아 가는 것은 예에 어긋납니다.

請別尋他路而行.”

청별심타로이행

청컨대 따로이 다른 길로 찾아 가십시오.”

性眞曰 : “溪水旣深且無他路, 欲使貧僧從何處而行乎?”

성진왈 계수기심차무타로 욕사빈승종하처이행호

성진이 말하기를,

“냇물은 무척 깊고 다른 길이 또한 없는데,

빈승으로 하여금 어느 길을 좇아가라 하십니까?”

仙女等曰 :

선녀등왈

“昔達磨尊者乘蘆葉涉大海,

석달마존자승로기섭대해

선녀들이 말하기를,

“옛날에 달마존자達磨尊者는 갈잎을 타고 대해大海를 건넜다는데,

和尙若學道於六觀大師, 則必有神通之術,

화상약학도어육관대사 즉필유신통지술

화상이 만일 육관대사에게서 도를 배웠으면,

반드시 신통술이 있을 것이니,

涉此小川何難之有而, 乃與兒女子爭道乎?”

섭차소천하난지유이 내여아녀자쟁도호

이런 자그마한 내를 건너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기에

아녀자와 더불어 길을 다투시나요?”

性眞笑而答曰 :

성진소이답왈

“試觀諸娘之意, 必欲索行人買路之錢也.

시관제낭지의 필욕색행인매로지전야

성진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여러 낭자의 뜻을 살피니

반드시 행인한테서 길 값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貧寒之僧本無金錢,適有八顆明珠,

빈한지승본무금전적유팔과명주

가난한 중에게는 본래 금전이 없고,

마침 여덟 개의 명주明珠가 있으니,

請奉獻於諸娘買一線之路.”

청봉헌어제낭매일선지로

여러 낭자들에게 이를 받쳐서 한쪽의 길을 사기를 청합니다.”

說罷手持桃花一枝, 以擲於仙女之前,

설파수지도화일지 이척어선녀지전

이야기를 마치고, 손에 든 도화桃花 한 가지를 선녀 앞에 던지니,

四雙絳萼卽化爲明珠, 祥光滿地瑞彩燭天,

사쌍강악즉화위명주 상광만지서채촉천

네 쌍의 짙은 붉은 꽃봉오리가 곧 명주가 되어

상서로운 빛이 땅에 가득하고 상서로운 채색이 하늘을 밝히는데,

若出於海蚌懷胎.

약출어해방회태

꼭 바닷조개의 태胎 속에서 막 나온 것과 같았다.

八仙女各拾取一介, 顧向性眞粲然一笑,

팔선녀각습취일개 고향성짐찬연일소

팔 선녀들은 각각 한 개씩 주워 갖고,

성진을 향해 돌아보며 찬연히 한 번 웃더니

竦身乘風騰空而去.

송신승풍등공이거

몸을 솟구쳐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버렸다.

性眞佇立橋頭撑首遠望, 良久雲影始滅香風盡散.

성진저립교두장수원망 량구운영시멸향풍진산

성진은 석교 근처에 우두커니 서서 머리를 든 채 멀리 바라보았지만,

얼마 안 있어 구름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지고 향기로운 바람도 흩어져 버렸다.

惘然如失怊悵而歸, 以龍王之言復於大師,

망연여실초창이귀 이룡왕지언복어대사

성진은 어안이 벙벙한 듯 섭섭한 심정으로 돌아 와

용왕의 말씀을 대사에게 복명하자,

大師詰其晩歸

대사힐기만귀

대사는 그가 늦게 돌아왔음을 책하였다.

曰 :“龍王待之甚款挽之甚懇, 情禮所在,

왈 용왕대지심관만지심간 정례소재

성진이 대답하기를,

"용왕의 환대함이 극히 정성스럽고 만류하는 것이 지극히 간절하여,

不敢拂衣而卽出矣.”

불감불의이즉출의

정례情禮가 있어서 감히 떨쳐 일어나 곧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大師不答使之退休, 性眞來到禪房 日已曛黑.

대사부답사지퇴휴 성진내도선방 일이훈흑

대사는 대답치 않고 곧 물러가 쉬라 하여,

성진이 선방禪房에 와서 이르니 날은 이미 황혼 무렵이 되어 어두워졌다.

