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찬다카가 돌아가다
고행림에 들어가시다
궁중의 슬픔
태자를 찾아 나서다

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 차닉환품(車匿還品)
    車匿還品  第六


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須臾夜已過,
衆生眼光出,
顧見林樹閒,
跋伽仙人處。


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林流極淸曠,
禽獸親附人,
太子見心喜,
形勞自然息。



‘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此則爲祥瑞,
心獲未曾利,
又見彼仙人,
是所應供養。



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幷自護其儀,
滅除高慢迹,
下馬手摩頭,
汝今已度我,
慈目視車匿,
猶淸涼水洗。



“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駿足馳若飛,
汝常係馬後,
感汝深敬勤,
精勤無懈惓。



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餘事不足計,
唯取汝眞心,
心敬形堪勤,
此二今始見。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人有心至誠,
身力無所堪,
力堪心不至,
汝今二俱備,
捐棄世榮利,
進步隨我來。



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何人不向利,
無利親戚離,
汝今空隨我,
不求現世報。



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代)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夫人生育子,
爲以紹宗嗣,
所以奉敬王,
爲以報恩養。



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一切皆求利,
汝獨背利遊,
至言不煩多,
今當略告汝。



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汝事我已畢,
今且乘馬還,
自我長夜來,
所求處今得。



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卽脫寶瓔珞,
以授於車匿,
具持是賜汝,
以慰汝憂悲。


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寶冠頂摩尼,
光明照其身,
卽脫置掌中,
如日曜須彌。


“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車匿持此珠,
還歸父王所,
持珠禮王足,
以表我虔心。


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爲我啓請王,
願捨愛戀情,
爲脫生老死,
故入苦行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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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亦不求生天,
非無仰戀心,
亦不懷結恨,
唯欲捨憂悲。


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長夜集恩愛,
要當有別離,
以有當離故,
故求解脫因。


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若得解脫者,
永無離親期,
爲斷憂出家,
勿爲子生憂。


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五欲爲憂根,
應憂著欲者,
乃祖諸勝王,
堅固志不移。


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今我襲餘財,
唯法捨非宜,
夫人命終時,
財產悉遺子,
子多貪俗利,
而我樂法財。


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若言年少壯,
非是遊學時,
當知求正法,
無時非爲時。


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無常無定期,
死怨常隨伺,
是故我今日,
決定求法時。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如上諸所啓,
汝悉爲我宣,
唯願今父王,
不復我顧戀。


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若以形毀我,
令王割愛者,
汝愼勿惜言,
使王念不絕。


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車匿奉教勅,
悲塞情惛迷,
合掌而䠒跪,
還答太子言。


“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如勅具宣言,
恐更增憂悲,
憂悲增轉深,
如象溺深泥。


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決定恩愛乖,
有心孰不哀,
金石尚摧碎,
何況溺哀情。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太子長深宮,
少樂身細軟,
投身刺蕀林,
苦行安可堪。


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初命我索馬,
下情甚不安,
天神見驅逼,
命我速莊嚴。


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何意令太子,
決定捨深宮,
迦毘羅衛國,
合境生悲痛。


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父王年已老,
念子愛亦深,
決定捨出家,
此則非所應。


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邪見無父母,
此則無復論,
瞿曇彌長養,
乳哺形枯乾,
慈愛難可忘,
莫作背恩人。


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嬰兒功德母,
勝族能奉事,
得勝而復棄,
此則非勝人。


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耶輸陁勝子,
嗣國掌正法,
厥年尚幼少,
是亦不應捨。


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已違捨父王,
及宗親眷屬,
勿復遺棄我,
要不離尊足。


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我心懷湯火,
不堪獨還國,
今於空野中,
棄捐太子歸,
則同須曼提,
棄捨於羅摩。


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今若獨還宮,
白王當何言,
合宮同見責,
復以何辭答。


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太子向告我,
隨方便形毀,
牟尼功德所,
云何而虛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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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我深慚愧故,
舌亦不能言,
設使有所說,
天下誰復信。


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若言月光熱,
世間有信者,
脫有信太子,
所行非法行。


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太子心柔軟,
常慈悲一切,
深愛而棄捨,
此則違宿心,
願可思還宮,
以慰我愚誠。


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聞車匿,
悲切苦諌言,
心安轉堅固,
而復告之曰。


“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汝今爲我故,
而生別離苦,
當捨此悲念,
且自慰其心。


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衆生各異趣,
乖離理自常,
縱令我今日,
不捨諸親族,
死至形神乖,
當復云何留。


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慈母懷妊我,
深愛常抱苦,
生已卽命終,
竟不蒙子養,
存亡各異路,
今爲何處求。


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曠野茂高樹,
衆鳥群聚拪,
暮集晨必散,
世閒離亦然。


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浮雲興高山,
四集盈虛空,
俄而復消散,
人理亦復然。


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世閒本自乖,
暫會恩愛纏,
如夢中聚散,
不應計我親。


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譬如春生樹,
漸長柯葉茂,
秋霜遂零落,
同體尚分離,
況人暫合會,
親戚豈常俱。


