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딘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바다에서 본 성산일출봉 &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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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학자[고증학자] 추사 김정희 (1786-1856)

세한도(歲寒圖)

-유자효

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의 위리안치

찾는 사람 없으니

고여 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냈는지

까마귀 한 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 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아래창에 세한도 발문의 번역이 있네요,

http://blog.naver.com/bhjang3/140036533615

http://blog.naver.com/kuamdukbo/120021823363

"작년(1943)에 <만학집>(桂馥, 淸)과 <대운산방문고>(渾敬, 淸) 두 책을 부쳐왔고, 올해에 다시 <황조경세문편>(藕)을 부쳐왔으니, 그것들은 모두 세상에 항상 있는 것이 아니고, 천만리 멀리서 사서, 여러 해 걸려 얻은 것이니,한 번에 이룬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 위리안치된 자신에게 귀중본 3권을 부쳐와 역관 이상적의 변한없는 사귐의 정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상적은 국내는 물론, 중국 등지로 다니며 여기에 계속 발문을 받아 지금은 위당 정인보 선생의 발문까지 덧붙여져 작품은 두루말이가 되었고, 국보180호로 지정되었다.

 

유자효님 홈피

http://blog.naver.com/hhs2166/30008222737

 

[세한도 및 완당이 이상적에게 쓴 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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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시 3

-서정윤

가끔은 슬픈 얼굴이라도


좋다, 맑은 하늘 아래라면.


어쩌다가 눈물이 굴러떨어질지라도


가슴의 따스함만으로도


전해질 수 있다, 진실은.



늘 웃음을 보이며


웃음보다 더 큰 슬픔이


내 속에 자랄지라도


웃음만을 보이며 그대를 대하자.



하늘도 나의 것이 아니고


강물조차 저 혼자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나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 삶의 전부를


한 개 점으로 나타내야지.



지나가는 바람에도 손잡을 수 있는


영혼의 진실을 지니고


이제는 그대를 맞을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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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머니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 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 까요?



구름이 되어 애끊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을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낯익은 데서

 

물기도는 바람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히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으로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

 

[양평 용문사 지장전 외벽 그림]

뒷벽 그림은 물견을 쟁여 놓아 못 찍었습니다.

아래창에는 佛家의어머님의 은혜를 10가지로 요약한『부모은중경』내용을 실었습니다.

http://cafe.naver.com/sunjaeland/82

 

『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 』

『회태수호은(懷胎守護恩)』『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세탁부정은(洗濯不

cafe.naver.com

 

http://blog.naver.com/nelect/40017194029

 

부모은중경 父母恩重經 - 그림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그림  01. 나를 잉태하시고 지켜 주신 은혜  여러 ...

blog.naver.com

 

아이를 배어 지키고 보호해준 은혜

해산함에 임하여 고통받으신 은혜

자식을 낳고서야 근심 잊으시는 은혜

쓴 건 삼키고 단 건 뱉아 먹여준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이신 은혜

젖먹이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은혜

목욕 세탁 더러움을 씻어주신 은혜

멀리 떠나가면 근심 걱정하신 은혜

자식을 위해서는 모진 일 하신 은혜

임종 때도 자식 위해 근심하신 은혜

 

『부모은중경』은 이민수 현대역 을유문고본도 있습니다.

수원 용주사에는 언해본이 있는데 그 그림을 목판하여 일반인들도 먹물을 묻혀 찍어올 수 있습니다.

 

[용문사, 지장전 외벽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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