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ㅡ 루이스 글릭 (Louise Glück, 미국, 1943― )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기억나.

 

머리 위로, 소음,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그리고 나서 끝났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뻣뻣한 땅이 약간 구부러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수풀더미를 뛰어다니는 새떼라 여겼다.

 

기억을 못하는 당신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

내가 다시 당신에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고: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 루이스 글릭 Louise Glü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The Wild Iris(야생 붓꽃)

​ㅡ  Louise Glück (미국, 1943― ) 

 

At the end of my suffering

there was a door.​

 

Hear me out: that which you call death

I remember.​

 

Overhead, noises, branches of the pine shifting

Then nothing. The weak sun

flickered over the dry surface.​

 

It is terrible to survive

as consciousness

buried in the dark earth.​

 

Then it was over: that which you fear, being a soul and unable to speak,

ending abruptly, the stiff earth bending a little. And what I took to be birds darting in low shrubs.​

 

You who do not remember

passage from the other world

I tell you I could speak again: whatever returns from oblivion returns to find a voice:​

 

from the center of my life came

a great fountain, deep blue

shadows on azure seawater.

 

 

“Retreating Wind” “Wild Iris”

https://www.youtube.com/watch?v=ySfIiYF_ti8 

​<“Wild Iris,야생 붓꽃>은 시각진행바 1:30초부터 나옵니다.

앞부분은 “Retreating Wind”(뒷걸음치는 바람) 입니다.

 

 

야생붓꽃

 

시인은 인간의 생명을 식물성에 비유한다.

식물성은 움직임이 없다.

언 땅에 묻혀 있을 때 식물은 죽음 속에 있는 듯하다.

 

살아남는 것은 끔찍하다

의식이

어두운 땅에 묻혀있는 것처럼.

 

오히려 살아 있다는 것이 더 큰 고통처럼 의식을 압박하고 있다.

살아 있음에도 땅에 묻혀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살았으나 죽은 것 같은 ― 언데드(UnDead)

산송장 같은,

죽은 것 같지만 살아 있는!

시인은 거의 죽음과 같은 시간을 버텨내고 새 삶을 살게 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시는 늘 죽음 가까이에 있고,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희열로 가득 차 있다.

 

고통이 끝날 때쯤

문이 있었다.

 

죽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고통이 끝났을 때 ― 고통이 끝났다는 것이 되살아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통이 의미 없어졌다는 뜻인가.

 

하나의 문이 나타난다. ― 이 문은 죽음으로 열린 문인가. 아니면 삶으로 되돌아오는 문인가.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 ― 이것은 실제 죽음인가. 아니면 죽음처럼 보이지만 아직 살아 있는 상태인가.

 

희미한 태양이 건조한 들판 위로 깜박거렸다 : 태양은, 햇빛은 언제나 생명을 싹트게 한다.

 

당신이 두려워하고, 영혼이 되고 말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끝나는 것 같고, : 당신에겐 두렵고, 육체가 없는 영혼으로 끝나는 것 ― 모든 것은 죽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세계로부터 온 길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

 

내 삶의 한 가운데서 짙은 푸른색의, 커다란 분수가 있다 : 물은 언제나 햇빛과 더불어 생명을 키워낸다.

 

그림자 드리워졌다 짙푸른 바닷물에.

 

야생 붓꽃은, 아이리스는 바다를 향해 그림자를 드리운다.

작은 몸을 거인처럼 키운 채.

 

야생 아이리스

 

https://m.blog.naver.com/bravosenior/222113151641

 

~ 해님이읊는시 219 ~ 야생 붓꽃 ㆍ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

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당신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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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야생 붓꽃>(The Wild Iris, 퓰리처상 수상)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시집


시집 '야생 붓꽃' 표지 (사진제공=시공사)
1992년 출판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야생 붓꽃>은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협회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미국시의 역사에서 식물에게 이렇게나 다양하고 생생한 그들만의 목소리를 부여한 시인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던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이 자연에 대한 시, 특히 꽃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시를 많이 썼지만, 글릭처럼 이토록 온전히 꽃의 목소리를 직접 구사하지는 않았다. 동시대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다른 존재들에 대한 시를 많이 썼지만, 인간의 시선으로 대상을 면밀히 보는 시들이 많았다. 글릭에게 이르러 꽃은 비로소 꽃 자체가 된다.

