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GXPu9YmFQUo 

 

가시나무

천양희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생(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주석)노역(勞役) : 괴롭고 힘든 노동

 

https://imnews.imbc.com/news/2011/culture/article/2894497_31016.html

 

제26회 만해문학상에 천양희 시인

창비가 주관하는 제26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천양희 시인이 2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은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

imnews.imbc.com

제26회 만해문학상에 천양희 시인

 
입력 2011-07-25 16:02 | 수정 2011-07-25 16:020
 
창비가 주관하는 제26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천양희 시인이 2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은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송경동 시인과 장편소설'여덟 번째 방'의 소설가 김미월이 공동 수상한다.

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천씨의 시집에 대해 "삶과 시에 대한 경건한 성찰을 담담하면서도 재치있는 언어에 담아내어, 시인의 오랜 시력(詩歷)이 이제 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동엽창작상의 경우 "두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응전의 정신과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상금은 만해문학상 2천만 원, 신동엽창작상은 각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말 있을 예정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7%8C%ED%95%B4%EB%AC%B8%ED%95%99%EC%83%81

 

만해문학상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만해문학상(萬海文學賞)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념하고 문학 정신을 계승해 민족문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1973년 제정된 대한민

ko.wikipedia.org

역대 수상 작품

   회   /수상년도 /작가 (이름을 클릭하면 해설 나옴)              /작품

제1회 1974년 시인 신경림 시집 《농무》
제2회 1975 소설가 천승세 단편 "황구의 비명", "폭염"
제3회 1988 시인 고은 시집 《만인보》 1, 2, 3
제4회 1989 소설가 황석영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
제5회 1890 소설가 현기영 장편소설 《바람 타는 섬》
제6회 1991년 시인 민영 시집 《바람 부는 날》
제7회 1992년 시인 김명수 시집 《침엽수 지대》
제8회 1993년 소설가 이문구 소설집 《유자소전》
제9회 1994년 소설가 송기숙 장편소설 《녹두장군》 전12권
제10회 1995년 시인 조태일 시집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제11회 1996년 소설가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 방》
제12회 1997년 시인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제13회 1998년 수상작 없음  
제14회 1999년 소설가 박완서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
제15회 2000 국문학자 임형택 《실사구시의 한국학》
제16회 2001 시인 정희성 시집 《詩를 찾아서》
제17회 2002 시인 김지하 시집 《花開》
제18회 2003 소설가 박범신 / 평론가 유홍준 장편소설 《더러운 책상》 / 평론집 《완당평전》
제19회 2004 소설가 홍석중 장편소설 《황진이》
제20회 2005 소설가 김원일 연작소설 《푸른 혼》
제21회 2006 시인 김규동 시집 《느릅나무에게》
제22회 2007 소설가 김영하 장편소설 《빛의 제국》
제23회 2008 소설가 윤영수 소설집 《소설 쓰는 밤》
제24회 2009 소설가 공선옥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 《명랑한 밤길》
제25회 2010 역사학자 강만길 /
목사 박형규 / 신홍범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 /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
제26회 2011 시인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7회 2012 시인 이시영[2]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제28회 2013 소설가 조갑상[3] 장편소설 《밤의 눈》
제29회 2014 소설가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제30회 2015 수상자 없음  
제31회 2016 이인휘 소설집 《폐허를 보다》
특별상 2017 김형수 《소태산 평전》
특별상 2017 416세월호참사 작가 기록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제32회 2017년 김정환[4]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특별상 2017년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제33회 2018 김해자 시집 《해자네 점집》
제34회 2019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특별상 2019 김두식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8/03/MPUMQEYNXVD3BDNOARX3HOQQ5U/

 

위로받을 곳 하나 없는 세상… 詩라는 등불을 켠다

위로받을 곳 하나 없는 세상 詩라는 등불을 켠다 만해문예대상 천양희 시인

www.chosun.com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 박수 소리 같은
바위들이 몰래 흔들 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제5회_금오_전국_시낭송대회_2020년_출전시 낭송대회 지정 시 2020. 11. 22. 09:45

 

