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담보살,12연기를 개치시다


復作是念。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生死何從。何緣而有。

'나고 죽음은 어디로부터 무엇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일까?'


卽以智慧觀察所由。

그는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從生有老死。生是老死緣。

'생(生)이 있기 때문에 늙음[老]과 죽음[死]이 있다. 그러므로 생은 늙음과 죽음의 인연이 된다.


生從有起。有是生緣。

생은 유(有)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는 생의 인연이다.


有從取起。取是有緣。

유는 취(取)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취는 유의 인연이 된다.


取從愛起。愛是取緣。

취는 애(愛)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애는 취의 인연이 된다.


愛從受起。受是愛緣。

애는 수(受)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수는 애의 인연이 된다.


受從觸起。觸是受緣。

수는 촉(觸)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촉은 수의 인연이 된다.


觸從六入起。六入是觸緣。

촉은 6입(入)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6입은 촉의 인연이 된다.


六入從名色起。名色是六入緣。

6입은 명색(名色)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명색은 6입의 인연이 된다.


名色從識起。識是名色緣。

명색은 식(識)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식은 명색의 인연이 된다.


識從行起。行是識緣。

식은 행(行)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행은 식의 인연이 된다.


行從癡起。癡是行緣。

행은 치(癡)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치는 행의 인연이 된다.


是爲緣癡有行。緣行有識。

따라서 치를 인연해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해 식이 있고,


緣識有名色。緣名色有六入。

식을 인연해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이 있고,


緣六入有觸。緣觸有受。

6입을 인연해 촉이 있고, 촉을 인연해 수가 있고,


緣受有愛。緣愛有取。

수를 인연해 애가 있고, 애를 인연해 취가 있고,


緣取有有。緣有有生。

취를 인연해 유가 있고, 유를 인연해 생이 있고,


緣生有老․病․死․憂․悲․苦惱。

생을 인연해 늙음ㆍ병듦ㆍ죽음ㆍ걱정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이 있는 것이다.


此苦盛陰。緣生而有。是爲苦集。

이 괴로움의 무더기[苦盛陰]는 생(生)을 인연해 있으니 이것이 괴로움의 발생[苦集] 과정이다.'



菩薩思惟。苦集陰時。

보살이 괴로움의 발생 과정16) 을 깊이 생각했을 때,

16) 비롯한 한역본에는 이 부분이 모두 '고집음(苦集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팔리본에는 'dukkha-kkhandhassa samudaya(苦陰이 모여 일어남)'으로 되어 있다. 또 한역본에서도 고(苦)의 멸(滅)을 관찰하는 대목을 '고음멸(苦陰滅)'로 번역한 것으로 보아 의미상 '고음집(苦陰集)'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괴로움의 발생 과정'이라고 번역하였다.

生智․生眼․生覺․生明․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生通․生慧․生證。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느니라.


於時。菩薩復自思惟。

그 때에 보살은 또 깊이 생각했다.

何等無故老死無。何等滅故老死滅。

'무엇이 없어야 늙음도 죽음도 없어지고, 무엇이 멸해야 늙음도 죽음도 멸할까?'

卽以智慧觀察所由。

보살은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生無故老死無。生滅故老死滅。

'생(生)이 없으면 늙음과 죽음이 없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한다.


有無故生無。有滅故生滅。

유(有)가 없으면 생이 없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한다.


取無故有無。取滅故有滅。

취(取)가 없으면 유도 없고, 취가 멸하면 유도 멸한다.


愛無故取無。愛滅故取滅。

애(愛)가 없으면 취가 없고, 애가 멸하면 취도 멸한다.


受無故愛無。受滅故愛滅。

수(受)가 없으면 애도 없고, 수가 멸하면 애도 멸한다.


觸無故受無。觸滅故受滅。

촉(觸)이 없으면 수도 없고,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六入無故觸無。六入滅故觸滅。

6입(入)이 없으면 촉도 없고, 6입이 멸하면 촉도 멸한다.


名色無故六入無。名色滅故六入滅。

명색(名色)이 없으면 6입도 없고, 명색이 멸하면 6입도 멸한다.


識無故名色無。識滅故名色滅。

식(識)이 없으면 명색도 없고, 식이 멸하면 명색도 멸한다.


行無故識無。行滅故識滅。

행(行)이 없으면 식도 없고, 행이 멸하면 식도 멸한다.


癡無故行無。癡滅故行滅。

치(癡)가 없으면 행도 없고, 치가 멸하면 행도 멸한다.


