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4

楊生心甚着急疑慮自起, 告於夫人曰 :

양생심심착급의려자기 고어부인왈

양생의 마음이 몹시 급해지고 의심스런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

부인에게 고하기를,

“貧道雖傳得古調 而今之不彈者多,

빈도수전득고조 이금지불탄자다

貧道亦不能自知其聲之非 今而古也.

빈도역불능자지기성지비 금이고야

“빈도가 비록 옛 곡조를 배웠으나,

요새 사람들이 타지 못하는 것이 많은데

빈도 또한 스스로 그 소리의 틀린 점을 알 수 없음은

지금이나 예나 마찬가지입니다.

頃仍紫淸觀衆女冠, 而聞之 則小姐之知音,

경잉자청관중녀관 이문지 즉소저지지음

則今世之師曠, 願效賤芸 以聽小姐之下敎也.

즉금세지사광 원효천예 이청소저지하교야

이에 잠시 자청관의 여러 여관들에게서 들으니,

따님께서 음률을 아는 것이

금세의 사광師曠이라 하오니,

원컨대 천한 재주를 시험하여 따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夫人使侍兒招小姐, 俄而繡幕乍捲 香澤微生,

부인사시아초소저 아이수막사권 향택미생

小姐來坐於夫人座側,

소저래좌어부인좌측

부인이 시비로 하여금 소저를 부르게 하니,

이윽고 수놓은 장막이 문득 열리며 향내가 조금 일더니

소저가 와서 부인의 자리 옆에 앉았다.

楊生起拜畢 縱目而望之, 太陽初湧於丹霞,

양생기배필 종목이망지 태양초용어단하

芳蓮政映於綠水矣. 神搖眸眩不能正視.

방련정영어록수의 신요모현불능정시

양생이 일어나 절한 다음 눈을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니,

태양이 처음 붉은 놀에 솟아올라,

아름다운 연꽃이 정말 푸른 물에 비친 것 같아서,

정신이 요란하고 눈이 현란하여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楊生嫌其坐席稍遠, 眼力有碍乃告曰 :

양생혐기좌석초원 안력유애내고왈

양생이 그 좌석이 점점 멀어져서

안력眼力에 장애됨을 꺼리어 이에 고하기를,

“貧道欲受小姐之明敎, 而華堂廣闊聲韻散泄,

빈도욕수소저지명교 이화당광활성운산설

或恐不專於細聽也.”

혹공부전어세청야

“빈도가 소저의 현명한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나,

대청이 광활廣闊하여 소리가 흩어져

혹시 자세히 듣기에 전념치 못할까 두렵습니다.”

夫人謂侍兒曰 : “女冠之座 可移於前也.”

부인위시아왈 녀관지좌 가이어전야

부인이 시중드는 아이에게 이르기를,

“여관의 자리를 앞으로 옮기도록 하라.”

侍婢移席請坐, 雖己偪於夫人之座,

시비이석청좌 수기핍어부인지좌

而適當小姐座席之右, 反不如直視相望之時也.

이적당소저좌석지우 반불여직시상망지시야

시비가 자리를 옮겨 앉기를 청해

비록 부인의 자리와는 무척 가까워 졌으나,

소저 자리의 오른 쪽으로 가게 되어

오히려 곧바로 대하여 서로 바라볼 때만도 못하게 되었다.

生大以爲恨 而不敢再請.

생대이위한 이불감재청

양생은 크게 한恨이 되었지만 감히 다시 청하지 못하였다.

侍婢設香案於前, 開金爐爇名香,

시비설향안어전 개금로설명향

生乃改坐援琴, 先奏霓裳羽衣之曲

생내개좌원금 선주예상우의지곡

시비가 앞에서 향로상을 배설하고

금로金爐에 향을 피우는데,

양생은 이에 고쳐 앉아 거문고를 당겨

먼저 예상우의곡裳羽衣曲을 탔다.

小姐曰 :“美哉此曲! 宛然天寶太平之氣像也.

소저왈 미재차곡! 완연천보태평지기상야

소저가 말하기를,

“아름답습니다. 이 곡조가!

완연한 천보天寶시절의 태평太平스런 기상입니다.

此曲人必解之而曲盡其妙, 未有如道人之手段者也.

차곡인필해지이곡진기묘 미유여도인지수단자야

이 곡조를 사람들이 꼭 이해하기는 하지만,

노래의 다다름이 이렇듯 신묘하기는

도인의 수단과 같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此非所謂

차비소위

漁陽鼙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래

驚罷霓裳羽衣曲者乎?

경파예상우의곡자호

이는 이른바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인용된

‘어양비고동지래漁陽鼙鼓動地來하니

경파예상우의곡’驚罷霓裳羽衣曲이 아닙니까?

*주/백낙천-장한가

어양비고동지래: 어양에서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들려 오고

경파예상우의곡: 이에 놀라 <예상우의곡>은 중단되었다.

階亂之淫樂 不足聽也 願聞它曲.”

계란지음악 부족청야 원문타곡

무릇 어지럽고도 음란한 노래라 족히 들을 바 못되니

원컨대 다른 노래를 들려주십시오.”