自見仙女之後, 嫩語嬌聲尙有耳邊,

자견선녀지후 눈어교성상유이변

팔 선녀들을 본 후로

고운 말과 아양떠는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고

艶態姸姿猶在眼前, 神魂況惚悠悠蕩蕩,

염태연자유재안전 신혼황홀유유탕탕

곱고 예쁜 자태가 오히려 눈에 선하여

정신과 혼백이 황홀況惚하고 근심스러워 마음이 편치 못하겠는지라,

亢然端坐默念於心曰 :

항연단좌묵념어심왈

움직이지 않고 단정히 앉아 마음 속으로 빌며 일컫기를,

“男兒在世, 幼而讀孔孟之書, 壯而逢堯舜之君,

남아재세 유이독공맹지서 장이봉요순지군

"남아男兒가 세상에 태어나서 어려서는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서는 요순堯舜같은 임금을 만나,

出則作三軍之帥, 入則爲百揆之長,

출즉작삼군지수 입즉위백규지장

나가면 삼군三軍의 장수가 되고,

들어오면 백관百官의 장長이 되어,

着錦袍於身, 結紫綬於腰, 揖讓人主 澤利百姓,

착금포어신 결자수어요 읍양인주 택리백성

몸에는 금포錦袍를 입고 허리에는 자줏빛 인끈을 매고는

임금에게 읍양揖讓하고, 백성에게 은택을 이롭게 하며,

目見嬌艶之色, 耳聽幼妙之音, 榮輝極於當代,

목견교염지색 이청유묘지음 영휘극어당대

눈으로 교염嬌艶한 빛을 보고, 귀로는 오묘한 소리를 들으며,

당대에 영화의 찬란함이 극에 이르러

功名垂於後世, 此固大丈夫之事也.

공명수어후세 차고대장부지사야

공명을 후세에 드리움이

진실로 대장부의 일일 것이다.

哀我佛家之道, 不過一孟飯, 一甁水,

애아불가지도 불과일맹반 일병수

아아! 우리 불가佛家의 도道는 불과 한 바리의 밥과 한 병의 물,

數三卷之經文, 百八顆之念珠而已.

수삼권지경문 백팔과지념주이이

수삼 권의 경문經文, 백팔 개의 염주뿐이니,

其德雖高其道雖玄, 寂寞太甚矣, 枯淡而止矣.

기덕수고기도수현 적막태심의 고담이지의

비록 그 덕德이 높고 도道가 깊다 할지라도 적막이 아주 심하고,

메마르며 담담하게 끝나 버리는가.

假令悟上乘之法, 傳祖師之統, 直坐於蓮花臺上,

가령오상승지법 전조사지통 직좌어연화대상

설령 상승지법上乘之法을 깨달아 조사祖師의 도를 받아 전하여

곧 바로 연화대蓮花臺 위에 앉을지라도,

三魂九魄, 一散於烟焰之中

삼혼구백 일산어연염지중

삼혼 구백三魂九魄이 한 번 불꽃 속에 흩어지면

則夫孰知一介性眞, 生於天地間乎?”

즉부숙지일개성진 생어천지간호

누가 한낱 성진이 천지간에 살았음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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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3

物色挽人留連, 八仙女油然而感怡然而樂,

물색만인류련 팔선녀유연이감이연이락

물색物色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니,

팔선녀八仙女도 피어오르는 기분에 기쁘고 좋아서

百道流泉滙爲澄潭, 踞坐橋上俯瞰溪流,

백도류천회위징담, 거좌교상부감계류

여러 골물이 다리 밑에 모여 넓고 맑은 못이 되어,

다리위에 걸터앉아 산골짜기 시냇물을 굽어보니,

淸冽澄澈如掛廣陵新磨之鏡,

청렬징철여괘광릉신마지경

차고 맑음이 마치 광릉廣陵의 새로 닦은 보배로운 거울을 걸어 놓은 듯하고,

翠蛾紅粧照耀水底, 依俙然一幅美人圖新出於龍眠手下也.

취아홍장조요수저 의희연일폭미인도신출어룡면수하야

푸른 눈썹과 붉은 단장이 물 속에 비치어

의연히 한 폭의 미인도가 용면龍眠 (미인도의 대가) 손아래서 새로 나온 듯하였다.

自愛其影不忍卽起, 殊不覺夕照度嶺, 瞑靄生林也.

