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8

"此地卽大唐國淮南道秀州縣也.

차지즉대당국회남도수주현야

"이 땅은 곧 대당국大唐國 회남도淮南道 수주현秀州縣 이다.

此家卽楊處士家也, 處士乃汝父親,

차가즉양처사가야 처사내여부친

其妻柳氏乃汝慈母也.

기처유씨내여자모야

이 집은 곧 양처사의 집이니,

처사는 너의 부친이고,

그 처 유씨는 너의 자애로운 모친이다.

汝以前生之緣爲此家之子,

여이전생지연위차가지자

汝須速入毋失吉時."

여수속입무실길시

네가 전생의 인연으로 이 집 아들이 되는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속히 들어가 좋은 때를 잃지 말아라."

性眞卽入見則處士戴葛巾穿野服,

성진즉입견즉처사대갈건천야복

坐於中堂對爐煎藥,

좌어중당대로전약

성진이 곧 들어가 보니 처사는 갈건을 쓰고 야복을 꿰매어 입고

중당에 앉아 화로에 약을 달이고 있는데

香臭靄靄然襲矣,

향취애애연습의

房內隱隱有夫人呻吟之聲矣.

방내은은유부인신음지성의

향내가 자욱하여 사람에 젖었고,

방 안에서는 은근히 부인의 신음소리가 났다.

使者促性眞入房中,

사자촉성진입방중

性眞疑慮逡巡,

성진의려준순

사자가 성진을 재촉하여 '방 안에 들라' 하는데,

의심스러워 근심하여 머뭇머뭇거리니

使者自後推擠, 性眞蹶然仆地,

사자자후추제 성진궐연부지

神昏氣窒 若在天地飜覆之中者然.

신혼기질 약재천지번복지중자연

사자가 몸소 뒤에서 밀치니, 성진이 놀라서 땅에 엎드리며

정신이 아득하고 숨이 막혀 천지가 번복하는 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性眞大呼曰 :

성진대호왈

'救我救我'

구아구아

성진이 크게 부르짖었다.

"나를 구해 주세요, 나를 구해 주세요."

而聲在喉間不能成語,

이성재후간불능성어

只小兒啼哭之作聲矣.

지소아제곡지작성의

허나 소리가 목구멍에서만 나며, 말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다만 어린애 울음소리만 나왔다.

侍婢走告於處士曰 :

시비주고어처사왈

"夫人誕生小郞君矣."

부인탄생소랑군의

시비가 달려가 고하였다.

"부인께서 사내 아기를 낳으셨습니다."

處士奉藥碗而入,

처사봉약완이입

夫妻相對滿面歡喜.

부처상대만면환희

처사가 약탕관을 조심스레 들고 들어와

두 내외가 서로 마주 대하는데,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性眞飢則飮乳, 飽則止哭,

성진기즉음유 포즉지곡

當其始也, 心頭尙其蓮花道場矣,

당기시야 심두상기연화도장의

성진은 배고프면 곧 젖을 먹고 배부르면 곧 울음을 그쳤는데,

그가 갓 나서는 마음에 오히려 연화도량 일을 기억하였지만,

及其漸長, 知父母之恩情然後,

급기점장 지부모지은정연후

前生之事 已茫然不能知矣.

전생지사 이망연불능지의

그가 점점 자라나 부모의 은정을 안 연후에는

전생의 일은 이미 망연히 알 수가 없게 되었다.

處士見其兒子骨格淸秀,

처사견기아자골격청수

撫頂而言曰 :

무정이언왈

처사가 그 아이의 골격이 청수淸秀함을 보고,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此兒必天人謫降也.”

차아필천인적강야

名之曰少遊, 字之曰千里.

명지왈소유 자지왈천리

“이 아이는 하늘 사람이 적강謫降한 것임에 틀림없다.”

고 하며, 이름을 소유少遊라 하고, 자字를 천리千里라 하였다.

流光水駛犀角日長,

유광수사서각일장

於焉之間已至十歲,

어언지간이지십세

세월이 물같이 빨리 흐르고 무소뿔이 나날이 자라듯이

어언 간에 이미 열 살이 되었는데,

容如溫玉眼若晨星, 氣質擢秀智慮深遠,

용여온옥안약신성 기질탁수지려심원

魁然若大人君子矣.

