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제도하기 위해 스스로 구도자의 지위로 내려서서 보살이타행을 하는 관자재보살에게 전지전능한 반야 지혜를 성취하는 진리의 요체가 있으니, 그것은 모든 생명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오온(五蘊) : 물질(色), 감각(受), 지각(想), 의지와 행함(行), 인식작용(識))가 뚜렷하게 실재하는 듯 생각되지만 그 본성을 근원적으로 살펴볼 때 그 실체가 아예 없음을 밝은 빛 아래서 명백히 보듯 깨닫는 것이니라.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풋타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현상들은 영원불변한 게 없다. 시간의 흐름과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유전할 뿐이니 일정한 실체가 없는 비어 있는 것이니라(空). 삼라만상은 물질적인 현상(色)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이처럼 실체가 없이 비어 있고(空) 그렇다고 텅 비어 있음(空)이 물질적인 현상(色)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곧 있고 없음이 다름이 아니다. 있음은 없음 그 자체요, 없음은 동시에 있음이로다. 감각(受), 지각(想), 의지(行), 지식(識)도 마찬가지여서 있는 것인 양 보이지만 실상은 텅빈 것이요, 텅빔 속에서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나타날 뿐이니라.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사리풋타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이처럼 끊임없이 유전하는 것일 뿐 끝내 실체가 없는 것이니, 생겨나거나(生) 없어지거나(滅) 할 게 없다. 더럽거나(垢) 깨끗할 것(淨)도 없고 늘거나(增) 줄(減) 일도 없는 것이니라.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無無明 亦無無明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그러므로 실체가 없음을 명백히 깨달은 이 자리(空)에서 보면, 확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질적 요소(色)나 정신적 요소(受想行識)나 감각기관(눈(眼), 귀(耳), 코(鼻), 혀(舌), 신체(身), 의식(意))이나 감각(색채(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인식(法))의 대상도 사실은 없는 것이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눈의 영역(眼界)부터 귀의 영역(耳界), 코의 영역(鼻界), 혀의 영역(舌界), 몸의 영역(身界), 의식의 영역(意識界)에 이르기까지 다 실체가 없는 것이니, 따라서 확실한 듯 느껴지는 이 '나'라는 관념도 기실은 없는 것이로다.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以無所得故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 이무소득고
그러기에 벗어나야 할 어떤 번뇌(無明)도 본래부터 없는 것이니, 그 번뇌를 벗어나고 말 것도 없느니라. 늙음(老)이나 죽음(死) 또한 본디 없는 것이니, 그것들을 여의하고 말 것도 없도다. 모든 것은 다 괴로움이라는 진리(苦)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이 번뇌라는 진리(集)도 없으며, 괴로움을 없애고 열반에 이른다는 진리(滅)도 없고, 열반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진리(道)도 없으니, 지혜(智)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그 지혜로 생겨나는 얻음(得) 또한 없느니라.
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 전도몽상 구경열반
얻을 것(得)이 없으므로, 진리를 깨닫고자 만행을 닦는 구도자(菩提薩埵)들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 마음 가운데 조금이라도 무엇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물질이 있느니 오온이 있느니 괴로움이 있느니 하는 중생들의 뒤집힌 생각을 멀리 여의니 영원히 평안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열반을 얻게 되느니라.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 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 고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한한 과거에 계셨던 모든 부처나 무한한 공간에 계신 현재의 모든 부처나 무한한 미래에 계실 모든 부처들도 다 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기 때문에 위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한 전지전능의 큰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것이니라.
故知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내용으로 충만한 최상의 주문이요, 무지함과 몽매함을 밝혀주는 광명의 주문이며, 더 이상을 생각할 수 없는 최고의 주문이며,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는 본연의 진리로다.
故說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반야바라밀다의 이 같은 위대함을 비밀한 뜻으로 표현하는 진언(眞言)이 있으니 그 진언은 다음과 같다.
[주]천수경의 천수는 천수천안(千手千眼)의 약칭이다. 곧 자비의 부처님이신 관세음보살에게 중생의 고통을 기원하고 그 말씀을 듣는 경전이라 할 수 있다. 굳이 경명을 바꾼다면 관음경 또는 관세음보살경이 된다. 산스크리트로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śvara)를 중국어 의역하여 구마라습은 ‘관세음보살’로, 신역자인 당나라 현장은 ‘관자재보살’로 번역하였다. 한국에서는 줄여서 ‘관음보살’이라고도 한다.
