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0

有若玄宗朝, 獻淸平詞之翰林學士,

유약현종조 헌청평사지한림학사

則名士可隨矣.

즉명사가수의

만일 현종조 시대에

청평사淸平詞를 바쳤던 한림학사翰林學士 (이백을 말함) 같은 이가 있으면

곧 명사를 따를 것입니다.

有若武帝時, 奏鳳凰曲之司馬長卿,

유약무제시 주봉황곡지사마장경

則秀才可從矣.

즉수재가종의

만일 무제武帝 때

봉황곡鳳凰曲을 탔던 사마장경司馬長卿 같은 이가 있으면

곧 수재를 좇을 것입니다.

惟意是適何可逆料乎?”

유의시적하가역료호

衆婆大笑而散.

중파대소이산

오직 뜻대로 행할진대 어찌 미리 요량하겠습니까?' 하니

중매 할멈들이 크게 웃으며 흩어졌습니다.

驚鴻私以爲窮鄕女子耳目不廣,

경홍사이위궁향녀자이목불광

將何以揀天下之奇才, 擇閨中之賢匹乎?

장하이간천하지기재 택규중지현필호

경홍이 마음 속으로,

‘궁벽한 시골 여자로서 이목이 넓지 않으니,

장차 어찌 천하의 기재奇才를 가리어

규중의 어진 배필을 택하겠는가?

惟娼女則英雄豪傑, 無不接席而酬酢,

유창녀즉영웅호걸 무부접석이수작

公子王孫 亦皆開門而逢迎,

공자왕손 역개개문이봉영

오직 창녀는 곧 영웅 호걸과

자리를 가까이 하여 수작酬酢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공자 왕손을 또한 문을 다 열어 받들어 맞이하니

賢愚易卞 優劣可分, 比之則求竹於楚岸,

현우이변 우열가분 비지즉구죽어초안

採玉於藍田,

채옥어람전

현우賢愚를 가려내기 쉽고 우열을 나눌 수 있으니,

이를 비유하면 대를 초안楚岸에서 구하고

옥을 남전藍田에서 캐는 것과 같다.

奇才美品何患不得? 遂願自賣於娼家,

기재미품하환부득 수원자매어창가

必欲託身於奇男, 未及數年名聲大噪.

필욕탁신어기남 미급수년명성대조

기재와 미품美品을 얻지 못한다고 어찌 근심하겠는가?' 라고 생각 하고는,

마침내 자원하여 창가娼家에 몸을 팔아

반드시 기남奇男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명성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去年秋山東河北十二州文人才士,

거년추산동하북십이주문인재사

會於鄴都設宴以娛, 驚鴻以一曲霓裳舞於席上,

회어업도설연이오 경홍이일곡예상무어석상

지난 해 가을 산동 하북 십이주의 문인 재사들이

위나라의 수도인 업도鄴都에 모여 잔치를 베풀고 놀았을 때,

경홍이 자리위에서 예상곡霓裳曲을 한 곡 부르며 춤을 추니,

翩如驚鴻 矯如翔鳳, 百隊羅綺盡失顔色,

편여경홍 교여상봉 백대라기진실안색

其才基貌此可見矣.

기재기모차가견의

펄펄 나는 모습이 놀란 기러기 같고

교교矯矯하기는 나는 봉황과 같아

미녀 수백 인이 모두 낯빛을 잃었다는데

그 재주와 그 용모를 이로써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宴罷獨上於銅雀臺, 帶月徘徊感古悲傷,

연파독상어동작대 대월배회감고비상

詠斷腸之遺句 弔分香之往跡,

영단장지유구 조분향지왕적

잔치가 끝나자 홀로 동작대銅雀臺에 올라

달빛을 띤 채 배회하며 옛 일을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

단장의 심중을 남긴 글구를 읊으며

분향分香의 지나간 자취를 조상弔喪하고,

仍窃笑曹孟德不能藏二喬於樓中,

잉절소조맹덕불능장이교어루중

見之者無不愛其才奇其志,

견지자무불애기재기기지

이에 조맹덕曹孟德이 국색國色의 두 여자를

누각 속에 감추지 못한 것을 내심으로 웃고 있으면,

그를 보는 사람마다 그 재주를 사랑하고

그 뜻을 기이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생각해 보면

顧今閨閤之中豈獨無其人乎?

고금규합지중기독무기인호

지금 어염집 규수 중

어찌 홀로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驚鴻與妾同遊於相國寺, 與之論懷驚鴻謂妾曰 :

경홍여첩동유어상국사 여지론회경홍위첩왈

경홍이 첩과 더불어 상국사相國寺에서 함께 놀 때

그와 더불어 정회를 의논하였는데, 경홍이 첩에게,

‘爾我兩人苟得意中之君子,

이아양인구득의중지군자

互相薦引仝事一人 則庶不誤百年之身矣.