<야생 붓꽃>은 글릭의 시적 실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집은 꽃과 정원사-시인의 기도와 신이 함께 거주하는 정원의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나가서 꽃을 살피고 꽃과 대화하고 날씨를 보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곳이지만 그 정원은 이상하게도 꿀벌이 없는 정원이다. 글릭이 좋아하는 시인 디킨슨의 정원은 꿀벌로 가득한데, 글릭의 정원은 꿀벌이 없다. 그래서 실제의 정원이라기보다 상상 속의 정원으로 읽히기도 한다.

루이즈 글릭이 미국 시단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50년 동안 주목받는 이유

<야생 붓꽃>에는 여러 층위의 화자가 등장한다. 그녀가 서정시를 쓰는 예술가로서 얼마나 선구적인 작품세계를 갖추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존재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담겨 있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정원을 배경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 가지 목소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첫 번째는 정원사(시인)에게 말하는 꽃이다. 두 번째는 화자(시인)의 목소리다. 세 번째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목소리다. 사연, 신화, 민담, 개성을 담은 꽃을 등장시켜 인간의 감성과 특징을 함축한다. <야생 붓꽃>은 이런 의인화가 시에서 얼마나 큰 힘과 울림을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어려운 단어 배열로 독자들을 미궁에 빠트리는 듯하지만, 읽는 사람의 영혼을 절묘하게 작품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삶과 희망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

<야생 붓꽃>은 삶과 희망, 존재의 영원한 순환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정원에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1년, 일시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그래서 영원한 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이 시집은 살아갈 용기, 깊은 희망, 존재로서의 정당함을 일깨운다. 생명의 영원한 본질인 ‘존재함을 누군가가 알아차려주는’ 행위가 이 시집에서 이뤄진다.

출처 : 더프리뷰(http://www.thepreview.co.kr)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40 

 

[신간] 21세기 첫 여성 노벨문학상 시인 루이즈 글릭 시선집 출간 - 더프리뷰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여성 시인으로는 21세기 첫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루이즈 글릭의 대표 시집 이 시공사에서 출간됐다.“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새로운 세상의

www.thepreview.co.kr

1992년 출판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야생 붓꽃>은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협회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미국시의 역사에서 식물에게 이렇게나 다양하고 생생한 그들만의 목소리를 부여한 시인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던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이 자연에 대한 시, 특히 꽃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시를 많이 썼지만, 글릭처럼 이토록 온전히 꽃의 목소리를 직접 구사하지는 않았다. 동시대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다른 존재들에 대한 시를 많이 썼지만, 인간의 시선으로 대상을 면밀히 보는 시들이 많았다. 글릭에게 이르러 꽃은 비로소 꽃 자체가 된다.

<야생 붓꽃>은 글릭의 시적 실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집은 꽃과 정원사-시인의 기도와 신이 함께 거주하는 정원의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나가서 꽃을 살피고 꽃과 대화하고 날씨를 보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곳이지만 그 정원은 이상하게도 꿀벌이 없는 정원이다. 글릭이 좋아하는 시인 디킨슨의 정원은 꿀벌로 가득한데, 글릭의 정원은 꿀벌이 없다. 그래서 실제의 정원이라기보다 상상 속의 정원으로 읽히기도 한다.