是爲癡滅故行滅。行滅故識滅。

따라서 치가 멸하기 때문에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기 때문에 식이 멸하고,


識滅故名色滅。名色滅故六入滅。

식이 멸하기 때문에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기 때문에 6입이 멸하고,


六入滅故觸滅。觸滅故受滅。

6입이 멸하기 때문에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기 때문에 수가 멸하고,


受滅故愛滅。愛滅故取滅。

수가 멸하기 때문에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기 때문에 취가 멸하고,


取滅故有滅。有滅故生滅。

취가 멸하기 때문에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기 때문에 생이 멸하고,


生滅故老․死․憂․悲․苦惱滅。

생이 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과 걱정과 슬픔과 괴로움과 번민이 멸한다.'


菩薩思惟。苦陰滅時。

보살이 이렇게 괴로움의 음(陰)이 멸(滅)하는 과정을 깊이 생각했을 때,

生智․生眼․生覺․生明․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生通․生慧․生證。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느니라.


爾時。菩薩逆順觀十二因緣。

그 때 보살은 이렇게 역순(逆順)으로 12인연을 관찰하고

如實知。如實見已。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았다.

卽於座上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그래서 곧 그 자리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었느니라.”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此言衆中說  汝等當善聽

過去菩薩觀  本所未聞法

이 말을 대중에게 이르노니

너희들은 마땅히 잘 들어라.

먼 옛날 보살은 관찰했다네.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老死從何緣  因何等而有

如是正觀已  知其本由生


늙음[老]과 죽음[死]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일까?

이렇게 바르게 관찰해 보고 나서

생(生)으로 말미암아 있는 줄 알았네.


十二緣甚深  難見難識知

唯佛能善覺  因是有是無


12연기(緣起)는 깊고 또 깊어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네.

오직 부처님만이 잘 아시나니

이것이 있고 없어지는 인연에 대해


若能自觀察  則無有諸入

深見因緣者  更不外求師


만일 능히 스스로 관찰하면

모든 입(入)이 없는 것이니

깊이 인연을 살펴보는 사람은

따로 스승을 찾을 것 없으리.


能於陰界入  離欲無染者

堪受一切施  淨報施者恩


능히 음(陰)ㆍ계(界)ㆍ입(入)에 대하여

탐욕을 떠나 물들지 않는 자

온갖 보시(布施)를 받을 만하고

시주(施主)의 은혜를 깨끗이 갚으리.


若得四辯才  獲得決定證

能解衆結縛  斷除無放逸

만일 네 가지 변재[四辯才] 얻고

흔들림 없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능히 모든 결박을 풀고

번뇌를 끊어 방탕하지 않으리.


色受想行識  猶如朽故車

能諦觀此法  則成等正覺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마치 썩고 낡은 수레 같으니

이 법을 자세히 새겨보면

곧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리라.


如鳥遊虛空  東西隨風遊

菩薩斷衆結  如風靡輕衣


마치 새가 허공을 날며

바람 따라 동서로 노니는 것처럼

보살이 모든 번뇌 끊어 없애기

가벼운 옷 바람에 나부끼듯 한다네.


毗婆尸閑靜  觀察於諸法

老死何緣有  從何而得滅


비바시부처님은 한적한 곳에서

모든 법을 자세히 관찰하였네.

늙음과 죽음은 무엇을 인연해 있고

또 무엇으로 하여 없어지는가?


彼作是觀已  生淸淨智慧

知老死由生  生滅老死滅


그 분 이렇게 관찰해 보고 나서

맑고 깨끗한 지혜 생겨

늙음과 죽음은 생을 인연해 있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도 멸함을 깨달았네.





구담, 야단법석 중에도 四苦[生老病死]의 원인을 탐색하다


佛告比丘。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太子見老․病人。知世苦惱。

“태자는 늙고 병든 사람을 보고 이 세상의 고뇌(苦惱)를 알았으며,

又見死人。戀世情滅。

또 죽은 사람을 보고 세상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다.

及見沙門。廓然大悟。

그리고 사문을 보자 확연히 크게 깨달았다.

下寶車時。步步中間轉遠縛著。

수레에서 내려와 한 걸음 두 걸음 걷는 동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집착과 속박으로부터 더욱 멀어졌으니

是眞出家。是眞遠離。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출가한 것이요,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번뇌를 멀리 여읜 것이었다.

時。彼國人聞太子剃除鬚髮。法服持鉢。

당시 그 나라 사람들은 태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고

出家修道。咸相謂言。

집을 떠나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말하였다.

