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乃以膝蔽地而謝曰:

내이슬폐지이사왈

땅에 꿇어앉아 사죄하기를,

“獘藩僻陋 自外聖化習故,

폐번벽루 자외성화습고

狃常迷不知返 此承明敎大覺前非.

뉴상미부지반 차승명교대각전비

“변방이 벽루僻陋하고

황제의 덕화德化가 자연히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외람되이 조정의 명에 거역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명교明敎를 받아 이전의 잘못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自此當永戢狂圖 恪守臣職,

자차당영집광도 각수신직

惟皇使歸奏朝廷,

유황사귀주조정

이로부터 응당 어리석은 마음을 길이 정제하고

삼가 신자臣者의 직분을 닦겠으니,

오직 황사皇使는 돌아가 조정에 아뢰어,

使小邦因危獲安,

사소방인위획안

轉禍爲福 則是小鎭之幸也.”

전화위복 즉시소진지행야

작은 나라가 위태함으로 인하여 편안함을 얻고,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 주시면,

이 소진小鎭으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因設宴於辟鏤宮, 以餞翰林將行,

인설연어벽루궁 이전한림장행

以黃金百鎰名馬十匹贐之, 翰林却不受 離燕土而西歸.

이황금백일명마십필신지 한림각불수 이연토이서귀

인하여 벽루궁辟鏤宮에서 잔치를 베풀고 한림이 장차 떠나려 할 때,

황금 천 근과 명마 열필을 주거늘,

한림은 이를 물리치고 받지 않고서

연나라 땅을 떠나서 서쪽으로 돌아갔다.

行十餘日至邯鄲之地, 有美少年 乘匹馬在前路矣,

행십여일지한단지지 유미소년 승필마재전로의

仍前導僻易下立於路傍,

잉전도벽이하립어로방

길을 떠난 지 십여 일만에 한단邯鄲 땅에 이르니,

미소년이 한 필의 말을 탄 채 앞길에 있다가

뒤이어 앞에서 이끄는 벽제辟除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 길 가에 섰기에,

翰林望見曰:

한림망견왈

“彼書生所騎者 必駿馬也!”

피서생소기자 필준마야

한림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하기를,

“저 서생이 탄 말이 필연 준마駿馬로다!”

漸近則其少年美如衛玠, 嬌如潘岳 翰林曰:

점근즉기소년미여위개 교여반악 한림왈

좀 더 가까이서 보니 그 소년의 아름다움은 위개衛玠와 같고

교태로움은 반악潘岳과 닮아, 한림이 말하기를,

“吾嘗周行兩京之間, 而男子之美者,

오상주행양경지간 이남자지미자

未見如彼少年者也, 其貌如此 其才可知.”

미견여피소년자야 기모여차 기재가지

“내 일찍이 두 서울의 사이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남자의 미모가

저 소년과 같이 잘생긴 이는 보질 못하였으니,

그 얼굴이 이와 같을진대 그 재주도 알 수 있을 만하다.”

謂從者:“汝請其少年隨後而來.”

위종자 여청기소년수후이래

종자從者에게 말하기를,

“너는 저 소년에게 청하여 뒤따라오게 하라.”

翰林午憩驛舘 少年已至矣.

한림오게역관 소년이지의

한림이 낮에 역관驛舘에서 쉬려고 하는데,

소년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翰林使人邀之 少年入謁,

한림사인요지 소년입알

翰林愛而謂曰:

한림애이위왈

한림은 사람을 시켜서 그를 불러오고 소년이 들어와 배알하니,

한림은 사랑스럽게 말하기를,

“學生於路上, 偶見潘衛之風彩,

학생어로상 우견반위지풍채

便生愛慕之心, 乃敢使人奉邀 而惟恐不我顧矣.

변생애모지심 내감사인봉요 이유공불아고의

“노상에서 그대에게 반위潘衛의 풍채 있음을 우연히 보고서

문득 사랑스럽고 그리운 마음이 일어,

감히 사람을 시켜서 받들어 맞아들이게 하였는데,

혹시 나를 돌아보지 않을까 걱정하였소이다.

今蒙不遺 幸叨合席, 此所謂傾盖若舊者也.

금몽불유 행도합석 차소위경개약구자야

願聞賢兄姓名.”

원문현형성명

이제 날 버리지 않고 다행이도 합석을 하게 되니,

이는 예부터 사귄 친구처럼 친해지는 듯하오.

현형賢兄의 성명姓名을 듣기 원하오.”

少年答曰:“小生北方之人也,

소년답왈 소생북방지인야

姓狄名白鸞 生長窮鄕, 未遇碩師良友,

성적명백란 생장궁향 미우석사량우

소년이 대답하기를,

“소생은 북방 사람으로

성은 적狄이고, 이름은 백란白鸞인데,

궁벽한 시골에서 자라나

아직껏 훌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여

學術粗識 書釖無成, 尙有一片之心,

학술조지 서도무성 상유일편지심

欲爲知己者死.

욕위지기자사

학술이 조잡하고 얕으며

글이나 무술을 다 이루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아직껏 일편지심一片之心은 있어 지기知己를 위하여 죽고자 합니다.

今相公使過河北 威德幷行,

금상공사과하북 위덕병행

雷厲風飛 陸慴水慄, 人慕榮名其有旣乎?

뢰려풍비 륙습수률 인모영명기유기호

이제 상공이 사신으로서 하북河北을 지나시는데

위덕威德이 병행하시어

우레가 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하여

땅이 떨고 물이 두려워하니,

그 영명榮名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小生不揆鄙拙 欲托門下,

소생불규비졸 욕탁문하

一效鷄鳴狗盜之賤技矣.