루이즈 글릭이 미국 시단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50년 동안 주목받는 이유

<야생 붓꽃>에는 여러 층위의 화자가 등장한다. 그녀가 서정시를 쓰는 예술가로서 얼마나 선구적인 작품세계를 갖추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존재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담겨 있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정원을 배경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 가지 목소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첫 번째는 정원사(시인)에게 말하는 꽃이다. 두 번째는 화자(시인)의 목소리다. 세 번째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목소리다. 사연, 신화, 민담, 개성을 담은 꽃을 등장시켜 인간의 감성과 특징을 함축한다. <야생 붓꽃>은 이런 의인화가 시에서 얼마나 큰 힘과 울림을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어려운 단어 배열로 독자들을 미궁에 빠트리는 듯하지만, 읽는 사람의 영혼을 절묘하게 작품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삶과 희망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

<야생 붓꽃>은 삶과 희망, 존재의 영원한 순환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정원에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1년, 일시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그래서 영원한 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이 시집은 살아갈 용기, 깊은 희망, 존재로서의 정당함을 일깨운다. 생명의 영원한 본질인 ‘존재함을 누군가가 알아차려주는’ 행위가 이 시집에서 이뤄진다.

아베르노(Averno, PEN 뉴잉글랜드 어워즈)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세계 입구에서 영감을 받은 시집

출처 : 더프리뷰(http://www.thepreview.co.kr)

 

‘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여성 시인으로는 21세기 첫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루이즈 글릭의 대표 시집 <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시공사에서 출간됐다.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

2020년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에게 돌아갔다. 2000년 이후 여성 시인으로서는 처음이다. 1909년 <닐스의 모험>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 여성 작가 셀마 라겔뢰프 이후 16번째이며 1996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후 두 번째 여성 시인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 모습은 저항일 때도 있고 연대일 때도 있으며, 루이즈 글릭처럼 여성으로서 겪은 비극을 끝까지 관찰한 후 쓴 회고의 형식도 있다.

한림원 회원인 작가 안데르스 올손은 “<야생 붓꽃>(1993)에서 <신실하고 고결한 밤>(2014)에 이르기까지 글릭의 시집 열두 권은 명료함을 위한 노력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라고 했다. 덧붙여 글릭의 작품세계를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비교하며 “단순한 신앙 교리(tenets of faith)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엄정함과 저항”이라고도 표현했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미국 계관시인 ▲국가 인문학메달 ▲전미비평가상 ▲볼링겐상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 ▲월리스 스티븐스상 그리고 노벨문학상까지. 루이즈 글릭은 50년 동안 미국 시단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라는 구절이 있는 시 ‘눈풀꽃’만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녀의 작품은 우아함, 냉철함, 인간에게 공통적인 감정에 대한 민감성, 서정성 그리고 그녀의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난 거의 환상에 가까운 통찰력으로 꾸준한 찬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두려움을 모르는 시인이 전하는, 살아갈 용기

가족이라는 주제, 엄격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지성, 세련된 구성이 결합돼 만들어진 글릭의 작품세계는 2020년 노벨문학상을 통해 한국에도 전해지게 됐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에 글릭의 시가 번역돼 알려졌지만, 글릭을 '위로의 시인'으로만 인식한다면 이는 단편적 이해에 그치는 것이다.

글릭의 시에는 고통스러운 가족관계를 잔인할 정도로 정면으로 다루는 대범함이 있다. 서정시 특유의 언어적 장식은 찾아볼 수 없다. 언어를 고르고 자신의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에 솔직하고 비타협적인 용기가 돋보인다. 작품 곳곳에서 언어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삶과 세계의 깊은 진실을 전달하는 루이즈 글릭.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작품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 시집 세 권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을 용기, 불행을 수용하고 인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용기를 전해 받게 된다.