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汝且息憂苦,
順我教而歸,
歸意猶存我,
且歸後更還。


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迦毘羅衛人,
聞我心決定,
顧遺念我者,
汝當宣我言。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越度生死海,
然後當來還,
情願若不果,
身滅山林閒。


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네.
白馬聞太子,
發斯眞實言,
屈膝而舐足,
長息淚流連。


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輪掌網鞔手,
順摩白馬頂,
汝莫生憂悲,
我今懺謝汝。


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良馬之勤勞,
其功今已畢,
惡道苦長息,
妙果現於今。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衆寶莊嚴劍,
車匿常執隨,
太子拔利劍,
如龍曜光明。


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寶冠籠玄髮,
合剃置空中,
上昇凝虛境,
飄若鸞鳥翔。


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忉利諸天下,
執髮還天宮,
常欲奉事足,
況今得頂髮,
盡心加供養,
至於正法盡。


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太子時自念,
莊嚴具悉除,
唯有素繒衣,
猶非出家儀。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時淨居天子,
知太子心念,
化爲獵師像,
持弓佩利箭,
身被袈裟衣,
徑至太子前。


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念此衣,
染色淸淨服,
仙人上標飾,
獵者非所應,
卽呼獵師前,
軟語而告曰。


“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汝於此衣服,
貪愛似不深,
以我身上服,
與汝相貿易。


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獵師白太子,
非不惜此衣,
用謀諸群鹿,
誘之令見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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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茍是汝所須,
今當與交易,
獵者旣貿衣,
還自復天身。


그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太子及車匿,
見生奇特想,
此必無事衣,
定非世人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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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내심(內心)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袈裟)로 갈아입었다네.
內心大歡喜,
於衣倍增敬,
卽與車匿別,
被著袈裟衣。


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猶若靑絳雲,
圍繞日月輪,
安詳而諦步,
入於仙人窟。


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車匿自隨矚,
漸隱不復見,
太子捨父王,
眷屬及我身。


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愛著袈裟衣,
入於苦行林,
擧首仰呼天,
迷悶而躄地。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起抱白馬頸,
望絕隨路歸,
俳佪屢反顧,
形往心反馳。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或沈思失魂,
或俯仰垂身,
或倒而復起,
悲泣隨路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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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 차닉환품(車匿還品)

 

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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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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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닉환품(車匿還品)
車匿還品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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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須臾夜已過,
衆生眼光出,
顧見林樹閒,
跋伽仙人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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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林流極淸曠,
禽獸親附人,
太子見心喜,
形勞自然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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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此則爲祥瑞,
心獲未曾利,
又見彼仙人,
是所應供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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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幷自護其儀,
滅除高慢迹,
下馬手摩頭,
汝今已度我,
慈目視車匿,
猶淸涼水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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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駿足馳若飛,
汝常係馬後,
感汝深敬勤,
精勤無懈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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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餘事不足計,
唯取汝眞心,
心敬形堪勤,
此二今始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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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人有心至誠,
身力無所堪,
力堪心不至,
汝今二俱備,
捐棄世榮利,
進步隨我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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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何人不向利,
無利親戚離,
汝今空隨我,
不求現世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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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代)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夫人生育子,
爲以紹宗嗣,
所以奉敬王,
爲以報恩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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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一切皆求利,
汝獨背利遊,
至言不煩多,
今當略告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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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汝事我已畢,
今且乘馬還,
自我長夜來,
所求處今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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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卽脫寶瓔珞,
以授於車匿,
具持是賜汝,
以慰汝憂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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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寶冠頂摩尼,
光明照其身,
卽脫置掌中,
如日曜須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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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車匿持此珠,
還歸父王所,
持珠禮王足,
以表我虔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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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爲我啓請王,
願捨愛戀情,
爲脫生老死,
故入苦行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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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亦不求生天,
非無仰戀心,
亦不懷結恨,
唯欲捨憂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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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長夜集恩愛,
要當有別離,
以有當離故,
故求解脫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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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若得解脫者,
永無離親期,
爲斷憂出家,
勿爲子生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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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五欲爲憂根,
應憂著欲者,
乃祖諸勝王,
堅固志不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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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今我襲餘財,
唯法捨非宜,
夫人命終時,
財產悉遺子,
子多貪俗利,
而我樂法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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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若言年少壯,
非是遊學時,
當知求正法,
無時非爲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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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無常無定期,
死怨常隨伺,
是故我今日,
決定求法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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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如上諸所啓,
汝悉爲我宣,
唯願今父王,
不復我顧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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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若以形毀我,
令王割愛者,
汝愼勿惜言,
使王念不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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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車匿奉教勅,
悲塞情惛迷,
合掌而䠒跪,
還答太子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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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如勅具宣言,
恐更增憂悲,
憂悲增轉深,
如象溺深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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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決定恩愛乖,
有心孰不哀,
金石尚摧碎,
何況溺哀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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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太子長深宮,
少樂身細軟,
投身刺蕀林,
苦行安可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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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初命我索馬,
下情甚不安,
天神見驅逼,
命我速莊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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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何意令太子,
決定捨深宮,
迦毘羅衛國,
合境生悲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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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父王年已老,
念子愛亦深,
決定捨出家,
此則非所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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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邪見無父母,
此則無復論,
瞿曇彌長養,
乳哺形枯乾,
慈愛難可忘,
莫作背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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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嬰兒功德母,
勝族能奉事,
得勝而復棄,
此則非勝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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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耶輸陁勝子,
嗣國掌正法,
厥年尚幼少,
是亦不應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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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已違捨父王,
及宗親眷屬,
勿復遺棄我,
要不離尊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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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我心懷湯火,
不堪獨還國,
今於空野中,
棄捐太子歸,
則同須曼提,
棄捨於羅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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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今若獨還宮,
白王當何言,
合宮同見責,
復以何辭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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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太子向告我,
隨方便形毀,
牟尼功德所,
云何而虛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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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我深慚愧故,
舌亦不能言,
設使有所說,
天下誰復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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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若言月光熱,
世間有信者,
脫有信太子,
所行非法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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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太子心柔軟,
常慈悲一切,
深愛而棄捨,
此則違宿心,
願可思還宮,
以慰我愚誠。
통합뷰어