괴연약대인군자의

용모는 고운 옥 같고 눈은 샛별 같으며,

기질은 남달리 빼어나고 지혜와 생각이 깊고 원대하여

빼어남이 마치 대인군자와 같았다.

處士謂柳氏曰 :

처사위유씨왈

처사가 유씨에게 말하기를,

“我本非世俗之人,

아본비세속지인

而與君有下界因緣故,

이여군유하계인연고

“나는 본래 세속 사람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하계下界에 인연이 있기 때문에

久留於烟火之中, 蓬萊仙侶寄書招邀者已久,

구유어인화지중 봉래선려기서초요자이구

而念君孤子不能決去.

이념군고자불능결거

오래 속세의 인간 속에 머물렀는데,

봉래산 신선 친구가 글을 보내어 부른지는 이미 오래 되었으나

부인의 외로움을 염려하여 아직 가겠다는 결정을 못하고 있었소.

今皇天默佑, 英子斯得,

금황천묵우 영자사득

聰達超倫頴睿拔萃,

총달초륜영예발췌

이제 하늘이 조용히 도우셔서 이렇듯 영민한 아들을 얻었으니

총명하며 맑고 슬기로움이 예사 아이들보다 특별히 뛰어나니,

眞吾家千里駒也.

진오가천리구야

君旣得依倚之所,

군기득의의지소

진실로 우리 집안이 천리로 뻗을 것이오.

부인이 이미 의지할 곳을 얻었고,

晩年必將覩榮華 而享富貴也,

만년필장도영화 이향부귀야

此身去留 湏不介念也.”

차신거류 수불개념야

늘그막에는 필연 장차 영화를 보고 부귀를 누릴 것이니,

이 몸이 떠나서 없더라도 모름지기 걱정할 필요가 없겠소.”

一日衆道人來集於堂上,

일일중도인래집어당상

與處士或騎白鹿, 或驂靑鶴向深山而去,

여처사혹기백록 혹참청학향심산이거

하루는 도인道人의 무리들이 내려와 당상堂上에 모여

처사와 함께 혹은 흰 사슴을 타고,

혹은 푸른 학을 타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니,

此後惟往往自空中, 寄書札而已,

차후유왕왕자공중 기서찰이이

蹤跡未嘗到家矣.

종적미상도가의

그 후에는 비록 왕왕 공중으로부터 서찰書札을 보내올 따름이고,

그 종적蹤跡은 아직껏 집에 이르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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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7

菩薩答曰 :

보살답왈

“修行之人一往一來, 當依其所願何必更問?”

수행지인일왕일래 당의기소원하필갱문

보살菩薩이 이에 대답하기를,

“수행修行하는 사람의 왕래는 마땅히 그의 소원에 따를진대, 어찌 다시 꼭 묻습니까?”

閻王方驗按決矣, 兩鬼卒又告曰 :

염왕방험안결의 양귀졸우고왈

“黃巾力士以六觀大師法名, 領八罪人來到於門外矣.”

황건력사이육관대사법명 령팔죄인래도어문외의

염라대왕이 바야흐로 조사하고 죄를 물어 결단하려 하는데, 두 귀졸이 또 고하기를,

“황건역사 육관대사의 법명法名에 의해 여덟 죄인을 데리고 문밖에 이르렀습니다.”

性眞聞此言大驚矣, 閻王命 :

성진문차언대경의 염왕명

“召罪人.”

소죄인

성진이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데, 염라대왕이 명하기를,

“죄인을 불러들이라.”하니,

南岳八仙女匍匐而入, 跪於庭下閻王曰 :

남악팔선녀포복이입 궤어정하염왕왈

남악 팔 선녀가 엉금엉금 기어 들어와 뜰아래 무릎을 꿇거늘 염라대왕이 묻기를,

“南岳女仙 聽我言也. 仙家自有無窮之勝槪,

남악여선 청아언야 선가자유무궁지승개

自有不盡之快樂, 何爲而到此地耶?”

자유부진지쾌락 하위이도차지야

“남악 여선들아, 내 말을 들으라.