楊生更奏一曲小姐曰 :

양생갱주일곡소저왈

“此曲樂而淫 哀而促, 卽陳後主玉樹後庭花也,

차곡락이음 애이촉 즉진후주옥수후정화야

양생이 다시 한 곡을 연주하니 소저가 말하기를,

“이 노래는 즐겁지만 음란하고 슬프지만 촉급하니,

곧 진후주陳後主의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라,

此非所謂

차비소위

地下若逢陳後主, 豈宜重問後庭花者乎?

지하약봉진후주 기의중문후정화자호

이것은 이른바

‘지하약봉진후주地下若逢陳後主면

‘기의중문후정화‘豈宜重問後庭花

라는 것이 아닙니까?

*주/이상은- 隋宮(七律)

지하약봉진후주: 지하에서 진나라 후주를 만난다면

기의중문후정화: 어찌 마땅히 후정화 가락을 거듭 묻지 않겠습니까?

亡國之繁音不足尙也, 更奏他曲.”

망국지번음부족상야 갱주타곡

망국의 색채가 짙은 음이라 족히 숭상할 바 못되니

다시 다른 곡을 연주해 주십시오.”

楊生又奏一闋 小姐曰 :

양생우주일결 소저왈

양생이 또 한 곡조의 연주를 마치자,

소저가 말하기를,

“此曲如悲如喜, 如感激者然如思念者然,

차곡여비여희 여감격자연여사념자연

昔蔡文姬遭亂被拘, 生二子於胡中矣,

석채문희조란피구 생이자어호중의

“이 곡은 슬픈 듯, 기쁜 듯,

감격하는 듯, 사념하는 듯하니,

옛적에 채문희가 난을 만나 잡힌 몸이 되어

오랑캐에게 홀리어 두 아들을 낳아

及曹操贖還 文姬將歸故國,

급조조속환 문희장귀고국

留別兩兒作胡笳十八拍, 以寓悲憐之意,

유별양아작호가십팔박 이우비련지의

조조曹操가 몸값을 치르고 데려오니

문희가 바야흐로 고국으로 돌아올 때

두 아이와 작별하며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을 지어

슬프고도 가련한 뜻을 부쳤으니,

所謂 소위

胡人落淚添邊草,호인락루첨변초

漢使斷腸對歸客者也.한사단장대귀객자야

이른바

‘호인락루첨변초胡人落淚添邊草요,

한사단장대귀객漢使斷腸對歸客이라’는 것입니다.

*주/이기-동대의 호가 타는 소리를 듣고 방급사 말을 부쳐 희롱함[고시]

채의 여인 옛날 호가소리 지어서

한 번 타는 데 80박자를 친다네

오랑캐들 눈물 흘려 변방의 풀을 적시고

한나라 사신은 애간장 끊으며 돌아가는 나그네 바라보네.

其聲雖可聽也, 失節之人曷足道哉?

기성수가청야 실절지인갈족도재

請新其曲.”

청신기곡

그 소리 비록 들을 만하나

절개를 잃은 사람이니, 어찌 족히 칭송하겠습니까?

새 곡조를 청합니다.”

楊生又奏一腔 小姐曰 :

양생우주일강 소저왈

양생이 또 노래 한 곡조를 탔다.

소저가 말하기를,

“王昭君出塞曲也. 昭君眷係舊君 瞻望故鄕,

왕소군출새곡야 소군권계구군 첨망고향

“왕소군王昭君의 출새곡出塞曲입니다.

소군이 옛 임금을 생각하고 고향을 바라보며,

悲此身之失所 怨畵師之不公,

비차신지실소 원화사지불공

以無限不平之心 付之於一曲之中,

이무한불평지심 부지어일곡지중

그 몸 잃은 바를 슬퍼하고,

화사畵師가 공평치 못함을 원망하여

끝없이 불평한 마음을 이 한 곡에 부쳤으니,

所謂소위

誰憐一曲傳樂府,

수련일곡전악부

能使千秋傷綺羅者也.

능사천추상기라자야

이른바

‘수련일곡전악부誰憐一曲傳樂府하여

능사천추상기라能使千秋傷綺羅라고’ 하는 것입니다.

*주/

뉘라서 이 노래를 사랑하여 악부에 전하여

천 년이 지나도록 사대부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고?

然胡姬之曲 邊方之聲 本非正音也.

연호희지곡 변방지성 본비정음야

抑有他曲乎?”

억유타곡호

허지만 오랑캐 계집의 노래요, 변방 소리이니

근본이 바른 소리는 아닙니다.

혹시 다른 곡조가 있습니까?”

楊生又奏一轉, 小姐改容而言曰 :

양생우주일전 소저개용이언왈

양생은 또 한 곡조를 탔다.

소저가 낯빛을 고치며 말하기를,

“吾不聞此聲久矣, 道人實非凡人也.

오불문차성구의 도인실비범인야

“내가 이 소리를 오랫동안 듣지 못하였는데,

도인道人은 진실로 범인凡人이 아니군요.

此則英雄不遇其時, 托心於塵世之外而,

차즉영웅불우기시 탁심어진세지외이

忠義之氣噎鬱於板蕩之中, 得非嵆叔夜廣陵散乎?

충의지기일울어판탕지중 득비혜숙야광릉산호

이는 곧 영웅이 때를 만나지 못해

마음을 속세 밖에 붙여

방탕한 가운데 충의의 기운을 듬뿍 머금었으니,

바로 혜숙야嵆叔夜의 광릉산廣陵散이 아닙니까?