자애기영불인즉기 수불각석조도령 명애생림야

스스로 그 그림자를 사랑하여 차마 이내 일어나지 못하고,

석양이 고개를 넘고, 땅거미가 숲 속에 깃든 줄조차 깨닫지 못하였다.

是日性眞至洞庭, 劈琉璃之波, 入水晶之宮,

시일성진지동정 벽유리지파 입수정지궁

이날 성진이 동정호에 이르러

잔잔한 물결을 가르고 수정궁水晶宮에 들어가니,

龍王大悅出迎於宮門之外, 延入殿上分席而坐.

용왕대열출영어궁문지외 연입전상분석이좌

용왕이 크게 기뻐하며 궁문 밖에 마중 나와

전상殿上에 들게 하고 자리에 각각 앉았다.

性眞俯伏, 奏大師遙謝之言, 龍王恭己而聽之,

성진부복 주대사요사지언 용왕공기이청지

성진이 엎드려 대사의 사례의 말을 아뢰니,

용왕이 공손히 그 말을 듣고

遂命設大宴而接之, 珍果仙菜豊潔可口.

수명설대연이접지 진과선채풍결가구

마침내 잔치를 크게 베풀도록 명하여 그를 대접하였는데,

진과선채珍果仙菜가 많고 깨끗하여 구미를 돋우었다.

龍王親自執酌以勸性眞, 性眞固讓曰 :

용왕친자집작이권성진 성진고양왈

용왕이 손수 잔을 잡아 성진에게 권하니

성진이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酒者伐性之狂藥, 卽佛家大戒,

주자벌성지광약 즉불가대계

"술은 사람의 본심을 어지럽게 하는 광약狂藥이어서

곧 불가佛家의 큰 경계警戒가 되니,

賤僧不敢飮也.”

천승불감음야

이 천승賤僧은 감히 마시지 못하겠습니다."

龍王曰 :

용왕왈

용왕이 말하기를,

“釋氏五戒中禁酒予豈不知, 寡人之酒與人間狂藥大異,

석씨오계중금주여기부지 과인지주여인간광약대이

"부처의 오계五戒에 술을 금하고 있음을 내 어찌 모르겠소만

과인의 술은 인간속세의 광약과는 크게 달라,

只能制人之氣, 未嘗蕩人之心, 上人獨不念寡人慇懃之意耶.”

지능제인지기 미상탕인지심 상인독불념과인은근지의야

다만 사람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을 뿐이고,

사람의 마음을 호탕케는 하지 않으니

스님께서는 과인의 간절한 뜻을 사양치 마시오."

性眞感其厚眷, 不敢强拒 乃連倒三巵, 拜辭龍王出水府,

성진감기후권 불감강거 내연도삼치 배사용왕출수부

성진은 용왕의 후의에 감격하여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잇따라 석 잔을 기울이고

용왕께 하직 인사를 드린 후, 수부水府를 떠나

御冷風向蓮花而來.

어냉풍향연화이래

찬바람을 타고 연화봉을 향해 돌아갔다.

至山底, 頗覺酒暈上面 昏花詰眼, 自訟自曰 :

지산저 파각주훈상면 혼화힐안 자송자왈

산 밑에 이르자,

자못 취기가 얼굴에 올라

정신이 아득해지고 가물가물 꽃이 눈앞에 어른거려 어지러움을 느껴

스스로 중얼거리기를,

“師父若見滿面紅潮, 則豈不驚怪而切責乎?”

사부약견만면홍조 즉기불경괴이절책호

"사부께서 만일 뺨에 홍조紅潮 띤 것을 보시면

어찌 깜짝 놀라 꾸짖지 아니하실까?"하고,

卽臨溪而坐脫其上服, 攝置於睛沙之上,

즉임계이좌탈기상복 섭치어청사지상

곧 시냇가에 앉으며 웃옷을 벗어 깨끗한 모래 위에 놓고

手掬淸波沃其醉面, 忽有異香捩鼻而辿.

수국청파옥기취면 홀유이향렬비이천

두 손으로 깨끗한 물을 움켜 취한 얼굴을 씻는데,

홀연 기이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旣非蘭麝之薰亦非花卉之馥, 而精神自然震蕩,

기비란사지훈역비화훼지복 이정신자연진탕

이는 난초와 사향의 향내도 아니요, 화초의 향기 또한 아니로되,

정신이 자연히 진탕震蕩하며

鄙吝焂爾消鑠, 悠揚荏弱不可形喩. 乃自語曰 :

비린숙이소삭 유양임약불가형유 내자어왈

더럽고 지저분한 기운이 갑자기 없어졌다가 살아나고,

그윽하게 풍겨 오는 기운이 점차 약해지니 형언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에 성진이 스스로 말하기를,

“此溪上流, 有何奇花郁烈之氣, 泛水而來耶?