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聞車匿,
悲切苦諌言,
心安轉堅固,
而復告之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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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汝今爲我故,
而生別離苦,
當捨此悲念,
且自慰其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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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衆生各異趣,
乖離理自常,
縱令我今日,
不捨諸親族,
死至形神乖,
當復云何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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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慈母懷妊我,
深愛常抱苦,
生已卽命終,
竟不蒙子養,
存亡各異路,
今爲何處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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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曠野茂高樹,
衆鳥群聚拪,
暮集晨必散,
世閒離亦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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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浮雲興高山,
四集盈虛空,
俄而復消散,
人理亦復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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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世閒本自乖,
暫會恩愛纏,
如夢中聚散,
不應計我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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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譬如春生樹,
漸長柯葉茂,
秋霜遂零落,
同體尚分離,
況人暫合會,
親戚豈常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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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汝且息憂苦,
順我教而歸,
歸意猶存我,
且歸後更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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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迦毘羅衛人,
聞我心決定,
顧遺念我者,
汝當宣我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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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越度生死海,
然後當來還,
情願若不果,
身滅山林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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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네.
白馬聞太子,
發斯眞實言,
屈膝而舐足,
長息淚流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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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輪掌網鞔手,
順摩白馬頂,
汝莫生憂悲,
我今懺謝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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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良馬之勤勞,
其功今已畢,
惡道苦長息,
妙果現於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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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衆寶莊嚴劍,
車匿常執隨,
太子拔利劍,
如龍曜光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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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寶冠籠玄髮,
合剃置空中,
上昇凝虛境,
飄若鸞鳥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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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忉利諸天下,
執髮還天宮,
常欲奉事足,
況今得頂髮,
盡心加供養,
至於正法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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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太子時自念,
莊嚴具悉除,
唯有素繒衣,
猶非出家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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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時淨居天子,
知太子心念,
化爲獵師像,
持弓佩利箭,
身被袈裟衣,
徑至太子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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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念此衣,
染色淸淨服,
仙人上標飾,
獵者非所應,
卽呼獵師前,
軟語而告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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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汝於此衣服,
貪愛似不深,
以我身上服,
與汝相貿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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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獵師白太子,
非不惜此衣,
用謀諸群鹿,
誘之令見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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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茍是汝所須,
今當與交易,
獵者旣貿衣,
還自復天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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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太子及車匿,
見生奇特想,
此必無事衣,
定非世人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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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내심(內心)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袈裟)로 갈아입었다네.
內心大歡喜,
於衣倍增敬,
卽與車匿別,
被著袈裟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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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猶若靑絳雲,
圍繞日月輪,
安詳而諦步,
入於仙人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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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車匿自隨矚,
漸隱不復見,
太子捨父王,
眷屬及我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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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愛著袈裟衣,
入於苦行林,
擧首仰呼天,
迷悶而躄地。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起抱白馬頸,
望絕隨路歸,
俳佪屢反顧,
形往心反馳。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或沈思失魂,
或俯仰垂身,
或倒而復起,
悲泣隨路還。


 

 

5. 출성품(出城品)

佛所行讚  出城品 第五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王復增種種,
勝妙五欲具,
晝夜以娛樂,
冀悅太子心。


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師子) 같았네.
太子深厭離,
了無愛樂情,
但思生死苦,
如被箭師子。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王使諸大臣,
貴族名子弟,
年少勝姿顏,
聰慧執禮儀。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晝夜同遊止,
以取太子心,
如是未幾時,
啓王復出遊。