일효계명구도지천기의

소생이 비천하고 졸렬함도 헤아리지 아니하고

상공의 문하에 의탁하여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천한 재주를 한번 일깨워 보고자 했습니다.

相公俯察至願 有此辱速,

상공부찰지원 유차욕속

豈直爲小生之榮.”

기직위소생지영

상공이 이 지극한 바람을 굽어 살피시어

이렇듯 고맙게도 빨리 불러주시니

어찌 곧바로 소생의 영광이 되지 않겠습니까?

實有光於大人先生, 屈身待士之盛德也."

실유광어대인선생 굴신대사지성덕야

실로 대인 선생에게 영광이 있으리니

몸을 굽혀 선비를 기다리시는 훌륭한 덕德이십니다.”

翰林尤喜曰:“語云同聲相應 同氣相求,

한림우희왈 어운동성상응 동기상구

兩情相投 甚是快事!

양정상투 심시쾌사

한림이 더욱 기뻐하며 말하기를,

“바로 옛말에서 ‘동성상응同聲相應과 동기상구同氣相求’라 했듯이,

두 사람의 정이 서로 투합하였으므로

이는 매우 즐거운 일이로다!

此後與狄生幷鑣而行,

차후여적생병표이행

對床而食 過勝地則共談山水,

대상이식 과승지즉공담산수

이후로는 적생狄生과 함께 말고삐를 나란히 하여 길을 가고,

밥상을 같이하여 먹고,

경치 좋은 곳을 지나면 함께 산수에 대해서 얘기하며,

値良宵 則同賞風月,

치량소 즉동상풍월

不知鞍馬之勞 行役之苦矣.”

부지안마지로 행역지고의

밝은 밤을 만나면 함께 풍월을 읊조리면서

먼 길을 달려가는 피로와 여행의 괴로움을 잊어버리리라.”

還到洛陽過天津橋,

환도락양과천진교

乃有感舊之意曰:

내유감구지의왈

다시 낙양에 이르러 천진교를 지나게 되었는데,

옛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지니, 한림은 말하기를,

“桂娘之自稱女冠, 浮遊山間者 相欲守初盟,

계낭지자칭녀관 부유산간자 상욕수초맹

以待吾行 而吾已杖節歸來,

이대오행 이오이장절귀래

“계낭이 스스로 여관女冠이라 칭하고

산수 사이로 떠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에 한 굳은 약속을 지키고자 하여

내가 오길 기다림인데 나는 벼슬을 얻어 돌아왔다.

桂娘獨不在焉, 人事乖張 佳期婉晩,

계낭독부재언 인사괴장 가기완만

烏得無惻愴之心乎?

오득무측창지심호

그런데 계낭이 홀로 남아 있지 않으니,

사람의 일이 서로 어긋나고

좋은 시절이 뒤바뀌어 버린 것인즉,

어찌 가엾고 슬픈 마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桂娘若知吾頃日之虛過,

계낭약지오경일지허과

則必來待於此 而想其蹤迹,

즉필래대어차 이상기종적

계낭이 만일 내가 지난번에 헛되이 지나간 줄 알면

반드시 여기에 와서 기다릴 것인데,

그 종적蹤迹을 생각해 보건대

不在於道觀 則必在於尼院,

부재어도관 즉필재어니원

道路消息 何以得聞?

도로소식 하이득문

도관道觀에 있지 아니하면

반드시 이원尼院에 있을지니.

도로에서 어찌 그 소식을 듣겠느냐?

噫! 今行又不得相見,

희 금행우부득상견

則未知費了幾許日月, 有團會之期乎.”

즉미지비료기허일월 유단회지기호

슬프구나! 이번 길에 또 서로 보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허비해야 하며,

또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忽送遐矚 則一佳人, 獨立樓上高捲緗簾,

홀송하촉 즉일가인 독립루상고권상렴

斜倚綵檻 注目於車塵馬蹄之間, 卽桂蟾月也.

사의채함 주목어거진마제지간 즉계섬월야

홀연히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니 한 가인佳人이

누각위에 홀로 서서 누른 빛의 주렴을 높이 걸고

채색 비단으로 장식된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거마車馬가 티끌을 일으키며 오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이가 바로 계섬월桂蟾月이 아니던가.

翰林思想之餘 忽見舊面,

한림사상지여 홀견구면

傾鬯之色可掬矣.

경창지색가국의

한림이 골똘히 생각하던 차에

문득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니,

그 아리따운 모습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隼轡如風 瞥過樓前, 兩人相視凝情而已.

준비여풍 별과루전 양인상시응정이이

俄至客舘 蟾月先從捷徑, 而來候於舘中.

아지객관 섬월선종첩경 이래후어관중

수레를 바람같이 몰아 눈 깜짝할 사이에 누각 앞을 지날 때,

두 사람이 서로 보고 엉기는 정은 이루 말로서 다 할 수 없었다.

이윽고 한림이 객관에 이르니 섬월이 먼저 지름길로 달려와

이미 객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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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翰林學士楊少遊出班奏曰:

한림학사양소유출반주왈

한림학사 양소유가 혼자 나아가 임금께 아뢰기를,

“宜如漢武帝招諭南越王故事,

의여한무제초유남월왕고사

函下詔書誥以禍福, 終不歸命用武取勝,

함하조서고이화복 종불귀명용무취승

爲萬全之策也.”