선가仙家에는 본래 무궁한 경개와 끝없는 쾌락이 있거늘,

여러 선녀들은 어찌하여 이 땅에 이르렀느냐?”

八人含羞而對曰 :

팔인함수이대왈

여덟 선녀가 부끄러움을 머금고 대답하기를,

妾等奉衛夫人娘娘之命, 修起居於六觀大師,

첩등봉위부인낭낭지명 수기거어육관대사

路逢性眞小和尙 有問答之事矣.

로봉성진소화상 유문답지사의

“저희들은 위부인낭낭의 명을 받아 육관대사께 문안하러 갔다가

길에서 성진 소화상小和尙을 만나 묻고 대답한 일이 있습니다.

大師以妾等爲玷汚叢林之靜界, 移牒於衛娘浪府中,

대사이첩등위점오총림지정계 이첩어위낭낭부중

送妾等於大王, 妾等之升沉苦樂 皆懸於大王之手.

송첩등어대왕 첩등지승침고락 개현어대왕지수

대사는 저희들이 스님들이 사는 조용한 세계를 더럽혔다 하여

위낭낭衛娘娘의 관청에 이첩하여 저희들을 대왕께 잡아 보내니,

저희들의 잘되고 못되는 것과 고락은 모두 대왕 손에 달려 있습니다.

伏乞大王大慈大悲, 使之再生於樂地.”

복걸대왕대자대비 사지재생어락지

엎드려 빌건대 오직 대왕께서는 대자재비大慈大悲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좋은 땅에서 다시 살게 해주십시오.”

閻王定使者九人招之前, 密密分付曰 :

염왕정사자구인초지전 밀밀분부왈

“率九人 速往人間.”

솔구인 속왕인간

염라대왕이 사자使者 아홉 사람을 정하고 앞에 불러 은밀히 분부했다.

“이 아홉 사람을 거느리고 속히 인간 세계로 떠나거라.”

言訖大風焂起於殿前, 吹上九人於空中, 散之於四面八方.

언흘대풍숙기어전전 취상구인어공중 산지어사면팔방

말을 마치자 전 앞에 갑자기 큰 바람이 일더니,

아홉 사람은 공중으로 휘몰아 올려 사면 팔방으로 흩어졌다.

性眞隨使者爲風力所驅, 飄飄搖搖無所終薄至于一處,

성진수사자위풍력소구 표표요요무소종박지우일처

風聲始息兩足已在地上矣,

풍성시식양족이재지상의

성진이 사자를 따라 가다가 바람의 힘에 밀리어

흔들거리며 지향 없이 한 곳에 이르자

바람 소리 비로소 멈추면서 두 발이 이미 땅 위에 닿았는데,

性眞收拾驚魂, 擧目而見 則蒼山鬱鬱而四圍,

성진수습경혼 거목이견 즉창산울울이사위

淸溪曲曲而分流, 竹籬茅屋隱映草間者才十餘家.

청계곡곡이분류 죽리모옥은영초간자재십여가

성진이 놀란 혼을 수습하고 눈을 들어 보니

푸른 산이 울창하게 사면에 둘러 있고,

맑은 시내가 굽이굽이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데,

대울타리 띠집이 수풀 사이로 보일락말락하는 것이 겨우 여남은 채가 되었다.

數人相對而立, 私相語曰 :

수인상대이립 사상어왈

몇 사람이 마주 보고 서서 서로간에 은밀히 말하고 있었다.

"楊處士夫人, 五十後有胎候, 誠人間稀罕之事矣,

양처사부인 오십후유태후 성인간희한지사의

臨産已久尙無兒聲可怪可慮."

임산이구상무아성가괴가려

"양처사 부인이 오십이 넘었는데도 태기가 있어

참으로 인간으로서는 희한한 일인데,

해산에 임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아이 울음소리가 없으니 괴이하기도 하고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性眞默想曰 :

성진묵상왈

성진이 조용히 생각하면서 말하였다.