잘 길들인 준마(駿馬)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服乘駿足馬,
衆寶具莊嚴,
與諸貴族子,
圍遶俱出城。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譬如四種華,
日照悉開敷,
太子耀神景,
羽從悉蒙光。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出城遊園林,
修路廣且平,
樹木花菓茂,
心樂遂忘歸。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路傍見耕人,
墾壤殺諸虫,
其心生悲惻,
痛踰刺貫心。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又見彼農夫,
勤苦形枯悴,
蓬髮而流汗,
塵土坌其身,
耕牛亦疲困,
吐舌而急喘。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慨然)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太子性慈悲,
極生憐愍心,
慨然興長歎,
降身委地坐。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觀察此衆苦,
思惟生滅法,
嗚呼諸世閒,
愚癡莫能覺。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閻浮)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安慰諸人衆,
各令隨處坐,
自蔭閻浮樹,
端坐正思惟。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觀察諸生死,
起滅無常變,
心定安不動,
五欲廓雲消。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無漏禪)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三摩提)를 정수(正受)했네.
有覺亦有觀,
入初無漏禪,
離欲生喜樂,
正受三摩提。



늙음ㆍ병듦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ㆍ병듦ㆍ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世閒甚辛苦,
老病死所壞,
終身受大苦,
而不自覺知,
厭他老病死,
此則爲大患。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ㆍ병듦ㆍ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我今求勝法,
不應同世閒,
自嬰老病死,
而反惡他人。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존재로 돌아간다네.
如是眞實觀,
少壯色力壽,
新新不蹔停,
終歸磨滅法。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不喜亦不憂,
不疑亦不亂,
不眠不著欲,
不壞不嫌彼,
寂靜離諸蓋,
慧光轉增明。



그때 저 정거천왕(淨居天王)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爾時淨居天,
化爲比丘形,
來詣太子所,
太子敬起迎。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沙門)인데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解脫)을 구한답니다.
問言汝何人,
答言是沙門,
畏厭老病死,
出家求解脫。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生]도 없고 멸함[滅]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衆生老病死,
變壞無蹔停,
故我求常樂,
無滅亦無生。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色)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山林)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怨親平等心,
不務於財色,
所安唯山林,
空寂無所營。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空閑)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塵想旣已息,
蕭條倚空閑,
精麤無所擇,
乞求以支身。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네.
卽於太子前,
輕擧騰虛逝,
太子心歡喜,
惟念過去佛。



그런 위의(威儀)를 건립(建立)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建立此威儀,
遺像見於今,
端坐正思惟,
卽得正法念。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情)을 거두고 모든 감관[根]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네.
當作何方便,
遂心長出家,
斂情抑諸根,
徐起還入城。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眷屬悉隨從,
謂止不遠逝,
內密興愍念,
方欲超世表。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山林)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形雖隨路歸,
心實留山林,
猶如繫狂象,
常念遊曠野。



그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太子時入城,
士女挾路迎,
老者願爲子,
少願爲夫妻。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或願爲兄弟,
諸親內眷屬,
若當從所願,
諸集悕望斷。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太子心歡喜,
忽聞斷集聲,
若當從所願,
斯願要當成,
深思斷集樂,
增長涅槃心。



몸은 금산(金山)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身如金山峯,
傭臂如象手,
其音若春雷,
紺眼譬牛王。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無盡法爲心,
面如滿月光,
師子王遊步,
徐入於本宮。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猶如帝釋子,
心敬形亦恭,
往詣父王所,
稽首問和安,
幷啓生死畏,
哀請求出家。



“이 모든 세간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一切諸世閒,
合會要別離,
是故願出家,
欲求眞解脫。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父王聞出家,
心卽大戰懼,
猶如大狂象,
動搖小樹枝。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前執太子手,
流淚而告言,
且止此所說,
未是依法時,
少壯心動搖,
行法多生過。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奇特五欲境,
心尚未厭離,
出家修苦行,
未能決定心。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寂滅)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空閑曠野中,
其心未寂滅,
汝心雖樂法,
未若我是時。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라네.
汝應領國事,
令我先出家,
棄父絕宗嗣,
此則爲非法。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當息出家心,
受習世閒法,
安樂善名聞,
然後可出家。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太子恭遜辭,
復啓於父王,
惟爲保四事,
當息出家心。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保子命常存,
無病不衰老,
衆具不損減,
奉命停出家。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父王告太子,
汝勿說此言,
如此四事者,
誰能保令無。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汝求此四願,
正爲人所笑,
且停出家心,
服習於五欲。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太子復啓王,
四願不可保,
應聽子出家,
願不爲留難。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子在被燒舍,
如何不聽出,
分析爲常理,
孰能不聽求。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라.”
脫當自磨滅,
不如以法離,
若不以法離,
死至孰能持。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네.
父王知子心,
決定不可轉,
但當盡力留,
何須復多言。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네.
更增諸婇女,
上妙五欲樂,
晝夜苦防衛,
要不令出家。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國中諸群臣,
來詣太子所,
廣引諸禮律,
勸令順王命。