及其被戮於東市也,

급기피륙어동시야

顧日影彈一曲曰 :

고일영탄일곡왈

급기야 동시東市에서 죽임을 당했을 때

햇빛을 돌아보며 한 곡조를 타고 이르기를,

‘怨哉! 人有欲學廣陵散者乎,

원재 인유욕학광릉산자호

吾惜之而不傳矣,

오석지이부전의

‘원통하다! 광릉산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내 아껴 전하지 않았더니

嗟呼! 廣陵散從此絶矣.’

차호 광릉산종차절의

所謂獨鳥下東南, 廣陵何處在者也.

소위독조하동남 광릉하처재자야

슬프다! 광릉산이 이로부터 끊어졌구나.’하니,

이른바

‘독조하동남獨鳥下東南하니

광릉하처재廣陵何處在라’하는 것입니다.

*주/회상즉사기광능친고(淮上卽事寄廣陵親故)-위응물(韋應物)

-회수에서 광릉의 친구에게[五律]

獨鳥下東南(독조하동남) : 외로운 새 동남쪽으로 내려가는데

廣陵何處在(광능하처재) : 내가 가는 광릉땅은 어디쯤인가?

後人無傳之者,

후인무전지자

道人必遇嵇康之精靈而學也.”

도인필우혜강지정령이학야

후인들이 전한 자가 없었는데

도인께서 마침내 혜강嵇康의 영혼을 만나 이 곡을 배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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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23

一日崔夫人招小姐乳母錢嫗, 謂之曰 :

일일최부인초소저유모전구 위지왈

하루는 최부인이 소저의 유모인 전구錢嫗를 불러 말하기를,

“今日道君誕日, 汝持香燭往紫淸觀,

금일도군탄일 여지향촉왕자청관

傳與杜鍊師, 兼以衣段茶菓,

전여두련사 겸이의단다과

致吾戀戀不忘之意.”

치오련련불망지의

“오늘은 도군道君의 탄일誕日이니

네가 향촉을 가지고 자청관에 가서

두련사에 전하여 주고, 겸하여 의단衣段과 다과茶菓를 준비하여

나의 그립고 애틋하여 잊지 못하는 뜻을 다하도록 하라.”

錢嫗領命 乘小轎至道觀, 鍊師受其香燭供享於三淸殿,

전구령명 승소교지도관 련사수기향촉공향어삼청전

且奉三種盛餽百拜而謝, 齋供錢嫗而送之.

차봉삼종성궤백배이사 재공전구이송지

전구가 명을 받아 작은 가마를 타고 도관에 이르니,

연사가 그 향촉을 받아 삼청전三淸殿에 공향하고,

또한 세 종류의 풍성한 선물을 받았음을 백배 사례하며

전구를 공손히 대접하여 보냈다.

此時楊生已到別堂, 方橫琴而奏曲矣.

차시양생이도별당 방횡금이주곡의

이때 양생은 이미 별당에 들어가

거문고를 옆에 끼고 곡조를 타고 있었다.

錢嫗留別鍊師正欲上轎,

전구류별련사정욕상교

忽听琴韻出於三淸殿迤西小廊之上,

홀은금운출어삼청전이서소랑지상

전구가 연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바로 교자를 타려다가

문득 들으니, 거문고 소리가 삼청전 서쪽 조그만 복도 위에서 새어 나오는데,

其聲甚妙宛轉淸新, 如在雲宵之外矣.

기성심묘완전청신 여재운소지외의

그 소리가 매우 묘하고 무척 청신하여

운소雲宵의 밖에 있는 것 같았다.

錢嫗停轎 而立側听頗久, 顧問於鍊師曰 :

전구정교 이립측은파구 고문어련사왈

전구가 교자를 멈추고

서서 자못 오랫동안 귀를 기울여 듣다가

되돌아보며 연사에게 묻기를,

“我在夫人左右多聽名琴,

아재부인좌우다청명금

而此琴之聲果初聞也. 未知何人所彈也.”

이차금지성과초문야 미지하인소탄야

“내가 부인의 곁에 있어 유명한 거문고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 거문고 소리는 과연 처음 듣는 것이라.

어떤 사람이 타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鍊師答曰 :

련사답왈

“日昨年少女冠 自楚地而來,

일작년소녀관 자초지이래

欲壯觀皇都 姑此淹留 而時時弄琴,

욕장관황도 고차엄류 이시시롱금

연사가 대답하기를,

“어제 젊은 여관女冠이 초 땅으로부터 와서

서울의 장관을 구경하고자 하여 아직 이곳에 머물러

때때로 거문고를 타며 즐기는데,

其聲可愛, 貧道聾於音律者,

기성가애 빈도롱어음률자

不知其工焉知其拙, 今嫣嫣有此嘉獎 必善手也.”

부지기공언지기졸 금언언유차가장 필선수야

그 소리가 사랑할 만하나

소승은 음률에 어두워

그 잘된 부분과 못된 부분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아리땁다고 이렇듯이 칭찬하니

필연 훌륭한 솜씨인가 봅니다.”