위만전지책야

“한무제漢武帝가 남 월왕越王을 불러 효유曉諭했던 옛 일과 같이

마땅히 조서를 내리시어 화와 복으로써 깨닫도록 일러주시고,

마침내 명을 좇지 아니하거든 무력을 사용하여 승리를 취함이

만전의 계책인줄 아룁니다.”

上從之使少遊卽草詔於上前,

상종지사소유즉초조어상전

少遊俯伏受命 走筆製進, 上大悅曰:

소유부복수명 주필제진 상대열왈

임금이 그 말을 좇아 소유로 하여금 임금 앞에서 곧 조서詔書를 초하도록 하니,

소유가 엎드려 명을 받들어 붓을 날려 지어 올렸는데,

임금이 무척 기뻐하며 말하기를,

“此文典重嚴截恩威並施, 大得誥諭之軆,

차문전중엄절은위병시 대득고유지체

狂寇必自戢矣.”

광구필자즙의

“이 글월은 전중 엄절典重嚴截한 은덕과 위엄을 함께 갖추어

깨우치도록 일러 주는 예禮를 크게 얻었으니,

미친 도적들이 반드시 스스로 군사를 거두리라.”

卽下於三鎭, 趙魏兩國卽去王號,

즉하어삼진 조위양국즉거왕호

服朝命上表請罪,

복조명상표청죄

곧 삼진三鎭에 조서詔書를 내리니,

조와 위 양국은 곧 왕의 칭호를 거두고

조정의 명에 굴복하여 표表를 올리고 죄를 청하면서

遣使進貢馬一萬匹絹一千匹,

견사진공마일만필견일천필

惟燕王恃其地遠兵强 不能歸順.

유연왕시기지원병강 불능귀순

사신을 보내어 말 일만 필과 비단 일천 필을 조공하였으나,

오직 연왕만은 땅이 멀고 군이 강함을 믿고 귀순치 아니하였다.

上以兩鎭之服皆少遊之功,

상이양진지복개소유지공

降旨褒崇曰:

강지포숭왈

천자天子는 양 진鎭이 항복함은 모두가 소유의 공이이라는

내용의 교지敎旨를 내려 포숭褒崇하며 말하기를,

“河北三鎭專據一隅, 屈强造亂殆百年矣.

하북삼진전거일우 굴강조란태백년의

“하북의 삼 진三鎭이 오직 한 모퉁이에 웅거하고

남에게 굴하지 아니하며 난을 일으킨 지 거의 백년이 되었다.

德宗皇帝起十萬衆 命將征伐,

덕종황제기십만중 명장정벌

終末能挫其强 而服其心矣,

종말능좌기강 이복기심의

덕종 황제께서 십만 대군을 일으켜 장수로 하여금 정벌토록 명하시었으나,

끝내 그 강함을 꺾고 그 마음을 항복받을 수 없었거늘,

今楊少遊以盈尺之書, 服兩鎭之賊 不勞一師,

금양소유이영척지서 복양진지적 불로일사

不戮一人而皇威遠暢於萬里之外,

불륙일인이황위원창어만리지외

이제 양소유의 한 자[尺] 남짓 정도의 글로써

두 진의 도적으로부터 항복을 받았으니,

군사 한 명도 수고치 아니하고,

또한 한 사람도 죽이지 아니하고, 황실의 위엄을 널리 만 리 밖에까지 떨친지라,

朕實嘉之賜以絹三千匹 馬五天匹

짐실가지사이견삼천필 마오천필

表予優獎之意.”

표여우장지의

짐이 실로 그를 가상히 여겨 비단 삼천 필과

말 오십 필을 주어 크게 칭찬하는 내 뜻을 표表하고자 하노라.”

仍欲進秩 少遊進前辭謝:

잉욕진질 소유진전사사

또한 천자가 품계를 높이고자 하니,

소유가 앞으로 나아가 사양하며 아뢰기를,

“代草王言卽臣職分,

대초왕언즉신직분

兩鎭歸化莫非天威, 臣以何功叨此重賞,

양진귀화막비천위 신이하공도차중상

“임금님의 말씀을 대신 초草하는 것은 곧 신하된 자의 직분이옵고,

양 진이 귀화함은 곧 천자 폐하의 위엄이오니

신이 무슨 공으로서 이 중한 상을 탐하겠으며,

况一鎭猶梗聖化敢肆跳梁,

황일진유경성화감사도량

恨不能提劒執殳, 以雪國家之耻,

한불능제검집수 이설국가지치

陞擢之命何安於心?

승탁지명하안어심

하물며 한 진鎭은 오히려 임금님의 덕화德化를 막고 감히 함부로 날뛰는데,

신은 칼을 들고 창을 잡아 나라의 수치를 씻을 수 없는 것을 한탄하올 뿐

벼슬을 높이시는 명을 어찌 마음에 두겠습니까?

人臣願忠固無間於職階之崇卑,

인신원충고무간어직계지숭비

兵家勝敗不專在於士卒之多少,

병가승패부전재어사졸지다소

신하된 자로서 충성을 바치는 데는 진실로 계급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없고,

싸움에 이기고 패하는 것은 오로지 병사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아니하오니,

臣願得一枝之兵倚仗大朝之威,

신원득일지지병의장대조지위

進與燕寇決死力戰, 以報聖恩之萬一.”