시인과 역자의 치열한 소통, 번역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한국어 정본

영어의 미세한 결과 한국어의 정서를 맞추는 작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미 시를 가르치는 정은귀 교수가 맡았다. 앤 섹스턴과 어맨다 고먼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은귀 교수는 대학 강당과 논문을 비롯해 대중 강연에서도 글릭의 시를 강독하고 알리는 열정적인 연구자다. 루이즈 글릭 연구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학술적으로 그녀의 시 세계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정은귀 교수의 열정에 감동한 루이즈 글릭은 자신의 시가 전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생생한 과정을 꼼꼼히 바라봤다. 시인과 옮긴이가 치열하게, 오랫동안 소통한 끝에 한국 독자들도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유일한 한국어 정본이 완성됐다.

여기에 시인 나희덕, 김소연,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가 한국어 출간을 축하하며 각각의 책에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세 문인의 글은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서정시의 살아있는 전설, 루이즈 글릭의 시 세계를 탐닉하다

1962년부터 서정시인으로 활동해온 루이즈 글릭. 그녀의 시 세계는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뉜다. 시공사는 한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 열네 권,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두 권의 책에서 발견되는 시인의 세계관 변화를 관찰하는 것 역시 독자가 마땅히 누릴 아름다움이라고 여겼다. 콘텐츠로서 가치만을 좇아 단편적으로 글릭의 시집 한두 권만 출간하기보다는 루이즈 글릭의 문학세계를 온전히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작품 전체를 출간, <루이즈 글릭 전집>을 선보인다. 한국의 출판문화를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고자 하는 출판사의 신념이 담긴 작업이기도 하다.

그 첫 작업으로 <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출간된다. 여성의 삶, 인간 존재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관찰해 자신의 이야기로 끌어낸 글릭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독자는 어디까지나 시인이 살아 있음의 곁, 그리고 삶을 위한 투쟁의 곁에 서 있는 뜨거운 작가임을 느낄 수 있다.

출처 : 더프리뷰(http://www.thepreview.co.kr)

 

https://brunch.co.kr/@parksisoo/16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표작 한영 번역

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Louise Gluck)이 수상 | 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Louise Gluck)이 수상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글릭의 작품이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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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drops(눈풀꽃)

​― Louise Gluck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ve meaning for you.

 

I did not expect to survive,

earth suppressing me. I didn’t expect

to waken again, to feel

in damp earth my body

able to respond again, remembering

 

after so long how to open again

in the cold light

of earliest spring –

afraid, yes, but among you again

crying yes risk joy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

 

 

Snowdrops(눈풀꽃)/ 雪降花(한자어)

 

눈풀꽃

― Louise Gluck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다른 꽃들 사이에서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루이스 글릭 Louise Glu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 번역과 시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nRubvLu9_Hc 

 

 

https://www.youtube.com/watch?v=tA_2hEgSJMU

 

 

https://www.youtube.com/watch?v=7JuRFZHeBv8 

 

 

https://www.youtube.com/watch?v=CS5wDIDgrX8

 

온돌방

ㅡ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https://www.youtube.com/watch?v=bnatUgW-mS8 

 

                                                                                         신석정 시인과 함께

ㅡ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36

김기림 시인은 1908년 함경북도 학성군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 때 납북되었기 때문에 타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모두가 분명하지 않다. 본명은 김인손, 편석촌(片石村)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다. 서울 보성고보와 일본 니혼 대학을 거쳐 도호쿠 제국대학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1930년대 초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김기림의 문학 활동은 창작과 평론 활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문학 활동은 구인회에 가담한 1933년경부터 시작했으며 영미 주지주의와 이미지즘에 근거한 모더니즘 문학이론을 자신의 詩에 도입하여 우리나라에 소개한 것은 문학사적 공로로 꼽힌다. 해방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대학교에서 영미문학을 강의하다 6.25 전쟁 때 납북되었다는데 납북인지 월북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저서로는 시집 <기상도>,<태양의 풍속>,<바다와 나비>,<새노래> 등과 수필집 <바다와 육체> 등이 있다.