錢嫗曰 : “吾夫人若聞之 則必有召命,

전구왈 오부인약문지 즉필유소명

鍊師湏挽留此人勿令之他.”

련사수만류차인물령지타

전구가 말하기를,

“저희 부인께서 만일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반드시 부르라는 명이 있을 것이니,

연사는 모름지기 그 사람을 만류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하십시오.”

鍊師曰 :련사왈

“當如敎矣.”

당여교의

연사가 말하기를,

“당연히 가르치는 대로 하겠습니다.”

送錢嫗出洞門後, 入以此言傳於楊生,

송전구출동문후 입이차언전어양생

生大悅苦待夫人之召矣.

생대열고대부인지소의

전구를 보내고 동문을 나선 뒤에

들어와 이 말을 양생에게 전하니,

양생은 크게 기뻐하며 부인이 부르기만을 고대하였다.

錢嫗歸告於夫人曰 : “紫淸觀有何許女冠,

전구귀고어부인왈 자청관유하허녀관

能做奇絶之響 誠異事矣.”

능주기절지향 성리사의

전구가 돌아가서 부인께 고하기를,

“자청관에 어떤 여관女冠이 있어

절묘한 소리를 타는데 실로 이상합디다.”

夫人曰 :“吾欲一聽之矣.”

부인왈 오욕일청지의

부인이 이르기를,

“내 한번 그 소리를 듣고 싶구나.”

明日送小轎一乘侍婢一人於觀中,

명일송소교일승시비일인어관중

傳語於女鍊師曰 :

전어어녀련사왈

이튿날 작은 가마 한 채에 시비 한 사람을 관중에 보내어

연사에게 말을 전하기를,

“小女冠雖不欲辱臨, 道人湏爲之勸送.”

소녀관수불욕욕림 도인수위지권송

“젊은 여관女冠이 비록 오기를 꺼리더라도

도인께서 반드시 권하여 보내도록 해 주십시오.”

鍊師對其侍婢謂生曰 :

련사대기시비위생왈

“尊人有命 君湏勉往.”

존인유명 군수면왕

연사가 시비를 앞에 두고 양생에게 말하기를,

“귀인의 명이니 그대는 반드시 사양치 말고 가도록 하시오.”

生曰 :“遐方賤蹤 雖不合進謁於尊前,

생왈 하방천종 수불합진알어존전

而大師之敎 何敢有違?”

이대사지교 하감유위

양생이 말하기를,

“먼 지방의 미천한 사람이 비록 귀하신 분 앞에 나아가 뵈옵기가 합당치 못하나,

대사의 가르치심을 어찌 감히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於時具女道士之巾服, 抱琴而出,

어시구녀도사지건복 포금이출

隱然有魏仙君之道骨, 飄然有謝自然之仙風矣,

은연유위선군지도골 표연유사자연지선풍의

鄭府疋鬟欽歎不已.

정부필환흠탄불이

이에 여도사가 두건과 의복을 갖추어 거문고를 안고 나서니

은연중 위부인魏夫人의 도골道骨이 있고,

표연히 사자연謝自然의 선풍仙風을 풍겨

정鄭씨 집 시비侍婢가 흠모하여 찬탄하여 마지않았다.

楊生乘小轎 至鄭府, 侍婢引入於內庭,

양생승소교 지정부 시비인입어내정

夫人坐於中堂 威儀端嚴.

부인좌어중당 위의단엄

양생이 작은 가마를 타고 정씨 댁에 이르자

시비가 안뜰로 이끌고 들어가는데,

부인이 중당에 앉았으니, 위의威儀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楊生叩頭再拜於堂下,

양생고두재배어당하

夫人命賜坐 謂之曰 :

부인명사좌 위지왈

양생이 당하堂下에서 머리를 조아려 재배하니

부인이 자리를 주도록 명하며 말하기를,

“昨日婢子往道觀幸聽仙樂而來,

작일비자왕도관행청선악이래

老人方願一見 得接道人淸儀, 須覺俗慮之自消.”

노인방원일견 득접도인청의 수각속려지자소

“어제 도관에 간 시비로부터 선악仙樂이 왔다는 말을 다행히 듣고

늙은 이 몸이 문득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막상 도인의 맑은 거동을 접하니

모름지기 속세의 근심이 저절로 사라짐을 깨닫겠습니다.”

楊生避席而對曰 :

양생피석이대왈

양생이 자리를 사양하며 대답하기를,

“貧道本是楚間孤踐之人也, 浪迹如雲朝暮東西,

빈도본시초간고천지인야 랑적여운조모동서

玆因賤技 獲近於夫人座下, 是豈始望之所及哉?”

자인천기 획근어부인좌하 시기시망지소급재

“빈도(중의 낮춤 말)는 본래 초楚 나라의 외롭고도 천한 사람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 아침에는 동에 있고 저녁에는 서에 있는 구름과 같은데,

이렇듯 천한 재주로 부인의 자리 아래편에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이것이 어찌 처음에는 이루어지리라 바라던 일이었겠습니까?”

夫人使侍婢取楊生手中之琴,

부인사시비취양생수중지금

置膝摩挲乃稱賞曰 : “眞箇妙才也.”