태자는 그 부왕이
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太子見父王,
悲感泣流淚,
且還本宮中,
端坐默思惟。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宮中諸婇女,
親近圍遶侍,
伺候瞻顏色,
矚目不蹔瞬。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眞金山)과 같았네.
猶若秋林鹿,
端視彼獵師,
太子正容貌,
猶若眞金山。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伎女共瞻察,
聽教候音顏,
敬畏察其心,
猶彼林中鹿。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는 것 같았네.
漸已至日暮,
太子處幽夜,
光明甚輝耀,
如日照須彌。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栴檀)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犍撻婆)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毘沙門子)의
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坐於七寶座,
薰以妙栴檀,
婇女衆圍繞,
奏犍撻婆音,
如毘沙門子,
衆妙天樂聲。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太子心所念,
第一遠離樂,
雖作衆妙音,
亦不在其懷。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時淨居天子,
知太子時至,
決定應出家,
忽然化來下。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厭諸伎女衆,
悉皆令睡眠,
容儀不斂攝,
委縱露醜形。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惛睡互低仰,
樂器亂縱撗,
傍倚或反側,
或復似投深。


영락(瓔珞)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纓絡如曳鎖,
衣裳絞縛身,
抱琴而偃地,
猶若受苦人。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迦尼)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角弓)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黃綠衣流散,
如摧迦尼華,
縱體倚壁眠,
狀若懸角弓。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牕牖]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或手攀窗牖,
如似絞死尸,
頻呻長欠㰦,
魘呼涕流涎,
蓬頭露醜形,
見若顚狂人。


화만(華鬘)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獨搖鳥)와 같았네.
華鬘垂覆面,
或以面掩地,
或擧身戰掉,
猶若獨搖鳥。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委身更相枕,
手足互相加,
或嚬慼皺眉,
或合眼開口,
種種身散亂,
狼藉猶撗尸。


그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婇女)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時太子端坐,
觀察諸婇女,
先皆極端嚴,
言笑心諂黠。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라.
妖豔巧姿媚,
而今悉醜穢,
女人性如是,
云何可親近。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沐浴假緣飾,
誑惑男子心,
我今已覺了,
決定出無疑。


그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네.
爾時淨居天,
來下爲開門,
太子時徐起,
出諸婇女閒。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車匿)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踟躕於內閣,
而告車匿言,
吾今心渴仰,
欲飮甘露泉,
被馬速牽來,
欲至不死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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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自知心決定,
堅固誓莊嚴,
婇女本端正,
今悉見醜形。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第一義)의 통발[筌]이어라.
門戶先關閉,
今已悉自開,
觀此諸瑞相,
第一義之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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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車匿內思惟,
應奉太子教,
脫令父王知,
復應深罪責。


모든 하늘들 신통력[神力]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諸天加神力,
不覺牽馬來,
平乘駿良馬,
衆寶鏤乘具。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高翠長髦尾,
局背短毛耳,
鹿腹鵝王頸,
額廣圓瓠鼻。


용(龍)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驎驥)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龍咽髖臆方,
具足驎驥相,
太子撫馬頸,
摩身而告言。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甘露)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父王常乘汝,
臨歒輒勝怨,
吾今欲相依,
遠涉甘露津。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戰鬪多衆旅,
榮樂多伴遊,
商人求珍寶,
樂從者亦衆。


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遭苦良友難,
求法必寡朋,
堪此二友者,
終獲於吉安。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吾今欲出遊,
爲度苦衆生,
汝今欲自利,
兼濟諸群萌。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宜當竭其力,
長驅勿疲惓,
勸已徐跨馬,
理轡儵晨征。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人狀日殿流,
馬如白雲浮,
束身不奮迅,
屛氣不噴鳴。


네 신(神)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四神來捧足,
潛密寂無聲,
重門固關鑰,
天神令自開。


경중(敬重)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恩愛)로 얽히고 얽혔으나
敬重無過父,
愛深莫踰子,
內外諸眷屬,
恩愛亦纏緜。


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遣情無遺念,
飄然超出城,
淸淨蓮花目,
從淤泥中生。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顧瞻父王宮,
而說告離篇,
不度生老死,
永無遊此緣。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龍)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一切諸天衆,
虛空龍鬼神,
隨喜稱善哉,
唯此眞諦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諸天龍神衆,
慶得難得心,
各以自力光,
引導助其明。


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流星)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由旬)을 나아갔다네.
人馬心俱銳,
奔逝若流星,
東方猶未曉,
已進三由旬。
佛所行讚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1권(ABC, K0980 v29, p.638b01-646b18)

 

 

 

4. 이욕품(難欲品)