호상천인동사일인 즉서불오백년지신의

妾亦諾之矣.

첩역락지의

‘너와 나 두 사람이 만일 마음 속에 있는 군자를 만나거든

서로 천거하여 한 사람을 같이 섬기면

거의 백년의 신세를 그르치지 아니하겠다.’ 라고 말하기에

첩 또한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妾逮遇郞君 輒思驚鴻而驚鴻,

첩체우랑군 첩사경홍이경홍

方入於山東諸侯宮中,

방입어산동제후궁중

此所謂好事多魔者耶.

차소위호사다마자야

첩이 우연히 낭군을 만나니

문득 경홍을 생각하게 되는데, 경홍은

바야흐로 산동山東 제후의 궁중에 들어갔으니,

이것이 이른바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합니다.

侯王姬妾富貴雖極 亦非驚鴻之願也.”

후왕희첩부귀수극 역비경홍지원야

제후나 왕에게 총애 받는 첩의 부귀가 비록 지극하겠지만,

또한 경홍의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하더니,

仍唏噓曰 :

잉희허왈

“惜乎! 安得一見驚鴻 說此情也.”

석호 안득일견경홍 설차정야

슬피 울며 말하기를,

“어찌하면 경홍을 한번 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볼까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楊生曰 :

양생왈

“靑樓中雖有許多才女,

청루중수유허다재녀

安知士夫家閨秀, 不讓娼扉一頭地乎?”

안지사부가규수 불양창비일두지호

양생이 말하기를,

“청루 중에 비록 재주 있는 여자가 많다 하나

사대부 집안의 규수가

기녀 중에서 제일 뛰어난 자에 못지 않으리라는 걸 어찌 알겠습니까?”

蟾月曰 : “以妾目見無如秦娘子者,

섬월왈 이첩목견무여진낭자자

苟下秦娘一等 妾不敢薦於郞君,

구하진낭일등 첩불감천어랑군

섬월이 말하기를,

“첩이 목격한 바로는 진낭자秦娘子와 같은 이가 없으니,

만일 진낭자 보다 한 등급 아래라면

첩이 감히 낭군께 천거하지 못하거니와,

然妾飽聞長安之人爭相稱道曰 :

연첩포문장안지인쟁상칭도왈

鄭司徒女子窈窕之色 幽閒之德,

정사도녀자요조지색 유한지덕

爲當今女子中第一,

위당금녀자중제일

이에 첩이 익히 들은 바로는 장안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칭찬하기를,

‘정사도鄭司徒의 여자 얌전하고 정숙한 고운 자색과 그윽하고도 한가한 덕이

지금의 여자 중 제일이라’ 하니

妾雖未親見 大名之下本無虛事,

첩수미친견 대명지하본무허사

郞君歸到京師 留意訪問是所望也.”

랑군귀도경사 유의방문시소망야

첩이 비록 친히 보지는 못했으나,

‘큰 이름 아래에 본래 헛인물이 없다.’ 하였으니,

낭군께서 서울에 도착하거든 유의하시어 찾아보기 바랍니다.”

問答之間紗窓微明矣.

문답지간사창미명의

兩人同起梳洗畢蟾月曰 :

양인동기소세필섬월왈

이처럼 문답하는 사이 사창紗窓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이 함께 일어나 머리 빗고 세수를 마치자 섬월이 말하기를,

“此處非郞君久留之地也.

차처비랑군구류지지야

况昨日諸公子 尙不無怏怏之心,

황작일제공자 상불무앙앙지심

“이곳은 낭군이 오래 머물 곳이 못됩니다.

하물며 어제 여러 공자公子들이

불만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恐不利於相公 湏趂早登程.

공불리어상공 수진조등정

상공께 이롭지 아니할까 두려운데

마땅히 일찍 길을 떠나도록 하십시오.

前頭叨侍之日尙多,

전두도시지일상다

何必爲兒女子屑屑之悲乎?

하필위아녀자설설지비호

앞날에 모실 날이 아직 많은데,

어찌 구태여 아녀자의 사소한 슬픔을 말하겠습니까?”

生問曰 :

생문왈

“娘言誠如金石 當銘鏤於心肝矣.”

낭언성여금석 당명루어심간의

양생이 말하기를,

“낭자의 말이 금석과 같으니,

마땅히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하고,

遂相對揮淚 分袂而去.