"我當輪生於人世 而顧此形身, 只箇精神而已,

아당윤생어인세 이고차형신 지개정신이이

骨肉正在蓮花峯上已火燒矣,

골육정재연화봉상이화소의

"내가 인간세상에 윤생당하였으나,

이 몸의 형체를 되돌아 보면 다만 한낱 정신 뿐이고

골육은 바로 연화봉 위에 남아 있어 이미 불에 태워 버려졌을 것인데,

我以年少之故未畜弟子, 更有何人收我舍利?"

아이년소지고미휵제자 경유하인수아사리

내 나이 젊은 까닭에 제자를 기르지 못하였으니

어느 누가 있어 나의 사리를 대신 거두었겠는가?"

思量反覆心切悽愴俄而, 使者出揮手招之言曰 :

사량반복심절처창아이 사자출휘수초지언왈

생각을 거듭할수록 마음은 절실하게 처창悽愴(매우 슬프고 처량함)할 따름이었는데

이윽고 사자가 나와 손짓하며 부르면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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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6


大師曰 :

대사왈

“汝欲去之吾令去之, 汝苟欲留誰使汝去乎?

여욕거지오령거지 여구욕류수사여거호


대사 이르기를,

“네 스스로 가고자 하여 내 너를 가라한 것이니,

네 진실로 있고자 한다면 누가 너를 가라 하겠느냐?


且汝自謂曰 :‘吾何去乎?’ 汝所欲往之處 卽汝可歸之所也.”

차여자위왈 오하거호 여소욕왕지처 즉여가귀지소야



네 스스로 말하기를, ‘내 어디로 가겠습니까?’ 하니,

네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네가 갈 곳이니라.”


仍復大聲曰 : “黃巾力士安在?”

잉부대성왈 황건력사안재


이어서 다시 큰 목소리로 말하기를,

“황건역사黃巾力士는 어디에 있느냐?”


忽有神將自空中而來, 俯伏聽命 大師分付曰 :

홀유신장자공중이래 부복청명 대사분부왈


홀연 신장神將이 있어 공중에서 내려와 엎드려 명命을 듣는지라

대사가 분부하기를,


“汝領此罪人往豐都, 交付於閻王而回.”

여령차죄인왕풍도 교부어염왕이회


“네 이 죄인罪人을 데리고 풍도豐都에 가

염라대왕께 교부交付하고 돌아오너라.”


性眞聞之肝膽墮落, 涕淚迸出無數叩頭曰 :

성진문지간담타락 체루병출무수고두왈


성진이 이 말을 듣자 간담이 떨어지고,

눈물이 쏟아져 머리를 무수히 조아리며 말씀드렸다.


"師父師父 聽此性眞之言.

사부사부 청차성진지언

"사부님, 사부님 이 성진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昔阿蘭尊者, 入於娼女之家, 與同寢席失其操守

석아란존자 입어창녀지가 여동침석실기조수

옛날 아난존자阿難尊者는 창녀의 집에 들어가

자리를 함께 하여 조수操守(정도를 지키고 불변함)를 잃었으나,

而釋迦大佛, 不以爲罪, 但說法而敎之,

이석가대불 불이위죄 단설법이교지


석가대불이 죄 주지 아니하고 다만 설법하여 그를 가르쳤는데,


弟子雖有不謹之罪, 比之阿蘭猶且輕矣,

제자수유불근지죄 비지아란유차경의

하필 풍도(지옥의 하나)로 보내시려 하십니까?"

何必欲送於豊都乎?"

하필욕송어풍도호


제자가 비록 삼가지 아니한 죄를 지었으나 이를 아란존자에게 견주시면

오히려 또한 가볍거늘,

大師曰 :

대사왈

"阿蘭尊者未制妖術, 雖與娼物親近, 其心則未嘗變矣,

아란존자미제요술 수여창물친근 기심즉미상변의


대사가 말하였다.

"아난존자는 요술妖術을 제어치 못하여

비록 창녀 무리와 더불어 친근하였으나

그 마음은 곧 변치 아니하였거늘,


今汝則一見妖色全失素心, 嬰情冕紱流涎富貴,

금여즉일견요색전실소심 영정면불류연부귀

지금 너는 곧 요색을 한 번 보자 소박한 마음을 전부 잃고,

갓난아이의 순정純情이 서서히 사라지며 부귀에 침을 흘렸으니,

其視於阿蘭也何如,

기시어아란야하여


아난존자와 어찌 같다고 볼 수 있겠느냐?