치슬마사내칭상왈 진개묘재야

부인이 시비에게 명하여 양생의 수중에 있는 거문고를 가져오게 하여

무릎에 놓고 어루만지다가 이에 칭찬하여 말하기를,

“진실로 묘한 재목이로다.”

生答曰 :“此龍門山上百年自枯之桐,

생답왈 차룡문산상백년자고지동

本性已盡於霹靂, 堅强不下於金石,

본성이진어벽력 견강불하어금석

雖以千金睹之不可易也.”

수이천금도지불가이야

양생이 대답하기를,

“이 재목은 용문산 위의 백 년된 자고동自枯桐으로

벼락에 나무의 성질이 다하여, 굳세고 견강하기가 금석 못지 않으니,

비록 천금으로 그것을 사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酬答之頃砌陰已改,

수답지경체음이개

而漠然無小姐之形影矣.

이막연무소저지형영의

이렇듯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섬돌의 그늘이 이미 옮겨졌으나,

자리에 없는 소저의 형체와 그림자는 막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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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22

楊生猶不快而歸矣. 必欲受諾於鍊師,

양생유불쾌이귀의 필욕수락어련사

翌日淸晨又往道觀,

익일청신우왕도관

양생은 오히려 불쾌하여 돌아갔다.

꼭 연사의 수락을 받고자

이튿날 맑은 첫새벽에 또 도관道觀을 찾았다.

鍊師笑謂曰 :

련사소위왈

“楊郞必有事也.”

양랑필유사야

연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양랑 반드시 일이 있구나.”

生曰 : “小子不見鄭小姐,

생왈 소자불견정소저

則終不能無疑於心,

즉종불능무의어심

양생이 말하기를,

“소자가 정소저를 보지 못한다면,

마침내 마음에 의심을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更乞師傅念母親付托之意,

갱걸사부념모친부탁지의

察小子委曲之情,

찰소자위곡지정

다시 바라옵건대 사부는 어머님께서 부탁하신 뜻을 생각하시고,

소자의 간절한 정을 살펴 깊이 헤아리어

密運冲襟 別出妙計, 使小子一遭望見,

밀운충금 별출묘계 사소자일조망견

則當結草而圖報矣.”

즉당결초이도보의

몰래 흉금을 열고 따로 묘계를 베풀어

소자에게 한번 만나보게 해 주신다면

마땅히 풀줄기를 엮어서라도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鍊師掉頭曰 : “未易哉.”

련사도두왈 미이재

연사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하기를,

“쉽지 않네.”

沉吟半餉乃謂曰 :

침음반향내위왈

“吾見楊郞 聰睿明透, 學問之暇 或知音律乎?”

오견양랑 총예명투 학문지가 혹지음률호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하기를,

“내 양랑을 보니 예지가 분명히 밝게 비치는데,

학문하는 여가에 혹시 음률을 익힌 바 있는가?”

生曰 : “小子曾遇異人學得妙曲,

생왈 소자증우이인학득묘곡

五音六律 頗皆精通矣.”

오음육률 파개정통의

양생이 말하기를,

“소자 일찍이 기이한 사람을 만나 신묘한 곡조를 배워 익혔는데,

오음 육률五音六律에 자못 다 정통합니다.”

練師曰 :

련사왈

“宰相之家甲第峨峨 中門五重,

재상지가갑제아아 중문오중

花園深深 繚垣數丈, 自非身具羽翼 不可越也.

화원심심 료원수장 자비신구우익 불가월야

연사가 말하기를,

“재상의 집이라 크고 잘 지어 엄숙하여 중문中門이 다섯 겹이고,

화원花園이 매우 깊으며 낮은 담이 여러 겹으로 둘려 있는 바,

몸에 날개가 돋지 아니하면 넘을 수가 없다.

且鄭小姐讀詩學禮律身有範,

차정소저독시학례률신유범

一動一靜合度合儀, 旣不焚香於道觀,

일동일정합도합의 기불분향어도관

又不薦齋於尼院,

우불천재어니원

또한 정소저가 시를 읽고 예를 배워 몸가짐에 법도가 있어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그치는 바가 절도에 합당하고 예의에 합당한지라,

일찍이 도관道觀에 분향도 아니 하고

이원尼院 (여승이 있는 절)에 재를 올리지도 아니하였으며,

正月上元不觀燈市之戱, 三月三日不作曲江之遊,

정월상원불관등시지희 삼월삼일부작곡강지유

外人何從而窺見乎?

외인하종이규견호

정월 상원上元의 관등觀燈놀이와

삼짇날三月三日의 곡강曲江 놀이에도 가지 아니하니

외인外人이 어디로부터 볼 수 있었겠는가?

且有一事或冀萬幸, 而恐楊郞不肯從也.”

차유일사혹기만행 이공양랑불긍종야

오직 한 가지 일이 있는데 혹시 만행을 바라서

양랑이 즐겨 따르지 아니할까 걱정되네.”

生曰 : “鄭小姐如可得見,

생왈 정소저여가득견

雖令升天入地 握火蹈水, 何敢不從乎?”

수령승천입지 악화도수 하감부종호

양생이 말하기를,

“정소저를 볼 수 있다면

비록 승천입지升天入地하고 악화도수握火蹈水하는 (온갖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좇지 않겠습니까?”