수상대휘루 분몌이거

드디어 서로 눈물을 뿌리고

기약 없이 떨어져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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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19

生乃款答曰 :

생내관답왈

양생이 이에 정답고 친절하게 대답하기를,

“我之深情 豈與桂娘少間哉,

아지심정 기여계낭소간재

第我本貧秀才也 且堂有老親,

제아본빈수재야 차당유로친

“나의 깊은 정이

어찌 계낭桂娘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겠습니까만,

다만 나는 본래 가난한 수재요,

또 집에는 늙으신 어머님께서 계시니,

與桂卿偕老 恐不諧於老親之意,

여계경해로 공불해어로친지의

若具妻妾 則亦恐桂娘之不樂也,

약구처첩 즉역공계낭지불락야

계경桂卿과 더불어 해로偕老코자 하나

그 분의 뜻에 어긋나지나 않을까 두려우며,

또한 처와 첩을 다 갖추면

계랑이 달가와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桂娘不以爲嫌,

계랑불이위혐

天下必無可爲桂娘女君之淑女, 是可慮也.”

천하필무가위계낭여군지숙녀 시가려야

계랑이 비록 거리끼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천하에 계낭의 정실이 될 수 있을 만한 숙녀가 필연 없을 것이니

이것 또한 염려됩니다.”

蟾月曰 : “郞君是何言也?

섬월왈 랑군시하언야

섬월이 말하기를,

“낭군께서 어인 말씀이십니까?

當今天下之才 無出於郞君之右者,

당금천하지재 무출어랑군지우자

新榜壯元固不足論也,

신방장원고부족론야

이제 천하에 재주가 낭군의 오른쪽에 나설 자 아무도 없으며,

신방新榜의 장원은 굳이 말할 것도 없거니와

丞相印綬 大將節鉞 非久當歸於郞君手中,

승상인수 대장절월 비구당귀어랑군수중

天下美女 孰不願從於郞君乎?

천하미녀 숙불원종어랑군호

승상의 인수印綬와 대장의 절월節鉞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낭군의 손 안에 돌아올 것이니,

천하의 미녀 그 누가 낭군을 좇고자 아니하겠습니까?

將見紅拂隨李靖之匹馬,

장견홍불수이정지필마

綠珠步石崇之香塵,

록주보석숭지향진

장차 홍불紅拂이 이정李靖의 필마를 따르고

녹주綠珠가 석숭石崇의 향내 나는 티끌을 밟을 것을 보겠는데,

蟾月何人 敢有一毫專寵之心?

섬월하인 감유일호전총지심

섬월이 어떤 사람이라고

감히 낭군의 총애를 독차지하려는 마음을 털끝만치라도 품을 수 있겠습니까?

惟願郞君 娶賢婦於高門,

유원랑군 취현부어고문

以奉大夫人後亦勿棄賤妾焉.

이봉대부인후역물기천첩언

오직 원컨대 낭군께서는 부귀한 집의 어진 부인을 얻어

대부인大夫人을 삼은 연후에 천첩을 버리지 마십시오.

妾請自今以後 潔身而待命矣.

첩청자금이후 결신이대명의

첩은 청하건대, 이후부터

몸을 깨끗이 하여 명을 기다리겠습니다.”

生曰 : “去年我曾過華州偶見秦家女子,

생왈 거년아증과화주우견진가여자

其容貌才華足與桂娘, 可較伯仲 而不幸今也則亡,

기용모재화족여계낭 가교백중 이불행금야즉망

양생이 말하기를,

“지난해에 내 일찍이 화주를 지날 적에 우연히 진가 여자를 보니,

그 용모와 재화才華가 족히 계낭과 더불어 비교하여 어금지금할 것이로되

불행이도 이제는 없으니,

桂卿欲使我更求淑女於何處乎?”

계경욕사아갱구숙녀어하처호

계경이 나로 하여금 어디 가 숙녀를 다시 구하라 합니까?”

蟾月曰 :“郞君所言者必是秦御使女彩鳳也.

섬월왈 랑군소언자필시진어사여채봉야

섬월이 말하기를,

“낭군이 이르는 사람은 필연 진어사의 딸 채봉彩鳳입니다.

御使曾者爲吏於此府,

어사증자위리어차부

秦娘子與賤妾情誼頗綢密矣,

진낭자여천첩정의파주밀의

어사가 일찍이 이 고을의 원님이 되었을 때

진낭자는 천첩과 더불어 자못 정의情誼가 도타웠는데,

其娘子且有卓文君之才貌,

기낭자차유탁문군지재모

郞君豈無長卿之情,

랑군기무장경지정

이 낭자가 또한 탁문군卓文君의 재모才貌를 지니고 있으니

어찌 낭군께서 사마司馬의 정이 없겠으나,

而今雖思之亦無益矣,

이금수사지역무익의

請郞君更求於他門矣."