汝罪如此 一番輪回之苦, 烏得免乎?"

여죄여차 일번윤회지고 오득면호


너의 죄가 이러하니 한 차례 윤회의 괴로움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느냐?"


性眞惟涕泣而已, 頓無行意 大師復慰之曰 :

성진유체읍이이 돈무행의 대사부위지왈


성진이 오직 눈물만을 흘리고, 갑자기 갈 뜻이 없어 하므로

대사는 다시 그를 위로하여 말하였다.


"心苟不潔雖處山中, 道不可成矣.

심구불결수처산중 도불가성의

"마음이 정결하지 못하면 비록 산중에 있어도

도를 이룰 수가 없고,

不忘其根本, 雖落於十丈狂塵之間,

불망기근본 수락어십장광진지간


그 근본을 잊지 아니하면

비록 열 길 홍진紅塵 속에 떨어지더라도,


畢竟自有稅駕之處, 汝必欲復歸於此,

필경자유세가지처 여필욕부귀어차

필경 스스로 휴식休息할 곳이 있을 것이니,

네가 꼭 이곳에 다시 돌아오고자 한다면,

則吾當躬自率來, 汝其勿疑而行."

즉오당궁자솔래 여기물의이행


곧 내 마땅히 친히 데려올 것이니,

너는 그것을 의심하지 말고 행하도록 하라."

性眞知不可奈何, 拜辭於佛像及師父,

성진지불가내하 배사어불상급사부

성진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여,

불상과 사부에게 삼가 작별을 고하고

與師兄弟相別,

여사형제상별

사형제와 더불어 서로 이별하며,

隨力士而歸入陰魂之關,

수력사이귀입음혼지관

역사를 따라 음혼관에 들어가

過望鄕之臺 至豊都城外,

과망향지대 지풍도성외

망향대를 지나고 풍도성 밖에 이르니,


守門鬼卒問其所從來, 力士曰 :

수문귀졸문기소종래 역사왈

문 지키는 귀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역사가 말하였다.


"承六觀大師法旨 領罪人而來矣."

승육관대사법지 령죄인이래의


"육관대사 법지法旨를 받아

죄인을 함께 데려왔습니다."


鬼卒開城門而納之, 力士直抵森羅殿,

귀졸개성문이납지 역사직저삼라전

귀졸이 성문을 열고 그들을 인도하자,

역사가 곧바로 삼라전에 이르러

以押來性眞之意告之, 閻王使之召人,

이압래성진지의고지 염왕사지소인

성진을 압송해 온 뜻을 아뢰니,

염라대왕이 그들을 불러들이게 하고

指性眞而言曰 :

지성진이언왈


성진을 가리켜 말하였다.


"罪人之身 雖在於南岳山蓮花之中,

죄인지신 수재어남악산연화지중

"죄인의 몸이 비록 남악산 연화봉 중에 있으나,

上人之名 已載於地藏王香案之上矣,

상인지명 이재어지장왕향안지상의

상인의 이름은 이미 지장왕의 향안香案(향로를 놓은 상)위에 기재되었으니,


寡人以爲上人得成大道, 一陞蓮花則天下衆生,

과인이위상인득성대도 일승연화즉천하중생

과인은 상인이 큰 불도의 깨달음을 얻어

연좌蓮座에 한 번 올라, 곧 천하 중생에게

必將普被陰德矣, 今仍何事 辱至於此乎?"

필장보피음덕의 금잉하사 욕지어차호


장차 음덕을 널리 퍼뜨리게 하리라 믿었는데

이제 무슨 일로 욕되이 이 땅에 이르렀느냐?"


性眞大慙良久乃告曰 :

성진대참양구내고왈


성진이 크게 부끄러워하며 한참 있다가

이에 고하여 말하였다.


"性眞無狀, 曾遇南岳仙女於橋上, 不能制一時之心,

성진무상 증우남악선녀어교상 불능제일시지심

"성진이 무상無狀(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하여

지난날 석교상에서 남악 선녀를 만나 보고

한 때의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으며,

故仍以得罪於師父, 待命於大王矣."