진여연구결사력전 이보성은지만일

신臣은 한 무리의 병사를 얻어 대조大朝의 위엄에 의지하여

나아가 연燕나라의 도적들에게 죽기를 결단하고 힘써 싸워

성은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를 원합니다.”

上壯其意 問於大臣皆曰:

상장기의 문어대신개왈

천자는 그 뜻을 장하게 여겨

대신들에게 물으니 모두 아뢰기를,

“三鎭互爲脣齒之形, 而兩鎭旣已屈服,

삼진호위순치지형 이양진기이굴복

小燕狂賊 特鼎魚穴蟻也.

소연광적 특정어혈의야

“세 진이 서로 순치脣齒의 형세形勢였는데

이제 두 진이 이미 굴복하였으므로,

조그만 연燕나라 미친 도적은

유난히 가마솥에 든 물고기나 구멍에 든 개미와 같사오니,

以兵臨之 則必若摧枯拉朽,

이병임지 즉필약최고랍후

而王者之兵先謀後伐,

이왕자지병선모후벌

군사로써 그에 임하면 곧 말라 썩는 나무를 꺾는 것과 같사오며,

또 왕된 자의 군사는 먼저 꾀를 쓰고 뒤에 치는 것이니,

請遣少遊喩以利害,

청견소유유이리해

不服則卽加兵可也.”

불복즉즉가병가야

청컨대 소유를 보내어 이해로써 효유曉諭하다가

끝내 항복치 아니하거든 곧 군사를 보탬이 좋을까 하나이다.”

上然之 使楊少遊持節往喩,

상연지 사양소유지절왕유

翰林奉詔旨受鈇鉞, 將發行拜辭於司徒

한림봉조지수부월 장발행배사어사도

천자는 그 말을 옳게 여기어

양소유로 하여금, ‘절월節鉞을 지니고 가서 효유하라’하니

한림이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절부節符와 부월斧鉞을 받고,

장차 떠나려 할 즈음 사도에게 하직인사를 드렸다.

司徒曰 :“邊鎭驁逆 不用朝命 非一日也,

사도왈 변진오역 불용조명 비일일야

楊郞以一介書生入不測之危地,

양랑이일개서생입불측지위지

사도가 말하기를,

“변방의 진이 몹시 황실에 거역하여

조정의 명을 따르지 않은 지가 다만 하루 이틀이 아니거늘,

양랑이 한낱 서생書生의 몸으로 위태로운 땅에 들어가려 하니,

如有不虞之變, 發於無備之處,

여유불우지변 발어무비지처

豈但爲老夫之不幸乎?

기단위로부지불행호

만일 생각하지도 아니한 변이

준비도 없는 곳에서 생기면

어찌 다만 노부의 불행이겠는가?

吾老且病雖不與朝廷末議,

오로차병수불여조정말의

而欲上一書而爭之.”

이욕상일서이쟁지

내 늙고 병이 들어 비록 조정 의논에는 참여치 아니하였으나

한 장의 상소上疏를 올려 그를 간쟁諫爭하도록 하겠네.”

翰林正之曰: “岳丈毋用過慮.

한림정지왈 악장무용과려

藩鎭不過乘朝庭之不靖, 詿誤於一時也.

번진불과승조정지부정 괘오어일시야

한림이 그를 만류하여 말하기를,

“장인께서는 지나치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번진藩鎭이 조정의 편안치 못함을 틈타서

한 때 소란을 피우는 것에 불과하오며,

今天子神武朝政淸明, 趙魏兩國且已束手,

금천자신무조정청명 조위양국차이속수

單弱之小鎭 偏小之一燕, 何能爲哉?”

단약지소진 편소지일연 하능위재

지금 천자께서 무덕武德이 뛰어나시고 조정朝政이 청명하여

조,趙 위魏 양국이 또한 이미 저항하지 못하고 귀순하였으니,

외롭고 약한 조그만 진鎭으로

한 쪽에 치우친 조그만 한낱 연燕나라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司徒曰: “王命旣下君意已定,

사도왈 왕명기하군의이정

老夫更無他言, 惟願加飱而已.”

로부갱무타언 유원가손이이

사도가 말하기를,

“왕명이 이미 내려졌고 그대의 뜻 또한 이미 정해졌으니

노부가 다시 할 말이 없거니와

오직 몸조심하기만 바랄 뿐이네.”

夫人垂涕而別曰:

부인수체이별왈

부인이 눈물을 흘리고 작별하면서 말하기를,

“自得賢郞頗慰老懷, 郞今遠行我懷如何?

자득현랑파위로회 랑금원행아회여하

王程有限 只祝來歸疾也.”

왕정유한 지축래귀질야

“어진 낭자를 얻고부터 자못 늙은 마음을 위로했는데,

양랑이 이제 먼 길을 떠나니 내 가슴 속이 어떠하겠나?

관리官吏의 여정에는 한도가 있으니,

오직 빨리 돌아오기만을 축원하겠네.”

翰林退至花園 治行卽發,

한림퇴지화원치행즉발

春雲執衣而泣曰:

춘운집의이읍왈

한림이 물러나 화원에 이르러

행장을 갖추고 곧 떠나려 할 새,

춘운이 옷을 잡고 울며 말하기를,

“相公之朝直於玉堂也,

상공지조직어옥당야

妾必早起 整包寢具 奉着朝袍,

첩필조기 정포침구 봉착조포

“상공께서 옥당玉堂에 잠자리 드실 때

첩이 반드시 일찍 일어나

침구를 가지런히 싸고 조포朝袍를 받들어 입혀드리면,

相公必流眄顧妾, 常有眷眷不忍離之意,

상공필류면고첩 상유권권불인리지의

今當萬里之別 何無一言相贈?”