鍊師曰 : “鄭司徒近因老病不樂仕宦,

련사왈 정사도근인로병불락사환

惟寄興於園林鐘鼓,

유기흥어원림종고

연사가 말하기를,

“정사도가 근래에는 늙고 병이 들어 벼슬살이를 즐겨 아니하고

오로지 원림園林과 음악에 흥을 붙였고,

夫人崔氏 性好音樂 而小姐聰慧穎悟,

부인최씨 성호음악 이소저총혜영오

千萬百事無不明知,

천만백사무불명지

부인 최씨도 성품이 음악을 좋아하며,

소저도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남보다 뛰어나게 영리하여

천지간의 온갖 일을 분명히 모를 일이 없어서

至於音律淸濁節奏繁促, 一聞輒解毫分縷析,

지어음률청탁절주번촉 일문첩해호분루석

雖妙如師襄神如子期 未必過此而.

수묘여사양신여자기 미필과차이

음률의 청탁과 절주節奏의 느리고 급함에 이르기까지

한 번 들으면 곧 미세한 부분가지도 자세히 나누어서 풀이하니,

비록 사양師襄의 기묘함이나 자기子期의 신통함도

이보다 반드시 더 낫지는 못할 것이다.

蔡文姬之能知斷絃 盍餘事耳?

채문희지능지단현 합여사이

채문희蔡文姬 (음률에 능통한 여류 문학가)의 끊어진 가락조차도 능히 알 수 있는데,

어찌 나머지 일을 말하지 않겠는가?

崔夫人聞有新飜之曲 則必招致其人,

최부인문유신번지곡 즉필초치기인

使奏於座前,

사주어좌전

최부인은 새로 엮은 곡이 있는 걸 들으면

곧 그 사람을 불러드려 자리 앞에서 연주케 하고,

令小姐論其高下評其工拙,

령소저론기고하평기공졸

憑几而聽以此爲暮景之樂.

빙궤이청이차위모경지락

소저로 하여금 고하高下를 논하여 잘된 점과 못된 점을 평하게 하고는

책상에 기대어 그를 들으며, 이로써 늘그막의 즐거움을 삼고 있다.

吾意楊郞苟解彈琴, 預習一曲而待之,

오의양랑구해탄금 예습일곡이대지

三月晦日乃靈符道君誕日,

삼월회일내령부도군탄일

내 생각에는 양랑이 만일 거문고를 탈 줄 알거든,

미리 한 곡을 익혀 기다리면

삼월 그믐날은 영부도군靈符道君의 탄일이기에

鄭府每年必送解事婢子, 賚來香燭於觀中,

정부매년필송해사비자 뢰래향촉어관중

楊郞當以此時換着女服, 手弄三尺綠綺,

양랑당이차시환착여복 수롱삼척록기

정부鄭府에서 매년 꼭 시중드는 계집종을 보내어

관중에서 향촉을 가져오니,

양랑이 바로 이때에 여복으로 바꾸어 입고

손으로는 삼척 악기를 타서

使彼聞之 則彼必歸告於夫人.

사피문지즉피필귀고어부인

夫人聽之則必請去矣.

부인청지즉필청거의

저로 하여금 그를 듣게 하면

저가 반드시 돌아가서 부인께 아뢸 것이고

부인이 그 말을 들으면 반드시 청하여 데려갈 것이다.

入鄭府之後得見小姐與否,

입정부지후득견소저여부

皆係於天緣 非老身所知, 而此外無它計矣.

개계어천연 비로신소지 이차외무타계의

정부鄭府에 들어간 후 소저를 보고 못 보고는

모두가 하늘의 인연에 매어 있으니,

늙은 이 몸이 알 바 아니며,

이 밖에 다른 계교는 없구나.

况君貌如美人 且不生髥,

황군모여미인 차불생염

出家之人 或有不褁髮不掩耳者,

출가지인 혹유불과발불엄이자

變服亦不難矣.

변복역불난의

더구나 자네의 용모가 미인과 같고 수염도 자라지 아니하였고,

출가한 사람이 머리를 싸매지 아니하고 귀를 가리지 아니한 이도 간혹 있는데,

변복하기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

楊生喜而謝曰

양생희이사왈,

“謹奉尊敎矣. 退歸旅次, 屈指待日矣. ”

근봉존교의. 퇴귀여차 굴지대일의

양생은 기뻐서 사례의 절을 하고 물러나며,

“삼가 존경하는 가르침을 받들어 물러나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原來鄭司徒無它子女, 惟有一女小姐而已.

원래정사도무타자녀 유유일녀소저이이

본래 정사도鄭司徒는 다른 자녀가 없고 오직 외동딸 소저뿐이었다.

崔夫人解娩之日於昏困中見之,

최부인해만지일어혼곤중견지

則有仙女把一顆明珠, 入於房櫳俄而小姐生矣,

즉유선녀파일과명주 입어방롱아이소저생의

名之曰瓊貝.

명지왈경패

최부인이 아기를 낳던 날 혼곤昏困할 때 보니,

곧 선녀가 명주 한 개를 쥐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별안간 소저를 낳으니, 이름을 경패瓊貝라 하였다.

及長嬌姿雅儀奇才徽範, 蓋千古一人也.

