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三

五言律詩(090-169)

 

090 경추노제공자이탄지(經鄒魯祭孔子而嘆之)-당현종(唐玄宗)

추노를 지나며 공자를 제사하고 탄식하다

 

夫子何爲者,(부자하위자), 공자는 무엇 하는 분이기에

棲棲一代中.(서서일대중). 일생 동안 바쁘게만 살았나

地猶鄹氏邑,(지유추씨읍), 땅은 여전히 추씨 고을인데

宅卽魯王宮.(댁즉노왕궁). 집은 노나라 궁궐이 되었구나

嘆鳳嗟身否?(탄봉차신부)? 봉황을 탄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는가

傷麟怨道窮.(상린원도궁). 기린의 죽음에 상처받고 도가 다함을 원망하였네

今看兩楹奠,(금간량영전), 이제 두 기둥 사이에서 제사지내니

當與夢時同.(당여몽시동). 꿈꾸던 그 때와 같아야하리

 

090

추노를 지나며 공자를 제사하고 탄식하다

-唐 玄宗(685-762)

 

공자는

무엇하는 분이기에

일생을

바쁘게 사셨나?

 

땅은

예대로 추향(鄒鄕)인데

집은

노(魯)나라 왕궁되었네.

 

봉새 오지 않아 탄식하며

스스로 불우를 한숨짓고

기린의 죽음을 슬퍼하며

道가 끝남을 설워하고.

 

이재 두 기둥 사이에서

제사를 올리니

그 때의 그 꿈과

서로 같구나.

089 애왕손(哀王孫)

-두보(杜甫;712-770)

왕손을 슬퍼하다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으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

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슬프다! 왕손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089 왕손을 슬퍼하다

-두보(杜甫;712-770)

 

장안성의

머리 흰 가마귀

밤이면 날아와

연추문(延秋門) 위에서 운다.

 

인가(人家)를 향해서도

큰 집을 쪼으니

집 아래 대관들

오랑캐 피해 도망간다.

 

금채찍 부러지고

九馬도 죽어갈 제

황제의 골육들도

함께 도망 못하였다.

 

허리에 패물

푸른 산호 차고서

가련타, 왕손(王孫)이

길가에서 우는구나.

 

이름을 물어도

말하기 싫어하고

다만 곤고하다 말할 뿐

노예되기 애걸한다.

 

이미 백날을

가시덤불에 숨었거니

온 몸에 성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고종황제(高宗皇帝) 자손들은

모두 다 코가 높나니

왕손(王孫)은 스스로

보통사람과 다르리라.

 

시랑은 장안에 있어도

龍님은 촉(蜀)땅에 계시오니

왕손이여, 천금 같은 그 몸을

삼가 삼가 보중하소.

 

길거리라

긴 말하지 못하고서

왕손 위해 잠깐

모시고 서 있었다.

 

어제 밤 동풍에

피비린내 풍겨오고

동쪽에서 온 낙타들은

장안에 가득하다.

 

북방 장군 가서한(哥舒翰)

그 좋던 솜씨

옛날엔 그다지도 용맹터니

지금엔 어찌 그리 어리석나?

 

들건대 천자께선

전위(傳位)를 하셨거니

황제님 거룩한 덕

회흘(回紇)이 감격하리.

 

회흘은 낯 벗기며

설치(雪恥)를 자청하니

입조심 하거라

남의 저격 두려우니.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고 소홀하지 말지니

오릉(五陵)의 상서로운 그 기운

없을 때가 없으리라.

 

088 애강두(哀江頭)

ㅡ 두보(杜甫;712-770)

(강가에서 슬퍼하다)

 

少陵野老呑聲哭,

(소능야노탄성곡), 소릉의 촌로는 울음을 삼키고 통곡하며

春日潛行曲江曲.

(춘일잠항곡강곡). 어느 봄날 몰래 곡강으로 나갔다

江頭宮殿鎖千門,

(강두궁전쇄천문), 강가 궁궐은 문마다 잠겨있는데

細柳新蒲爲誰綠?

(세류신포위수녹)? 가는 버들잎, 새 부들은 누굴 위해 푸른가

憶昔霓旌下南苑,

(억석예정하남원), 지난 일을 기억하노니, 무지개 깃발들 남원으로 내려가니

苑中景物生顔色.

(원중경물생안색). 남원 속의 경물들 다 생기를 띠었소

昭陽殿里第一人,

(소양전리제일인), 소양전 안 양귀비가

同輦隨君侍君側.

(동련수군시군측). 임금의 수레를 같이 타고 따르니 측근이 모시었다

輦前才人帶弓箭,

(련전재인대궁전), 임금 수레 앞 재인들 활을 차고

白馬嚼嚙黃金勒.

(백마작교황금늑). 백마에겐 황금 굴레를 물리었다

翻身向天仰射雲,

(번신향천앙사운), 여관이 몸을 제처 하늘 향해 구름으로 쏘아 올리면

一箭正墜雙飛翼.

(일전정추쌍비익). 한 활살에 두 마리 비익조가 정확히 떨어졌다

明眸皓齒今何在?