금당만리지별 하무일언상증

상공께서는 반드시 곁눈을 흘기셔 첩을 돌아보시고

안타까이 여기사 차마 떠나기를 싫어하신 적이 많사온데,

이제 만 리 길의 이별을 당하여

어찌 무어라 한 마디 말씀이 없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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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翰林顧鄭生曰 :“作俑而誰復爲此戱乎?”

한림고정생왈 작용이수부위차희호

한림이 정생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형이 꾸미지 않았으면 누가 이런 장난을 다시 하겠는가?”

鄭生曰: “聖人有言 出乎爾者 反乎爾,

정생왈 성인유언 출호이자 반호이

楊兄更思之, 曾以何計欺何許人乎?

양형갱사지 증이하계기하허인호

정생이 대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에 ‘너에게서 나간 자 너에게로 돌아온다’하셨으니,

양형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일찍이 어떤 계책으로써 어떤 사람을 속이셨습니까?

男子尙化爲女子, 以俗人而爲仙 以仙子而爲鬼,

남자상화위녀자 이속인이위선 이선자이위귀

何足怪哉?”

하주괴재

남자가 오히려 여자로 변하는 마당에

속인이 신선도 되고, 신선이 귀신도 됨이

어찌 지나치게 괴이한 일입니까?”

翰林乃大覺笑向司徒曰: “是哉! 是哉!

한림내대각소향사도왈 시재 시재

小婿曾有得罪於小姐之事矣, 小姐必不忘睚眦之怨也.”

소서증유득죄어소저지사의 소저필불망애자지원야

한림이 이에 크게 깨닫고 웃으며, 사도에게 여쭈기를,

“옳습니다! 옳습니다!

소서가 일찍이 소저에게 죄를 지은 적이 있는데,

소저께서 필연 아주 작은 원망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司徒與夫人皆笑而不答.

사도여부인개소이부답

사도와 부인이 함께 웃고 대답치 않았다.

翰林顧謂春雲曰: “春娘汝固慧黠矣!

한림고위춘운왈 춘낭여고혜할의

欲事其人 而先欺之, 其於婦女之道 何如耶?”

욕사기인 이선기지 기어부녀지도 하여야

한림이 춘운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 춘낭아! 너 참으로 교활하구나!

사람을 섬기고자 하면서 그 사람을 먼저 기만하니

그것이 부녀자의 도리라 할 수 있겠는가?”

春雲跪而對曰:

춘운궤이대왈

“賤妾但聞將軍令 不聞天子詔也.”

천첩단문장군령 불문천자조야

춘운이 무릎을 꿇고 대답하기를,

“천첩이 다만 장군의 명령命令만 들었을 뿐,

천자의 조서詔書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翰林嗟歎曰: “昔神女朝爲雲暮爲雨,

한림차탄왈 석신녀조위운모위우

今春娘朝爲仙暮爲鬼,

금춘낭조위선모위귀

한림이 탄식하고 말하기를,

“옛 신녀神女는 아침에 구름이 되고 저녁에 비가 되더니,

이제 춘낭은 아침엔 선녀가 되고 저녁에 귀신이 되니

雲與雨雖異一神女也, 仙與鬼雖變一春娘也,

운여우수리일신녀야 선여귀수변일춘낭야

襄王惟知一神女而已, 何與雲雨之數化,

양왕유지일신녀이이 하여운우지삭화

구름과 비가 비록 다르다 하나 한 신녀요,

신녀와 귀신이 비록 분별되긴 하나 한 춘낭이니,

양왕襄王은 오직 한 신녀만을 알았을 뿐

구름과 비가 자주 변화함에 어찌 개의하였을 것이며,

今我亦知一春娘而已,

금아역지일춘낭이이

何論其仙鬼之至變乎?

하론기선귀지지변호

이제 나는 한 춘낭만을 알 뿐으로

그가 선녀와 귀신으로 바꾸어 변함을 어찌 의론 하겠는가?

然襄王見雲 則不曰雲 而曰神女,

연양왕견운 즉불왈운 이왈신녀

見雨 則不曰雨 而曰神女,

견우 즉불왈우 이왈신녀

그러나 양왕은 구름을 보고서 구름이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으며,

비를 보고서도 비라 하지 않고 신녀라 했는데,

今我遇仙 則不曰春娘 而曰仙,

금아우선 즉불왈춘낭 이왈선

遇鬼 則不曰春娘 而曰鬼,

우귀 즉불왈춘낭 이왈귀

지금의 나는 신선을 만나고서도 춘낭이라 하지 않고 신선이라 했으며,

귀신을 만나고서도 춘낭이라 하지 않고 귀신이라 했으니,

是我不及於襄王遠矣,

시아불급어양왕원의

春娘之變化 非神女所及也.

춘낭지변화 비신녀소급야

이는 내가 양왕에게 까마득히 미치지 못함이요,

춘낭의 변화는 신녀가 미치지 못할 바로구나.

吾聞强將無弱卒, 其裨將若此,

오문강장무약졸 기비장약차

其大將不待親見 而可知也!”

기대장부대친견 이가지야

나는 강한 장수에게 약한 병졸이 없다고 들었지만,

그 비장裨將이 이와 같으니,

그의 대장은 가까이 대해 보지 아니하여도 지략이 많음을 알 수 있겠구나!”

