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사(春望詞) 봄을 기다리는 노래

-설도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노) : 바람에 꽃잎은 날마다 지려는데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 만날 날은 아득하여 기약이 없도구나
不結同心人

(부결동심인) : 마음을 같이 할 사람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 헛되이 마음 갖이 하는 풀잎만 묶는다

 

설도(薛濤, ?770~830): 중국 당나라의 시인. 자는 홍도(洪度), 홍도(弘度). 성도(成都)에서 가기(歌妓)가 되었고 시문에 뛰어났으며, 원진, 백거이 등 당대의 시인과 교제하였다.

 

동심초[同心草]

김안서(金岸曙) 역시(譯詩), 김성태(金聖泰) 작곡의 가곡. 1945년에 작곡된 가곡으로 광복 이후 민족적인 서정을 강조하며 지은 노래이다. ‘8분의 6박자, 애타는 정으로’라는 악상기호가 붙어 있다.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멜로디의 역동성과 서정성 등 대중적인 의미에서도 많이 불렸다. 피아노 반주부의 처리는 분산화음 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사는 7세기 중국 당나라 시인인 설도(薛濤)의 작품을 안서(岸曙) 김억이 번역한 것으로 1955년 ≪한국가곡집≫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당시 원시의 작자가 신사임당(申師任堂)으로 오기(誤記)되어 잘못 소개되기도 하였다.

 

김억 [金億] (1896∼? )

 

평북 정주 출생. 시인·평론가. 처음 이름은 희권(熙權), 뒤에 억(億)으로 개명하였으며, 필명으로 안서 및 안서생(岸曙生), A.S., 또는 본명 억(億)을 사용하였다.

오산학교(五山學校)를 거쳐 1913년 일본 게이오의숙(慶應義塾) 영문과에 진학하였다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였다. 6·25남침 당시 피난하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있다가 그의 계동 집에서 납북되었다. 그 뒤의 행적은 확실하지 않다.

 

문단 활동으로는 1914, 1915년 ≪학지광 學之光≫에 시 〈이별 離別〉·〈야반 夜半〉·〈나의 적은 새야〉·〈밤과 나〉 등을 발표한 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1918년 ≪태서문예신보 泰西文藝新報≫에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번역과 소개 및 창작시를 발표함으로써 본격화되었다.

 

그 뒤 창조 및 폐허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창조 創造≫·≪폐허 廢墟≫·≪영대 靈臺≫·≪개벽 開闢≫·≪조선문단 朝鮮文壇≫·≪동아일보≫·≪조선일보≫ 등에 시·역시(譯詩)·평론·수필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1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진 프랑스 상징파의 시와 타고르·투르게네프 등 해외 문학의 번역·소개에 있어서의 구실과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 과정에 그가 남긴 공적은 매우 컸다.

특히, 1921년 광익서관(廣益書館)에서 간행된 우리 나라 최초의 역시집 ≪오뇌(懊惱)의 무도(舞蹈)≫가 폐허 및 백조동인들의 초기 시에 미친 영향은 더욱 주목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그가 행한 전신자적(轉信者的) 역할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1923년에 간행된 창작시집 ≪해파리의 노래≫는 한국 최초의 근대시집으로서, 프랑스 상징주의의 시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그의 전신자적 구실을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김소월(金素月)의 스승으로서 김소월을 민요시인으로 길러냈고, 자신도 뒤에 민요조의 시를 주로 많이 썼다.

 

저서로는, 시집 ≪해파리의 노래≫ 이외에도 ≪불의 노래≫(1925)·≪안서시집≫(1929)·≪안서시초≫(1941)·≪먼동이 틀제≫(1947)·≪안서민요시집≫(1948).

역시집으로 ≪오뇌의 무도≫ 이외에 타고르의 시집 ≪기탄자리≫(1923)·≪신월 新月≫(1924)·≪원정 園丁≫(1924)·≪잃어진 진주≫(1924), 일본의 고전인 ≪만엽집 萬葉集≫의 번역이 있다.

한시 번역시집으로≪망우초 忘憂草≫(1934)·≪동심초 同心草≫(1943)·≪꽃다발≫(1944)·≪지나명시선 支那名詩選≫(1944) 2권·≪야광주 夜光珠≫(1944)·≪선역애국백인일수 鮮譯愛國百人一首≫(1944)·≪금잔듸≫(1947)·≪옥잠화 玉簪花≫(1949),

편저로 ≪소월시초≫(1939)·≪소월민요집≫(1948)이 있다.

http://100.empas.com/dicsearch/pentry.html?s=K&i=293430

 

[오늘 도봉산 계곡]



 



 



눈이 쏟아져 내리던 날
-
용혜원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 날
우연히
그대를 만날까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또 웃으며
너무나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연인들은
쏟아져 내리는 눈이 눈이
둘만의 사랑을 축복한다는 듯
눈빛마저 호수같이 맑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쏟아져 내리는 눈 속에서
또 하루를 연명할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향하여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손짓이 애처로웠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날
거리에서 우연히
그대를 만날까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이
파도치듯 밀려오고 밀려갔지만
그대는 없었습니다

내리는 모든 눈들이
내 마음에 눈물이 되어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나는 몸실이 났습니다
꿈속에서도
그대를 만날까
눈 속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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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눈이 오는 날은
-나태주

지금도 눈이오는 날은
그 마을에 들르고 싶다.
가서, 아무리 퍼 마셔도 배만 부를 뿐
쉽게 취하지 않는 싱거운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막걸리가 서서히 취해오기를 기다려
한물 가 대처에서 밀려온 작부랑
알아주지도 않는 시(詩) 나부랭이를
열심히 끄적이는 청년이랑
나무 젓가락 장단에
한 순배 두 순배 …
흥겹게 노랠 부르고 싶다.

밤이 깊어 뜰팡*에 내리면
처마밑에 갓을 친 참새들
인기척에 놀라 푸득이고

벗어논 신발에
눈과 함께 소복이 쌓이던 달빛,
달빛 신발을 신고 돌아오고 싶다.
억울하고 답답한 가슴 다독이며
다독이며 기인 밤 잠들고 싶다.

*뜰팡: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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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엔
-서정윤

눈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리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낮은 꿈을 들고서 강가에 서서
구르는 자갈처럼 치이다 보면
한끼의 굶주림이 주는 의미를
헌 철학 노트에선 찾을 수 없고
내, 꿈구어 오던 구름이 아닌
요깃거리를 위해
허둥대다보면
낮은 꿈은 더 낮은 꿈이 되어
나의 얼굴 눈물빛 지우고 있다.

어디로든 떠나고, 떠나야 한다
응어리진 설움을 삭일 때까지
낮은 꿈을 지우며,
더 낮은 꿈을 강물에 띄우며
나에게서 너무 멀리 있는 꿈.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한다.

[태백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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