출처 : 시니어매일(http://www.seniormaeil.com)

 길

ㅡ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낡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 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https://kydong77.tistory.com/20746

 

金起林, 기상도(7부작), 길, 유리창, 바다와 나비, 故 李箱의 추억

길 ㅡ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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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올배미의 주문(呪文)

<제6부 : 올빼미의 주문(呪文)>

태풍(颱風)은 네거리와 공원(公園)과 시장(市場)에서

몬지와 휴지(休紙)와 캐베지와 연지(臙脂)와

연애(戀愛)의 유향(流行)을 쫓아버렸다.

헝크러진 거리를 이 구석 저 구석

혓바닥으로 뒤지며 다니는 밤바람

어둠에게 벌거벗은 등을 씻기우면서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전선주(電線柱)

엎드린 모래벌의 허리에서는 물결이 가끔 흰 머리채를 추어든다.

요란스럽게 마시고 지껄이고 떠들고 돌아간 뒤에

테블 우에는 깨어진 진(盞)들과

함부로 지꾸어진 방명록(芳名錄)과……

아마도 서명(署名)만 하기 위하여 온 것처럼

총총히 펜을 던지고 객(客)들은 돌아갔다.

이윽고 기억(記憶)들도 그 이름들을

마치 때와 같이 총총히 빨아버릴 게다.

나는 갑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도망할 자세를 가춘다, 길이 없다

돌아서 등불을 비틀어 죽인다.

그는 비둘기처럼 거짓말쟁이였다.

황홀한 불빛의 영화(榮華)의 그늘에는

몸을 조려없애는 기름의 십자가(十字架)가 있음을

등불도 비둘기도 말한 일이 없다.

나는 신자(信者)의 숭내를 내서 무릎을 꿀어본다.

믿을 수 있는 신(神)이나 모신 것처럼

다음에는 기(旗)빨처럼 호화롭게 웃어버린다.

대체 이 피곤(疲困)을 피할 하룻밤 주막(酒幕)은

‘아라비아’의 ‘아라스카’의 어느 가시밭에도 없느냐.

연애(戀愛)와 같이 싱겁게 나를 떠난 희망(希望)은

지금 또 어디서 복수(復讐)를 준비하고 있느냐.

나의 머리에 별의 꽃다발을 두었다가

거두어간 것은 누구의 변덕이냐.

밤이 간 뒤에 새벽이 온다는 우주9宇宙)의 법칙(法則)은

누구의 실없는 장난이냐.

동방(東方)의 전설(傳說)처럼 믿을 수 없는

아마도 실패(失敗)한 실험(實驗)이냐.

너는 애급(埃及)에서 돌아온 ‘씨-자’냐.

너의 주둥아리는 진정 독수리냐.

너는 날개 돋친 흰 구름의 종족(種族)이냐.

너는 도야지처럼 기름지냐.

너의 숨소리는 바다와 같이 너그러우냐.

너는 과연(果然) 천사(天使)의 가족(家族)이냐.

귀 먹은 어둠의 철문(鐵門) 저 편에서

바람이 터덜터덜 웃나보다.

어느 헝크러진 수풀에서

부엉이가 목쉰 소리로 껄껄 웃나보다.

내일(來日)이 없는 칼렌다를 쳐다보는

너의 눈동자는 어쩐지 별보다 이쁘지 못하고나.

도시 십구세기(十九世紀)처럼 흥분(興奮)할 수 없는 너

어둠이 잠긴 지평선(地平線) 너머는

다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음악(音樂)은 바다 밑에 파묻힌 오래인 옛말처럼 춤추지 않고

수풀 속에서는 전설(傳說)이 도무지 슬프지 않다.

페이지를 번지건만 너멋장에는 결론(結論)이 없다.

모퉁이에 혼자 남은 가로등(街路燈)은

마음은 슬퍼서 느껴서 우나.

부릅뜬 눈에 눈물이 없다.

