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李忘軒胄詩最沈著。有盛唐風格。

이망헌(李忘軒) [망헌은 이주(李冑)의 호]의 시는 가장 침착하여 성당(盛唐)의 풍격이 있다.

朝日噴紅跳渤澥。 조일분홍도발해。

晴雲挹白出巫閭。 청운읍백출무려。

아침해는 붉게 뿜어 발해(渤海)에 솟구치고

갠 구름 희게 펴져 무려산(巫閭山)을 나오네

甚有力。

시구는 매우 힘이 있으며,

凍雨斜連千嶂雪。 동우사련천장설。

飢烏驚叫一林風。 기오경규일림풍。

겨울비는 천 산 마루 눈으로 비껴 닿고

주린 까마귀 한 수풀 바람에 놀라 우네

老蒼奇傑。

노창(老蒼:나이 들어 보이고)하고 기걸(奇杰)하다.

其通州詩曰。

통주(通州)에서 지은 시는,

通州天下勝。통주천하승。

樓觀出雲霄。루관출운소。

市積金陵貨。시적금릉화。

江通楊子潮。강통양자조。

寒煙秋落渚。한연추락저。

獨鶴暮歸遼。독학모귀료。

鞍馬身千里。안마신천리。

登臨故國遙。등림고국요。

통주는 천하의 승경(勝景)인지라

누각들이 구름 하늘에 솟았구려

저자거리에는 금릉(金陵)의 물화(物貨) 쌓이고

강 줄기는 양자강(揚子江)의 물결로 가네

가을이라 갈가마귀 물가에 내리고

저녁 되니 외로운 학은 요동으로 돌아가네

말에 탄 신세는 천리 나그네

정자에 오르니 고국은 멀고 멀어라

亦咄咄逼王孟也。

이 역시 기막히게도 왕유(王維)ㆍ맹호연(孟浩然)의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28. 曺梅溪,兪㵢溪。一時俱有盛名。不若鄭淳夫。

조매계(曺梅溪) [매계는 조위(曺偉)의 호]ㆍ유뇌계(兪㵢溪) [뇌계는 유호인(兪好仁)의 호]는 일시에 함께 이름을 날렸으나 정순부(鄭淳夫) [순부는 정희량(鄭希良)의 호]보다는 못했다.

其渾沌酒歌甚好。酷 似長公。

그 '혼돈주가(渾沌酒歌)'는 매우 훌륭하여 소동파(蘇東坡)와 흡사하다.

片月照心臨故國。 편월조심림고국。

殘星隨夢落邊城。 잔성수몽락변성。

조각달은 이 맘 비춰 고국에 다다르고

낡은 별 꿈을 따라 변방 성에 떨어지네

之句。極神逸。

라고 한 구절은 극히 신일(神逸)하며,

客裏偶逢寒食雨。 객리우봉한식우。

夢中猶憶故園春。 몽중유억고원춘。

나그네 길에 우연히 한식(寒食) 비를 만나니

꿈속에서 오히려 고향 봄을 생각하네

有中唐雅韻。

중당(中唐)의 고아(高雅)한 운치가 있고,

春不見花唯見雪。 춘불견화유견설。

地無來雁況來人。 지무래안황래인。

봄이 와도 꽃 안 뵈고 눈만 보이나니

기러기도 안 오는 곳 사람 어이 찾아오리

雖傷雕琢。亦自多情

라 한 구절은 비록 다듬은 흠이 있으나 또한 다정다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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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金悅卿。高節卓爾。不可尙已。

김열경(金悅卿) [열경은 김시습(金時習)의 자]의 높은 절개는 우뚝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其詩文俱超邁。以其遊戲不用意得之。故強弩之末。每雜蔓語張打油。可厭也。

그 시문도 초매하나 마음 쓰지 않고 유희삼아 지었기 때문에 억센 화살의 끝과 같아서 매번 허튼 말이 섞이니 장타유(張打油)와 말 같이 싫증이 난다.