청랑군갱구어타문의

지금 그를 생각하는 것은 또한 무익한 일이니,

청컨대 낭군께서는 다시 다른 가문에 구혼토록 하십시오.”

楊生曰 : 自古絶色本不世出,

양생왈 자고절색본불세출

양생이 말하기를,

“예로부터 절색絶色은 본래 대마다 나오는 것이 아닌데,

今桂卿秦娘兩人生幷一代,

금계경진낭양인생병일대

吾恐天地精明之氣 殆已盡矣.

오공천지정명지기 태이진의

이제 한 대에 계경과 진낭 두 사람이 아울러 살고 있으니,

나는 천지에 정명精明한 기운이 이미 다하였는가 두렵습니다.

蟾月大笑曰 : “郞君之言誠如井底蛙矣.

섬월대소왈 랑군지언성여정저와의

妾姑以吾娼妓中公論 告於郞君矣.

첩고이오창기중공론 고어랑군의

섬월이 활짝 웃으며 말하기를,

“낭군 말이 진실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습니다.

첩이 잠시 우리 창기 중 공론을 아뢰겠습니다.

天下有靑樓三絶色之語,

천하유청루삼절색지어

江南万玉燕 河北狄驚鴻 洛陽桂蟾月.

강남만옥연 하북적경홍 락양계섬월

천하의 기생 집 뛰어난 세 사람이란 말이 있는데,

강남의 만옥연万玉燕, 하북의 적경홍狄驚鴻

그리고 낙양의 계섬월桂蟾月입니다.

蟾月卽妾也, 妾則獨得虛名,

섬월즉첩야 첩즉독득허명

玉燕驚鴻眞當代絶艶,

옥연경홍진당대절염

섬월은 곧 첩인데, 첩은 홀로 허명虛名을 얻었지만

옥연과 경홍은 참으로 당대의 절염絶艶입니다.

豈可曰天下更無絶色乎?”

기가왈천하갱무절색호

어찌 천하에 다시 절색이 없으리라 말하십니까?”

生曰 :생왈

“吾意則彼兩人 猥與桂卿齊名矣.”

오의즉피양인 외여계경제명의

양생이 말하기를,

“내 뜻은 저 두 사람이 외람되이 계경과 더불어 이름을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蟾月曰 :섬월왈

“玉燕以地之遠雖未得見,

옥연이지지원수미득견

南來之人無不稱讚, 可知其決非虛名,

남래지인무불칭찬 가지기결비허명

섬월이 말하기를,

“옥연은 땅이 멀어 비록 보지 못하였으나,

남방에서 오는 사람치고 칭찬하지 않는 이 없으니

그것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驚鴻與妾情若兄弟,

경홍여첩정약형제

驚鴻一生本末 請略陳之.

경홍일생본말 청략진지

경홍은 첩과 더불어 정이 형제와 같은데

경홍의 일생 본말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驚鴻播州良家女也, 早失怙恃依其姑母,

경홍파주량가녀야 조실고시의기고모

경홍은 파주播州 양가 여자로

일찍이 어버이를 잃고 그 고모에게 의탁하였는데,

自十歲美麗之色名於河北,

자십세미려지색명어하북

近地之人欲以千金買以爲妾,

근지지인욕이천금매이위첩

媒婆塡門閙如群蜂,

매파전문뇨여군봉

십 세 때부터 용모의 미려美麗함이 하북에 이름 높으니

근처 사람들이 천금에 사서 첩을 삼으려

중매 할멈들이 문을 메우고 벌 떼와 같이 들렸는데,

而驚鴻言於姑母皆斥遣衆媒,

이경홍언어고모개척견중매

婆問於姑娘曰 :

파문어고낭왈

경홍이 고모에게 말하여 모두 물리쳐 보내니

중매할멈의 무리들이 고낭姑娘 (고모를 뜻함)에게 묻기를,

姑娘東推西却不肯許人,

고낭동추서각불긍허인

必得何許佳郞乃合於意乎?

필득하허가랑내합어의호

'고모님은 동으로 뿌리치고 서로 물리쳐서 사람을 허락지 않으니,

반드시 어떤 얌전한 신랑을 얻어야 고모님의 뜻에 맞겠습니까?

欲以大丞相之妾乎?

욕이대승상지첩호

欲以爲節度使之副室乎?

욕이위절도사지부실호

대승상의 사랑받는 첩이 되고자 하십니까?

절도사의 부실副室이 되고자 합니까?

欲許於名士乎?

욕허어명사호

欲送於秀才乎?”

욕송어수재호

명사를 좇고자 합니까?

수재를 따르고자 합니까?'

驚鴻替對曰 :

경홍체대왈

“若如晉時, 東山携妓之謝安石,

약여진시 동산휴기지사안석

則可以爲大宰相之妾矣.