座中皆大笑 更進酒肴, 終夕大醉,

좌중개대소 갱진주효 종석대취

春雲亦以新人與於末席, 至夜春雲執燭 陪翰林至花園,

춘운역이신인여어말석 지야춘운집촉 배한림지화원

좌중이 모두 크게 웃고 다시 술과 안주를 내어와

종일토록 마셔 크게 취하였는데,

춘운이 또한 새 사람으로 말석에 참석하였다가

밤이 이슥하여 춘운이 촛불을 잡고 한림을 모셔 화원에 이르니,

翰林醉甚 把春雲之手 而戱之曰:

한림취심 파춘운지수 이희지왈

“汝眞仙乎眞鬼乎?”

여진선호진귀호

한림이 무척 취하여 춘운의 손을 잡고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는 참말로 선녀냐, 참말로 귀신이냐?”

仍就視之曰: “非仙也 非鬼也 乃人也.

잉취시지왈 비선야 비귀야 내인야

吾仙亦愛之 鬼亦愛之 况人乎?”

오선역애지 귀역애지 황인호

거듭 다가가서 찬찬히 보며 말하기를,

“선녀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사람이로구나.

내 선녀도 또한 사랑했고 귀신도 사랑했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又曰: “仙亦非汝也 鬼亦非汝也.

우왈 선역비여야 귀역비여야

或使汝而爲仙 或使汝而爲鬼者,

혹사여이위선 혹사여이위귀자

또 말하기를,

“선녀도 또한 네가 아니고, 귀신도 또한 네가 아니다.

혹은 너를 선녀가 되게 하고 혹은 네가 귀신이 되게 한 자는

亦眞有爲仙爲鬼之術, 而以楊翰林爲俗客

역진유위선위귀지술 이이양한림위속객

而不欲相從耶,

이불욕상종야

또한 참말로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는 술책을 지니고 있으니,

양한림으로서는 속객俗客이 되어

서로 좇지 않으려 할 것이고,

以花園爲陽界 而不欲相訪耶.

이화원위양계 이불욕상방야

人能使汝爲仙爲鬼, 而我獨不能使汝而變化乎?

인능사여위선위귀 이아독불능사여이변화호

화원은 양계陽界가 되어 서로 찾지 않으려할 것이다.

사람이 너를 선녀도 되게 하고 귀신도 될 수 있게 하는데

나 혼자만이 너를 변화시킬 수 없단 말이냐?

使汝而欲爲仙也, 其將爲月殿之姮娥,

사여이욕위선야 기장위월전지항아

使汝而爲鬼也 抑將爲南岳之眞人乎?”

사여이위귀야 억장위남악지진인호

너로 하여금 선녀가 되게 하고 싶은데, 장

차 월전月殿의 항아姮娥가 되겠느냐?

네가 귀신이 된다면

아니면 장차 남악南岳의 진인眞人이 되겠느냐?"

春雲對曰: “賤妾僭越 實多欺罔之罪,

춘운대왈 천첩참월 실다기망지죄

惟相公寬假之.”

유상공과가지

춘운이 대답하기를,

“천첩이 외람된 일을 저질러

실로 상공을 속인 죄가 많사오니,

오직 상공의 관용만을 비옵니다.”

翰林曰: “當汝之變化爲鬼 亦不以爲忌,

한림왈 당여지변화위귀 역불이위기

到今豈有追咎之心乎?”

도금기유추구지심호

한림이 말하기를,

“사실 네가 변화하여 귀신이 되어도

또한 꺼리지 아니하였을 텐데,

지금에 이르러 어찌 허물을 탓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겠느냐?”

春雲起而謝之.

춘운기이사지

춘운이 일어나 한림에게 사례하였다.

楊翰林得第之後 卽入翰苑, 自縻職事 尙未歸覲,

양한림득제지후 즉입한원 자미직사 상미귀근

양한림이 과거에 급제한 후 곧 한원翰苑에 들어가

벼슬에 매인 몸이 되어 아직 근친覲親을 못 하다가,

方欲請暇 歸鄕省拜母親, 仍陪來京第 卽過婚禮,

방욕청가 귀향성배모친 잉배래경제 즉과혼례

而時國家多事.

이시국가다사

바야흐로 휴가를 청하여 고향으로 내려가 모친을 찾아 뵙고는,

바로 모시고 서울 집에 올라와서 곧 성례成禮하려 하는데

때마침 나라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吐蕃數侵掠邊境, 河北三節度或自稱燕王,

토번삭침략변경 하북삼절도혹자칭연왕

或自稱趙王 或自稱魏王, 連結强隣 稱兵交亂,

혹자칭조왕 혹자칭위왕 연결강린 칭병교란

토번吐蕃 (티벳 족)은 자주 변경을 침노하고

하북의 세 절도사는 혹은 연왕燕王이니,

혹은 조왕趙王이니, 혹은 위왕魏王이니 자칭하고,

강한 이웃과 연결하여 군사를 일으켜 어지럽게 하므로,

天子憂之 博謀於群臣 廣詢於廟堂

천자우지 박모어군신 광순어묘당

將欲出師致討, 大小臣僚言議矛盾,

장욕출사치토 대소신료언의모순

천자天子가 근심하여 묘당廟堂에서 여러 신하들에게 깊은 꾀를 널리 묻고,

장차 군사를 내어 치고자 하려는데

모든 신하들의 의론이 분분하여 한결같지 아니하고,

皆懷姑息苟且之計,

개회고식구차지계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구차한 계획만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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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鄭生曰 :“以楊兄豁達之量,

정생왈 이양형활달지량

爲兒女羞愧之態耶?

