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학동기가 이 무더위에 29회에 걸친소설 <김삿갓 방랑기> 마지막회를 동기홈피에 올려 나의 소회를 써준 답글입니다.
참으로 큰일 하셨습니다. 또 가만히 있어도 짜증나는 무더위에 큰욕 보셨습니다.
맨위 사진 보니 문득 두보(杜甫)의 여야서회(旅夜書懷)가 생각납니다.
여야서회(旅夜書懷)
-객지에서 밤에 회포를 적다
細草微風岸 어린 풀잎 돋아난 언덕엔 실바람 불어오는데
危檣獨夜舟 높이 돛을 단 배에서 홀로 밤을 지샌다.
星垂平野闊 별빛 드리운 탁 트인 평야에
月湧大江流 달빛 어린 큰 강물은 용솟음쳐 흐른다.
名豈文章著 이름을 어떻게 문장으로 드날리랴
官因老病休 벼슬도 늙고 병들어 쉬어야 할 판인데.
飄飄何所似 표표히 떠도는 신세 무엇에다 비길꼬?
天地一沙鷗 천지간에 한 마리 물새일레라.
삼협은 지났는가? 굽이굽이 인생길 참, 녹녹한 게 아닙니다.
당뇨에 폐결핵에 병든 몸을 물살이 급한 강물 위에서 흔들리는 밤배에 맡기고
홀로 밤잠을 설치며 광야를 지나는데, 새 한 마리 돛대 따라 날아오나 봅니다.
넓은 공간과 물새의 존재의 대비가 더욱 외로움을 증폭시킵니다. 문장으로 11살
위의 이백(李白)처럼 이름을 떨치고자 했던 꿈은 무산되고 마는 것인가?
이젠 영영 이름없는 물새 한 마리 되고 마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인간
두보를 괴롭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야심한 밤에 뱃전에서 흔들리는 나는 깃들 곳을 잃어버리고 날개짓을 계속하고
있는 저 한 마리 물새일 뿐입니다. 사물에 자아를 투영하다보니 자아는 물새가 되어
버립니다. 물아일체, 사물과의 동일화가 이뤄진 겁니다.
지금은 나도 감기 몸살과 싸우고 있으니 그놈들 물리치고 함 봅시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하고 행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