차계상류 유하기화욱렬지기 범수이래야

“이 냇물의 상류에 어떤 모양의 기이한 꽃이 있기에 이처럼 짙은 향기가

물을 따라 어리어 온단 말인가?

吾當往而尋之.”

오당왕이심지

내 마땅히 가서 그것을 찾아보리라.”

更整衣服沿流而上, 此時八仙女尙在石橋之上,

갱정의복연류이상 차시팔선녀상재석교지상

다시 의복을 정제하고 물길을 따라 올라갔는데,

이때에 팔 선녀가 석교위에 아직도 있다가

正與性眞相遇. 性眞捨其錫杖, 上手而禮曰 :

정여성진상우 성진사기석장 상수이례왈

성진과 정면으로 마주치니,

성진이 지팡이를 놓고 손을 들어 예를 갖추어 말하기를,

“僉女菩薩俯聽貧僧之言. 貧僧卽蓮花道場六觀大師弟子也,

첨녀보살부청빈승지언 빈승즉련화도장육관대사제자야

“여러 보살님들 빈승貧僧의 말을 굽어 들어 주십시오.

빈승은 곧 연화도량蓮花道場 육관대사의 제자로서,

奉師之命下山而去, 方還歸寺中矣.

봉사지명하산이거 방환귀사중의

사부님의 명을 받아 산을 내려갔다가

이제 막 절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石橋甚俠菩薩齊坐, 男女恐不得分路.

석교심협보살제좌 남녀공부득분로

석교는 매우 좁고 보살님들이 단정히 앉아 있으니

남녀가 서로 길을 분변치 못하게 되어 두렵습니다.

惟願僉菩薩暫移蓮步 特借歸路.

유원첨보살잠이연보 특차귀로

오직 바라옵기는 여러 보살님들이 잠깐 연보蓮步를 옮기시어

특별히 돌아갈 길을 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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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大師謂衆弟子曰 :

일일대사위중제자왈

어느 날,대사가 뭇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吾老且病不出門已十餘年, 今不可輕動矣. 汝輩衆人中,

오노차병불출문이십여년 금불가경동의 여배중인중

"내가 몸이 늙고 병이 들어 산문 밖에 나가지 못한 지 십여 년에 이르고

이제는 가벼운 거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너희들 가운데

誰能爲我入水府, 拜龍王替行面謝之禮乎?”

수능위아입수부 배용왕체행면사지례호

누가 나를 대신하여 수부水府에 들어가서

용왕을 배알하고 대신 사례하고 돌아오겠느냐?"

性眞請行大師喜而送之,

성진청행대사희이송지

이때 성진이 가기를 청하여 대사가 기뻐하며 그를 보내기로 하니,

性眞着七升之袈裟, 曳六環之神筇,

성진착칠승지가사 예육환지신공

飄飄然向洞庭而去.

표표연향동정이거

성진이 칠승 가사七升袈裟를 입고 육환장六環杖을 이끌면서

표연히 동정호를 향하여 떠나갔다.

俄而守門道人告於大師曰 :

아이수문도인고어대사왈

잠시 후 문을 지키는 도인道人이 대사에게 고하기를,

“南岳衛眞君娘娘, 送八介女仙已到門矣.”

남악위진군낭낭 송팔개녀선이도문의

“남악南岳의 위진군낭낭衛眞君娘娘께서 여덟 명의 선녀를 보내어 이미 문에 이르렀습니다.”