마음의 수수밭

ㅡ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리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 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5856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 이로운넷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의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이 6일 오후 4시 발표한 태풍 정보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후 3시 일본 오키나

www.eroun.net

카눈은 오는 9일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서북서쪽 140㎞ 해상을 지나겠고, 10일 오후 3시에는 대구 북쪽 50㎞ 육상에 도달하겠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동해안 지역만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한반도 전역이 영향권에 들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태풍의 진로는 변동성이 크나 오는 9~10일 사이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해안, 울릉도·독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카눈은 오는 9일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서북서쪽 140㎞ 해상을 지나겠고, 10일 오후 3시에는 대구 북쪽 50㎞ 육상에 도달하겠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동해안 지역만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한반도 전역이 영향권에 들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태풍의 진로는 변동성이 크나 오는 9~10일 사이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해안, 울릉도·독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https://www.youtube.com/watch?v=lTs7K1-llzw

 

https://www.youtube.com/watch?v=fe2OJS88-Qc 

 

 

나무가 말하였네
강은교·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강은교·시인, 1945-)

 

http://www.joungul.co.kr/poem/poem1/%EC%9D%B8%EC%83%9D_61070.asp

 

<나무 시 모음> 강은교의 ´나무가 말하였네´ 외 -[좋은글]좋은시-인생시,사랑시,가족시,연인시,

<평가하기>  이 글을 좋은글로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추방시켜주세요.  제목     <나무 시 모음> 강은교의 ´나무가 말하였네´ 외 날짜 11-02-27 등록자     도토리 조회수 14072 작가 및추천

www.joungul.co.kr

 

+ 나무의 철학

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조병화·시인, 1921-2003)



+ 나무

김종상

목불木佛이 되어
연화좌에 모셔진 것도

장승이 되어
동구 밖을 지켜선 것도

나무입니다
죽어서 다시 사는 나무.

책상이 되어
공부를 도와주는 것도

기둥이 되어
추녀를 떠받치는 것도

나무입니다
죽어서 큰일을 하는 나무
(김종상·시인, 1937-)


+ 소식
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나무에 깃들여
정현종

나무들은
난 그대로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시인, 1939-)


+ 하늘을 만지는 나무
이기철

가지는 하늘 일이 궁금해
자꾸만 구름으로 올라가고
뿌리는 땅 일이 궁금해
자꾸만 흙 속으로 내려가고
잎들은 마을일이 궁금해
자꾸만 뒤란으로 떨어지고
꽃들은 옆집 일이 궁금해
자꾸만 담 너머로 내다보네
(이기철·시인, 1943-)


+ 의식의 나무
김규동

우리가 보지 않는 동안에도
부러지지 않고 서서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도
죽지 않고 서서
우리가 죽은 뒤에도
말없이 서서
하늘로 뻗어오르며
구름이 되고 빛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생각하는 나무여
아 부드러운 나무의 뼈.
(김규동·시인, 1925-)


+ 따뜻한 나무
홍일표

벚꽃나무 속
수만 와트의 빛을 만드는
발전소

겨우 내내 비축한
빛의 양식
튀밥처럼 튀겨내어
식은 가슴마다 뿌려주는
하늘거리는 봄의 손길

성자처럼
밥 퍼주는 공양주 보살처럼
(홍일표·시인, 1958-)


+ 지옥에
김지하
지옥에 청정한
나무 한 그루만
잎새 하나만 있다면
그것은 하늘
생명의 기억,
나무처럼 잎새처럼
팔을 벌리고
창세기를
창세기를
다시 시작하리라.
(김지하·시인, 1941-)


+ 나무의 정신
강경호

죽은 나무일지라도
천년을 사는 고사목처럼
나무는 눕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내 서재의 책들은
나무였을 적의 기억으로
제각기 이름 하나씩 갖고
책꽂이에 서 있다.

누렇게 변한 책 속에
압축된 누군가의 일생을
나는 좀처럼 갉아먹는다.
나무는 죽어서도
이처럼 사색을 한다.

