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

-노향림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창밖엔 밤새도록 우리를 부르는
소리 친구여
바다가
몹시도 그리운 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하이얀 뭉게구름
저멀리 흐르고
외로움 짙어가면 친구여
바다 소나무 사잇길로 가자
우리보다 더 외로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최영섭곡/박정하 바리톤

http://blog.daum.net/daum0724/7656147

압해도 노향림 시비 탐방

http://jnilbo.com/read.php3?no=122857&read_temp=20040915&section=52

[수련 -한택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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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꿩소리

-홍신선

누가 죽어서
저 들판의 대머리 빗기며
묵묵히
공허가 되어 와 섰느냐.

이제 이 세상에서
자네의 꿈은
저 들보리밭에 우는 산꿩 소리에나
남아서
꿔구엉 꿔구엉
제 속을 제 속의 멍울을
속속들이 다 뒤집어
허공에 허옇게 주느니

허공에 허옇게 들린
산꿩 소리나
받아 들고
누가 묵묵히
공허가 되어 와 섰느냐.

[말바비스커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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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바람 속에서


-
홍신선


너와 나에게 젊음은 무엇이었는가


수시로 입 안 말라붙던 갈한 욕망은 무엇이었는가


아직도 눈먼 황소들로 몰려와서는 노략질하는 것,

잣대기다 무릎 꿇고 넘어지는 것, 나둥그러지기도 하는 것,


낡은 집 고향의 쓸쓸한 토방에서 내다보는 황사 바람이여


오늘은 너의 자갈 갈리는 목쉰 사투리들이 유난히 거칠다


깨진 벽틈 속 실낱의 좀날개바퀴 울음은 들리지 않는다


그 소리들은 외침들은 왜 그리 미미한가


쥐오줌 얼룩든 천정 반자들이 무안한 듯 과거로 내밀려 앉아 있다


너는 삭막한 하늘 안팎을 뉘우침처럼 갈팡질팡 들락이는데...



척추 디스크를 앓는 아내와


지방에 내려간 자식은


멀리 네 옷깃에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씨앗에서 막 발 뺀 벽오동나무의 발뿌리에다 거름 똥 채워주고


연탄재 버리고 깊은 낮잠 한 잎.


내일 모레쯤


살속에 밤톨만한 멍울을 감춘 박태기나무들이


종기 짜듯 화농한 꽃들을 붉게 짜낼 것이다.


나이 늘어 심은 어린 나무들이 한결 처연하다.


낙발처럼 날리는 센 햇살 몇올, 저녁 해가 폐광처럼 비어 있다



운명은 결코 뛰쳐나갈 수 없다는 것


장대높이뛰기로도 시대의 담벽은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그렇게 생각 안채로 들여보내고 하루를 네 귀 맞춰 개어 깔고


무심히 흑백 TV의 풀온을 당기면 떠오르는 화면,


꼿발 딛고 아득히 넘겨다보는

흐린 화면 너머의 더 흐린 화면 그 곳엔 무엇이 있었는가


황사 바람이여 지난 시절 그 4.19 5.16 5.17 속에


누가 장대높이뛰기를 하였는가


나는 어디에 고개 묻고 있었는가


비닐 씌운 두둑에 고추모 옮겨 심고 멍석딸기꽃 밑에 마른 짚 깔기


젖먹이 기저귀 갈아주듯 깔아주며


언젠가 풋딸기들이 뾰족한 궁둥이로 편히 주저앉을 것을 생각하는


나날의 이 도와 궁행은 얼마나 사소한가 거대한가


풀먹여 새옷 입듯이


마음 벗고 껴입는.

[도라지 &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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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만은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만은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목할께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만은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주해]

①자의식(인간)- 자기존재 의식; 이상문학의 특징

인간은 의식과 자의식을 함께 지각함.

②해체(저항과 반역)- 띄어쓰기 거부→ 언어거부(숫자 사용; 관습, 전통, 윤리, 도덕에 부정과 반역))→ 도표→ 시를 안 씀.

-- 절망의 문학


 

 꽃나무

  ─이상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뜰보리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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