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金宗直詩

佔畢齋文。竅透不高。崔東皐最慢之。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호)의 글은 요체는 깨달았으나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니 최동고(崔東皐 동고는 최립(崔岦)의 호)가 그를 가장 업신여겼다.

其詩專出蘇,黃。宜銓古者之小看也。

그의 시는 오로지 소식(蘇軾)ㆍ황정견(黃庭堅)에게서 나왔으니 전고자(銓古者 고전을 비평하는 사람)가 작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仲兄嘗言

우리 중형[許封(荷谷)]은 일찍이 그의 시를 말씀하기를,

鶴鳴淸露下。 학명청로하。

月出大魚跳。 월출대어도。

학 울자 맑은 이슬 내려 맺히고

달 뜨자 큰 고기 뛰어오르네

何減盛唐乎。

라 한 구절이, 어찌 성당(盛唐)의 시에 뒤지랴 , 고 하셨다.

細雨僧縫衲。세우승봉납。

寒江客棹舟。한강객도주。

가랑비 오는데 중은 장삼을 꿰매고

찬 가람에 나그네는 배 저어 가네

甚寒澹有味。斯言蓋得之

와 같은 구절은 심히 한담(閑淡)한 맛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체로 맞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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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成侃效古人詩 深得其法

성간은 고시를 본받아 깊이 고시의 시법을 얻었다.

東詩無效古者。獨成和仲擬顏陶鮑三詩。深得其法。

우리나라 시는 고체(古體)를 본뜬 것이 없는데 오직 성화중(成和仲 화중은 성간(成侃)의 자)이 안연령(顔延齡)ㆍ도잠(陶潛)ㆍ포조(鮑照) 세 사람의 시를 본뜬 세 편의 시는 깊이 그 법을 얻었으며,

諸小絶句得唐樂府體。賴得此君。殊免寂寥。

여러 절구 역시 당의 악부체(樂府體)를 얻었으니 이 분에 힘입어 가까스로 적요함을 면하게 되었다.

 

 

23. 徐居正久主文 故李承召等不得主文 而先沒 李承召燕詩酷似唐人

서거정이 오랜 동안 대제학을 맡아 이승소 등은 대제학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승소의 제비를 읊은 시는 당시와 흡사하다.

 

徐四佳久爲大提學。故一時如姜晉山,李陽城,金永山。皆不得主文 而先沒。

서사가(徐四佳)가 오랫 동안 대제학(大提學)을 지냈으므로 동시대의 강진산(姜晉山 진산은 강희맹(姜希孟)의 봉호)ㆍ이양성(李陽城 양성은 이승소(李承召)의 봉호)ㆍ김영산(金永山 영산은 김수온(金守溫)의 봉호)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 문형(文衡)을 주관하지 못하고 먼저 죽었다.

 

李陽城之燕詩。이승소의 제비를 읊은 시에,

 

綠楊門巷東風晩。靑草池塘細雨迷。

록양문항동풍만。  청초지당세우미。

버들 푸른 골목에 동녘 바람 저물었고 풀 푸른 못가에 부슬비는 침침하네

 

之句。 酷似唐人。

라 한 구절은 당 나라 시인의 시구와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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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姜希孟詩閑雅可見

강희맹의 시는 한아하여 볼 만하다.

姜景醇養蕉賦極好。其詩亦淸勁。

강경순(姜景醇 경순은 강희맹(姜希孟)의 자)의 '양초부(養蕉賦)'는 대단히 훌륭하며, 그의 시 또한 청경(淸勁)하다.

其病餘吟曰。

그 '병여음(病餘吟)'에.

南窓終日坐忘機。남창종일좌망기。

庭院無人鳥學飛。정원무인조학비。

細草暗香難覓處。세초암향난멱처。

澹煙殘照雨霏霏。담연잔조우비비。

남창에 종일토록 세사(世事) 잊고 앉았으니

뜨락 채엔 사람 없어 새는 날기 배우네

가는 풀에 그윽한 향내 어디에서 나는지

묽은 연기 낡은 빛에 부슬부슬 비내리네

라 하고,

詠梅曰。

'영매(詠梅)'에,

黃昏籬落見橫枝。 황혼리락견횡지。

緩步尋香到水湄。 완보심향도수미。

千載羅浮一輪月。 천재라부일륜월。

至今來照夢回時。 지금래조몽회시。

어둘 녘 울타리 가에서 퍼진 가지 보고서

느린 걸음 향내 찾아 물가에 와 닿으니

천년의 나부산(羅浮山) 둥근 달이

지금에 와 비치니 꿈이 깨일 때로다

俱閑雅可見。

라 한 시구들은 모두 한아(閑雅)하여 읊조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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