거츠른 발자취들이 구르고 지나갈 때에

담벼락에 달러붙는 나의 숨소리는

생쥐보다도 커본 일이 없다.

강아지처럼 거리를 기웃거리다가도

강아지처럼 얻어맞고 발길에 채어 돌아왔다.

나는 참말이지 산량(善良)하려는 악마(惡魔)다.

될 수만 있으면 신(神)이고 싶은 짐승이다.

그렇건만 밤아 너의 썩은 바줄은

왜 이다지도 내 몸에 깊이 친절(親切)하냐.

무너진 축대(築臺)의 근방에서는

바다가 또 아름다운 알음소리를 치나보다.

그믐밤 물결의 노래에 취할 수 있는

‘타골’의 귀는 응당 소라처럼 행복(幸福)스러울 게다.

어머니 어머니의 무덤에 마이크를 가져갈까요.

사랑스러운 해골(骸骨) 옛날의 자장가를 기억해내서

병신 된 나의 귀에 불러주려우.

자장가도 부를 줄 모르는 바보인 바다.

바다는 다만

어둠에 반란(反亂)하는

영원(永遠)한 불평가(不平家)다.

바다는 자꾸만

헌 이빨로 밤을 깨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Tpt2IGyx6k

 

 

空超 吳相淳碑

 

방랑의 마음 1

ㅡ 오 상 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돌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종류를 통하여 우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海原)----
마음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ㅡ <동명> 18호(1923) ㅡ
「방랑(放浪)의 마음」(조선문단, 1935)

 
 
 
 

◈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의 시 35 首 모음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시인의 생전 모습.     ◈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의 시 35...

blog.naver.com

 

https://kydong77.tistory.com/16947

 

공초 오상순 묘소

[찾아가는 길] 4호선 당고개행 수유전철역 3번출구를 나오면 빨래터행 03번 마을버스가 있다. 북한산 자락의 빨래터와 화계공원지킴터를 지나서 칼바위공원지킴터 방향으로 조금더 올라가면 등

kydong77.tistory.com

 

"이라 하면 수주(변영로)를 뛰어넘을 자가 없고, 담배라 하면 공초(오상순)를 뛰어넘을 자가 없다."라는 유행어가 한때 1950년대 중반에 서울 항간에서 난무했는데,

이는 당시 시인 수주 변영로(樹州 卞榮魯)가 알아주는 애주가였고 

시인 공초 오상순(空超 吳相淳)이 알아주는 애연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38323

 

오상순(吳相淳)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어의동학교(於義洞學校)주 01)를 거쳐 1906년 경신학교(儆新學校)를 졸업하였다. 그 뒤 1912년 일본으로 건너가 1918년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 오상순은 원래 기독교 신자

encykorea.aks.ac.kr

 

생의 수수께끼

ㅡ 오 상 순


읽고 있는 페이지 위에
이름도 모르고 형상도 알 수 없는
하루살이같은 미물의 벌레 하나
바람에 불려 날아와 앉는 것을
무심히 손가락을 대었더니
어느덧 자취 없이 스러지던 순간의 심상 !
때때로 나의 가슴을 오뇌(懊惱)케 하노나----.

별의 무리 침묵하고 춤추는
깊은밤
어둠의 바다 같은 고요한 방에
갓난아가의
어머니 젖꼭지 빠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계묘년은 달의 1주기를 기준을 하는 태음력에 근거하므로 음력설날인 '23년 1.22(일)부터 시작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yv07xEoUV4 

불교 우주론에 따르면, 제석천이 '모든 데바들,  모든 천신(天神)들의 왕'인  최고신(God)은 아니며, 6욕천 가운데 제2천인 도리천 즉 33천의 왕이다. 

제야의 종33번 치는 이유는 도리천 33天 세계국태민안(國泰民安)과 중생 구제를 기원하는상징성을 지닌다. 실상 사찰의 종각에서는 매일 새벽 33번 타종한다. 구경오는 사람들은 없지만서두.