숲이 무성한 내 서재에서는
오래 전의 바람소리, 새소리 들린다.
(강경호·시인)


+ 나무의 귀
정재필

우수, 경칩 지나면
나무가 귀를 연다
겨우내 빠알갛게 얼어붙었던 귀
쫑긋이 세워 열고 있다

온천천 둑길
늘어선 벚나무들
온천천 향해 가지 길게 뻗어
일제히 귀 기울이는 모습 볼 수 있다

산책길 노부부의 다정한 속삭임
자전거 타는 소년들의 해맑은 웃음
봄소식 재잘대는 냇물 소리
활짝 귀 열어 듣고 있는 모습 볼 수 있다

아직도 눈바람 들이치는 삼월 초순
작은 소리 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으려다
당나귀 귀가 된 임금님의 귀처럼
점점 크게 열리는 나무의 귀 볼 수 있다
(정재필·시인, 1938-)


+ 나무에게
반기룡

호올로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은가 보다

찬바람이 따귀를 후려갈겨도
너끈히 견딜만한가 보다

남 탓하지 않고 직립한 채
세상의 이모저모 관찰하며
자신의 면적과 넓이를
한 뼘 두 뼘 측량하고 있구나

봄이면
새순과 잎 돋우고

여름이면
무성한 녹음으로 치장하고

가을이면
붉디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며

겨울이면
훌러덩 벗은 채 동안거에 들어

세상을
하나 둘 셋 넷......

무량대수*만큼 세고 있구나
(반기룡·시인)
* 무량대수: 100을 80번 곱한 수


+ 조용한 이웃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황인숙·시인, 1958-)


+ 나무를 심으며
도한호

나무는 평생을 한자리에서
철을 따라 옷을 갈아입고
보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준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주며
짐승과 사람을 위해
과일과 열매를 맺고
피곤한 길손에게는 쉼터를 준다

나 또한 나무처럼 평생을
한 자리에 서 있었으나
내게 깃들인 것들에게
베푼 것이 없다

다만, 교훈 삼아 뜰에
나무를 가득 심었을 뿐
(도한호·시인, 1939-)


+ 나무 생각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맞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외변산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안도현·시인, 1961-)


+ 나무 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문정희·시인, 1947-)


+ 나무도 눈이 있다
황라현

나무에도 눈이 있는지
저마다 상대를 찌르지 않으려고
비켜가면서 가지를 뻗어나간다

쿵쿵거리며 내 땅이라고
내 자리라고 호통치고 찌르면
내 입에서도 비명 터져 나올 것이라는 것을
어찌 터득을 했는지

빈 공간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팔을 뻗는
다른 나무를 위한
배려와 질서가 눈부시도록 푸르다

하물며 나무도 그러하거늘
사람도 서로를 가시 돋친 말로 찌르고
행동으로 들이받는 무례함보다는

마음을 먼저 만져주고
더 많은 배려와 이해를 하면서
상대를 위해 온전히 마음을 쓴다면

눈부신 당신에게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머물 것이며
넘치고도 남을 만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황라현·시인)


+ 자라는 나무
김광규

실뿌리가 자라서
굵은 뿌리 되고
나무 밑동에서 조금씩
조금씩 줄기가 생겨 갈라지고
줄기에서 나뭇가지 퍼져나가
가지마다 수많은 이파리 돋아나고
마침내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나무가 된다 보아라
땅으로부터 하늘을 향하여 나무는 위로
위로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위로
아래로 힘껏 온몸을 뻗으며
실처럼 가늘어지는 나뭇가지들
그 무수한 가지 끝마다
햇볕이 쌓이고
빗방울이 머물고
바람이 걸려 조금씩
조금씩 줄기를 기르고
밑동을 굵게 살찌우고
마침내 땅속으로 들어가
엄청나게 많은 뿌리로 갈라지며
넓고 깊게 퍼져나간다 보아라
하늘로부터 땅을 향하여 나무는 아래로
아래로 자라는 것이다
(김광규·시인, 1941-)


+ 나무의 신년사
정연복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한평생을 지내는 듯한
나의 태평스런 모습

그래요, 나는 뭔가를 이루려고
안달하지는 않습니다.

햇살과 별빛과 달빛
비와 이슬과 서리
바람과 새와 벌레들....

나의 몸에 와 닿는 어느 것이라도
묵묵히 받아들일 따름이지요.

무심(無心)!

이 보이지 않는 힘 하나에 기대어
나는 어제도 오늘도 말없이 살아갑니다.