위아녀수괴지태야

정생이 말하기를,

“양형의 활달豁達한 도량으로써

아녀자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지으려 합니까?

兄雖以大言斥杜眞人, 觀兄氣色不可掩也.

형수이대언척두진인 관형기색불가엄야

형이 비록 큰 소리로 두진인杜眞人을 물리쳤으나

형의 기색은 숨길 수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弟恐兄迷 而不悟禍將不測,

제공형미 이불오화장불측

潛以杜眞人逐鬼之符, 置於兄束髮之間,

잠이두진인축귀지부 치어형속발지간

아우는 형이 미혹되어

깨닫지 못함을 두려워하고 장차 미칠 화를 헤아릴 수 없어서,

가만히 두진인의 귀신 쫓는 부적을 형의 상투 머리칼 사이에 감추어도

而兄醉倒不省矣, 其夜潛身於花園蒙密之中,

이형취도불성의 기야잠신어화원몽밀지중

窺見則有鬼女哭辭於兄寢室外, 卽踰墻而去

규견즉유귀녀곡사어형침실외 즉유장이거

형은 너무 취해서 알지 못하기에,

아우는 그 밤에 빽빽이 우거진 화원의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엿보았더니, 여자 귀신이 형의 침실 창 밖에서 울며 하직하고

담을 넘어 갔으니,

此眞人之言驗矣, 小弟之誠至矣,

차진인지언험의 소제지성지의

兄不我謝 而乃反齎怒 何耶?”

형불아사 이내반재로 하야

이로 보아 진인의 말은 영험靈驗이 있고

소제의 정성이 지극하거늘

형이 저에게 사례치 아니하고,

이에 도리어 노여움을 품음은 어찌된 일입니까?”

翰林知其不可牢諱, 向司徒而言曰 :

한림지기불가뢰휘 향사도이언왈

“小婿之事 頗涉怪駭, 當備告於岳丈矣.”

소서지사 파섭괴해 당비고어악장의

한림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알고, 사도를 향하여 말하기를,

“소서小婿의 일이 너무나 해괴해서

마땅히 장인어른께 모두 고하렵니다.”

具其首尾悉陳无餘仍曰 :

구기수미실진무여잉왈

전후 사실을 남김없이 모두 아뢰고 또 말하기를,

“小婿固知十三兄之愛我, 而女娘雖曰鬼神,

소서고지십삼형지애아 이녀낭수왈귀신

莊而不誕 正而不邪, 決不貽禍於人,

장이불탄 정이불사 결불이화어인

“소서는, 십삼형十三兄이 나를 위하는 줄 이미 알고 있는데,

여낭이 비록 귀신이라고 하나

씩씩하고 속임이 없으며 바르고 요사스럽지 아니하니

결단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小婿雖疲劣亦丈夫也, 不必爲鬼物所迷,

소서수피렬역장부야 불필위귀물소미

而鄭兄乃以不經之符, 斷其自來之路,

이정형내이불경지부 단기자래지로

實不能旡介於中也.”

실불능기개어중야

소서가 비록 기운이 없고 용렬하나 또한 대장부인데,

반드시 귀물에게 홀릴 바가 아니거늘,

정형이 불경不經한 부적으로써 여낭의 오는 길을 끊으니,

실로 마음에 걸리는 바 없지 않습니다.”

司徒擊掌大笑曰 :

사도격장대소왈

사도가 박장 대소하며 말하기를,

“楊郞文彩風流與宋玉同, 必已作神女賦也.

양랑문채풍류여송옥동 필이작신녀부야

老夫非爲戱言於楊郞也,

로부비위희언어양랑야

“양랑의 문채文彩와 풍류風流가 송옥宋玉과 같으니

필연 이미 신녀부神女賦를 지었으리라.

노부老夫가 양랑을 희롱하는 말이 아니라,

少時偶値異人 果學少翁致鬼之術矣,

소시우치이인 과학소옹치귀지술의

今當爲賢婿致張女娘之神, 以謝侄兒之罪,

금당위현서치장녀낭지신 이사질아지죄

以慰賢婿之心未知如何.”

이위현서지심미지여하

어릴 적에 우연히 이인異人을 만나서

마침내 소옹少翁의 귀신 부르는 술법을 배웠으니,

이제는 사위를 위하여 장여랑의 신혼神魂을 불러들여 조카의 죄를 사죄케 하고,

어린 사위의 마음을 위로코자 하나, 그대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모르겠노라.”

翰林曰 :“此岳丈弄小婿也.

한림왈 차악장롱소서야

少翁雖能致李夫人之魂,

소옹수능치이부인지혼

한림이 말하기를,

“이는 악장어른이 소서를 놀리시는 것입니다.

소옹이 비록 이 부인의 혼을 불러들였다 하나,

而此術之不傳也久矣,

이차술지부전야구의

小婿於岳丈之言不敢信也.”

소서어악장지언불감신야

이 술법이 전해 오지 못한 지 오래 되니,

소서는 악장어른의 말씀을 감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鄭生曰 :“張女娘之魂,

정생왈 장녀낭지혼

楊兄則不費一言而致之,

양형즉불비일언이치지

정생이 말하기를,

“장여낭의 혼을

양형께서는 한마디의 말도 허비하지 아니하고 불렀으며,

小弟則能以一符而逐之,

소제즉능이일부이축지

鬼中之可使者也 兄何疑乎?”