(명모호치금하재)? 맑은 눈동자 하얀 이의 양귀비 지금은 어디에 있나

血汚游魂歸不得!

(혈오유혼귀부득)! 피 묻어 헤매는 넋 돌아오지 못 하는구나

淸渭東流劍閣深,

(청위동류검각심), 맑은 위수는 동으로 흐르고 검각은 깊숙한데

去住彼此無消息.

(거주피차무소식).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 서로 소식도 전혀 없다

人生有情淚沾臆,

(인생유정누첨억), 인생은 유정하여 눈물은 가슴을 적시는데

江水江花豈終極?

(강수강화개종극)? 저 강물, 저 강 꽃은 어찌 다하겠는가

黃昏胡騎塵滿城,

(황혼호기진만성), 황혼에 오랑캐 말들이 성안에 먼지 가득 일으키니

欲往城南望城北.

(욕왕성남망성배). 성남으로 가고 싶어 성북을 아득히 바라본다

 

 

088. 강가에서 슬퍼하다

-두보(杜甫;712-770)

 

소릉(少陵)의 늙은 몸

울음 삼켜 울면서

봄날 몰래

곡강(曲江)으로 나간다.

 

강가의 궁전들은

문마다 잠겼는데

가는 버들 새 부들은

누굴 위해 푸르렀노?

 

옛날을 생각하니 무지개 깃발

남원(南苑)으로 내려갈 제

정원 안 경물(景物)들은

낯빛이 새로왔다.

 

소양전(昭陽殿)의

일인자(一人者)는

천자(天子)와 함께 타고

천자 곁에 모시었다.

 

어가(御駕) 앞에 재인(才人)들은

활을 차고서

백마(白馬)에다

굴레를 씌우고,

 

몸 돌려 하늘 향해

구름으로 활을 쏘면

한 화살에 똑 바로

두 마리가 떨어졌다.

 

까만 눈동자 한얀 이

지금은 어디 있나?

피 묻어 헤매는 혼

가고 오지 못하누나.

 

맑은 위수(渭水)는 동으로 흐르고

검각(劍閣)은 깊숙한데

죽고 살고 피차에

소식이 없구나.

 

인생은 정(情) 있거니

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강물이야 꽃들이야

다할 날이 있을까?

 

황혼에 오랑캐 말들은

성에 가득 티끌을 날리는데

성남(城南)에 가고파

성북(城北)을 바라본다.

 

 

 

087 려인행(麗人行)

ㅡ 두보(杜甫;712-770)

* 제목의 '行'은 詩 형식임을 나타내는 말.

 

三月三日天氣新,

(삼월삼일천기신),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

(장안수변다려인).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다

態濃意遠淑且眞,

(태농의원숙차진),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

(기리세니골육균).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

(수나의상조모춘),수 놓은 비단 옷 저문 봄 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

(축금공작은기린).금시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

(두상하소유)?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

(취미합섭수빈진).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

(배후하소견)?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

(주압요겁온칭신).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

(취중운막초방친),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

(사명대국괵여진).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

(자타지봉출취부),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

(수정지반항소린).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

(서저염어구미하),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

(난도누절공분륜).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

(황문비공부동진),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

(어주락역송팔진).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

(소고애음감귀신),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

(빈종잡답실요진).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

(후내안마하준순),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

(당헌하마입금인).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

(양화설낙복백빈),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

(청조비거함홍건).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

(자수가열세절륜),손을 쪼이면 델 만큼 권세가 비할데 없으니

愼莫近前丞相嗔!

(신막근전승상진)!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

 

087 려인행(麗人行, 아름다운 사람들

ㅡ두보(杜甫;712-770)

 

 

삼월 삼짇날

날씨 맑은데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아라.

 

자태는 농후하고 뜻은 멀어서

정숙하고 참되고

피부는 다듬어서 가늘고 야들야들

뼈와 살이 알맞기도 하여라.

 

수놓은 비단옷에

저녁놀 비치는데

금실 은실로

공작을 수놓고 기린을 수놓았네.

 

머리에는

무엇 있노?

비취색 머리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등뒤에는

무엇이 보이나?

진주 박은 허리띠가

온몸에 어울리네.

 

구름발 휘장에서

귀비(貴妃)와 친하거니

나라에서 책봉받아

괵국부인, 진국부인.

 

자타봉(紫駝峯) 팔진미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수정 반 위에는

흰 물고기 얹혔더라.

 

배불러서 상아 젓가락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는데

난새의 부엌칼은 잘게 쓰느라

실없이 분주하다.

 

태감(太監)은 먼지도 내지 않고

나는 듯이 달려가고

임금님 부엌에선 연달아

팔진미를 보내온다.

 

북 치며 부르는 슬픈 노래에

귀신이 감동하고

손님은 많아도

모두가 귀한 사람들.

 

마지막 오는 말은

어이 저리 느릿한고?

헌(軒)에 와 말에서 내려

잔디로 들어온다.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도

부평초에 덮이고

푸른 새 날아가도

붉은 수건 머금었다.

 

사나운 권력자들

세력이 빼어나니

조심해 가까이 가지 마라

승상께서 노하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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