급장교자아의기재휘범 개천고일인야

커 가면서 아름다운 자태가 우아하고도 품위가 있으며,

기이한 재주 또한 뛰어남이

아마도 오랜 세월 가운데서 제일이라.

父母鐘愛甚篤, 欲得佳郞 而無可意者,

부모종애심독 욕득가랑 이무가의자

年至二八 尙未笄矣.

년지이팔 상미계의

이로써 그 부모의 대단한 사랑이 매우 돈독하여

마땅한 배필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뜻에 합당한 자가 없어

나이 열여섯 살에 이르도록 아직껏 비녀를 꽂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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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21

楊生自洛陽抵長安,

양생자락양저장안

定其旅舍頓其行裝 而科日尙遠矣.

정기여사돈기행장 이과일상원의

양생이 낙양으로부터 장안에 이르러

묵을 곳을 정하고 행장行裝을 챙겼는데

과거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招店人問紫淸觀遠近, 云在春明門外矣.

초점인문자청관원근 운재춘명문외의

여관 주인을 불러 자청관紫淸觀의 거리를 물으니

춘명문春明門 밖에 있다고 하였다.

卽備禮段往尋杜鍊師,

즉비례단왕심두련사

鍊師年可六十餘歲 戒行甚高,

련사년가육십여세 계행심고

爲觀中女冠之首矣.

위관중녀관지수의

곧 예단을 갖추어 두련사杜鍊師 (도사道士의 칭호)를 찾으니,

연사의 나이는 가히 육십여 세에 계행戒行이 매우 높아

관중觀中 여도사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生進以禮謁 傳其母親書簡,

생진이례알 전기모친서간

鍊師問其安否 垂涕而言曰 :

련사문기안부 수체이언왈

양생이 예로써 나아가 뵙고 그 모친의 서간을 전하니,

연사가 그 안부를 묻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我與令堂姐姐相別 已二十年.

아여령당저저상별 이이십년

後生之人 軒昻若此,

후생지인 헌앙약차

人世流光 信如白駒之忙也.

인세류광 신여백구지망야

“내 자네 모친과 함께 서로 이별한 지도 이미 이십년이 되었구나.

그 후에 난 사람이 저렇듯 풍채가 의젓하고 씩씩하게 되었으니,

인간 세상은 얼핏 지나가는 빛과 같고 실로 흰 망아지가 바삐 달리는 것과 같구나.

吾老矣 厭處於京師煩囂之中, 方欲遠向崆峒,

오노의 염처어경사번효지중 방욕원향공동

尋仙訪道 鍊魂守眞 捿心於物外矣,

심선방도 련혼수진 서심어물외의

내 나이 늙어 서울의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에 있기가 싫어,

바야흐로 멀리 공동산崆峒山 속으로 가서

신선의 도를 찾아 혼을 가다듬고 참을 지켜

세상 물정의 바깥에 마음을 쉬게 하려 하였는데,

姐姐書中有所托之言,

저저서중유소탁지언

吾當不得已爲君少留,

오당부득이위군소류

모친의 글 속에 부탁하는 말이 있어,

내 자네를 위해 마땅히 부득이 잠시 머물겠지만

楊生風彩明秀如仙,

양생풍채명수여선

當世閨艶之中 恐難得相敵之良配也.

당세규염지중 공난득상적지량배야

양생의 풍채가 맑고 빼어나기가 신선 같아

당세의 아름다운 규수 가운데서

상적相敵할 만한 좋은 배필 얻기가 어려울까 두렵구나.

然從湏商量, 如有閒日更加一來焉.”

연종수상량 여유한일갱가일래언

이에 따라 모름지기 헤아려 생각할 것이니,

만일 겨를이 있거든 다시한 번 오게나.”

楊生曰 :양생왈

“小侄親老家貧,

소질친노가빈

年近二十 而身處僻鄕 未能擇配,

년근이십 이신처벽향 미능택배

양생이 말하기를,

“이 못난 조카의 어머님은 늙으시고 집은 곤궁하여

나이 이십에 가깝도록 몸이 궁벽한 시골에 있어

배필을 가릴 수가 없었으니,

方當喜惧之日 反貽衣食之憂,

방당희구지일 반이의식지우

誠孝莫展 歉愧穼切.

성효막전 겸괴삼절

이제 희구喜惧의 간절한 날을 당하여

도리어 의식衣食의 근심을 끼치고

정말로 효孝를 펴지 못하여 부끄러운 마음이 매우 깊었는데,

今拜叔母 眷念至斯,

금배숙모 권념지사

感荷良深矣.

감하량심의

이제 숙모叔母를 뵙자니 돌봐 생각하심이 이에까지 이르매

감격스런 마음이 더욱더 깊습니다.”

卽拜辭而退.

즉배사이퇴

곧 하직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時科日將迫 而自聞指婚之諾,

시과일장박 이자문지혼지락

稍弛求名之心, 數日後復往觀中.

초이구명지심 수일후부왕관중

과거 일자가 점점 다가오나,

혼처를 구해 보겠다는 대답을 들은 이후로

공명을 구하는 마음이 차차 멀어져

수일 후 관중에 다시 갔다.