大師命召之八仙女次第而入, 周行大師之座至三回乃已,

대사명소지팔선녀차제이입 주행대사지좌지삼회내이

대사가 명하여 그들을 부르니, 팔선녀들이 차례로 들어와

대사가 앉은 자리를 세 번 돌고 나서

以仙花散地訖, 跪傳夫人之言曰 :

이선화산지흘 궤전부인지언왈

선화仙花를 땅에 흩은 다음,

무릎을 꿇고 앉아 위부인 말씀을 전하기를,

“上人處山之南而我側處山之東, 起居相近飮食相接而,

상인처산지남이아측처산지동 기거상근음식상접이

“상인上人은 산 서 쪽에 계시고 나는 동쪽에 있어

기거起居가 서로 가깝고 음식飮食이 서로 접하였으나,

賤曹多事使我苦惱, 尙未得一造法座,

천조다사사아고뇌 상미득일조법좌

비천한 것들이 일이 많아 나를 수고롭고 번민케 하여,

아직 한 번도 불좌佛座에 나아가

穩聽玄談處仁之蔑矣, 交隣之道闕矣.

온청현담처인지멸의 교린지도궐의

현담玄談을 듣지 못하여 사람을 대하는 지혜가 없고

이웃을 사귀는 도리를 어겼습니다.

玆送灑掃之婢 敬修起居之禮,

자송쇄소지비 경수기거지례

이에 청소하는 시비侍婢들을 보내어 삼가 기거의 예를 드리고,

兼以天花, 仙果, 七寶紋錦,以表區區之誠.”

겸이천화, 선과, 칠보문금 이표구구지성

아울러 천화天花와 선과仙果와 칠보무늬가 있는 비단으로써

구구區區한 정성을 표하고자 합니다.”

遂各以所領花果寶貝擎進於大師, 大師親受之授侍者,

수각이소령화과보패경진어대사 대사친수지수시자

마침내 각기 가지고 온 화과花果와 보패寶貝를 떠받치어 대사에게 올리니,

대사가 몸소 이를 받아 시자侍者에게 주어

供養於佛前, 屈身而禮叉手而謝曰 :

공양어불전 굴신이례차수이사왈

불전에 공양하고 몸을 굽혀 합장하여 사례하며 말하기를,

“老僧有何功德, 荷此上仙之盛餽?”

노승유하공덕 하차상선지성궤

“노승이 무슨 공덕이 있기에 이 같은 상선上仙의 푸짐한 선물을 받을고?”

仍設齋以待八仙於其歸, 致敬謝之意而送之.

잉설재이대팔선어기귀 치경사지의이송지

인하여 재齋를 올려서 팔 선녀들을 접대하고,

돌아갈 때에 경사敬謝의 뜻을 갖추어 그들을 보냈다.

八仙女同出山門, 携手而行相議曰 :

팔선녀동출산문 휴수이행상의왈

팔 선녀가 산문山門을 함께 나와

손잡고 가면서 서로 의논하여 말하기를,

“此南岳天山一丘一水, 無非我家境界 而自和尙開道場之後,

차남악천산일구일수 무비아가경계 이자화상개도장지후

"이 남악천산南岳天山 (형산衡山)은 한 언덕, 한 골짜기 물까지라도

우리 집의 경계境界 아닌 것이 없었는데,

화상和尙이 도장道場을 연 뒤로부터

便作鴻溝之分. 蓮花勝景在於咫尺而未得探討矣.

편작홍구지분 련화승경재어지척이미득탐토의

곧 홍구鴻溝 (경계의 나뉨)의 나뉨이 이루어져,

연화봉의 아름다운 경치를 지척에 두고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今者吾儕以娘娘之命, 幸到此地, 且春色正姸山日未暮,

금자오제이낭낭지명 행도차지 차춘색정연산일미모

이제 우리 낭낭의 명으로 다행히 이 땅에 왔는데,

또한 봄빛깔이 아름답고 산 속의 하루가 아직 저물지 않았으니,

趁此良辰陟彼崔嵬, 振衣於蓮花峯, 濯纓於瀑布之泉,

진차량진척피최외 진의어련화봉 탁영어폭포지천

이때를 좇아 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연화봉 위에 옷을 떨치고 폭포천瀑布泉에 관끈을 씻고,

賦詩而吟乘興而歸, 誇張於宮中諸娣妹 不亦快乎?”

부시이음승흥이귀 과장어궁중제제매 불역쾌호

시를 지어 읊고, 흥을 띄우며 돌아가 궁중宮中 제매娣妹들에게 자랑하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하니,

皆曰 : “諾”

개왈 락

모두 말하기를,

“그 말이 가장 옳다.” 하고,

緣厓而行遵水而下, 少憩于石橋之上, 此時正當春三月也.