즉가이위대재상지첩의

경홍이 잠시 있다가 대답하기를,

'만일 진晉나라 시절에 동산에서 기생을 이끌었던 사안석謝安石 같으면

곧 대재상의 첩이 될 것입니다.

若如三國時, 使人誤曲之周公瑾,

약여삼국시 사인오곡지주공근

則可以爲節度使之妾矣.

즉가이위절도사지첩의

만일 삼국시대 사람들에게 곡조를 알게 하였던 주공근周公瑾 같으면

곧 절도사의 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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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18

生出至樓前 方欲跨驪, 蟾月忙步而來謂生曰 :

생출지루전 방욕과려 섬월망보이래위생왈

양생이 누각 앞에 이르러 당나귀에 걸터앉으려 향할 때

섬월이 바쁜 걸음으로 달려와 양생에게 말하기를,

“此路南畔有粉墻,

차로남반유분장

墻外有櫻桃盛開, 此乃妾家.

장외유앵도성개 차내첩가

“이 길 남쪽 가에 분장한 담이 있는데,

담 밖에 앵두화櫻桃花가 무성하게 핀 이 곳이 첩의 집입니다.

相公須先往訪得此家,

상공수선왕방득차가

待妾還歸 妾亦從此往矣.”

대첩환귀 첩역종차왕의

상공께서 모름지기 먼저 가시어 이 집에 들러

첩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면 첩 또한 이곳으로 뒤 따라 가겠습니다.”

生點頭而諾南向而去.

생점두이낙남향이거

양생은 머리를 끄덕이며 승낙하고 남쪽으로 향하여 갔다.

蟾月上樓謂諸生曰 :

섬월상루위제생왈

섬월이 누각 위에 있는 여러 서생들에게 묻기를,

“諸相公不以妾爲陋, 以數闋之歌卜今夜之緣,

제상공불이첩위루 이수결지가복금야지연

將何以處之耶?”

장하이처지야

“여러 상공이 첩을 더럽다 아니하시고

여러 곡의 끝남으로 오늘밤의 인연을 점복占卜하였는데

장차 어찌 처신하여야 합니까?”

諸人猶不舍愛慕之情 答曰 :

제인유불사애모지정 답왈

여러 사람들이 오히려 애모愛慕의 정을 버리지 않고

답하여 말하기를,

“楊哥客也. 非吾輩中人,

양가객야 비오배중인

何可以此爲拘乎?”

하가이차위구호

“양가는 객입니다. 우리 무리 중의 사람이 아니니

어찌 거리낄 것이 있습니까?”

互相和應終無定論,

호상화응종무정론

蟾月以冷談應之曰 :

섬월이냉담응지왈

서로 화답에 응하여 정론定論을 내리지 못하니

섬월이 쌀쌀하게 대답하여 말하기를,

“人而無信妾不知其可也. 座上娼樂非不足也,

인이무신첩부지기가야 좌상창악비부족야

諸相公盡其不盡之興. 妾適有病 未侍坐終宴矣.”

제상공진기부진지흥 첩적유병 미시좌종연의

“사람에게 믿음이 없음이 옳은 일이라고 첩은 알고 있지 않습니다.

좌상의 창악娼樂이 부족치 아니하니,

여러 상공께서는 다하지 못한 흥을 다 하십시오.

첩은 몸이 불편해 잔치가 다할 때까지 앉아 모실 수가 없겠습니다.”

乃緩步而出, 諸人旣初有約,

내완보이출 제인기초유약

且見其冷談之色, 不敢出一言矣.

차견기냉담지색 불감출일언의

이에 느린 걸음으로 나오니

여러 사람들이 처음에 한 약속도 있고

또 섬월의 냉담한 모습을 보고,

감히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此時楊生往住店, 搬移行李趁黃昏,

차시양생왕주점 반이행이진황혼

往尋蟾月之家,

왕심섬월지가

이때 양생은 여관에 가서

행장行裝을 옮겨, 황혼 무렵

섬월의 집을 찾아가니

蟾月先已還家, 掃中堂燃華燭,

섬월선이환가 소중당연화촉

悄然而待之.

초연이대지

섬월이 이미 먼저 집에 돌아와

중당中堂을 쓸고 화촉을 밝히며

기운없이 양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楊生繫驢櫻桃樹下, 往叩重門,

양생계려앵도수하 왕고중문

蟾月聞剝啄之聲, 跕屣出迎曰 :

섬월문박탁지성 접시출영왈

양생이 당나귀를 앵두나무 아래에 매어 놓고

중문重門에 가서 두드리니,

섬월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신발을 끌고 천천히 나와 맞으며 말하기를,

“下樓之時郞先而妾後,

하루지시랑선이첩후

妾已先到 而郞何後也?”