 

 

https://oksun3363.tistory.com/8703129

 

새해 시 모음

*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 새해의 기도 - 이

oksun3363.tistory.com

 

 새해

ㅡ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새해

ㅡ 구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律調(률조)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의식)은
理性(리성)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심호흡)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충직)과 一致(일치)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로동)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祈禱(기도)는 나의 日課(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새아침에

ㅡ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秩序(질서)를 잃을지라도
星辰(성신)의 運行(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法度(법도)를 지니나니    / *星辰(성신, 많은 별)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永劫(영겁)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두고 이루지 못하는 恨(한)은
太初 以來(태초 이래)로 있었나부다
다시 한 번 意慾(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不退轉(불퇴전)의 決意(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義(의)와 不義(불의)를
삶과 죽음을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山脈(산맥) 위에 보라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波濤(파도) 위에이글이글 太陽(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

 

신년기원(新年祈願) 

ㅡ  김현승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퍼지게 하소서!

 

설날 아침에

ㅡ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歲]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ㅡ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 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태음력] 달의 사이클을 기준으로 함.

대충 '22년은 임인년, '23년은 계묘년이나

엄밀히 말하면 '23년 음력 설날을 지나야 계묘년이 됩니다.

새해가 되면 육십갑자로 띠풀이로 언론들이 지면을 도배하지만 

10간 12지로 된 육십갑자 계산법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음력설날이 되어야 해가 바뀝니다.

 

*십이간지란 말은 없음. 10간 12지가 있을 뿐.

십간과 십이지가 맞물려 돌아가다 보면 60년에 한 번씩 동일한 이름의 간지가 돌아온다.

그래서 생긴 말이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다.

한자를 빌어 만든 나이에 따른 명칭도 아래와 같이 다양하다.

개인 기념일
1세
첫돌
59세
이순
耳順
60세
환갑
還甲
61세
진갑
進甲
66세
미수
美壽
70세
고희/칠순
古稀
77세
희수
喜壽
80세
산수/팔순
傘壽
88세
미수
米壽
90세
졸수
卒壽
99세
백수
白壽
100세
상수
上壽

1차 산업시대에는 지금과 달리 자연현상과 생활의 지혜에 대하여 모르는 게 없는 노인들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新年快乐 (Xīnnián Kuàilè) '라는 중국의 새해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은 '樂'의 간자체.

 

https://namu.wiki/w/24%EC%A0%88%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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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입춘
(立春)
의 시작.
우수
(雨水)
이 녹기 시작하는 날.
경칩
(驚蟄)
개구리 겨울잠에서 깨는 날.
춘분
(春分)
의 길이가 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청명
(淸明)
의 날씨가 가장 좋은 날.
곡우
(穀雨)
봄비가 내리는 날.
입하
(立夏)
여름의 시작.
소만
(小滿)
볕이 잘 드는 날.
망종
(芒種)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날.
하지
(夏至)
1년 중 이 가장 긴 날.
소서
(小暑)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날.
대서
(大暑)
1년 중 가장 더운 날.
입추
(立秋)
가을의 시작.
처서
(處暑)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날.
백로
(白露)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날.
추분
(秋分)
의 길이가 보다 길어지는 시작하는 날.
한로
(寒露)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날.
상강
(霜降)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
입동
(立冬)
겨울의 시작.
소설
(小雪)
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
대설
(大雪)
1년 중 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
동지
(冬至)
1년 중 이 가장 짧은 날.
소한
(小寒)
1년 중 가장 추운 날.
대한
(大寒)
1년 중 큰 추위.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만들어졌으므로 실제 태양의 운행에 맞춘 태양력과 연관되어 있으며, 태양력에서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거의 일정하다. 앞서 말했듯이 농사를 위해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24절기의 명칭을 보면 기후, 그 중에서도 농사에 필요한 행위들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46aMxExt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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