연애이행준수이하 소게우석교지상 차시정당춘삼월야

언덕을 가다가 물줄기를 따라가다가 도로 내려와

잠깐 석교石橋 위에서 쉬는데, 이때는 바로 춘삼월春三月이었다.

遂相與緩步而上, 俯見瀑布之源, 林花齊綻紫霞葱籠,

수상여완보이상 부견폭포지원 림화제탄자하총롱

길을 따라 함께 천천히 걸어 올라가 폭포의 근원을 굽어보고,

들꽃이 가지런히 피고, 보랏빛 안개가 자욱하여,

望之如展錦繡之色, 谷鳥爭鳴嬌音宛轉,

망지여전금수지색 곡조쟁명교음완전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경치를 바라보노라면,

골짜기의 새들이 교태로운 소리로 다투어 우는 모습은

聞之如奏管絃之曲, 春風使人怡蕩.

문지여주관현지곡 춘풍사인이탕

관현곡管絃曲 연주를 듣는 듯하고,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고 설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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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문소설 전집 전9권 임명덕 저 | 국학자료원 | 1999년 01월 15일 * 복사 상의 문제로 역순으로 처리되었으니 역으로 를 클릭해야 합니다. 제1회는 하단에서 출발합니다. 를 열면 열면 해당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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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주]<구운몽>의 한문과 국역 대역을 통하여 작품을 정독할 기회를 갖기로 한다.

회수의 구분과 번역은 정열님의 것을 차용하였다. 현재 80회분을 탑재했는데 이 글이

그 부분에 이르면 나머지 부분도 원문과 번역이 탑재되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정열님의사이트 주소다.

http://www.cyworld.com/yulchung/2757763

 

cyworld

 

www.cyworld.com

 

 

九雲夢구운몽 01

 

天下名山曰有五焉, 東曰東嶽卽泰山, 西曰西嶽卽華山

천하명산왈유오언 동왈동악즉태산, 서왈서악즉화산

천하에 다섯 명산이 있으니, 동에는 동악東嶽, 즉 태산泰山이고,

서에는 서악西嶽, 즉 화산華山이며,

 

南曰南嶽卽衡山, 北曰北嶽卽恒山, 中央之山曰中嶽卽崇山,

남왈남악즉형산 북왈북악즉항산 중앙지산왈중악즉숭산

남에는 남악南嶽, 즉 형산衡山이고, 북에는 북악北嶽, 즉 항산恒山이며

한가운데는 중악中嶽, 즉 숭산崇山으로

 

此所爲五岳也.

차소위오악야

오악五岳이라 불렀다.

 

五岳之中, 惟衡山距中土最遠, 九疑之山在其南,

오악지중 유형산거중토최원 구의지산재기남

이 오악 중에 오직 형산만이 중토中土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구의산九疑山이 그 남쪽에 있고,

 

洞庭之湖經其北, 湘江之水環其三面,

동정지호경기북 상강지수환기삼면

동정호洞庭湖가 그 북쪽을 지나며,

소상강瀟湘江물이 그 삼면을 둘러 있는데,

 

若祖宗, 儼然中處而子孫, 羅立而拱揖焉.

약조종 엄연중처이자손 라립이공읍언

마치 조상을 의연하게 그 가운데 모시고, 자손들이

그 주위에 벌려 서서 손을 모아 공손히 읍揖을 하는 형상 같았다.

 

七十二峰, 惑騰踔而矗天, 惑嶄巖而截雲,

칠십이봉 혹등탁이촉천 혹참암이절운

일흔두 봉우리가 혹은 곧추서서, 하늘을 떠받치고,

혹은 깎아 세운 묏부리가 구름을 자르니,

 

如奇標俊彩之美丈夫, 皆秀麗淸爽, 無非元氣所鍾也.

여기표준채지미장부 개수려청상 무비원기소종야

현란한 미장부美丈夫처럼 온몸이 수려하고 청상하여, 기운이 뭉친 바 아님이 없었다.

 

其中最高之峯, 曰祝融, 曰紫盖, 曰天柱, 曰石廩,

기중최고지봉 왈축융 왈자개 왈천주 왈석름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는 축융祝融, 자개紫盖, 천주天柱, 석름石廩,

 

曰蓮花五峯也.

왈연화오봉야

연화蓮花의 다섯 봉우리였다.