4. 이욕품(難欲品)
佛所行讚  離欲品  第四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太子入園林,
衆女來奉迎,
竝生希遇想,
競媚進幽誠。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各盡伎姿態,
供侍隨所宜,
或有執手足,
或遍摩其身。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或復對言笑,
或現憂慼容,
規以悅太子,
令生愛樂心。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衆女見太子,
光顏狀天身,
不假諸飾好,
素體踰莊嚴。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月天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一切皆瞻仰,
謂月天子來,
種種設方便,
不動菩薩心。


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優陀夷)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更互相顧視,
抱愧寂無言,
有婆羅門子,
名曰優陁夷。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色)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謂諸婇女言,
汝等悉端正,
聰明多技術,
色力亦不常。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隱密)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玉女)의 얼굴과 같네.
兼解諸世閒,
隱秘隨欲方,
容色世希有,
狀如王女形。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情)을 느끼지 못하리.
天見捨妃后,
神仙爲之傾,
如何人王子,
不能感其情。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今此王太子,
持心雖堅固,
淸淨德純備,
不勝女人力。


옛날에 손타리(孫陀利)는
능히 큰 선인(仙人)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하였네.
古昔孫陁利,
能壞大仙人,
令習於愛欲,
以足蹈其頂。


오랫동안 고행한 구담(瞿曇) 선인도
또한 천후(天后)에게 무너졌으며
승거(勝渠)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長苦行瞿曇,
亦爲天后壞,
勝渠仙人子,
習欲隨沿流。


비시바(毘尸婆) 선인은
도(道)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天后)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毘尸婆梵仙,
修道十千歲,
深著於天后,
一日頓破壞。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梵行)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如彼諸美女,
力勝諸梵行,
況汝等技術,
不能感王子。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勝天)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當更勤方便,
勿令絕王嗣,
女人性雖賤,
尊榮隨勝天,
何不盡其術,
令彼生染心。


그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爾時婇女衆,
慶聞優陁說,
增其踊悅心,
如鞭策良馬。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往到太子前,
各進種種術,
歌儛或言笑,
揚眉露白齒。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美目相眄睞,
輕衣現素身,
妖搖而徐步,
詐親漸習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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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情欲實其心,
兼奉大王旨,
慢形媟隱陋,
忘其慚愧情。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龍象)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太子心堅固,
傲然不改容,
猶如大龍象,
群象衆圍遶,
不能亂其心,
處衆若閑居。


또 마치 제석(帝釋)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猶如天帝釋,
諸天女圍遶,
太子在園林,
圍繞亦如是。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或爲整衣服,
或爲洗手足,
或以香塗身,
或以華嚴飾。


혹은 그를 위해 영락(瓔珞)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或爲貫瓔珞,
或有扶抱身,
或爲安枕席,
或傾身密語。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或世俗調戲,
或說衆欲事,
或作諸欲形,
規以動其心。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菩薩心淸淨,
堅固難可轉,
聞諸婇女說,
不憂亦不喜。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倍生厭思惟,
嘆此爲奇怪,
始知諸女人,
欲心盛如是。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ㆍ병듬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迷惑)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不知少壯色,
俄頃老死壞,
哀哉此大惑,
愚癡覆其心。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當思老病死,
晝夜勤勖勵,
鋒刃臨其頸,
如何猶嬉笑。


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見他老病死,
不知自觀察,
是則埿木人,
當有何心慮。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如空野雙樹,
華葉俱茂盛,
一已被斬伐,
第二不知怖。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렀다네.
此等諸人輩,
無心亦如是,
爾時優陁夷,
來至太子所。


고요히 앉아 선정[禪思]에 들어
마음에 5욕(欲)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見宴默禪思,
心無五欲想,
卽白太子言,
大王先見勅,
爲子作良友,
今當奉誠言。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朋友有三種,
能除不饒益,
成人饒益事,
遭難不遺棄。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라.
我旣名善友,
棄捨丈夫義,
言不盡所懷,
何名爲三益。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今故說眞言,
以表我丹誠,
年在於盛時,
容色德充備。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不重於女人,
斯非勝人體,
正使無實心,
宜應方便納。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當生軟下心,
隨順取其意,
愛欲增憍慢,
無過於女人。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且今心雖背,
法應方便隨,
順女心爲樂,
順爲莊嚴具。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若人離於順,
如樹無花果,
何故應隨順,
攝受其事故。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帝釋王)도
구담(瞿曇) 선인의 아내와 사통(私通)했네.
已得難得境,
勿起輕易想,
欲爲最第一,
天猶不能忘,
帝釋尚私通,
瞿曇仙人妻。


아가타(阿伽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天后)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阿伽陁仙人,
長夜脩苦行,
爲以求天后,
而遂願不果。


바라타(婆羅墮) 선인이나
저 월천자(月天子)나
바라사(婆羅舍)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迦賓闍羅)들
婆羅墮仙人,
及與月天子,
婆羅舍仙人,
與迦賓闍羅。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如是比衆多,
悉爲女人壞,
況今自境界,
而不能娛樂。