其題細香院曰。

그가 세향원(細香院)에 쓴 시에,

朝日將暾曙色分。조일장돈서색분。

林霏開處鳥呼群。림비개처조호군。

遠峯浮翠排窓看。원봉부취배창간。

隣寺鍾聲隔巘聞。린사종성격헌문。

靑鳥信傳窺藥竈。청조신전규약조。

碧桃花下照苔紋。벽도화하조태문。

定應羽客朝元返。정응우객조원반。

松下閑披小篆文。송하한피소전문。

아침해 돋으려 하니 새벽빛이 갈라지고

숲 안개 걷힌 곳에 새의 무리를 부르는구나

멀리 봉우리에 뜬 푸른 빛 창 열고 바라보며

이웃 절 종소리는 언덕 너머 들리고

파랑새는 소식 전하며 약 솥을 엿보고

벽도화(碧桃花) 떨어져 이끼에 비추이네

아마도 신선은 조원각(朝元閣)에 돌아가서

솥 아래 한가로이 소전문(小篆文)을 펴 보리

昭陽亭曰。

소양정(昭陽亭)에서는,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吟邊恨未休。음변한미휴。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雁下汀洲遠。안하정주원。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새 너머 하늘은 끝나려 하고

읊조림 끝에 한은 그지없어라

산은 첩첩 북을 따라 굽이쳐 가고

강은 절로 서쪽 향해 흐르는구나

먼 물가에 기러기 내려와 앉고

그윽한 옛 기슭엔 배 돌려오네

어느 제나 속세 그물 떨쳐버리고

흥을 따라 이곳에 다시 와 놀아볼까

山行曰。

산행(山行)'에서는,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烏藤一個枝。횡담오등일개지。

아이는 잠자리 잡고 할아비는 울타리 고치고

작은 개울 봄 물에 가마우지 목욕하네

푸른 산 끊긴 곳에 돌아갈 길은 먼데

검은 등나무지팡이 하나비껴 메고지난다

俱脫去塵臼。和平澹雅。彼纖靡雕琢者。當讓一頭也。

라 했는데, 모두 속기를 떨쳐버려 화평(和平)하고 담아(澹雅)하니 저 섬세하게 다듬는 자들은 응당 앞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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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前輩讚畢齋驪江所詠

이전 사람들은 점필재가 여강(驪江)에서 읊은 작품을 칭송해 왔다.

十年世事孤吟裏。십년세사고음리。

八月秋容亂樹間。팔월추용란수간。

십년간의 동안의 세상사를 홀로 읊네

팔월의 가을빛은 어지러운 숲 사이에 있네

之句。

라는 구절이다.

然不若神勒寺所作

그러나 신륵사(神勒寺)에서 지은 작품,

上方鍾動驪龍舞。상방종동려룡무。

萬竅風生鐵鳳翔。만규풍생철봉상。

상방(上方)에서 종 울리니 여룡(驪龍)은 춤을 추고

만 구멍에 바람 우니 철봉(鐵鳳)이 나래 치네

之句。洪亮嚴重。此眞撑柱宇宙句也。

라 한 구절은 홍량(洪亮)ㆍ엄중(嚴重)하여 이는 진실로 우주를 버틸만한 시구이다.

其寶泉灘卽事曰。

그는 '보천탄즉사(寶泉灘卽事)'에서 읊었다.

桃花浪高幾尺許。 도화랑고기척허。

狠石沒頂不知處。 한석몰정불지처。

兩兩鸕鶿失舊磯。 량량로자실구기。

銜魚却入菰蒲去。 함어각입고포거。

복사꽃 띄운 물결이 몇 자나 높았는고

한석(石)은 목까지 잠겨서 어느 곳인지 모르겠네

쌍쌍의 가마우지 여울돌을 잃고

물고기문 채부들숲으로 들어가네

此最伉高。東京樂府。篇篇皆古。

이는 가장 항고(伉高)하며, 《동경악부(東京樂府)》는 편편마다 모두 옛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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