귀중지가사자야 형하의호

소제는 그를 한 조각 부적으로 쫓아 낼 수 있었으니,

귀신을 어지간히 부릴 수 있을 것인데,

형은 어찌 의심을 하십니까?”

司徒乃以麈尾打屛風曰 :

사도내이주미타병풍왈

“張女娘安在?”

장녀낭안재

사도가 총채로 병풍을 치며 말하기를,

“장여낭이 어디에 있느냐?”

一女子忽自屛後而出, 含笑含嬌 立於夫人之後,

일녀자홀자병후이출 함소함교 립어부인지후

翰林一擧目 已知其張女娘也.

한림일거목 이지기장녀낭야

한 여자가 홀연히 병풍 뒤로부터 나와

웃음을 띠고 교태를 머금은 채 부인의 뒤에 서니

한림이 한번 눈을 들어 보고도 벌써 장여랑임을 알 수 있었다.

恍恍惚惚莫知端倪, 直視司徒及鄭生而問曰 :

황황홀홀막지단예 직시사도급정생이문왈

“此人耶鬼耶? 鬼何以能出於白晝耶?”

차인야귀야 귀하이능출어백주야

어리둥절하여 일의 처음과 끝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사도와 정생을 똑바로 보며 묻기를,

“이는 사람입니까? 귀신입니까? 어찌 귀신이 밝은 대낮에 나올 수 있습니까?”

司徒及夫人啓齒而笑, 鄭生捧腹大噱顚仆不能起,

사도급부인계치이소 정생봉복대갹전부불능기

左右侍婢等已折腰矣.

좌우시비등이절요의

사도와 부인은 이를 드러내어 웃고,

정생은 배를 그러안고 껄껄 웃으며 엎어져서 넘어지고 일어나지를 못하며,

좌우의 시비들도 이미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司徒曰 :“老夫方爲賢婿吐其實矣.

사도왈 로부방위현서토기실의

사도가 말하기를,

“노부가 바야흐로 어진 사위를 위하여 그 사실을 토로하겠네.

此兒非鬼非仙, 卽吾家所育賈氏女子其名春雲,

차아비귀비선 즉오가소육가씨녀자기명춘운

近回楊郞塊處花園 喫盡苦況,

근회양랑괴처화원 끽진고황

이 아이는 귀신도 아니고, 선녀도 아니며

우리 집에서 자란 가씨賈氏 여자로 그의 이름은 춘운春雲인데,

근래에 양랑이 화원에서 고독하게 지내며 고난을 겪은 정황을 보고,

老夫送此美女 以侍賢郞, 欲以慰客中之無聊,

로부송차미녀 이시현랑 욕이위객중지무료

盖出於吾老夫妻好意,

개출어오로부처호의

노부가 이 미녀를 보냄은 현랑賢郞을 모셔

객지의 무료함을 위로케 한 것으로,

대개 우리 늙은 부처의 호의에서 나온 것이었으나,

而年少輩居間 用計戱謔太過,

이년소배거간 용계희학태과

遂使賢郞無端苦惱 不亦笑乎?”

수사현랑무단고뇌 불역소호

나이 어린 것들이 소개하는 도중에 꾀를 써서 농지거리함이 너무 지나쳐서,

마침내 현랑의 마음을 무단히 괴롭고도 번뇌케 했으니, 또한 우습지 않은가?”

鄭生方止笑而言曰 : “前後再度之逢,

정생방지소이언왈 전후재도지봉

皆我所媒而不感媒妁之恩,

개아소매이불감매작지은

정생이 문득 웃음을 멈추고 말하기를,

“앞뒤로 다시 만남은

다 내가 소개한 때문인데, 중매를 한 은혜에는 감사치 아니하고

反以仇讐視之,

반이구수시지

楊兄可謂負功亡德者也.”

양형가위부공망덕자야

오히려 원수와 같이 여기니,

양형은 과연 부공망덕負功亡德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翰林亦大笑曰 :“岳丈旣以此女 送於小弟,

한림역대소왈 악장기이차녀 송어소제

鄭兄從中操弄而已, 何功之可賞?”

정형종중조롱이이 하공지가상

한림 또한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장인이 이미 이 여자를 소서에게 보내시는 것을,

정형이 중간에서 가로채어 조롱했거늘,

무슨 공으로 상을 받을 수 있을까?”

鄭生曰 :“操弄之責弟實甘心,

정생왈 조롱지책제실감심

發蹤指示自有其人, 此豈獨爲小弟之罪哉?”

발종지시자유기인 차기독위소제지죄재

정생이 말하기를,

“조롱한 책임은 아우가 참으로 달갑게 여기겠지만

그 계책을 꾸며 지시한 사람이 따로 있으니,

이 어찌 소제 혼자만의 죄라 하겠습니까?”

翰林向司徒而笑曰 :

한림향사도이소왈

“苟有是也或者岳丈, 爲少婿作遊戱事也.”

구유시야혹자악장 위소서작유희사야

한림이 사도를 향하여 웃으며 말하기를,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혹시 장인께서

소서를 위하여 장난삼아 놀리신 일입니까?”

司徒曰 : “否否! 老夫之髮已黃矣,

사도왈 부부 로부지발이황의

豈可作兒戱乎? 楊郞誤思也.”

기가작아희호 양랑오사야

사도가 말하기를,

“그럴 리가 있겠나. 노부의 머리털이 이미 노랗거늘

어찌 어린애 장난을 하겠는가?

양랑이 잘못 생각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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