과거 세상에 덕(德)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宿世殖德本,
得此妙衆具,
世閒皆樂著,
而心反不珍。


그때에 왕의 태자(太子)는
친구 우타이(優陀夷)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들었네.
爾時王太子,
聞友優陁夷,
甜辭利口辯,
善說世閒相。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答言優陁夷,
感汝誠心說,
我今當語汝,
且復留心聽。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不薄妙境界,
亦知世人樂,
但見無常相,
故生患累心。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若此法常存,
無老病死苦,
我亦應受樂,
終無厭離心。


만일 모든 여색(女色)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情)을 머물 수 있으리라.
若令諸女色,
至竟無衰變,
愛欲雖爲過,
猶可留人情。


사람에게는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人有老病死,
彼應自不樂,
何況於他人,
而生染著心。


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非常五欲境,
自身俱亦然,
而生愛樂心,
此則同禽獸。


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汝所引諸仙,
習著五欲者,
彼卽可厭患,
習欲故磨滅。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又稱彼勝士,
樂著五欲境,
亦復同磨滅,
當知彼非勝。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若言假方便,
隨順習近者,
習則眞染著,
何名爲方便。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虛誑僞隨順,
是事我不爲,
眞實隨順者,
是則爲非法。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此心難裁抑,
隨事卽生著,
著則不見過,
如何方便隨。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處順而心乖,
此理我不見,
如是老病死,
大苦之積聚。


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令我墜其中,
此非知識說,
嗚呼優陁夷,
眞爲大肝膽。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生老病死患,
此苦甚可畏,
眼見悉朽壞,
而猶樂追逐。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ㆍ병듦ㆍ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今我至儜劣,
其心亦狹小,
思惟老病死,
卒至不預期,
晝夜忘睡眠,
何由習五欲。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木石)의 마음이라 하리라.”
老病死熾然,
決定至無疑,
猶不知憂慼,
眞爲木石心。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太子爲優陁,
種種巧方便,
說欲爲深患,
不覺至日暮。


그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城)으로 되돌아갔다네.
時諸婇女衆,
伎樂莊嚴具,
一切悉無用,
慚愧還入城。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네.
太子見園林,
莊嚴悉休廢,
伎女盡還歸,
其處盡虛寂,
倍增非常想,
俛仰還本宮。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父王聞太子,
心絕於五欲,
極生大憂苦,
如利刺貫心。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卽召諸群臣,
問欲設何方,
咸言非五欲,
所能留其心。

3. 염환품(厭患品)
佛所行讚 厭患品 第三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外有諸園林,
流泉淸涼池,
衆雜華果樹,
行列垂玄蔭。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異類諸奇鳥,
奮飛戲其中,
水陸四種花,
炎色流妙香。


기녀(伎女)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伎女因奏樂,
絃歌告太子,
太子聞音樂,
嘆美彼園林。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內懷甚踊悅,
思樂出遊觀,
猶如繫狂象,
常慕閑曠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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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은 그 태자가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한다는 소식 듣고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우의(羽儀)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父王聞太子,
樂出彼園遊,
卽勅諸群臣,
嚴飾備羽儀。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平治正王路,
幷除諸醜穢,
老病形殘類,
羸劣貧窮苦。


즐거움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네.
無令少樂子,
見起厭惡心,
莊嚴悉備已,
啓請求拜辭。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놓지 못하였다네.
王見太子至,
摩頭瞻顏色,
悲喜情交結,
口許而心留。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衆寶軒飾車,
結駟駿平流,
賢良善術藝,
年少美姿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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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고운 꽃옷을 입고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다네.
妙淨鮮花服,
同車爲執御,
街巷散衆華,
寶縵蔽路傍。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꼈다네.
垣樹列道側,
寶器以莊嚴,
繒蓋諸幢幡,
繽紛隨風揚。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고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觀者挾長路,
側身目連光,
瞪矚而不瞬,
如竝靑蓮花。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臣民悉扈從,
如星隨宿王,
異口同聲嘆,
稱慶世希有。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貴賤及貧富,
長幼及中年,
悉皆恭敬禮,
唯願令吉祥。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었네.
郭邑及田里,
聞太子當出,
尊卑不待辭,
寤寐不相告。