 

其形擢竦其勢陟高, 雲翳掩其眞面, 霞氛藏其半腹,

기형탁송기세척고 운예엄기진면 하분장기반복

그 형세가 자못 가파르게 치솟고, 무척 높아서

구름이 그 낯을 가리고, 안개가 그 허리를 감싸고 있어,

 

非天氣廓掃日色晴朗, 則人不能得其彷佛焉.

비천기곽소일색청랑 즉인불능득기방불언

 

날씨가 청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참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昔大禹氏治洪水, 登其上立石記功德,

석대우씨치홍수 등기상립석기공덕

옛적에 대우씨大禹氏께서 홍수를 다스리고

이 산에 올라 비석을 세워 공덕功德을 기록하였으니,

 

天書雲篆歷千萬高而尙存.

천서운전력천만고이상존

하늘 글과 구름 전자篆字가 천만 년을 지났는데도 아직 남아 있었다.

 

秦時仙女衛夫人, 修鍊得道 受上帝之職,

진시선녀위부인 수련득도 수상제지직

진秦나라 때에 선녀仙女 위부인衛夫人이 도를 닦아 깨친 다음, 옥황상제의 분부를 받들어

 

率仙童玉女永鎭此山,卽所謂南岳衛夫人也.

솔선동옥녀영진차산 즉소위남악위부인야

선동仙童과 옥녀玉女를 거느리고 이 산에 와 지키니 이른바 남악위부인南岳衛夫人이었다.

 

盖自古昔以來, 靈異之蹟 瓌奇之事 不可殫記.

개자고석이래 령이지적 괴기지사 불가탄기

예부터 그 영험한 자취와 기이한 일은 이루 다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唐時有高僧, 自西域天竺國 入中國 愛衡山秀色,

당시유고승 자서역천축국 입중국 애형산수색

당唐나라때에 고승高僧 한 분이

서역천축국西域天竺國으로부터 중국에 들어와,

형산의 뛰어난 경치를 사랑하여

 

就蓮花峰上 ,結草庵而居,

취연화봉상 결초암이거

연화봉 위에 암자를 짓고 거처하며,

 

講大乘之法以敎衆生, 以制鬼神,

강대승지법이교중생 이제귀신

대승불법을 강론하여 중생을 가르치고, 귀신의 발호를 막아내니

 

於時西敎大行皆敬信, 以爲生佛復出於世.

어시서교대행개경신 이위생불부출어세

불교가 크게 행해지고 사람들이 모두 존경하여 믿으며

그를 가리켜 '생불生佛이 다시 세상에 나셨다.'고 말하였다.

 

其和尙惟手持金剛經一卷, 惑稱六如和尙, 或稱六觀大師,

기화상유수지금강경일권 혹칭육여화상 혹칭육관대사

그 화상은 다만 금강경金剛經 한 권만을 지녔는데,

혹은 육여화상六如和尙 혹은 육관대사六觀大師라고도 불렀으며,

 

弟子五六百人中, 修戒行得神通者三十餘人.

제자오육백인중 수계행득신통자삼십여인

제자 오륙백 인 가운데 계행戒行을 닦아 신통한 자는 삼십여 인이었다.

 

有小闍利名性眞者, 貌瑩氷雪神凝秋水, 年才二十歲三莊經文無不通解,

유소사리명성진자 모형빙설신응추수 년재이십세삼장경문무불통해

한 나이 어린 중이 있었는데, 이름은 성진性眞으로,

그는 얼굴이 영롱한 빙설氷雪같고 정신이 가을 물같이 맑아서,

나이 겨우 이십 세에 삼장경문三莊經文을 다 익혀 모르는 것이 없었고,

 

聰明知慧卓出諸髡, 大師極加愛重, 將欲以衣鉢傳之.

총명지혜탁출제곤 대사극가애중 장욕이의발전지

 

총명과 지혜가 여러 중들 가운데서 훨씬 뛰어나니,

대사가 지극히 애중愛重하여 장차 그에게 의발衣鉢을 전하고자 하였다.

 

大師每與衆弟子講論大法, 洞庭龍王化爲白衣老人, 來參法席味聽經文,

대사매여중제자강론대법 동정용왕화위백의노인 내참법석미청경문

 

대사가 매양 뭇 제자들과 더불어 대법大法을 강론할 때,

동정호의 용왕이 흰 옷차림의 노인이 되어,

그 법석法席에 참여하여 경문經文을 음미하며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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