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허영자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시장끼
죽은 나무도 생피붙을 듯
죄스런 봄날
피여, 피여
파아랗게 얼어 붙은
물고기의 피,
새로 한 번만
몸을 풀어라
새로 한 번만
미쳐라 달쳐라
긴 봄날
- 허영자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 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벙(疫病)
罪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난다
긴 봄날엔─
숨어 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쳐다본다
긴 봄날엔─
[돌곶이꽃축제]
.
봄
-허영자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시장끼
죽은 나무도 생피붙을 듯
죄스런 봄날
피여, 피여
파아랗게 얼어 붙은
물고기의 피,
새로 한 번만
몸을 풀어라
새로 한 번만
미쳐라 달쳐라
긴 봄날
- 허영자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 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벙(疫病)
罪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난다
긴 봄날엔─
숨어 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쳐다본다
긴 봄날엔─
[돌곶이꽃축제]
.
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겨울섬 -홍신선 (0) | 2008.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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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조남익 (1) | 2008.07.20 |
어두운 지하도 입구에 서서 -정희성 (0) | 2008.07.20 |
눈 오는 날
-조상기
오늘도 내 어린 동심은
눈꽃 핀 가지 위에서 떤다.
어둑한 종소리에
귀 밝은 내 사랑은
측백나무 그늘에 앉아 있더니
가랑잎 밟고 오던 기억이 아파
바람의 깃을 접어
등피를 닦는다.
얼마나 큰 무지개를 잡으면
바람의 뒷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여름내 무성했던
우리들 꽃밭에 가서
동그라미 음계를 그리고 오는
내 새끼 비둘기들이여.
오늘도 내 어린 동심은
눈꽃 핀 가지 위에서 떤다.
봄 外-허영자 (1) | 2008.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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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상병 (0) | 2008.07.20 |
죄 -조남익 (1) | 2008.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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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조남익
하필이면 길가에
태어난 죄
질경이의
하얀 뿌리가 밉다.
하늘에 닿지 못하는
어여차, 미치고 싶은 사랑
코리어에 태어난
나의 죄...
태평양 끝
높이높이 오른
우리들의 죄.
질경이야,
짓밟힌 질경이야
어여차, 미치고 싶은
밟히며 자란 사랑이야.
[돌곶이꽃축제]
새 -천상병 (0) | 2008.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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