마치 죽은 듯이
속살 깊이

세월의 주름살 같은
나이테 하나씩 지으며

나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정연복·시인, 1957-))


+ 聖 느티나무
나희덕

속이 검게 타버린 고목이지만
창녕 덕산리 느티나무는 올봄도 잎을 내었다

잔가지 끝으로 하늘을 밀어올리며 그는
한 그루 榕樹*처럼
제 아궁이에서 자꾸만 잎사귀를 꺼낸다
번개가 가슴을 쪼개고 지나간 흔적을 안고도
저렇게 눈부신 잎을 피워내다니,
시커먼 아궁이 하나 들여놓고
그는 오래오래 제 살을 달여 내놓는다
낮의 새와 밤의 새가 다녀가고
다람쥐 일가가 세들어 사는,
구름 몇 점 별 몇 개 뛰어들기도 하는,
바람도 가만히 숨을 모으는 그 검은 아궁이에는
모든 빛이 모여 불타고 모든 빛이 나온다
까마귀 깃들었다 날아간 자리에
검은 울음 몇 가지가 뻗어 있기도 하다

발이 묶인 채 날아오르는 새처럼
덕산리 느티나무는 푸른 날개를 마악 펴들고 있다
(나희덕·시인, 1966-)

榕樹*(용수) - 가쥬말의 근연종을 포함한 총칭. 「녹는 나무」라고 하는 의미이지만, 다른 나무나 장애물의 사이를 꿰매고 성장해, 유연한 기근을 많이 늘리는 등해 유체와 같은 형상이 되는 일이 있기 때문. 중국 반얀, 말레이 반얀, 인도 월계수, 커튼 무화과 또는 가주마루로도 알려진, 무화과나무속  Ficus microcarpa는 무화과과 뽕나무과의 나무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에서 열대 아시아, 캐롤라인 제도, 호주까지입니다.


+ 쓰러진 나무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낸
저 연초록빛 소름,
십 년 전처럼 내 팔에도 소름이 돋는다
(나희덕·시인, 1966-)


+ 팽나무가 쓰러, 지셨다
이재무

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쓰러지셨다
고집스럽게 생가 지켜주던 이 입적하셨다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서러운 哭도 없이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이라는 것을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당신의 그늘 안에서 나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이웃마을 숙이를 기다렸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아이스께끼장수가 다녀갔고
방물장수가 다녀갔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부은 발등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우리 마을의 제일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이재무·시인, 1958-)


+ 나무처럼
법정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법정·스님, 1932-2010)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추가분]

미시령 노을

ㅡ이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https://www.facebook.com/book.postit/photos/a.2340974079252462/2404061146277088/?type=3 

 

Post it note - 별 / 강은교 새벽 하늘에 혼자 빛나는 별 홀로 뭍을 물고 있는 별 너의 가지들을 잘라

별 / 강은교 새벽 하늘에 혼자 빛나는 별 홀로 뭍을 물고 있는 별 너의 가지들을 잘라 버려라 너의 잎을 잘라 버려라 저 섬의 등불들, 오늘도 검은 구름의 허리에 꼬옥 매달려 있구나 별 하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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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 
- 바리떼기, 가장 일찍 버려진 자이며 가장 깊이 잊혀진 자의 노래
강은교

그리움을 놓치고 집으로 돌아오네
열려 있는 창은
지나가는 늙은 바람에게 시간을 묻고 있는데
오, 그림자 없는 가슴이여, 기억의 창고여
누구인가 지난 밤 꿈의 사슬을 풀어
저기 창밖에 걸고 있구나
꿈속에서 만난 이와
꿈속에서 만난 거리와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던 한 사람의 얼굴과
그 얼굴의 미세한 떨림과
크고 깊던 언덕들과
깊고 넓던 어둠의 바다를,
어디선가 몰려오는 먹구름 사이로.

너무 멀리 왔는가.
아니다, 아니다, 우리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리움이 저 길 밖에 서 있는 한.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ocoje2016&logNo=221623707800 

 

(詩) 강은교...시 모음...

장용길 作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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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ㅡ강은교

<모든 형식은 실험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질타되었으며
모든 혁명은 후회하였네>

아름다운 시 하나 찾아
테그레톨을 먹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살색의 알약 둘
테그레톨은 나의 피로 가는 문입니다.
피의 문이 열립니다.
피톨들이 아우성치며 달려나와
테크레톨을 받아먹습니다.
피들은 이윽고 잠잠해져
파도칠 줄도 모르며
나의 뇌에 샛강처럼 흘러듭니다.

상처 하나가
샛강 옆 갈대밭에
동그마니 앉아 있습니다.

--모든 형식은 실험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질타되었으며
--모든 혁명은 후회하였네

의사 선생님은 늘
말씀하십니다
테그레톨을 잊지 말라고.