첩이선도 이랑하후야

“누각 아래에서 낭군이 먼저 가고 첩이 뒤에 왔거늘,

첩이 이미 먼저 도착했는데 낭군은 어찌하여 뒤에 오십니까?”

楊生曰 :

양생왈

양생이 말하기를,

“以主人而待客可乎? 以客而待主人可乎?

이주인이대객가호 이객이대주인가호

眞所謂非敢後也, 馬不前也.”

진소위비감후야 마부전야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옳은지요?

손님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옳은지요?

진실로 이른 바 감히 뒤늦게 오려 한 것이 아니라

말[馬]이 나아가지 않아서입니다.”

遂相與扶携而入, 兩人相對其喜可知.

수상여부휴이입 양인상대기희가지

마침내 서로 부축하고 함께 들어가

두 사람이 서로 대하니 그 기쁨을 알 만 하였다.

蟾月滿酌玉盃, 金縷衣一曲侑之,

섬월만작옥배 금루의일곡유지

芳姿嫩聲, 能割人之腸 而迷人之魂,

방자눈성 능할인지장 이미인지혼

섬월이 옥배玉盃에 술을 가뜩 따르고,

금루의金縷衣라는 노래 한 곡을 불러 술을 권하니,

아리따운 자태와 간드러진 소리가

능히 사람의 간장을 끊을 듯, 사람의 혼을 혼미케 하여,

生情不能抑相携就寢, 雖巫山之夢 洛浦之遇,

생정불능억상휴취침 수무산지몽 락포지우

未足以踰其樂矣.

미족이유기락의

양생은 솟구치는 정을 자제치 못하고, 서로 이끌어 잠자리에 드니

곧 무산巫山의 꿈과 낙포洛浦의 만남도

그 즐거움이 이를 넘을 수 없었다.

至夜半蟾月於枕上謂生曰 :

지야반섬월어침상위생왈

한밤중에 이르자 섬월이 침상에서 양생에게 말하기를,

“妾之一身自今日, 已托於郞君矣,

첩지일신자금일 이탁어랑군의

妾請略暴情事, 惟郞君俯察而憐悶焉.

첩청략폭정사 유랑군부찰이련민언

“첩의 한 몸을 오늘부터 이미 낭군께 의탁하였습니다.

청컨대 첩의 정겨운 사연을 대강 말씀드리겠으니 낭군께서는 다만 굽어 살피시고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妾本韶州人也, 父曾爲此州驛丞矣,

첩본소주인야 부증위차주역승의

不幸病死於他鄕,

불행병사어타향

첩은 본래 소주韶州 사람으로

부친이 일찍이 이 고을의 역승驛丞이 되었는데,

불행이도 타향에서 객사하니,

家事零替故山超遞, 力單勢蹙無路返葬,

가사영체고산초체 력단세축무로반장

繼母賣妾於娼家, 受百金而去,

계모매첩어창가 수백금이거

가사가 구차하게 되고, 고향 산은 멀고,

힘과 기세는 다만 움츠러들어 이장할 길이 없기에,

계모가 첩을 창가娼家에 팔아 백금百金을 받아 가버리니

妾忍辱含痛, 屈身事人 只祈天或垂憐,

첩인욕함통 굴신사인 지기천혹수련

幸逢君子復見日月之明.

행봉군자부견일월지명

첩은 욕됨을 참고 설움을 머금은 채

몸을 굽혀 사람들을 섬기면서 다만 하늘에 기원하고 간원하였는데,

다행히도 군자를 만나 일월의 밝음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而妾家樓前 卽去長安道也.

이첩가루전 즉거장안도야

첩의 집 누각 앞은 곧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입니다.

車馬之聲 晝夜不絶,

거마지성 주야부절

來人過客 孰不落鞭於妾之門前乎?

래인과객 숙불락편어첩지문전호

거마車馬 소리가 밤낮으로 그친 적 없으며

오가며 지나가는 손들

그 누가 첩의 집 문 앞에서 말채찍을 내리지 않았겠습니까?

從來四五年間 眼閱千萬人矣,

종래사오년간 안열천만인의

尙未見近似於郞君者,

상미견근사어랑군자

지난 사오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눈 여겨 보았으나,

아직껏 낭군과 조금이라도 닮은 이를 못 보았는데,

今何幸遇我郞君 至願已畢.

금하행우아랑군 지원이필

이제 어찌 다행히 우리 낭군을 만났으니,

염원은 이미 다 이루어졌습니다.

郞若不以妾鄙夷之, 則妾願爲穛爨之婢,

랑약불이첩비이지 즉첩원위착찬지비

敢問郞君之意如何.