고잉이득죄어사부 대명어대왕의


이로 인하여 사부에게 죄를 얻어

대왕의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閻王使左右上言於地藏王曰 :

염왕사좌우상언어지장왕왈


염라대왕이 좌우의 대신들로 하여금

지장왕께 말씀을 올리도록 하며 말하였다.


"南岳六觀大師使黃巾力士, 押送其弟子性眞,

남악육관대사사황건역사 압송기제자성진

"남악의 육관대사께서 황건역사로 하여금

제자 성진을 압송케 하여

要令冥司論罪 而此與他罪人自別, 敢仰稟矣."

요령명사론죄 이차여타죄인자별 감앙품의


명사冥司(지옥의 법률)로서 죄 벌하기를 바라니,

이는 다른 죄인들과는 서로 다른지라

감히 이를 앙품仰稟(상사의 가부를 얻기 위해 말씀을 여쭙는 것)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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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5

思之如此念之如彼, 欲眠不眠夜已深矣,

사지여차염지여피 욕면불면야이심의

생각을 이리 저리하면서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을 못 이루고 밤은 이미 깊어 가는데,

霎然合眼則八仙女忽羅列於前矣,

삽연합안즉팔선녀홀라열어전의

잠깐 눈을 감으면 팔 선녀들이 홀연히 앞에 늘어서니,

驚悟開睫已不可見矣. 遂大悟曰 :

경오개첩이불가견의 수대오왈


놀라 깨우쳐 감은 눈을 떠보면 이미 볼 수 없는지라,

마침내 크게 뉘우쳐 말하였다.


"釋敎工夫正心志, 斯爲上行矣.

석교공부정심지 사위상행의

"불교 공부란 그 마음과 뜻을 바르게 하는 것,

이것이 그 으뜸가는 행위이다.

我出家十年, 曾無半點苟且之心,

아출가십년 증무반점구차지심


내가 출가한 지 십 년에

일찍 구차한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데,


邪心忽發今乃如此, 豈不有妨於我之前程乎?"

사심홀발금내여차 기불유방어아지전정호


이제 사심이 문득 일어남이 이와 같으니,

어찌 나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遂自爇栴檀趺坐蒲團, 振勵精神輪盡項珠,

수자열전단부좌포단 진려정신륜진항주

마침내 스스로 전단栴檀을 불사르고

포단蒲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念珠를 극진히 고르며

方靜念千佛矣, 忽然一童子立窓外呼之曰 :

방정념천불의 홀연일동자립창외호지왈


바야흐로 일천一千 부처를 조용히 염하는데,

홀연 들으니 창 밖에 서서 동자童子가 부르기를,


"師兄着寢否, 師父命召之矣."

사형착침부 사부명소지의


"사형師兄은 주무십니까? 사부께서 부르십니다."


性眞大愕曰 : '深夜促召必有故也.'

성진대악왈 심야촉소필유고야


성진이 크게 놀라 말하기를,

"깊은 밤에 급히 부르시니 반드시 연고가 있겠다."



仍與童子忙詣方丈, 大師集衆弟子,

잉여동자망예방장 대사집중제자

인하여 동자와 함께 바삐 방장方丈 (불승佛僧이 사는 곳)에 참예하니

대사께서 여러 제자를 모으고

儼然正坐, 威儀肅肅燭影煌煌.

엄연정좌 위의숙숙촉영황황


품위 있게 정좌正坐하였는데,

위의威儀가 엄숙하고 촛불이 휘황하였다.


勵聲責之曰 : "性眞汝知汝罪乎?"

여성책지왈 성진여지여죄호

대사가 성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성진아, 너는 네 죄를 아느냐?"


性眞顚倒下階, 跪而對曰 :

성진전도하계 궤이대왈

성진이 섬돌 아래로 엎어졌다가

무릎을 꿇어 대답하기를,


"小子服事師傅, 十閱春秋而曾未有毫髮不恭不順之事,

소자복사사부 십열춘추이증미유호발불공불순지사


"제가 사부를 섬긴 지 십여 년에 불공, 불순한 일이 조금도 없었는데,

實不知自作之罪."