 

[참고] 테그레톨, 뇌전증 신경통 등에 처방하는 의약품.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BBBBB1615 

 

약학정보원

발열, 발진, 혈관염, 임파절 장애, 가림프종, 관절통, 백혈구감소증, 호산구증가증, 간성 비장비대, 간기능 검사치 이상 및 담관소멸증후군(간내 담관의 파괴 및 소실)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

www.health.kr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1061

 

허무집(虛無集)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1971년 강은교의 ‘자전’ 연작시 및 초기 작품을 수록하여 간행한 시집.

 

[뉴스] 도로인가, 강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JbtGgSBLUpA 

 

https://www.youtube.com/watch?v=ubGXVqD45CY 

 

 

https://www.youtube.com/watch?v=O-a-IdQ1aqo 

 

 

 

나무만 남았네

ㅡ 박영춘



먹고 놀 줄만 알았지

일하다 쉬러 가는 줄은 모르는 나뭇잎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햇살과 즐거이 지내다 숨겼던 본색 드러내

이 색깔이 좋을까 저 색깔이 좋을까

울긋불긋 설레발치다

나비가 날아가듯 나무 곁을 떠나가네

꽃잎 이지러지고

이파리 날아가고

열매 저 살 곳 찾아가고

하나 없이 다 떠나가고

동그마니 나무만 남았네

일곱 남매 사방팔방으로

꿈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덩그러니 나무처럼 서 있는 어머니 아버지

마당 앞 텃밭 머리맡에 남매 허수아비처럼

나란히 서서

이제나저제나 오려나

마을 어귀로 눈길 내보내

일곱 남매 깔깔거림 시끌벅적 기다리네

 

 

시집간 할미꽃

ㅡ 박영춘



무덤 옆에 쪼그려 앉은 할민데

날 보고 예쁘다 하네

속만 볼그스름하지

겉은 흰 머리칼투성인데

날 보고 꽃이라 하네

겉은 젊어 보이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졌는데

날 보고 아리땁다 하네

허리 고부라진 고달픔

땅에 닿도록 서러워도

울지 못하는 사연 많은 꽃

금방이라도 울음보 터질 것 같은

슬픈 추억 부둥켜안고

어렵사리 체머리만 흔드는 할미꽃

어느 날 야생화를 애호하는 노신사

나를 요리조리 뜯어보더니만

저희 집에 가서 살자 덥석 보쌈 싸네

[운영자 생각]

사실에 바탕하면 시 제목은 <보쌈당한 할미꽃>이 맞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55AH79ic0 

 

 

http://www.bzer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503 

 

박영춘 시인, 『이파리가 말하다』 출간

배롱나무가 선홍빛 꽃망울을 막 터트리기 시작할 무렵, 박영춘 시인의 시집 『이파리가 말하다』이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모든 것이 작아지기만 하고, 좁아지기만 하고,무능력

www.bzeronews.com

 

·시집

『지푸라기를 잡고서』

『들소의 노래』

패랭이꽃』

『아스팔트 위에 핀 꽃』

『아지랑이 고개 너머 저만치』

『들꽃 향기』

『석류의 진실 붉은 절규』



·산문집

『 마음 나들이 생각 나들이』



·편저

『 서산시 새마을 운동사』 『 서산간척지 A. B지구 어제와 오늘』 등



·공저

『 한강의 시심』 『제주도 서정시』 『시인의 정원』 『시인연대사화집』 등

출처 : 불교공뉴스(http://www.bzeronews.com)

 

https://blog.naver.com/guksinsaem/221625329715

 

2015년 개정 고등학교 문학 모든 목록

고등국어, 문학에 나오는 작품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시험이든,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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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ongsimjang/221114903234

 

2015 개정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소재 문학 작품 목록

장박사국어연구소에서는  이 작품 하나하나를 연구하여 자료로 만듭니다. 오로지 강의만을 목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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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vincimap.co.kr/davBase/Place/davPlace.jsp?DplcID=DPLC010023 

 

다빈치!지식창고 -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2019.07.18 【학습】 신재효(申在孝)가 개작한 판소리로 6마당 중의 하나로 일명, '가루지기타령', '횡부가(橫負歌)'라고도 한다. 송만재의 '관우희'에 '변강쇠타령'이라는 곡명이 보이고, 신재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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