감문랑군지의여하

낭군께서 만일 첩을 더럽다고 멸시하지 않으신다면,

곧 첩은 밥 짓고 물 긷는 종이 되길 원하니,

낭군의 뜻이 어떤지 감히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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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17

生曰 : “諸兄之詩成之已久,

생왈 제형지시성지이구

未知桂卿已歌何人之詩乎?”

미지계경이가하인지시호

양생이 말하기를,

“여러 형들의 시가 경지에 들은 지 이미 오래인데,

계경이 누구의 시를 노래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까?”

王生曰 : “桂卿尙靳一闋淸音,

왕생왈 계경상근일결청음

櫻脣久鎖玉齒未啓,

앵순구쇄옥치미계

왕생이 대답하기를,

“계경이 아직도 맑고 깨끗한 소리를 아껴,

앵두 같은 입술을 오래도록 꼭 다문 채 옥 같은 이를 열지 아니하여

陽春絶調猶不入於吾儕之耳,

양춘절조유불입어오제지이

고상한 가곡의 뛰어난 곡조가

우리들 귀에 들어오지 아니하였는데,

桂卿若不故作嬌態, 則必有羞澁之心而然也.”

계경약불고작교태 즉필유수삽지심이연야

계경이 만약 교태를 부리는 까닭이 아니라면

곧 필연 부끄러워 머뭇거리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生曰 : “小弟曾在楚中,

생왈 소제증재초중

雖或衣樣畵芦作一兩首詩,

수혹의양화호작일양수시

양생이 말하기를,

“소제가 일찍이 초楚나라에 있을 때,

비록 간혹 남의 것을 모방하고 흉내 내어 한 두수의 시를 지어 보았으나,

而卽局外之人也. 與諸兄較芸 恐未安也.”

이즉국외지인야 여제형교운 공미안야

곧 관 밖의 사람입니다.

여러 형들과 더불어 재주를 비교함은 아마도 미안한 일이 될 것입니다.”

王生大言曰 : “楊生容皃美於女子矣,

왕생대언왈 양생용모미어여자의

又何無丈夫之意耶?

우하무장부지의야

왕생이 큰 소리로 말하기를,

“양생이 용모 아름답기가 여자와 같거늘,

또 어이 이리도 장부의 뜻이 없습니까?

聖人有言曰 :當仁不讓於師,

성인유언왈 당인불양어사

又曰其爭也君子,

우왈기쟁야군자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어진 일을 당하여는 스승에게도 사양치 아니한다 하였고,

또 말씀하시기를, 그 다툼이 곧 군자라 하였으니,

第惡楊兄無詩才也, 苟有才也 豈可徒執僞嫌乎?”

제오양형무시재야 구유재야 기가도집위혐호

만일 양형이 시재가 없다면 부끄럽겠지만,

다만 재주가 있다면 어찌 부질없이 고집하여 겸양해 합니까?”

楊生雖外飾虛讓, 一見桂娘豪情已不制矣,

양생수외식허양 일견계낭호정이부제의

양생은 비록 면치레로 사양하는 체했지만,

언뜻 보니 계낭의 호상豪爽한 정을 이미 억제할 수 없어,

見諸生座傍尙有空箋,

견제생좌방상유공전

生抽其一幅 縱橫走筆 題三章詩.

생추기일폭 종횡주필 제삼장시

여러 서생들의 자리 옆에 아직껏 빈 시전詩箋이 있음을 보고

양생이 그 중 한 폭을 뽑아

종횡으로 붓을 날려 3개의 장으로 된 시를 지었다.

此如風檣之走海, 渴馬之奔川,

차여풍장지주해 갈마지분천

諸生見其詩思之敏捷,

제생견기시사지민첩

이는 바람 만난 배가 바다를 달려가고,

목마른 말이 시내로 달려가는 것 같아,

여러 서생들은 그 시정詩情의 민첩함과

筆勢之飛動 莫不驚訝失色矣.

필세지비동 막불경아실색의

붓 힘의 날아 움직임을 보고,

놀라 의아해하며 얼굴빛을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楊生擲筆於席上 謂諸生曰 :

양생척필어석상 위제생왈

양생이 자리위에 붓을 던지고

여러 서생들에게 말하기를,

宜先請敎於諸兄, 而今日座中桂卿卽考官也.

의선청교어제형 이금일좌중계경즉고관야

納卷時刻恐不及也.”

납권시각공불급야

“마땅히 여러 형씨들에게 먼저 가르침을 청해야 하나,

오늘은 좌중의 계경이 곧 시험관입니다.

글을 바칠 시각이 지났는지 두렵습니다.”