此道必眞。

'그 도는 틀림없이 진실할 것이다.

乃令太子捨國榮位。捐棄所重。

그래서 태자가 나라의 영화로운 지위를 버렸고 소중한 것도 버렸을 것이다.'


于時。國中八萬四千人往就太子。求爲弟子。出家修道。

그 때 그 나라의 8만 4천 사람들은 태자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집을 떠나 도 닦기를 청하였느니라.”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撰擇深妙法  彼聞隨出家

離於恩愛獄  無有衆結縛


깊고 미묘한 법을 선택하자

저들도 그 말 듣고 모두 따라 집을 떠났네.

은혜와 사랑의 감옥을 벗어나니

온갖 결박 모두 다 없어졌다네.


于時。太子卽便納受。

“태자는 그들의 소원을 받아들여 제자로 삼고

與之遊行。在在敎化。

그들과 함께 유행하면서 곳곳에서 교화를 펼쳤느니라.

從村至村。從國至國。所至之處。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르는 곳마다

無不恭敬四事供養。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여 네 가지 일[事]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菩薩念言。

보살은 생각했다.

吾與大衆。遊行諸國。

'나는 대중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人間憒鬧。此非我宜。

그러나 그런 번거로운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何時當得離此群衆。閑靜之處以求道眞。

나는 언제 이 군중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참 도를 구할 수 있을까?'

尋獲志願。於閑靜處專精修道。

얼마 되지 않아 보살은 소원이 이루어져 한적한 곳에서 오로지 수도에 정진하게 되었느니라.


復作是念。

그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衆生可愍。常處闇冥。

'중생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항상 어둠 속에 있으면서

受身危脆。有生․有老․

몸은 언제나 위태롭고 약하며 남[生]이 있고, 늙음[老]이 있고,

有病․有死。衆苦所集。

병듦[病]이 있고, 죽음[死]이 있어 모든 고통이 모여 쌓인다.

死此生彼。從彼生此。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기에 난다.

緣此苦陰。流轉無窮。

이런 괴로움의 무더기로 인하여 바퀴처럼 돌고 돌며 끝이 없구나.

我當何時曉了苦陰。滅生․老․死。

나는 언제나 이 괴로움의 원인을 밝게 깨달아 출생ㆍ늙음ㆍ죽음을 없앨 수 있을까?'




[3]죽음과 맞딱뜨리다


又於異時。太子復敕御者嚴駕出遊。

또 그 뒤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於其中路逢一死人。

가는 도중에 한 죽은 사람을 보았다.

雜色繒幡前後導引。

울긋불긋한 비단 깃발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宗族親里悲號哭泣。送之出城。

일가 친척들은 슬피 울부짖으며 상여를 따라 성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太子復問。

태자가 마부에게 다시 물었다.

此爲何人。答曰。此是死人。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問曰。何如爲死。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죽음이라 하는가?'

答曰。死者。盡也。風先火次。諸根壞敗。

'죽음이란 다한 것입니다. 숨길이 끊기고 열이 식어 모든 감각 기관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存亡異趣。室家離別。故謂之死。

죽고 사는 것이 길을 달리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太子又問御者。

태자는 또 물었다.

吾亦當爾。不免此患耶。

'그럼 나도 반드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答曰。然。生必有死。無有貴賤。

'그렇습니다. 태어난 자에겐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於是。太子悵然不悅。卽告御者 迴車還宮。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서글퍼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靜黙思惟。念此死苦。吾亦當然。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죽음의 고통은 나에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06c19  始見有人死  知其復更生

006c20  靜黙自思惟  吾未免此患


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을 보았을 때

그 사람 다시 태어날 줄 알았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나니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


爾時。父王復問御者。

그 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太子出遊。歡樂不耶。答曰。不樂。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던가?'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又問其故。答曰。道逢死人。是故不樂。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於是父王黙自思念。

그 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했느니라.

昔日相師占相太子。言當出家。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今日不悅。得無爾乎。

오늘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吾當更設方便。增諸伎樂以悅其心。使不出家。

내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하리라.'

卽復嚴飾宮館。簡擇婇女以娛樂之。

곧 별궁을 아름답게 꾸미고 예쁜 채녀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느니라.”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童子有名稱  婇女衆圍遶

五欲以自娛  如彼天帝釋

동자(童子)는 큰 명예가 있어

아름다운 여인들 주위를 에워쌌네.

