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성혼(成渾) 호원(浩原,선혼의 자) 선생이 청양군(靑陽君)을 애도한 시에,

宦遊浮世定誰眞 환유부세정수진

逆旅相逢卽故人 역려상봉즉고인

今日祖筵歌一曲 금일조연가일곡

送君歸臥舊山春 송군귀와구산춘

속세에 벼슬살이 진정 뉘가 참인고

역려에서 만나니 바로 친구일레

오늘의 이별 자리 한 가락 노래로

고향 봄동산에 가서 누울 그대 전송하네

하였으니, 이른바 길게 읊는 가락의 서글픔이 통곡보다 더하다는 게 바로 이것이 아닌가?

선생의 호는 우계(牛溪)이고 창녕인(昌寧人)이다. 벼슬은 참찬(參贊)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간(文簡)이며 문묘에 배향되었다.

청양군(靑陽君) 심의겸(沈義謙)의 자는 방숙(方叔), 호는 손암(巽庵)이며, 청송인(靑松人)으로 벼슬은 대사헌(大司憲)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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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근세 어떤 선비가 지리산(智異山)에 유람갔는데, 한 외진 숲에 이르니, 폭포는 이리저리 흐르고 푸른 대 우거진 가운데 한 띳집이 있는데,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섰다가, 선비를 보고는 몹시 반기며 손을 맞아 솔 아래 앉혀 놓고 막걸리에 나물국으로 대접하고는 말하기를,

“이 늙은 것이 평소에 머리 빗기를 좋아하여 하루에 꼭 천 번은 빗어내린다오.”

하면서 쪽지를 내어 놓는데, 그 속에 든 것이 바로 머리를 빗는다는 소두시(梳頭詩)였다.

木梳梳了竹梳梳 목소소료죽소소

梳却千廻蝨已除 소각천회슬이제

安得大梳長萬丈 안득대소장만장

盡梳黔首蝨無餘 진소검수슬무여

얼레빗으로 솰솰 가려 낸 다음 참빗으로 훑되

천 번이나 훑어내니 이는 벌써 없어졌네

어떻게 하면 만 길 되는 큰 빗 구하여

백성의 이 모조리 훑어 없앨꼬

선비가 자신도 모르게 뜰 아래 내려가 절하고 그 이름을 물으니 숨기고 알려 주지 않았다. 이튿날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는 두세 사람이 같이 다시 찾아가보니 집은 그대로 있었으나 사람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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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조사(詔使) 황번충(黃樊忠)이 거련관(車輦館)의 반송(蟠松)을 읊었는데, 그 맨 끝구에 한(韓) 자를 압운하니, 나의 중형이 한 선자(韓宣子)가 각궁(角弓)을 읊은 일을 인용하여 짓기를,

還同魯嘉樹 환동노가수

封植敢忘韓 봉식감망한

도리어 노 나라 가수(嘉樹)처럼

북돋아 길러서 한 선자를 잊을쏜가

라 하였다. 이숙헌(李叔獻:율곡 이이) 선생이 그 당시 원접사였는데 이 시를 버리고 쓰지 않자, 고제봉(高霽峯:고경명)이 크게 한탄하고 애석하게 여겼다.

홍당릉(洪唐陵:홍순언)이 몰래 황공(黃公)에게 보이니, 황공이 전편을 손으로 베껴 가져오게 하고는 한동안 고개를 끄덕이었다. 중국 사람은 시의 공정을 아는 것이 이러하다.

숙헌(叔獻)의 이름은 이(珥), 호는 율곡(栗谷), 덕수인(德水人)으로 벼슬은 일상(一相)에 이르고 시호는 문성(文成)이며 문묘에 배향되었다.

당릉(唐陵)은 당성(唐城)의 잘못인 듯하다. 당성은 역관 홍순언(洪純彦)의 호이다.

율곡(栗谷)의 산중절구는 다음과 같다.

采藥忽迷路 채약홀미로

千峯秋葉裏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林末茶煙起 임말다연기

약 캐다 갑자기 길을 잃으니

산마다 온통 가을 낙엽뿐

산승이 물 길어 오더니

숲가에 피어나네 차 달이는 연기

성을 나서는 느꺼움[出城感懷]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四遠雲俱黑 사원운구흑

中天日正明 중천일정명

孤臣一掬淚 고신일국루

灑向漢陽城 쇄향한양성

아득히 사방에는 먹구름만 가득해도

중천엔 해 정히 밝구나

외론 신하의 한줌 눈물을

한양성 향하여 뿌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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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나의 중형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斗柄垂寒野 두병수한야

灘沙閣敗船 탄사각패선

쓸쓸한 들에 북두성 자루는 드리웠고

부서진 배 여울 모래에 놓였구나

이것을 소재(蘇齋:노수신) 상공이 몹시 칭찬하여 당인(唐人)에 못지않다고 하였다.

45. 나의 중형의 산역에 살다[居山驛]라는 시는 이러하다.

長路鼓角帶晨星 장로고각대신성

倦向靑州古驛亭 권향청주고역정

羅下洞深山簇簇 나하동심산족족

侍中臺廻海冥冥 시중대회해명명

千年折戟沈沙短 천년절극심사단

十里平蕪過雨腥 십리평무과우성

舊事微茫問無處 구사미망문무처

數聲橫笛不堪聽 수성횡적불감청

새벽 별빛 아래 먼 길 떠나는 고각 소리 들리는데

터벅터벅 청주 고역정으로 향한다

나하동 그윽하고 산은 웅기중기

시중대(侍中臺)를 감도는 바다는 아득아득

천년 전 부러진 창 모래에 묻혀 짧고

십리 황무지는 비 온 뒤에 비린내 나네

옛일은 아득해라 물을 데 없고

두어 가락 젓대 소리 차마 어이 들을 건가

삭계례(朔啓例)에 따라 그 시가 대궐에 들어가니, 주상이 보고 몇 번이나 감탄하고는 오륙구(五六句)에 이르러서는,

“작구법(作句法)이 의당 이래야 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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