鍊師迎笑曰 : “一處有處女,

련사영소왈 일처유처녀

言其才與貌 則眞楊郞之配,

언기재여모 즉진양랑지배

연사鍊師가 맞이하는데 웃으며 말하기를,

“한 곳에 처녀가 있는데,

그 재주와 용모로 말하면 실로 양랑楊郞의 배필이 됨직한데,

而但其家門楣太高, 六代公侯三代相國,

이단기가문미태고 육대공후삼대상국

다만 그 가문이 너무 높아

육대의 공후요, 삼대의 상국이니,

楊郞若爲今牓魁元, 則此婚事庶可望矣,

양랑약위금방괴원 즉차혼사서가망의

其前發口無益也.

기전발구무익야

양랑이 만일 이번 과거에서 장원을 하면

이 혼사는 거의 가망이 있으나,

그 전에 입을 놀리면 이롭지 않겠다.

楊郞不必煩訪老身,

양랑불필번방노신

勉修科業 期於大捷可也.

면수과업 기어대첩가야

양랑은 번거로이 늙은 이 몸을 찾을 필요가 없고,

과업에 힘써 장원 급제를 기약토록 하게나.”

楊生曰 : “苐誰家也?”

양생왈 제수가야

양생이 묻기를,

“대체 누구 집안입니까?”

鍊師曰 :

련사왈

“春明門外鄭司徒家也,

춘명문외정사도가야

연사가 말하기를,

“춘명문 밖 정사도 집으로

朱門臨道門 上設棨戟者卽其第也.

주문림도문 상설계극자즉기제야

司徒有一女 而其處子仙也非人也.”

사도유일녀 이기처자선야비인야

붉은 문이 길에 임하고

문 위에 계극棨戟 (장식용 창)을 설치해 놓은 곳이 바로 그 집이니라.

사도에게 한 딸이 있는데,

그 처녀는 신선이지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生忽思蟾月之言 潛念曰 :

생홀사섬월지언 잠념왈

양생이 문득 섬월이 한 말을 생각하여 가만히 생각에 잠겨 말하기를,

“此女子果如何 而大得聲譽於兩京之間乎?”

차녀자과여하 이대득성예어양경지간호

“이 여자가 과연 어떠하면

두 서울 사이에서 이렇듯이 성풍聲風을 크게 얻었을까?”

問於鍊師曰 :

문어련사왈

“鄭氏女子 師傅曾見之乎?”

정씨녀자 사부증견지호

연사에게 묻기를,

“정씨 여자를 사부師傅께서는 일찍이 보셨습니까?”

鍊師曰 : “我豈不見乎?

련사왈 아기불견호

鄭少姐卽天人, 不可以口舌形其美也.”

정소저즉천인 불가이구설형기미야

연사가 대답하기를,

“내 어찌 보지 못하였겠는가?

정소저는 곧 하늘 사람이니,

그 아름다움을 말로는 형언 할 수 없을 것이다.”

生曰 :

생왈

“小侄非敢爲誇大之言也,

소질비감위과대지언야

今春科第當如探囊中物也,

금춘과제당여탐낭중물야

양생이 말하기를,

“이 조카가 감히 너무 지나치게 자랑하는 말이 아니라

올 봄 과거에 장원하기란 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건 찾기와 같아,

此則固不足掛念而, 平生有癡獃之願,

차즉고부족괘념이 평생유치애지원

不見妻子 則不欲求婚.

불견처자 즉불욕구혼

이것은 굳이 괘념掛念할 것이 아니지만,

평생 어리석고 못난 소원이 있사온즉,

처녀를 보지 못하고서는 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願師傅特出慈悲之心,

원사부특출자비지심

使小子一見其顔色 如何?”

사소자일견기안색 여하

바라옵건대 사부님께서 특별히 자비로우신 마음을 베풀어

소자로 하여금 그 얼굴을 한 번 보게 하심이 어떻습니까?”

鍊師大笑曰 :

련사대소왈

“宰相家女子豈有得見之路乎?

재상가녀자기유득견지로호

楊郞或慮老身之言, 有未可信者乎?”

양랑혹려로신지언 유미가신자호

연사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재상가宰相家 여자를 어찌 볼 수 있는 길이 있겠는가?

양랑이 혹 늙은이의 말을 의심하여 믿지 못하는 것인가?”

生曰 : “小子何敢有疑於尊言乎?

생왈 소자하감유의어존언호

양생이 대답하기를,

“소자가 어찌 감히 존언尊言을 의심하겠습니까마는

凡人之所見各自不同, 安保其師傅之眼,

범인지소견각자부동 안보기사부지안

必如小子之目乎?”

필여소자지목호

사람의 소견이 각기 다르니,

어찌 사부님의 눈이 소자의 눈과 꼭 같다고 하겠습니까?”

鍊師曰 : “萬無此理也.

련사왈 만무차리야

鳳凰麒麟婦孺皆稱祥瑞,

봉황기린부유개칭상서

연사가 말하기를,

“결코 그럴 리가 없다. 봉황과 기린은 부인과 처녀도 다 상서롭다 일컫고,

靑天白日奴隸亦知高明,

청천백일노예역지고명

苟非無目之人 則豈不知子都之美乎?”

구비무목지인 즉기부지자도지미호

청천백일은 노예들 또한 청명함을 분별하니

만일 눈 없는 사람이 아니면

곧 어찌 자도子都 (미남자美男子의 이름)의 고운 줄을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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