오욕의 향락을 누리는 것

저 천상의 제석(帝釋)과 같아라. “



[4]사문을 만나고서 출가하다


又於異時。復飭御者嚴駕出遊。於其中路逢一沙門。

또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도중에서 한 사문(沙門)을 만났다.

法服持鉢。視地而行。

그 사문은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오직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卽問御者。

태자가 곧 마부에게 물었다.

此爲何人。御者答曰。此是沙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사문입니다.'

又問。何謂沙門。

'어떤 사람을 사문이라 하는가?'

答曰沙門者。捨離恩愛。出家修道。

'사문이란 모든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攝御諸根。不染外欲。

그는 모든 감각 기관을 잘 제어하여 바깥 욕망에 물들지 않고,

慈心一切。無所傷害。

자비스런 마음으로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습니다.

逢苦不慼。遇樂不欣。

괴로움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고 즐거움을 만나도 기뻐하지 않으며,

能忍如地。故號沙門。

모든 것을 잘 참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라 합니다.'


太子曰。

그 때 태자는 말했느니라.

善哉。此道眞正永絶塵累。

'훌륭하구나, 이 도(道)야말로 바르고 참되어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

微妙淸虛。惟是爲快。

미묘하고 맑고 비었으니, 오직 이것만이 참으로 기뻐할 만한 것이로다.'

卽飭御者迴車就之。

그리고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다가갔다.


爾時。太子問沙門曰。

그 때 태자는 그 사문에게 물었다.

剃除鬚髮。法服持鉢。何所志求。

'그대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었구나. 마음에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沙門答曰。

사문은 대답했다.

夫出家者。欲調伏心意。永離塵垢。

'출가자란 마음을 길들여 항복받아서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자 하며,

慈育群生。無所侵嬈。

자비심으로 모든 생물을 사랑하여 침노하거나 해치지 않고,

虛心靜寞。唯道是務。

마음을 비워 고요하게 하며 편안한 속에서 오로지 도 닦기만을 힘쓰는 사람입니다.'


太子曰。

태자가 말하였다.

善哉。此道最眞。

'훌륭하구나, 이 도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로다.'

尋飭御者。

곧 마부에게 명령했다.

齎吾寶衣幷及乘������。還白大王。

'너는 이 보배 옷과 수레를 가지고 돌아가 대왕께 아뢰어라.

我卽於此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

나는 여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려 한다.

所以然者。欲調伏心意。捨離塵垢。

그 까닭은 마음을 다루어 항복받아 번뇌를 벗어버리고

淸淨自居。以求道術。

맑고 깨끗하게 혼자 살면서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於是。御者卽以太子所乘寶車及與衣服 還歸父王。

그 때 마부는 태자가 타고 갔던 수레와 입었던 옷을 가지고 부왕에게로 돌아갔다.

太子於後卽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

태자는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수도 생활로 들어갔느니라.”




구담, 마부에게 인생을 묻다 1

-순행유관(巡行遊觀)


[은자주]구담은 석가여래의 성씨다.

“나 여래ㆍ지진은 찰리 종족 출신으로서 성은 구담(瞿曇)이니라.”

산스크리트어 원음을 살려 ‘고오타마’로 번역하기도 한다.

우리는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 [反面敎師] 같은 말을 사용하는데, 구담 보살님은 사문유관(四門遊觀)을통해 목격한 중생의 면목을 언제나 자기문제로 환원하여 생각하는 지혜를 가지셨다. 그리고 마부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에 주저없이 마부를 궁궐로 돌려보내고 사문이 되는 결단이 칼날 같다.

그리고,

餘命無幾。故謂之老。

앞으로 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늙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라 하여 "餘命"은 남은 목숨인데 이를 "앞으로 살 목숨"이라고 번역한 운허 스님의 번역솜씨도 빼어나다.


[1]노인(老人)을 만나다


於時。菩薩欲出遊觀。

“그 때 보살이 밖으로 나가 유람하면서 구경하고 싶어서

告敕御者嚴駕寶車。

마부에게 명령하여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장식하게 했다.


詣彼園林。巡行遊觀。

'저 동산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구경하리라.'

御者卽便嚴駕訖已還白。今正是時

마부는 곧 수레를 꾸민 뒤에 돌아와 아뢰었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太子卽乘寶車詣彼園觀。

태자는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동산으로 향했다.