육축(六畜)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六畜不遑收,
錢財不及斂,
門戶不容閉,
奔馳走路傍。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樓閣堤塘樹,
窗牖衢巷閒,
側身競容目,
瞪矚觀無厭。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하였네.
高觀謂投地,
步者謂乘虛,
意專不自覺,
形神若雙飛。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支節)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았네.
虔虔恭形觀,
不生放逸心,
圓體傭支節,
色若蓮花敷。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부디 거룩한 선인(仙人)법을 이루소서.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今出處園林,
願成聖法仙,
太子見修塗,
莊嚴從人衆。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근엄한 자태와 승우(勝羽)의 행렬을 뵙자
服乘鮮光澤,
欣然心歡悅,
國人瞻太子,
嚴儀勝羽從。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그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亦如諸天衆,
見天太子生,
時淨居天王,
忽然在道側。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變形衰老相,
勸生厭離心,
太子見老人,
驚怪問御者。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此是何等人,
頭白而背僂,
目冥身戰搖,
任杖而羸步,
爲是身卒變,
爲受性自爾。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네.
御者心躊躇,
不敢以實答,
淨居加神力,
令其表眞言。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根] 무너지나니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色變氣虛微,
多憂少歡樂,
喜忘諸根羸,
是名衰老相。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한 모습으로 5욕(欲)도 즐겼는데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此本爲嬰兒,
長養於母乳,
及童子嬉遊,
端正恣五欲,
年逝形枯朽,
今爲老所壞。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우리들도 다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太子長嘆息,
而問御者言,
但彼獨衰老,
吾等亦當然。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한다오.”
御者又答言,
尊亦有此分,
時移形自變,
必至無所疑,
少壯無不老,
擧世知而求。


보살은 오랜 세월을
청정한 지혜의 업(業) 닦아 익히고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菩薩久修習,
淸淨智慧業,
廣殖諸德本,
願果華於今。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聞說衰老苦,
戰慄身毛豎,
雷霆霹靂聲,
群獸怖奔走。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똑바로 눈뜨고
菩薩亦如是,
震怖長噓息,
繫心於老苦,
頷頭而瞪矚。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念此衰老苦,
世人何愛樂,
老相之所壞,
觸類無所擇。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雖有壯色力,
無一不遷變,
目前見證相,
如何不厭離。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생각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菩薩謂御者,
宜速迴車還,
念念衰老至,
園林何足歡。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네.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受命卽風馳,
飛輪旋本宮,
心存朽暮境,
如歸空塚閒。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觸事不留情,
所居無蹔安,
王聞子不悅,
勸令重出遊。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卽勅諸群臣,
莊嚴復勝前,
天復化病人,
守命在路傍。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올랐으며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身瘦而腹大,
呼吸長喘息,
手腳攣枯燥,
悲泣而呻吟。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4대(大)가 모두 뒤틀리고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太子問御者,
此復何等人,
對曰是病者,
四大俱錯亂,
羸劣無所堪,
轉側恃仰人。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太子聞所說,
卽生哀愍心,
問唯此人病,
餘亦當復爾。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對曰此世閒,
一切俱亦然,
有身必有患,
愚癡樂朝歡。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네.
太子聞其說,
卽生大恐怖,
身心悉戰動,
譬如揚波月。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어리석어 미혹(迷惑)되고 어둠에 가려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處斯大苦器,
云何能自安,
嗚呼世閒人,
愚惑癡闇障,
病賊至無期,
而生喜樂心。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於是迴車還,
愁憂念病苦,
如人被打害,
捲身待杖至。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네.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네.
靜息於閑宮,
專求反世樂,
王復聞子還,
勅問何因緣。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對曰見病人,
王怖猶失身,
深責治路者,
心結口不言。


다시 기녀(伎女)의 무리 늘리고
음악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復增伎女衆,
音樂倍勝前,
以此悅視聽,
樂俗不厭家。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네.
晝夜進聲色,
其心未始歡,
王自出遊歷,
更求勝妙園。


온갖 채녀(婇女) 가려 뽑으니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였네.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簡擇諸婇女,
美艶極姿顏,
諂黠能奉事,
容媚能惑人。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增修王御道,
防制諸不淨,
幷勅善御者,
瞻察擇路行。


그때 정거천왕이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時彼淨居天,
復化爲死人,
四人共持輿,
現於菩薩前,
餘人悉不覺,
菩薩御者見。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머리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問此何等輿,
幡花雜莊嚴,
從者悉憂慼,
散髮號哭隨。


천신(天神)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모든 감관[根]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念識) 떠나며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집니다.
天神教御者,
對曰爲死人,
諸根壞命斷,
心散念識離,
神逝形乾燥,
挺直如枯木。


일가 친척과 모든 친구들
본래부터 은애(恩愛)로 얽혔었건만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親戚諸朋友,
恩愛素纏緜,
今悉不喜見,
遠棄空塚閒。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太子聞死聲,
悲痛心交結,
問唯此人死,
天下亦俱然。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對曰普皆爾,
夫始必有終,
長幼及中年,
有身莫不壞。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太子心驚怛,
身垂車軾前,
息殆絕而嘆,
世人一何誤。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公見身磨滅,
猶尚放逸生,
心非枯木石,
曾不慮無常。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卽勅迴車還,
非復遊戲時,
命絕死無期,
如何縱心遊。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御者奉王勅,
畏怖不敢旋,
正御疾驅馳,
徑往至彼園。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저 하늘 위의 난타(難陀) 동산 같았네.
林流滿淸淨,
嘉木悉敷榮,
靈禽雜奇獸,
飛走欣和鳴,
光耀悅耳目,
猶天難陁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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