실부지자작지죄

실로 스스로 지은 죄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大師曰 :

대사왈

"修行之功其目有三, 曰身也 曰意也 曰心也.

수행지공기목유삼 왈신야 왈의야 왈심야


대사가 이르기를,

"행실을 닦는 공부에는 그 세 가지 조목이 있으니, 몸과 말과 뜻이라.


汝往龍宮飮酒而醉, 歸到石橋 邂逅女子, 以言語酬酢,

여왕용궁음주이취 귀도석교 해후여자 이언어수작


네 용궁에 가서 술을 마셔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석교에 이르러

여자를 만나 말을 수작하고,


折贈花枝與之相戱, 及其還來且尙繾綣.

절증화지여지상희 급기환래차상견권


꽃가지를 꺾어 주고 그들과 서로 희롱하며

돌아와서는 아직까지도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는 지라.


初旣蠱心於美色, 旋且留意於富貴,

초기고심어미색 선차유의어부귀

처음에 이미 미색에 미혹되고,

얼마 안 가 부귀에 뜻을 두어

慕世俗之繁華, 厭佛家之寂滅,

모세속지번화 염불가지적멸


세속의 번화繁華를 흠모하고, 불가의 적멸을 싫증내는데,


此三行工夫一時壞了, 其罪固不可仍留於此地也."

차삼행공부일시괴료 기죄고불가잉유어차지야


이는 삼행 공부가 일시에 무너져 버린 것이니,

그 죄가 진실로 커서, 이곳에 머무는 것이 불가하니라."


性眞叩頭泣訴曰 :

성진고두읍소왈

성진이 머리를 조아려 읍소하며 말씀드리기를,

"師乎! 師乎! 性眞誠有罪矣.

사호 사호 성진성유죄의


"스승이시여! 스승이시여! 성진이 실로 죄를 지었습니다.


然自破酒戒, 因主人之强勸而不獲已也,

연자파주계 인주인지강권이불획이야


그러하오나 스스로 주계酒戒를 파한 것은

주인이 괴로이 권하므로 마지못한 것이고,


酬酢言語只爲借路 本非有意

수작언어지위차로 본비유의


선녀와 더불어 말을 수작한 것은 다만 길을 빌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본래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有何不正之事乎?

유하부정지사호

어찌 부정한 일이 있었겠습니까?


及歸禪房雖萌惡念一刹那間, 自覺其非,

급귀선방수맹악념일찰나간 자각기비


선방으로 돌아와, 비록 짧은 시간 나쁜 생각이 싹텄으나

그 옳지 않음을 스스로 깨달아

藹善端之自發, 昨指追悔,

애선단지자발 작지추회

착한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잠시 지난 일을 뉘우치고 있는데,


苟使弟子有罪, 則師傅撻楚儆戒亦敎誨之一道,

구사제자유죄 즉사부달초경계역교회지일도

진실로 제자가 죄가 있으면,

사부께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쳐서 경계하심이 또한 교회敎誨하는 한 방도이거늘,

何必迫而黜之, 俾絶自身之路乎?

하필박이출지 비절자신지로호


어이 내쳐서 스스로 고치는 길을 끊게 하십니까?


性眞十二歲棄父母離親戚, 依歸師父卽剃頭髮,

성진십이세기부모이친척 의귀사부즉체두발

성진이 십이 세에 부모를 버리고 친척을 떠나

사부께 귀의하여 곧 머리를 깎았으니,

言其義則無異生我育我, 語其情則所謂無子有子,

언기의즉무이생아육아 어기정칙소위무자유자


그 의義로 말할 것 같으면 곧 저를 낳은 것이나 기른 것이나 다를 바 없고,

그 정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곧 '자식이 없어도 자식이 있음'과 같사온데,


父子之恩深矣, 師弟之分重矣,

부자지은심의 사제지분중의

부자의 은혜도 깊고 사제의 친분도 중하니,

蓮花道場卽性眞之家舍, 舍此何之?"

연화도장즉성진지가사 사차하지

연화도량蓮花道場이 곧 성진의 집이거늘,

이곳을 버리고 제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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