於其中路見一老人。

그 때 도중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頭白齒落。面皺身僂。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얼굴은 주름지고 허리는 꼬부라져

拄杖羸步。喘息而行。

지팡이를 짚고 힘없는 걸음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太子顧問侍者。

태자가 시자(侍者)를 돌아보고 물었다.

此爲何人。答曰。此是老人。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분은 늙은 사람입니다.'


又問。何如爲老。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答曰。夫老者生壽向盡。

'늙었다는 것은 수명이 거의 다 되어

餘命無幾。故謂之老。

앞으로 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늙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太子又問。

태자는 또 물었다.

吾亦當爾。不免此患耶。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答曰。然。生必有老。無有豪賤。

'그렇습니다. 한번 나면 반드시 늙는 법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습니다.'


於是。太子悵然不悅。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매우 우울해져

卽告侍者迴駕還宮。

곧 마부에게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가자고 명령하였다.

靜黙思惟。念此老苦。吾亦當有。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늙음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佛於是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見老命將盡  拄杖而羸步

菩薩自思惟  吾未免此難

노인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지팡이 기대어 비틀거리며 걸어가네.

보살은 스스로 생각했나니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爾時。父王問彼侍者。

“그 때에 부왕(父王)이 그 시자에게 물었다.

太子出遊。歡樂不耶。答曰。不樂。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又問其故。答曰。

부왕이 그 까닭을 묻자 시자는 대답했다.

道逢老人。是以不樂。

'길에서 노인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했습니다.'

爾時。父王黙自思念。

그 때 부왕은 잠자코 스스로 생각하였다.

昔日相師占相太子。言當出家。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今者不悅。得無爾乎。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當設方便。使處深宮。

마땅히 방편을 써서 깊은 궁중에 있게 한 뒤

五欲娛樂。以悅其心。令不出家。

5욕(欲)의 향락으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하리라.'

卽便嚴飾宮館。

그리고는 곧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簡擇婇女以娛樂之。

예쁜 채녀(婇女)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느니라.”


佛於是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06b16  父王聞此言  方便嚴宮館

006b17  增益以五欲  欲使不出家


부왕은 이 말을 듣고

방편으로써 별궁을 장엄한 뒤

5욕의 향락을 더욱 늘여서

태자가 출가하지 않게 하였네.



[2]병든 이[환자]를 만나다


又於後時。太子復命御者嚴駕出遊。

“그 뒤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구경하러 나갔다가

於其中路逢一病人。

도중에 한 병자를 만났다.

身羸腹大。面目黧黑。

그는 몹시 쇠약한 몸에 배가 부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피었는데,

獨臥糞除。無人瞻視。

혼자 더러운 오물더미 위에 누워 있었으나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으며,

病甚苦毒。口不能言。

심한 고통으로 못내 고통스러워하며 말도 하지 못했다.


顧問御者。

태자는 마부를 돌아보고 물었다.

此爲何人。答曰。此是病人。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병든 사람입니다.'


問曰。何如爲病。

'어떤 것을 병이라 하는가?'

答曰。病者。衆痛迫切。

'병이란 온갖 고통에 못 견디게 시달려

存亡無期。故曰病也。

살지 죽을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이라 하는 것입니다.'


又曰。吾亦當爾。未免此患耶。

'그럼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되어 저런 괴로움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答曰。然。生則有病。無有貴賤。

'그렇습니다. 태어나면 반드시 병이 있게 마련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於是。太子悵然不悅。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우울해져

卽告御者迴車還宮。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靜黙思惟。念此病苦。吾亦當爾。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병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佛於是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見彼久病人  顔色爲衰損

靜黙自思惟  吾未免此患


오랫동안 병 앓는 저 사람 보니

얼굴은 쇠퇴하고 말라빠졌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나니

나도 저런 재앙 면하지 못하리.


爾時。父王復問御者。

“그 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太子出遊。歡樂不耶。答曰。不樂。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又問其故。答曰。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道逢病人。是以不樂。

'길에서 병자를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 하셨습니다.'


於是父王黙然思惟。

그 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하였다.

昔日相師占相太子。言當出家。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今日不悅。得無爾乎。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吾當更設方便。增諸伎樂。

내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以悅其心。使不出家。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하리라.'

卽復嚴飾宮館。

그리고는 곧 다시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簡擇婇女以娛樂之。

예쁜 채녀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느니라.”


佛於是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色聲香味觸  微妙可悅樂

菩薩福所致  故娛樂其中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

모두 미묘하여 기뻐할 만했네.

이것은 보살의 복으로 이룩된 것

그러므로 그 속에서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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