불교 입문서로서 사상적 측면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것이 「반야심경」이라면, 신앙적 측면에서 가장 중시되어 독송되고 있는 것이 「천수경」이다. 「천수경」은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의식에 독송되고 있는데, 진언과 다라니를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밀교계통의 경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천수경」은 그 자체로 팔만대장경에서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현행 「천수경」이 전통적으로 전래된 「천수경」의 내용을 일부 재편집한 것으로, 1935년에 나온 「석문의범」을 거쳐 공식화된 경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행 「천수경」은 한국불교 신앙의례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독특한 의례적 경전이다.
현행 「천수경」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단일한 경전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밀교적 관음신앙 경전들을 의례적 측면에서 수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천수경」류의 밀교경전들이 중국에 전래되어 한역된 것은 대표적인 밀교 경전인 「대일경」이 전래되었던 7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최초의 번역은 650년 경에 지통이 한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이다. 이후 658년 가범달마가 번역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치병합약경」과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 나왔고, 계속해서 보리유지가 번역한 「천수천안관세음보살모다라니신경」 등 모두 18종이 번역되었다.
이들 「천수경」류 경전들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7세기 중엽부터 8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 당에 유학했던 스님들을 통해서였다.『삼국유사』에는 의상대사가 귀국하는 길에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나온다.
현행 「천수경」의 구조는 모두 여덟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서두 부분
이 서두 부분은 현재 「천수경」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경전을 독송하는 데 다 통용되는 부분으로서 '개계(開啓)'라 부르기도 한다. 「천수경」류의 경전이 아닌, '염불작법을 위한 서두'이다. 이 서두 부분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되는데, 이 경을 독송하기 전에 입을 깨끗이 하기 위해 외는 주문이다. 다음으로는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으로서, 온 주위의 신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외는 주문이다. 그 다음은 개경게(開經偈)로서, 이것은 경을 펴면서 찬탄과 서원을 불러일으키는 게송이다. 서두의 마지막은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이다. 법장은 진리의 창고인 경전을 의미하므로, 경전을 펴면서 발원하는 주문이다.
2.경 제목 부분
서두가 끝나고 나오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는 경 제목을 언급한 부분으로, 가범달마 번역본 제목이 약간 변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천수경의 내용
이 부분의 처음은 계수문과 십원문, 육향문, 관세음보살과 아미타불을 부르는 '계청(啓請)' 부분이다. 이 경을 독송하기 전에 관세음보살을 청하는 의식문으로서, 내용은 관세음보살에 대한 깊은 찬탄과 깊은 참회,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열 가지 다른 이름과 아미타불을 부른다.
그 다음이 이 경의 중심 부분인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다. 관세음보살과 삼보에 귀의한 다음, 악업을 그치고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소멸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이다.
4.결계(結界)와 청신(請神) 부분
이 부분은 사방찬(四方讚)과 도량찬(道場讚)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남북, 네 군데에 물을 뿌려 경계를 삼고, 나아가 도량에 대한 찬탄과 아울러 수많은 천신들이 내려와 우리를 옹호할 것임을 기원하는 부분이다.
5.참회문 부분
여기에는 참회게(懺悔偈)와 참회업장십이존불(懺悔業障十二尊佛) 및 십악참회(十惡懺悔)와 참회후송과 진언이 표함되어 있다. 일체 인연의 장애되는 바가 모두 숙연으로 말미암음을 깨달아, 이전 무량겁으로부터의 모든 죄를 참회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6.제 진언 독송 부분
이 부분에는 준제진언찬(准提眞言讚)과 귀의진언(歸依眞言),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호신진언(護身眞言), 관세음보살본심미묘육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本心微妙六字大明王眞言), 준제진언(准提眞言)과 준제후송이 들어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이 부분은 「천수경」 자체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으나, 관음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포함한 것으로 여겨진다.
준제(准提)는 준제보살을 말하는 것으로, 이 보살은 인간세계와 천상세계 모두를 제도하기에 불모(佛母)라고도 부른다. 오랜 과거에 한량없는 부처들을 낳은 어머니이므로 칠구지(구지는 범어로 천만(千萬)의 뜻)불모대준제보살이라고도 하는데, 준제게송은 이분을 대상으로 찬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발원과 귀의 부분
이 부분은 발원에 해당하는 여래십대발원문(如來十大發願文)과 발사홍서원(發四弘誓願)과 귀의(歸依)부분으로 되어 있다.
8.다른 의궤(儀軌)로의 연결점
여기에는 정삼업진언(淨三業眞言), 개단진언(開壇眞言), 건단진언(建壇眞言), 정법계진언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의궤를 위한 준비 절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