卽送其詩箋於桂卿 其詩曰 :

즉송기시전어계경 기시왈

곧, 그 시전을 계경에게 보냈는데,

그 시에 읊기를,

楚客西遊路入秦 초객서유로입진

酒樓來醉客陽春 주루래취객양춘

月中丹桂誰先折 월중단계수선절

今代文章自有人 금대문장자유인

초나라 손님이 서쪽에 놀러 가는 길에 진나라에 들려

주루에 와 낙양 봄에 취하였구나

달 가운데 붉은 계수나무 누가 먼저 꺾을까?

당대의 문장이 스스로 다 모였구나

天津橋上柳花飛 천진교상류화비

珠箔重重映夕暉 주박중중영석휘

側耳要請歌一曲 측이요청가일곡

錦筵休復舞羅衣 금연휴복무라의

천진교 위에 버들 꽃 날고

구슬발 주렁주렁 저녁 빛에 비치는구나

귀 기울여 듣고자 노래 한 곡조

그대 비단 자리에서 다시 춤추는 것을 쉬라

花枝羞殺玉人粧 화지수살옥인장

未吐纖歌口已香 미토섬가구이향

待得樑塵飛盡後 대득량진비진후

洞房花燭賀新郞 동방화촉하신랑

꽃가지가 옥인의 단장을 부끄러워하니

가녀린 노래 미처 나오기도 전에 입이 이미 향기로우네

대들보 먼지 날기 다한 뒤를 기다려

동방에 화촉 밝혀 신랑을 하례하리라

蟾月乍轉星眸霎然看過,

섬월사전성모삽연간과

檀板一聲淸歌自發,

단판일성청가자발

섬월이 샛별 같은 눈동자를 언뜻 굴려 잠시 대충 보더니,

단판檀板 (박자를 맞추는 목판) 한 소리에 맑은 노래를 스스로 낸즉,

嫋嫋如縷 咽咽如訴,

뇨뇨여루 인인여소

간들거림은 가는 실과 같고

빨라지는 북 소리는 울부짖는 것과 같았으며,

鶴唳靑田 鳳鳴丹丘,

학려청전 봉명단구

秦箏奪其群 趙瑟失其曲,

진쟁탈기군 조슬실기곡

학이 청전靑田에서 눈물을 흘리고,

봉황이 단구丹丘에서 우는 듯,

진쟁秦箏 (진나라의 아쟁)은 그 소리를 빼앗으며,

조슬趙瑟 (조나라의 비파)은 그 곡조를 잃었으니

滿座皆灑然易容.

만좌개쇄연역용

만좌의 사람들은 넋을 잃고 낯빛을 고쳤다.

初諸人傲視楊生許令作詩矣,

초제인오시양생허령작시의

及其三詩皆入於蟾月之歌喉,

급기삼시개입어섬월지가후

처음에 여러 사람이 양생을 업신여기다가 시를 짓도록 허용하였고,

세 수의 시가 모두 섬월의 노래에 오르게 되자

憮然敗興相顧無言,

무연패흥상고무언

欲讓蟾月於楊生 則近於無膽,

욕양섬월어양생 즉근어무담

크게 낙담하여 흥은 깨어지고 말없이 서로 둘러보는데,

섬월을 양생에게 사양하고자 하나,

쓸개가 없는 노릇인 듯하고,

欲背座中之初約 則難於失信.

욕배좌중지초약 즉난어실신

面面直視嘿嘿癡坐.

면면직시묵묵응좌

좌중에서 처음에 한 언약을 저버리고자 하지만,

곧 실언하기도 어려워서

얼굴을 서로 똑바로 보며 묵묵히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楊生知其氣色, 倏起告辭曰 :

양생지기기색 숙기고사왈

양생이 그 기색을 알고

벌떡 일어나 작별을 고하여 말하기를,

“小弟偶蒙諸兄款接,

소제우몽제형관접

叨叅盛宴旣醉且飽,誠切感幸.

도참성연기취차포성절감행

“소제가 우연히 여러 형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아

외람되이 성대한 잔치에 참석하여,

이미 취하고 또 배부르게 먹었으니

참으로 실로 고맙고 행복합니다.

前路尙遠行色甚忙, 未得終日吐話,

전로상원행색심망 미득종일토화

他日曲江之會, 當罄此餘情矣.

타일곡강지회 당경차여정의

앞길이 아직 멀고 행색行色이 매우 바빠

종일토록 털어놓고 말할 수 없으니,

후일 곡강曲江에서 열리는 과거 급제 뒤풀이 잔치에서

마땅히 남은 정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乃從容下去, 諸生亦不肯挽止矣.

내종용하거 제생역불긍만지의

하고, 천천히 내려가니,

여러 서생들이 또한 만류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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