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애왕손(哀王孫)
-두보(杜甫;712-770)
왕손을 슬퍼하다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으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
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슬프다! 왕손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089 왕손을 슬퍼하다
-두보(杜甫;712-770)
장안성의
머리 흰 가마귀
밤이면 날아와
연추문(延秋門) 위에서 운다.
인가(人家)를 향해서도
큰 집을 쪼으니
집 아래 대관들
오랑캐 피해 도망간다.
금채찍 부러지고
九馬도 죽어갈 제
황제의 골육들도
함께 도망 못하였다.
허리에 패물
푸른 산호 차고서
가련타, 왕손(王孫)이
길가에서 우는구나.
이름을 물어도
말하기 싫어하고
다만 곤고하다 말할 뿐
노예되기 애걸한다.
이미 백날을
가시덤불에 숨었거니
온 몸에 성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고종황제(高宗皇帝) 자손들은
모두 다 코가 높나니
왕손(王孫)은 스스로
보통사람과 다르리라.
시랑은 장안에 있어도
龍님은 촉(蜀)땅에 계시오니
왕손이여, 천금 같은 그 몸을
삼가 삼가 보중하소.
길거리라
긴 말하지 못하고서
왕손 위해 잠깐
모시고 서 있었다.
어제 밤 동풍에
피비린내 풍겨오고
동쪽에서 온 낙타들은
장안에 가득하다.
북방 장군 가서한(哥舒翰)
그 좋던 솜씨
옛날엔 그다지도 용맹터니
지금엔 어찌 그리 어리석나?
들건대 천자께선
전위(傳位)를 하셨거니
황제님 거룩한 덕
회흘(回紇)이 감격하리.
회흘은 낯 벗기며
설치(雪恥)를 자청하니
입조심 하거라
남의 저격 두려우니.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고 소홀하지 말지니
오릉(五陵)의 상서로운 그 기운
없을 때가 없으리라.