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호주 시드니의 풀장 & 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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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최승호


눈 덮인 채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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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펴가도 펴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1985년>

[호주 시드니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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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character;personality)이 다른 한석봉의 어머니

석삼년에 걸친기나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한석봉!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기쁨에
문을 박차고 들어와 큰소리로 외친다.


1.무관심한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워매 야봐! 너 언제 집나갔었냐?"
한석봉 : "헐~~ ;: (꽈~당"")


2.피곤한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자, 그렇다면 어서 불을 꺼보아라."
한석봉 : "글을 써 보일까요?"
어머니 : "글은 무슨 글... 어서 잠이나 자자꾸나!"
한석봉 : "헉~~;"


3.칼질이 서툰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아니 벌써 돌아오다니 그렇다면
네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꾸나.
불을 끄고 너는 글을 쓰도록 하여라.
나는 그 어렵다던 구구단을 외우마."
한석봉 : "-_-;;;"


4.사오정을 닮은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그렇다면 시험을 해보자꾸나!
불을 끄고 넌 떡을 썰어라, 난 글을 쓸 테니..."
한석봉 : "어머니 역할이바뀌었사옵니다."


5.겁많은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자, 그렇다면 난 떡을 썰 테니
넌 글을 써보도록 하여라."
한석봉 : "어머니 불을 꺼야 하지 않을까요?"
어머니 : "손 베면 네가 책임질껴?"
한석봉 : "허~걱~~!!"


6.배고픈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자, 그렇다면 난 떡을 썰 테니
넌 냄비에물을 올려라."
한석봉 : 웩~~!!


7.바람둥이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석봉아! 미안하다,
이제 너의 이름은 이석봉이다."
한석봉 : "띠~옹 >.<;"


8.미리 썰어놓은 떡을 바꿔치기한 어머니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아니 벌써 돌아오다니
그렇다면 시험을 해보자꾸나. 불을 꺼거라,
난 떡을 썰 테니 넌 글을 쓰도록 하거라."

(light on)
한석봉 : "어머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머니 : "우홧홧, 당연하지!"


9.집 잘못 찾아온 한석봉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어머 누구세요?"


10.잘난 척하다가 글도 못 써보고 쫒겨난 한석봉

한석봉 :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 "그렇다면 불을 꺼거라."
한석봉 : "어머니는 떡을 써시고 전 글을 써라, 이거죠?"
어머니 : "헉, 그걸 어찌 알았느냐?"
한석봉 : "이미 책에서 읽었사옵니다."
어머니 : "그렇게 잘났으면 이제 그만 알아서 되돌아가거라."
한석봉 : -_-;;

http://blog.naver.com/solhanna/80006821417

[수련 -경주 대릉원 or 천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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